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성과연봉제 강요

정부 협박에 위축되지 말고 단호하게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노동자 연대> 174호 | 입력 2016-05-18



4월 말 박근혜가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도입을 직접 챙기겠다고 한 뒤, 곳곳에서 무법 난장판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총선 참패를 인정하지 않고, 자기 기대를 ‘배신한’ 그 결과를 뒤집겠다는 뜻이다. 총선 결과로 고무된 노동자들이 기대감을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기선을 제압하려는 것으로도 보인다.


박근혜는 경제 위기 고통전가 쟁점을 부각해야 자기 계급을 단속해 레임덕도 막을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그러나 바로 그런 통치 전술이 총선 참패의 큰 요인이 됐음도 봐야 한다. 기층의 반발은 더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공공부문 노조 지도자들은 6월 18일 10만 노동자대회를 열고 9월 총파업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저항에 찬물을 끼얹으려고 박근혜 정부가 산업 구조조정 얘기를 꺼내 들었지만, 그런 구조조정은 지배계급 안에서도 분열을 낳을 수 있다. 그래서 정작 그 문제에는 조심스러운 대신 임금 개악에는 앞뒤 안 재고 달려들고 있다.


△우리가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나? 한 금융공기업에서 노동자들을 줄 세우고 성과연봉제 동의서 작성을 강요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나 고용안정 수준이 높은 공기업 노동자들을 ‘철밥통’으로 몰아붙이면 여론에서 불리하지 않다고 봤을 것이다. 게다가 정부와 기업주들은 상반기에 공무원, 공기업 부분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에 성공하면 내친김에 민간 대기업, 은행들로도 이를 확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박근혜도 5월 13일 야당 원내대표들과 만나 “[성과연봉제를] 공공기관에서 도입해야 민간으로도 전파된다”며 속셈을 분명히 드러냈다.


노동자들도 성과연봉제가 저성과자 퇴출 등 노동 개악의 일부로서 노동자의 처지를 크게 불안하게 할 것을 안다. 5월 1일 노동절 한국노총 노동자대회에서나 14일 금융공기업지부 합동대의원대회에서는 ‘해고(노예) 연봉제 철회’라는 구호가 인기를 끌었다.


종합해서 보면, 최근 공공부문 사측의 무리수는 정부의 의지가 강해서만이 아니라 노조가 쉽게 양보할 태세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금융노조 소속 공기업지부들이 교섭권은 산별노조에 있음을 분명히 하면서 개별 교섭을 거부하고 (아직은 미약하지만) 저항을 시작한 것이 한 사례가 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 개악’과 임금체계 개악이 노동계급 전체의 임금을 줄이려는 목적인 만큼 먼저 맞붙게 된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1차 저지선 구실을 해야 한다. 나머지 노동자들이 이 투쟁들을 지지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그 점에서 노동운동 일각에서 상대적 고임금 노동자들의 임금 투쟁을 지지하길 꺼리는 분위기를 부추기는 것은 운동의 심각한 약점이 될 수 있다.


공기업 경영진들과 정부의 억지와 위선


금융산업을 총괄 지휘하는 금융위원장 임종룡도 금융공기업 노사를 강하게 압박해 왔다.


올초 이 기업들 경영진들은 산별교섭을 위한 금융사용자협의회에서 일방 탈퇴했다. 개별 협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라는 금융위의 종용이 배경이었음이 일부 드러났다. 임종룡은 5월 10일 금융공기업 최고경영자들을 불러 또 성과연봉제를 닦달했다.


임종룡은 “금융 공공기관은 대표적인 고임금 구조 …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보수가 필요하다"는 비난도 했다. 노동부장관 이기권도 “공공기관과 금융회사는 정부의 보호와 지원으로 상위 10퍼센트의 임금 … 정년 연장의 최대 수혜자”라고 장단을 맞췄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금융을 수행한 대가로 이 노동자들이 그 유탄을 맞고 고통을 겪어 온 일은 말하지 않는다. 그 결과, 일은 줄지 않은데 사람이 줄어서 금융권 전체가 연평균 2천5백 시간이 넘는 노동시간에 시달린다는 사실도 말하지 않는다. 게다가 정책금융 등 공공서비스 노동자들의 업무 성과를 어떻게 개별로 매길 수 있을까? 시중은행에서도 성과 압박은 오히려 부실 대출을 늘리는 등 부작용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한술 더 떠 이기권은 “노조가 임금체계 개편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동의권 남용”이라고까지 얘기했다. 노조가 노동자의 이익을 고수해서는 안 된다(‘시키는 대로 하라’)는 오만하고 역겨운 발상이다. 결국 ‘노조가 동의 안 해 준다고 성과연봉제 강행을 기권하지 마라’고 독려한 셈이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94조는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임종룡, 이기권이 임금이 너무 높으니 성과연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한 것은 명백히 노동조건의 불리한 변경을 촉구한 것이다. 그러므로 노조 동의가 없어도 된다는 것은 ‘지배하는 힘이 곧 정의’라는 궤변일 뿐이다.


