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갈팡질팡하다가 배신하다



<노동자 연대> 135호 | 발행 2014-10-06 | 입력 2014-10-02


새정치연합은 수사권과 기소권이 있는 진상규명기구 설립은 애당초 포기했다. 그래 놓고, 특검 추천권 문제로 사안을 가두더니, 마침내 특검 추천에서 유가족 참여를 배제하는 합의를 했다.


여권과 우익의 집요한 공격을 받던 가족대책위가 ‘이번에는 설마’ 하고 새정치연합과 협의했는데,새정치연합은 아주 제대로 배신을 했다.


새정치연합은 세월호를 핑계로 국회 등원을 거부해 왔지만, 따져 보면 정작 한 것도 없다.


장외투쟁을 한 것도 아니고, 전국 순회를 하며 진실 홍보나 서명운동에 도움 준 것도 아니다. 한 것이라곤 ‘유민 아빠’ 김영오 씨의 단식 중단을 설득하려는 제스처용 ‘동조 단식’뿐이었다.


이제 와서 내년도 정부 예산 심의에 참여해 자기 지역구나 유관 이익단체를 챙기고 싶은데, 그냥 들어가기는 눈치 보이니 특별법 합의라는 모양새가 필요했던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유가족을 이용하고 버린 것이다. 세월호는 자신들의 정략적 이익을 챙기려는 핑계였을 뿐이다.


박영선은 트위터에 “이 땅에서 약자의 서러움과 눈물을 닦아 주는 일이 이렇게도 힘든 것인지 …” 하며 가증스런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새정치연합은 노골적으로 친자본주의적인 정당으로서 친기업 경제 살리기를 발목 잡는 모양새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새누리연합’이라 부르는 게 전혀 이상할 게 없다. 항운 규제 완화와 직결된 부패의 한 부분인 새정치연합이 진실 규명에 적극적일 리도 없다.


참여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주요 NGO 대표들과 일부 종교 지도자들이 이런 새정치연합을 믿고 중재자를 자처하며 9월 30일 ‘여야는 물론이고 유가족들도 원칙을 양보하라’는 제안문을 발표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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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20년과 NGO 개혁주의의 정치 참여




현재 서울시 선출직 공직자의 투톱이라 할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 교육감은 참여연대 창립자들로 둘 다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지냈다.


그 참여연대가 ‘진보적 시민운동’을 표방하며 창립한 지 20년이 됐다. 


참여연대는 초기부터 노동운동 친화적인 활동들을 해 왔고, 각종 개혁 입법 쟁취에 앞장서 왔다. 낙천ㆍ낙선 운동 등 부패 반대 활동은 국민적 지지를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신자유주의 정책들에 저항하는 운동에도 비교적 함께해 왔다.


박원순과 조희연의 당선에서 보듯, 참여연대는 이 사회의 특권층 부패과 차별, 이윤 시스템에 분노하고 사회를 조금 더 인간적으로 바꾸고 싶어하는 진보적 청장년층에서 아직도 영향력이 상당하다.


그런데 참여연대는 20년 동안 엄격한 내규로 구성원들의 정치 참여를 제한해 왔다.


이는 비정치적이고 중립적인 시민운동을 표방하는 것이 입법을 위해 좌우파 모두와 협력할 수 있고 국민적 압력에도 유리하다는 NGO식 실용주의 발상이기도 하다. 


2005년까지 국회에서 제정된 법의 12.1퍼센트, 14대에서 17대 국회까지 개정된 법의 5.3퍼센트가 참여연대 주도 법안이었다. 이런 일이 가능하려면 기층의 압력을 대변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공식정치 안에서도 명망성을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초에 ‘진보적’ 시민운동을 표방한 단체가 순전히 비정치적일 수는 없다. 그래서 실제로는 주류 보수 정당의 경쟁 정당, 즉 민주당과의 협력에 주로 의존해 왔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까지 참여연대는 정부와의 협력적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비중이 꽤 높았다. 집행위원 이상 임원 40명이 정부 위원회 1백1개에 참여했다.


선출직 공직자로 진출한 임원 출신들도 압도 다수가 민주당이었다(소수는 진보정당).


반면, 2008년 이명박 정부 이후 군중집회, 농성 등을 포함한 직접행동의 비중이 이전보다 세 배 가까이로 늘었다. 우파 정부가 진보적 NGO들을 거버넌스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참여연대의 정치 방침은 독자 정치세력화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정치적 당파성을 외면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예를 들어, 박원순 시장과 조희연 교육감과는 당선 과정에서부터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시에는 1백36개의 거버넌스 위원회가 존재한다.


