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의 금융노조 ‘총파업’ 준비

금융노동자들의 정의로운 요구를 지지하자


금융노조 노동자들이 7월 30일 예정된 파업 찬반투표를 압도적으로 가결시켰다. 투표율이 87퍼센트인데, 파업 찬성률은 91.3퍼센트나 된다. 실질임금 삭감과 장시간 노동으로 쌓인 분노와 투지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금융노조는 7월 26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총파업 진군대회를 열고 30일에는 1차 총파업을 할 계획이다. 12년 만의 금융 산별 총파업으로 금융노조는 노동조건의 개선과 구조조정을 막으려 한다. 

금융노조는 우리은행을 KB국민은행에게 팔려는 정부의 민영화 계획에 반대한다. 농협을 상업은행으로 만들어 투기 영업과 노동조건 악화를 시키는 것에도 반대한다. 또 금융노조는 은행이 대학생 20만 명을 대상으로 학자금 무이자 대출 지원에 나설 것과 야만적인 장시간 노동을 줄여 청년 일자리를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12.5.15. 금융노조 집회.(서울광장)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은 “경제가 어려운데 고소득 노조가 파업을 하는 나라는 우리 밖에 없다”며 비난의 선두에 섰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이렇게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지난해 하반기 금융노조와 한국노동연구원이 실시한 조사를 보면, 은행 노동자들의 연간 평균노동시간은 2천5백72시간에 이른다. 

※ 사실 한국 노동계급 전체가 장시간 노동으로 고통받고 있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2010년 기준으로 2천1백93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 4백44시간이나 많다. 그런데, 은행 노동자들은 이처럼 긴 한국 평균보다도 3백79시간이나 더 일하는 것이다. 

하루 8시간 노동으로 계산하면, 은행 노동자들은 1년에 한국 평균보다 47일을, OECD 평균보다 102일을 더 일하는 셈이다.(여기에 주5일제를 적용하면, 한국 평균보다도 두 달, OECD 평균보다도 약 다섯 달을 더 일한다. 12개월 임금을 받고 말이다.) 

1997년 이후 은행 인수합병 과정에서 5만 명 가까운 노동자들이 쫓겨난 뒤, 그 만큼의 일을 남은 노동자들이 감당해 온 결과다. 이처럼 은행 노동자들은 법정 노동시간보다 무려 3분의 1을 더 일하는데, 이는 법정 노동시간만 지켜도 지금 인력의 3분의 1 즉, 2~3만 명의 정규직 일자리를 새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의 요구대로 노동시간을 단축하면 오히려 정규직 일자리도 늘리고 기존 노동자들은 주말과 평일 저녁 식사를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행복’을 되찾을 수 있다.

2008년 경제 위기와 고임금을 빌미로 은행들에선 지난 4년간 사실상 임금이 동결돼 왔다. 전세 대란과 식류품 가격 폭등 등을 감안하면 실질임금이 크게 삭감돼 온 것이다. 게다가 신입 직원의 초임은 삭감된 채 원상 회복될 기미도 없다. 

결국 은행 산업의 성공은 무엇보다 은행 노동자를 덜 주고 더 일 시키며, 젖은 수건이 마른 걸레가 되도록 쥐어짠 데서 비롯한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와 은행 경영진들을 노동자 파업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진정으로 귀족스럽게 고소득을 올려온 것은 은행 경영진들과 대주주, 정부였다.
 
은행들은 2009년부터 예금 금리는 낮추고 대출 금리를 올려 왔다. 주로 부동산 거품을 키우는 가계대출을 늘려 왔다. 전세 대란에도 은행들의 책임이 있는 것이다.  

이처럼 노동자들의 피땀과 99퍼센트 대중의 한숨을 쥐어짠 대가로 은행들은 매년 10조 원가량 순익을 올려왔다. 이 수조 원의 돈이 아무 한 일도 없는 대주주의 배당과 경영진 연봉과 스톡옵션으로 들어 갔다.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은행도 2천억 원이 넘는 돈을 배당으로 가져갔다. 

※ 한국 은행의 배당성향(40.5%)은 다른 상장사들(16.2%)에 비해 두 배를 훨씬 넘으며, 주요 신흥국과 비교할 때도 가장 높다(한국은행, 2012. 4. <금융안정보고서>).

따라서 학자금 무이자 대출 같은 공익적인 일에 은행이 쓸 돈은 차고도 넘친다. 주주 배당보다 천만 배 정의로운 요구를 하는 것은 바로 금융 노동자들인 것이다. 

한편,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CD(양도성 예금증서) 금리 담합 의혹을 제기하며 은행 아홉 곳 등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대출금리를 CD 금리에 연동한 가계대출은 2백78조 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금리 1퍼센트만 따져도 3조 원 가까운 돈을 폭리로 취한 셈이다.  