이처럼 부패한 특권층다운 언사들로 행정부 고위 관료들이 공공부문 현장의 성과연봉제 도입에 개입한 결과, 곳곳에서 인권까지 유린하는 일들이 자행되고 있다.


금융노조는 5월 13일 직원들이 죄인처럼 서서 추궁당하는 장면으로 보이는 사진을 공개했다. 회사 간부가 성과연봉제에 찬성하는 개별 동의서를 내지 않은 직원들을 불러서 협박하는 모습을 노조 간부가 긴급 출동해 찍은 것이다. 알고 보니 산업은행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이런 작태들 때문에 애초 성과연봉제는 찬반조차 물을 필요가 없다고 했던 금융노조 공기업지부들은 신속히 조합원 찬반투표를 조직해야 했다. 주택금융공사지부가 85.1퍼센트, 기술보증기금지부에서는 98.57퍼센트, 주택도시보증공사지부도 90.2퍼센트가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성과연봉제에 반대했다. 산업은행지부에서도 94.8퍼센트가 반대했다. 노조 위원장의 독단적 배신에 당해 버린 예금보험공사노조(상급단체 없음)도 애초 조합원 전체 투표에서는 62.7퍼센트가 반대했었다.


자산관리공사에서는 사측이 직원 76퍼센트가 성과연봉제 도입에 찬성한다고 발표하자 노조가 곧바로 찬반투표를 실시했는데 80.4퍼센트가 성과연봉제에 반대했다. 그럼에도 사측은 5월 10일에 동의서 결과를 근거로 취업규칙 변경을 이사회에서 통과시켰다. 노조는 당연히 이를 부산지방노동청에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다만 성과연봉제 관철이 어려워서 사퇴하겠다는 최고 경영자를 설득하려다가 뒤통수를 맞고(사측이 기습적으로 사퇴를 걸고 찬반투표를 실시하고 조합원 총회를 소집하려 함) 오히려 노조의 동력을 약화시킨 금융노조 한국감정원지부 사례는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지금 국면에서는 경영진을 설득할 수 있다거나 속마음은 다르겠지 하는 식의 생각을 조금치도 해서는 안 된다. 결국 지부 집행부는 총사퇴했고 현재 선거를 준비 중이다.


조선업 구조조정과 은행 성과연봉제가 무슨 상관?


임종룡은 5월 10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 두 기관에 대한 자본 확충이 절실한 만큼 성과연봉제 도입 등 철저한 자구노력이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주채권은행 구실을 해야 하고 수출입은행은 현대중공업에 가장 많은 대출을 해 준 금융기관이다. 그런데 산업은행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4조 원 규모나 되는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추가 지원을 결정한 것은 청와대와 금융위였다.


자신들의 결정 때문에 부실 채권 문제가 더 커진 것인데도, 정부가 그 책임을 노동자들의 임금에 전가하려는 것은 파렴치하다. 더구나 정부 차원에서 조선업 구조조정을 다루는 국면에서 사실상 정부의 개입 수단이 될 두 은행을 성과연봉제 문제로 옭아매는 것은 행여나 있을 반발을 잠재울 뿐만 아니라 구조조정의 결과적인 책임마저 엉뚱하게 금융공공 노동자에게 떠넘기려는 치졸한 꼼수다. 그리고 경제 위기를 빌미로 노동자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전형적인 고통전가 책략이다.


조선업 구조조정이나 자금 지원과 해당 기관 노동자들의 임금은 아무런 상관 관계가 없다. 박근혜 정부는 노동자들끼리 반목하게 만들려는 비열한 술책을 중단해야 한다.(글을 마무리한 상황에서 산업은행 사측이 금융위의 자본 확충 협박을 핑계로 노조를 무시하고 확대된 성과연봉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총력 저항을 다짐한 금융노동자들


5월 14일 서울 강서구의 KBS스포츠월드 체육관에는 전국에서 모인 금융노조 공기업지부 8곳(금융위원회 산하 7곳, 국토교통부 산하 2곳 중 집행부가 총사퇴한 한국감정원지부를 제외한 8곳) 대의원들과 시중은행지부 상임간부들 1천여 명이 모여서 9월 파업을 공식 결정했다.


