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기사: 20만 노동자들이 이명박 정부에게 강력하게 경고하다


주말 양 노총 노동자대회를 모두 다녀왔습니다. 이틀 연속 여의도공원을 누비고 다녔더니 주초엔 몸살이 나서 이번 주 개인 연구와 집필(?) 계획이 모두 늦춰졌습니다.ㅋ

한국노총 소속 노조에서 오래 일을 했기 때문에 아는 이들이 좀 있는 편이라 인사하느라 입구 쪽에 서 있었는데, 끝도 없이 밀려드는 조합원들을 보며 '인파(人波)'라는 단어가 처음엔 얼마나 신선하고 적절하며 놀라운 표현이었을지 생각했습니다.

아프간 파병 반대 서명하는 부스의 아는 분, <레프트21> 판매 부스의 동료들이 아는 사람 만나면 서명과 신문을 권하라고 압박을 넣는데 밀려드는 사람들 속에서 악수 한 번 하기도 힘든 상황이라 그러질 못했습니다.


여의도공원이 노동자 집회로 그렇게 꽉꽉 들어차고도 사람이 넘친 건 제가 지금껏 본 중엔 처음입니다. 대단했습니다. 민주노총 노동자대회도 꽤 큰 규모였는데 상대적으로 적어 보일 정도였습니다.

물론 민주노총 노동자대회도 열기 있었고 규모가 컸습니다. 특히 언론, 공무원, 전교조 등 이명박 정부와 최전방에서 대치하는 노조들이 적극적인 투지를 밝혀 많은 참가자들을 고무했습니다.

바로 이틀 전 대규모 집회를 한 탓에 이날 공공부문 노조들의 참가가 적었던 게 조금 아쉬웠죠. 그 날 1만5천여 명이나 왔었다는 데요. 전야제 주점에선 옆 테이블의 기아차 조합원들 표정이 지난 여름과 달리 환하고 생기있었던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철도노조는 분위기는 고조돼 있는데 필수유지업무에 대한 부담이 아직 있는 듯합니다. 조합원 개인들에게 손배소송이 들어올 수도 있으니까요.

어쨌든 한국노총과 인연이 있다보니 저한테 왜 이렇게 한국노총 집회에 사람이 많이 온 것 같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한국노총 지도부는 한나라당과 정책연대 노선을 펴면서 정부와 갈등을 될수록 피해 왔기 때문입니다.

제가 볼 땐 이날 인파는 이명박의 노동정책에 불만의 저변이 매우 커져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공기업 부문에선 단협 해지와 비정규직 해고, 임금 삭감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사기업 부문에서도 해고와 임금 삭감, 노조 탄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민주주의와 삶의 질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도 2년 만에 가장 많은 동원을 했습니다. 양 노총 모두 '간만에' '많이' 20만 명이나 모였고 사기가 이전보다 높았다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여당의 내분이나 양 노총의 공동투쟁 선언도 좋은 영향을 미친 듯합니다. 그 점에서 공동투쟁을 약속한 양 노총 위원장이 서로 상대 집회에 참가해 연대사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합니다.

좌파 일각의 습관적 '어용' 지칭과 달리 한국노총도 보수적이긴 하지만 노동조합인지라 이처럼 현장에서 불만과 분노가 점점 자라는 데 외면하고만 있을 수는 없구요. 이날도 집행부는 행진 거리가 너무 짧아 조합원들이 불만을 제기할까 봐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노동계는 대체로 한국노총이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로 더 큰 피해를 볼 거라고 봅니다. 중소기업 노조들의 비중이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조합원 수가 3백 명 언저리로 겨우 상근간부 한두 명 두는 곳에서는 노조 상근자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큽니다.

상대적으로 투쟁 경험이 적기 때문에 한국노총 소속 작업장들에선 평소에 노조 활동에서 집행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큽니다. 그래서 이날 만난 분들도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노조 말살 정책"이라고 보는 정서가 강했습니다.


그러니 이번엔 집행부의 동원 의지도 진지했고 조합원들도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열의있게 참가한 것입니다. 한국노총 대박 동원의 교훈은 민주노총도 진지하게 조직하면 가능하다는 겁니다.

한 대형노조는 9년 전 파업 후 최초로 조합원 10분의 1을 동원했습니다. 늘 노조의 주요 쟁점이 '혹사 노동 완화'이고 전국에 조합원이 산개한 조건에서 주말 집회에 조합원을 대규모로 동원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 전국에서 올라오는 차비와 식대, 기념품까지 일체의 편의를 제공합니다. 이날 하루 집회 참가를 위해 1억 원이나 썼다고 합니다.

평소 집회 동원이 잦은 민주노총 노조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투쟁 경험이나 집회 참가 기회가 적기 때문에 집행부의 의지가 굉장히 중요하긴 합니다만, 불만의 강도와 쟁점의 성격, 집행부의 의지라는 주요 조건이 잘 맞으면 한국노총의 동원력도 무시하면 안 됩니다. 김태환 열사가 죽음을 당했던 4년 전엔 평일 4만 명 파업 집회를 연 적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날 한국노총 노동자대회에 다른 진보 단체들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정말 아쉬운 일입니다. 이곳에서 많은 조합원들에게 자신들을 알리고 주장을 해야죠. <레프트21>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반전평화연대(준), 다함께 등만 눈에 띄었습니다.