그런데 민주당 집권시 비판을 아끼고, 운동을 민주당의 보조물로 제한하려 해 온 것이 참여연대의 문제였다. 


예를 들어, 최근 박원순 시장의 우경화 행보에도 참여연대의 예리한 비판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9월 3일 참여연대 등 여러 진보 단체들이 주최한 서울시의 제2롯데월드 프리오픈 규탄 기자회견문에서 프리오픈을 결정한 박원순 시장의 이름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가 지지자들에게 실망과 환멸을 준 집권 후반기에 참여연대 회원이 20퍼센트 넘게 감소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또,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때나 국정원 정치개입 규탄 촛불시위,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운동에서 참여연대는 참가자들의 민주적 의사를 반영하기보다 운동 안으로 민주당 개혁파 입장을 전달하는 벨트 구실을 해 왔다.


그런데 최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이태호 사무처장은 ‘탈진영론’을 주장한다.


“[사회의] 보수화보다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진영화에 맞서야 할 것 같다. … 이분법적 사고를 벗어나야 한다. 진영 논리는 사회 발전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복지를 위해서 세금을 더 걷으려면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 대화 상대가 보수일 수 있다. 시민운동이 조금 더 건전해지려면 상대와 협력하고 대화해야 한다. 진영 간의 모욕과 비난은 자제해야 한다.”


고통전가에 여념이 없는 박근혜 정부와 노골적인 협력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동안 참여연대가 운동 안에서 민주당 개혁파를 대변하는 구실을 해 온 것을 감안하면, 이런 계급 협력주의는 최근 새정치연합에 가해지는 중도화(우경화) 압력과도 관계가 있는 듯하다. 또한 국회가 ‘진영 논리’로 마비되면 NGO식 실용주의도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진보정당들조차 존재감이 약화된 조건에서 NGO 개혁주의가 민주당 의존증을 버리기는 힘들 것이다. 이는 최근 세월호 진실 규명 특별법 여야 협상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안에서 참여연대 리더들이 취한 태도로도 드러났다.


더 근본적인 사회 변화를 바라는 사람들이라면 참여연대보다 더 급진적이고 독립적인 노동자 정치가 필요하다.



□ 기사에는 없는 내 덧붙임.


우경적 탈진영론의 문제



이태호 처장의 탈진영론은 노동자 운동이 양당 체제에서 벗어나 계급적 독립성을 추구하자는 것이 아니라 새누리당과도 존중하고 소통하자는 것이므로 운동의 예각을 약화시키는 우경화 주장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탈진영론이 나오는 맥락은 강준만 교수의 “싸가지 없는 진보” 담론이 뜬 것과 일맥상통으로 보인다. 


사실 그동안 운동들을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두 당 사이의 진영논리 안에 가둔 것은 NGO 개혁주의와 자유주의, 그리고 진보정당의 주요 개혁주의 리더들이었다. 그들은 ‘전략적 야권연대’라는 명목으로 노동운동과 기층의 저항을 민주당 지지라는 양당 간 진영 논리에 가두려 해 왔다.


노동운동이 세월호 책임 규명, 민영화, 연금 개악, 서민 증세 등 공분의 쟁점들에서 파업과 거리시위로 앞장서 투쟁하며 의제화할 때, 이런 식의 진영화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진정성이 진정 인정 못 받는 이유



이태호 처장은 최근 <한겨레> 인터뷰에서 ‘진보진영이 노무현 정부의 한미FTA 체결에는 우파 정부를 대할 때처럼 싸우지 않은 것이 지금 운동이 [중간 대중에게] 진정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당시 노동운동과 농민운동, 좌파는 2007년 내내 ‘노무현 퇴진’을 내걸면서까지 한미FTA 체결에 격렬하게 저항했다. 상반기에 대규모 투쟁이 있었고, 금속노조도 파업에 나섰다. 시위대 수만 명이 경찰의 물대포 등 폭력 진압을 뚫고 광화문까지 진격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가 영하의 날씨에 물대포를 쏜 것도 이 때다.


물론 이 투쟁이 동원한 사회·경제적 힘은 노동자 운동 상층 지도자들의 자기 제약을 넘어서지 않았다. 또한 反FTA(신자유주의)·反제국주의·反우파를 기치로 한 진보대연합적 정치 대안 구축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끝나버렸다.