△1천여 명이 모여 9월 파업을 결정했다 5월 14일 금융공기업지부 합동대의원대회. ⓒ사진 제공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이날 참가한 대의원들은 시종일관 진지하게 연설을 경청하고 구호를 외쳤다. 대부분 젊어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의 금융노조 투쟁을 경험하진 못했겠으나, 새롭게 불만과 분노를 표출하는 세대일 것으로 보인다.


금융노조 김문호 위원장은 이날 대회사에서 기업은행장에게 항의 면담을 갔더니 사측이 은행장실이 있는 층 전체의 방화벽, 철문 등을 모두 내리고 막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정부는 어떻게든 상반기에 공기업을 해치우고 올해 안에 민간 은행들까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고 한다면서, 9월 파업에 이어 2차, 3차 파업도 실행하자고 했다.


한 공기업지부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는 퇴출을 통한 일자리 돌려막기를 일자리 창출이라 부른다’고 성토했다. 모든 대표자들이 결사 반대를 약속했다.


최근 금융노조는 4월부터 기업은행, 산업은행, 자산관리공사 등 공기업지부들을 순회하며 결의대회를 해 왔다. 이 순회 결의대회에 근무 중인데도 수백 명이 참석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2천 명이 넘게 모이기도 했다. 금융노조는 6월 18일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자대회(서울 여의도 예정)에는 역대 최대로 참가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한국노총이 최초로 서울 도심에서 노동절 집회를 열었을 때 금융노조는 2만여 명이 참가해 분노가 차오르고 있음도 보여 줬다.


물론, 5월 안에 금융공기업 성과연봉제 도입을 완료하겠다고 정부와 사측이 협박을 하는 마당에 9월 파업은 늦어 보인다. 아무래도 20대 국회에 대한 기대감이 큰 듯하고, 사측의 불법 무리수가 법원에서 불인정 받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는 듯하다. 한편에서는 불만은 크지만 기층 노동자들의 투쟁 경험이 많지 않고 지도부가 철밥통론에 맞서 파업 같은 수단을 과감히 사용할 자신감이 높지 않은 듯도 보인다. 그래서 선도적으로 공공부문의 투쟁을 이끌기보다 시중은행 지부들까지 포함해 합법파업을 하려는 소극적 생각에서 파업 시점을 9월로 잡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측의 교섭 거부로 낸 쟁의조정신청에 중앙노동위원회가 성실교섭을 권고하는 행정지도 결론을 낸 것(16일)에서 보듯 저들만큼이나 우리도 투쟁 상황이 뜻대로만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자산관리공사, 산업은행 등이 노조 반대에도 이사회에서 성과연봉제 강행을 결정했다.(기업은행도 성과연봉제(안)을 사내망에 공개했다.)


만일 효과적으로 저항하지 못해 성과연봉제가 지난해 임금피크제 때처럼 어이없게 도입되면 나머지 노동 개악의 현장 관철도 더 쉬워질 것이다. 따라서 여의치 않으면 언제든 파업을 앞당긴다는 태세를 갖추려 해야 한다. 그러려면, 기층의 전투성을 드높일 투쟁들을 늘려가야 한다. 시중은행 지부들도 행여라도 방심하지 말고, 6월 18일 집회에 최대로 힘을 집중하는 등 지금부터 투쟁의 시동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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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단축 논의에서 임금·노동조건 문제를 뭉개선 안 된다




<노동자 연대> 159호 | online 입력 2015-10-21



정부와 우파, 기업주들은 노동자들을 이간질하며 노동자들의 임금 양보(삭감)를 요구한다.


최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KLI)은 “[임금소득] 상위 10퍼센트 임직원 임금 인상이 동결되는 경우 9만 1천5백45명의 정규직 신규채용”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이 계산은 기업이 지출하는 임금 총액은 그대로 둔 채 (소수의 임원을 포함한) 노동자 실질임금 삭감분을 월평균 2백26만 원으로 나눈 것뿐이다. 전형적인 노동자’끼리’ 고통분담론, 즉 고통전가다.