오히려 쌍용차노조 동지들이 여러 명 참가해 지지와 연대를 호소했고 많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쌍용차 조합원들은 파업에서 정말 많이 배운 것 같습니다. 양 노총 집회에 모두 참여했을 뿐 아니라 부스에는 정규직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함께 했습니다.

한편, 한국노총 노동자대회에서는 또하나의 쟁점인 복수노조 문제가 크게 거론되지 않았습니다.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한국노총 지도부의 일부는 복수노조 허용도 계속 유예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3년 전 노동법 개악 야합에서는 노골적으로 복수노조 허용에 반대했습니다.

이런 영향을 받아서 조합원이나 현장 간부들도 복수노조 허용에 일말의 불안감을 갖고 있더군요. 이날 대회 주요 연사들은 복수노조 허용시 창구 단일화만 언급하면서 반대한다고 했습니다. 노골적으로 복수노조 허용에 반대하지 않은 점에서 다행입니다.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와 묶여서 얘기되니 헷갈리는 분들도 계시던데 복수노조 허용은 애초 노동계가 요구해 입법한 것입니다. 그래놓곤 일방적으로 유예해서 지금까지 시행을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문제점은 복수노조를 허용하되 기업 내 복수노조의 창구 단일화를 강제로 시행하겠다는 것으로 복수노조를 무력화시키는 것입니다. 헌재 판결의 원리가 여기에도 적용되는 군요. 복수노조는 허용하지만 복수 교섭은 안 된다니??? 이건 복수노조를 허용한 것도 아니고, 허용 안 한 것도 아니여~ 얼쑤~

노조는 단결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각자 자유로운 결사권을 가질 때 그 단결이 공고해 질 수 있는 겁니다. 복수노조를 금지해 단결을 유지하자는 건 관료적 형식적 단결에 불과합니다.

기업 단위 복수노조 금지로 고통 받는 건 주로 비정규직노조들이거나 집행부가 정말 우파적인 곳들입니다. 반면 노조 와해 목적으로 복수노조를 사용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노조 자체를 없애려는 데 복수노조를 활용하는 건 위험하기 때문이죠. 복수노조 설립으로 기존 노조 와해가 가능하다면 탄압을 해 집행부를 장악하는 게 더 빠른 길일 겁니다.

<레프트21>은 주말 노동자대회에 '풀(full)'로 참여했습니다. 노동자대회에 참가하는 노동자들이야말로 <레프트21>의 주요 독자층이기 때문입니다.


정기구독 홍보물을 나눠주며 신문 판매도 했는데, 1천1백27부가 이틀 동안 판매됐습니다. 저도 홍보물 나눠주기를 잠깐 했었구요, 간만에 만난 지인들(노동자대회 아니면 만나기 힘든)에게 한 부씩 권해 열 부 가까이 저도 기여했네요.ㅋ

참가자 2백명 당 1부씩 구입한 건데요. 고무적인 결과지만 만족하기엔 부족하네요. 더 많은 노동자들에게 신뢰받고 사랑받는 언론, 더 많은 곳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신문, 더 많은 사람들이 기고와 판매까지 참여하는 언론으로 발전하려면 더 빡세게 굴러야 겠습니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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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부자 감세와 4대강 관련 예산을 노동자 서민 복지로 돌려야 한다


이번 호 기사는 이명박이 2일(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복지 예산이 늘었다고 자랑한 사실을 반박하는 내용입니다.

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텁게"를 슬로건을 내민 것은 이명박 정부가 빈곤이 커지는 문제와 양극화로 중산층이 줄어든다는 비판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뒤져봐도 전반적인 정책 기조는 중산층이 아니라 부자층을 두텁게 하고(부자 되세요!) 부자들을 두텁게 보호하는 것입니다. 많은 진보 단체와 연구자들이 실질 복지예산은 삭감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이 의견에 동조합니다.

1. 이명박 정부가 복지 예산 항목에 넣은 보금자리주택 예산은 복지예산으로 볼 수 없습니다.

보금자리 주택의 경우, 내년도 유형별 공급 계획이 분양주택 8만5천

호,(2조 2천여억 원) 공공임대(10년간 임대한 뒤 분양으로 전환)3만3천 호(2조 3천여억 원), 국민임대(30년 이상 임대) 5만 호, 영구임대(기초생활 수급자 등을 대상으로 영구임대) 1만2천 호 등 18만호입니다.

짓는데 들어간 예산을 집값으로 다 돌려 받는 분양주택 건설 예산이 복지 예산이 아닌 것은 분명하구요, 공공임대 역시임대료와 차후 분양으로 들어간 건설 예산을 모두 회수합니다. 게다가 내년 보금자리 예산 증가분은 분양분 5만 호 증가(애초 13만 호 공급 계획)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그런데 실질 증감을 보려면 내년도 보금자리주택 예산 8조 8천여억 원이 아니라  올해 보금자리 예산 6조 2천여억 원을 빼고 계산해야 합니다. 보금자리 예산이 복지 지출이 아니라는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예산에서도 복지 지출로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보금자리 예산 증가분 2조6천억 원은 복지 지출 증가분에서 빼야 합니다.

