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엄청난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조직에 NGO 출신 인사들이 대거 결합한 민주통합당은 통합 특수를 어느 정도 누린 듯 보인다.

이 당은 지난해 말부터 2년 반 만에 정당지지율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1226일부터 열흘간 모집한 최고위원 본선 시민경선인단 모집에는 무려 80만 명이나 몰렸다.

경선인단 모집 기간에 SNS에서는 한미FTA에 반대하는 더 개혁적인 후보를 뽑는 데 개입해서 민주통합당을 변화시키자며 경선인단 신청을 독려하는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했다.

개혁적인 대안 정당을 성장시켜 한나라당과 그 아류세력의 집권이나 의회 지배를 끝내고 싶은 열망이 민주통합당 개입론과 개혁적 후보 지지로 표출된 것이다. 김진표 같은 X맨들을 제거하고 민주통합당을 개조해서라도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고 싶어하는 대중의 열망은 충분히 이해할만 하다.

진보정당의 잘못이긴 했으나 진보정당의 협조로 재보선에서 승승장구해 온 민주당은 계급적 본성 때문에 FTA 같은 핵심적인 친기업 정책에서는 늘 배신과 뒤통수를 날려 왔다.


그러나 그런 바람은 초장부터 벽에 부딪혔다. 민주통합당도 한나라당과 마찬가지로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파문에 휩싸인 것이다. 한나라당의 돈봉투 의혹 이후 ‘혹시나’ 하는 의혹의 눈빛이 민주통합당으로 옮겨가자마자, 당대표 후보가 영남권에서 돈봉투를 살포한 사실이 드러나버린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한나라당 돈봉투 사건을 두고 “당대표도 돈으로 사는 ‘만사돈통당’”이라고 비난했는데, 민주당 관계자가 언론에 한 말을 보면 민주당도 전혀 다르지 않다.

이 관계자는 “돈을 넣으면 표가 나온다 해서 일명 ‘자판기’라고 부른다. 이것은 새천년민주당 전당대회 시절부터 면면히 이어져 온 민주당의 오랜 선거 방법”이라고 털어놨다.

민주당 출신 전직 의원들도 이런 폭로가 사실이라고 뒷받침하고 있다. 유시민은 “금품 살포를 목격한 바도, 경험한 바도 있다”고 털어놨고, 유인태도 “김대중 정부 시절 공천의 3분의 1은 돈을 받고 팔지 않았느냐”고 증언했다.

이 때문에 NGO 등 시민통합당 출신과 구 민주당 출신들 사이에 갈등이 커지고 있다. 문성근, 이학영 등은 진상 조사를 요구하며 새로운 혁신 지도부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갈등이 오래갈까? 못 미더운 이유가 있다. 우선 현재 민주통합당은 기존 민주당 구조에 NGO 출신 명망가들이 얹힌 모양새다. 실질 세력관계로 보면, 통합보다는 영입에 가까운 조직 구성인 것이다. 그래선지 무엇보다 문제는 개혁적 NGO 출신 세력들이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민주당의 한나라당 2중대 행위를 전혀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한미FTA 반대 운동을 팽개치고 국회에 등원해 한나라당의 숨통을 열어주더니, FTA 발효에 사실상 협조하고 레바논 동명부대 파병안 같은 악법들을 소리소문 없이 통과시켜 줬다. 론스타에 대한 감사원 감사 약속도,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 자유 관련 법 개정 약속도 뒤집었다
조중동 종편을 위한 미디어렙도 야합했다. 

완두콩 

심지어 김진표는 이런 야합에 항의해 원내대표실을 점거한 전교조와 금융노조 노동자들을 국회 경위를 동원해 끌어내기까지 했다. 끌려나온 이들 중엔 한국노총 몫의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인 금융노조 김문호 위원장도 있었다. 자당 최고위원까지 끌어내는 당에서 노동이 존중받을 수 있을까.

이런 한계는 민주당의 기업주 기반에서 비롯한다. 민주당은 두 번이나 집권하면서 신자유주의와 친제국주의 정책에 충실해 왔다.

