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들은 참여당 통합 반대가 속좁은 진보가 참여당을 두려워해서라며, 참여당과 통합해 그들을 견인하고 진보의 외연을 넓혀 대중성을 얻고 집권으로 가자고 말씀들하십니다. 과연 그럴까요.


참여당은 당세로 치면 민주노동당과 비교도 안 되고, 심지어 진보신당보다도 당비 내는 당원이 적습니다. 민주노동당처럼 탄탄한 지역 활동가 조직망을 전국에 갖춘 것도 아닙니다. 선출 공직자는 비교도 안 되죠. 야권 단일후보로 뽑혀 일대일 구도 속에서 총력 지원을 받아도 참여당 후보는 당선을 못 합니다. 유시민도 바로 그 당사자 중 하나죠. 


그런데 요상하게도 통합 관련해 참여당의 기세가 민주노동당 지도부보다 등등합니다. 참여당이 내년 총선에 독자로 출마하게 되면 비례후보만 내겠다는 것은 어느 당을 협박하는 걸로 보이나요. 노무현 정부 실패에 진보도 책임지라는 오히려 큰소리를 칩니다. 그런데도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지도부는 진정성을 받아주자며 감싸기 바쁩니다. 


그래서 저는 진정으로 참여당을 두려워하고 끌려가는 분들은 참여당 통합을 말하는 당 지도부라고 생각합니다. 이 비교도 안 되는 덩치의 당과 통합해야 집권의 길로 갈 수 있다는 것은 그 당이 그만큼 주류 질서 속에 있는 당이기 때문이죠. 


기성 정치판에 내놔도 손색없는 국정운영 경력들(진보의 처지에서 보면 한심하거나 가증스러운), 인지도 짱인 유력 대선 후보 등. 참여당과 통합해서 얻는 대중성은 주류 질서에 영합하고 편입해 얻는 것이죠.

 

한마디로 참여당을 경외하는 당 대표와 지도부들이 최근 행보를 통해 인정받고 싶어하는 대상은 바로 이 나라의 주류 질서/주류 지배자들입니다. 한국의 현재 지배 체제에 정면으로 도전하지 않겠다는 것이죠. 


그래서 반자본주의적인 창당 강령도 없애고, 헌정회법 개정안 찬성으로 전직 주류 엘리트들의 뒤를 봐 주는 데 협력하는가 하면, 당장 절실한 투쟁들을 모아 강력한 연대 건설에 앞정서는 대신 투쟁의 섟을 죽이며 1년 반 뒤를 기다려 선거에서 심판하자 하고, 파업 농성장에 민주당과 동행해 농성 해제나 종용하며, 호전적인 주류 엘리트들의 대북결의안에 반대하지 못해 왔죠. 이제는 참여당과 통합해 위험하지 않은 정당임을 보여 주려고 노력하는 것이죠. 


현재 참여당과 통합은 참여당의 좌경화가 아니라 민주노동당의 우경화를 통해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이’ ‘유’ 있는 통합 추진. 컨셉과 멘트, 장소까지 정말 불온하기 짝이 없는 행사다.



노동자·민중을 때려잡고 절망을 강요하며 눈물 짓게 한 자들과 합치는 게 더 좋은 일이라는 듯한 태도를 진보정치 지도자들이라는 사람들이 보이고 있으니, 결국 노동자·민중을 위한다는 정치라는 말은 다 듣기 좋은 말이고, 사실은 지도자들 몇 몇, 그리고 자기들 종파의 권력 참여에 더 관심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비록 국가보안법을 인정하는 실수를 한 적이 있고 때로 의견 차이도 있지만 진보신당은 함께 진보의 요구를 들고 진보적 대중운동 속에서 일해 온 진보의 식구들입니다. 진보대통합의 일차 기준과 원칙은 진보세력이 통크게 단결한다는 것이 돼야 합니다. 


