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9일 북미 합의가 발표됐다북한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일시 중단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받는 대신, 미국은 북한에 영양 지원(영양강화제와 옥수수) 24만 톤을 지원하는 것이 합의의 핵심이다.

이번 합의 불과 며칠 전까지 한미연합군이 키 리졸브 훈련 강행 의사를 밝히고, 북한이 이를 ‘전쟁 위협’이라고 반발하며 긴장이 형성됐던 것에 대면 북미합의와 공동 발표는 진전이라 할 수 있다.
 

2011년 키 리졸브 훈련에 참가했던 미 해군 원자력항공모함 칼빈슨 호. 출처: 국방부 블로그.


이란 압박에 치중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혹시라도 북한을 계속 무시·압박하다가 김정은 체제가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나가는 것을 우려한 듯하다. 북한으로서도 내부 안정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각주:1].(물론 북미 관계에서 상황 규정력은 압도적으로 미국에게 있다. 미국이 외면하면 긴장이고, 미국이 받아주면 대화 국면인 것이다.)

그러나 이번 합의가 안정적일지는 알 수 없다. 합의에 대한 북미의 해석과 강조점이 다소 다르다. 북한은 식량 지원 약속을, 미국은 핵실험 중단을 성과로 강조했다[각주:2].

결국 이번 북미합의는 합의가 6자 회담 재개로 순탄하게 이어질 지는 속단하기 힘들다.

이것은 한반도 주변의 상황이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포위 전략에 바탕한 한미 연합군의 키 리졸브 훈련도 계획대로 진행될 예정이고, 중장기적으로는 한··일 군사동맹 구축이 여전히 추진되고 있다.

당장 이명박 정부는 229일 “안보에는 타협이 없다”며 제주도 강정 해군기지 건설 강행 의사를 밝혔다. 설계도 부실 의혹이 드러났고, 올해 기지 건설 예산이 전액 삭감됐는데도 정부는 1조 원 넘는 돈을 써서라도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무자비한 탄압도 예고하고 있다.

이명박은 ‘관광 미항 개발’ 운운하며 물타기를 하지만, 실제로 제주 해군기지는 미국의 대중 압박과 포위 전략의 일부가 될 것이 뻔하다. 영화배우 로버트 레드포드 같은 미국의 저명 인사들마저도 제주 강정 기지 건설에 적극 반대하는 이유다.

정부가 제시한 조감도. 아름답던 해변이 모두 사라진다.


환경운동가이기도 한 로버트 레드포드는 23일 “이지스 탄도미사일 시스템으로 중국을 포위하려는 미국과 항공모함이나 잠수함, 이지스 구축함 따위가 드나들 대형 해군기지를 건설하려는 한국 정부의 야욕”이 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통렬히 비판했다.

한반도 전문가 브루스 커밍스 교수도 “타이완을 두고 중미전쟁이 일어난다면, 미국은 [건설중인] 제주 해군기지를 그 전쟁에 동원할 것이라며, 그러면 중국은 한국을 다시 공격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지경”이라고 경고했다.


따라서 이명박의 제주 해군기지 건설 강행 발표는 한미동맹 강화로 평화를 파괴하면서 우파적 지배를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 ‘너네가 먼저 시작했던 옳은 사업 아니냐’며 총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의 약점을 노리고도 있다.

제주 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주도적으로 조직한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을 국가보안법으로 탄압한 것도 이런 우파적 반동의 일부다.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의 반동에 맞선 행동을 거리에서 불붙여야 한다


2009년 여행 중에 강정마을에 갔을 때 사진. 해군기지에 반대하는 평화운동가들과 예술가들이 주민들과 함께 동네 담벼락에 평화를 염원하는 그림들을 남겼다. 집집마다 해군기지 결사반대 깃발이 붙어 있었다. 카메라가 없어 핸드폰으로 찍어 다른 정경은 사진이 엉망이다.ㅠㅠ


 

  1. 물론 대외 갈등을 크게 만들어 내부 단속을 할 수도 있지만, 그러기엔 대외 갈등의 쌓인 피로감이 너무 큰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본문으로]
  2. 쌀 등 제대로 된 식량 지원이 아니라 영양 지원이란 이름으로 지원 품목을 옥수수 등으로 낮춘 것은 문제다. 식량은 기본적 인도주의 아닌가.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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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려고 무지막지한 탄압을 일삼고 있다. 그러나 여론과 계속 드러나는 증거는 이 기지가 평화와 민주적 절차를 위협하는 괴물이라는 것이다. 

세계적 진보 석학인 미국의 노엄 촘스키 교수는 제주 해군기지가 “한국과 중국 간 군사적 대치를 촉발해 군비확장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불가피하게 미국의 개입을 불러들이게 될 것 … 초강대국들의 참혹한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전 세계 사회정의를 신봉하는 이들이 … 강정마을을 중요한 전장으로 여겨야” 한다고 호소했다.

최근 제주도의회가 한나라당의 반대를 물리치고 실시한 행정사무조사에서는 ‘정부와 해군이 정당한 법적 절차까지도 위반하며 공사를 강행해 온 사실’이 밝혀졌고, 그들이 주장해 온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은 껍데기에 불과하며 실제론 해군기지를 건설해 왔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그런데도 정부와 해군은 상식을 뛰어넘는 탄압을 자행하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한다. 

10월 2일에는 구럼비 바위로 기지 건설 반대 기도를 드리러 헤엄쳐 가는 종교인 송강호 씨를 해경구조대원이 붙잡아 수심 10미터가 넘는 곳에서 오리발을 빼앗고 수차례 얼굴을 물속에 처박는 짓을 저질렀다. 

같은 날, 공사 강행에 항의하던 대학생과 노동자 열다섯 명이 연행됐고, 10월 4일에는 해군이 쳐 놓은 펜스를 넘어 구럼비 바위 해안가로 간 천주교 신부들과 기자를 폭력 연행했다. 경찰은 연행한 <미디어충청> 기자에게 취재 목적과 내용을 진술해야 풀어 줄 수 있다고 협박하는가 하면, 취재 내용 삭제까지 강요했다. 현재 구속자는 일곱 명이나 된다. 

이런 폭력과 위협에도 저항을 이어가는 강정마을 주민과 저항 운동가들은 해군기지를 “해적기지”라 부르고 있다. 평화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해적기지’ 건설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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