그래서 진보신당에서 민주통합당으로 옮겨간 박용진조차 자신의 최고위원 컷오프 통과를 “자장면 새까만 것 위에 완두콩 두세 개 얹자”는 구색 맞추기 차원이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의 변신을 실제로 개혁을 제공하려는 정치적 책임감 때문이라고 변명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 봤듯, 민주통합당의 간판과 얼굴, 말이 바뀌는 동안에도 그 당의 실천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라서 기껏해야 맛도 없는 장식용 완두콩이 되려고 민주당의 새까만 본색에 눈을 감기보다 민주당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말하며 진정한 진보 대안을 추구하는 것이 진실로 노동 대중에게 책임지는 정치다.

정권과 거대여당이 권력형 부패 추문으로 휘청거리고 민주통합당도 돈봉투 의혹으로 자중지란이 된 상황을 진보정치세력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 이 글은 조금 줄여 <레프트21> 73호에 실렸습니다. ☞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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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단일정당이나 야권연대를 추구하는 개혁주의자들은 툭하면 “낡은 진보”를 들먹인다.

물론 진보가 시대적 상황에 걸맞게 새롭게 혁신하는 것은 좋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주로 진보적 원칙을 포기한 사람들이 자신의 후퇴를 정당화하고 진보정치에서 급진성을 제거하려고 할 때 ‘낡은 진보론’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계급’과 ‘대중투쟁’을 강조하는 것은 “낡은 진보”라고 이들은 말한다.

이들의 첫째 근거는 시대가 변했다는 것이다.

진중권은 “현재의 진보가 어떤 면에선 한나라당 뺨칠 정도로 수구적”이라며, “NL은 농경사회의 패러다임이고 PD는 산업사회의 패러다임이다. 사회는 이미 정보사회로 진입”했다고 말한다.

민족주의는 자본주의 국민국가의 산물인데, 민족해방론이 ‘농경사회 패러다임’이라는 황당한 주장은 일단 제쳐 두자.

△지난해 말 현대차 파업 당시 점거를 해산시키려는 사측과 노동자들의 충돌 이런 것을 보고도 ‘계급 갈등과 모순’을 강조하는 것이 낡았다고 할 텐가. ⓒ사진 이미진



과장과 달리 ‘정보사회’라 불리는 현상의 상당 부분을 떠받치는 것은 여전히 산업 노동자들이다.

스마트폰의 ‘기적’은 위험한 작업 환경에서 일하는 반도체공장 노동자들이, 클릭 한 번으로 집에서 상품을 사고파는 ‘신세계’는 거대 물류 창고를 관리하고 온종일 교통지옥을 오가며 운송ㆍ배달하는 노동자들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계급은 낡지 않았다’

반도체를 만들다가 백혈병으로 죽어간 삼성전자 노동자들과 아이폰을 만들다 연쇄 자살한 중국 폭스콘 노동자들이 ‘정보사회’의 숨겨진 진실인 것이다.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산업재해와 박정희가 만든 원진레이온 공장의 산업재해의 근본 원인과 저들의 대응 행태도 결코 다르지 않다.

겉모습이 아무리 바뀌어도 여전히 우리 사회의 본질은 ‘자본주의 계급사회’다.

이런데도 “프로게이머들이 하고 있는 것이 미래 사회 블루칼라의 모습”이라며 “노동운동은 끝났다”는 진중권의 말은 어처구니가 없다.

한편, “디지털 시대”에도 세계 곳곳에서 경기 침체와 물가 폭등, 실업과 빈곤의 문제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각국 정부들은 위기에 처한 자본가ㆍ투기꾼 들을 살리려고 세금을 퍼부으면서 그 때문에 줄어든 정부 재정을 충당하려고 노동자들의 복지와 일자리를 삭감하고 있다. 그래서 계급 간 격차와 불평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김규항은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것은] … ‘계급적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말”인데, ‘계급’을 말하면 “80년대 스타일” 취급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한다.