정부의 “노동개혁” 공세를 돕고자 내놓은 악의적 숫자 놀음에 불과한 것이다. 현재 KLI 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초대 고용노동부장관으로서 노동시장 구조 개악의 기초를 닦았던 방하남이다. 이 자가 정권의 “노동개혁”을 도우려고 곡학아세를 지휘하고 있다.


한편,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비용 절감 방식이다. 임금소득 최상위자(상위 10퍼센트)의 임금이 동결되면, 차상위자의 임금도 억제된다는 것이다. (동결된) 최상위자 수준을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계산법은 상대적 고임금 노동자들의 임금 억제가 노동계급 전체에게 하향 평준화 압력이 된다는 점을 정부와 기업주들이 잘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소득 상위 10퍼센트의 기준 소득(세전)은 연 6천7백만 원이다.(새정치연합 윤호중) 여기에 소득 상위 10~20퍼센트 구간 노동자들의 소득(세전 소득 연 4천8백50만 원 이상)까지 억제되면 사실상 상대적 고임금 노동자들 대부분이 실질임금을 삭감당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연쇄 효과를 낳을 것이다.


민주노총도 이 보고서에 대해 “실제로는 상위 노동자의 임금이 동결/삭감되면, 단계적으로 하위 노동자의 임금 동결/삭감이라는 연쇄 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 정규직을 공격함으로써 종국에는 전체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라고 옳게 비판했다.


이처럼 노동자 양보론은 오히려 하향평준화를 가져올 뿐이다. 생각해 보자. 박근혜, 정몽구, 이건희 같은 자들이 정규직 책임론을 들먹일 때, 그들이 비정규직의 삶과 처지에 눈꼽만큼이라도 연민을 갖고 그러겠는가. 그것이 자본에게 유리하기 때문인 것이다.


따라서 노사정 간 사회적 타협 모델을 전제로 한 노동자 양보론은 노동계급의 처지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오히려 우파의 이간질을 받아들여 노동계급의 단결을 해치기 쉽다.


노동시간 단축의 조건


한편, 같은 발표에서 KLI는 정부의 근로기준법 개악 방침(주 최대 노동시간 한도를 60시간으로 상향)과 달리 현행대로 주52시간을 한도로 해서 노동시간을 줄이면, 최대 19만 3천여 명까지 추가 고용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이는 9월 4일에 발표한 보고서에 기초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KLI는 노동시간 단축시 노동자 개인의 기존 임금 총액이 줄어드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KLI의 분석은 노동자 개인의 임금 총액을 깎아서 즉, 기업주들이 지불하는 임금 총액은 그대로 둔 채 노동자들끼리 임금을 나누는 효과일 수도 있는 것이다.


KLI 발표를 비판한 민주노총의 논평은 이 점을 지적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연한 누락만은 아닌 것 같다.


10월 8일에 서울시와 <매일노동뉴스>가 주최한 ‘서울 일자리 대장정 노동조건 개선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늘리기가 주요한 대안으로 토론됐다.


그런데 이날 토론회에서도 노동시간 단축 논의의 가장 중요한 쟁점(‘조건’)인 기존 일자리의 임금과 노동조건이라는 문제는 거의 다루지 않았다. 박원순 시장은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에 대한 평가 요구에도 ‘중앙정부가 하는 일에 입장 표명은 곤란하다’며 답하지 않았다.


정치적으로 첨예한 쟁점은 가능한 피해 가려고 하는 박 시장의 스타일이겠지만, 이 쟁점에서 그런 태도는 적어도 정직한 태도라고 보기 힘들다. 왜냐하면, 현행 임금체계상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자동으로 임금이 줄어드는 곳도 많고, 임금을 보전한다면 그 비용이 어디에서 나와야 하는지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민주노총은 당일 토론회의 의의를 지지하고 향후 결과를 기대한다고만 하고서 ‘임금과 노동조건의 후퇴가 없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분명히 하지 않은 논평을 발표했다.


장시간 노동


사실 노동조건 후퇴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늘리기는 노동자들에게는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2013년 기준으로 한국 노동자들은 1년에 OECD 평균보다 4백 시간 더 많은 2천71시간을 일한다. 하루 8시간 기준으로 50일, 주5일제로 계산하면 1년에 두 달하고도 일주일가량을 더 일하는 셈이다. 현대자동차나 은행 노동자는 한국 평균보다도 4백 시간 더 많은 2천5백 시간을 일한다는 통계가 발표되기도 했다.(2012년)


따라서 이런 과중한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 주당 노동시간을 48시간으로 제한하면 일자리 1백만 개를 만들 수 있고, 현행 근로기준법의 주당 52시간 제한만 제대로 지키고 특례 업종만 없애도 일자리 62만 개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민주노총,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그런데 노동시간이 줄면서 임금이 함께 줄어들면 어떻게 될까?


