경남 무상급식 중단 논란

밥 먹는 데 가난을 증명하라는 홍준표



<노동자 연대> 145호 | 발행 2015-03-30 | 입력 2015-03-28


최근 새누리당 정치인들이 강성 우익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 자본주의의 경제·안보 위기 조짐이 다시 커지는 데다, 4·29 재·보선에서 전통적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해서다.


당 대표 김무성은 한양대 학생 특강에서 “5·16은 혁명”이라며 찬양했고, 원내대표 유승민과 함께 사드 배치를 노골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당 대표 출신 경남도지사 홍준표가 도내 무상급식을 중단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홍준표는 지난해 10월 무상급식 예산 논란을 일으키며 경남도교육청에 대한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중단해 버렸다. 그 뒤 지역 내 반발로 올해 도 예산에는 다시 1천1백25억 원이 일단 무상급식 예산으로 반영됐었다.


그러나 3월 19일 새누리당이 다수인 경남도의회가 홍준표와 공조해 ‘경남 서민자녀 교육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 사업은 이미 편성된 무상급식 예산을 빼돌려서 진행하는 것이다. 빈곤 가정을 빌미 삼아 무상급식 예산을 없애 버린 것이다. 전형적인 이간질 술책이다. 이른바 서민 가정의 자녀들이 이 사업에서 지원을 받으려면 경쟁적으로 더 가난해 보일 서류를 수십 개 내야 한다.


무엇보다 홍준표의 도발은 재정 적자를 줄여야 하고 따라서 복지 지출(특히 중등교육의 무상교육 확대)을 줄여야 한다는 지배자들의 고통전가 담론과 맞아떨어진다.


(특히, 정부와 새누리당은 중등교육의 무상교육 확대 약속을 거둬들이려고 한다. 이를 정당화하려고 부당하게 무상급식과 누리과정 예산 지원을 대립시키고 있다. 그러나 예산 충돌 논쟁은 중앙 정부가 책임져야 할 복지 지출을 한정된 교육 예산 문제로 바꿔치기했기 때문이다.)


또한 복지국가를 향한 아래로부터의 열망과 압력에 의해 시작된 무상급식을 무력화하는 한편, 진보 교육감들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우파를 결집하는 효과도 노리고 있을 것이다.


홍준표는 도지사 선거에서 “무상급식이 국민의 뜻이라면 그대로 실시하겠다”고 한 바 있다. 그래 놓고는 말을 간단히 뒤집었다. 다음 대선에서 우파들의 지지를 얻어 보겠다는 속셈일 것이다.



보편 복지와 선별 복지


△무상급식은 당연한 권리다 “가난하다고 놀리는 아이들 때문에 할머니도 울고 나도 울었는데, 무상급식아! 고마워.” ⓒ사진 출처 <교육희망>

홍준표는 부자에게 돈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에게 주는 것이 좌파이므로 부잣집 아이들에게도 똑같이 ‘공짜’ 밥을 주는 무상급식 정책을 좌파가 옹호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고 비웃었다.


이는 2010년 무상급식이 처음 전국으로 퍼져 나갈 때, 우파들이 반대했던 바로 그 논리다. 당시 우파들은 이건희의 손자까지 세금으로 밥을 먹일 필요가 있냐고 주장했다. 그 돈을 아껴 지원이 필요한 가난한 가정에 더 많이 복지를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바로 이런 논리를 앞세워 2011년 서울시장 오세훈은 무상급식 중단 주민투표를 강행했다. 비록 그 결과는 오세훈 본인이 서울시장을 중도 사퇴하는 것으로 끝났지만 말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선별 복지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덕목은 의존성, 즉 굴종이다. 또, 선별 복지는 수혜 대상이 제한되기 때문에 가난한 노동자들끼리 ‘누가 더 가난하냐’를 갖고 경쟁하게 만든다.


보편 복지가 노동계급에게 유리한 측면 하나는 복지 혜택을 당연한 권리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노동계급은 당당하게 복지 축소에 반대하고 복지 확대를 요구할 수 있는 정치적 자신감을 갖기에 더 유리해진다.


홍준표 등의 궤변과 달리 보편 복지와 소득 재분배는 대립하지 않는다. 삼성 이건희와 이재용이 세금을 더 많이 내면 된다. 소득과 자산에 대한 누진세를 강화해 복지를 늘리면 보편 복지와 소득재분배는 얼마든지 결합할 수 있다. 진보정치세력이 (보편증세가 아니라) 부자 증세를 통한 보편 복지 실현을 요구해야 하는 까닭이다.



