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기사: <레프트21>15호 "이명박의 친서민 위장전입"  (축약)
관련 글: '친서민' 위장전입? 이명박의 ‘친서민’ 정책을 살펴보다  (수정·보완)


1. 비즈니스프렌들리의 한 길로 내달려온 이명박 정부라서 '친서민' 정책 표방은 역주행이라 부를만 합니다. 정권의 기조와 성격, 대중적 인식과도 다를 뿐 아니라 오래 가지 못 할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놀라운 것은 '중도·실용'적으로 진보정당 정책을 베껴 쓴 이명박의 국정 지지도는 올라가고 원 저작자 지지율은 답보 상태라는 점입니다. 얼마 전 민주노동당 한 활동가는 "등록금 후불제는 민주노동당이 요구해 된 것"이라는 말 밖에 할 것이 없다며 낭패감을 드러냈습니다. 

이번 '친서민' 표방이 이명박의 선제 공격이 아니라 저항과 비판 여론의 예봉을 피하려는 방어 성격이 크다는 점에서 단지 기만이기만 한 건 아닙니다.  

反MB 진영이 성과를 거두고 더 다그칠 조건이 됐는데도 오히려 난처해 지는 건 첫째, 민주당이 집권시 그 정도 정책도 거부해 왔던 당이기 때문이고, 둘째, 진보 정당들은 그동안 '당장 실현가능해야 한다' '손에 잡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단기 실용주의에 빠져있어서 그렇습니다. 단기 실용책에 집착하다 그걸 정부가 덜컥수용하니 방향감을 상실하는 겁니다.

근본적 대책을 요구하는 급진적 목소리를 내야 이명박의 베껴쓰기와 지지율 단기 반등에 상관 없이 제 목소리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단기 해결책만 요구한 것도 아닙니다. 예를 들어, 등록금 후불제는 등록금 상한제와 인하가 쌍을 맞춰 제시될 공약입니다.

정당에게 가장 좋은 정책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정책입니다. 왜 나인지, 왜 나를 지지해야 하는지 보여줘야죠. 한국 상황에선 무상(공공)의료, 무상교육, 부자증세, 기본소득, 공공주택, 대학 평준화 등이 그런 요구 아닐까요.

그 점에서 진보 정당의 노회한 정치인들보다 오히려 전남대 학생들이 붙였다는 대자보가 더 날카롭게 보입니다. "(등록금) 깎아 달랬더니 꿔준다고?"

기대감은 만족을 낳지만 더 큰 기대감을 낳기도 합니다. 이명박이 지지율을 유지하려면 기대감을 계속 충족시켜야 난처한 처지입니다. 이명박의 '친서민' '역주행'이 모순으로 가득차 있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2. 한편, 이명박 지지율 반등에는 부동산 경기 회복이 놓여 있다고 봅니다. 주식시장이 경우도 지난해엔 반토막까지 갔던 펀드들이 원금 이상을 회복한 경우가 많습니다.

부동산 경기 회복은 놀라운데, 예를 들어, 잠실 리센츠(옛 주공2단지)는 전세가만 3~4억 원씩 뛰었습니다. 현재 5억 원이 넘는 32평의 올봄 전세가가 2억 아래였습니다. 이런 곳은 웃돈을 얹어주며 이전 전세 계약자들에게 나가달라고 한다죠. 

그런 점에서 보면 임기내 보금자리주택 공급 계획 60만 호 중 28만 호가 임대주택이고 이중 20퍼센트가 생애 첫 주택이 될 거라는 정부의 홍보는 사람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듭니다. 제 기사에선 서초구 평당 1천1백50만 원이 비싸다고 했는데, 시세와 비교하면 사실 싼 거죠. 다만, 분양가가 평당 1천만 원을 넘는 것 자체가 거품이라고 보는지라.

보금자리 주택의 가격은 시프트와 마찬가지로 시세와 연동돼 있습니다. 분양이든 임대든 '주변 시세의 몇 퍼센트' 이런 식이죠. 이미 서초구 우면지구 등 보금자리 주택 예정지구 주변 땅값이 치솟고 있다고 합니다. 이리 되면 분양주택은커녕  임대주택 입주도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운 가격으로 형성됩니다. 파주 신도시처럼 말입니다.

