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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와 통치에는 '강제'와 '동의' 두 요소가 모두 필요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이를 어떻게 배합하고 있나요? '강제'의 요소는 확실히 두드러집니다. 국회에선 날치기, 의견 표현은 감시, 집회와 시위는 금지, 파업은 탄압으로 일관합니다. '불통' 정권이라 불리는 이 정부도 '동의'의 요소를 포기하진 않습니다. 대통령의 대화(국민과의 대화가 아니고)도 '보여주고', 정부시책 광고도 많이 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무식하게도 '동의'를 '강제'로 만들어 내려고 합니다. 사람들이 이 정부의 거짓말을 도통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제 4대강 예산안이 국회 국토해양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당연히 날치기가 벌어졌습니다. 그 이면에선 4대강 죽이기 사업 홍보에 막대한 예산을 투여하고 있습니다.

내년 예산안에는 국가주요정책광고비가 81억 5천만 원으로 올해 집행 비용 33억 5천만 원보다 2백43퍼센트 증액됐습니다. 이것은 순전히 4대강 등 밀어붙이기 사업 홍보로 사람들이 강제로 동의하게끔 하려는 것입니다.

올해 국가주요시책 홍보예산 집행액(33억 3천5백만 원)의 38.5퍼센트가 미디어 악법 날치기 정당화와 4대강 사업 홍보에 쓰였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도 이명박이 지방언론 편집국장들을 만나는 날 전국의 지방언론에 세종시 정부안을 홍보하는 광고가 실렸습니다.(재정이 어려운 지방언론에 떡고물 주는 효과도 노렸겠죠)

정부시책 홍보를 담당하는 문화부 홍보지원국의 내년 예산도 올해보다 약 47억 원(28.9퍼센트) 늘어난 209억여 원이나 됩니다.

이뿐인가요. 지난해에도 미국산 소고기 안전을 홍보하는데 정부 예산이 40억 원이나 들어갔는데 내년 예산에도 미국산 소고기 홍보 예산이 13억 원이나 들어 있습니다. 

20호 기사를 쓰면서 이런저런 자료들을 뒤지면서 왜 "예산 전쟁"이 일어나는지 실감했습니다. 온 국민에게 조세 의무를 부과하는 건 징세와 정부 지출이 공동체 유지를 하라는 기본적인 '동의'에 바탕해 '강제'된다는 뜻일 겁니다.

그런 예산이 기업주들와 짝짝꿍한 정권, 부자들에 포위된 정권에 의해서 '사유화'돼 집행되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정부가 아닌 서울시 예산이지만, 광화문광장에 한 달만에 철거할 스노보드 점프대를 17억 원이나 들여 설치하고, 이 때문에 6억 원이나 들인 꽃밭을 조성한 지 두어 달 만에 다 엎어버리는 것도 '예산 사유화'의 사례 아닐까요. 전시 행정에 돈을 쏟아 붓는 것이잖아요.


예산 전쟁은 전문가들의 정책 싸움이 아니라 민주주의 싸움이고, 생존권 싸움입니다. 노동자와 서민, 빈민들이 사회에서, 국가에게서 존중받을 권리를 요구하는 싸움입니다. 그래서 4대강 예산 삭감론은 식상한 정략적 투쟁이 아니라 복지 예산을 쟁취하려는 중요한 요구입니다.

민주당은 수질 관리와 수해 방지 예산과 대운하 관련성 예산을 구분해 심의에서 삭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진보 정당들은 예산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그걸 빌미로 사업 시행중 예산이 전용되고 뻥튀기되고 결국 예고된 것보다 더 많은 예산을 잡아먹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4대강 예산은 전액 삭감해야 한다는 겁니다.(민주노동당 브리핑) 이게 옳습니다.

조세 의무는 모든 사람엑 강제로 부과하면서 거둔 세금은 한줌도 안 되는 특권층들만 행복한 쪽으로 쓰겠다는 걸 더는 참고 봐주기 힘듭니다.