무상급식 중단은 간접적인 임금 삭감이다



노동계급은 보편 복지 확대를 요구할 자격이 있다. 복지 자체가 노동계급에게는 간접적인 임금이기 때문이다. 노동계급에게 자녀들의 교육비는 임금 소득에서 지출된다. 따라서 무상급식 실시는 간접적인 임금 인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점에서 보편적 복지는 간접 임금, 즉 사회임금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무상급식 중단은 임금 소득을 하향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볼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임금이 노동력의 가치, 즉 노동력 재생산 비용이고 교육이 중요한 노동력 재생산 과정이기 때문이다. 학교 급식은 충분하고 균형 있는 영양을 공급해 건강한 신체(노동력)를 갖도록 하는 것이 목적의 일부이므로 체제가 이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앞서 지적했듯이 보편적 급식은 이런 복지를 차별 없는 권리로서 제공하는 것이므로 노동계급에게 유리한 형태이기도 하다.


따라서 경제 위기 시대에 사장들이 임금 인상을 억제하려고 갖은 애를 쓰는 마당에 무상급식을 중단하는 것은 전형적으로 노동계급에게 경제 위기 고통을 전가하는 반(反)노동 정책인 것이다.


노동운동이 이 문제를 자기 문제로 여겨야 하는 이유다.



어떻게 싸울까


경남 하동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무상급식 중단에 항의하려고 3월 27일 전교생이 등교를 거부하기로 했다. 경남 곳곳에서 홍준표에게 항의하는 집회와 1인 시위가 조직되고 있다. 좋은 일이다.


이런 저항들이 실제로 홍준표의 반동을 저지하는 데 성공하려면 (상황이 같지는 않지만) 2011년 오세훈의 무상급식 반대를 막아 낸 경험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2011년은 아랍 혁명과 미국과 유럽 등에서 번진 광장 점거 운동 등으로 국제적으로 노동계급에게 세력균형이 유리한 때였다. 한국에서도 반값등록금 운동,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희망버스 운동에 전국에서 수만 명이 참가했다.이런 배경에서 서울의 노동운동, 사회운동, 진보정당들이 단결해 반대 투표를 조직했다.


물론 그때보다 경제 안보 위기는 더욱 심화돼 지배자들의 반동도 더욱 거칠고 필사적일 것이다. 홍준표의 반동이 성공하면, 이미 예산 위기를 겪고 있는 다른 지역으로도 무상급식 후퇴가 확산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노리는 바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단지 지역 의제로서가 아니라 전국적 관점으로 이 문제를 봐야 한다.


따라서 학교급식법을 개정해 국가(중앙 정부)가 무상급식 예산을 지원하라는 요구는 정당하다. 부자 증세를 명백히 해야 하고, 우클릭하는 새정치연합에게서 독립적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 위기 고통전가 공세에 맞서는 전선의 선봉에 서 있는 민주노총의 파업 계획이 성공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민주노총이 계획한 일련의 파업들이 성공하는 것과 보편 복지의 확대와 방어를 결합시키는 것이 좌파들의 과제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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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재보선을 서울시장 선거 중심으로 나름 정리해 봤다. 종합해서 보면, 반한나라·비민주당 개혁주의 정서가 새로운 흐름으로 결정적 영향을 미친 듯하다. 
 


1. 한나라당의 참패, 박근혜 대세론의 붕괴

자신들이 내리 세 번을 이긴 서울시장 선거에서, 그것도 불과 출마 선언 두 달 밖에 안 된 정치 신인 후보에게 보수층이 총결집한 선거에서 졌다는 것은 뭐라 변명할 여지가 없다. 생각할수록 통쾌한 일이다.

땅을 파면 파란 흙이 나온다는 강원도 인제에서조차 민주당에 73표차로 겨우 이겼고, 그 선거에서 민주노동당 후보는 11퍼센트를 득표했다. 민심 이반의 깊이가 엄청나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마네기 후보가 보여 준 짜증나기 그지 없는 인신공격은 부메랑 도술을 부리며 비웃음의 대상이 됐을 뿐이다. 수첩공주의 수첩도 소용없었다.  
홍준표의 사실상 무승부 발언은 자기 자존심상 뱉은 말일 수도 있지만, 보수의 분열을 막으려는 고육지책일 수 있다.

박원순 진영이 이런저런 허술함을 보였는데도, 우파의 막강한 네트워크 ― 행정, 언론, 교회 등 ― 를 동원했는데도, 한나라당이 참패한 것은 정치 불신의 핵심이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분노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줬다.  

게다가 20~40대의 젊은 노동자·대학생 사이에서 지지율이 형편없었다는 것은 한나라당의 불안감을 더 증폭시킬 것이다. 
이번 선거로 이명박의 레임덕 위기는 더 깊어질 것이고, 박근혜 대세론도 수도권에서 붕괴한 마당에 한나라당은 혁신과 보수화(오히려 더 반동적으로 가는) 사이에서 분열하고 자중지란을 겪게 될 것이다. 갖가지 폭로가 자기들 사이에서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것은 1퍼센트 정부와 체제에 도전하려는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것이다.[각주:1] 그러나 다음 선거가 필패라는 계산이 나온 세력은 오히려 악행을 더 밀어붙이려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보다 질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압력이 필요한데, 그것이 투쟁이다. 



