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의 분열과 진보대통합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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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6일 진보신당 당대회는 진보대통합 연석회의 최종 합의문(이하 합의문)을 승인하지 않았다. 대신 ‘합의문을 인정하고 수임기구를 구성해 8월 말까지 2차 협상을 진행한다’는 특별 결의문을 채택했다. 협상 쟁점은 ‘합의문에 대한 이견, 참여당과의 통합 문제, 패권주의 극복, 당명과 강령’ 등이다. ‘분열은 공멸’이라는 위기감 속에서 진보신당 통합파와 독자파 일부가 가까스로 봉합안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나 앞길은 여전히 어둡다. 우선, 통합파와 독자파 일부가 연합했는데도 합의문 승인을 위한 대의원 3분의 2 수준에는 못 미쳤다. 강경 독자파는 당대회 내내 반발했고, 고성과 삿대질이 오갔다. 통합파와 독자파 사이의 감정의 골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깊어 보인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는 진보대통합을 주도하는 개혁주의 지도자들의 잘못된 태도가 영향을 줬다고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당권파는 합의문이 나온 이후에 계속  진보대통합을 민주대연합(민주당 등과의 계급연합)으로 연결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특히 이정희 대표가 ‘과거를 묻지 않겠다’며 참여당까지 진보대통합에 포함시키려 하면서 진보신당  독자파의 강력한 반발을 자초했다.


진보신당 통합파 지도자들도 책임이 있다. 심상정 전 대표는 진작부터 연립정부를 구상해 왔고 노회찬 전 대표도 당대회 다음 날 ‘참여당도 통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참여당 대표 유시민은 진보 양당 당대회에 모두 초청받아 “동지가 되면 좋겠다”고 추파를 던졌다. 

민주노동당 당권파는 진보신당 당대회 결과를 두고도 합의문을 승인하지 못한 것만 부각하고 있다. 이것은 ‘진보신당이 합의문을 승인하지 못했으니 추가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주장으로 들린다. 그래서 진보신당은 “진보신당을 이후 함께할 동반자로 여기는 게 맞는지 의심케 한다”고 논평했다. 

결국 진보진영의 단결을 해치면서까지 야권연대, 연립정부에 관심을 가지는 일부 진보정치 지도자들 때문에 진보대통합의 의의가 훼손되고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점에서 ‘진보대통합이 야권연대와 연립정부의 통로로 전락하고 있다’는 진보신당 독자파의 주장은 일부 타당성이 있다. 참여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것도 옳다. 

노동자 계급은 하나가 아니다? 

그러나 진보신당 독자파가 진보대통합을 사실상 지지하지 않는 것은 문제다. 진보대통합을 ‘도로 민노당’이라고 부르는 강경 독자파 일부는 당대회에서 “민노당, 진보정당 아니잖아?”라는 팻말 시위까지 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명백히 노동자  진보정당이다. 

독자파가 야권단일정당론자인 복지파와 동맹해 합의문에 반대하는 것도 무원칙한 태도다. 이것은 독자파의 계급연합 반대 주장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강경 독자파의 리더인 장혜옥 전 전교조 위원장이 “통합 동지들에게는, 민노당으로 돌아가, 참여당과 어울려서, 민주당과 연합하는 수순이 쭉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과도하다. 그것은 결정돼 있지 않다. 더구나 그런 위험성이 있다면 거기에 개입해서 막으려고 하는 게 옳다. 

사실 최근 김현우, 장석준 등이 독자파의 ‘깃발’로 제시한 여성, 생태, 비정규직을 위한 ‘녹색사회당’ 노선은 이미 3년 전 진보신당 창당 때 제시됐던 것이다. 김현우는 “[녹색사회당] 노선이 새롭지 않은 것이라는 주장(비난)이 있다면, 그러니까 이제 그것을 사람들을 모아서 본격적으로 하자는 차이라는 답변 밖에는 할 것이 없다”고 고백한다.

더구나 그 내용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김현우는 “세상이 변했기 때문”에 “천만 노동자 총단결은 불가능하며 노동계급은 하나가 아니”고 “계급을 12개 범주로 구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조직 노동자”의 “보수화 경향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며 ‘불안정 비정규직 노동자’를 새로운 주체로 제시한다. 나아가 “임금인상하고 근로조건 개선하는 것으로 노동해방은 오지 않았다”며 “더 적게 만들고 더 적게 벌어도 자족하며 살 수 있는 사회”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것은 노동계급의 단결과 투쟁보다는 그것을 해체시키는 주장이다. 남종석 진보신당 부산시당 동래ㆍ연제구 당원협의회 부위원장의 비판처럼 “‘노동자계급이여 안녕’을 위한 중간 과정”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주장을 듣고 있으면, 독자파들이 민주노동당 시절 ‘정규직 노동자 양보론’인 사회연대전략을 주장하고, 탈당할 때 “민주노총당”을 비난하던 것이 떠오른다. 

