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대선 출마 선언을 앞두고 대선 캠프를 간소하게 꾸리겠다고 한 것은 가소로운 위선이다. ‘박근혜 유일 체제’가 된 새누리당 자체가 사실상 박근혜 대선 캠프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에서 박근혜 유일 체제가 확립되면서, ‘과거 회귀’스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사법부조차 내란죄로 판결한 전두환의 쿠데타에 참여한 하나회 출신 강창희가 국회의장이 되고, 그 내란의 수괴인 전두환이 육군사관학교에서 사열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국회에선  진보정당 의원들을 자격심사하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시도가 일어났다.


올초에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세금 2백억 원이 들어간 박정희 기념관이 건립됐고, 기념관 홍보물은 “뜻깊은 관람으로 위대한 선각자의 정신과 역사를 배우[자]”고 하고 있다. 


이처럼 독재정권을 대놓고 찬양하는 자들이 득세하는 ‘박근혜당’이 진보정당 의원들의 국가관을 심사하겠다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전두환도 국회의장에 육사 출신을 임명하진 않았다’며 를 박근혜의 독재자 DNA를 비난했다. 


강창희는 박근혜 후원 원로 그룹인 7인회 멤버이기도 하다. 이 7인회 소속의 김용환, 최병렬, 안병훈, 김용갑, 김기춘 등은 모두 <조선일보>와 육사, 검찰 출신들로 박정희와 전두환 시절에 권력 핵심부에서 떵떵거리고 지냈던 자들이다. 


박근혜의 대선 캠프에는 5ㆍ16 쿠데타를 ‘혁명’이라 미화하는 뉴라이트 교과서를 펴낸 박효종 같은 자가 비중있는 자리를 맡아 포함됐다.



박근혜, 네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 불.결.해~ 불.길.해~ 빈.곤.해~ 불.가.해~ 봉.기.해.!!! 내꿈이 이루어지는 나라~~



사실 박근혜의 독재자 DNA는 단순히 유전적인 것만은 아니다. 박근혜 본인이 유신 독재 핵심 권부의 일원이었다. 


박근혜는 박정희의 처인 육영수가 사망한 스물두 살 때부터 실질적인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수행했다.(당시엔 ‘국모’라고 불렸다.) 예를 들어, 미국 대통령 카터가 방문했을 때 카터의 처를 퍼스트레이디 자격으로 공식 영접한 것은 박근혜였다. 싱가포르 총리 이광요와 정상회담에도 참석했다.


박근혜가 총재를 맡으며 시작한 ‘새마음[갖기]운동’은 박정희가 추진한 새마을운동에서 이름을 본따고 박정희가 지시한 국민정화운동의 일환으로 시작된 일종의 국민의식 개조 운동이었다.


박근혜는 전국을 돌며 수천 명, 수만 명을 모아 궐기대회를 열고 박근혜가 사열을 받으며 훈화하는 방식으로 이 운동을 추진했다. 나중에는 이런 새마음대회에 정부 장관들과 서울시장 그리고 정주영 같은 재벌들까지 동원됐다. 


그러면서 박근혜는 “충은 국가 전체를 복되게 하고, 그 복됨은 우리 전체에 보다 큰 행복을 나누어 줄 것[이고] … 충효 사상은 물질만능의 병폐를 치료할 수 있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국가를 충효와 숭배의 대상으로 떠받드는 박근혜의 국가관은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못해 아예 관계가 없다.


박근혜는 당시에 “충효를 기본이념으로 … 국민 전체의 국민철학으로 심어져 나갈 때 이 땅은 이상적 복지국가가 될 것”이란 말도 했는데, 박근혜식 ‘복지국가’조차 이런 식의 국가관에 바탕한 것이다. 그 뿌리부터 유신독재식 경제 성장과 국민 통제를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충효의 대상인 박근혜의 국가는 또한 ‘반공 우익 국가’다. 한나라당 당대표를 하던 2004년에는 연말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하며 이른바 ‘국가 정체성 수호 투쟁’을 하면서 법사위원장이던 자당 최연희가 ‘버티기 힘들다’고 하소연하자, "도대체 국가관이 있는 겁니까?” 하고 호통을 쳤다고 한다[각주:1]


“유신이 없었다면 공산당의 밥이 되었을지도 모른다”(1981년 일기)는 독백은 여전한 심정일 것이다. 그의 ‘진보정당 의원 국가관 심사’ 발언은 바로 이런 발상의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1997년에 정계 ‘복귀’를 하며, 또 1998년 재보선에 나서면서 ‘아버지가 이룬 나라가 망가지는 걸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박정희가 죽고 청와대에서 밀려난 뒤 박근혜가 매달려 온 것이 “박정희 재평가 작업”이었던 것과 그가 10년째 대통령에 도전하고 있는 것은 공사가 구분되는 별개의 작업이 아니다. 그의 대권 도전은 옛 영광의 복원을 바라는 ‘유신 적자’의 진군일 뿐인 것이다.


바로 그 때문에 박근혜 대세론 뒤에는 독재 시절을 그리워하는 1퍼센트 어둠의 세력이 모여드는 것이다. 


※ 이 글은 축약해서 <레프트21> 85호에 실렸다. ☞ 바로가기

  1. 당시엔 한나라당이 야당이었고, 원내 제2당이었다. 여기 나오는 최연희는 성희롱으로 문제가 됐던 검사 출신 그 최연희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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