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참패, 안철수 열풍, 한미FTA 반대 투쟁의 급부상 등 성난 민심의 쓰나미가 한나라당을 덮치면서 이명박 정부는 어디로 뱃머리를 돌려도 살 길이 안 보이는 상황이 됐다. 

이명박은 경제도, 정치도 모두 실패했고, 사람들은 그를 더는 믿거나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공생경제’는 서민고생경제가 됐고, ‘공정사회’는 신분고정사회가 됐다.

이 현실에 가장 큰 절망과 분노를 느끼는 게 바로 노동계급 청년세대들이다. 이들이 지금의 반한나라당 정서와 계급투표 정서를 이끌고 있다.

이 때문에 친재벌 이미지를 털어보려고 최근 SK 비자금 수사 등 재벌들을 압박해 보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하자는 동반성장위조차 여당이 공격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정확하게도 계급간 분배를 이 정권에서 기대할 순 없다고 본다.

이런 분위기가 최근 10·26 재선거와 내곡동 사저 의혹 폭로, SLS와 부산 저축은행의 권력형 측근 비리 등 몇 가지 계기로 폭발하고 있으니 정권의 추진력은 망가지고 레임덕이 본격화됐다. 1퍼센트 정권의 FTA 추진은 오히려 99퍼센트의 분노에 기름을 붙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몸을 낮춘 이명박이 필사적으로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려고 10월 안에서 처리하라고 지시하고, 심지어 박근혜도 나서서 돌격 명령을 내렸지만 별 반응도 없는 게 지금 한나라당의 상황이다. 

농민들이 의원 사무실을 점거하고 위협하자 한나라당 의원 일부는 비준안에 반대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했다. 그래서 비밀투표 얘기도 나온다. ‘FTA 찬성 의원 살생부’에 “떨고 있는 사람 많다”는 관찰이 허세로 들리지 않는다. 

이러는 동안 이명박 지지율은 20퍼센트대로 추락했고, 안철수의 ‘청춘콘서트’를 흉내내 추진한 드림콘서트도 연예인들이 모두 출연을 거절해 망신만 당했다. 

지금 뭘 해도 안 되고, 뭘 해도 불안한 것이 지금 한나라당의 처지다. 
난파선에서 뛰어내려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자 분당설도 본격화되고 있다. 그래서 지금 한나라당은 어제 한 말과 오늘 한 말이 다르고, 누구도 서로를 못 믿는 공황 상태에 빠져 무기력해지고 있다. 

‘고령 의원 물갈이론’이 나오자, 친이계는 이상득 제거 음모가 아니냐고 의심하고, 친박계는 박근혜 죽이기라며 반발한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목청 높여 ‘복지망국론’을 외치더니, 이제는 “쇄신 차원으로 내년 복지 예산을 크게 늘릴 것”(정책위 부의장 김성식)이라며 무상보육 전면 확대 공약을 내놓는다.  

방금 전에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주도하며 우익의 선봉에 섰던 박세일은 이제 민주당 손학규도 함께할 수 있는 ‘大 중도 신당’을 만들겠다고 주장한다. 

친박계는 ‘박세일 신당’이 청와대가 개입한 박근혜 죽이기 음모라고 의심하며, 친박신당 얘기도 흘린다. 이미 한나라당의 실세인 박근혜와 친박이 굳이 한나라당에서 나갈 가능성은 높지 않으니, ‘친박신당’ 설은 사실상 이명박에게 ‘나가 달라’는 압박으로 보인다. 

그런가 하면 친이계에서는 안철수를 영입해 친이신당을 만들자는 망상도 흘러나온다. 

이런 정신분열증적 상황은 조전혁 같은 꼴통우파적 인물이 ‘쇄신파’라고 설치는 것에서도 드러난다. 

집권여당을 뒤흔든 위기감은 외부, 즉 기층 대중의 계급적 분노에서 비롯한 것이므로 기층의 불만이 행동으로 표출될수록 분열은 깊어질 것이다.

(지금 저들의 내부 알력 관계는 외부의 거대한 압력에 밀려가는 종속 변수인 것이다. 그래서 이명박이 궁지에 몰리면서 위장 행보와 함께 친위체제 구축과 몇 가지 반동 조처를 취할 텐데, 쫄 필요는 없다. 그럴수록 고립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럴수록 행동으로 밀어붙여 꾀죄죄한 반동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두려움을 각인시켜야 한다. 아쉬운 것은 대중투쟁 수준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명박의 꼼수가 뻔한데, 국회에 이명박이 와서 날치기 명분을 쌓게 민주당이 도와 준 것 자체가 문제다.