2006년 부동산 거품 정점 언저리에서 대출 받아 집을 산 분들 중에 상당수가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거품 유지 정책에 안도의 한숨과 지지를 보낼 것입니다. 

문제는 이 거품을 언제까지 안고 갈 수 있겠냐 하는 것입니다. 현재 경제 위기를 정부가 막고 있다는 것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국민 세금으로 적자 기업을 억지로 돌아가게 하고 있다는 것 정도가 될 것입니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거품이 이 과정에서 지표상 경기 회복의 착각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부자 감세, 기업 감세는 조만간 지금의 재정 정책과 충돌할 것입니다. 출구 전략을 놓고 정부와 주류 엘리트층 안에서 의견 차가 커질 겁니다. 대한통운 사장 체포영장 발부한 것을 보면 하반기에 부실 기업 정리(구조조정)를 시작할 모양인데, 저금리 거품(건설기업 부양) 정책과 충돌합니다.

결국, 유리지갑인 월급쟁이 노동자들을 희생양  삼는 정책은 꾸준히 유지되거나 더 강화될 것입니다. '천서민' 위장 전입이 오래가지 못하고 들통날 거라고 보는 이유입니다. 

3. 문제는 10.28 재선거 등 선거 국면에서 떠오를 反MB 연합 결성 논란에서 한 축이 될 민주당의 경제·복지 정책이 한나라당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애써 이 점을 외면하고 민주당에게 손 내밀기를 계속할 경우, 오히려 이명박 지지율의 몰락은 늦춰질 것입니다. 

민주당과 별개의 새로운 진보 동맹이 더 현실적인 이유입니다. 낡은 것은 가고 있는데, 새 것의 등장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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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77일이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해고에 반대하며 공장을 점거하고, 이 공장을 차지하기 위한 노-사-정의 다툼이 벌어지는 동안 우리 사회는 하나의 시험대에 올랐다.

파업이 보여준 격렬한 갈등과 분열은 우리의 양식에 질문을 던졌다.

왜 문제를 일으킨 사람과 책임지는 사람이 따로 있는가. 정의는 왜 공장 문 앞에서 멈추는가. 왜 법은 약자를 위해 그 육중한 몸을 일으키지 않는가. 이 갈등을 끝낼 대안은 없는가. 

사실관계 논란을 재탕하는 건 이제 시간낭비다. 진실은 명백하다. 민주적 절차로 선출됐다는 정부가 일자리를 지켜 달라는 노동자 ‘국민’에게 테러리스트 진압 특수 부대를 보냈다. 쌍용차를 망친 대주주 상하이차 경영진은 누구도 징벌을 받지 않았다.

지금껏 이 문제를 다뤄 온 이들과 약간 다른 각도에서 물음을 던져 보는 게 낫겠다.

맹목적 경쟁

쌍용차 사건은 수천 명의 직원과 수백 개 유관 기업을 거느린 대기업이 파산 위기로 내몰린 것이다. 경영을 맡은 대주주들의 부실 경영과 도덕적 해이가 위기의 직접적 계기였다.

그러나 지금 세계적으로 자동차 산업의 과잉 생산은 3천만 대에 달한다. 이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연간 생산량 3백80만 대(2008년 기준)의 약 8곱절이다.

지난해 6월 파산 보호에 들어간 세계 최대 기업 GM은 생산 설비의 거의 절반을 폐기해야 한다. 일본 도요타도 4백만 대를 생산할 설비와 인력을 축소해야 할 처지다.

기업들의 맹목적인 시장점유율 경쟁이 과잉 설비를 낳았다. 조율되지 않은 투자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자동 균형을 이룰 거라는 신자유주의 주류 경제학은 파산했다.

결국, 정부가 나서야 했다. 시장자본주의의 본산이라는 미국에서 오바마 정부는 한국의 1년 국내총생산액보다 많은 돈을 부실 기업들에게 쏟아 부었다. 이명박 정부 역시 비슷한 용도로 올해 예산의 3분의 2를 이미 7월경에 다 써버렸다.