기타 낭비 예산 사례(20호 기사에서 다루지 않은)

*감사에서 영수증 첨부 안 해도 되는 정부부처들의 특수활동비 예산: 8천6백억 원
*케케묵은 보수우익 냉전주의 선전하려는 '6.25' 전쟁 기념 예산: 235억 원
*청와대 홍보 책자예산: 44억 4천5백만 원으로 4배 증액
*영부인 김윤옥이 위원장을 맡은 한식 세계화 예산: 1백억 원에서 239억 5천만 원으로 증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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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월)부터 국회 예산 심의 기간입니다. 그래야 올해 안에 예산안을 통과시켜 내년도 예산을 차질 없이 집행할 수 있기 때문이죠.

집권 여당에게는 밀어붙이기와 야당 달래기를 잘 섞어야 할 때입니다. 야당들이 이 때를 여당에게 양보를 얻어낼 기회로 여기기 때문이죠. 지역구 의원들에겐 자기 지역구 관련 예산을 늘리느라 바쁠 때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정부의 총액 예산 안에서 자신들이 추구하는 정책의 예산을 늘리려 하니 어떤 이는 이를 두고 "예산 전쟁"이라고 합니다.

이런 예산  다툼이 단지 협잡인 것만은 아닙니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누구를 위한 예산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느냐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죠. <레프트21>이 줄기차게 이명박 정부의 2010년도 예산안을 비판하고 폭로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올해 야당들은 4대강과 세종시 문제로 이명박 정부의 예산안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이 특히 4대강 예산과 세종시 문제에 열의가 높습니다.

이명박이 말을 뒤집은 탓에 세종시 문제가 한나라당 내분을 낳고 있고 4대강 반대 여론도 많지만 이들의 문제제기는 정략적인 면이 큽니다. 본질을 말하자면, 4대강이나 세종시 모두 대규모 토목 공사입니다. 세 당들은 단지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에 유리한 토목 사업에 더 많은 예산을 넣기 위해 싸우는 것일 뿐입니다.

세종시 원안대로 행정부처가 옮겨가봐야 현지민들에겐 집값 좀 오르고 서비스업이 조금 활성화되는 것 말고 어떤 이득이 있을까요. 그렇다고 기업도시로 바꾸면 현지민들이 취업할 일자리가 특별히 늘어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FTA 실험 도시가 될 확률이 크죠.

충남 서산의 동희오토 공장은 기아차 '모닝'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주 공장인 화성보다 생산성이 더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공장은 전원 비정규직 공장으로 유명하죠. 그래서 서산에는 동희오토에 일 안 해 본 젊은이가 드물 정도지만  거꾸로 거기서 일하다 안 잘려본 젊은이도 드물다고 합니다.

지금처럼 불황기에 이렇게 기업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건 아니라면 실질적으로 일자리를 늘릴 만한 시설 투자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업도시형 수정안도 별 볼 일 없긴 매한가지입니다. 송도형 기업도시라면 오히려 평범한 현지민들에겐 재앙입니다.

그래서 진짜 예산 싸움은 세종시냐 4대강이냐, 아니면 세종시 원안이냐 수정안이냐에 있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가 경제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대폭 추경예산을 늘렸던 지난해와 올해 예산과 달리 '작은 정부' 지향을 분명히 하며 예산 축소와 지출 통제를 표방했기 때문에 (그 결과로 복지예산이 대폭 삭감됐죠) 진보 진영의 예산 싸움은 단순히 주어진 총액 안에서 우선순위를 다투는 문제로만 다룰 수 없습니다.


지출을 늘리라고 말해야 하고 지출을 줄이는 근본 배경에 대해 말해야 합니다. 정부의 세금 수입이 줄었습니다. 수입이 줄었는데 균형 예산을 하려면 지출을 줄여야죠. 정부의 수입이 줄어든 것은 재벌과 부자에게 대규모 감세를 했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재벌과 부자들에게 세금을 깎아줘 그들에게 돈을 많이 쥐어줘야 투자가 활성화돼 경기가 살아나고 그러면 상품 판매와 고용이 늘어나 오히려 세금이 늘어날 거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실패한 레이거노믹스 플랜은 현실에서 복병을 만납니다. 정부 전망대로 하더라도 지난해 말과 올초 최악의 경기 침체에서 벗어난 대가로 내년 늘어날 세금 수입은 정부의 감세 규모에 못 미칩니다.

