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정희 대표와 당권파는 이정희―유시민의 정치적 밀월 관계 의혹 보도, 정확히는 당권파가 진보신당 대신 국민참여당과 통합하려 하는 거 아니냐는 의혹 제기를 사실 무근이고, 근거 없는 풍문으로 당을 흔드는 것이라 답하고 있다.

과연 그런가. 그런데 왜 누가 봐도 같은 진보정당이며 진보대통합의 대상인 조승수 대표에게는 날선 항의 편지를 보내며, 집권 시절 과오를 무엇 하나 속시원하게 반성조차 하지 않는 유시민과는 함께 책을 내며 사이좋게 지내는가. 그것도 야권 연합에 관한 책을 말이다. 굳이 예를 들자 노회찬, 조승수, 심상정과 책을 내야 진보대통합에 복무하는 행동 아니겠는가.

이정희 대표의 한 보좌관이 (국회 연설에서 말한) 과거를 묻지 않겠다는 말의 대상은 진보신당의 선도탈당파를 향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황당하고 웃기는 궤변이다. 당원을 바보로 아는 듯하다. 이미 진보신당과 (지난 몇 년 간 선거연대도 해 왔을 뿐아니라) 몇 달 간 지루한 협상 끝에 통합 합의문을 만들어 놓고는 그 뒤에 국회에 가서 신당의 과거를 묻지 않고 합칠 수 있다고 하는 게 시간 순서상으로 말이 되는가.

무엇보다 과거를 묻지 않겠다는 그 언급이 진보신당을 향한 것이라면, 왜 유시민과 국민참여당이 좋다고 그 발언에 화답하는 반면, 왜 진보신당 독자파는 “저 쪽도 통합을 바라지 않는다”며 날을 세우고 있는가.

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하고 양극화를 부추기는 신자유주의를 털어낸다면, 누구든 새로운 진보정치 실현의 길을 함께 갈 수 있습니다.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를 묻지 않겠습니다.” 중간에 어느 하나 삭제하지 않은 이어지는 문장이다. 이 문장에서 떠오르는 정당이 누구인가.

더구나 조승수 대표에게 보낸 항의 편지는 북한 관련 합의문 해석 문제만이 아니었다. 서둘러 국민참여당의 통합 진보정당 참여 문제를 논의하자는 내용도 중요하게 포함된 것이었다. 이정희 대표는 이미 연석회의의 안건으로 올라온 것이라고 그 근거를 댔다. 의혹을 갖지 말라는 뜻일 게다.

그렇다면, 이정희 대표는 왜 연석회의에 국민참여당 참가 건이 한 달 넘게 뒤로 밀어둔 채 진보 양당 중심의 합의문이 나왔는지 정녕 모른다는 것인가. 진보대통합을 위해 모인 구성원 내부에 국민참여당이 진보정당이냐 라는 중대한 인식의 차이가 있다. 사실 국민참여당은 진보정당도 아니고, 집권 시절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반성한 적도 없다. 그래서 국민참여당 참가 여부가 뒤로 밀린 것 아닌가.

즉, 누구든 진보정당에서 ‘진보정당이 아닌 국민참여당’과 통합을 시도하면 그것은 진보진영의 분열, 진보정당의 우경화(의회주의, 계급정당 노선 탈피, 명망 추구 등)와 진보 대중의 계급의식 후퇴(계급적 단결과 투쟁이 아니라 민주당 등에 실용주의적으로 의존하기 등)를 조장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좌파는 패권적으로 배제될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유시민은 ‘정부에 반대하고 민주당과 차별화하려는 활동’을 중단해야 대중적 진보정당이 될 수 있다는 건방진 충고까지 하고 있다. 당 대표는 바로 이런 발언에 항의 편지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

정황이 이토록 분명하므로 이정희 대표와 당권파가 오해를 풀려면 의혹을 제기하는 당원들을 나무라지 말고, 지금이라도 국민참여당은 진보정당이 아니므로 통합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


2. 진보대통합에 찬성한다고 모든 사람들이 연석회의 합의문에 1백 퍼센트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나도 북한 관련 합의문에 불만이 많다. 물론 당권파와 전혀 다른 이유다. 그렇다고 우파적 이유로 합의문에 반발하는 쪽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미제국주의의 대북 압박에 반대하고 한반도 군사 위기의 뿌리가 거기에 있다고 보지만, 북한 체제가 사회주의라고 보지도 않고 우리의 대안 체제가 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둘은 별개 문제다.

중요한 것은 단지 이견을 존중만 할 것이 아니라 이런 생각의 차이가 있는 현실을 ‘인정’하 는 것이다. 나는 모든 자주파 동지들이 (동지들의 표현대로 하면) ‘3대 권력 승계’ 그 자체나 진보대통합 합의문 문구에 모두 같은 생각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다른 좌파들이 자신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남한에서 사회 변혁을 추구하는 세력이므로 그 차이 때문에 단결 못 할 이유는 없다. 다른 의견을 싸잡아 반북주의로 모는 것은 유감스럽다.

