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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2.07 18대 대선 투표에 관한 내 생각
  2. 2012.11.23 반우파 벽에 부딪힌 박근혜의 본색 찾기


이번 대선은 새로운 경제 위기가 다가오는 전조 속에서 치러지고 있다.


투표를 앞두고는 노골적으로 말하지 않고 있지만, 기성 친자본주의 정당의 누가 당선돼도 어떤 형태로든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이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아직 결과를 예단할 순 없지만] 유독 박근혜가 지지율에서 앞서고 있는 상황이 적지 않은 이들에게 불쾌감과 불안감을 주는 이유는 무엇인가.


박근혜는 18년간 독재 정치로 한국 정치를 피로 물들여 왔던 박정희의 딸이자 그 정치의 계승을 목표로 하는 반동적 우익이다.


박근혜는 유신체제에서 이미 정치활동에 참여해 독재 권력을 누렸던 자다. 박정희가 죽은 뒤에는 전두환 정권의 비호 아래 박정희가 강탈한 재산을 물려 받아 호위호식하며 살아온 자다.


그는 야당 시절, 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같은 가장 기본적인 민주 개혁조차 “국가정체성에 어긋난다”며 극렬하게 반대해 왔다. 이명박이 추진한 부자 감세, 각종 사기업화, 기업의 공익적 규제 완화 정책 등은 박근혜가 2007년 내세운 ‘줄푸세’의 연장선이었다.


지금 박근혜 주변에는 군사독재 시절의 옛 영광을 그리며 사는 특권층 늙은이들과 1퍼센트 자본가들이 줄을 서고 있다. 전두환과 김영삼, 이건희와 정몽구, 방일영 등이 박근혜와 손을 잡고 있는 것이다.


저들은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에 저항할 노동자운동을 단속할 권위주의적 우익 정부가 필요하다고 여긴다.


바로 이것이 바로, 올라가진 못해도 내려가진 않는다는 박근혜 40퍼센트 지지율의 실체다. , 경제 위기와 저항에 대비해 똘똘 뭉친 1퍼센트 특권 우파들의 결집, 보수대연합이다.


물론 박근혜가 이긴다고 해서 박정희·전두환 체제를 곧바로 되살릴 순 없다. 그런 일을 허용할 만큼 노동자운동의 조직과 의식이 후퇴하거나 훼손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보수 대결집과 낮은 투표율 덕분에 당선한 정권은 오히려 취약한 기반 속에서 반동적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모순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박근혜가 집권하면, 당분간 우익들이 더 자신감을 얻어 더 반동적 목소리를 높일 것은 분명하다.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 우파 정책이 면죄부를 받았다고 우기면서, 반민주·반노동 공세에 더 성마르게 나서고 싶어할 것이다. 저들은 이명박 정부 5년을 그런 기회로 삼으려고 부단히 노력해 왔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박근혜의 집권에 반대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우리는 박근혜 집권을 저지하고 싶어하는 수백만 대중과 수십만 노동자들의 염원에 공감한다


노동자들은 박근혜 당선 후 반동적 우익들의 환호성을 듣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안도의 한숨을 내쉴 것이다


이런 정치 양극화 때문에 1퍼센트 특권층과 보수 세력이 박근혜로 집결하는 만큼, 그 반대편에서도 그런 결집이 이뤄지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지금 선거에서 박근혜에 맞선 결집은 진보정치세력이 아니라 민주통합당의 문재인에게로 이뤄지고 있다. 노동자들의 염원이 뒤틀리고 굴절돼 정치 양극화가 부분적으로 왜곡되는 것은 현재 선거 구도에서 문재인이 유일하게 박근혜를 낙선시킬 후보로 돼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과 박근혜의 확장성 한계가 불러온 위기가 여러 차례 왔는데도, 박근혜 대세론이 끈질기게 살아남은 것은 민주당의 한계와 진보정치세력의 분열과 약화 때문이다.


우선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이전 10년 동안 정리해고를 도입하고 비정규직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한미FTA를 추진했고, 명분없는 미국의 전쟁에 군대를 파병했다.


기업과 부자에게 세금을 깎아주기 시작한 것도, 새만금 등 각종 환경파괴 개발 정책을 대규모로 추진한 것도 민주당 정부였다. 제주 해군기지에서 삽을 뜬 것도 그들이었다.