그래서 부자 증세와 공공·복지 지출 증대가 우리의 구호가 돼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주요 진보적 엔지오들이 '재정건전성' 악화를 MB예산안의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것은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은 "빚더미 예산"이라 표현했고 정창수 함께하는시민행동 연구원은 "빛의 속도로 늘어나는 빚"이라고 지적합니다.

물론, 늘어나는 국가채무의 부담을 서민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높고 4대강은 낭비 예산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비판엔 나름 합리성도 있지만 균형 재정 기조는 기본적으로 시장주의적 발상입니다. 바탕에 수익성 논리가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이런 논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예산을 늘려서 4대강과 세종시 사업을 모두 진행하자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여당일 때는 그런 논리로 늘 복지예산 축소를 정당화했습니다.

마침 투기자본감시센터 활동으로 친분이 있는 송종운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 연구원이 최근 한 토론회에서 저와 비슷한 문제의식을 발표한 적이 있어 이런저런 자문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송 연구원은 복지예산 확충 같은 예산 각론과 더불어 정부 재정 정책의 기조로서 "수익성 vs 공공성"이라는 거대담론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도 "재정건전성 문제의 근본 원인이 과다 지출이 아니라 과소 세입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부각시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다만 저는 지금 채무 수준에선 재정건전성이 화두가 되는 것 자체를 거부해야 한다는 봅니다. 오 실장님과 약간 생각이 다른거죠.

예산을 무한정 늘릴 수 없다해도  '필요'가 먼저고 여기에 수입을 맞춰야 합니다. 여전히 한국은 OECD 평균보다 GDP 대비 국가재정 비율이 10퍼센트 넘게 낮습니다. 건전성이 문제가 아닌 거죠.

당연히 부자 증세가 '필요'를 맞춰야 합니다.(자칫 통화량 증가로 지출 확대를 실행하려단 인플레이션으로 '시망'할 겁니다) 우리는 부자 감세를 철회해 삭감된 복지 예산을 원상복구하고 오히려 부자 증세로 공공·복지 지출을 더 늘리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기업 살리기에만 특단의 대책을 추구할 게 아니라 평범한 다수를 살리는 데도 특단의 대책을 요구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민주노동당이 이정희 의원의 대표 발의로 소득세-고용안정세-자본이득세 등 부자증세안을 발표한 것을 환영합니다.

숫자만 나오면 당황하는 제가 몇 번의 기사로 부끄럽게도 마치 예산 전문가 행세를 하고 있습니다. 괴로운 일이지만 공부하고 또 공부하고 묻고 또 묻는 길밖엔 없는 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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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감으면 코베어 간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저는 어릴 때 어른들에게 '눈 뜬 사람 코도 베어간다'고 배웠지요.

그만큼 세상이 험악하다는 얘기이고 그래서 어리숙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담고 있지요.

이번에 공개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보면서 든 생각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복지 예산을 사실상 줄여 놓고도 늘였다고 '구라'를 치고 있습니다.

우선, 복지 예산 주무 부서인 보건복지가족부가 제출한 예산 초안이 깎였습니다.

또 국민연금 등 국가가 의지와 관계 없이 당연히 지급해야 하는 각종 연기금 예산을 제외하면 보건복지부의 예산도 3천억 원가량 줄었습니다.

교육과 복지가 크게 피해를 봤는데 기사에서 정리한 것 말고도 저소득층 에너지 보조금 9백억 원 등이 모두 없어졌죠.

정규직 전환 기업 지원용 세액공제 등 각종 세액/소득공제 혜택은 줄어들게 됩니다. 신용카드 소득 공제 한도도 연간 5백만 원에서 3백만 원으로 축소됐습니다.