2. 은폐된 민주당의 실패 

민주당은 자신이 지지하고 사실상 캠프를 주도한 박원순 후보의 당선으로 승리의 한 축에 끼여있지만, 실상은 엄청난 내상을 입은 선거였다. 

제1야당이 서울시장 선거에 후보를 못 냈고, 기초단체장 선거는 전북 두 곳 빼고 모두 패배했다. 특히 서울 양천구청장 선거는 박원순 후보가 앞선 곳이고, 진보신당 후보가 2퍼센트 대 득표에 머물렀는데도 10퍼센트 넘게 패했다. 박원순을 찍은 유권자가 10퍼센트 넘게 민주당 후보를 외면한 것이다[각주:2]. 서울 동대문구 시의원 선거구에선 그들이 민주노동당 후보를 찍었다. 

부산 동구청장 선거에선 참여정부 인사를 후보로 내고 문재인의 지원을 받았는데도 한나라당을 이기지 못했다. 협상 실패로 민주노동당과 따로 나온 곳에서는 부천 한 곳을 빼고 모두 낙선했고, 민주노동당은 10~20퍼센트 득표를 했다.  

야권연대의 주도력에도 손상을 입은 것이고, 자력으로 내년 총선·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도 드러내고 말았다. 단독으론 수권정당이 될 수 없다는 것은 10년이나 집권했던 제1야당에게는 큰 타격이다. 

또한 정치 지도자들 개인을 향한 대중적 추모 열기와 달리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 대한 대중의 평가는 냉정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 줬다. 

2010년 이후 주요 선거를 돌아봐도, 민주당 후보든, 참여당 후보든 노무현 정부 적자를 자임하는 후보는 야권의 전폭 지원을 받아도 당선하기 힘들었다. 한명숙이 그랬고, 유시민이 그랬다. 올해 김해 선거와 이번 재보선(부산)도 그렇다.

반한나라당 만큼이나 비민주당 정서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 다시 확인된 것이다. 


■ 박원순 선거운동의 문제점은 선거 기간 중에 쓴 글에서 별로 달라질 것이 없어 여기서는 덧붙이지 않는다. ☞ 바로 가기


3. 위기와 기회, 진보정당

그래서 위기에 빠진 진보정당에게 기회가 있긴 있다는 것도 드러났다. 서울 동대문구 시의원 선거와 강원 인제군수, 부천 시의원 선거, 제주 등에서 민주당과 경합했는데도 민주노동당 후보는 두 자릿수 득표를 했다. 

서울시장 선거 야권 후보 경선에서 존재감을 못 느낄 수준이었는데도 반MB 정서가 지배한 선거에서 이런 성적을 거둔 것은 강력한 반한나라·비민주당 정서의 한 켠에 무시 못 할 진보정치 지지층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것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거대한 불만이 대체로는 계급적 불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보정당은 이런 불만을 대변하는 데 갈수록 취약해 지고 있다. 진보 양당 통합에 실패한 것은 그런 점에서 큰 아쉬움을 준다.

그러나 겨우 기초의원 한 명 후보 내서 8퍼센트 얻은 참여당과 통합 못 한 게 이번 선거에서 약점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한다면 맞는 평가도 아닐 뿐더러 문제의 본질을 한·민 양당 구도 프레임으로 왜곡하는 것일 뿐이다. 자기비하인 것이다[각주:3]

자기 당 후보가 애초에 당선가능성 없던 선거에서 10~20퍼센트 득표로 선전했는데도 이를 높게 평가히기보다 야권이 분열하면 진다는 교훈부터 끌어내는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의 평가[각주:4]는 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부의 잘못된 노선을 그대로 보여 줄 뿐아니라 최근 진보정당의 무기력도 어느 정도는 설명해 준다.

자신들의 성과를 바탕으로 이를 어찌 발전시킬지 성찰해야지, 야권연대 협상의 지렛대로만 사용하려는 태도는 위험하다. 진보정당의 [독자적 성장이라는] 
원칙과 정체성이 취약해 지는 것은 자기 중심이 없다는 것이고, 스스로 야권연대의 부속물을 자처하는 것은 정세의 종속 변수를 자처한다는 뜻이다. 

이번 선거에서 보듯 아무리 야권연대의 주도력(박원순과 안철수 바람)이 민주당 바깥에서 불어도 야권 연대/통합시 지분은 민주당이 가장 크기 때문에 부차적 지위를 차지할 수밖에 없고, 민주당은 자본가정당이므로 노동자 진보정당에게 부차적 지위는 정치적 부속물의 지위를 자처하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묻지마 야권연대 노선을 고수한다면 진보정치세력의 분열이 새로운 양상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험난한 내부 논쟁이 예상된다. 이번 선거에서 보인 가능성은 참여당 문제로 진보대통합이 실패한 것이 얼마나 큰 실수인지 보여 준다.(정치는 그래서 ‘타이밍’이다.)  