서로 다른 요인을 뒤섞어 사람을 현혹하는 것은 궤변이다. 대중의 불신은 ‘과거’가 아니라 ‘지금’ 때문에 생긴다. ‘왜’ 지금 우파 정부에 맞선 저항을 전투적으로 완강하게 건설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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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체제의 환심을 사려는 박원순 서울시장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은 여야 대선 후보 지지율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최근 내홍을 겪는 상황에서도, 여야 간 다툼에서도 빠져 있으면서 개혁 이미지를 유지한 덕분인 듯하다.


물론 대선은 3년이나 남았고, 경제 위기로 정치 상황의 유동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이 지지율 추세가 계속 유지될지는 단정할 수 없을 것이다.


개혁주의 정치는 집권 가능성이 커질수록 기성 정치ㆍ경제 체제에 더 아첨하기 마련이다.


개혁주의가 결국 자본주의 국가 기구를 운영하려는 것이므로 개혁주의자들에게 당선은 대중의 심대한 불만이라는 요인과 함께, 기성 자본주의 질서의 수호자들과 얼마나 원활한 관계를 맺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기성 체제는 이것을 ‘국정 운영 능력’이라 부르며, 개혁주의 정치인들에게 이를 입증받길 요구한다. 그래서 대체로 말해, 개혁주의 정치인들은 갈수록 지지 대중의 기대와는 어긋나는 실천을 자주 하게 된다.


참여연대 창립자 박원순 시장의 최근 행보도 그래 보인다.


다산콜센터 노동자들의 직접고용과 노동조건 개선 문제에서 박 시장은 중립적 중재자처럼 행동한다.


미국계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를 시정에 깊숙이 끌어들였고, 싱크홀, 작업장 안전사고, 석촌호수 문제 등 안전 문제가 곳곳에서 제기된 제2롯데월드 건축과 관해서는 모호한 태도로 롯데그룹의 편의를 봐 줘 왔다.


독재 미화 집단인 박정희기념재단에는 시유지를 민영화해 넘겨주는 특혜를 주려 한다.


맥킨지 컨설팅도 모자라 맥킨지 간부를 부시장급으로 영입함



3월 5일 서울시는 맥킨지에 의뢰한 ‘시정 주요 분야 컨설팅 결과’를 발표했다. 무려 30억 원이나 들였다.


컨설팅 결과는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 SH공사, 서울시설공단 등 서민 생활과 밀접한 공기업들을 공공성보다 수익성 기준으로 뜯어고치라는 것이었다.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은 “공공성이 중요하지만 효율성도 중요하다”고 그 결과에 호응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고통전가 정책인 ‘공공부문 정상화’ 계획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그 때문인지 올해 SH공사는 공공임대 아파트 공급 계획을 축소했고,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는 노동자 복지와 인력 감축을 추진해 왔다. 애초에 기업주를 위한 민영화, 기업 합병과 구조조정 등의 컨설팅으로 악명 높은 맥킨지에게 거액의 컨설팅을 맡긴 것이 문제였다.


설상가상으로 박 시장은 아예 맥킨지 간부를 서울시로 영입했다. 9월 16일 맥킨지 한국지점 서울사무소 파트너 출신 서동록을 경제진흥실장에 임명했다. 이 자리는 ‘서울형 창조경제’를 이루겠다며 부시장급으로 신설한 직책이다.


박정희기념재단에 특혜를 주려 함



서울시는 마포구에 있는 박정희기념ㆍ도서관 부지를 박정희기념재단에 매각하려고 한다. 박정희기념재단에 대한 특혜다.


애초 박정희기념관 건립은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이 우파들을 달래 보수층 표를 더 얻어 보려고 내놓은 공약이었다. 김대중 정부는 건립비용 수백억 원을 국고로 지원했다. 민주당 서울시장 고건은 한 술 더 떠, 시유지를 기념관 터로 무료 제공했다. 완공까지 10년 넘게 임대료를 내지 않는 특혜였다.