둘째, 이제 더는 대중투쟁으로 사회 변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낡은 진보론’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이것은 노동자 양보론으로 연결된다.

최근 출범한 ‘복지국가 만들기 국민운동본부’의 이상이 상임대표는 지난해 “‘낡은 진보’는 고용주가 건강보험료의 60퍼센트를 부담(현재는 50퍼센트)하고, 정부가 국고로 30퍼센트를 부담(현재는 20퍼센트)하라고 요구한다. … 국민의 건강보험료 추가부담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는다. … [이런 요구는] 지금의 계급 역관계와 정치현실에서는 실현 불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복지 재원을 기업과 정부에게 요구하며 투쟁을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노동자들이 세금을 더 내는 것은 현실적인 ‘새로운 진보’라는 것이다.

‘복지국가 만들기 국민운동본부’는 “[민주당 개혁파와 함께 만들] 복지국가 단일정당[이] …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면 보편적 복지국가 건설은 우리의 현실이 됩니다” 하고 말한다.

싸워서 개혁을 쟁취하는 것은 불가능한데, 표로 집권하면 개혁이 가능하다는 생각은 두 가지를 함축하는데, 하나는 대중행동보다 선거 득표와 정치엘리트들의 법안 협상을 우선하는 ‘정치’이고, 또 하나는 ‘계급 연합(협력)’이다.[각주:1]

대중행동보다 선거 득표와 정치엘리트들의 법안 협상을 통해 복지국가를 만들 수 있고, 이를 위해 민주당과도 손잡자는 것이다. 

이들은 “운동권 정당”, “낡은 진보”라는 표현으로 좌파들을 거리에서 핏대 선 모습으로 소리나 꽥꽥 지르면서 막상 현실적 변화는 못 이끌어 내는 무능한 집단으로 묘사하곤 한다..

복지국가 단일정당을 지지하는 진보신당 박용진 부대표는 “10년 20년, 진보정치가 집권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나 잔인하고 무책임한 일”이라고 말한다.

이는 최근 심상정 전 의원이 ‘정치인은 신념윤리보다 책임윤리를 중시해야 한다’는 막스 베버의 주장을 인용하며 야권연대를 정당화하는 것과 유사하다.[각주:2]

정직하게 밝힌 신념에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실천의 동기가 되는 신념과 실천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분리하는 것은 사실상  해 진보의 원칙[신념]에서 벗어나는 정치 행보를 정당화하려는 것이다.[각주:3]

그러나 김규항의 말처럼 “한국에서 유의미한 정치적 변화는 언제나 의회가 아닌 길거리에서 이뤄졌다.” 즉 대중이 거리에서 직접 정치의 주역으로 변화를 이끌어 내 왔다.

“의회가 아닌 길거리”

1987년 민중항쟁이 있었기 때문에 군사독재를 무너뜨릴 수 있었다. 노동자들의 투쟁[각주:4]과 청년들의 반보수 시위들[각주:5]이 있었기 때문에 민주당의 10년 집권도 가능했다. 2008년 촛불항쟁이 있었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공기업과 의료 민영화 같은 것들을 멋대로 추진할 수 없었다.

따라서 선거를 통해 ‘도로 민주당’ 정부만 만들면 복지 확대 등 엄청난 진보가 가능할 것처럼 과장하며 대중운동 건설을 방기하고 민주당과 계급연합에만 매달리는 것이야말로 ‘무책임’ 정치다. 좌파의 책임정치는 집권을 기다리기만 하지 말고 지금 당장 함께 싸우자고 말하는 것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시대가 바뀌었다”며 정치적 후퇴를 정당화하는 개혁주의자들은 많았다. 1백 년 전 독일의 사회민주주의자였던 베른슈타인도 그런 예다.

그는 ‘세상이 바뀌어서’ 마르크스가 말한 경쟁과 주기적 경제 위기라는 자본주의의 모순은 사라졌고 자본주의를 점진적으로 개혁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가 그렇게 말한 10여 년 뒤 자본주의의 모순은 야만적인 세계 전쟁을 불러 왔다. 그를 지지했던 사회민주당 의원들은 전쟁에 찬성표를 던졌다.

