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대통합연석회의최종합의문'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7.28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알아야 할 것들 3 2
  2. 2011.06.09 진보대통합 연석회의 평가와 과제
내가 처음 쓴 표현도 아니고 모욕적일 수 있어 공개적으론 말하지 않아 왔지만, 이정희 대표는 본인을 두고 진보진영 안에서 ‘트로이의 목마’라는 말들이 오고가는 것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갈수록 정치적 신뢰가 없어진다.

아니나다를까 이정희 대표는 당 대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통합 진보 정당에 국민참여당이 합류하는 것을 멋대로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27일 중앙당 대변인실이 공지한 질의응답 내용을 인용해 보자.

-이정희 대표 답변 1
통합진보정당과 민주당이 다가올 총선에서 야권연대 테이블에 앉게 됩니다. 민주당과는 야권연대를 더욱더 강력하게 해나갈 것입니다.

-이정희 대표 답변 4
진보신당이 지금까지 국민참여당에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셨지만, 저는 이것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총선 후보 결정 방식에 관해서는, 이렇게 답변한다.

-이정희 대표 답변 10
총선 후보 ... 결정방식은 ... 서로 간의 내정해놓고 당원들에게 무조건 받아들이라고 하는 방식으로 할 수는 없는 것 ... 진보정당의 힘은 당원 민주주의에 있습니다.

이 앞뒤 안맞는 답변을 듣고 있으니 이정희 대표에게 ‘당원 민주주의’는 필요할 때 가져다 쓰는 소품 같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민주노동당 당대회는 진보진영과 진보대통합을 하라고 방침을 결정하고 수임기관을 구성하도록 결정했다. 그런데 이정희 대표와 당 지도부는 진보정당이 아닌 당과 당대당 통합을 어떤 당내 대의기구의 결정도 없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정희 대표와 당 지도부가 진보정치의 원칙과 규율, 단결과 정체성을 파괴하는 당사자라는 비판을 면하려면, 최소한 당원 앞에 공개적으로 왜 국민참여당이 진보정당인지 밝혀야 한다.[각주:1]

그런데 지도부가 현재까지 대는 유일한 근거는 진보진영연석회의 대표자 최종합의문을 그들이 승인했다는 것 뿐이다.

그러나 막상 합의문 작성 당사자들 가운데는 애초부터 참여당의 진보대통합 참가를 반대해 왔고 반대하고 있는 세력이 있다. 이것 만으로도 당 지도부가 진보대통합 대상에서 누구를 더 중시할 것인가를 다시 고민해야 하고, 참여당 통합론이 진보의 분열을 낳을 거라는 경고를 떠올려야 할 이유가 된다.

여러 반대의 근거가 있지만, 핵심은 그들이 진보정치세력이 아니라는 것. 유시민이 자기 당 중앙위에서 이 합의문을 배포조차 안 한 상태에서 통과를 요구하면서 했다는 말, “합의문 통과는 들어가는 형식일 뿐이고 일단 들어간 뒤에 바꾸면 된다”는 말이 빈말인지 아닌지는 지금도 밝혀지고 있고, 앞으로도 밝혀질 것이다. 

이정희 대표가 과거 불문을 외칠 때, 유시민과 그 세력은 적반하장으로 진보정당에게 참여정부에 반대만 해서 실패하게 만든 책임(‘정부 실패에 관한 진보의 몫’)을 인정하라고 요구하며 진보정당의 과거를 문제삼고 있다. 계급, 반정부 투쟁, 민주당과 차별화 등등의 소수파 전략을 버리라며 노골적인 우경화를 요구한다.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가 만든 과오가 ― 정리해고법, 부동산 폭등, 가계부채 증가, 노사관계로드맵, 공무원전교조 옥죄기, 비정규직법, 한미FTA, 파업에 손해배상청구 관행, 경인운하, 강정해군기지(대양해군) 등 ― 지금도 살아서 노동자·민중의 목줄을 죄고 현재의 투쟁 과제로 생생한 상황에서 진보정당 대표가 그들에게 과거를 묻지 않겠다?

