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악을 지지하거나 

모순된 태도를 취한 진보 정당들




박근혜 정부가 자행한 공무원연금 개악은 노동에서 자본으로 소득을 역재분배하는, 전형적인 경제 위기 고통전가 시도였다. 따라서 노동계급을 대변하겠다는 진보정당이라면, 공무원연금 개악을 막는 데 최선을 다해야 했다. 그 점에서 공무원연금 개악에 대한 진보 정당들의 태도는 매우 부적절했다.


정의당 지도부는 공무원연금 개악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지급률) 상향을 맞바꾸려 한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의 야합을 노골적으로 지지했다. ‘이해당사자들의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는 부정확한 이유를 대면서 말이다. 최종 통과 때까지도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는 공식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독단으로 합의에 참여한 공무원노조 위원장·사무처장은 공식 기구에서 동의를 받지 못했고 결국 노조를 탈퇴했다.)


게다가 최종 통과된 ‘여야 합의안’에는 공무원연금 삭감의 반대 급부로 여당이 ‘약속’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상향’도 빠졌다. 연금 개악 사기극의 실체가 확인된 것이다. 그런데도 정의당 지도부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이런 일은 정의당 지도부가, 자본주의 국가를 운영한다는 관점에서 주류 사회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있음을 보여 줬다. 가령, 정의당 정책위원회가 조승수 의장 명의로 낸 논평을 보면, “[공무원연금 개악으로 생길] 재정 절감분은 향후 70년간 총 3백33조 원에 달할 전망으로 기금 불안정성 문제 역시 상당 부분 해소”했다고 그 의의를 인정한다.


그런데 국회 표결에서 정의당 지도부는 기권(심상정, 박원석, 김제남, 정진후 등은 기권, 서기호는 찬성)을 선택했다. 공무원노조 활동가들과 전교조, 민주노총이 개악안에 반대하며 국회 앞 2박 3일 농성에 들어간 것에 압력을 받은 듯하지만, 공무원연금 개악 필요성에 대한 정의당의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다.


한편, 노동당은 5월 23일 전국위원회에서 특별결의문(“기초연금 두 배로, 공무원연금 통합, 국민연금 하나로 평등한 노후 보장과 공적연금 강화 실현하자!”, 이하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은 기초연금을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의 20퍼센트(현재 물가로 40만 원 수준)로 상향하고 공무원연금 등을 국민연금과 통합하자고 주장한다.


그런데 ‘결의문’은 “공무원노조에서 연금수령액의 하향을 막기 위해 투쟁에 나선 것은 정당하다”면서도 공무원노조가 “2천1백만 명 국민연금 가입자와 ‘용돈 국민연금’조차 받지 못하는 나머지 절반의 국민들에 대한 배려가 거의 전무하다”고 비판한다. 공무원노조 지도부가 공무원연금 삭감을 내 주고 국민연금 개선을 취하려 했다는 점에서 이런 비판은 일단 사실도 아니다.


노동당이 공무원연금 개악안 통과를 규탄하는 논평조차 내지 않은 것에 비춰 보면, ‘결의문’이 지향하는 공적연금 상향 계획은 공무원연금 삭감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과 달리 공무원노조의 투쟁에 지지를 보냈으나, 실천적 결론은 마찬가지로 개악 용인인 것이다.


한편, 이날 전국위원회는 노동당 내에서 정의당 등과 통합을 모색하는 진보결집파와 그 반대파 사이의 불신이 회복 불가능한 수준이란 것을 보여 줬다. 진보결집파는 거의 모든 표결에서 패배했다.


그런데 이 ‘결의문’은 정파를 가리지 않고 지지 받았다(63명 중 50명 찬성). 진보결집파는 물론이고 당내 좌파를 자임한 신좌파당원회의 상당수도 찬성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이들과 연관 단체인 좌파노동자회는 “공적연금 강화는 공무원 노동자의 희생이 아닌 ‘세대 내 소득재분배’를 강화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며 공무원연금 개악에 반대했다.