온 국민의 세금을 쏟아 붓고 기업들을 살리는 동안, 수익성 회복을 위해 부실 기업의 노동자들은 해고됐다. 고삐 풀린 시장을 비판하던 또다른 주류 경제학도 이 문제는 외면했다. 

요컨대, 쌍용차 파업은 “기업 수익성이 사람보다 우선”이라는 시장 경제의 공리에 대한 노동자들의 항변이었다. 게다가, 자유시장의 징벌은 늘 노동자들에게만 가해진다. 대주주와 대기업 임원들은 여전히 특권층의 지위를 유지했다.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국가가 책임지고 공장을 친환경 대중교통 생산 기지로 전환하면 환경과 일자리를 모두 지키며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조처는 사기업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 공공의 이익과 사기업의 이익이 충돌한다면 무엇이 우선일까.

미래를 의심하기

“아빠, 우리 이제 자가용 못 타요?” “응.” “왜요?” “회사가 어려워서 더 이상 월급을 받을 수 없거든.” “회사가 왜 어려워졌는데요?” “음, 자동차를 너무 많이 만들어서 그렇단다.”

너무 일을 열심히 해서 잘려야 하는 사회. 한 쪽에선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넘쳐나는데 다른 한 쪽에선 첨단 생산 시설이 고철덩이가 되는 사회. 식량이 너무 많이 생산돼 농민이 망하고 식량이 버려지는데, 수 억 명의 사람들이 굶어죽는 사회.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제 나라 국민들의 생존권을 앞장서 짓밟는 사회.

이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인 사회가 우리 모두 수십 년을 더 살아야 할 세상이다. ‘이윤을 위한 경제, 판매를 위한 생산’이라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법칙은 이미 역사적·도덕적 한계에 부딪힌 듯하다. 0.1퍼센트 부자의 길은 열려 있지만, 모두 함께 사는 길은 닫혀 있다.

쌍용차 파업은 우리의 미래가 어떠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되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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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들의 삶은 더 곤궁한가

거품과 함께 커지는 서민들의 고통


관련 기사: <레프트21>14호
"경기 회복? 친서민? ─ 거품과 함께 서민 고통만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보도가 슬금슬금 나오고 있다. 그동안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뿌린 수백조 원의 돈이 ‘수요를 늘려 인플레이션을 만들지 않을까’ 걱정한다는 말도 들려 온다.

정부가 그렇게 많은 돈을 풀었다면, 우리 같은 갑남을녀의 주머니도 좀 풍족해져야 하는 것 아닐까.

 

한국 경제, 바닥을 쳤는가

 

경제가 바닥을 쳤다는 이들은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올리고, 가장 빨리 경기 침체에서 벗어났다는 데 고무돼 있다. 올 2/4분기엔 자동차, 철강 등에서 최대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일부는 이제 올해 안에 출구 전략을 써야 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경기가 회복되는데, 유동성 공급이 지속되면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좀 더 신중한 부류도 있다. 전 경제부총리 김진표는 “회복 국면으로 보이는 것은 일종의 착시 현상”이라 지적한다. 실업률이 오르고 수출이 줄어드는 추세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현 경제 상황에 대한 기업주들의 인식을 조사한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5백 개 상장기업의 절반 이상이 여전히 자사가 저점을 찍기 전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지금의 경기 회복은 정부 재정 지출에 의존하는 매우 불안정하고 일시적인 것이다.

예를 들어, 올해 완성차 판매 회복은 5월부터 시행된 정부 지원책(차량 교체시 세금 감면) 덕택이다. 5~7월 총판매량은 지난해 동기보다 23퍼센트 증가했다. 그럼에도 월별 판매량은 7월부터 다시 하락하고 있다. 세금 감면 혜택이 없었다면 상황은 더 나빴을 것이다.

주요한 경기 선행 지표라 할 수 있는 7월 기계 수주액이나 건설 수주액 역시 공공부문의 발주가 늘어 다시 증가할 수 있었다. 민간부문의 발주는 큰 폭으로 줄었다.