4. 세대 투표? 계급 투표?

박원순 후보가 노동의 가치를 앞세우지도 않았고, 노동운동이나 노동자 진보정당 출신이 아니므로 계급투표를 잣대로 대는 것은 좀 어색한 일일 수 있다. 비교적 진보·개혁적인 색채가 짙지만, 신자유주의 등 진보의 대척점에 서 있는 정책과 가치에 원론적으로 반대하는지는 모호하다.

그러나 지역과 성별을 가리지 않고 20~40대/대졸 이상/직장인에서 득표율이 높았다는 것(나경원은 반대)은 이것이 계급 투표 성격을 띠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안철수·박원순 현상에 깔린 반한나라·비민주당 개혁주의 정서 밑바탕에 노동계급 청년층의 계급적 불만이 놓여 있다는 우리 분석(☞ 관련 글 보기)을 간접 입증하는 것이다. 

최근 KDI의 한 연구원은 ILO 기준으로 하면 현재 한국의 잠재적 청년실업률이 21.2퍼센트나 된다고 분석했다.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이 일자리와 복지를 악화시키면서 경제적으로나 심리적(미래 희망 상실)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바로 노동계급 청년층이다.

초임 삭감, 비정규직, 청년실업, 고용불안, 교육비, 비싼 물가와 양육비 부담 등이 모두 [그 이름도 기막힌] 3포 세대(연애·결혼·출산 포기)라 불리는 이들에게 집중된 문제다.


그동안 특권층 후보들이 여러 의혹으로 꼬꾸라질 때는 대체로 부정한 방법에 대한 분노가 많았다. 이회창 아들의 병역 비리 같은 것이 대표 사례다. 그러나 이번 나경원의 피부관리 1억 원 지출 의혹은 정치인이 특권층 부자라는 사실만으로도 대중의 미움과 분노를 산 것이다. 

경제 위기가 지속되고 1퍼센트 부자 정부의 계급 차별 정책이 지속되면서 경제적 양극화도 깊어졌지만, 정치적으로도 계급 분단선이 더 깊어진 모양새다. 이 각도에서 보면, 집권 이전에도, 집권 시절에도, 야당인 지금 자본가 정당인 민주당과 친자본주의 당인 참여당이 새로운 바람의 능동적 수혜자가 되지 못하는 걸 이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한겨레>처럼 이를 세대 투표라 보는 것은 피상적인 단견이다. 

10월 22일(토)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전국비정규직노동자대회. 이들의 문제는 노동계급 청년층 다수의 삶과 요구와 다르지 않다. 이들을 함께 대변할 진보 정치가 필요하다.




5. 탈정치? 탈이념?

탈정치가 정당정치를 뜻하든 탈이념을 뜻하든 세대론자들과 마찬가지로 피상적이다. 

사람들이 의식하든 못 하든 1퍼센트 부자 정권의 부정의한 정책에 반대해, 그 정권 자체를 몰아내고 싶어하는 것 자체로 매우 정치적인 행위다. 그것은 반복하지만 계급적 정서이고, 진보적 변화를 바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정권 심판론이 어떻게 탈정치이겠는가. 그것도 ‘부자’ 정권 심판론이었다. 매우 계급적이다. 자유주의자들의 표현을 빌면, 이념적이다. 지금 대중은 의식했든 못 했든 매우 ‘이념’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기존 정치권에서 올곧게 이런 계급분단선을 명확히 이해하고 새 세대에 걸맞는 용어법으로 이를 대변하며 앞장서 실천하는 정당이나 인물이 없거나 미약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이런 급진화는 양식있는 ‘강남’ 좌파 지지에 머물러 있다

안철수나 박원순이 비록 ‘강남’좌파라 불리긴 하나, 그래도 그들은 실제로 특권층 정치와 거리를 둬 왔고, 그들이 대중에게 제시한 삶의 가치들이 특권층만을 위한 삶이나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고 사람들은 본다. 

그래서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부자와 가난한 이,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 아니라 상식과 몰상식의 대결이라고 설명한 안철수 교수의 평가는 잘못됐다. 이것이 안 교수의 본심이라면 이는 안철수 현상의 모순을 선명하게 보여 주는 것이다. 