노동조합에서는 노동자들의 압력을 의식해 개악 반대 입장을 취한 반면, 정당에서는 국민적 여론을 의식해 개악을 사실상 용인함으로써, 사회민주주의의 주요 특징인 정치와 경제의 분리를 보인 것이다.



좌파는 사회연대전략의 발상에 반대해야 한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기업주들이 복지 재원 부담 책임을 한사코 회피하는데다가 당장의 투쟁 수준에서는 이를 강제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모두 함께 더 가난한 사람을 돕자는 ‘도덕적 가치’를 우선해 노동계급도 재원 부담에 동참하자는 생각을 할 법도 하다.


그러나 나눔 같은 도덕적 가치를 앞세우는 것은 많은 경우 그렇듯이, 사회 모든 구성원의 조화를 추구한다. 이 경우엔 ‘계급 간 조화(협력)’일 것이다.


또한 지배자들의 재정균형 논리를 노골적으로 받아들여 복지 확대를 위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 보편 증세를 내놓는 더 온건한 경우도 있다.


정의당과 노동당 지도부 중 상당수가 이런 문제의식을 배경으로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사회연대전략을 지지해 왔다. 


계급 간 복지 확대 대타협을 위해 노동계급 내 일부(상대적 고임금층)의 (국가와 기업주에 대한) 소득 양보(임금 인상 자제와 증세)를 요구하는 것이 사회연대전략의 핵심 얼개다.(좀 더 자세한 내용은 <노동자 연대> 149호 “정규직 양보론과 ‘사회연대전략’, 무엇이 문제인가?”를 참조하시오.)


그러나 노동계급에게 복지제도가 유용한 이유 하나는 그것이 계급 간 소득재분배 구실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보편 증세’론은 계급 간 불평등과 재분배 문제를 모호하게 한다.


또한 보편증세론으로는 노동계급 내부도 단결시키기 힘들다. 노동소득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현실에서 세금 인상에 동의할 노동자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노동계급도 증세에 동참하라는 압력은 노동계급 내 상대적 고임금층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 사회연대전략이 실제로는 상대적 고임금 노동자들의 소득 양보를 강조하게 되는 이유다.


이런 발상은 경제 위기 시대에 노동계급의 투쟁 능력에 대한 비관에서 비롯한다. 그러나 이 전략은 (계급 간 협력을 위해) 노동계급을 분열시키고 잘 조직된 부분을 고립시켜 복지 확대를 쟁취할 진정한 동력을 약화시킨다.


※ 사회연대전략의 모델로 알려진 스웨덴의 ‘연대임금제’도 국가경쟁력(노동생산성) 협조를 매개로 수익성 높은 부문의 노동자들의 임금을 억제해 두 마리 토끼(계급 간 연대=계급 타협, 계급 내 연대=동일임금)를 잡으려 한 것이다.


이 제도는 임금 억제 기능 때문에 기업주 다수의 지지를 받았으나(고수익 자본 일부는 임금 통제가 숙련 노동력의 유인[노동력의 수요 쪽 경쟁력]을 제약한다고 보고 부정적이었다), 경제 침체기에 노동과 기업주 양쪽 모두의 압력 속에서 파탄 났다. 




☞ <노동자 연대> 150호에 실린 기사(http://wspaper.org/article/15912)에 지면 제약상 생략한 부분 일부를 다시 덧붙여 올렸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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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2월 6일 작성한 글을 참고 삼아 올려 본다. 7년 사이에 관련 법과 제도가 개악돼 구체적 비율 등은 지금과 다르다. 7년 전 글이라 지금 보면 아쉬운 점들이 적지 않다. 적립식이 소득비례원리를 반영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부과식도 소득비례성으로 구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적립식과 부과식의 제도 차이를 실제보다 과장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기본 원리를 설명하는 글이라서 설명이 불성실한 것들도 눈에 띈다. 그러나 기본적 원리와 쟁점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다.