오늘날에도 프랑스 사회당의 개혁주의자들은 사르코지만 몰아내면 된다며 신자유주의 전도사 IMF 총재 스트로스 칸을 대선 주자로 내세우다가 곤경에 처했다. “낡은 이념”을 버리고 추구한 실용주의가 낳은 결과다.

반대로, 올해 초 시작된 아랍 지역의 민중 혁명은 계급, 대중투쟁, 혁명, 제국주의 등이 여전히 생생한 현실임을 보여 줬다.


낡은 것은 우경화된 개혁주의 전략[각주:6]이고, 계급투쟁이야말로 현실이다.


※ 이 글은 축약돼 <레프트21>57호에 실렸습니다. ☞ 기사 보기
  1. 이것이 최근 후마니타스 출판사에서 나온 ‘정치가 우선한다’나 ‘정치의 발견’ 등을 교본 삼아 유시민, 심상정, 박용진, 최병천 등이 강조하는 “정치의 우선성”이다. [본문으로]
  2. 유시민도 최근에 낸 저서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본문으로]
  3. 최장집 교수와 그의 제자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최근 막스 베버가 쓴 ‘소명으로서의 정치’를 열심히 소개하고 있다. [본문으로]
  4. 정리해고법과 안기부법 등의 날치기에 맞선1997년 1월 대중파업은 당시 신한국당(한나라당 전신) 김영삼 정권을 그로기 상태로 몰아넣었다. 이후 김대중 정부 들어서도 인력 감축과 기업 합병 등에 맞선 투쟁이 줄기차게 이어졌다. IMF의 구제금융 조건을 재협상하라는 요구도 컸다. 이것은 더 친사용자적이고 IMF에 더 친화적인 정당인 한나라당 집권에 반대하는 정서의 형성에 기여했다. 노무현은 여기에 바탕해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 주는 대통령이 되겠다” “반미가 대수냐”는 발언을 할 수 있었고 청년들의 인기를 끌 수 있었다. [본문으로]
  5. 1997년 민주노총의 1월 파업이 남긴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학생운동은 김영삼 대선자금 비리를 폭로하며 5월에 서울에서 대규모 시위를 매일 벌였다. 상당한 지지를 받은 이 투쟁은 비록 학생들의 도덕적·정치적 오류로 사그라들었지만, 이 투쟁이 제기한 파장은 연말 대선에 영향을 미쳤다. 1990년대 말 안티조선 운동과 2002년 여중생 사망 항의 촛불운동, 2004년 탄핵 반대 촛불시위 등. [본문으로]
  6. 사실상 사회적 자유주의(제3의 길)와 구분하기 힘든 우파 사회민주주의를 가리킨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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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당의 참패와 민주당의 승리, 민주노동당의 약진으로 끝난 4·27 재보궐 선거 결과는 모순적 효과를 미칠 것이다.

MB 범야권연대 단일 후보들이 선전했고, 진보정당들과 양대 노총이 모두 이 단일화를 지지했기 때문이다.

일단은 이명박 정부에 분노해 온 노동자들에게 사기 진작 효과가 있을 것이다.

51일 메이데이 집회에서도 이 점이 확인됐다. 한국노총 집회에는 조합원 10만여 명이 참가했다. 민주노총의 서울 집회는 몇 년 만에 경찰 저지를 뚫고 도심 행진을 했다. 서울 명동 등 거리의 시민들도 ‘최저임금 인상’ 등 시위대의 요구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만난 한국노총의 한 간부는 “재보선에서 집권당의 약화가 확인되자 싸울 만하다는 쪽으로 조합원들 분위기가 바뀌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둘째, 그러나 막상 목소리를 높이는 쪽은 이런 분위기를 2012년 야권연대에 기초한 선거 심판론으로 끌고 가려는 쪽이 될 것이다.