2003년 11월 25일 대구 세원정공 앞에서 열린 금속연맹 집회. 연단 아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노동탄압에 항거한 열사들의 사진이다. 노무현 정부의 노동탄압은 장기적 경제위기의 댓가를 노동자에게 전가하려는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인 정부가 가는 필연적인 길이었다. 노무현 정부가 가던 길은 이명박이 가려던 길이고, 차이가 있다면 이명박이 노무현보다 그 길을 더 난폭하고 빠르게 지나가려 한다는 점 뿐이다.


이정희 대표는 어이없게도 참여당의 적반하장에는 ‘일리가 있다’ 하고 진보세력이 참여당에게 과거 성찰을 요구하는 것은 ‘앙금’이라고 표현했던데, 그것은 지난 시기 노동자·민중의 투쟁을 모욕하는 표현이다.

참여정부의 과거에서 진보가 문제삼는 본질―신자유주의와 경제위기 고통전가, 제국주의 추종―은 이명박의 현재이고, 다음 정권에서도 투쟁의 핵심 쟁점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참여정부의 과거를 묻지 않겠다는 것은 진보정치의 현재 과제를 흐리는 것이고, 진보정치의 미래를 묻지 않겠다는 뜻일 뿐이다.

 이정희 대표는 개인적으로 당시 진보정당의 당원으로 노동자민중의 편에서 참여정부와 맞서 싸운 과거가 없기 때문에 과거 불문을 쉽게 말할 수 있을지 몰라도, 당시 그렇게 해 왔고 지금도 그것이 옳았다고 생각하는 [오히려 그런 싸움이 너무 약해서 문제였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과거 불문’을 할 수 없고, 그럴 자격도 없다.

오늘도 고통받는 노동자·민중이 그들의 과오를 용서하지 않은 상황에서 진보정당이 과거 불문 운운하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이명박이 그토록 인기가 없는데도 민주당 지지가 그를 뛰어넘지 못하는지, 야권단일 후보가 돼도 참여당 후보가 단 한 번도 당선되지 못 하는지 당 지도부는 그 이유를 모르겠는가.

국민참여당은 개혁적일지라도 그 당의 기반과 실천, 이념을 봤을 때, 신자유주의 추진했던 고위관료와 공기업 경영진 출신들에게 의존하는 자유주의적 친자본가당일 뿐. 그 당 지도부들이 진보라고 내놓는 정책들이 안쓰러울 정도로 허접한 이유도 그 때문인 것이다.

자유주의적이라 한나라당보다는 낫겠지만 친자본가당이라서 노동자·민중이 바라는 진보 개혁 정당이나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 그들의 이런 점이 정부 운영 과정에서 어느 정도는 역사적으로 검증됐기 때문에 온갖 미사여구와 몸부림에도 지지를 온전히 회복하지 못하는 것이다.

최근 부분적으로 세력을 회복해 다시금 차악(차선) 논리를 되살리고 있지만, 문제는 거듭 지적했듯이 여기에 진보정치 지도자들의 불필요하게 관대한 태도가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과거 불문 논리가 말도 안 된다는 것은 이정희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왜 참여당과는 통합이 되고, 민주당과는 안 되는지를 설명하는 논리를 봐도 알 수 있다. 이정희 대표는 민주당의 근본(과거)와 현재를 연결시켜 민주당은 통합 대상이 아니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과거 불문 논리는 자가당착이다.

그 점에서 금속노조 여론조사 결과가 시사적이다. 88.7퍼센트가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필요하고 85.3퍼센트가 이명박 정부 심판을 위해 민주노총의 정치총파업 등 총력투쟁이 필요하다고 답했는데, 국민참여당을 비롯 다양한 세력과 진보정당이 합쳐야 한다는 여론도 57.2퍼센트였다.

