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결과 평가 논쟁


<노동자 연대> 172호 | 입력 2016-04-23


이 기사를 읽기 전에 다음 연결 기사를 읽기 바랍니다 : [총선 결과가 보여 준 것] 박근혜 정부의 참패, 노동계급(그리고 정의당)의 전진


박근혜는 총선 직후, “어려움이 있지만 노동개혁이 꼭 이루어져야 한다는 신념 하에 …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 …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하다.” 경제 위기 때문에 자본가들을 위한 노동개혁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막무가내 화법이, 총선 참패로 만천하에 확인된 정치 위기에 대한 박근혜식 대처법일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의 “노동개혁” 호소는 총선 참패 전과 총선 후의 맥락이 같지는 않다. 당장 악법들 통과에 나서야 할 새누리당 의석 수가 과반이 안 될 뿐 아니라, 그에 대한 대중의 반감과 분노도 더 분명하다. 박근혜가 총선 참패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자, 선거 일주일 뒤 여론조사에서는 박근혜의 국정수행 지지도와 새누리당 지지율이 모두 취임 이래 최저로 떨어졌다.

총선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룬 조직 노동계급의 자신감도 좀 더 고무될 것으로 보는 것이 마땅한 이유다. 20대 총선은 명백한 박근혜 정부 심판 선거였고, 지난 3년 동안 박근혜에 맞서 가장 치열하게 싸우며 분노를 결집해 온 것이 바로 노동운동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참패에 영향을 미친 요인들을 추리자면, 대체로 박정희 향수를 무색하게 만든 경제 불황, 박근혜의 불통 통치 스타일,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그의 사악함, 노동계급에 경제 위기 고통을 전가하려는 “노동개혁” 시도 등일 것이다.

노동자 투쟁은 이 요인들에 직접·간접으로 영향을 미치며 박근혜에 불리한 요인들이 숙성하는 데에, 특히 노동계급의 정치적 표현 욕구에 영향을 미쳤다. 여론조사는 늘 부정확성을 안고 있지만 지지율 곡선의 상향, 하향 추세를 비교 검토함으로써 시간적 추세를 보는 데는 유용할 수 있다. 여러 기관의 박근혜 국정수행 지지도 조사 추이가 그렇다. 취임 후 첫 위기를 겪은 것은 바로 민영화에 반대하는 철도노조 파업 때였다. 그다음이 세월호 참사 때였고, ‘성완종 리스트’로 널리 알려진 청와대 측근들의 부패 의혹 파동과 공천 파동 등으로 이어졌다.

즉, 박근혜 정치 위기의 진행 방향은 박근혜 지지층 밖에서 시작돼 안으로 번지는 식이었다. 따라서 노동자 투쟁을 유일하거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보지 않는다 해도 박근혜 심판 정서의 확산에서 주요한 요인이었음을 추론할 수 있다. 노동자 투쟁 외의 요인으로는 단연 세월호 참사를 들 수 있다.

노동계급 정치세력의 재가동

박근혜 지지 하락은 전국적 현상이었다. 총선에서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단지 수도권에서만 타격을 입은 것이 아니다. 텃밭인 영남의 핵심 도시들에서도 큰 타격을 입었다. “진박”을 대거 공천한 대구에서 전체 의석의 3분의 1(4석)을, 울산에서는 절반(3석)을 잃었다. 부산에서도 3분의 1 의석(6석)이 더민주당(5석)과 무소속이다. 정당 득표를 봐도 새누리당은 2014년 지방선거보다 대구에서 14만 표, 부산에서 27만 표, 울산에서 8만 표가 줄었다.(세 곳 모두 투표자 수는 늘었다.) 부산과 울산에서 새누리당 정당 득표는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을 합친 것보다도 적다.