국민연금의 ABC
 
 
아마 이 글을 읽는 노동자들은 보험이나 연금 상품, 또는 주택 구입 등을 통해 노후 대책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글은 현존하는 국민연금제도를 이해하고 개혁하는 투쟁을 통해 개인적 해결책이 아니라 집단적 해결책을 추구하자는 글이다.
국민연금이 만60세 이상의 노령 인구를 대상으로 지급된다 하여 이를 노인 복지의 한 분야로만 협소하게 이해해서는 안 된다.(정부의 개악안은 단계적으로 수급연령을 만 65세까지 올리려 한다) 노령 인구에게 충분한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가 그 재정을 마련하기 위한 재정 부담을 져야 한다. 물론, 사회 내에서 어떻게 재정 부담을 배분할지는 또다른 문제다. 또한, 충분한 연금 급여는 연금 지급 연령에 도달하기 이전의 노동조건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보편적인 공적 연금제도의 존재는 그래서 노동자들에게 특히 중요하다. 1880년대 비스마르크식 연금제도가 유럽에 확산된 것을 제도상 연금제도의 기원으로 보지만, 진정으로 공적 연금제도가 보편화된 것은 양차대전 이후다.
 
생산수단
 
노동자들은 그 이전 시대 생산자들과 달리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어느 순간 생산현장에서 물러나게 될 때, 생계를 유지할 수단 또한 잃게 된다. 노인 복지와 공적 노후 연금의 문제는 자본주의에서 비롯한 노동계급의 쟁점인 것이다. 따라서, 원천징수되는 연금에 대해 노동자들이 불만을 느끼더라도 그 불만은 공적 연금의 취지를 부정하고 국민연금을 약화시키고 싶어하는 기업주와 자영업자들의 캠페인과는 이해관계가 전혀 다르다.
대량생산 방식이 보편화되면서 작업 속도가 빨라지고 이전 시대보다 개인적 숙련도는 덜 필요하게 됐다. 노령의 노동력은 점차 노동시장에서 밀려났다. 평균연령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사회 전체에서 차지하는 노년층의 비중이 늘어났고, 특히, 노동시장 퇴출 이후 생계 수단이 없는 노년 노동자의 복지 문제가 노동계급에게 중요한 해결 과제로 대두됐다.
노동계급의 영향력이 강력하고 거대한 대중투쟁이 체제를 크게 위협했던 스웨덴 등 북구 유럽의 국가들에서부터 보편적 공적 연금이 시작됐다.
특히, 스웨덴의 국민연금제도의 특징은 직장 가입자(피고용자)의 보험료를 사용자(기업주)가 전액 납부하며, 사회보험 재정에서 공공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65%에 달할 정도로 국가 부담이 높았다는 것이다. 정부 재원은 누진적 세금을 통해 조달되므로 소득 재분배 성격이 매우 강했다.
 
이연 임금
 
물론, 스웨덴 공적 연금제도의 강점은 198~90년대를 거치면서 점차 신자유주의 연금 개혁으로 훼손되고 있지만 그 최초 원리는 신자유주의 연금 개혁에 맞서는 구호로 삼을 만하다.
일생을 우리 사회의 부를 생산하고 관리하는 데 기여한 노년 노동자들에게 국가와 기업주들이 생계를 지원하고 보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오건호 민주노동당 정책 전문위원의 주장처럼 노동자들이 복지제도 수혜(사회임금)을 위해 자신의 임금에서 별도 기금을 내는 것이 아니다. 정부와 기업주들이 연금 재정에 기여하는 것은 노동력을 제공한 대가로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것과 같다. 단지, 그것이 국가의 관리 하에서 나중에(노년에) 지급되는 것일 뿐이다.(이연 임금) 
따라서 연금 재정 마련을 위해 노동자들이 정부와 사업주의 부담 증대를 요구하는 것은 이기적인 요구가 아니라 정상적인 임금 인상 요구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민주노동당의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사업이나 노무현 정부의 보험료 인상-급여 인하 개악안 모두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것과 같다.
 
