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경제 위기 본격화를 앞두고한국판 대처가 되라는 지배자들의 바람을 안고 집권했다. 지배계급을 위한 계급전쟁 치르기가 박근혜의 임무인 것이다.

 

이를 위해 박근혜는 역대 최대 규모의 보수대연합을 이뤄 대선을 치렀다. 그러면서도 대중의 복지 열망 때문에복지경제 민주화로 자신을 위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박근혜의 핵심 지지 기반은 재벌과 보수적 국가관료들이었기 때문에 이런 책략 자체가 모순에 바탕한 것이었다. 대선 성공 후 보수대연합의 균열 문제도 잠재적 위기 요소였다.

 

박근혜 당선 직후 기세가 오른 지배계급은 곧바로복지경제 민주화공약 철회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연초부터 한국 경제는 위기 조짐이 커지고, 곧이어 안보 위기가 불거진 것이 크게 작용했다.

 

결국 복지 공약 먹튀는 취임도 하기 전에 박근혜 통치의 정당성 위기를 불러 왔고, 취임식 전후 지지율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무능·부패·극우 인사 임명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커지면서 장·차관급 내정자가 일곱 명이나 중도 사퇴했다.

 

계급전쟁을 치러야 할 정부가 집권 초 사령부 구성에서부터 난항을 겪자, 집권당도 흔들렸다.  보수 언론끼리도 불협화음을 냈다. 인사 파동 속에서별장게이트가 터져 나와 검·경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다.

 

이 와중에 박근혜는 꾸준히 우파 본색으로 기울어 왔다. 국가정보원 등 억압기구에 육군 장성 출신과 공안검사 출신들을 임명하면서 좌파 단속을 예고했고, ‘경제 민주화의 본질은 경제 살리기라며 각종 친재벌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운운하던 박근혜는 지난 두 달 동안한미동맹 무한신뢰프로세스만 가동해 왔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박근혜는 취임 후 두 달이 지나서야 첫 내각 구성을 마쳤다. 국가기관 기강 잡기를 시도하며 위기를 봉합하고 반격을 도무할 기회를 엿보기 시작했다. 재보선에서 본전치기를 한 집권당은 이런 반격의 선봉에 서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위기가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경제 위기와 안보 위기 상황 속에서 박근혜는 국가기구를 반동화하는 방향으로 나갈 텐데, 사회적 세력관계가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박근혜는 홍준표의 진주의료원 폐쇄 계획을 두고 모호하게도민의 뜻이 중요하다는 말했다. 사실상의 찬성 의사를 이토록 에둘러서 말한 것은 광범한 반대 여론의 눈치를 봐야 하는 군색한 처지를 드러낸 것일 뿐이다.

 

그래서 박근혜는 저항이 본격화하기 전에 사회적 세력관계를 우파 우위로 되돌리려고 한다. 우선, 국회에서의 우위를 이용해 민주당을 각종 반동적 정책들에 끌어들이려 한다.

 

이를 위해 진보정당 의원들을 국회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다. 이미 노회찬 의원이 의원직을 잃었고, 통합진보당 의원들도 갖가지 소송과 자격심사로 발목 잡혀 있다.

 

그러나 이런 조처들이 쉽게 위기를 해결할 순 없다.

 

최근 국가정보원의 대통령 선거 개입 의혹, 그리고 이를 수사하던 경찰의 은폐 추문은 새로운 위험성을 보여 줬다.

 

이명박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에 관한 수사가 박근혜 당선의 정당성 위기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권 연장을 위한 이명박근혜 동맹 탓에 자칫 전임 정부 흔적 털기가 현 정부에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별장게이트사건처럼 이 의혹들 수사 자체는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이런 식의 추문 덮기가 계속될수록 박근혜 정부의 정당성 위기는 더 커질 것이다.

 

대외 환경도 여전히 모순을 낳고 있다. 중국과 소원해지더라도 전통적 한미동맹을 추수하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이번엔 일본 지배자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일본 총리 아베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침략을 부인하는 망언을 한 것이다.

 

미국은 한미동맹을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발전시키고 싶어한다. 그러나 미국을 추종하는 한국 지배자들조차 일본 우경화에 대한 대중의 반감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세 곳에서 치러진 4·24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두 곳을 차지했다. 박근혜의 임기 초 위기로 흔들렸던 집권당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애초 두 곳 모두 보수정당 후보들이 20년 넘게 60~80퍼센트를 얻어 온 지역이다. 특별히 잘했다기보다는 더 나빠지는 것은 막은 수준에 불과한 선거 결과다.

 

한편, 서울 노원병에서는 박근혜의 위기 요소들이 자라나고 있다는 것도 드러났다. 안철수가 당선한 서울 노원병에선 투표자가 지난해 총선보다 22천여 명 줄었는데, 그 중 절반이 넘는 13쳔여 표가 새누리당 몫이다. 박근혜 대선 득표율에서도 15퍼센트나 모자란다. 수도권에서는 지지층 이탈과 대중적 반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런 와중에도 새누리당이본전을 유지한 데에는 민주통합당의 무능이 자리잡고 있다. 민주당은 후보를 낸 곳 모두에서 크게 졌다.

 

박근혜가 복지 먹튀로 위기를 겪고 있는데, 민주당은 이를 공격하기는커녕 대선 때 내놓은진보적강령과 정책을 죄다 삭제하며 박근혜와 우경화, 공약 먹튀의 보조를 맞추려 한다.

 

보통 집권당의 위기 때 야당이 반사이익을 얻곤 하는데, 민주당의 삽질 덕분에 거꾸로 박근혜가 민주당 무능의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대안 정치세력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모호한새 정치의 안철수가 득을 봤다.

안타깝게도 주류 양대 정당의 위기를 이용해 정치 대안을 제시해야 할 진보정당들도 분열과 무기력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의 반동 본색을 직시하면서도, 그 안에 쌓이는 모순과 위기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유감스럽게도 진보진영은 박근혜 당선 이후 의기소침해져 분열과 온건화 압력에 노출돼 있다.

 

박근혜에 대한 반감을 대중적 저항으로 조직하면서 작은 승리들을 축적해 나가야 한다. 불신과 분열을 억지로 해소할 순 없으므로 당면한 단일 쟁점별로 뭉쳐 그렇게 해야 한다.

 

박근혜의 위기와 모순을 폭로하며 노동운동의 사기를 높이려고 해야 한다. 동시에 지배자들의 반동에 맞서려면 단호하고 급진적 지도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장하고 입증해야 한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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