그 모순은 다시 정리하면, 진보정치를 바라는 정서가 진보적 대중운동이나 진보정당 지지로 조직화하지 못하는 것이고, 오히려 진보정당의 분열과 무기력 때문에 진보적으로 ‘보이는’ 인물들을 수동적으로 지지하는 데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6. 야권 통합론의 부상

이렇게 봤을 때, 민주당 중심의 야권통합을 말해왔던 민주당은 일단 주도권을 상실할 위기에 빠졌다. 대선을 앞두고 사상 최약의 전력을 갖춘 민주당은 진로를 놓고 혼란에 빠질 것이다. 이 당내 혼란이 수습하기 어려운 것은 단순한 내부 알력이 아니라 당 바깥의 압력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도권을 완전히 잃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당 밖에서 야권통합을 말해왔던 ‘혁신과 통합’도 동력의 한 축인 문재인의 실패로 의기소침한(뻘쭘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겐 노무현 그림자를 미래지향적으로 걷어내야 하는 과제가 있지만, 이들이 어쨌든 주도력을 행사하려 하는 한 참여당은 당분간 화제도 되지 못할 것이다.[각주:5] 

그렇다고 해도 민주당만으로 안 된다는 것이지 민주당이 없어도 된다는 것은 아닌 점도 드러났으므로 야권통합론 자체가 가장 선거적 지분이 많은 민주당의 주도권을 어느 정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숙명을 지닌다. 그래서 야권통합을 형식적이나마 추구해 왔던 손학규 체제가 당장 흔들리진 않을 것이다.  

어쨌든 민주당만으로 한나라당 심판이 안 된다는 것이 분명해진 지금, 야권통합을 지지하는 정서는 더 강력해질 것이다. 엔지오 출신들도 꽤 유입될 텐데 그 포지션상 통합 정당론을 지지할 것이고 한 흐름으로 모아질지는 의문이다. 민주당 주도권을 인정하느냐 하는 문제도 변수가 될 것이다. 안철수 교수는 여유가 있으니 밖에서 지켜보는 입장을 유지할 것이다. 진보정당도 이 흐름을 이겨낼 배포가 없다.

이처럼 주축 세력들이 취약한데 야권통합론이 거세지는 것은 반MB 진영 안에서 논쟁과 모순을 키울 것이다[각주:6]. 그것은 각기 다른 계급을 대표하는 정치세력의 연합이 지닌 본질적인 모순이기도 하다. 

그것은 박원순 후보의 선거운동에서 드러났다. 박원순 선본은 자신들을 지지하는 노동운동 쪽에서 요구한 정책 협약 체결을 회피했다. 한미FTA 반대 표명 요구도 거부했다. 이런 식이니 평범한 다수 지지자들이 박원순 선거운동 방식에 실망했던 것이다. 

서로 다른 [계급의] 욕구들이 반MB 연대라는 이름으로 뒤섞여 있는 것이다. 이번 박원순 후보 선거의 정책 총괄은 노무현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담당했던 교수라고 한다. 노무현 정부는 알다시피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부동산 경기 폭등으로 문제를 심화시킨 당사자다. 

야권통합론이 연합정당 건설로 가려면 노동을 어떻게 대변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제기될 텐데, [그리고 이것이 한 관건이 될 텐데] 통합론의 한 축인 조국 교수 같은 경우는 노동이 정당정치에서 대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노동정치 노선은 애초에 노동운동 스스로 정치세력화하자는 것이었다. 물론 사민주의 정당의 성격상 불가피하게 정치와 운동 영역의 역할 분담이 이뤄지겠지만, 최장집 교수나 조국 교수 등이 말하는 기존 개혁 엘리트 정치인의 대리주의와는 결이 다른 면이 아직은 크다. 

그러므로 야권통합론 부상은 선거 평가와 마래 전망을 놓고 진보정당 안팎에서 다시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야권통합론의 계급연합 모순은 대선 이후 집권 전망에서도 논쟁꺼리가 될 것이다. 

진보정치세력에게는 기회와 위기가 동시에 눈앞에 와 있다. 이번 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의 변화 흐름은 단기적으론 선거 연대가 유리해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론 독자적 정치세력화로 가야 한다는 걸 보여 줬다. 문제는 단기 과제와 중장기 과제가 현실에서 구현될 땐 서로 충돌한다는 것이다. 


7. 앞으로 필요한 것은?

이상을 종합하면, 세계경제 위기와 한국 지배자들의 고통전가 정책 때문에 세계적인 흐름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노동계급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대중 사이에서 정치적 급진화가 수 년간 진행돼 왔다. 이것이 안철수·박원순 현상의 진앙지다. 지금은 이 급진화가 반한나라·비민주당 개혁주의로 수렴되고 있다. 대체로 반보수·반재벌·반신자유주의 정서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이것은 세계적 현상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최근 99퍼센트 점거 운동처럼 행동으로 분출되고 있는데, 여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이들을 대변할 마땅한 정치세력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즉 당선 후 행태가 실망스러울 경우 직접행동주의로 표출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진보정당은 이들을 대변할 자격 조건은 되는데, 규모와 역량이 아직 부족하고 시야가 매우 협소하다. 지금의 ‘묻지마 야권연대’ 노선을 중단하고 진보정치의 급진적 혁신과 재통합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다.