기념관이 완공되면 건물을 기부채납(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무상으로 사유재산을 받아들이는 것) 받고 시설의 절반을 공공도서관으로 하는 조건이긴 했지만, 우파는 돈도 별로 들이지 않고 국가의 재정으로 독재 정부를 미화하며 왜곡된 역사를 홍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는 완공 후 기부채납을 요구하지 않았다. 박정희기념재단은 그 틈을 타 공공도서관을 폐쇄했다. 그러자 서울시는 시정 지시가 아니라 아예 부지를 팔아 넘기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는 전형적인 ‘민영화’ 방식의 특혜다. 공공을 위해 써야 할 건물과 땅을 독재 미화 세력의 소유로 넘겨주는 것이다. 아마 박원순 서울시장은 매각으로 서울시 수입을 늘리고, 우파의 환심도 살 수 있는 꿩 먹고 알 먹기라는 계산을 한 듯하다.


서울시의 박정희기념ㆍ도서관 터 매각 결정은 당장 철회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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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여유있는 분은 서울시장 선거 관련 이전 글을 먼저 보시오. ☞
박원순 야권단일후보 선출을 보며 ― 반한나라·비민주당 개혁주의의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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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재보선에서 이명박과 한나라당을 심판하기 위해 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민주노동당의 박승흡 강원 인제군수 후보와 진보신당의 민동원 서울 양천구청장 후보 등 진보 후보들을 지지해야 할 것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박원순 후보가 나경원 후보를 거꾸러뜨리길 진심으로 바란다진보정당 후보가 없는 조건과 1퍼센트 대변 정권 심판 정서를 전제로 했을 때, 박 후보는 진보진영의 지지를 받을 만한 후보다.

19일 발표한 “서울시민권리선언”에서 박원순 후보는 집회ㆍ결사의 자유가 “시민의 권리”[각주:1]라고 밝혔다. “주거권 보장과 강제퇴거 방지”, “고용 안정과 적정 임금 보장”, “친환경 무상급식” 같은 대중의 요구도 “[서울]시의 의무”라고 약속했다.

박원순 후보는 선거 후반부에 “오세훈 전 시장은 이명박 전 시장의 아바타, 나경원 후보는 오세훈 전 시장의 아바타”라고 비판했고, “나경원이 노동자 편입니까? 박원순이 노동자 편입니까?” 라고 노동자의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박원순 후보에 대한 한나라당의 온갖 비방과 인신공격과 색깔론은 역겨워서 듣고 있기 괴로울 정도. 어느 트위터리안의 말마따나, 그들의 인신공격은 시궁창물이 수돗물에게 비위생적이라고 하는 꼴이다. 

그런데 선거운동 전반부에 박원순 후보의 지지도가 다소 정체하는 듯한 것에는 이뿐 아니라 박원순 후보의 초반 선거운동이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점도 작용했다.

첫째, 박원순 후보는 민주당 입당을 거절한 대신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주요 직책을 모두 민주당에게 줬다. ‘야권연대’에 충실해 왔던 민주노동당마저 반발해 철수할 정도였다[각주:2].


아쉬움


이는 박원순 후보의 정책과 메시지가 민주당의 포지션에 구속되는 결과를 낳았고 진보정당과 노동조합의 목소리가 선본에서 잘 들리지 않는 효과를 냈다. 서울 양천구청장 선거에선 진보신당 후보를 빼고 민주당 후보와만 정책 협약식을 해 진보신당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親부자 反노동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자! 그런데 민주당은 과거의 뿌리와 현재의 행태를 볼 때, 심판할 주체가 못 된다. 새롭고 진보적인 세력이 나와서 이명박을 심판해 달라. 이것이 안철수 현상에 깔린 민심이다. 물론 여기서 안철수 교수가 이 과제에 적합한 세력이냐는 별개 문제다.

 

박원순 선본은 교육시민단체들이 모인 ‘교육연대’가 제안한 교육개혁 정책 협약을 곧바로 수용하지 않았고, 노동 부문의 정책 협약 체결도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한미FTA를 둘러싸고 진보와 보수가 대립하는 지금,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각주:3].

박원순 후보는 진보 진영에서는 금기시되는 <조선일보>와 인터뷰해서 국가보안법은 “남용될 수 있다면 그 조항은 개폐되는 게 맞다”며 전면 폐지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나는] 유럽 기준으로 치면 중도 우파”라고 자처하거나 “저는 천안함 북한 소행이라 믿는 사람”이라고 말한 것도 [우파의 색깔론 공세 앞에서] 수세적으로 비춰졌다.