민주당 최고위원 이인영과 “국민의 명령” 문성근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성과가 일회성으로 끝나선 안 된다’며 “야권 단일 정당”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이번 선거로] 야권연대의 정당성에 대해 어떤 의문도 망설임도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연대 강화론은 선거에서 손쉽게 표를 얻으려는 선거공학적 계산에 바탕한 것이다.

셋째, 진보진영 내 통합 지지 세력도 조급해져서 진보대통합을 서두르려 할 것이다. 이미 내년 선거를 가장 중요한 정치 일정으로 삼는 이들에게 자칫하다간 민주당에 얻는 것 없이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총선·대선 선거연합(일방적인 후보 단일화)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과 연립정부를 고려하는 세력들은 진보대통합으로 덩치를 키워 총선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둬야 지분을 받는 ―따라서 자신들 나름의 ‘명분’을 세울 수 있는― 연립정부 연합을 추진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마음이 급하다.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대표자 연석회의가 논란과 불협화음 속에서도 3차 합의문을 낸 것도 이런 배경에서일 것이다.


복지국가 단일정당

이들 가운데 최근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지식인들이 몇몇 정치인들과 연합해 복지국가 만들기 국민운동본부를 발족했다. 이들은 복지국가 강령을 중심으로 야권 단일정당을 만들자고 주장한다.

이 단체의 산하 조직 격인 복지국가 진보정치연대는 5월 초 이인영의 야권단일정당론을 환영하며 “민주당과 진보정당이 통합을 하는 가장 쉽고, 가장 빠르고, 가장 올바른 방법은 ‘가치중심’으로 정치권이 재편되는 ‘복지국가 단일정당’이라고”고 밝혔다.

사실상 독자적 진보정당의 길을 포기하고 보수정당의 개혁파들과 한살림을 차리자는 것이다.

서유럽 복지국가가 정당 차원의 계급 협력 전략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사진 출처: http://kafkago.tistory.com/414


이들과 한 배를 탄 진보신당 박용진 부대표는 “사회양극화에는 무심했던 진보세력도, 무능했던 개혁세력도 모두 책임이 있다”며 두 세력의 실천적·정책적 차이를 흐리고 물타기한다. 심지어 민주당과 단일정당을 해서 집권하려는 것에 반대하는 진보는 “무책임”하고 “오만”한 것이라고 훈계한다.

보편적 복지국가’는 대중이 공감할 만한 목표지만, 이는 ‘자본주의 극복’을 강령으로 채택한 기존 진보정당들보다 후퇴한 강령이다. 복지국가만 주요 목표인 것도 아니다. 지금처럼 경제 위기와 전쟁, 핵공포가 지배하는 시대에는 훨씬 더 포괄적인 반자본주의와 반제국주의 강령이 필요하다.

게다가 이들의 역동적 복지국가 담론은 노동의 유연성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한마디로 반신자유주의 가치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강령인 것이다.

그 결과 논리적으로 복지국가 단일정당론은 급진좌파를 배제하고 민주당[일부?]과 손 잡겠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사실상 진보정당을 없애자는 것이다.

물론, 민주당은 이미 지난해에 “보편적 복지”를 당헌에 삽입하고 무상 교육·보육·의료 실현을 강령에 포함했다. 그러나 보편적 복지 구현과 1백 퍼센트 배치되는 FTA 협약을 찬성하는 이 당에게 당헌 변경은 선거를 위한 립서비스에 불과해 보인다.

그것은 이 당의 핵심 기반이 자본가계급에 있기 때문이다. 사회진보연대가 “복지국가 정치동맹은 노동자 계급정치의 포기”라고 주장하는 것은 옳다.

그래서 사실 야권 단일정당론은 상시적 야권연대론의 필연적 귀결이다.

최규엽 새세상연구소 소장은 “[야권연대의] 정형화 된 후보 단일화 방식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조직―정책 등이 미리미리 정비되고 선거운동이 전국적인 차원에서 통일적으로 수행되어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책과 후보 선출에서 일사분란한 체계를 갖춘다면 단일 정당과 어떤 차이가 있겠는가. 이런 논리가 연립정부 정당화로 발전하는 것은 순식간일 것이다.