구동존이를 정말 하려 한다면, 이 문제에 관한 서로의 이념과 정견이 달라서 봉합된 문구밖에는 나오기 힘들고 그러다보니 해석의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통합 진보정당 건설이 특정 정파의 이념으로 뭉친 정당을 만들려는 것이 아니고, 단결된 진보의 연합 정당을 만들려는 것이라면, 해석의 차이에서도 구동존이의 원리를 적용해야 한다. 나머지는 정치적 토론과 설득, 협의의 문제다. 억누른다고 해소된 성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점에서 이정희 대표가 항의 편지로 조승수 대표에게 북한 문구 관련 해석을 타박한 것이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 편지야말로 당기구의 판단에 어긋나는 것일 수도 있다.

이정희 대표의 연석회의 합의문 해석과 태도는 6월 4일 중앙위원회에서 압도 다수의 중앙위원이 내용이 부적절하다고 해서 압도적으로 안건 반려시킨 당권파의 특별 결의문의 그것과 같기 때문이다. 즉, 그런 결의문을 채택하면 진보신당을 자극해 통합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다수 중앙위원들이 기각한 내용을 당 대표가 공개 편지로 ‘공개’한(부활시킨) 것이다.

사실 6·15선언에 상호 체제 인정이라는 문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있다면, 독재 정권인 노태우 정부가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에 상호 체제 인정 문구가 있다. 우리는 남북 대결보다 평화를 선호하므로 이 점을 인정하지만, 학살자의 정부도 인정한 이 상호 체제 인정 문구가 진보의 거의 유일한 최우선 가치인 듯 말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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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당권파(경기동부연합) 진보대통합을 자본가 정당과의 계급연합으로 끌고 가려는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6월 7일 국회 본회의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나선 이정희 대표.

6월 7일 국회 연설에서 이정희 대표는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를 묻지 않겠습니다”라며  국민참여당을 진보대통합에 포함시키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5월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 합의문에서 이정희 대표가 “자본주의 극복” 구절 삭제에 흔쾌히 동의한 것도 국민참여당을 염두에 뒀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정희 대표의 국회 연설과 같은 날 유시민은 진보 양당이 “[진보정당들이] ‘집권전략’으로 나아갈 의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참여당이 함께 하는 문제를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정당들에게는 “민주당과의 차별화에 중점을 두고 정부의 정책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활동”을 그만하라는 ‘충고’까지 했다.

개혁적이긴 해도 친자본주의적 성격과 참여정부 집권 전력 때문에 결코 진보정당이라고 할 수 없는 국민참여당이 적반하장 격으로 진보정당이 오른쪽으로 오면 통합할 수 있다고 거드름을 피우는 것이다.

그들은 한미 FTA 추진, 이라크 파병, 비정규직 양산 등 집권 시절 과오를 제대로 반성조차 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이정희 대표는 이런 당과 비밀 회동을 하고 “과거를 묻지 않겠다”며 공동으로 야권연합에 관한 책을 출판하겠다고 한다. 이것은 명백한 ‘묻지마 계급연합’ 추진이다.

묻지마 계급연합

그래서 유력 대선주자가 있는 참여당과 합당해서 몸집을 키운 다음, 민주당과 장관 자리들을 거래하며 연립정부로 나아가는 것이 이정희 대표와 당권파의 계획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진보신당과 통합은 오히려 거추장 스럽게 생각하고 일부 명망가만 데려 오겠다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강령에서 “사회주의의 이상과 원칙 계승” 구절을 삭제하려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민주노동당 웹사이트 당원토론방에는 “이럴려고 상반기부터 기를 쓰고 유시민 콘서트를 추진하고 그랬는지”, “강령 삭제가 참여당과의 밀월을 위한 액션 아닐까”, “대표의 국회연설을 보노라면 … 밀실에서 야합비슷하게 … 모종의 중대한 협약이 이미 이루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들이 올라오고 있다.

민주노동당 당권파와 이정희 대표의 행보가 혹시라도 진보대통합 합의문이 진보신당 당대회에서 부결되길 노리는 것이라면, 진보대통합 불발의 책임을 진보신당 독자파에게 떠넘기고 명망 있는 지도자들을 포함해 진보신당 통합파 일부만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어떤 경우라도 민주노동당 당권파와 이정희 대표가 진보의 원칙과 단결을 파괴하며 벌이는 ‘연합정치’가 민주노동당 당원은 물론이고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진보정당 지지 대중의 반발과 불신을 낳을 것이라는 점이다.

민주대연합 노선이 진보의 정책과 가치를 후퇴시키고, 진보의 단결을 해칠 것이라는 경고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이정희 대표는 민주노동당 입당 전인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열린우리당 후보 강금실을 지지한 적이 있다. 이정희 대표는 2008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전략후보로 영입된 후 이를 이렇게 설명한 바 있다.

“당원으로서 강금실 후보 지지선언을 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겠죠? … 제가 사회적 변호인이다라고 생각했던 일들에서는 민노당 강령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민노당이 추구하고 있는 바를 위해서 일을 해왔다.”

현재 이정희대표의 행보는 이런 약속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에 대한 배신이며 진보정당 정치인으로서 원칙과 기준에 어긋난다.

민주노동당 당권파와 이정희 대표는 민주노동당을 자본주의 국가 운영에 더 적합한 당(이른바 ‘수권정당화’)으로 만들면서 자본가 정당과의 권력 공유를 추진하는 것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이런 계급연합과 연립정부 노선은 선거에서 득표나 권력 나눠먹기에는 유리할지 모르지만 노동자들의 계급의식을 갉아 먹고, 노동자 단결과 투쟁을 가로막아 결국 진정한 진보와 개혁을 방해할 뿐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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