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에게 과장된 공포에 짓눌릴 필요가 없고, 당당하게 사회에 진출하고 목소리를 내고 피억압 남성들과 연대해 사회 변화의 주체로 나서자는 주장이 여성 개인들의 주관적 감정과 경험을 이해 못 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사실 반박하기가 어렵다.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주관성 때문에 소통이 원활할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덧붙임: 내가 남성이라는 이유가 물론 가장 크다. 이렇게 토론까지 가로막는 일종의 주관적 피해자 중심주의가 피억압자들의 연대에 도움이 될까?)

나는 그렇게 본다. 오늘날 여성들의 분노가 커진 것은 여성들의 사회적 진출이 늘어 상대적 지위가 상승하고 자의식이 유례 없이 성장했는데, 차별 구조와 이데올로기가 별로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없던 차별과 혐오가 생겨서가 아니다. 여전히 여성들에게 억압적이지만 과거보다 상황이 더 나빠진 것은 아니다. 오늘날 여성 노동자들의 힘은 더 세졌다.

지금 사회를 여성들에게 유리하게 그래서 피억압 남성들에게도 유리한 곳으로 바꾸려면, 필요한 것은 자신감에 기초한 폭넓은 연대와 투쟁이지, 공포감과 주관주의가 아니다. 효과적인 정치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차분하게 논점들을 분석적으로 살핀 아래 기사의 일독을 권한다. 내가 하고 싶었지만 말을 아낀 얘기들이기도 하다.


강남역 살인사건여성차별, 흉악범죄, 자본주의


이 글은 제174호 온라인에 실린 관련기사를 다시 쓰다시피 개정하고 대폭 증보한 것이다. 기본 논조의 차이는 없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