완전히 모순되는 의식인데, 당 지도부는 이것을 참여당 통합론의 근거로 삼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아진인수다. 그동안 진보 양당 지도부가 얼마나 참여당 지도부와 진보정당의 차이를 흐리고 감춰왔으면 즉, 얼마나 우경화했으면 전투적인 노동자들에게서 이런 결과가 나왔겠는가 하고 봐야 한다. 한마디로 진보정당이 우경화해 놓으니 조합원 의식조사에서도 이런 모순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 아래서 이들에게 표찍는 것으로는 권리 보호도, 생존권 수호도 진보 개혁도 전혀 안 되니 노동자·민중이 독자적으로 정치세력화하자고 해서 만들고 성장해 온 당이다. [발전 수준이 비록 의회개혁주의 정도에 머물러 있지만 말이다.]

그런 당이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지지하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전혀 변한 게 없는 노무현 정부의 후신들과 당을 함께해도 될 세력으로 보였다는 것이니, [참여당 통합파처럼 얼씨구나 할 소재가 아니라] 그야말로 창피하고 진보정당 지도부라면 부끄러워 해야 할 결과인 것이다.

이런 모순된 의식은 진보정당과 민주노총 지도부가 계급동맹을 고려하면서 현장의 잠재력을 억누르는 방식으로 투쟁을 이끌어 온 탓이 가장 크다고 본다.

쌍용차, 금호, KEC, 한진, 유성, 현대차 비정규직 등을 떠올려 보자. 당시 진보정당의 구실은 민주당 정치인을 데려가 중재하는 것에 불과했다. 이런 자기 제약적인 투쟁 조직과 투쟁 리더십 때문에, 싸우고 싶고 그래서 단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선거에서는 친자본가당과도 동맹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모순된 의식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진정이 있다는 것은 전북 버스 노동자들이 보여 준다. 이들 중 투쟁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으로 집단 가입한 노동자들이 민주노동당 지도부에게 호소문을 냈다. (☞ 바로가기) 사실 이런 노동자들의 각성된 호소에 응답해야 하는 것이 진보정당 지도부의 첫째 의무일 것이다. 현실은 그 반대로 가고 있다.

사실, 국민참여당 지도부에게 과거 성찰을 요구하며 조건부 참여를 내거는 것 자체가 우습다고 생각한다.[각주:2] 진정성있게 진보로 전향하려 한다면 요구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통렬하게 자기 비판하며 자신의 과거 이념과 실천, 그리고 계급기반과 단절하고 와야 하는 것이다. 그게 실천적 과거 성찰이다.

이런 일이 가능하려면 진보가 뭉쳐서 기득권 세력의 질서를 뒤흔들며 싸워야 한다. 그런 싸움 속에서 대중의 의식과 사기가 올랐을 때, 저쪽에서 전향자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런 상황을 만들 정도의 제대로 된 싸움하자고 진보가 뭉치자는 것 아닌가. 그런데 참여당이나 민주당이 그런 싸움에 동의할까.

결국 참여당과 통합, 이에 바탕한 연립정부 노선이 모두 문제가 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참여당과 통합한다거나 야권연대로 연립정부 구성하겠다는 것은 진보정치의 정체성, 진보세력의 단결을 해치고, 진보적 대중운동의 목표와 예각을 가로막고 교란하는 잘못된 노선이다. 특히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경기동부 당권파의 참여당 통합론은 진보정당의 규율도 해치는 것이다. 당장 우경화 행보를 중단해야 한다.

 

  1. 그나마 정성희 최고가 맑시즘2011에 연사로 참석해 정치적 이견자들과 토론하며 공개적 주장을 편 것은 입 꼭 다문 다른 지도부보다 진일보한 행동이라고 봅니다. 비록 이 문제에서 만족스런 답을 주진 못했지만요. [본문으로]
  2. 그것은 마치 “안 돼요, 돼요, 돼요”하는 우스갯소리처럼 오히려 저들이 조건을 수용해 와 줬으면 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런 순진한 발상의 대가가 유시민이 진보대통합 합의문을 승인하면서 덫에 걸린 것이구요.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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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진보대중의 단결투쟁 염원에 복무해야(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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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일 새벽,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에 (사회당을 뺀) 참가 단체들이 최종 합의문에 합의했다.