보편성과 재분배
 
보편적 공적 연금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금 수급 대상의 보편성과 소득 재분배성이다. 이는 반복하지만 자본주의에서 노동자들의 처지에서 비롯한다. 농민이나 자영업자들과는 달리 퇴직 연령의 제약을 받고 별도 생계수단이 없는 노동자들에게 보편적 공적 연금제도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 한국에서도 노령 인구 비중이 15 퍼센트가 넘어가고 노년 노동자들의 비중이 높아가는 추세다.
여러 나라 사례에서 보듯이 이 보편적 공적 연금제도 존재만으로 노년 노동자들의 필요가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노동자들이 소득 수준에 관계 없이 연금 수혜 대상으로 포함돼야 한다. 연금 급여는 기여 능력이나 수준과 별개로 모든 대상자에게 충분히 지급되게 하여 소득재분배성을 높여야 한다. 정부와 기업주, 부자들의 기여가 대폭 늘어야 한다.
노동자들에게 보편적 연금 제도가 아니면 개별 가족에게 그 부담이 떠넘겨 진다. 이는 현 세대의 노동자들의 부담까지 늘리게 된다. 따라서 소득재분배성이 강한 보편적 공적 연금제도를 유지하고 확대하는 것은 노동계급 전체의 이해관계가 걸린 일이다.
 
사각지대
 
한국에서는 국민연금제도가 1988년에 시작되어, 1995년에 농촌, 1999년에 와서야 도시 지역으로 전면 확대됐다. 그래서 남성은 27세, 여성은 25세면 자동으로 국민연금에 가입된다.
그럼에도 30대 초반 인구의 51.4%가 연금 납부에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청년실업, 비정규직, 출산 등으로 연금 납부가 어려운 탓이 크다.
이처럼 지금 국민연금에서 노동계급의 개혁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바로 절반이 넘는 사각지대 해소, 소득재분배성 강화, 마지막으로 신자유주의 연금제도 개악의 저지 문제다.
사각지대 문제는 한국의 국민연금제도가 태생부터 안고 있는 문제다. 보험원리, 즉 보험료를 내야 받을 수 있고, 낸 만큼 돌려 받는 원리로 제도가 설계돼 있다. (그래서 국민연금 납부금을 보험료라 부르는 것이다) 실업이나 저임금 노동자 등 저소득층은 연금제도 편입에서 아예 배제되거나 아니면 보험료를 내도 푼돈 수준 밖에는 연금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2004년도 12월말 현재 연금 가입자 중 납부 예외자는 27.4% 468만 명에 달한다. 지역가입자의 49.8%다. 사업장 가입자는 자동 납부이므로 납부 예외자가 없지만 2004년 조사대상 사업장의 41.6%가 국민연금에 아예 미가입 상태다.
예를 들어, 영세 사업장이나 대기업 하청 또는 파견 노동자,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 등은 소득이 적거나 직장 가입이 안 돼 사용자의 절반 부담 혜택을 받지 못한다. 보험료 납부 영역에서 이미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연금 문제에서 사각지대 해소 문제에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이 즉, 조직노동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매우 필요한 일이다.
 