따라서 “영남 노동벨트”(특히, 울산과 창원)에서 민주노총 전략후보들이 큰 다수 득표로 당선하고 경주 등지에서 예상보다 선전한 것은 노동계급의 정치적 전진이 (예외적 현상이 아니라) 전국적 박근혜 심판이라는 맥락 속에서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그리하여 영남 노동벨트에서 새누리당 후보는 모두 득표가 줄었고, 민주노총 전략 후보들의 표는 비약적으로 늘었다. 울산 북구의 윤종오 당선인은 자신이 출마해 낙선한 2014년 지방선거(북구청장)보다 이번에 2만 2천여 표를 더 얻었다. 2년 전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의 표는 9천4백여 표였고, 이번에 새누리당 표는 그때보다 5백 표 줄었고, 투표자 수는 1만 2천여 명 늘었다. 대강 말해, 윤 당선인이 이 표들을 모두 흡수한 셈이다.

울산 동구의 김종훈 당선인도 자신이 동구청장으로 출마해 4천 표차로 낙선한 2014년 선거보다 이번에 2만 표를 더 얻었다. 2년 전 노동당 후보는 4천3백 표 정도를 얻었고, 이번 선거 투표자 수는 그때보다 8천여 명 늘었고, 새누리당 후보는 이번에 7천 표 줄었다(민주당 계열의 야당 표는 2년 전과 비슷함). 그러므로 김종훈 당선인도 대강 말해 이들을 모두 가져온 것이다.

한마디로 울산에선 노동계 후보에게 대단한 표 집중이 일어난 것이다.

경남 창원성산의 노회찬 당선인은 2012년 총선에서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 후보가 얻은 표를 더한 것보다 7천 표를 더 얻었다. 2012년총선에는 자본주의 야당(국민의당) 후보가 없었는데, 이번에 국민의당 후보가 1만 표가량 득표했고, 새누리당 강기윤의 표가 4천 표 준 것을 고려하면, 늘어난 투표자(약 1만 4천 표)의 대다수를 노회찬 당선인이 흡수했음이 분명하다.

덧붙여,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당선한 경기 고양시 덕양구도 서울로 출퇴근하는 노동자들(주로 사무직인 조직 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함)이 많은 선거구다. 금속노조 실세 출신인 심 대표 자신도 민주노총 상근간부층 기반을 많이 확보하고 있고, 선거운동에서 ‘노동개악’ 저지를 강조했다. 심 대표는 더민주당과 후보 단일화를 하지 않고도 야권단일후보였던 4년 전보다 표가 늘어(2만 7천 표). 새누리당을 크게 눌렀다.

민주노총 전략후보들뿐 아니라 진보·좌파 정당과 후보들 수십 명도 박근혜의 ‘노동개악’ 저지를 핵심 공약으로 걸고 지지를 모았다. 그 결과, 민주노총이 정당투표 지지 정당으로 공지한 진보·좌파 정당 4당은 합쳐서 2백13만 표나 얻어 냈다. 이는 지금과 같은 4개 진보 · 좌파 정당 구도로 치른 2014년 지방선거에서 네 당 광역비례 득표의 총합(2백23만 표)애 근접한 수치다.

욕심에 못 미칠 수도 있고, 그새 유권자가 늘어 득표율로 치면 조금 더 낮아진 걸로 나타나 아쉬울 수도 있다. 정치 경험이 적은 청년들이 특히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가 아닌 총선이라는 점(전국적 성격이 더 강하다), 지난 2~3년간 진보·좌파 정치의 인지도와 관심도가 낮아져 올해 초에만 해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5퍼센트 미만에 불과했음을 감안해야 한다.

그 점에서 결과를 선거 전 현실적 예상치와 비교해야지, 선거 전에는 기대도 안 하다가 ‘교섭단체도 못 됐느니’ 하는 비현실적이거나 과도한 기준을 들이밀며 냉소하는 것은 옳지도, 솔직하지도 않은 태도다. 그렇게 조직 노동계급의 아래로부터의 투쟁 능력도, 정치적 표현 능력도 평가절하하는 태도가 도대체 무엇에 보탬이 될까 하는 점에도 생각이 미쳐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곳곳에서 노동자들의 계급 투표가 위력을 발휘했다. 노동운동은 고립돼 있기는커녕 (당선한 영남 노동벨트 전략 후보들처럼) 일정한 조건이 되면 지역구 선거에서도 막강한 흡인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 줬다.