문재인은 딱부러지고 선명하게 이런 과거와 내용에서 단절하겠다고 약속하지 않는다. 민주당은 “이명박근혜 정권을 심판하자”면서도 새누리당과 합의해 진보정당을 국회 운영에서 배제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새누리당과 달리 민중운동과도 어느 정도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지만, 그 뿌리는 명백히 친자본주의 정당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 이런 약점과 과거의 기억 때문에 그들은 반박근혜 정서를 가진 젊은 세대에서 충분한 지지를 끌어모으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진보정치세력이 분열·약화하면서 이런 상황에 제대로 된 선거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에 있다. 민주노총도 정치방침을 결정하지 못했다. 가장 중요한 조직 노동운동이 분열해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금 진보 후보들은 많아야 1퍼센트대 지지율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불가피하게 떨떠름한 심정으로 문재인을 지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문재인에게서 어떤 희망을 발견한다기보다는, 최선의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를 보고 싶지 않아서, 최악보다는 차악을 선택한다는 심정인 것이다.


미국 역사가 하워드 진은, 주류 양 당 사이의 사소한 차이가 노동자·민중에게 의미있는 차이가 되는 경우는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진정한 압력을 권력자들에게 행사했을 때라고 충고한다.


무엇보다 다가오는 경제 위기 고통전가 공세에 맞설 투쟁을 준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시기와 방식은 다르더라도 친자본주의 정당의 후보들이 집권하면 내핍 정책과 공격이 벌어질 것이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이미 이명박 정부는 내년도 예산을 복지를 삭감한 긴축 예산으로 짜 놨고, 레임덕 속에서도 공공서비스의 사기업화 정책을 추진할 기반을 닦으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아마 박근혜가 집권하면 좀더 빨리 더 노골적으로 공공부문 공격부터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그것이 자신감있고 강력한 것은 아닐 거라는 것과 그들의 계급적 처지 때문에 반동적 공세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모순되는 것이 아니다. 


문재인은 자신이 어떤 사회적 염원 속에서 집권했는지 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조심스러워 하며 사회적 협약을 맺자는 방식으로 [사실상은 고통전가인] ‘고통분담’을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낙선한 우파의 신경질적이고 반동적 압박에 얼마나 일관되게 대처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바로 이런 점들 때문에 박빙의 상황 속에서 박근혜와 문재인 둘 다 99퍼센트 대중을 위한 시늉뿐인 개혁에 대해서조차 점점 말을 아끼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철탑 농성과 경고 파업, 쌍용차와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고공 농성은 이처럼 대선에서 주류 후보들이 진정한 진보 의제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목소리를 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노골적으로 자본주의를 방어하는 후보보다 자본주의 체제를 반대하거나 이의제기하는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원론적으로 더 좋은 일일 수 있다. 실제로도 이정희, 김소연, 김순자 후보는 지금 훌륭하고 통쾌하게 노동운동의 대의와 투쟁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나는 진보 독자 후보들의 목소리에 공감하고, 이들에 대한 투표 심정을 이해한다.


그러나 진보진영이 분열한 탓에, 선거에서 이들의 존재감이 너무 미약하다. 현대차, 쌍용차 노동자들의 투쟁이 광범한 사회적 지지를 받고 있는데, 이런 지지를 1퍼센트도 안 되는 득표로 대표한다고 말하기는 좀 곤란하다.


1997년과 비교해도 당시 권영길 후보는 민주노총 위원장이었고, 연초에 정권을 강타한 대중파업의 지도자였다. 자신감을 갖고 민주노총은 독자 후보 출마를 공식 결의했다. 그렇게 해서 민주노총 조합원 3분의1 가량이 권영길 후보에게 투표했고, 여기에 상대적 소수의 진보 대중의 표가 합쳐진 것이 30만여 표였다.


이 표는 충분하지도 않았지만, 누가 돼도 독자 정치세력화를 가겠다는 일종의 종자돈이 됐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 진보 후보는 분열돼 출마한 탓에 어떤 후보도 그런 득표에 한참 못 미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투표로 분열하기보다 투쟁에서 단결하는 입장을 채택하는 것이 더 낫다. 우리 모두 다음 정권에서 투쟁을 조직하는 데서 함께할 사람들이다. 진보 후보들은 선거 영역과 달리 투쟁을 조직하고 건설하는 데서는 훨씬 더 큰 능력과 영향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경제 위기 고통전가 공세에 대비한 ‘투쟁 태세 갖추기’를 투표의 주요 목적으로 해야만, 박근혜가 당선하는 최악의 경우에도 다소 더디더라도 우리가 향후 투쟁 건설을 위한 영햘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런데 조직 노동자들 다수가 문재인이 내키지는 않지만, 박근혜가 되는 꼴은 보기 싫다고 말한다. 노동자를 구속하고 해고한 민주당 정권이지만, 문제는 그 반대편에 노동자를 고문하고 학살한 정권의 후계세력들이 모여 있다. 