이 정서를 행동으로 끌어내야 계급 의식의 전진과 노동자 진보정치의 주도력을 되살릴 수 있다. 당장은 노동계급 청년들의 분노가 선거를 계기로 표출된 것인 만큼 당선한 후보와 세력에게 초좌파적 냉소와 반감을 보내기보다 그 기대감이 약속을 지키라는 요구와 행동으로 발전하도록 조직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각주:7].

박원순 후보가 모두를 대변하겠다고 이런 요구들 수용을 회피하며 우선순위를 잘못 설정하면 집권 초기에 지지층과 먼저 갈등하기 시작해 그나마 있던 개혁 동력마저 상실한 노무현 정부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조직 노동운동은 이런 불만을 노동운동의 의제로 받아 안아야 하는데, 그 방식은 대중투쟁을 회피하는 선거 방식이 아니라 노동계급 고유의 힘을 발휘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희망버스2.0’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 급진화를 더 촉진할 수 있다. 좌파는 유연하되, 충분히 급진적이어야 한다



  
  1. 그 점에서 박원순 진영의 약점을 이유로 기권주의 태도를 취한 사노위, 사회진보연대 등 일부 좌파들의 결정은 아쉽다. [본문으로]
  2. 이것이야말로 창피한 일일 텐데, 양천구청장에 당선한 한나라당 추재엽은 보안사에 근무한 독재정권 출신이며, 그 시절 고문 가담 의혹이 터진 반민주 인사다. [본문으로]
  3. 민주노동당은 존재감이 약해진 정도지만, 참여당은 거의 사라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들은 그들을 민주당의 아류라고 보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내 참여당 통합론자들은 현실을 똑바로 봐야 한다. [본문으로]
  4. 10월 27일 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 모두 발언. 물론 이는 민주당과의 총선 협상을 염두에 두고 민주당에게 경고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본문으로]
  5. 민주노동당이 통합하자고 불러주기 전까지는 말이다. [본문으로]
  6. 안철수의 행보가 큰 변수가 될 수 있겠다. [본문으로]
  7. 당장은 박원순 후보의 집회으 자유 보장과 광장 개방 약속이 눈에 띈다. 이 약속 이행을 통해 한미FTA, 한진, 비정규직, 등록금, 유성, 강정 등을 모아 한국판 99퍼센트 점거 운동을 시작할 수도 있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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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촛불항쟁은 반한나라·비민주당 개혁주의 정서가 결집해 표현된 계기였다. 그때 광장에서 민주당과 달리 진보정당 정치인들을 환영을 받았다. 강기갑 의원 등은 열광적 지지를 받았다.


9월초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서울시장 출마에 뜻이 있다는 보도가 나온 뒤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원장은 야권에선 “적수가 없다”(<국민일보>)고 할 만한 지지를 받고 있고 차기 대선주자 중 박근혜의 부동의 1위 자리를 위협하며 앞서기도 하는 유일한 인물이 됐다.

이런 안철수 현상을 두고 정치인과 평론가들은 대부분 “정치 불신”, “정당 실패”, “정당정치의 위기”라고 분석한다.

지금 정치에서 일차적인 불신의 대상은 누구보다 실패했고 불신받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다. 청와대와 국회를 장악하고서 소수 부자를 위한 정책만 펴고 있기 때문이다. 

1퍼센트 정치가 99퍼센트 평범한 다수의 일자리와 복지, 즉 미래를 위협한다는 인식이 갈수록 늘어나는 배경이다. 

그래서 안철수 현상의 출발점은 반한나라당(MB·반보수·반재벌·반신자유주의) 정서다. 안철수 원장 스스로도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는 것은 현 집권 세력 … 나는 …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겨레>―KSOI 여론조사에서도 “안 원장 지지층의 정당 지지도(복수응답)를 보면, 민주노동당(72.5%), 민주당(62.7%), 무당파(46.6%) … 이념 성향도 진보(57%), 중도(45.7%), 보수(23.2%) 순이었다.”[각주:1]

 
그래서 “‘안철수 현상’으로 표상되는 … 가치의 방향은 공익, 경제정의, 공정으로 명확히 나타나고 있다”는 한귀영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수석 전문위원의 지적은 옳다.

그러므로 박근혜처럼 단순히 “한국 정치 전체의 위기”라고 뭉뚱그려 규정하는 것은 일면적일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과 우파의 실패를 물타기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반MB 정서를 제1야당인 민주당이 아니라 안철수·박원순 등을 통해 표출하는 것일까. 그것은 민주당이 집권한 경험과 이명박 정부 4년 동안 보여 준 모습 때문이다.