따라서 이번 총선에 ‘노동자 정치가 부재’했다거나 ‘진보가 실패했다’고 보는 것은 억지로 현실에 눈 감지 않고서는 내놓기 힘든 ‘분석’일 것이다.

주류 야당

이렇게 전체 그림을 그리면, 더민주당이 정당 득표에서 3등을 하고 전통적 지역 기반이던 호남에서 참패를 당하고도 국회 1당이 되는 역설적 어부지리를 얻고, 호남 밖 지역구에서는 단 두 석밖에 건지지 못한 국민의당이 정당 득표에서는 2위를 한 또 다른 역설을 해석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많은 유권자들이 지역구에서 반박근혜 심판 투표를 했고(당선 가능한 비새누리 후보에게 표 몰아주기), 적잖은 야권지지층에서 (호남과 정당득표에서) 더민주당에게 불신을 나타냈다. 두 부르주아 야당이 총선에서 우클릭 경쟁을 했지만, 선거 결과를 전반적인 사회 보수화의 결과처럼 보거나, ‘보수 양당 체제가 보수 3당체제로 바뀌었을 뿐’이라는 식의 현상적인 분석은 진정한 객관적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두 부르주아 야당은 질질 끄는 세계경제 위기 속에서 진행되는 국제적인 주류 정치 우경화 흐름에 영합하겠지만, 그 과정이 직선이지는 않을 것이다. 전통적인 야권 지지층의 기대와, 지배계급에게서 수권 능력을 인정받으려는 우클릭 압력 사이에서(특히, 대선을 염두에 두고 눈치 보기를 하면서) 때때로 모순과 균열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노동계급의 투쟁의 수위가 좀 더 올라가고 그에 따라 정치적으로 더 전진하려는 시도가 진행된다면 이런 모순과 균열은 아마도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의 근원이 박근혜 정부에 대한 반감의 확산과 심판 정서가 커져 온 것에 있고 그 때문에 결국 보수층에도 균열이 생겨 새누리당 지지층의 일부 이탈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 비춰 보면, 국민의당 지지표에 새누리당 지지층이 얼마나 옮겨갔나 하는 따위의 물음은 부차적인 쟁점이다.

또한 이런 관점에서 보면, 당선권에서 경쟁할 수준까지는 못 됐던 진보 · 좌파 후보들의 지지율이 기대에 못 미쳤던 것도 설명할 수 있다. 소선거구제와 승자독식 제도 때문에, 야권단일화가 없어도 투표 때는 양강으로 투표가 몰리는 효과가 나는 것이다.

종합하면, 이번 총선은 박근혜 정부의 사악한 통치 행태가 전국적 규모로 노동자 대중의 다수에게 거부당한 선거였다. 조직노동자 투쟁의 요구와 대의를 정치적으로 표현하려 했던 민주노총, 피억압 대중을 대변하려 한 진보·좌파 정치세력들의 단결된 선거 도전은 박근혜를 향한 대중적 분노의 주요한(유일한 것은 아니지만) 구성요소였다.

정의당

한편, 진보·좌파 진영의 일부는 이번에 노동계급이 선거에서 전진하는 과정에서 큰 수혜를 입은 세력이 정의당인 점을 문제 삼는다. 정의당의 강령이나 야권연대 시도, 친노 참여계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 등. 물론 정치적 경험이 충분하지 않아서 조급한 경향이 있는 일부 좌파적 청년들이나 산업현장에서의 충돌 문제에 더 전투적인 노동자들이 개혁주의가 노골적인 정의당이 진보 ·좌파 정치 당선자의 다수를 차지한 것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정의당의 강령과 지도자들이 지지하는 이데올로기가 주류 사회민주주의인 것은 사실이다. 그 당 내에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위해 더민주당과의 통합을 주장하는 경향도 있다. 안보 정책에서도 충분하게 진보적이지 않다. 또한 아래로부터의 대중 투쟁보다는 제도권 ‘정치’를 더 강조한다.