2. 제도적 자연증가분도 빼야 합니다.

복지예산에 포함된 국민연금 같은 기금들은 법적으로 지출 기준이 정해져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국민연금을 내던 사람이 수급연령이 되면 자동적으로 국민연금기금에서 연금이 나가도록 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걸 제도적 자연증가분이라고 합니다.

기금 등 제도적 자연증가분이 복지 예산인 것은 맞지만 복지지출이 늘었다고 하려면 이 자연증가분은 빼고 늘어야 합니다. 그래야 정확합니다.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의 분석처럼 이 자연증가분보다 전체 복지예산 증가분이 적다면 실제로는 현금 지불성 복지 예산 중 어느 항목들은 삭감됐을 것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소득층 난방비 지원 등 예산들이 줄어든 것입니다.

복지예산이 올해 본 예산 대비 6조 4천억 원이 늘었고 추경예산 대비론6천억 원 정도 늘었습니다. 이중에 각종 기금들이 자체 법 기준에 따라 자연증가한 몫이 3조 원이라는 거죠. 이게 비율로 따지면17.2퍼센트이니 정부가 자랑하는 복지예산 증가율은 사실상 다 여기에서 나온 셈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직접 집행하는 예산은 3천55억 원 줄었습니다. 복지예산에서 가장 유력한 지출 주체는 복지부이므로복지부의 예산 축소 역시 복지 축소를 증명하는 한 사례입니다(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실)

3. 기타 가짜 복지예산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학자금 취업 후 상환제는 4년 후부터 원금 상환을 시작하는 것이니 이런 대출 예산을 복지 예산에 포함시키면 안 되겠죠.

그렇게 해서 총 5조 원이 넘는 돈이 복지예산에서 실질적으로 삭감됐습니다.(인쇄 지면에 나간 9조 원은 제 실수입니다. 덧셈뺄셈에서 실수했습니다. 이해해 주시길)

다음은 줄어든 복지예산들의 일부 목록입니다.(분량상 기사에서 인용하지 않은 목록 중심)

· 사회적 일자리창출 지원금 : 325억 원 삭감
· 장애아 무상보육 지원금: 50억 원 삭감
· 보육시설 확충비용: 104억 원 삭감
· 장애인차량 지원비 : 116억 원 삭감
· 건강보험 가입자지원금 : 568억 원 삭감
· 학자금대출 신용보증기금 지원액 : 1천억 원 삭감
· 연탄 보조금 전액 삭감
· 서울시 독거노인 주말 도시락 보조금 - 전액 삭감
·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의료비지원 540억 원 삭감
· 희망근로사업 2009년 26만 명에서 2010년 10만 명으로 축소
· 실직가정 생활안정자금대부사업 3000억 원 삭감
· 한시생계구호사업 4181억 원 삭감
· 긴급복지예산 1553억 원에서 529억원으로 축소
·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원하는 연 450만 원의 무상장학금  200만 원으로 삭감
· 차상위계층 장학금 연 105만원 폐지.
· 일자리대책예산 추경예산안 12조 1199억 원에서 8조 8407억 원으로 축소
· 결식아동급식 한시적 지원금 541억 원 삭감
· 저소득층 에너지 지원금 902억 원 삭감
· 저소득층 월세 지원예산 60억 원 전액 삭감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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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게시판에서 이런 댓글)놀이가 유행한 적이 있었죠.

술은 마셨지만 음주 운전은 아니다
때리긴 했지만 폭행한 것은 아니다
빨간 불일때 건넜지만 신호 위반은 아니다
얼굴이 바뀐 건 맞지만 성형은 아니다
...

오늘 미디어법 날치기 판결을 보면서 헌재도 인터넷 게시판 놀이를 상당히 즐겼다는 인상을 받았네요.

"절차는 위법이지만, 법은 합법이다."


아쉬운 건 유행이 많이 지난 걸 되풀이한 점이랄까요.

심지어 14년 전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유명한 판결도 떠오릅니다. 성공한 날치기는 어찌할 수 없다는 건지...

낡은 기억을 여러 개 되살리는 오늘 헌재의 판결은 '헌' 법재판소라서 일까요, 헌번'개'판소라서 일까요.
 


앞으로도 이 정권 아래선 댓글 놀이가 이어질 것 같습니다.


4대강은 파지만 대운하는 아니다
부자 감세 하지만 친부자는 아니다
집회는 금지하지만 반민주는 아니다
방화 증거는 없지만 무죄는 아니다
전투는 하지만 전투병은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10년 쯤 뒤에 이 시대를 이렇게 기억하지 않을까요.

쥐××라고 했지만 욕한 건 아니다
선거에서 이겼지만 대통령은 아니다
법은 만들었지만 지켜야 하는 건 아니다
...

그리고 하루라도 빨리 해야 할 말이 있습니다.

임기는 있지만 지켜야 하는 건 아니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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