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성사 다짐한 금융노조 전체 지부 합동대의원대회

“기―승―전―‘노동개혁’인 정권에 이기려면 파업에 총력 참가해야 한다”


<노동자 연대> 180호 | 입력 2016-09-12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이 예정된 9월 23일 총파업에 총력 동원할 것을 재차 결의했다. 9월 10일(토) 서울 강서구 KBS스포츠월드에서 열린 금융노조 전체 지부 합동대의원대회에는 전국 34개 지부의 대의원 4천8백여 명(재적 5천 9백여 명)이 집결했다. 체육관이 꽉 차서 자리에 앉지 못하는 대의원들이 있을 정도였다. 참석자 규모만큼이나 열기도 높았다.


△총파업 전국에서 올라 온 각 지부 대의원들과 투쟁 열기로 가득찬 금융노조 지부 합동 대의원대회장. ⓒ사진 제공 금융노조



이날 안건은 근무자 전원의 9·23 파업(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집결) 참가 결의와 이후 계획될 2, 3차 파업(시기와 방법은 위원장 일임) 참가 결의였는데, 당연히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지부 대의원들은 산별 대의원들과 달리 대체로 현장의 부서와 영업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므로 이런 높은 참석률은 이번 성과연봉제 반대 파업에 대한 현장 노동자들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열의와 투지야말로 이후 파업을 방해하려고 전방위적으로 벌어질 정부와 사측의 협박과 회유를 이기고 파업을 성사시킬 실질적 동력이다. 일부 대의원들은 지부별 참석 규모를 살펴보며 파업 규모를 예상하기도 했다.


금융노조 김문호 위원장은 경총 회장이 성과연봉제만 되면 정년이나 임금피크제가 필요없다고 한 말을 상기시키며, 4~5만 명 규모 파업으로도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전국의 영업점들이 실제로 멈춰야 정부와 사용자들이 움찔이라도 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큰 열의를 발휘하고 있는(이날도 가장 많이 참석) NH농협지부와 기업지부와 더불어 시중은행 빅4 지부(KB국민, 우리, 신한, 하나/외환)의 책임이 크다.


사실 그동안 금융산업은 산별 사용자 전원이 사용자협의회(노사 합의로 구성)에 가입해, 비교적 무난하고 괜찮은 조건에서 산별 임단협을 이뤄 왔다. 그러나 이제는 사용자 대다수가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해 산별노조 지도자들은 큰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게다가 올해 금융산업 사용자들은 사용자협의회 탈퇴 전부터 성과연봉제 외에도 “호봉제 폐지, 임금 동결, 신입 직원 초임 삭감, 저성과자 관리제” 도입 등을 요구했다. 전반적 임금 비용 삭감(착취율 강화)이 최근 “노동개혁” 공세의 목적임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여기에 쉬운 해고(“해고연봉제”)는 노동자 개개인의 임금을 삭감하기 위한 지렛대이자, 특정한 조건에서는 실제 해고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데서 받침대 구실을 할 것이다.


웰스파고


성과주의는 직접적인 임금 삭감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이날 소개된 미국 웰스파고 은행의 대형 스캔들은 그 폐해를 보여 준다. 미국 4대 은행 중 하나라는 웰스파고는 성과지상주의로 직원들을 내몬 결과, 최근 직원들 5천여 명이 허위 계좌 2백만 개를 만든 게 적발돼 벌금 1억 8천5백만 달러를 물게 되고, 수십억 달러를 고객에게 변상하며, 연루된 노동자들도 수천 명이 해고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노동개악 공세가 본격화할 때 우려한 대로, 임금피크제는 성과연봉제로 이어지고, 공공부문 공격은 민간부문으로 확대돼 왔다. 따라서 더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자세로 싸워야 하고, 가능하면 더 많은 노조들이 이에 반대하는 공통의 목적으로 연대하고 단결해 싸워야 한다. 이날 대대에서도 박근혜 정권의 행태 전반을 폭로하고 규탄하는 발언이 많았고 호응도 많이 받았다.