그 결과, 지금 정부는 올해 쓸 수 있는 예산의 3분의 2에 달하는 1백85조 원을 7월까지 다 소진했다. 현재 남은 예산 여력은 87조 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그렇게 풀린 돈이 자산 거품 조성으로 쏠리는 형국이다. 기업들이 투자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다시 늘린 것도 다른 마땅한 투자처가 없기 때문이다. 2천년 대 이후 장기 침체 속에서 기업들은 차입을 줄여 왔다. 세계적 위기인 요즘, 이 패턴이 더욱 고착화됐다.

현재 가계저축률은 4퍼센트 대인 반면, 기업 저축률은 16퍼센트 대에 달한다. 대기업 사내 유보금이 1백조 원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설사 돈을 빌려도 이를 다시 재무적 투자, 즉 금융과 부동산 투기에 사용하고 있다.

 

출구 전략 딜레마

 

무역수지 흑자 역시 올 상반기까지 지속된 고환율, 저유가 덕분이라는 게 중론이다. 환율이 1천2백 원대로 내려오고 유가가 다시 상승하면서 이 효과들은 눈 녹듯이 사라지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중국 정부가 푼 4조 위안 넘는 돈이 사실상 원자재 투기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수출 시장이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 기업들은 이 돈을 원료 사재기에 쏟아 붓고 있다. 이 탓에 무역 회복 없이 원자재 값만 폭등하고 있다.

기업 지원과 법인세 인하로 투자 유인을 늘리자는 정부 대책이 설득력이 없는 이유다.

그 래서 국내외에서 지배자들은 출구 전략 딜레마에 빠져 있다. 수익성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의 재정 지출은 거품만 키우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커져간다. 그렇다고 출구 전략을 개시해 거품이 터지면 지난해처럼 추락할 위험이 있다.

이명박 정부의 부자 감세도 딜레마다. 정부 지출은 늘었는데 수입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런 딜레마들은 지배자들 사이에 출구 전략(금리 인상 등)의 시기와 강도 등 경제 위기 해법을 둘러싼 정치적 내분이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인플레이션(물기 인상)은 임금 인상에 대한 압력을 낳을 수 있다. 소득 저하는 소비를 줄여 경기 회복의 동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대체로 신중한 태세인 노동운동이 거품 호황의 고통을 더 참지 않고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저항에 나선다면 지배자들의 내분도 깊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들이 이런 내분을 봉합해 기득권을 유지하며 자신들 앞에 놓인 딜레마들을 해결하는 길은 저항을 억누르고 평범한 다수에게 위기의 대가를 전가하는 길 뿐이다. 그리고 소심한 이명박 정부는 내년 초까지 출구 전략 사용을 피할 것이다.

 

거품이 커지는 만큼 그늘도 커지고

 

지난해부터 이명박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올리고 세율을 낮췄다. 버블세븐 해제,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DTI) 제한 완화 등 각종 부동산 규제를 대거 해제했다.

초저금리 기조 속에서 부동산 규제 해제는 곧바로 부동산 거품이 다시 커지는 걸로 나타났다. 1년 전 부동산 몰락의 공포가 역전돼 “돈 버는 투자는 결국 부동산”이라는 신화가 재연됐다.

위기가 심각했지만 주택담보대출 총액은 꾸준히 올라 6월말 현재 2백66조 원에 달한다. 그 결과, 현재 서울 아파트 1백21만 가구의 시가 총액은 사상 최초로 7백조 원을 돌파했다.

이것이 전월세 대란의 주범이다. 집값이 뛰니 전월세 임대료도 뛰었다. 이젠 아파트는 물론이고 서민 밀집 지구의 오래된 다세대 주택들조차 전세가가 1억 원에 육박하고 있다.

뉴타운 동시 재개발도 큰 영향을 미쳤다. 뉴타운으로 지정된 지역은 대학가 자취방도 전세값이 천만 원 단위로, 월세 보증금과 사글세가 갑절 가까이 뛰었다.

대규모 뉴타운 재개발로 쫓겨나는 세입자들이 대거 늘어나 전월세 수요가 늘어나면서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다. 집 없는 서민들은 이제 1층에서 반지하로, 3층에서 옥탑방으로 옮겨야 한다. 그도 아니면 아예 직장과 학교에서 더 먼 도심 외곽으로 떠나야 한다.