사실 대부분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들이 낮은 기본급을 만회하는 수단이다. 무엇보다 기업주들이 시간당 임금이 낮은 점을 이용해 신규 채용보다 기존 노동자들을 더 부려먹는 방법을 선호해 왔다. 당연히 기업주들은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늘리기를 쉽게 수용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기업주들과의 타협으로 임금을 양보해 노동시간을 줄인다면, 첫째, 새로 창출되는 일자리의 질은 기존 노동조건보다 더 낮은 것들일 가능성이 크다. 둘째, 이미 고용된 노동자들 상당수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더 열악해질 것이다. 낮아진 임금 때문에 생산성 향상 명목으로 노동강도 강화를 수용해야 한다는 압력도 커질 것이다.


물론 경기가 더 나빠지면 임금이 깎이더라도 노동시간을 줄여서 고용을 유지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실제로 국내외에서 그런 사례들이 있었다.


그러나 양보론으로는, 세계적 경제 위기가 해소되지 않는 지금, 계속해서 후퇴해야 하는 처지를 피하기 힘들다. 일자리의 질만 나빠지고, 해고 위협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독일 폭스바겐에서도 노동조합이 1993년에 해고 대신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 삭감을 받아들이는 합의를 한 이후 거듭해서 임금과 노동조건 개악 등에 합의했다. 그랬는데도 2006년, 2008년의 대량해고를 막지 못했다.


대중 투쟁


이런 일은 임금과 이윤을 둘러싼 계급 간 이해관계가 화해불가능한 적대 관계이기 때문이다. 즉 임금을 양보해서 고용을 지키자는 논리는 노동계급의 ‘지속가능한’ 대안이 될 수 없다.


수세적 양보보다는 노동자들의 투지를 높여 기존의 노동조건을 지키려고 투쟁을 건설하면서 단결을 확대해 가는 대안이 필요하다.


따라서 조직 노동계급이 계급투쟁 방식으로 싸워야 한다. 경제 위기에 대응해 이윤을 보호하려고 정부와 기업주들이 “노동개혁”을 밀어붙이는 만큼, 노동계급은 파업으로 이윤 창출을 타격해야 양보를 강제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8시간 노동제를 최초로 전국적 규모에서 법제화한 1917년 러시아, 주 40시간 노동제와 긴 하계 휴가(바캉스)를 얻어 낸 1936년 프랑스와 주35시간제를 쟁취한 1998년 프랑스 등이 모두 위기 속에서도 노동계급이 강력한 투쟁으로 성과를 일궈낸 경우다. 한국도 1987년 대투쟁 다음 해에 주 44시간 노동제를 획득했다.


그런데 노동운동 내 개혁주의 지도자들이 특유의 소심함과 우유부단함 속에서 양보론과 사회적 타협론으로 기우는 것은 투쟁으로 요구를 쟁취하기 어렵다는 비관론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5월초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때처럼 대중파업 건설은커녕 노골적으로 김 빼는 구실을 하곤 한다. 앞서 든 사례들에서 민주노총이 임금과 노동조건의 후퇴 반대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서 노동시간 단축 논의를 환영한 것이 우려스러운 이유다.


선진 노동자들은, 국제 노동계급 투쟁의 역사에서 배워 전체 노동계급의 이익을 단호하고 일관되게 옹호해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사회변혁적 정치와 만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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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은 늘리고 노동시간은 줄여라



<노동자 연대> 124호 | 발행 2014-04-14 | 입력 2014-04-12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구성한 ‘노사정 사회적 논의 촉진을 위한 소위원회’(노사정소위)에는 여야 의원들, 고용노동부, 사용자 단체들, 한국노총의 대표들이 참가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한국노총조차 참여하지 않아 용도 폐기”된 “노사정위원회를 되살려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 꼼수”라고 올바르게 비판했다.


노사정소위는 4월 15일까지 노동시간 단축, 통상임금 등 각종 노동 현안에 합의된 의견을 도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 이유는 사용자 단체들과 정부가 노동자들에게 양보하지 않고 계속해서 장시간 저임금 노동 강요하기를 고집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노동시간 문제와 관련해, 현행 근로기준법은 주40시간에 더해 1주일에 최대 12시간 더 연장근로를 시킬 수 있다고 돼 있다.