그럼에도 이 당의 주요 계급 기반은 노동계급에 있다. 이 당의 리더십 배경, 당원 구성 등이 모두 그렇다. 이 당의 지도자들은 또한, 자신들이 더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갖추려면 조직 노동운동의 물질적 · 정치적 지지를 충분히 받아야 함을 이해한다.(참여계 리더들의 영향력이 최근에 두드러지지 않는 것도 이와 연관 있다고 볼 수 있다.) 노회찬 전 당대표가 경남 창원성산에 출마해 민주노총 전략 후보 경선까지 치르면서 노동자들에게 지지를 받으려 한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정의당이 조직 노동자들에게서 더 많은 지지를 받는 것은 노동자들의 정치의식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에 기초해 평가해야 한다. 그렇게 볼 때, 정의당이 약진한 것은 앞서 살펴 봤듯이 노동계급의 정치적 전진 속에서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이다.

물론 노동자 투쟁이 아직 충분하게 고양되지 못한 상황이라 정의당 안에서도 좌파가 약진하거나, 정의당보다 더 급진적인 좌파정당들도 함께 성장하는 수준에까지는 아직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정당득표에서 정의당이 크게 앞선 것은 상대적으로 당선가능성이 더 높은 당으로 표가 몰린 결과로 해석된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에서 박근혜와 집권여당의 사악한 대응을 지켜보며 치를 떨고, ‘노동개혁’ 같은 박근혜의 친기업 정책으로는 좋은 일자리를 보장받기 어렵다고 본 청년들도 급진화의 첫 표현으로 정의당에 투표했을 것이다. 정치와 투쟁 경험이 아직 부족한 새세대 진보 청년들에게는 그나마 언론 등에서 다뤄지고 유명 인사도 있는 정의당에게 표를 던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정리하면, 노동계급의 정서가 다시 활성화하면서 주류 개혁주의 정치가 일차적인 수혜자가 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노동자 연대>는 이런 계급세력 관계 분석에 기초해 이번 총선에서 정의당의 선거적 성공을 예측한 것이다.

따라서 대중의 실천과 의식을 그 흐름과 맥락 속에서 파악하지 않고서 지도자들의 온건한 이데올로기만 보고서 평가하려는 것은 잘못이다. 대중 투쟁으로써 지금보다 대중의 자신감과 의식이 전진할 때, 정치 지형도 더 한층 좌경화될 수 있다. 그러려면, 노동자들이 이번 총선으로 고무된 것을 이용해 더 투쟁에 나서도록 독려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좌파적인 관점일 것이다.

기회주의

노동자들이 반기는 선거 결과를 어둡게 평가하고 정의당의 약진을 노동계급의 정치와 무관한 것으로 보는 이들은 이런 일을 잘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초좌파적이거나 아니면 기회주의적인 언사로 (진보 · 좌파 정당 가운데 가장 많은 정당득표를 한) 정의당의 약진과 “영남 벨트” 조직 노동자들의 계급 투표 등을 무시함으로써 결국은 노동계급의 정치적 전진까지도 없던 일 취급하기 때문이다.(왜 전진인가 하는 점은 앞에서 다뤘으므로 다시 다루진 않겠다.)

이런 평가들에 따르면, 박근혜가 참패했지만, 야당은 우경화해서 어부지리를 얻은 것이고, 정의당의 득표도 민주당과 야권연대에 집착해 얻은 성과니 좌파적 결과라고 보기 힘들며, 나머지 좌파 정당들은 득표가 적었으니 노동 · 진보 정치가 전진한 것도 아니라는 식이다. 비관적 전망에 기회주의적이거나 아니면 종파적인 태도까지 더해, 민주노총이 중심이 돼서 이룬 노동 정치의 전진마저 없는 일처럼 취급하는 것이다.

이런 평가들을 읽다 보면, 과연 이번 총선이 우파가 패배한 선거인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우리가 서로 다른 세상에서 선거를 치른 것인가? 도대체 이런 평가로 지금 새누리당 안에서 내분 조짐이 생기고, 박근혜 지지율이 레임덕 수준으로 떨어지고, 우파 언론들이 청와대에 불만을 쏟아내는 상황을 설명할 수 있을까? 또한 4월 16일 세월호 참사 2주기 집회의 활기(일주일 전 집회와 비교하면 더욱더 두드러진)를 이해할 수 있겠는가. 어떤 이들은 이 집회 참가자들이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 몫으로 당선한 박주민 당선인에게 박수를 보낸 것조차 훈계하려고 한다.