거품 호황에서 배제된 이들의 밥상은 더 초라해졌다. 설탕, 밀가루 등은 물론이고 계란, 두부, 닭고기, 유제품, 어묵 등 서민 식품의 가격이 날개를 달았다. 갈치는 그 빛깔 답게 귀족 생선이 됐다. 요샌 반찬거리 두세 개 사면 만 원에서 동전 몇 푼 겨우 남는다.

 

물가는 오르고, 소득은 줄고, 빚은 늘고 

 

동네 골목까지 파고드는 대형 마트(SSM)들도 물가 인상을 막지 못한 셈이다.

올해 식료품의 소비자가격 상승률이 평균 9.5퍼센트로, 지난해의 갑절이다. 7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OECD 평균의 열 한 곱이다.

생필품과 전월세가 올라도 소득이 함께 오르면 버텨 볼 용기라도 낼 텐데. 문제는 소득마저 줄고 있다는 데 있다.

올 상반기 국민총처분가능소득은 5백2조여 원인 반면, 가계대출 총규모는 6백97조 원이 넘는다. 소득 증가율은 사상 최저이고 부채 증가율은 사상 최고다.

그래서 소득 대비 부채 비율 역시 1.39곱절로 사상 최고치다. 돈이 없다고 안 먹고 안 쓸 순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최저임금과 최저생계비를 물가 인상률에도 못 미치게 올려(2.7퍼센트) 실질적으론 삭감해 버렸다.

만 2년 된 기간제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데 앞장서고, 최우선 정책기조로 고용유연화를 내세우고 있다. 고용이 불안해 지면 소득이 늘어나길 기대하는 건 더 힘들어진다.

반면, 강부자 정권답게 종합부동산세를 무력화하고 다주택 보유자의 양도소득세와 상속세, 특별소비세를 모두 인하했다. 막대한 재정 투입 정책에도 부자 감세를 고집하더니 내년 민생 예산은 10조 원이나 삭감됐다.

결국, 소득 양극화가 확대되고 있다. OECD 통계를 보면, 한국의 상위 10퍼센트 소득은 하위 10퍼센트의 4.7곱절로 OECD 평균인 4.2곱절보다 더 높다.

 

“더 나은 삶을 위한 요구들”

 

요컨대 경기 회복은 멀었고 그나마 정부의 재정 투자도 부자와 대기업에 몰리고 있다. 경제 위기와 이명박 정부의 친부자 정책은 서민의 삶을 나락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이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벌이는 친서민 유화책도 사태의 본질을 역전시킬 정도는 못 되는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다. (이런 유화책조차 우익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따라서 이를 역전시키려면 경제 위기에 대한 좌파적 대안과 행동이 절실하다.  (<레프트21>이 제시한 “더 나은 삶을 위한 주요 요구들”)

삼성경제연구소는 정부의 빈곤 대책이 단순히 현금지급식이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그러나 소득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현금 지급식 복지는 오히려 더 늘어야 한다.

조건 없는 전 국민 기본소득제를 도입하고, 최저 임금과 최저 생계비 기준을 대폭 인상해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안전판을 제공해야 한다. 기업 규제를 강화해 물가를 통제해야 한다.

강력한 부동산 보유 규제로 주거권을 보장하고 저렴하고 질 좋은 영구 임대 주택을 충분히 보급해야 한다.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 시장이 조만간 스스로 회복할 전망은 별로 없다. 그렇다고 물가 인상과 실질 임금 삭감에 반대하는 노동운동 없이, 거품 회복 정책에 반대하는 여론 없이, 그래서 저항에 직면한 지배자들이 위기의 해법을 둘러싸고 분열해 약화되는 일 없이, 지금의 정부 아래서 이런 개혁들이 실행될 것 같지 않다.

자본주의의 위기 시대에 더 나은 삶을 위해 대중적인 저항 행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찬성해야 하는 이유다.

 


출구전략(Exit Strategy)

경제 위기에 대응해 정부가 ‘비상 대책’으로 쏟아 부은 유동성 자금을 회수하는 것. 주로 정부 지출을 줄이고, 낮췄던 금리를 다시 인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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