단결과 투쟁 임금과 노동조건의 상향 평준화를 이루려면 투쟁력과 조직력이 있는 노동자들이 앞장서는 방식으로 단결을 추구해야 한다.  ⓒ사진 제공 <오마이뉴스>

그러나 노동부는 근로기준법이 연장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을 각각 정의한 점을 악용해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행정해석을 지침으로 내려보냈다. 즉, 사용자들이 주중에 12시간 연장근로를 시키고도 주말 이틀 동안 최대 16시간(하루 8시간씩)을 또 일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주당 68시간 노동을 보장해 준 것이다.


그러나 주당 40시간 노동 외에 일한 것은 모두 ‘시간 외 연장근로’다. 노동부 해석은 주말은 일주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황당한 발상이다.


또한 주중 40시간을 일한 노동자가 휴일에 더 일하면 연장근로수당과 휴일근로수당을 모두 받아야 하는데, 그동안 노동부 해석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최근 법원은 노동부 해석이 잘못됐다는 판결을 잇달아 내렸고, 이는 조만간 대법원 판결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판결이 나면, 노동시간은 주당 최대 52시간으로 제한되고, 휴일 연장근로에 대한 체불임금 소송을 할 수 있는 길도 열리게 된다.


(※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최선의 결과인 것은 아니다. 노동시간은 더 줄어야 하고, 법정 노동시간을 40시간으로 정해 놓고, 연장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 자체가 문제다. 가장 좋게는 임금총액 삭감없는 노동시간 단축이 좋겠지만, 최소한 시간당 임금의 삭감 없이 노동시간 40시간 상한 등이 이뤄져야 한다. 자본이 손해 안 볼 자유보다 노동자가 인간답게 사는 자유가 더 중요하니 말이다.)


사정이 이러니 박근혜 정부와 기업주들은 그 전에 근로기준법을 개악해 불리한 판결을 피하고 장시간 노동 강요하기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단계별 시행 등 온갖 꼼수 법안이 나오는 이유다.


책임 전가

한편, 장시간 연장근로에 따른 비용을 줄이도록 정부가 도운 것은 자본가들이 신규 채용보다 기존 인력을 쥐어짜는 게 더 ‘생산적’이도록 보장해 준 방법이기도 하다.


이런 자들이 이제 와서는 경제 위기와 수익성 하락에 직면해, 연공급제를 빌미로 노동자들의 상대적 고임금 탓을 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노동자 분열과 전반적 임금 하락을 유도하려 한다.


그러나 한국은 10년 이상 장기근속자 비율이 18.1퍼센트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다(OECD 평균은 36.4퍼센트). 이런 현실 때문에 실제 노동자 평균임금은 40대 후반 이후 하락하고 있다(김유선, ‘임금체계 개편 논의, 비판적 검토와 대안 모색’에서 재인용). 


그러므로 한국 자본주의 전체로 보면, 연공급제가 진정한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문제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는 투자 대비 이익의 (수익성) 위기다.


물론 이 와중에도 SK 최태원의 연봉은 3백억 원이 넘었고, 삼성 이건희는 지난해 주식배당으로만 1천억 원 넘게 챙겼다.


최근 10여 년간 기업소득은 늘고, 가계소득은 줄어 왔다. OECD 평균에도 못 미치는 노동소득분배율은 하락 추세이기까지 하다.


물가상승률에 경제성장률을 더한 수준이 돼야 그나마 실질임금이 유지되는데, 사용자들은 상용직 임금은 물론이고 최저임금조차 실질적 인상을 거부해 왔다.


상대적으로 조건이 나은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평균임금조차 민주노총이 자체 계산한 표준생계비 대비 70퍼센트가량에 불과하다.


한편, 노동부 임금 개악 매뉴얼이 병원 간호사, 은행 사무직, 제조업 생산직의 임금체계 변경을 특별히 예시로 든 것도 시사적이다. 병원 간호사의 성과주의 강화는 의료 민영화와 관계가 있을 것이다. 최근 수익성이 오르지 않은 은행권은 인력 감축 시도가 있을 듯하다. 벌써 씨티은행에서 감원 시도가 시작됐다. 제조업은 통상임금 쟁점이 민감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조선 등 일부 산업에서는 구조조정의 사전 포석일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과연 임금 개악을 당장에 전면화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너무 많은 노동자들을 한 번에 상대하는 건 벅찰 수 있다.


