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정치쇄신안은 우리와 80퍼센트 같다. 이 염원을 받아 안는 게 우리의 도리다.”


이것은 문재인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말이다. 안철수 사퇴 전까지 “무면허 정치인”, “호객꾼”, “기회주의자” [심지어 마르크스에 비유하기도 했다!] 등 막말을 퍼붓던 태도가 돌변한 것이다. 


‘민주당이 흘리게 한 안철수의 눈물을 우리가 닦아줘야 한다’며 안철수 지지층을 조금이라도 더 흡수하려고 책략을 부리는 것이다. 설령 그것이 뜻대로 안 되더라도 두 지지층 사이를 이간질시켜 문재인에게 가는 표를 줄이면 보수 지지층 결집으로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08년 총선과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을 포함한 주요 우파 정당이 얻은 득표 합계는 엇비슷하다. 그런데도 2008년에 우파가 얻은 의석수가 30석가량 많은 것은 반우파층의 투표율과 결집 정도가 달랐기 때문이다.





사실 박근혜는 한동안 지지층 확장성의 한계와 이명박 레임덕의 여파로 위기를 겪었다. 

이 때문에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보수대연합’ 색채가 두드러졌다. 어차피 반우파 정서의 벽을 확인했으니 확실한 우파 결집 후 반우파층의 투표율 낮추기 책략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지금도 반우파 정서가 막강하고 검·경 갈등 등 레임덕 등 위기의 요소들은 여전하다. 다만, 보수층 다지기에 열중하는 동안, 문재인과 안철수가 감동과 비전 없는 단일화 과정 때문에 기회를 못 살려 숨돌릴 틈을 얻은 것이다. 


이회창, 나경원이 몰려 들고, 박근혜에게 ‘칠푼이’라고 막말하던 김영삼마저 지지 선언을 준비한다고 한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에게 국민대통합은 없고, 보수대연합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숨돌린 박근혜가 안철수 지지층을 노리고 위장막을 쳐도, 그것이 두드러지기보다는 우파 본색이 더 짙어지고 있다. 


사람들 속이려고 내놓은 유신피해자보상법이 딱 그렇다. ‘보상’은 적법한 행위 때문에 생긴 불기피한 피해에 대해 쓰는 용어다. 국가의 잘못으로 말미암은 피해는 ‘배상’이 맞다. 여전히 박근혜는 유신의 정당성을 신봉하고 있다는 뜻이다.


재벌 중심의 성장론과 색깔론 안보 공세 같은 전통적 우파 의제들도 줄기차게 제기하고 있다. 투표율 낮추기를 위한 무차별 네거티브 폭로전과 ‘종북’ 마녀사냥도 계속되고 있다. 


박근혜 캠프 총괄 지휘자인 김무성은 2008년 촛불항쟁을 두고 “대통령이 공권력으로 확 제압했어야죠. 촛불을 보며 아침이슬을 불렀다고 공개해 국민을 실망시켰다”고까지 말했다. 


박근혜의 새누리당은 최근 국회에서 투표시간 연장법안을 무산시키더니 제주해군기지 예산안도 국방위원회에서 날치기했다. 지난 번엔 면담 요구하는 쌍용차 노동자들을 끌어내더니, 어제는 반값등록금 요구하는 학생들을 전원 연행했다. 


과거가 아니라 미래가 중요하다더니, 박근혜 정권의 ‘미래’를 화끈하게 미리 보여 준 셈이다. 


그래놓고 박근혜는 지금 문재인을 ‘실패한 노무현 정권의 실세’라는 식으로 비난한다. “비정규직이 그때 양산됐고. 등록금이 폭등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문제들은 문재인의 약점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지지층의 개혁 염원을 배신했다.


문제는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이런 비판을 할 자격이 있냐는 것이다. 유신잔당들이 할 소리는 아닌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실망스런 노동법 개악마저도 너무 ‘친노동’이라며 더한 개악을 주문했던 자들이 바로 오늘의 새누리당이었고, 박근혜는 바로 그 당의 대표였다. 


23명이 억울하게 죽어갔는데도, 쌍용차 국정조사조차 못 하겠다는 것이 박근혜의 ‘민생정치’고, 대법원 판결을 이행하라는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규를 모른 체하는 것이 새누리당의 ‘법치주의’다.


박근혜가 민생법안이라고 내놓은 ‘사내하도급법’을 두고 노동자들은 ‘정몽구법’이라고 부른다. 이 법안대로면, “과거 현대차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몰래 관리해 왔지만 이 법이 통과되면 합법적으로 하청 노동자들을 관리할 수 있게 된다.”(권두섭 변호사) 현대차 8천여 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무효화되는 것이다.


박근혜는 “최저임금이 5천 원도 안 되냐”며 무지를 드러냈는데, 올해도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법안을 한사코 거부한 것이 새누리당이다. 


영남대의료원지부는 박근혜가 사실상 소유주인 영남대재단 소속인데, 이 노조에 대한 노조 파괴 탄압이 시작된 것은 1989년 재단 비리로 쫓겨났던 박근혜 일당이 재단 복귀를 위한 준비를 시작한 2006년부터다. 박근혜 복귀를 위해 눈엣가시인 노조부터 파괴하려 했던 것이다. 육영재단 이사장 때는 여성 노동자들에게 결혼 후 퇴사를 강요한 바 있다.


박근혜의 법과 원칙은 우파와 기업주를 위해 노동자를 때려잡는 것이고, 박근혜의 소통은 불법 사찰과 탄압 따위를 위해 정부의 억압기구와 기업주가 연계하는 것일 뿐이다. 오죽하면, 한국노총조차도 2007년과 달리 지지하는 곳이 거의 없겠는가.


철두철미하게 ‘유신스타일’을 고수하는 반노동 우파 박근혜의 집권에 노동대중이 우려하는 이유는 이처럼 명백하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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