충분한 급여
 
이를 위해서는 연금 보험료 납부와 수급 두 과정 모두 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
직장가입자의 자율신고제를 의무가입으로 바꿔 모든 고용노동자가 직장 가입자로 연금제도에 편입돼야 한다. 직장 가입자 보험료는 사업자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이연 임금)
노동법을 개정해 상시업무의 파견 도급 등은 모두 원청 사용자가 보험료를 전액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미취업, 비자발적 실업, 의무 군입대, 출산 등은 국가가 보험료를 대신 내주거나 보험료 납부 기간으로 인정해 줘야 한다. 현재 연급 수혜가 가능한 최소 가입 기한이 10년이다. 10년간 안정적인 보험료 납부가 힘든 이들에게 이 기한을 줄여주는 것이다.
또한 모든 사람이 연금을 지급받아야 한다. 액수도 충분한 생활비 개념으로 조정해야 한다. 낸 만큼 받는 보험 원리를 폐기하고, 필요에 따른 급여라는 복지 원리를 도입해야 한다.
우선, 국민연금은 만 40년을 납부해야 연금 수혜 최대치인 평균소득의 60% 연금을 지급받는다. 최근 노동자들의 취업 연령과 퇴직 연령 추세, 그리고 국민연금 평균 가입연수 추정치인 만 21.7년에 비춰봤을 때, 이 기준치를 20년 이하로 대폭 낮추는 게 수혜 대상을 확대하고, 급여의 충분함을 어느 정도 보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급여에서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문제는 재원 문제를 야기하므로 수혜 대상의 보편성과 더불어 소득재분배의 문제를 불러온다. 보험료 산정의 기준이 되는 월 소득의 상한액이 턱없이 낮은 월 360만 원인 것을 고쳐야 한다. 이는 연봉 5천만 원 직장 가입자와 이건희가 같은 연금 보험료를 납부한다는 얘기다. 소득재분배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가입자의 특혜 독점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단견이다.
소득 상한선을 없애고 월 소득 7,8백만 원 이상으로는 강력한 누진보험료를 적용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국민연금 보험료가 필요없는 부자들은 향후 지급된 급여를 연금세 등으로 모두 환입해 저소득층의 급여를 위한 재원 마련에 써야 한다.
 
신자유주의
 
정부와 기업, 우익 언론들이 현재 국민연금의 최대 급여율인 60%를 기준으로 과도한 급여나 재정 부담 고갈 운운하는 것은 역겨운 사기극이다. 신자유주의 연금 개악을 위해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60%(보험료 기준이 되는 평균 소득의 60%라는 뜻)은 만 40년 가입을 기준으로 정한 비율이므로 실제로 평균소득의 60%를 매달 급여로 받을 수 있는 가입자는 사실상 없다. 만 40년을 납부하려면 고졸로 취업해 쉬지 않고 만 58세 정년을 채워야 한다. 현재 21.7년이 평균 가입 기간으로 예상 추정치다. 이 경우, 자신이 납부한 평균 소득의 30% 언저리가 실제 급여율인 셈이다. 오히려, 지금 현재로도 국민연금의 노후 생계를 책임져 줄 수 없는 문제점이 있다.
그런데도 정부와 우익들이 기금 고갈 위협을 하는 이유는 뭘까. 신자유주의 연금 개혁을 위해서다. 신자유주의 연금 개혁 목표의 핵심은 막대한 연기금과 사보험 시장의 확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세계은행은 각 국에게 ①적립방식 전환을 통한 상당 규모 연기금 유지 또는 신설 ②15% 수준의 기초연금제 도입 ③기존 국민연금의 보장성 약화 및 소득비례성 강화 ④사적 연금 시장 활성화 ②와 ③은 공적연금의 전체적 보편성과 소득보장성을 약화시켜 ④를 활성화한다.
따라서 당장 연금 수혜 총량의 변화가 적다는 이유로 노무현 정부나 한나라당의 국민연금 개악을 전제로 한 기초연금제 도입 제안에 느슨한 태도를 취해선 안 된다. 현재 당 지도부와 오건호 위원 등이 이에 동의하고 있는 것은 신자유주의에 투항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수당 방식의 무기여 기초연금제 도입을 요구하려면 재원이 다른 국민연금과 별개로 논의하거나 국민연금을 기초연금화 하는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
 