그래서 실제 투쟁 양상은 개별 기업마다 불균등하게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상대적 고임금을 문제 삼아 노동자들을 서로 이간질하는 효과는 지금부터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이간질의 논리를 반박하면서 반격의 조건이 되는 곳에서부터 파열구를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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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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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대법원은 노동자들이 정기적으로 받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사실 이 판결이 대단한 것은 아니다. 너무나 상식적이고 당연한 판결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법원 판결 이후 노동자들이 사실상의 ‘체불임금’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건 것은 당연한 일이다현대자동차삼성중공업, GM대우 등 60곳에서 소송이 제기됐다.

 

근로기준법 시행령은 “‘통상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所定)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금액”이라고 명확히 정의하고 있다. 또 근로기준법은 연장·야간·휴일 등 초과노동수당 연차수당 등의 산정 기준 ‘통상임금’으로 하고 있다.

 

즉, 지금의 통상임금 논란은 여러 수당의 산정 기준인 통상임금에서 정기상여금을 부당하게 빼서 임금 차익을 챙겨온 체불임금 문제가 그 본질인 것이다. 그동안 노동부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엉터리 해석으로 이런 도둑질을 도와 왔다. 

 

그러므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이 판결 때문에 최소 38559억 원을 써야 한다며 ‘기업 망하게 할 판결’이라고 저주하는 것은 완전히 적반하장이다.

 

38조여 원은 당연히 줘야 할 돈을 떼 간 체불임금이고, 그나마 임금채권 소멸 시효 때문에 3년치 적용 밖에 안 된 액수다.(3년 체불 24조 8천억 원) 이것은 기업주들이 적게 주고 더 많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일을 시키면서 도둑질한 노동의 댓가가 이토록 엄청나다는 말이다.


기업주들의 경영 능력이 아니고, 체불임금 떼먹고 오리발 내민 게 기업 성장의 최고 비결이었다는 말이다. 이 체불임금을 돌려주면 기업이 망한다는 말은 그동안 기업주들이 경제 성장을 위해 기여했다는 말이 완전 개소리라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판결을 새로 해라, 법을 바꿔라’ 하며 국회와 사법부 등을 압박하고 있다. 기업주들의 뻔뻔함은 국적을 가리지 않는데, 미국에서 박근혜를 만난 GM 회장 댄 애커슨이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협박했다.

 

문제는 정부다. 박근혜는 통상임금 “한국 경제 전체의 문제”라며 재벌들에게 해결을 약속했다. 4대악 척결한다더니 성추행 대변인 도피시킨 의혹을 받는 정부가 체불임금 떼 먹는 걸 기업 살리기로 포장할 기세다.

 

그러나 사실 대법 판결을 바꾸는 것은 삼권 분립을 허무는 것으로 보일 수 있고, 사법권력의 반발을 살 수도 있어 쉽지 않다. 그래서 집권당 차원에선 법 개악이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다. 그래서 새누리당은 슬슬 근로기준법 개악의 군불을 떼고 있다.

 

체불임금 떼먹어 기업 수익을 올리는 게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인가. 헛소리와 추잡한 짓은 윤창중과 전동수 따위로도 충분하다. 박근혜와 기업주들은 역겨운 헛소리들 집어 치우고 당장 훔쳐 간 통상임금을 내놔라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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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깁니다. 한국 다음 순위 국가들보다도 두 달 (8시간×23일[주5일제 기준]×2) 정도 더 일합니다. 

그러니 아침 출퇴근 전쟁 시간대 버스와 지하철은 조는 사람, 멍한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쉴 시간, 놀 시간이 없으니 여가생활이라곤 대체로 친구들과 술먹기 뿐입니다. (글로 배워서~)

이런데도, 기업주 모임인 경총이나 정부는 한국에 휴일이 너무 많다고 불평해 왔습니다. 제헌절, 식목일 등 매년 국가지정 공휴일이 줄어왔습니다. 심지어 반쪽짜리 주5일제 도입하면서 근로기준법의 유급 생리휴가를 무급으로 바꿔버렸습니다.

기성 언론에선 추석을 앞두고 '민족의 명절'이다 뭐다 하고 떠듭니다만, 정작 평범한 월급쟁이들의 억울한 마음은 다루질 않습니다.

올핸 추석이 주말과 겹쳐 명절이라기보단 금요일 하루 더 쉬는 것 밖에 안 되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ㅠ.ㅠ 올해는 추석 이틀에 개천절 하루, 총 3일이 사라졌네요...