요컨대, 이들의 선거 평가는, 정당 지도자들의 면면만 보고, 투표에 참가한 대중의 시각, 감정, 바람은 별로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오만한 관점 때문에 이들은 개혁주의자들이 이끄는 운동 속에서 끈기 있게 그 대중과 대화하고 그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은 별로 하지 않는다. 급진적이고 초좌파적인 언사로 포장하지만, 사실은 기회주의적 회피에 불과한 이유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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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 재·보선 경기 평택을

노동자들의 후보 김득중에게 아낌없는 지지를!


 

7·30 재·보선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은 새누리당이 참패하길 바랄 것이다. 세월호 참사 책임 회피, 부패 인사 참극, 고통전가 정책 등을 겪으며 분노는 더 커져만 왔다. 그러나 이것이 선거 심판론으로 크게 발전할 것 같진 않다. 선거적 대안이 시원찮기 때문이다.

제1야당이라는 새정치민주연합은 대안은커녕 ‘박근혜 정부의 인공호흡기’, ‘새누리당 2중대’라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다. 7월 15일 세월호 참사 유가족 농성장에 농성 닷새 만에 방문한 새정치연합 공동대표 김한길과 안철수가 격한 항의를 받은 것은 시사적이다.

한국 사회의 지배자들 사이에서 퍼져 가는 경제·안보 위기감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인기를 잃는데도 우파적 고통전가 공세를 펼치려 한다. 같은 배경 때문에 엘리트 집단 내 자유주의자들도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새정치연합이 ‘2중대’ 구실을 벗어나지 못하는 배경이다.

진보정치세력들은 아직 존재감 약화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진보정치세력 간 상호 불신과 분열의 영향이 크다. 경제·안보 위기도 개혁주의자들이 개혁을 얻어내는 능력에 제약을 준다. 탄압, 언론 배제, 불리한 선거법 등 기존 정치구조가 불평등하고 비민주적이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요인들 때문에 노동계급 대중의 압력이 완화된 형태나마 공식정치 안으로 전달될 매개체가 더 부실한 상황인 것이다. 노동계급 대중이 공식정치를 보면서 느끼는 답답함의 배경이다.

대중투쟁이야말로 개혁의 성취 수단이다. 선거도 대중투쟁을 조직하는 관점에서 활용할 수 있다.

평택을에서 새정치연합 정장선은 쌍용차 정리해고 불가피론을 폈던 자다. 

그러므로 선거를 이용해 노동자들의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후보 전술도 유용한 면이 있었다. 

또한 하반기 쌍용차 8백 명 신규 채용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에 대한 대응 계획이 필요하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도 이런 고민 끝에 ‘노동자 살리는 정치’를 위한 도전을 직접 하기로 결정했을 것이다. 쌍용차지부 김득중 지부장이 평택을 재보선에 후보로 나오게 됐다.

스스로 진보 진영의 일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나 김득중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

 


□ 끈질긴 투쟁으로 지지와 연대를 확보한 쌍용차 노동자들

 

쌍용차 노동자들은 2009년 부당한 정리해고에 맞서 77일 동안 영웅적인 공장 점거 파업을 벌인 바 있다. 이명박 정부의 혹독한 살인 진압에 맞서 버텼지만 금속노조의 연대 파업 불발 등으로 힘에 부쳐 억울하게 패배했다.

그럼에도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다. 정리해고 이후 6년 동안 노동자와 가족 스물다섯 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그때마다 슬픔을 딛고 일어섰다. 

서울 대한문과 평택 공장을 중심으로 싸움을 끈질기게 이어 왔다. 쌍용차지부는 정리해고 반대의 상징이 됐다. 사회적 연대도 폭넓게 형성됐다.

그 결과, 정리해고를 위한 회계조작도 일부 밝혀졌고, 2심에선 부당한 해고라는 판결도 받아냈다.