한국노총 김동만 위원장,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상수 위원장도 참석해 연대 투쟁을 다짐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도 지지하러 왔다. 공공운수노조는 금융노조와 함께 6월 18일 10만 노동자대회를 여는 등 금융-공공 공조를 해 왔고, 9월 27일부터 철도노조 등을 중심으로 파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양대 노총의 두 주요 산별이 시기를 비슷하게 조율해 파업하며 서로 응원하는 것은 고무적이다.


2000년대 초반 연이은 파업들과 2014년 하루 총파업의 경험과 전통이 있는 것이 큰 장점이지만, 새 세대 금융 노동자들은 직접적인 투쟁 경험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금융노조와 각 지부들이 정부와 사측의 협박과 회유에 단호하게 맞서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투쟁 선배 격인 민주노총 소속 노조들의 파업 계획이 큰 힘이 될 것이다.


또한 하루 파업이지만 먼저 파업을 하는 금융노조 파업의 기세가 공공운수노조 파업에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도 이날 공공운수노조 조상수 위원장의 연대 발언을 조직한 것은 좋은 시도로 보인다. 대의원들도 공공운수노조의 금융 파업 지지·연대 약속, 그리고 이후 공공 파업에 대한 지지 호소에 큰 박수로 화답했다.


다만, 시중은행 ‘빅4’의 일부 지부가 대의원 동원에 눈에 띄게 소홀했던 것은 옥의 티였다. 지금 한국의 사용자들이 노동개악에서 만큼은 일치단결해 공격하고 있으므로, 예전처럼 노사 협조로 각개약진이 가능하다고 안일하게 생각하다가는 각개격파당하기 십상일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그런 식으로 연대 투쟁을 약화시키면 다른 노동자들까지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이날 토의 안건으로 발표된 ‘대의원 행동 지침’에는 ‘총파업 조직을 해태하는 지부는 산별 본조에 신고하라’는 지침도 있었다. 지금은 ‘단결’, ‘총력’, ‘파업’이 필요한 때다.


△총파업 대고객 안내문 파업을 위한 준비가 현장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사진 제공 금융노조



△연대 이날 합동대대에는 금융노조 파업을 지지하며 한국노총, 민주노총, 정의당 등 여러 노동계 인사가 참석했다. ⓒ사진 제공 금융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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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기업 성과연봉제 강요

정부 협박에 위축되지 말고 단호하게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노동자 연대> 174호 | 입력 2016-05-18



4월 말 박근혜가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도입을 직접 챙기겠다고 한 뒤, 곳곳에서 무법 난장판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총선 참패를 인정하지 않고, 자기 기대를 ‘배신한’ 그 결과를 뒤집겠다는 뜻이다. 총선 결과로 고무된 노동자들이 기대감을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기선을 제압하려는 것으로도 보인다.


박근혜는 경제 위기 고통전가 쟁점을 부각해야 자기 계급을 단속해 레임덕도 막을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그러나 바로 그런 통치 전술이 총선 참패의 큰 요인이 됐음도 봐야 한다. 기층의 반발은 더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공공부문 노조 지도자들은 6월 18일 10만 노동자대회를 열고 9월 총파업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저항에 찬물을 끼얹으려고 박근혜 정부가 산업 구조조정 얘기를 꺼내 들었지만, 그런 구조조정은 지배계급 안에서도 분열을 낳을 수 있다. 그래서 정작 그 문제에는 조심스러운 대신 임금 개악에는 앞뒤 안 재고 달려들고 있다.


△우리가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나? 한 금융공기업에서 노동자들을 줄 세우고 성과연봉제 동의서 작성을 강요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나 고용안정 수준이 높은 공기업 노동자들을 ‘철밥통’으로 몰아붙이면 여론에서 불리하지 않다고 봤을 것이다. 게다가 정부와 기업주들은 상반기에 공무원, 공기업 부분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에 성공하면 내친김에 민간 대기업, 은행들로도 이를 확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박근혜도 5월 13일 야당 원내대표들과 만나 “[성과연봉제를] 공공기관에서 도입해야 민간으로도 전파된다”며 속셈을 분명히 드러냈다.