자본에 맞서는 정당은 단지 ‘비정규직만의 당’이 아니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을 추구하는 ‘노동계급 정당’이 돼야 한다. 또 조직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투쟁 등을 지지하면서 그 힘을 비정규직 차별 철폐와 구조 변혁 등을 위해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좌파는 조직 노동자에 기반을 둔 통합 진보 정당의 건설 과정에 개입해야 한다. 통합 진보 정당의 우경화를 방관하며 오히려 그것을 통해 자신들의 차별성을 내세울 기회로 여긴다면 종파적 태도일 것이다. 그 점에서 통합 진보 정당 안에서 별도 조직을 유지하는 대신 통합을 승인하자는 진보신당 김종철 전 대변인의 제안은 타당한 측면이 있다

진보신당의 좌파들은 민주노동당 자주파에 대한 경쟁심과 반감이 아니라 진보정치와 노동운동을 급진화시키겠다는 관점에서 진보대통합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노동자 대중이 지지하는 진보대통합 과정에 함께하면서 그 속에서 계급연합 노선과 싸워야 한다. 정치적ㆍ조직적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통합 진보 정당 안에서 좌파 블록을 구성해 진보 정치와 노동운동의 좌파적 강화를 도모해야 한다. 민주노동당 당대회에서 강령 개악에 반대한 3분의 1의 목소리는 이러한 투쟁의 잠재력을 보여 줬다.


<레프트21> 60호 | 발행 2011-07-02 | 입력 2011-06-30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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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은 4월 3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진보정치 대통합 방안을 결정했다. 핵심 쟁점은 범야권연합 문제와 북한에 대한 태도 문제였다.

최종 의결된 문안은 “민주당을 밀어주는 ‘묻지마 야권연대’도 안 되고, 반MB한나라당이라는 국민적 요구를 무시하는 범야권연대 원천 부정도 곤란하다”와 “6.15 남북공동선언 정신에 따라 정세와 사실을 고려하여 북을 비판할 수도, 지지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것은 3월 27일 진보신당 당대회 결정에 대한 응답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진보신당은 당대회에서 “북한의 핵 개발 문제, 3대 세습에 반대”하고 “민주당 및 국참당을 비롯한 신자유주의 정치세력과의 ‘연립정부론’은 … 진보정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니다” 하고 결정한 바 있다.

진보신당 당대회 후 언론들은 “진보대통합이 ‘안갯속으로’ 들어가고 있다”(<경향신문>), “빨간불”(<한겨레>)이라고 보도했다. 진보신당의 독자파가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을 결정해서 사실상 진보대통합을 거부했다고 분석한 것이다.

물론 진보신당 독자파가 사실상 민주노동당과 통합을 거부했다고 볼 수 있지만(그것은 안타까운 일이고 지나치다고 보지만), 북한 문제와 연립정부 관련한 진보신당 당대회 결정 자체는 문제 삼기 어려운 점이 있다.

△3월 27일 진보신당 당대회는 진보대통합의 쟁점을 날카롭게 드러냈다. 진보신당의 분열 위기는 역설적으로 공동전선 방식의 진보대연합이 더 단결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진보정당이라면 마땅히 진정한 민주주의를 추구하고 핵무기와 핵 자체에 반대해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북한의 핵 개발과 3대 세습에 반대하는 입장을 문제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자주파에 대한 ‘종북’ 마녀사냥에 동조하거나 남한 체제에 대한 지지로 나아가서는 안 되겠지만 말이다.

진보정당의 존재 이유가 노동계급의 독립적인 정치 대안을 제시하려는 것에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자본가 정당과의 연립정부를 거부하는 태도도 올바른 것이다.

진보대통합을 위해서 이런 정치적 입장을 후퇴시키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번 진보신당 당대회의 ‘강경한’ 결정은, (독자파가 정치적으로 이질적인 집단이라는 점에서도) 독자파의 정치적 플랜보다는 진보 양당 지도부의 행보가 더 영향을 미친 듯 보인다.(그들의 책임이 더 크다는 뜻)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지난해 6ㆍ2 지방선거 이후로 모든 선거에서 ‘묻지마 야권연대’를 추진해 왔다. 이정희 대표는 민주당과 ‘연립정부’ 구상을 암시하는 발언을 거듭해 왔다.

그래서 전북 전주에서 넉 달째 버스 노동자들이 민주당 소속의 도지사와 시장의 탄압에 맞서 싸우는데도, 민주노동당 중앙당은 민주당에게 단 한마디도 쓴소리를 하지 않았다.

또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북한의 3대 세습에 관해 “북한의 문제는 북한이 결정할 문제”(9.29 대변인 논평)라고만 언급해 실망을 줬다.


진보의 재구성

진보신당 독자파는 이와 같은 민주노동당 지도부에 대한 정당한 우려에 기반해 당대회에서 다수의 지지를 받은 것이다. 진보대통합이 민주대연합의 사전 단계가 아니냐는 의구심도 크다. 