노무현의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이명박 ‘비지니스 프렌들리’의 예고편이었고, MB 4년 동안 민주당은 “싸울 듯 하다가도 결국엔 무릎을 꿇[] … 갈짓자 행보”(시사평론가 김종배)를 보였다. 당장 한미FTA도 비슷하게 가고 있다.

노무현 추모 정서와 별개로 그 시절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 것이다.

한 여론조사에서도 무려 73퍼센트가 ‘지지 정당이 없다’고 답했다. 자신의 가치와 이해를 대변해 줄 정치적 대안을 못찾는 것이다

한귀영 씨는 노무현 시절부터 이명박 정부 때까지의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대중의 정치•경제적 인식은 이미 ‘좌클릭’하고 있는 데 반해, 정치권은 여전히 보수 편향에 머물러 있다”[각주:2]고 지적한다.

결국 거대 여당과 제1야당의 ‘통치’가 소수 특권층을 위해 다수의 삶을 고통에 빠뜨린 경험 때문에, 부패 소굴이 된 기성 정치 질서 바깥에서 “사회 공헌의 성공 신화”(<한겨레21>)를 써 온 안철수 원장, 박원순 후보 같은 이들이 지지를 받는 것이다.

김어준의 표현을 빌면 “국가를 수익모델로 삼는” 부자들의 집단과 사회 공헌에 앞장서 온 양식있는 인물들은 대칭의 존재로 보이게 마련이다. 

사실 이 MB 정서와 민주당 불신(반한나라·비민주당 개혁주의)의 밑바탕에는 계급 문제가 놓여 있다. 1퍼센트를 위해 99퍼센트를 희생시키는 정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동안 정치 불신과 정당정치의 위기는 투표율 저하로 나타났었다.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한 1987년 대선 투표율은 89.2퍼센트나 됐지만, 2007년 대선 투표율은 63퍼센트였다. 2008년 총선 투표율은 과반도 안 되는 46.1퍼센트였다. 청년층의 투표율은 평균의 절반이었다.


계급


최장집 고려대 교수는 이를 두고 “노동자의 정치적 이해가 대표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 ‘안철수·박원순 현상’을 초래했다. … 지금 갈등의 축은 세대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노동과 고용의 문제”라고 정확히 지적한다.

그렇다면 왜 지금 진보정당은 노동계급의 반한나라·비민주당 정서를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최 교수는 진보정당이 “현실적인 정책 대안을 수립한 뒤 현실적으로 수용 가능한 범위에서 기존 정당과 타협[했다면] … 상당한 힘을 갖는 주요 정당”이 됐을 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동계급 대중정당 노선에서 더 멀어져 “기존 정당과 타협”을 추구하는 민주노동당의 ‘묻지마 야권연대’나 강령 후퇴, 참여당과의 통합 시도야말로 진보정당의 정체성과 존재감만 후퇴시켰다.

서울시장 야권후보 경선에서 민주노동당 후보의 존재감이 미약했던 것은 이런 방향의 가장 최근 사례일 뿐이다[각주:3]. 최근 야권연대로 쏠쏠한 선거 실적을 거든 민주노동당은 역설이게도 2008년보다 정당지지율이 낮다. 운동권 정당의 모습에서 벗어나겠다며 민주노동당에서 분열해 “현실적인 정책대안”을 추구하려던 진보신당의 추락도 눈여겨 봐야 한다[각주:4].

대중의 정치 불신이 계급 문제라면 [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자들의 단견과 달리] 진보정당이 “노동자가 중심에 선 진보정당”을 지향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한국 정치사에서 제3세력으로 출발해 10년 이상 … 뿌리 내려온 정당이 있는가? … 진보정당을 통해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시키려는 잠재적 세력이 우리 사회에 굳건히 존재한다.”(노회찬) “2004년 민노당의 역사적인 의회 진출 때도 국민들이 진보정당 사람들에게 열광했다.”(김영훈) 따라서 “민주노총 중심의 길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다.”(권영길)

그러므로 문제는 애초의 좌표가 아니라 실제로 진보 개혁을 실현할 힘을 모으고 발휘하는 과정에 있다고 봐야 한다[각주:5].

그 점에서 ‘노동 없는 진보정치’로 후퇴하는 걸 막으려면최 교수의 제안[각주:6]보다는 “‘도로 민노당’이 되는 걸 두려워하면 안 된다”는 권영길 의원의 말이나 “진보의 개념을 수정할 것이 아니라 원래 설정된 좌표[] …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노회찬 전 의원의 말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다.

이제 이것을 어떻게 구체화할 것이냐는 과제가 남는다.

진보대통합 차별화된 정책과 담론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정권과 재벌을 무력화시킬 유일한 사회세력으로서 노동계급의 파업과 시위 건설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진보정치의 신뢰 문제는 계급의식 문제일 뿐아니라 개혁 쟁취 능력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2008년 세계경제 위기가 지속되고, 양극화가 심화되며, 각국의 신자유주의 정부들이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을 지속하는 가운데 이에 대한 저항과 불만이 자라나고 있다.