이 와중에도 4대강 죽이기만 아니라 국방부 예산도 6천억 원이 늘었지요. 차후 4대강만 말할 게 아니라 국방 예산 증가도 반대해야 합니다.

정말 어이 없는 것은 일자리 예산입니다.

노동부는 10월초에 보도자료를 내고 중소기업 청년인턴제로 대학생 취업률이 늘고 정규직 전환율도 높다며 자화자찬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그 전에 확정된 예산에서는 해당 예산을 수백억 원이나 삭감한 것입니다.

또 줄어든 것은 희망근로 예산입니다. 저소득층 노인을 중심으로 실업 상태인 사람들에게 사회 서비스에 해당하는 일을 주고 80만 원 가량 월급을 주는 것입니다.

통계청은 7월 올 2분기까지 실업률을 계산한 보고서에서 실업률이 지난해 4분기에 비해 개선된 이유로 희망근로 정책 시행을 꼽았습니다.

그리곤 막상 내년도 예산에선 올 희망근로 규모인 25만 명에서 60퍼센트나 줄어든 10만 명 예산만 살려 놨습니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에 따르면 최근에 약속한 6개월도 되지 않아서 희망근로 사업을 일방 중단하는 자치단체들도 있다고 합니다.

희망근로나 청년인턴제가 실업률 지표를 낮추는 데 이용되는 게 문제지만 그래도 생계 유지할 기회는 줬습니다만, 한시적 저임금 일자리로는 지금의 소득 위기 상태를 해소할 수 없습니다. 

위기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지표상 회복)가 아니라 '떡이 든 쟁반'(현금 및 현물 지원)이 필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막상 서민들 먹고 살 예산은 없애고 줄이면서 '친서민' '복지예산 최대 증가'를 말하는 이 정부는 참 '숭악'한 정부입니다.

정말 우리가 감시의 '눈'을 조금만 감고 있어도 코 베어갈 정권입니다. 어리숙하게 살피면 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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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레프트21>15호 "법 질서 확립? 너나 잘하세요~"


엊그제 113명의 야당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일방 표결로 정운찬이 국무총리가 됐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한나라당 김정훈 원내수석부대표가 "한나라당이 똘똘 뭉쳐서 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이명박 정부의 제2의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고 하네요.

한마디로 이명박 정부는 앞으로 반대파에 대해선 밀어붙이기로 일관하겠다는 겁니다. 청문회를 글로 배운 정운찬이나 서양식 아파트를 너무 사랑한 한식 전문가 백희영이나 자기를 처벌해야 하는 이귀남, 이런 자들을 그냥 그 자리에 앉히고 가겠다는 겁니다. (이런 내각이 친서민 내각? 그건 니 생각이고~)

정운찬의 총리 임명 반대는 단순히 정파적 반대 목소리가 아닙니다. 여론의 과반이 총리 임명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정운찬과 나머지 인물들의 비리와 혐의들이 주류 특권층의 부패한 실상을 여지 없이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정당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은 아니죠. 상대적으로 특권층 기반이 적었던 노무현 정부에서도 투기, 탈세 의혹으로 총리 후보가 낙마한 일이 두 번이나 있었습니다.

이 정권은 좀더 노골적입니다. 이들이 특권층의 3~4세대 들이라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커왔으니까요. 마치 "우리집은 가난해요. 아빠도, 엄마도, 집사 아저씨도, 정원사도, 식모도, 유모도......"하는 오래된 우스개소리처럼 말입니다. 

이명박 정부 첫 내각 후보 중엔 "땅을 너무 사랑해서" 땅을 샀다는 환경부 내정자도 있었고, 유방암 진단에서 이상 무 판정을 받은 기념으로 남편에게 받은 선물이 강남 30평 오피스텔인 청와대 비서관 내정자도 있었죠. 오세훈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11평 집에서 어떻게 발 뻗고 자냐?"고 말했습니다. 도심에 30평대 '서민형' 오피스텔을 만들겠다면서 말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머리 속에 떠올릴 수조차 없는 일들을 이들은 당연하게 저지르고 내뱉습니다. 점점 가벼워지는 유리 지갑의 월급쟁이 노동자들은 상상도 못할 탈세와 위법을 저지르고도 처벌은커녕 무사히 장관직에 안착합니다.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이 사회의 정치 체제에 대한 사람들의 냉소와 환멸은 커집니다. "그놈이 그놈" "있는 놈들이 다 그렇지 뭐" "니들끼리 다 해먹어라". 내각 인사가 있을 때마다, 또는 고위층 비리 사건이 날 때마다 듣는 표현들입니다.