노동자들도 성과연봉제가 저성과자 퇴출 등 노동 개악의 일부로서 노동자의 처지를 크게 불안하게 할 것을 안다. 5월 1일 노동절 한국노총 노동자대회에서나 14일 금융공기업지부 합동대의원대회에서는 ‘해고(노예) 연봉제 철회’라는 구호가 인기를 끌었다.


종합해서 보면, 최근 공공부문 사측의 무리수는 정부의 의지가 강해서만이 아니라 노조가 쉽게 양보할 태세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금융노조 소속 공기업지부들이 교섭권은 산별노조에 있음을 분명히 하면서 개별 교섭을 거부하고 (아직은 미약하지만) 저항을 시작한 것이 한 사례가 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 개악’과 임금체계 개악이 노동계급 전체의 임금을 줄이려는 목적인 만큼 먼저 맞붙게 된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1차 저지선 구실을 해야 한다. 나머지 노동자들이 이 투쟁들을 지지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그 점에서 노동운동 일각에서 상대적 고임금 노동자들의 임금 투쟁을 지지하길 꺼리는 분위기를 부추기는 것은 운동의 심각한 약점이 될 수 있다.


공기업 경영진들과 정부의 억지와 위선


금융산업을 총괄 지휘하는 금융위원장 임종룡도 금융공기업 노사를 강하게 압박해 왔다.


올초 이 기업들 경영진들은 산별교섭을 위한 금융사용자협의회에서 일방 탈퇴했다. 개별 협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라는 금융위의 종용이 배경이었음이 일부 드러났다. 임종룡은 5월 10일 금융공기업 최고경영자들을 불러 또 성과연봉제를 닦달했다.


임종룡은 “금융 공공기관은 대표적인 고임금 구조 …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보수가 필요하다"는 비난도 했다. 노동부장관 이기권도 “공공기관과 금융회사는 정부의 보호와 지원으로 상위 10퍼센트의 임금 … 정년 연장의 최대 수혜자”라고 장단을 맞췄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금융을 수행한 대가로 이 노동자들이 그 유탄을 맞고 고통을 겪어 온 일은 말하지 않는다. 그 결과, 일은 줄지 않은데 사람이 줄어서 금융권 전체가 연평균 2천5백 시간이 넘는 노동시간에 시달린다는 사실도 말하지 않는다. 게다가 정책금융 등 공공서비스 노동자들의 업무 성과를 어떻게 개별로 매길 수 있을까? 시중은행에서도 성과 압박은 오히려 부실 대출을 늘리는 등 부작용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한술 더 떠 이기권은 “노조가 임금체계 개편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동의권 남용”이라고까지 얘기했다. 노조가 노동자의 이익을 고수해서는 안 된다(‘시키는 대로 하라’)는 오만하고 역겨운 발상이다. 결국 ‘노조가 동의 안 해 준다고 성과연봉제 강행을 기권하지 마라’고 독려한 셈이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94조는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임종룡, 이기권이 임금이 너무 높으니 성과연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한 것은 명백히 노동조건의 불리한 변경을 촉구한 것이다. 그러므로 노조 동의가 없어도 된다는 것은 ‘지배하는 힘이 곧 정의’라는 궤변일 뿐이다.


이처럼 부패한 특권층다운 언사들로 행정부 고위 관료들이 공공부문 현장의 성과연봉제 도입에 개입한 결과, 곳곳에서 인권까지 유린하는 일들이 자행되고 있다.


금융노조는 5월 13일 직원들이 죄인처럼 서서 추궁당하는 장면으로 보이는 사진을 공개했다. 회사 간부가 성과연봉제에 찬성하는 개별 동의서를 내지 않은 직원들을 불러서 협박하는 모습을 노조 간부가 긴급 출동해 찍은 것이다. 알고 보니 산업은행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이런 작태들 때문에 애초 성과연봉제는 찬반조차 물을 필요가 없다고 했던 금융노조 공기업지부들은 신속히 조합원 찬반투표를 조직해야 했다. 주택금융공사지부가 85.1퍼센트, 기술보증기금지부에서는 98.57퍼센트, 주택도시보증공사지부도 90.2퍼센트가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성과연봉제에 반대했다. 산업은행지부에서도 94.8퍼센트가 반대했다. 노조 위원장의 독단적 배신에 당해 버린 예금보험공사노조(상급단체 없음)도 애초 조합원 전체 투표에서는 62.7퍼센트가 반대했었다.