대량 해고 

이번 금융 총파업이 현실화된다면 실질적인 동력은 국민•우리 지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민영화가 7월말 1차 입찰 마감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메가뱅크 설립이란 망상을 버리지 못한 이명박 정부는 KB국민은행이 우리은행을 인수하도록 하려 한다. 

국내에서 영업점이 가장 많은 두 은행을 합치면, 전국 영업점의 무려 70퍼센트가 500미터 이내로 중복 대상이다. 두 은행의 합병으로 1만여 명이 잘릴 수 있다는 것은 현실적 위협이다. 그러나 합병이 평범한 99퍼센트 대중에게 이득이 될지는 전혀 검증된 바 없다.

그런데도 금융위원장 김석동은 최근 “우선협상자로 선정된다면 정부 차원에서 … 전폭적으로 지원 … 절대 손해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민영화 의지를 드러냈다. CD 금리 담합 문제는 감독도 못한 자가 구조조정에는 혈안이 돼 있는 것이다. 

최근 박근혜는 우리금융 민영화 등 ‘민감한’ 사안은 차기 정부로 넘기는 게 좋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지만, 노동자를 희생양 삼아 재정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생각은 다르지 않다. 

※ KB금융지주 이사회가 우리은행 민영화 1차 입찰 마감일인 27일 오전에 열리기로 했다가 이틀 먼저 이사진 간담회를 연다는데, 내부 격론의 증거라 하겠다. 
정부(특히, 모피아)와 금융산업 대주주들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낙하산인 어윤대가 대주주들을 설득하는데 애로가 있는 듯하다. 국민은행 내부적으론 검토를 이미 마치고 정치적 판단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논의 결과가 26일 집회나 30일 총파업에 영향을 미칠 텐데, 최근 KTX 민영화 관련해서 연기 발언을 번복하는 이명박 정부 행태를 볼 때, 이들의 결정에 연연하지 말고 계획된 투쟁 일정을 강행하는 것이 옳다. 물론 KB 이사회가 민영화를 접는다면 그것은 노동자들이 일차전에서 승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그런 사탕발림을 믿기보다 이명박의 레임덕 위기를 이용해 이번 기회에 아예 쐐기를 박는다는 생각으로 투쟁에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이명박은 온갖 권력형 부패가 드러나면서 피투성이가 되고 있다. 이것이 집권당 후보인 박근혜마저 군색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노조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의 새누리당파들이 민주당 지지마저 문제 삼으며 내분을 일으킨 것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그들은 노동자들의 자주적 투쟁에 하등 도움이 안 되는 세력들이다. 

금융노조는 이들을 단호하게 비판하며 투쟁 태세를 갖춰야 한다. 그러려면 민주당에 의존하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과 정책협약식을 가졌는데, 협력할 건 협력하되, 독립적 태세를 취하는 게 옳다.   

다행히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앞으로 사용자 측과의 협상에 진척이 있더라도 7월 30일 총파업은 반드시 성사 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부는 버스 대절 등 실무 준비가 한창이다. 이처럼 ‘투쟁 먼저, 그리고 투쟁의 힘으로 협상을 한다’는 기조를 세우고 유지해야 한다. 

7월 30일 파업은 월말이라 파업 효과를 더 크게 낼 수 있다. 관건은 26일 총진군대회의 성공에 달려 있다. 단결된 노동자들의 힘으로 ‘메가뱅크 MB’를 ‘멘붕 MB’로 만들어 버리자.  


※ 이 글은 이영일 동지와 함께 쓴 글이다. 그러나 최종 교열을 내가 봤기 때문에 내용 상 오류나 오타/맞춤법 오기 등은 모두 내 책임이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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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노동자들이 투기자본 배불리고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하나금융지주회사의 인수합병 시도에 반대하며 싸우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각주:1]는 1인 시위 등 대국민 홍보, 금융위 앞 집회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금융 인수 반대 1백만 인 서명운동에는 (12월 31일 현재) 80만 명이 넘게 서명했다[각주:2].



하나금융의 인수 시도가 지금 외환은행의 소유주인 론스타의 ‘먹튀’ 행각을 도울 뿐이라는 금융노조와 외환은행 노조의 주장이 옳다는 것이 최근 드러났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대가로 론스타에게 약 4조 7천억 원을 주겠다고 밝혔는데, 이것이 허위라는 게 밝혀진 것이다. 론스타가 내야 할 세금을 미리 내주고, 연말 배당액을 보장해 주는 등 실제 가격은 6조 원을 훨씬 넘는다고 한다.[각주:3]

그런데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 과정부터 불법과 특혜 의혹을 받아 왔다.

최근 금융위원장으로 임명된 김석동은 당시 론스타의 인수 자격 심사를 날림으로 하고 “생각보다 빨리 처리돼서 ‘도장값’이 비싸야 될 텐데” 하고 말한 바 있다.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하게 해 줬으니 그에 대한 보상이 있을 것이라는 더러운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각주:4]. 