미국 유력 주간지 <타임>의 여론조사에서는 월가 점령 시위 지지가 54퍼센트로 우익단체인 티파티나 오바마보다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보진영이 ‘반한나라·비민주당의 진보적 제3 대안을 찾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려면 급진적 대안을 분명히 하되, 대중과 유연하게 대화[각주:7]하며, 진보 대중의 단결을 추구하며 투쟁을 건설하는 것이 필요하다. 희망버스’는 그처럼 ‘다른 정치’의 가능성을 한국에서도 보여 줬다. 좌파가 지금 후퇴하는 계급정치를 다시 전진시키려면 이런 과정에 개입해 중요한 구실을 해야 한다. 



※ 이글은 축약해 <레프트21> 67호에 실렸다. ☞ 바로 가기

  1. 9월 19일 한겨레 보도. [본문으로]
  2. 최근 한귀영 씨가 박사 논문을 다듬어 출판한 ‘진보대통령 vs 보수대통령’은 참고할 만하다. [본문으로]
  3. 예를 들어, 국민참여경선 민주노동당 최규엽 후보는 17,891명 참여자 중 467명만 지지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서울본부 등이 참가자를 조직했는데도 그 수치밖에 나오지 않은 것은 진보정당 지지자들도 최규엽을 찍지 않았다는 것인데, 어차피 사퇴가 사람들의 인식에서 굳어지니 일종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골수 지지자라도 어차피 사퇴할 후보를 적극 지지할 마음이 생기겠는가. [본문으로]
  4. 어떤 이들은 2010년 지방선거 서울시장에서 노회찬이 완주해 한명숙을 떨어뜨린 게 진보신당 추락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그때 노회찬을 찍은 사람의 평가라면 줏대 없는 사람이고, 한명숙을 찍은 사람의 평가라면, 자기 능력을 과대망상하는 것이다. 자기들이 특정세력이나 인물의 지지율을 올릴 순 있지만 내릴 순 없다. 그리고 한명숙의 패배는 능력을 보여 주지 못한 결과다. 지난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진보신당이 참패한 것은 이후 추락의 원인이 아니라 이전의 추락 과정을 확인시킨 계기에 불과했다. 의회적 사민주의로 가려던 목적의식적 기획인 진보신당 창당은 사실 2008년 총선에서 대표주자들이 낙선하면서 시작부터 일그러졌다. 조승수 전 대표의 당선조차 민주노동당의 양보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자력으로 선거에서 주요 포스트를 확보할 수 없는 당의 능력을 최종 확인한 것이 2010년 6·2 선거인 것이다. 그런 깨달음이 바로 독자파를 위축시키고, 진보신당의 위기를 촉발한 것이다. [본문으로]
  5. 진보대통합의 실패, 민주노총의 무기력, 참여당 논란 등이 최근의 신뢰 추락과 존재감 상실에 크게 기여했을 것이다. [본문으로]
  6. 최장집 교수는 정치란 의회정치이고, 따라고 정치의 핵심은 정당이라고 본다. 그래서 최 교수는 2008년 촛불항쟁이 정당정치를 위협한다며 정권퇴진으로 가지 말고 의회정치로 복귀하라고 주장한 바 있다. 3년 후 당시 논쟁을 결산하면, 틀린 것은 최장집 교수인 것이 명백해 보인다. [본문으로]
  7. 이것은 사용하는 언어의 문제기도 하다. 예전부터 운동권 사투리에 대한 자각과 냉소는 있어 왔다. 문제는 진보의 논리적 개념들을 쉽게 표현하는 게 그 의미와 가치를 속류화하는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신자유주의를 다른 어떤 단어로 대체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경제 위기 고통전가라고도 많이 사용하는데, 신자유주의 정책이 장기적 경제 위기 대응책이긴 하나, 단기적 호황 때도 신자유주의 전략은 지속되니 정확히 표현하기 힘들기도 하다. 자조적으로 보면, 이런 것이 상상력과 능력의 문제이기도 한데,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면 계급이란 단어가 그렇다. 매우 쉽지 않고 낯선 단어이기는 하지만, 그것처럼 계급을 대변하는 정치, 사회의 문제를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와 개념)은 없다. 지난해와 올해 유럽과 미국 시위에서 계급투쟁이라는 단어가 보편화하는 걸 보면 계급 같은 단어를 쓰는 게 전혀 문제가 아니다. 자주 써서 금기를 깨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 그 점에서 2004년 총선 이후 민주노동당의 의원단 활동에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전략적 시각을 지닌다면, 계급 정치를 그 단어대로 선명하게 강조하는 게 대단히 어려운 일은 아니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계급 분단선이 더 커지고 계급투쟁도 고양되고 있으므로 더 쉬운 일이 됐따.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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