진보 대중 다수가 진보세력의 단결을 바랐던 만큼 연석회의의 통합 협상 타결을 환영한다.

최종합의문은 ‘새로운 진보정당’이 “세계 변혁운동의 이상과 역사적 성과를 비판적으로 계승하고 … 남한 자본주의와 북한 사회주의의 한계를 넘어서 … 노동자·민중이 … 사회생활 전반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정치권력을 수립하기 위한 진보적 대중정당”이라고 밝혔다. 

새 진보정당이 진보세력의 단결에 기초해 이런 지향대로 행동한다면 노동자와 진보적 학생들의 투쟁의지를 고무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합파인 진보신당 박용진 부대표 등이 최종합의문에 반발하는 것은 진보대통합이 단일정당론으로 포장된 민주당으로의 흡수통합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이 점만 봐도 진보대통합을 비판적으로 ‘지지’하는 것이 진보정치의 보루를 지키는 데 더 유용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옛 이랜드노조 수석부위원장 출신 이남신 한국비정규센터 소장은 “전국적으로 이뤄진 이랜드투쟁을 지원한 핵심은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노동자, 여성, 인권, 시민사회단체들이었는데 분당 후 지원대책위 체계가 무너졌다”며 진보대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부속합의문으로 채택한 ‘20대 주요 정책과제’도 진보세력이 쟁취할 실천 과제로 손색이 없다. 비정규직 해소, 무상의료, 무상교육, 투기자본 규제, 핵발전 폐기, 국가보안법 철폐, 해외 파병 반대, FTA 반대 등.

연석회의는 또 앞으로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동의하는 세력과 개인들이 참여하는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더 많은 진보 대중과 단체들이 합류할 수 있도록 개방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약속이 실질적으로 지켜져야 할 것이다.

제발 손에 손잡고 민주대연합으로 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단결 염원

 
한편, 일부에선 결렬의 원인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 쟁점들이 모호한 문구로 절충됐다.

최대 쟁점이었던 2012년 대선은 “완주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 … 선거연대는 … 신자유주의 극복과 관련된 주요정책들에 대한 가치를 확고한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고 앞뒤가 서로 안 맞는 절충을 시도했다. 연립정부 문제는 아예 합의문에서 빠졌다.

북한 핵 개발과 3대 세습에 관해서는 “한반도 비핵화 … 등을 적극 추진”하고 “’북의 권력 승계 문제는 국민 정서에서 이해하기 어려우며 비판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견해를 존중한다’는 문구로 정리됐다. 사실상 ‘새 진보정당의 주류’는 3대 세습을 비판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당 운영 문제는 “패권주의와 분파주의 극복”으로 “당 조직을 공동 운영”하자고 절충했다.

사실 연석회의는 그동안 자신들이 정한 합의 시한을 계속 어겨왔다. 3차 합의문은 4월을 넘겼고, 최종합의문 시한인 5월 26일도 넘겼다. 쟁점간 이견이 워낙 첨예했던 탓이다.

일각에서는 난항을 겪은 책임이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주류인 ‘경기동부’파에 있냐, 진보신당의 독자파와 사회당에 있냐에 분석의 초점을 두기도 한다.

여러 보도를 종합하면, 2012년 대선 선거연대에 찬성하는 민주노동당 자주파와 진보대통합시민회의 등 연석회의 주도 세력들이 “독자 완주”를 주장한 진보신당을 압박하고 사회당은 배제하는 모양새였던 듯하다. 결과도 그렇게 됐다.

사실 연석회의 난항의 근본적 배경은 연석회의 주도세력이 진보대통합을 민주대연합의 부속물로 여기면서 연석회의 논의 구도 자체가 우경화한 것이다.

예를 들어, 분당 전 민주노동당에게 대선 독자 완주는 당연한 ‘전제’였다. 2007년 대선에서 기대보다 낮은 득표 때문에 민주노동당 안에서 책임 공방이 일고 분열로 이어졌지만, 논쟁 당사자 누구도 ‘독자 완주’ 자체를 문제 삼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금 연석회의 주도세력은 ‘독자 완주를 기본으로 한다’는 문구를 “양보”라고 부른다. 일부는 민주당과 공동정부도 꾸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경화


연석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진보대통합 논의를 미루고 4·27 재보궐 선거에서 야권연대를 추구했다. 이런 태도들이 연석회의 안팎에서 좌파적 반발을 낳았다.