그러므로 박근혜가 되건 문재인이 되건 똑같다고만 말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중요한 것은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전개하는 데서 노동자들의 의식, 계급의식에 어떤 상황이 유리한가다.


대다수 노동자들은 박근혜 당선으로 반동적 우익과 자본가들이 기뻐하고 의기양양해 하는 모습을 보지 않은 것만으로도 안도할 것이고, 이는 투쟁 태세를 갖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2012년 대선에서는 “아무런 환상 없이 문재인에게 박근혜 반대 투표를 하자, 그리고 누가 되든 투쟁을 준비하자!”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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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경제 성장 지속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규제보다는 경제 활력을 고취해야 한다, 개별 기업 노사 문제 관여는 최소화해야 한다, 증세는 신중해야 한다.”


118일 박근혜를 만난 전경련, 경총 등 경제5단체 회장들이 던진 말들이다. 박근혜에게 5년 전 기조인 ‘줄푸세’(신자유주의적 우파 정책 기조)로 돌아가라는 요구다.


박근혜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경제 민주화’ 구호가 “특정 대기업 때리기, 기업들 편가르기 [등으로] 잘못 알려진 부분도 많다”며 해명했다.[각주:1] 이런 식으로 박근혜는 우파 기득권 세력과 만남을 이어가며, 더 분명한 어조로 “성장”과 “안보”를 강조하고 있다


우파 신문 <세계일보> 주최 안보 심포지움에서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확실한 [대북] 억지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고, 보수 기독교 아성인 여의도순복음교회에 가서 “우리 경제 성장과 함께 민주주의를 이만큼 발전시킨 것도 교회의 힘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아부했다.


레임덕인 이명박의 내곡동 특검 방해도 새누리당의 엄호 없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고, 온갖 낡은 보수세력들이 박근혜 지지로 결집하고 있다. 선거법 등을 이용한 진보진영 재갈 물리기도 벌어지고 있고, NLL 문제로 국정원장을 고발하는 등 꼼수도 자행되고 있다.


여러 내부 갈등이 있었지만 이제 박 캠프에서는 이한구(대우), 김광두(현대차 사외이사), 현명관(삼성), 김성주(대성) 같은 재벌그룹 출신 인사들이 중용되고 있다. 정몽준도 선대위원장으로 기용됐다.


허울 뿐인 ‘국민대통합’ 가면을 벗고서 ‘1퍼센트 보수 대통합’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런 우향우의 배경에는, 반우파 정서의 벽 앞에서 좌절한 박근혜의 선거 책략 뿐아니라, 주류 지배자들의 커져가는 위기감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 경제는 수출의존도가 매우 높아 세계경제 위기 확산 국면에서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대유럽 수출은 16퍼센트나 줄었다.


따라서 지배자들은 저항의 섟을 죽이며 [고통 전가의 다른 이름인] ‘고통 분담’을 요구해야 하는 마당에, 우파인 박근혜마저 사람들에게 기대감을 심어주는 식으로 말하는 게 위험해 보였을 것이다


주류 지배자들은 지난해말과 올해초 새누리당의 총선 패배와 재집권 실패가 유력해 보였을 때는, 플랜B로서 민주당 집권을 염두에 두고, 조중동 등 보수언론과 보이지 않는 압력들을 동원해 [오른쪽에서] 민주당을 혹독하게 공격하며 길들이려 한 바 있다. (진보정당과 야권연대를 하지 말라는 압력도 이때 본격화됐다.)