오죽하면, 한나라당 관계자가 “민심은 기성정당을 외면하면서 박 후보를 지지했는데 박 후보가 자꾸 엉뚱하게 민주당에 의존하려는 모습을 보인 것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라고 평했겠는가.[각주:4] 

박원순 후보가 부상한 것이 반한나라·비민주당 개혁주의 정서라는 점에서 이런 행보는 그 자체로서뿐만아니라 지지자들에게도 열정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이 문제에 관한 기초 논의는 ☞ 
안철수·박원순 현상과 진보정당의 가능성)

둘째, 박원순 후보는 이 선거를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대한 분명한 심판의 장으로 삼지 못했다. “잘한 것도 분명히 있다”거나 “시정의 연속성을 중시하겠다”는 논법도 부적절했다.

여기에는 민주당뿐 아니라 박원순 후보가 추구해 온 대안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박 후보의 온정적 개혁주의는 재벌 기부와 사회적 기업 등 정부ㆍ기업과 협력ㆍ보완 관계로 일하는 “협치(거버넌스)”이기 때문이다. 벤처기업 지원 같은 청년 실업 대안은 나경원과 별 차별성도 없었다.

그래서 지지자들 사이에선 박 후보가 “착한 시장 뽑기”에 나왔냐는 불만도 나왔다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박원순 후보 선거운동 출정식에서 덕담으로 “원순씨가 참 온순하십니다. 좋죠?”라고 했던 말이 사람들에게는 덕담으로 들리지 않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진보정당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한나라당 심판을 위해 박 후보에게 표를 던지려는 이들에게도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지지층에서 비판이 일고 지지율도 답보하자, 박원순 후보는 다행히 16일부터 “더이상 온순 원순 아닙니다” 하며 이명박 정부 심판론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앞서 지적한 아바타 발언이나, 시민권리선언도 이때부터 공약으로 발표되기 시작했다. 진보 교육단체들의 요구도 공약으로 수용하기 시작했다. 


지지자를 실망시킨 선거운동과 지지율 정체 기간과 선거운동 변화와 지지율 반등이 얼추 비슷하게 연동되고 있다. 여론조사를 1백 퍼센트 신뢰할 순 없지만, 그 추이는 내 주장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걸로 보인다.

 

박원순 후보는 이제라도 지지자들의 기대에 부응해 더 선명하고 과감하게 이명박 정권과 나경원 후보를 비판하고, 급진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네거티브(무엇에 반대한다) 없는 포지티브(무엇을 추구한다)는 오히려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든다. 지지자들이 바란 건 1퍼센트 정부와 후보를 무자비하게 비판하고 민주당보다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진보 활동가들은 박원순 투표로 1퍼센트 정치세력 거부 흐름과 함께하며, 재보선 이후에도 한미FTA 반대 투쟁과 ‘99퍼센트 행동’ 등 아래로부터 운동을 지속하며 독립적인 반MB 진보 대안 건설을 계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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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애초 10월 18일에 쓴 글이다.  

  1. 집회를 위한 광장 개방이 “시의 의무”라는 것이다. [본문으로]
  2. 선거 막판이 되자 다시 선대위로 복귀했다. [본문으로]
  3. 한국에서 2007년 이후 FTA 자체에 대한 입장이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것이 돼 왔다는 점, 그 이유가 FTA는 복지 확대를 위한 정부 개입을 가로막는 협정이라는 점에서 박 후보의 신중론은 큰 유감이다. [본문으로]
  4. 이 인터뷰는 오늘 오후에 추가한 것이다. 출처는 내일신문.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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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신문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받은 6인의 첫 재판이 916일 오전에 열렸다.

6인은 57일 서울 강남역 앞에서 <레프트21> 정기 거리 판매에 참여했다가 “사상 검증” 운운하는 서초경찰서 소속 경찰들에게 폭력적으로 연행된 바 있다.

그뒤 약식 기소된 6인은 미신고 불법 집회를 개최했다는 죄목으로 벌금형 총 8백만 원을 선고 받았다.

부당한 연행과 판결에 굽힐 수 없다고 판단한 <레프트21> 판매자 6인은 “<레프트21> 판매자에 대한 벌금형 철회와 언론 자유 수호를 위한 6인 대책위원회(6인 대책위)”를 꾸려 정식 재판을 청구하고, 각계 인사 1백여 명의 서명을 받아 항의서한을 제출하는 등 활동해 왔다.