선거로 개혁을 쟁취할 수 있다는 생각은 “투표로 심판하자”, “투표로 세상을 바꾸자”는 구호로 표현되는데이는 사람들을 몇 년에 한 번 선거에 투표만 하는 수동적 존재로 만드는 것이다.


야권연대

지금 반MB 정서가 야권연대로 수렴되는 듯한 것은 민주당은 여전히 못 믿겠고, 진보진영은 분열해 있으며, 노동자투쟁도 아직 계급세력관계를 뒤흔들 만큼 활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MB 정서는 민주당 왼쪽과 진보정당 사이 어디쯤에 있는 듯하다.

민주당이 왼쪽 깜빡이를 켠 이유다. 올해는 양대 노총의 메이데이 집회에도 참석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진보정당들과 맺은 약속을 깨고 부자 감세와 한―EU FTA 통과를 한나라당과 합의했다. 전북 버스 파업 때는 반 년 가까이 사장들 편만 들었다. 민주당 원내대표 박지원은 “[4당 정책] 합의문 내용은 굉장히 좋은 것 … 하지만 우리에게는 현실이 있다”고 털어놨다.

민주당은 결코 자본가 계급 기반이라는 “현실”을 벗어날 수 없다. ‘선거 때는 반MB 투사, 평상시엔 한나라당 2중대’를 반복하는 이유다.

야권연대는 이런 민주당과 보조를 맞추려 하므로 진보정당 고유의 정책과 실천이 후퇴해 우경화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런데 민주당 대표 손학규는 51일 양 노총 본 집회에서 모두 연설한 유일한 정치인이었다. 그는 위선적이게도 “야권 단일화의 성과”와 “노동이 존중되는 세상”을 강조했다.[각주:1]

이는 민주노총 지도부도 야권연대의 우경화 논리에 젖어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새 진보진영 상설연대체 민중의 힘() 상반기 계획에서 임단투 파업 시기를 집중하자는 제안이나 메이데이 집회를 서울로 집중해 위력적 시위를 하자는 제안을 거부했다.

국민참여당과 진보정당들이 통합해야 한다는 진중권도 <한겨레> 53일치 칼럼에서 “‘미 제국주의’ 운운 … 같지도 않은 착각 속에 자신을 자폐시킨 채 개척교회 세우듯 사회주의 목회활동 … 1917년 러시아 혁명의 향수”를 들먹이며 급진좌파를 비난했다. 아마 국민참여당을 진보대통합에서 배제하자는 좌파의 주장이 못마땅했던 듯하다.

이처럼 버전은 다양해도 야권연대 찬성론자들은 모두 진보정치의 우경화를 주장한다. 그래서 야권연대를 진지하게 추진하면 진보진영의 당면 투쟁 건설에 방해가 된다.

재보선 직후 양대 노총과 야3당이 공동 발의하기로 한 노조법 재개정안에는 ‘손배가압류 제한’과 ‘필수유지업무 폐지’ 같은 민주노총의 핵심 요구안들이 빠졌다. 민주당의 반대 때문이다.

이 두 가지는 파업권을 크게 제약해 왔고 정부와 기업주들가 노동자 저항을 억누르는 중요한 무기가 돼 왔다. 당장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에 현대차 사측이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다.

그런 점에서 급진좌파들이 메이데이를 계기로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상층 지도부의 민주대연합 노선 비판 목소리를 높인 것은 적절했다. 문제는 진보대통합을 바라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염원을 반영해 진보대통합 논의에 참가하면서 우경화를 비판해야 한다는 것이다.


  1. 야권단일화의 성과로만 평가할 수 없다는 주장은 선거 직후 작성한 내 글을 보시오. 그리고 그동안 진보진영 안에서 기본적인 합의는 노동이 존중되는 세상이 아니라 노동이 주인되는 세상이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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