여기에 심상정 전 대표 등 진보신당의 유력 정치인들이 진보운동의 대의와 당원들의 뜻을 어기고 무원칙한 연합정치를 주장하고 비민주적으로 이를 추진하기도 한 것이 반감을 불러 일으키며 독자파의 입김이 커지는 것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배경을 감안해도 진보신당 독자파가 민주노동당 지도부를 핑계로 진보적 대중의 단결 염원마저 외면하는 것은 문제다.

일부는 민주노동당이 더는 진보정당이 아닌 것처럼 주장해 사실상 진보대연합 자체를 반대하는 듯 보인다. 진보신당 정책위 의장은 최근 한 공개토론회에서 민주노동당과의 연합을 “반동 연합”이라고 부른 바 있다. (이런 점에 비춰, ‘독자파’란 호칭은 사실상 민주노동당에 대한 독자파라는 뜻이라고 본다.)


그러나 진심으로 좌파적 의도에서 민주노동당/진보대연합의 우경화를 우려한다면, 진보대연합을 지지하면서 그 속에서 진보대연합이 민주대연합의 사전 단계로 변질되지 못하도록 막는 게 올바른 길이다.

사실 진보신당 독자파 리더들은 “진보의 재구성은 일단 실패”했다는 조승수 대표의 솔직한 고백을 인정해야 한다. ‘종북주의’ 반대만으로 차별화된 실천을 만들 순 없다.

이들은 명망가 중심 정치와 민주노동당 시절 추진했던 사회연대전략(노동자 양보론)을 이어갔지만, 그런 온건 노선으로는 경제 위기 속에서 뚜렷한 대안도, 진보의 재구성도 이룰 수 없었다. 당내 민주주의도 후퇴했다(그것이 지금의 위기를 불러 왔다).

진보신당 독자파는 당대회에서 “2011년 9월 전후 시기까지 …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합의하는 세력들과 함께 새로운 진보정당을 건설”한다는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수용하기 힘든 기준을 제시해 통합 거부의 책임을 민주노동당에게 떠넘기고 사회당 등과 소통합으로 정치적 생존의 길을 모색하겠다는 의도인 듯하다[각주:1]. 그러나 앞의 내 분석에 따르면 당대회로 모아진 여론이 당을 쪼개는 것까지 지지하는 쪽으로 가진 않을 것이다[각주:2].

이런 상황에서 3월 29일 진보대통합연석회의에 참여한 대표자들의 합의문이 문구 그대로 “아래로부터의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운동”을 불러일으키긴 힘들어 보인다.

진보 양당이 공통점도 많지만, 쉽게 합의하기 힘든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3년 가까이 독자 정당으로 존재하면서 그 차이는 더 분명해졌다. 이 때문에 <레프트21>과 다함께는 단일 정당 방식이 아니라 공동전선 방식의 진보대연합을 주장해 온 것이다.

각 정치세력의 독자적 선전ㆍ비판ㆍ조직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임금 인상, 복지 확대 등 구체적인 10~20개의 행동 강령을 중심으로 공동전선 방식의 단결체를 만들어 단결하고 투쟁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선거 대안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대중투쟁 건설을 중심 과제로 해야 선거주의적 양보와 후퇴 압력에도 덜 취약할 것이고, 단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진보신당 내 논쟁도 그렇고, 진보대통합이든 새로운 진보신당이든 모두 이 과제가 빠져 있다. 그래서 선거공학으로만 자꾸 흐르게 되는 것이다.

그럴 때 연립정부에 대한 반대 입장을 후퇴시키며 연합하라는 잘못도, 북한에 대한 입장 차이 때문에 연합하지 말아야 한다는 잘못도 피할 수 있다.


※ 이 글은 <레프트21>54호에 축약해 실렸습니다. ☞ 기사 보기
※ 이 글을 보충 설명할 이전의 글 ☞ 진보대통합 논쟁 / 진보신당의 실패와 위기   

  1. 그 점에서 진보신당의 분열 위기는 현실적이다. 통합파도 운신의폭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당장 새로운진보정당건설추진위원장 임명 건이 첨예한 쟁점이 될 것이다. 나는 조승수 대표가 노회찬 전 대표를 임명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논란 끝에 전국위원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본다. 부결은 사실상 결별을 뜻하는데, 정치적으로 이질적인 독자파가 지금 이를 결행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노회찬 전 대표 등 지도자들도 당이 최대한 현재 규모로 통합에 임해야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을 아우르는 태도로 인준을 요청할 것이다. 안건 반려 시도가 있을 듯한데, 현 지도부의 지도력 타격과 통합에 대한 거부를 표출한다는 점에서는 결과가 같다. 아마 독자파가 분열할 것이다. [본문으로]
  2. 그 점에서 독자파의 정파 리더들도 부담이 클 것이다. 조승수 대표 등 통합파가 노회찬 전 대표 임명이라는 강수를 둔 것은 이를 고려해 당 대회 패배를 만회하려 한 반격이라고 본다. 만일, 내 예측과 달리 노회찬 인준 건이 반려되거나, 부결된다면 진보신당은 급속히 분당 위기로 치달을 것이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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