그래서 쌍용차 노동자들의 선거 도전을 지역 진보정당들과 사회단체들이 모두 한목소리로 지지한 것이다. ‘진보 단일 노동자 후보’에 대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지원도 든든하게 이뤄질 예정이다. 

‘SKYM(쌍용·강정·용산·밀양)’ 투쟁을 함께했던 단체들도 지지하고 있다. 조국 서울대 교수, 정혜신 와락센터 소장, 박재동 화백 등 명사들도 김득중 후보를 공개 지지하고 나섰다.

김득중 후보의 선거운동 자체가 쌍용차 문제를 환기시키고 해결을 호소하는 것이다. 김득중 후보는 쌍용차 노동자들이 겪은 고통을 노동계급 전체의 요구로 일반화해서 제기하고 있다.

 

□ 노동자가 직접 나서자

 

애초 평택을 선거구에는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실장과 노동부장관을 지낸 임태희가 출마하려 했다. 쌍용차 해고와 살인 진압을 주도한 정권의 실세이면서 비정규직법 개악, 사측에 유리한 복수노조제 도입 등 노동악법을 앞장서 추진한 자가 임태희다.

쌍용차지부는 그래서 임태희 낙선운동을 고려했다. 뚜렷한 선거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낙선운동이 그리 효과적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침 임태희도 지역구를 수원으로 옮겨서 출마했다.)

이번에 평택을의 새정치연합 후보는 정장선이다. 자유민주연합 출신인 그는 지역구에서 벌어진 쌍용차 정리해고와 파업 당시 정리해고가 불가피하니 ‘노동자도 양보하라’는 입장이었다. 이명박 정부의 살인 진압도 수수방관했다. 당시 노동자와 가족들은 유권자를 배신했다고 분노했었다.

한편, 하반기 쌍용차 8백 명 신규 채용설 대응도 필요했다. 결국 쌍용차지부는 공개적으로 사측을 압박할 방법을 고민하고 토론한 결과로 독자 출마한 것이다.

지금 기성정당 후보들은 개발 공약으로 표를 사려고 한다. 새누리당 후보 유의동은 ‘안보도시’ 운운하며 미군기지와 평택항 개발에 따른 개발공약과 기업 지원을 내세우고 있다. 정장선은 미군기지 보상으로 삼성산업단지를 유치한 것이 특혜라며 추가 친기업 개발을 공약했다.

반면, 김득중 후보는 정리해고 철폐, 비정규직 고용요건 강화, 기업살인법 제정 등 노동계급의 일자리와 안전을 위해 기업 책임을 강화하는 것을 핵심 공약으로 강조한다. 평택 미군기지 확장 반대, 평택시 고교 평준화 시행, 쌀 관세화 반대 등도 중요한 요구다. 대부분 노동계급에게 필요한 공통의 요구(필요)들이다. 

 

□ 계급투표

 

김득중 후보의 선거운동은 후보와 공약만이 아니라 지역의 작업장과 노동자들을 만나는 것이 중요한 일정이다.

“평택시민(44만 명) 가운데 18만 명은 쌍용차, 만도, 한라공조 등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다.”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노동자만 2천4백여 명이 산다. 기성 정치권 누구도 못 믿겠으니 노동자들이 “직접” 정치에 나서겠다는 김득중 후보가 기댈 언덕은 바로 이 노동자들의 계급투표다.

김득중 선본은 쌍용차 노동자들이 겪은 고통을 정리해고 폐지, 기업살인법 제정 등으로 노동계급 공통의 요구로 일반화해서 제기하고 있다.

또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전략후보로 인적·물적 지원을 받기로 했다. 기아차 화성공장에서는 현장 활동가들이 세액공제, 유세 참가, 공장 안 홍보 등도 하기로 했다.

현재 여론조사를 보면 당선권과는 거리가 멀다. 지지율이 3~6퍼센트다. 주류 양당 구도에서 출발점으로 낙담할 수준은 아니다. 내일의 더 큰 투쟁을 위해 오늘 ‘계급 투표’라는 벽돌을 쌓아 올리는 선거가 되길 바란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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