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는 65일 ‘창조경제 실현 계획’을 발표하면서 “창의성에 기반한 성장”과 “벤처·중소기업의 육성”을 매우 강조했다.


이는 ‘로드맵’의 목표가 “기존 고용창출시스템(남성, 장시간 노동, 제조업, 대기업)의 중심축을 여성·창조경제(서비스업·중소기업)으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노동시간 감축과 고용 유연화, 신자유주의적 임금 개편으로, 생산성(착취율)을 높이고 일자리는 늘리면서도 기업주의 부담은 줄이겠다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 비중이 더 높은 내수·서비스 산업과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벤처 창업을 부추겨 고용률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모델을 내세운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 모델의 특징은 단연 적은 노동시간과 전제 고용의 3분의 1이 넘는 시간제 일자리다. 1970년대 중반 이후 25년 동안 새로 생겨난 일자리의 3분의 2가 시간제였다.


이런 추세가 정부가 말하는 1982년 바세나르 협약의 결과인 것은 아니다. 시간제 일자리는 1970년대부터 늘어나고 있었다. 사실은 경제 위기 때문에 일자리의 질이 나빠진 것이다.


없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난 것도 아니다. 기존 전일제 일자리를 시간제로 쪼갠 결과였다. 그래서 취업자 수가 크게 늘어도 고용량(피고용 노동자의 노동시간 양)은 거의 늘지 않았다. 경제 위기의 고통을 노동계급에게 전가하고, 노동계급 내부에서 고통을 분담하라는 것이었다.


어쨌든 네덜란드 자본가들은 정규직 고용 보호를 건드리지 않는 대가로 임금 비용 상승을 어느 정도 억제해 1970년 대 위기에서 수익률을 일시 회복하고 실업률을 낮춰 복지 지출 상승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 위기의 깊이와 규모가 다르다. 게다가 당시 네덜란드는 임금 차별이 적고 복지제도가 탄탄했다


그런 나라조차 1990년대 경제 위기 때는 다급해진 사장들이 먼저 “합의주의”를 깼고 복지 삭감을 밀어붙였다결국 네덜란드는 일부 복지기금이 민영화되고 실업수당이 삭감됐다.


그런데 박근혜는 지금 경제 위기 때문에 고용 유연화와 임금 유연화, 정규직 노동조건 공격을 동시에 하려 한다. 민주노총은 물론이고 노사정 협약 체결 당사자인 한국노총 내부에서도 금융노조, 공공연맹 등 주요 노조가 반발하는 까닭이다.


따라서 대법원 판결을 지키라는 노동자들의 요구마저 폭력으로 짓밟을 만큼 성마른 상태에 있는 한국의 자본가들이 노사정 ‘타협’을 실제로 이뤄낼 가능성은 없다


결국은 양대 노총 사이에서, 정규직·비정규직 사이에서 분열을 부추기며 노조 탄압을 강화하는 길로 갈 것이다.


그래서 네덜란드 모델에서 노동운동이 진짜 배워야 할 것은 따로 있다. 노조운동이 ‘사회적 합의주의’에 발목 잡혀 파업과 투쟁을 멀리하다가, 고용 유연화를 묵인하다가, 노동계급의 단결과 투쟁의 힘만 약해졌다는 것이다


이처럼 노동조합의 발목을 잡고서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수월하게 하려는 것이 박근혜와 사장들이 마음에도 없는 네덜란드 모델을 한통속으로 추켜세우는 이유다.


유연안정성’을 ‘사회적 합의’로 도입해 노동의 권리를 지킬 수 있다는 일부의 주장이 뜬 구름 잡는 소리에 불과한 까닭이다. 노동자끼리 고통을 분담하라는 정규직 양보론도 거부해야 한다


<레프트21> 바로 가기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