오늘도 이들은 재판이 열리기 전인 940분에 법원 앞에서 “<레프트 21> 판매자 벌금형 철회·언론 자유 수호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 집회는 미디어행동·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단체 뿐만 아니라 참여연대·다함께·민주노총·민주노동당 등이 공동 주최했다[각주:1].

“억지 수사와 반민주적 판결은 정부 비판적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

이 집회에서 김인식 <레프트21> 발행인은 “<레프트21>의 신문 판매는 기성 언론과 다르다. 우리는 판매 과정에서 독자와 소통하려 하므로 거리와 작업장, 대학에서 직접 대화하며 판매를 한다. 검찰이 이를 집회로 규정해 탄압하려는 것은 이런 네트워크를 가로 막는 것으로 이런 의견 교환의 자유마저 막는 것은 이 나라가 자유민주주의조차 안 된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정성희 최고위원은 “<레프트21>은 그동안 이명박 정부를 일관되게 비판하며 진실을 말해 온 신문”이라며 “세계적으로 빈익빈부익부를 만들려는 게 G20인데, 이 정부가 G20 개최를 계기로 민주적 권리를 심각하게 탄압하려 한다. 그래서 <레프트21> 탄압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민주노동당은 끝까지 함께 싸우겠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동희오토지회 이백윤 지회장도 “<레프트21> 판매자들과 함께 연대하겠다”고 발언했다. 동희오토 조합원들은 56일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 촛불집회 도중 연행됐다가 서초경찰서 유치장에서 <레프트21> 판매자들을 만난 바 있다.

결의문은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이지은 간사가 대표 낭독했다.

이어 서울중앙지방법원 408호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6인대책위 김지태 대표는 검찰의 기소 내용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모두진술 전문 보기)

그는 검찰이 기소장에 정당한 신문 판매 행위를 집회로 규정한 것 자체가 잘못이며, 유료로 판매하는 신문을 유인물 배포로 묘사한 것은 명백한 사실 조작이라고 폭로했다.

김지태 대표는 독자와 소통하려는 <레프트21>의 판매 방식을 인정하지 않고 불법 집회로 규정하는 것은 사실상 정부 비판적인 언론을 탄압하는 정치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서른 명이 넘는 방청객들이 김지태 대표의 통쾌한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형사22단독 소병진 판사는 갑자기 모두진술을 중단시켰다.

다른 재판도 진행해야 하니 시간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앞으로 재판이 계속 될테니 그때 하고 싶은 말을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권력에게 부당하게 기소된 이들이 첫 재판에서 기소 내용 전반에 대한 반박 의견을 밝히는 모두진술과 재판 과정의 심문은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다. 더구나 모두진술권은 피의자에게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이다.

판사는 자신의 법정에서 정부 비판적인 변론이 계속 되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듯하다. 결국, 판사는 모두진술 재개 1분 만에 발언을 다시 제지하고 항의하는 김지태 대표에게 퇴정 명령을 내렸다. 김지태 씨는 청원경찰에 의해 법정 밖으로 끌려 나갔다[각주:2].

이렇게 민주적 권리를 보장하지 않으면서 법의 권위가 설 리 없다. 결국, 판사는 변호인의 항의를 받아들여 다음 재판에서는 김지태 씨의 모두진술을 보장하기로 했다. 김지태 대표와 5인의 당당하고 단호한 태도와 많은 사람들의 지지가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다.

다음 재판은 1021일 오전 11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1. 공동 주최 단체는, 6인 대책위, <레프트 21>, 미디어행동,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보건의료단체연합, 인권단체연석회의, 인권연대, 촛불네티즌 공권력탄압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 구속노동자후원회, 다함께, 참여연대. [본문으로]
  2. 불구속 재판에서 피고인을 퇴정시키는 것은 어찌 보면 판사 자체가 재판을 거부한다는 것인데, 참 황당한 상황이었습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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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복지국가는 양보가 아니라 투쟁으로 가능


오늘(12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보편적 복지와 6·2 지방선거”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각주:1]

제가 볼 때 이 토론회를 특징짓는 주요 쟁점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지금 '개발'에서 '복지'로 사회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둘째는 재원 마련을 어떻게 할 것이냐 였습니다.
셋째는 보편주의 복지와 선별주의/잔여주의 복지와 관계 문제였습니다.


조원희 국민대 교수는 10년 넘게 급진 신자유주의가 기승을 부린 한국사회에서는 위기를 계기로 진보와 복지 쪽으로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니다. 