진보진영에서 누가 참여당에게 합의문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습니까. 합의문 승인한 단체와 통합을 한다는 것이 아무나 승인만 하면 통합해야 한다는 해석은 진의를 왜곡하는 무리한 해석입니다. 합의문 정신에 걸맞는 진보단체여야 자격이 있는 겁니다. 참여당은 정확히 말하면 합의문을 만든 연석회의에 참가신청을 했으나 진보정당이 아니라는 다수 견해로 연석회의에 포함되지 못한 세력입니다. 


합의문 만들 때도 진보세력이 아니라고 배제된 세력이, 권한도 없는 회의(중앙위)에서, 합의문을 안건 자료로 첨부하지도 않은 채 통과시킨 ‘동의한다’는 한마디 표현이 그토록 믿음직스럽습니까,

그 당의 지도자들은 합의문과 충돌하는 강령은 전혀 손대지 않았고, 이명박의 한미FTA는 반대하지만 노무현의 한미FTA는 떳떳한 협상이었다는 집단이고 백주에 공권력의 이름으로 노동자와 농민을 때려 죽인 과거를 두고 한나라당에게 "국가 이익을 위해 지지층의 여론을 어기고 정책을 추진할 수 있냐, 그것이 노무현 정신"이라고 일갈하는 집단입니다. 


이정희 대표는 노무현 정부에 참여의 방식으로 영향을 미쳤으면 어땠을까 하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진보진영이 노무현 정부에서 참여의 방식을 사용하지 않은 게 아닙니다. 4대 개혁 입법 투쟁 때 민주노동당이 중심이 돼 국회 안팎에서 힘을 몰아준 바 있고요. 민주노총은 대의원대회 단상 점거 사태를 겪으면서까지 노사정위원회에 참가했습니다. 


그 결과는 어땠습니까. 4대 개혁 입법은 멀리 안드로메다로 가 버렸고, 민주노총은 노사관계로드맵이라는 족쇄를 차더니 결국 비정규직악법으로 카운터펀치를 맞았습니다. 이것이 원칙 없는 정권 참여, 원칙 없는 진보의 길이 낳을 패배의 길을 미리 보여 주는 것입니다. 2007년 대선에서 저조한 성적이 바로 이런 잘못된 과거와 관계 없다고 볼 수 있을까요. 


결론적으로 참여당과 통합보다 진정으로 노동자·민중의 개혁과 변화 염원을 대변할 수 있는 그릇을 만들어야 합니다. 다행히 전여농, 진보교연, 민주노총 전현직 지도부들이 참여당 통합에 반대하는 견해를 제출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산별대표자회의도 진작에 이런 결정을 한 바 있죠.

이 뜻을 받아 안아야 하고,
 우리 당의 전현직 대표 등 지도자들이 이런 원칙 없는 행보에 제동을 거는 데 앞장서 주시길 바랍니다.

대중적 진보정당, 즉 진보정치의 대중화란, 각성한 노동 대중의 폭넓은 참여가 활발해질 때 이뤄지는 것입니다. 즉 원칙있는 진보의 외연 확장을 뜻하는 것이지 원칙도 없고 정체성도 버리면서 진보 딱지 붙인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물론 진보정치가 폭넓은 노동 대중 속에 뿌리내린다는 뜻의 진보정치의 대중화가 말처럼 쉽게 달성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도로 가야 애초의 목표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의 모습처럼 애초 목표가 흐려져 본말이 전도되는 일이 벌어집니다.

자본주의 위기의 시대, 혁명의 현실성이 다시 주목 받는 시대에 적어도 거꾸로 가진 말아야죠. 보기에 먹음직스럽다고 독 묻은 사과를 먹을 순 없습니다. 우리는 백설공주가 아니라서 왕자가 와서 살려주지 않습니다. 개혁은 투쟁 없이는 이룰 수 없는 것이고, 참여당과 통합은 대중투쟁의 결기를 꺾을 뿐입니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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