현대차 비정규직과 KEC에서 ‘민주대연합’ 의원단이 투쟁을 망친 것에 대한 비판도 늘었다. 전북 버스 노동자들은 손학규 낙선운동을 경고했다. 울산 동구청장 선거에 이갑용 민주노총 전 위원장이 출마해 민주노동당 후보와 경합했다.

연석회의 주도세력이 패권적으로 나온 것은 바로 이런 배경에서였다. 좌파들과 현장 투사들의 반발을 피하려고 최종 협상은 밀실 협상으로 진행됐고, 이런 우경화와 패권주의를 비판한 ‘다함께’는 ‘반자본주의 단체라는 이유’로 연석회의에 포함되지 못했다. 진보신당과 사회당을 제외한 세력들이 사실상 담합해 두 당을 압박했다.

밀실협상은 불신을 더 증폭시켰다. 민주노총의  민주노총 임성규 전 위원장조차 “이탈자를 가속화하고 고립화하는 과정이 되고 있어 매우 불쾌하다”고 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최종합의문이 연석회의 주도세력 입맛대로만 되지 않고 절충 형태를 띤 것은 바깥의 비판과 압력 때문이었다. “자본주의 극복” 문구가 4차 대표자회의에서 빠졌다가 최종합의문에서 “자본주의 한계와 폐해 극복”으로 다소 완화돼 되살아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 과정에서 급진좌파의 참여가 봉쇄됐기 때문에 진보신당과 사회당이 좌파를 대변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진보신당 지도부는 일관성이 없었다. 오히려 애초의 원칙적 견해를 쉽게 포기해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지분을 보장받는데 더 관심있는 것 아니냐는 당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진보신당 독자파와 사회당은 그동안 야권 선거연대에는 거의 반대한 적이 없고, 주요 점거 파업을 방해한 야권 중재단에 진보신당 지도부가 참여한 것은 비판하지 않았다.

진보신당의 독자파 부대표들이 야권단일정당론자인 박용진 부대표와 함께 진보대통합 합의문에 반대 성명을 낸 것도 독자파의 일관성 부족을 보여 준다.[각주:1] 이래서 안타깝게도 독자파와 사회당의 민주대연합 반대 주장은 자주파에 대한 종파적 태도와 구별하기 힘들 때가 많다.


반북주의?


한편,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등은 협상 과정에서 북한의 핵 개발과 인권, 3대 세습을 비판하자는 견해를 ‘반북주의’라며 우파적 동기에서만 비롯한 것처럼 주장해 왔다.

진보신당 독자파 일부와 대통합파(복지파) 등이 북한 쟁점에서 우파 논리에 기대는 것은 사실이다. 최종합의문 발표 후 독자파 리더 중 한 명인 이근선은 우파 매체 <브레이크뉴스>의 칼럼 “진보신당은 종북정당에 연연하지 말라”를 당원 게시판에 올렸다. 대통합파인 최병천은 이를 지지했다.

김준수, 심재옥 등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추진위원회’ 위원 넷도 합의문 비판 성명을 내고 “미국과 남한의 가중되는 압박”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을 문제삼았다.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가 합의문에 ‘국민 정서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를 포함하자고 한 것은 이런 압력을 고려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동아시아 군사적 긴장의 주범인 미국 제국주의보다 북한을 주로 비판·반대하는 것은 균형 잡힌 태도가 아니다. 또 북한 지배자와 남한 민중 운동의 일부인 자주파는 구분해야 한다.

그러나 진정한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핵에 철저하게 반대해야 하는 진보의 원칙에서 볼 때, 북한 정권의 3대 세습이나 핵개발을 지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것은 단순히 친북으로 비치는 걸 피하자는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진보정당이 지향하는 대안사회의 모습에 관한 것이다.