그 결과, 한나라당이 당장은 승리한 듯 보일지 모르지만, 더 깊은 곳에서 '통치'의 정당성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의 근시안적 '실용주의'는 주류 특권층이 독점하는 정치체제의 위기를 더 크게 만들 것입니다. (딱히 밀어붙이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것도 없는 정부죠, 사실)

이 문제가 조용히 넘가는 듯 보이는 건 한나라당의 생각처럼 사람들이 망각하거나 그 몹쓸 추진력을 사랑해서가 아닙니다. 현실을 바꿀 가능성에 아직 확신이 부족하고, 또 바꿔야 할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을 알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평상시에 사람들은 사회에서 맡게 되는 지위와 권한이 능력에 따른 것이라고 배웁니다. 처음부터 그런 일에 맡게 교육되고 길러진 사람들이 사회 지도층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막대한 예산을 다루는 일, 공장을 짓고 투자를 결정하는 일, 외국에 나가 협상하는 일 등.

그래서  '민중'이 스스로 운영하는 사회보다 선덕여왕 같은 좋은 정치인이 나타나길 바랍니다. 주류가 가르치는 기성 교육은 4년에 한 번 5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만 국가의 주인이 되는 사회가 민주주의고, 이것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반민주적이라고 가르쳐 왔습니다.

그런데 이 사회를 다스리고 이끌어 가는 사람들이 죄다 "그놈이 그놈"이라면 도대체 누구로 바꿀 수 있습니까. 그렇다고 기름때 묻은 '공돌이공순이', 여염집의 '갑남을녀'가 장관을 하고 기업을 경영할까요? 이러니 "대안이 없잖아"하는 푸념에 빠지는 겁니다.

하지만, 지금 경제가 망가지고, 4대강 예산은 복지 예산을 갉아먹으며, 갈수록 살기 더 힘들어지는 현실을 보면, 쟤네들이 썩 그 일을 잘 하는 것 같지도 않네요. 조기 영재 교육 받아서 영어 백날 잘해 봐야 소고기 협상처럼 하고 온다면 특권층의 지위와 능력을 존중한다는 게 우리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게다가 그런 자들이 자기들이 만든 법적 의무조차 안 지키고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의 어려움을 이용해 배를 불려 온 자들이라면 말입니다.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구호로 의회 체제와 타협하고 왕제를 유지한 나라들이 있습니다. 이 표현을 빌어 고위 공직자 시비에서 드러난 이 나라 주류 특권층의 구호를 요약하면, "통치하고 군림하되, 책임지지 않는다"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제대로 '잉여' 존재인 겁니다.

그렇다면, 공장을 실제로 돌리는 노동자가 공장을 경영하고, 여염집의 갑남을녀가 경제와 사회, 정치에 대해 뜻을 모아 결정하는 게 그리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최소한 스스로 결과에 책임지는 결정들을 할테니까요.

또 어차피 사회가 돌아가는 건 노동계급 대중이 하는 일들 덕분입니다. 집과 도로를 만들고 제작과 운송을 기획하고 사회서비스를 관리하는 수많은 갑남을녀가 없다면 소수에 불과한 특권층이 뭘 할 수 있을까요.

냉소는 분노의 다른 표현입니다. 환멸과 냉소가 분노와 행동으로 바뀌는 데에는 불쏘시개가 필요합니다. 알리고 선전하며 대안을 주장하는 일, 즉 장작을 쌓는 일이 지금 중요한 이유입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그대여 분노하라! 분노를 숨기지 마라!!]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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