무엇보다, 박근혜의 중도층 확보 노력은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여러 조사를 봐도, 박근혜 대세론 붕괴 후 필사적 우파 결집(보수대연합) 노력으로 보합세를 유지하곤 있으나 부동층 흡수는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여전히 박근혜가 다자 대결 1위인] <한겨레> 조사에서도 60퍼센트가 ‘새누리당의 재집권’보다 ‘정권 교체’가 낫다고 답했다





그러므로 집토끼 묶는 것에 치중하는 박근혜의 우향우는 앞으로 보수대연합과 투표율 떨어뜨리기로 나아갈 것이다. 집권 우파가 믿을 것은, 반우파 정서가 표로 결집하지 못하도록 민주당의 실정과 약점을 이용하고, (이런 일이 가능할 정도로 민주당에 대한 불신은 만만치 않다) 진보진영을 탄압하며 폭로와 색깔론의 복마전을 만들 것이다. 당연히 투표시간 연장은 결코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요새 새누리당의 공식 논평은 하루 열 건 가까이 야당 후보 비리 의혹 제기인데, 대변인을 일곱이나 둔 것이 바로 이런 일을 하려고 한 듯하다! 14일 하루에만 네 가지 의혹을 8개의 논평으로 발표했다. 새누리당은 관계자는 화살 1백 발을 쏴서 그중 한 개가 맞으면 맞는 것”이라고 하는 실정이다.


요약하면,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최근 1~2주 사이에 부패 우파 본색에 충실해지고 있는 것은 반우파 정서를 뚫기 힘든 상황에서 집토끼라도 지키자는 선거 책략에 더해 지배계급의 위기감이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야당들의 무기력 때문에 박근혜가 다시 여력을 회복하면, 국민대통합 시늉을 다시 낼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 본질이 바뀌는 건 아니라는 것, 박근혜가 중도 흉내가 결코 확장성의 한계를 깨지 못한다는 점이 바뀌는 건 아니다[각주:2]


2007년만 해도 그는 ’줄푸세’를 내세우며 우파 결집에 여념 없었다“제가 꿈꾸는 사회도 바로 뉴라이트가 꿈꾸는 사회와 같다공권력이 바로 서야 한다.” 불법파업과 집단 이기주의기업은 규제 ... 이것이 우리 경제의 큰 병”이라고 핏대를 세웠다.


이미 박근혜는 당권을 장악한 직후인 2004년 가을에 이른바 4대 개혁 입법(국가보안법·사립학교법·과거사규명법·언론관계법 개정) 반대 투쟁에 ‘올인’했다. 그녀는 이 투쟁을 “국가정체성 수호” 투쟁이라고 불렀다.[각주:3]


이 투쟁을 놓고 당내 논란이 일었는데, 박근혜는 자서전에서 당시 의원총회를 이렇게 회상했다. “가장 민주적 방법으로 투표를 통해서 대표인 나에게 모든 것을 일임해 주었다.” 이것이 지금껏 10년째 ‘정당 개혁’과 ‘정치 쇄신’을 내세우는 박근혜의 ‘민주주의관’이다.


그녀의 국가관은 1퍼센트 기득권 세력을 철저하게 옹호한다는 점에서도 우파적이었다. 박근혜는 노무현의 온건한 사립학교법 개정을 놓고 “나라의 정체성을 뒤흔들어 놓는 법은 절대 통과되어서는 안 되며 법의 뿌리가 허물어지면 대한민국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고 강변했다.


박근혜는 1980년 전두환의 도움을 받아 사실상 소유주로 영남대 재단에 진입했다가 1989년 학원 민주화 투쟁 때 쫓겨난 바 있다. 이명박 정부 아래서 개악된 사학법으로 가장 먼저 구 재단이 복귀한 곳이 바로 영남대다


박근혜는 노무현 정부가 물러서면서 이미 2006년부터 복귀를 준비해 왔는데, 결국 새 이사진의 과반수를 임명했다. 재단 복귀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창조컨설팅과 합작해 영남대의료원노조를 무지막지하게 탄압해 노조는 지금껏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러던 박근혜가 “내 아버지의 꿈이 복지국가”라는 궤변을 내뱉으며 꼴사납게도 ‘복지’와 ‘경제 민주화’ 시늉(복지 코스프레?)이라도 낸 것은 순전히 사회적 세력관계가 우파에게 유리하지 않고, 복지와 분배 같은 진보 의제가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여당 내 야당이라고 했지만 정작 18대 국회에서 이명박의 친기업·반민주·반노동 정책과 대립한 적이 없다. 한미FTA, 제주해군기지, 4대강, 부자 감세에 적극 찬성했고, 쇠고기 협상 결과, 용산 사태에는 침묵했다. 최근에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국정조사 요구를 거부했다.[각주:4]


박근혜의 최근 영입 인사 중 “차떼기 대선자금” 수사로 유명해진 안대희가 있는데, 안대희는 당시 유독 박근혜의 2억 원 수수 의혹만 수사하지 않았다. 안대희와 함께 들어온 남기춘은 7인회 일원인 김기춘(정수장학회 장학생 출신)과 함께 1991년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 조작의 원흉이기도 하다. 