고양에서 온 엔지오 활동가는 지방선거 공약 공모를 했는데, 예년과 달리 개발 공약은 없고 삶의 질과 관련된 공약이 다수였다고 증언했습니다. 이를 두고 사회자인 이상이 교수는 고양은 중산층 도시이므로 고양의 변화는 중산층의 변화를 보여준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겨레> 이창곤 기자는 최근 <한겨레>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지지 정당과 관계 없이 보편 복지를 바라는 여론이 다수였다고 밝혔습니다.(곧 기사로 나온답니다)

올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이 주요 선거 이슈가 되고, 전면 급식을 지지하는 여론이 압도적인 점과 그래서 민주당까지 나서는 걸 감안하면, 확실히 변화가 있는 듯합니다.

그동안 10년 가까이 위기의 깊이와 폭이 더 커졌다는 방증이라 봅니다. 보편적 복지국가를 지지하는 사람으로서 어쨌든 반갑고 힘이 되는 토론이었습니다.

둘째, 재원 문제는 누구나 중요하다고 인정했지만, 이번 선거 공약과 관련해서는 속시원한 해답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민주당 발표자(추경민)는 아동수당을 예로 들며, 만1세까지 주는 걸로 공약을 짰다고 밝혔습니다. 재원 때문이죠. 아울러,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가 내세운 무상급식·무상보육을 하려면 중앙정부가 떠안아야 할 몫이 있는데, 이를 거부할 경우 지방정부로선 난처해 진다고 말했습니다.

진보신당 발표자(장석준)는 역시 재원 문제 때문에 아동수당을 만 3세까지 주는 걸로 공약을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건강보험도 보장성을 올리되, 재원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이를 위해 보험료를 함께 올리는 계획을 내놨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노동당 발표자(고영국)는 아동수당 지급 연령을 만12세까지로 하겠다고 했지만, 대신 액수는 적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습니다. 기존 예산에서 조정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겁니다. 다만, 제도 도입에 상징적 의미를 더 두자는 차원에서 연령만 과감하게 올렸다는 겁니다.

저는 민주당 쪽의 설명을 들으며, "결국 제대로 하겠다는 의지보다 당선도 되기 전에 한나라당 때문에 하기 힘들다는 알리바이부터 대는구나" 하고 있었는데!! 뒤이어 발제한 진보정당 정책 담당자들도 별로 다르지 않았습니다.

더 아쉬운 것은 민주당의 책임회피식 자세를 비판적으로 언급하지도 않았다는 겁니다. 심지어, 조원희 교수 등이 복지를 주장할 진보정치세력이 그동안 제로베이스에 있었다는 듯이 주장했는데도 반론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두 진보정당은 모두 부자 감세를 철회하고, 누진적인 증세를 해야 한다는 정책을 갖고 있습니다. 4대강 같은 토건 예산 가운데 상당액을 복지 예산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아동수당이란 것도 애초에 없던 것이므로 뭐 두 살이든 열 살이든 크게 문제될 것은 아닙니다.

제가 우려한 건 복지제도 요구에 접근하는 이들의 관점입니다. 복지 요구에 재원 계획을 함께 내놓는 건 당연히 중요합니다. 이유는 그것이 복지에 드는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느냐를 제시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진보진영의 재원 계획에는 부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논거와 요구가 포함돼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재분배일테니까요. 그래서 저들이 돈을 댈 여력이 있다는 것, 그 여분의 돈이 엉뚱한 데 쓰이거나 부자들 호주머니로 들어간다는 점을 선명하게 밝혀야[각주:2] 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주류 집단(관료/언론/기업주 등)에게 책임(수권능력) 정당으로 인정 받으려는 목적이라면 오히려 진보정당의 발목을 잡을 겁니다.

이리 되면, 요구를 실현할 수단으로 재원 마련을 궁리하는 게 아니라, 있는 재원 안에서 요구를 조정하는 식으로 본말이 전도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장석준 씨가 건강보험료 인상과 보장성 강화를 연결하는 설명이 딱 이랬습니다[각주:3].