북한은 노동계급이 민주적으로 사회를 운영하는 사회주의와 관계가 없다. 3대 세습은 바로 그런 비민주성과 억압성의 한 표현이다. 새 진보정당은 남북 양 체제 모두 반자본주의적으로 극복하는 것을 지향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은 새 진보정당의 지향을 다루는 것이므로 2008년 “종북 소동”과도 다르다.

민주노동당 자주파 등은 6·15 선언을 근거로 북한 체제를 인정해야 한다고 하는데, 6·15 선언은 남북 통치자들 간의 합의다. 각자 나라에서 민중을 억압하는 지배자들이 서로의 통치 질서를 인정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거꾸로 말해 북한 정권이 남한 체제를 인정했으니 우리도 남한 자본주의를 대안사회로 인정해야 할까. 아니지 않은가.

그러나 진보정당은 달라야 한다. 이번 합의문은 진보신당은 물론이고 “북한 사회주의의 경직성”을 “극복”하겠다고 한 민주노동당의 기존 강령에서도 후퇴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민주노동당 자주파 일부(경기동부)와 이정희 대표가 북한 비판 자체를 모두 싸잡아 반북주의·반공주의 취급하는 것은 왜곡이다.

 

공동전선
 
결국 최종합의문은 핵심 쟁점에서 좌파와 현장 투사들에겐 불만족스럽게 절충됐다. 그래서 연립정부 반대와 북한 정권 비판을 요구했던 진보신당은 내분에 빠지는 듯하다.

다함께와 <레프트21>은 진보 대중의 단결 염원을 받아 안으면서도 첨예한 쟁점이 오히려 분열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각 단체의 독자성을 보전하며 합의가능한 행동강령 중심으로 뭉치는 공동전선 형태가 효과적이라고 주장해 왔다. 단일정당 형태를 취하더라도 운영 원리를 이를 반영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다.

무엇보다 연석회의 주도세력이 새 진보정당을 우경화로 이끌어 가려는 상황에서 급진좌파가 개입하는 것에 더 유리한 것은 공동전선적 당 운영일 것이다.

연석회의가 통합진보정당 추진위원회를 개방하기로 결정했는데, 연석회의는 그다양한 진보세력에게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급진좌파도 이 기회를 이용해 진보대통합이 민주대연합의 부속물로 추락하지 않도록 개입해야 한다.

성공회대 서영표 연구교수의 지적처럼 “진보대통합이 정치적 과정이라면 이미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 과정에 개입하는 정치적 주체들이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서 그 성격과 방향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연석회의 주도세력도 민주대연합 따위를 일방적으로 추구하거나 추진위 개방을 국민참여당을 위한 장치로 만들려 하면 애써 마련한 진보대통합의 신뢰를 무너뜨릴 것이다.

진보 대중이라면 누구나 한나라당 정권을 교체하고 싶어한다. 문제는 정권교체 자체로는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혁의 진정한 동력은 언제나 아래로부터의 투쟁의 힘이었다.

정권 교체는 대중투쟁의 사기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만 의의를 찾아야 한다. 그것이 기업주와 관료, 사법부와 군부 등 선출되지 않은 권력들이 양보하도록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수단을 목적으로 여기는 것은 개혁주의의 고전적 사고방식이다.

또 민주당은 반MB 야권연대하자면서 한EU FTA 통과에 합의하는 등 이중성을 보여 온 것은 민주당이 대중의 표를 얻어야 하는 의회주의 정당이지만, 근본적으로 자본가계급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당과 연립정부로 개혁을 성취할 수 있다는 생각이야말로 몽상이다.

새로운 진보정당의 과제는 진정한 사회 변화를 목표로 단결된 대중투쟁을 건설하는 것이다. 그래야 민주대연합 등 선거주의 압력을 이겨내고 진정한 사회 변화에 헌신하며 진보정치의 독자성과 대중성을 함께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6.1)
  1. 이들은 민주당까지 포괄하는 정당을 만들려고 민주노동당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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