박근혜의 본색, 집권 목표라는 건 이처럼 반동적 쿠데타와 1퍼센트 기득권을 옹호하는 정권을 세우려는 추악한 권력욕일 뿐이다


유감스럽게도, 문재인과 안철수가 ‘안보’와 ‘성장’이라는 우파 프레임을 수용해 박근혜 대세론을 무너뜨린 반우파 청년세대를 결집시키지 못 하고 있다. 선명하게 변별력 있는 대안이 유력하게 부상하지 않으니, 우파에 위기가 왔는데도 지지세가 붕괴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결과가 어떨지 미리 예측하기 힘든 선거다. 그렇다고, 개혁주의적 진보정치에 공백과 균열이 생긴 마당에 선거판 안에서 쉽사리 대안을 찾기도 힘든 현실이다. 


김소연, 김순자 두 후보도 훌륭하고, 통진당 이정희, 진정당 심상정 후보도 비진보 후보들과 대면 훨 낫지만, 후보의 성격과 자질과 득표수는 별개 문제다. 이들 모두 진보진영과 노동운동의 일부들을 각각 대표하고 있어 한 표를 던져야 하는 선거에서는 이들에게 투표하는 것이 진보진영 전체의 과제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그러나 세 후보 진영 모두 선거가 아닌 투쟁의 영역에서는 예상되는 득표수보다도 더 큰 힘과 역량, 재능을 발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영역에서는 단결된 대응이 가능하고, 또 중요하다. 


왜냐하면, 상황이 지날수록 경제 위기 때문에 어느 정권이 들어서도 [방식과 속도, 태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노동계급에게 고통전가 공세가 예상된다는 점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가들의 참을성이 점차 없어진다는 신호들이 보이고 있다. 


이런 요소들에 상황을 비춰 보면, 우파 재집권을 저지하자는 반박근혜 정서에 공감하면서도 투표 그 자체보다는 미래의 공세에 대비해 정치적·조직적 태세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대중투쟁으로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 일 없이 투표로만 주류 우파를 물리치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다. 사실 불가능하다. 그 점에서 최근 벌어진 노동자투쟁들은 좋은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정권교체가 나은 일이긴 하나, 진보적 정권교체라 부를 것은 못 된다.


그래서 투표로만 놓고 보면, [박근혜 저지를 위한 단일화 후보든, 진보 노동 후보든] 좀 더 지켜보고 판단하는 것이 낫겠다. 누구에게 투표하더라도 향후 운동의 과제에 비춰 부차적 비중일 수밖에 없을 듯하므로. 


  1. 전경련 전무 이승철은 “오늘 [박근혜와 안철수] 두 후보 모두 경제민주화 못지않게 경제성장도 필요하다는 뜻을 보여 와 그동안의 경제민주화 논의와 관련된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화답했다. [본문으로]
  2. 올 4월 총선에서 박근헤의 중도화가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한 이들은 민주당 등 야당에게도 빼앗긴 중원, 중도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근혜와 민주당 사이의 중도로 가자는 것은 야당들이 우경화해야 한다는 것이므로, 박근혜를 돕는 멍청한 짓이 되었다. 물론, 재벌과 주류엘리트에게 잘 보이려는 민주당의 본성을 감안하면 그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본문으로]
  3. 당시 법사위원장이던 한나라당 최연희가 ‘[여론 때문에] 버티기 힘들다’고 하소연하자, “도대체 국가관이 있는 겁니까?” 하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전두환 정권에서 위세를 떨치던 공안검사 출신에게 ‘국가관’을 따져 물을 정도니 박근혜의 국가관이 얼마나 우파적인지 알 만하다. [본문으로]
  4. 유일하게 이명박과 대립한 게 행정수도 문제였는데, 사실 박정희가 1970년대 말에 지금의 세종시에 포함된 충남 연기군 장기지구를 유력한 제1후보지로 놓고 행정수도 이전을 기획하고 추진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박근혜의 집착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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