지금 같은 기업주와 부자들이 금고를 꽁꽁 숨겨놓으려 하고 정부도 재정적자에 민감해지는 경제 위기의 시대에 재원 먼저 걱정하게 되면 제대로 요구를 내걸 수 있을지, 요구를 내걸더라도 제대로 싸울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앞서 살폈듯이 사회 분위기가 바뀌고 있습니다. 이 조건에서 민주당이 무상급식을 지지하는 쪽으로 옮겨온 것인 만큼 진보진영은 여기서 상황을 더 급진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한데[각주:4], 진보 정치세력은 더 온건해지는 쪽으로 상황에 적응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인용했듯이, 한명숙, 유시민 모두 집권 시절 무상급식에 반대했던 양반들입니다. 민주당의 정책 실행 의지를 아직 완전히 믿기 힘들기 때문에 무상급식 하나만 봐도 진보정당의 독자적 구실이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진보 양당은 오히려 반mb 단일화란 명분으로 민주당과 보조를 맞추는 문제에 다들 걸려 넘어져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이 길로 미친듯이 달려가면서 진보의 단결을 내팽개치고, 진보신당은 우왕좌왕 좌충우돌하면서 혼란과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이 두 당의 따로 놀기와 민주대연합 문제로 진보의 동력이 약화된 거죠.

이런 문제들이 복지가 화두인 선거에서 보편 복지 정책의 선두주자인 진보 양당이 거의 두각을 못 나타내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론, 2000년 이후 이번처럼 진보정당의 존재감이 없는 선거는 처음입니다.

한편, 발제자 중 한 분인 인하대 윤홍식 교수는 보편주의/선별주의/잔여주의를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일리 있는 지적이라고 봅니다.예를 들어,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은 보편주의 제도지만, '65'라는 선별 조건을 부과하므로 선별적 보편주의 제도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윤 교수는 보편/선별주의는 조합이 가능하며, 보편주의의 대립물은 선별주의가 아니라 자산조사에 기초해 특정 계층에만 복지를 지급하는 잔여주의 복지라는 겁니다.

잔여주의 복지는 권리로서 복지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굶어죽지는 마라 하고 주는 시혜성 복지 (철학이자 제도)로 오히려 복지의존성(우익들이 말하는 복지병)을 더 강화합니다. 경제적 자활 능력이 생기면 복지 혜택이 사라지니까요.

여기에 '잔여주의'란 용어가 어려워 대중이 쉽게 알아듣지 못하는 불편함이 있다는 이상이 교수 등의 반론 비슷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이에 윤 교수는 선별주의 대응이 효과적일 때도 있는데, 보편주의와 선별주의 관계를 잘못 이해하면 대응을 잘못할 수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장애인에게 (일반인에겐 그닥 필요 없는) 편의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문제가 있습니다.(윤 교수가 말하려고 한 바는 신사회 위험으로 보이는데, 구체적 사례를 들지 않아 그냥 제가 이해하기 쉬운 사례로 들어봤습니다)

고무와 걱정과 유익한 정보를 함께 준 토론회였습니다.

※ 그밖에도 토론해 볼 만한 다양한 쟁점들이 있었는데, 이 한 편의 글에서 다 다루기는 힘들 듯합니다. 늘 그랬듯이 또 한번 미뤄야죠. 출구전략과 보편 복지를 연관짓는 시각도 흥미로웠구요, 복지국가를 사회정책+경제정책으로도 보는 시각도 사회투자론과 연결해 토론해 볼 만한 주제라고 봅니다.

  1. 주최 단체는 참여연대와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지역복지운동단체네트워크, 한국여성단체연합. [본문으로]
  2.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이란 구호는 이런 정신을 반영한 구호였습니다. 이상이 교수가 이 구호를 진보적 잔여주의 구호라 비판하는 것은 왜곡입니다. 민주노동당이 이 슬로건을 내걸었을 때 요구한 것은 부유세를 만들어, 보편주의 복지제도인 무상교육과 무상의료를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본문으로]
  3. 이 계획은 국민들이 선 보험료 인상을 결의하자는 겁니다. 그러나 보험료를 올리는데 다수가 동의해도, 보장성을 높이려면 '보험료 인상 결의'를 무기로 결국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보장성 확대를 위한 '투쟁'을 '보험료 인상'으로 대체하려는 게 이 계획의 핵심으로 보이는데, 결국 투쟁이 필요하다면, 이 계획은 사람들을 설득하는데 모순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본문으로]
  4. 대중적 지지를 받는 무상급식을 민주노총 등의 투쟁 의제로 삼아 대중 캠페인을 건설할지, 아니면 무상급식보다 더 포괄적이고 급진적 요구를 제출할지 하는 논점이 있습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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