한편 민주당은 이명박의 위기에서 반사이익을 얻기는커녕 동반 추락하고 있다. 반한나라당 전선에서 끊임없이 동요한 탓에 11월 들어 민주당은 도리어 지지율이 떨어졌다.  
 
민주당은 한미FTA 체결 원조 당답게 입장을 몇 번씩 번복하며 비난 받았다. 민주당은 15일 이명박의 국회 방문과 면담에 응하면서 다시 타협적 태도를 보였다. 

김진표 등은 ‘한나라당 2중대’, ‘트로이의 목마’라고 욕먹고 있고, 한미FTA 때문에 민주당이 쪼개지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민주당의 동요는 FTA 반대, 부자 증세, 보편 복지 등을 일관되고 진지하게 추구하는 것은 자신의 자본가계급 기반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위기와 동요로 야권연대 주도권을 상실하자, NGO인사들과 문성근, 문재인 등 친노 인사들로 구성된 ‘혁신과 통합’이 민주당 바깥에서 야권대통합연석회의를 소집하며 야권 통합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총선을 겨냥한 창당 논의는 지분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어 결국 민주당이 대주주 지위를 되찾을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이 당이 ‘손학규+문재인’에 그친다면 이 통합당은 ‘도로 민주당’으로 비춰질 게 뻔하다. 그것은 애초에 야권통합 압력의 뿌리인 반한나라·비민주당 정서를 제대로 흡수할 수 없게 만든다. 

그래서 손학규, 문재인 등은 이 통합정당을 “민주진보통합정당”으로 부르며 안철수와 박원순, 진보정당, 한국노총 등이 좌우로 폭넓게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안철수의 진로가 정해지지 않았고, 진보정당들이 분열돼 있어, 당분간은 야권통합정당론이 최근 두드러지게 표출되고 있는 대중적인 반한나라ㆍ비민주당 정서의 모순되고 불완전한 구심점 구실을 할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모순 때문에 이 통합 시도는 민주당의 분열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각주:1] 어설프게 진보정당이 이곳을 기웃거리다 기층의 불만이 행동으로 옮겨가는 분위기의 섟을 죽인다면 진보진영의 분열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오히려 진보정당이 독립적으로 기층의 불만을 행동으로 조직하고 원칙있게 이 분노를 대변한다면 지금 상황을 파고들 여지가 결코 적지 않다. 실제로 최근 한미FTA 저지 투쟁 국면에서 민주당에 대한 불신은 커졌고,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은 상승했다.[각주:2]

반대로 진보진영이 [참여당과의 통합이나 야권통합 기웃거리기로] 민주당ㆍ친노세력과 구분되는 독자적 가치와 정책을 약화시키면 대중투쟁 가능성을 제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반한나라ㆍ비민주당 정서를 온전히 수용하지 못할 것이다. 이는 보수진영에 기력을 회복할 기회를 줄 수 있다. 

무엇보다 계급연합으로는 각성하고 있는 노동계급 청년세대의 계급적 분노를 제대로 대변할 수 없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한미FTA 저지 투쟁 등 대중투쟁을 강화하면서 정치적 도약의 기회를 노려야 한다. 

[긴급 광고]

No! FTA! 모여라 촛불아!  ― 11월 19일(토) 오후 6시 서울 시청광장

모여서 분노를 드러냅시다! 우리의 미래를 저들이 팔아먹지 못하도록 합시다!
한미FTA를 폐기시킵시다! 이명박을 그로기로 내몹시다! 



※ 이 글은 축약해 <레프트21> 69호에 실렸습니다. ☞ 바로 가기

 
  1. 물론 투쟁이 고조되고, 민주당이 그 압력으로 분열하면 변증법적 역사 법칙에 따라 그것이 보수대연합으로 귀결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2004년에 그랬듯이 그 연합은 대중에게서 외면받는 보수대연합일 것이다. 사실 1990년의 보수대연합인 민자당도 막상 바로 다음 선거인 1992년 총선에선 의석이 더 줄었고 정주영의 국민당 창당으로 대연합 효과를 내지도 못했다. 문제는 그때보다도 보수파 주류들의 구심력이 훨씬 더 취약하다는 것이다. [본문으로]
  2. 그래서 나는 어설프게 참여당과 끼워팔기 진보통합을 하느니 진보 연합을 추구하면서 지금 상태로 가는 게 차라리 미래를 도모하는 데서는 더 낫다고 본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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