하나금융이 무리한 차입으로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론스타만 배불리는 반면, 자칫 두 은행이 모두 부실해져 죄없는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이라는 덤터기를 쓸 우려가 크다.

그래서 외환은행 노조는 금융위원회에 하나금융의 인수 허가 신청을 반려하고,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 심사를 실시하라고 주장한다[각주:5].


우리는 이를 지지한다.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이 박탈되면 하나금융의 인수 시도는 일단 무산될 것이다.

그러나 ‘먹고 튀려는’ 론스타에게는 별 타격이 없다는 반론도 있다. 론스타는 이미 대량 해고와 주각 조작 등으로 주가를 올려 주식 배당액 약 1조 원을 챙겼고, 보유 주식은 제값 받고 팔면 그만이다[각주:6]. 오히려 그 과정에서 외환은행의 새 주인이 또 다른 투기자본이 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여전히 론스타 지분을 몰수하자는 주장이 필요하다[각주:7]. 대법원이 외환은행 매각 책임자인 변양호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지만, 론스타 자체가 면죄부를 받은 건 아니다[각주:8]. 무엇보다 비리 공직자에게 “선의의 정책적 판단” 운운하는 엉터리 판결을 순순히 인정해선 안 된다.

외환은행 인수 과정의 론스타게이트, 그 뒤 외환은행과 외환카드 정리해고[각주:9], 탈세와 외환카드 주가조작 등 모든 악행들을 다시 조사하고 단죄해야 한다.

론스타의 ‘먹튀’ 단죄와 외환은행의 국유화[각주:10]를 요구하면서 싸워야 한다.


※ 이 글은 다듬고 축약해 <레프트21> 48호에 실렸습니다. 여기에는 각주 형식으로 기사에 대한 보충 설명을 담았습니다. 기사 주소: http://www.left21.com/article/9090





  1. 정확하게는 금융노조 외환은행지부. [본문으로]
  2. 이명박의 동기 김승유가 회장으로 있는 하나금융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것도 특혜 시비가 일고 있고, 론스타가 6조 원을 더 받아 먹튀에 성공한다는 것도 공분의 대상이다. 이것은 확실히 우리 사회의 ‘정의’에 관한 문제다. 이처럼 큰 규모로 빠르게 서명이 확산한 것은 지난 해 부각된 ‘정의’ 신드롬과도 연관이 있을 것이다. [본문으로]
  3. 이를 위해 하나금융은 막대한 빚을 지려고 한다. 여기에는 칼라일 같은 국제 투기자본들도 돈을 대려 한다는 분석이 있다.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부실하다는 소문이 난 하나은행에 우려의 시선이 더 커지는 이유다. [본문으로]
  4. 당시 의혹의 핵심은 사모펀드인 론스타에게 외환은행 대주주(소유주) 자격을 주려고 외환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론스타와 재경부 관료, 검찰, 김&장 등이 검은 커넥션을 이루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본문으로]
  5. 심사만이 아니라 박탈하라고 직접 요구하는 것이 더 분명할 것이다. [본문으로]
  6. 금융위원회의 적격 심사로 대주주(소유주) 자격을 박탈당하면 강제지분매각명령을 받게 되는데, 이는 단순히 6개월 안에 보유한 주식을 팔라는 명령이다. 이때 대주주 자격이 없으므로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받진 못하겠지만 시가로 주식을 팔아 차익을 챙길 수 있다. [본문으로]
  7. 론스타게이트를 밝혀내 애초의 인수 과정을 원인 무효로 하면 몰수가 가능할 것이다. 이는 투기자본감시센터 등이 중심이 돼 줄기차게 요구해 온 바다. [본문으로]
  8. 황당하게도 론스타는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외환은행지부는 그래서 론스타 관련 정보공개청구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라고 한다. [본문으로]
  9. 최근 국민은행 사측이 노사 합의를 깨고 성과본부라는 걸 만들어 인력 구조조정 수단으로 만들려 하는데, 이 방식의 원조가 론스타의 외환은행이다. 외환카드는 외환은행 주가를 높이려고 론스타가 외환은행으로 합병했는데, 그 뒤 문자로 해고를 통보하는 등 구조조정을 위해 악랄한 탄압을 했다. [본문으로]
  10. 론스타 지분의 국가 몰수는 자동으로 국유화를 뜻하게 된다. 이명박 정부가 공기업 노동자들을 워낙 갈구는데다가, 관치금융의 기억이 있어서 은행 노동자들로선 껄끄럽겠지만 어차피 투기자본을 등에 업은 다른 은행에 매각되면 고용불안의 위험은 국유화로 가는 것보다 더 심각해 질 것이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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