장시간 노동, 휴일 노동은 한국 노동자들에게 아직도 피할 수 없는 굴레입니다. 저도 예전 직장에서 새벽 퇴근, 새벽 출근을 자주 해봤지만, 아주 사람 얼을 빼놓습니다. 그런데 또 이렇게 앉아서 휴일을 도둑맞다니... 


달력의 빨간 날, 즉 법정공휴일은 어느 회사에서나 유급 휴일이기 때문에 공휴일의 축소는 정해진 월급에 일 더 시켜먹겠다는 것 밖엔 되지 않습니다. 법정공휴일을 축소하면 애써 머리띠 매고 투쟁하고 임금 교섭해서 올려 놓는 임금이 뒤로 몰래 깎이는 겁니다.

한마디로 '부지런한 한국인'이란 이미지는 '사람 부려 먹는데 부지런한 사장'과 '권리 찾아 먹는데 게으른 노동자'의 다른 이름이 아닌가 합니다. 원래 두 몸인데, 이걸 한 몸으로 합쳐 놓으니 사람 헷갈리게 하는 그림이 된 거죠. 

최근 몇 년간 웰빙이니 삶의 질이니 언론 보도가 많았습니다만, 먹는 것, 여가 이용법, 여행지 정보는 넘치는데, 막상 이걸 위해서 월급을 올려야 한다거나 휴일을 늘려야 한다거나 하는 주장을 하는 언론이 없었습니다.

있다면, 주식, 부동산 등등. 하지만, 한 실험에서 월가의 투자 전문가와 원숭이의 랜덤 투자 수익률이 같았다고 하죠. 몇몇 구조적 주가 조작을 하는 기관 투자가들 빼곤 개미들이 벌 수 있는 돈이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게다가 지난해 펀드 폭락 사태는 평범한 이들이 감당하기 힘든 "하이 리턴, 하이 리스크"의 현실을 잘 보여줬습니다.

부동산으로 돈 벌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온 좋게 집 하나 샀다 해도 내 집만 오르는 게 아니므로 내 집값 올라봐야 새 집 구할 땐 제자리입니다.

이 순환을 벗어나는 길은 두 가지 뿐인 듯합니다. 새 아파트 분양을 받거나 강남 아파트를 사는 건데, 2천년 대 내내 분양가가 집값과 똑같이 올랐습니다. 결국 남는 길은 강남 아파트 사기. ㅋ 가능하지 않은 일입니다.

결국, 일자리를 얻고 지키기. 조금이라도 더 월급 받기. 이게 평범한 젊은이들에게 웰빙의 출발점입니다. 우리에게 여유있는 삶, 즐길 수 있는 삶은 난관이 참 많네요.

정말 최소한 설과 추석은 일주일을 모두 쉬어야 합니다. 토요일도 정식으로 법정공휴일로 하고, 주말과 겹치는 법정공휴일은 다음 월요일에 쉬어야 합니다. 주류 엘리트들은 교육과 언론에서 가족과 민족의 가치, 양보와 여유의 가치를 자랑만 하지 말고, 여염집 갑남을녀가 그런 고귀한 가치를 배울 수 있게 휴일을 충분히 보장해줘야 할 것입니다. 

이처럼 휴일을 줄이며 일해야 하는 건 우리 삶이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자기 금고 채우기만 바쁜 사장들 말고 정부가 좀 나서서 우리들을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놀라운 것은 '우리 회사 사장'이 아니라 국가(정부와 국회)가 유급휴일인 법정공휴일을 줄이는 데 열심이라는 겁니다. 세상에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출된 대표들이 선출되지 않은 기업주들을 위해 자신을 선출한 주권자들을 쥐어짜고 사실상 임금 삭감을 강요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노동자 집회 같은 데 가 보면 "시키는대로 일만 한 죄밖엔 없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돌이켜 보면 그건 진짜 죄인 겁니다. 충분한 휴식을 요구하는 건 충분한 임금을 요구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은 미래를 어떻게 꾸려 나갈까 하는 문제입니다.  

누구라도 충분히 쉬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적·경제적 여유는 자신을 돌아보고 세상을 살펴보는 실천적·문화적 역량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는 평범한 이들에겐 충분한 임금과 여가 시간을 요구할 이유가 많습니다.

······

사실 무엇보다 휴일이 줄어드는 게 당장 걱정되는 이유는 이명박과 그 똘마니 국회가 일하는 날이 더 늘어난다는 것이죠. 정말 최소한 이들에겐 휴일을 많이 보장하면 안 될까요.
무급으로~ 쭈욱~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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