연기금 적립
 
신자유주의 연금 개혁이 연금 재정방식 중 적립 방식을 선호하는 이유를 알기 위해 먼저, 적립방식은 가입자들이 낸 돈을 기금으로 적립하는 방식이다. 저축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 방식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저축 방식이므로 내가 낸 만큼 돌려 받는다는 원리로 운영되어 사실상 소득-납부-급여가 비례 운영되므로 젊어서 가난이 늙어서 가난으로 그대로 옮겨지는 방식이다. 급여구조에서 소득재분배를 강화하기 어렵고, 우파들이 정부의 지원을 반대하기도 용이하다. 서유럽의 신자유주의 연금 개혁이 모두 적립 방식 도입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둘째, 막대한 적립 기금이 쌓이므로 자본가들은 이 기금을 이용해 자신들의 부족한 투자분을 메우려 한다. 2004년 노무현 정부는 4대 개혁 입법에 실패하면서도 연기금 주식 투자 제한을 철폐하는 법안은 끝내 통과시켰다. 현재 주식 시장은 사실상 연기금이 떠받치고 있으며, 외환은행 매각 우선협상자 선정시 국민연금이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나서기도 했다. 연금이 하나의 펀드가 되고 이 펀드의 운용을 사적 금융기관들이 맡게 되면 노동자들의 이연 임금을 모아놓은 연기금 적립금이 금융투기자본의 손아귀에 내맡겨지는 것이다.
현행 제도하에서 국민연금 적립기금 규모는 2035년에 1715조 원, 정부의 개정안에 따르면 2054년에 5819조 원에 달한다. 현행 제도하에서도 적립금의 최대 시점에서 GDP의 65%, 정부 예산의 3배가 넘는다. 이런 기금을 급여 지불에 사용하려면 기금의 가치 하락(인플레이션)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낮은 실질 급여율과 사각지대 문제가 국민연금의 해결 과제인데도 적립기금 수백조 원을 쌓아놓고 대주주 자본가들의 주가 떠받치기에 쓰는 거야말로 자본가들의 도덕적 해이다.
현재 한국의 국민연금은 수정적립방식이다. 즉, 적립방식으로 운용되다가 연기금이 고갈되면 부과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금 고갈 위협을 과장하는 것은 정부의 사기다.
그렇다면, 정부가 기금 고갈을 전제로 설계된 방식인데도 기금 고갈 가능성을 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5년마다 기금 재정 추이를 계산하여 보험료와 급여액을 조정하게 돼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5년마다 조정을 통해 부과방식으로 전환하지 않고, 적립방식을 사실상 영원히 유지할 수 있다. 이 말은 앞으로도 급여율을 낮추고, 보험료는 더 올리는 시도가 계속될 것이라는 말이다.
 
계급간 재분배
 
또다른 재정 방식인 부과 방식은 그 해 걷은 돈을 그 해 연금 수급 대상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원리상 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에, 계급간 재분배 방식(소득 누진율 등)을 도입하는 게 용이하면서도 급여율을 소득-납부액과 비례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물론, 이 제도 자체가 그 모든 것을 자동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부과방식인 의료보험이 재분배성과 보편성이 국민연금보다 상대적으로 큰 점을 보더라도 적립방식보다는 노동계급에게 유리한 연금 개혁에 이 방식이 용이하고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국민연금의 진보적 개혁을 위한 재정은 국가와 대기업, 부자들이 추가 부담해야 한다. 한국의의 사회복지지출(2001)은 GDP 대비 8.7%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국가였으며, 2002년에는 분야별 지출 통계를 발표한 독일·영국·일본·프랑스 등 18개 나라의 평균인 37.4%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반면, 우리나라의 국방 부문 재정지출 비중도 10.2%로, ,OECD 주요 회원국 평균인 3.2%의 3배 이상에 이르고 있다.
한국은 이 낮은 사회복지 지출 중에서도 공적 연금 지원 비중이 절반에 못 미친다. 연금제도가 발전한 나라들이 한국보다 두세 배 높은 사회복지비 지출 구조에서도 60 퍼센트에 가까운 연금 재정 지원을 하는 것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사각지대 해소와 충분한 급여, 계급간 소득 재분배 기능 강화를 위해 정부와 대기업들, 주식과 투지 부자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부담을 지라고 하는 것은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대기업 법인세를 인상하고, 22조 원에 달하는 군비를 대폭 감축하고, 소득세 누진율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토지,주식 투기 등의 불로소득에 부유세(또는 자본이득세, 연금세 등)를 매겨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세금은 국민들을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데 써야 한다.
 
(2007.2.6 작성)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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