자산관리공사에서는 사측이 직원 76퍼센트가 성과연봉제 도입에 찬성한다고 발표하자 노조가 곧바로 찬반투표를 실시했는데 80.4퍼센트가 성과연봉제에 반대했다. 그럼에도 사측은 5월 10일에 동의서 결과를 근거로 취업규칙 변경을 이사회에서 통과시켰다. 노조는 당연히 이를 부산지방노동청에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다만 성과연봉제 관철이 어려워서 사퇴하겠다는 최고 경영자를 설득하려다가 뒤통수를 맞고(사측이 기습적으로 사퇴를 걸고 찬반투표를 실시하고 조합원 총회를 소집하려 함) 오히려 노조의 동력을 약화시킨 금융노조 한국감정원지부 사례는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지금 국면에서는 경영진을 설득할 수 있다거나 속마음은 다르겠지 하는 식의 생각을 조금치도 해서는 안 된다. 결국 지부 집행부는 총사퇴했고 현재 선거를 준비 중이다.


조선업 구조조정과 은행 성과연봉제가 무슨 상관?


임종룡은 5월 10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 두 기관에 대한 자본 확충이 절실한 만큼 성과연봉제 도입 등 철저한 자구노력이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주채권은행 구실을 해야 하고 수출입은행은 현대중공업에 가장 많은 대출을 해 준 금융기관이다. 그런데 산업은행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4조 원 규모나 되는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추가 지원을 결정한 것은 청와대와 금융위였다.


자신들의 결정 때문에 부실 채권 문제가 더 커진 것인데도, 정부가 그 책임을 노동자들의 임금에 전가하려는 것은 파렴치하다. 더구나 정부 차원에서 조선업 구조조정을 다루는 국면에서 사실상 정부의 개입 수단이 될 두 은행을 성과연봉제 문제로 옭아매는 것은 행여나 있을 반발을 잠재울 뿐만 아니라 구조조정의 결과적인 책임마저 엉뚱하게 금융공공 노동자에게 떠넘기려는 치졸한 꼼수다. 그리고 경제 위기를 빌미로 노동자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전형적인 고통전가 책략이다.


조선업 구조조정이나 자금 지원과 해당 기관 노동자들의 임금은 아무런 상관 관계가 없다. 박근혜 정부는 노동자들끼리 반목하게 만들려는 비열한 술책을 중단해야 한다.(글을 마무리한 상황에서 산업은행 사측이 금융위의 자본 확충 협박을 핑계로 노조를 무시하고 확대된 성과연봉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총력 저항을 다짐한 금융노동자들


5월 14일 서울 강서구의 KBS스포츠월드 체육관에는 전국에서 모인 금융노조 공기업지부 8곳(금융위원회 산하 7곳, 국토교통부 산하 2곳 중 집행부가 총사퇴한 한국감정원지부를 제외한 8곳) 대의원들과 시중은행지부 상임간부들 1천여 명이 모여서 9월 파업을 공식 결정했다.


△1천여 명이 모여 9월 파업을 결정했다 5월 14일 금융공기업지부 합동대의원대회. ⓒ사진 제공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이날 참가한 대의원들은 시종일관 진지하게 연설을 경청하고 구호를 외쳤다. 대부분 젊어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의 금융노조 투쟁을 경험하진 못했겠으나, 새롭게 불만과 분노를 표출하는 세대일 것으로 보인다.


금융노조 김문호 위원장은 이날 대회사에서 기업은행장에게 항의 면담을 갔더니 사측이 은행장실이 있는 층 전체의 방화벽, 철문 등을 모두 내리고 막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정부는 어떻게든 상반기에 공기업을 해치우고 올해 안에 민간 은행들까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고 한다면서, 9월 파업에 이어 2차, 3차 파업도 실행하자고 했다.


한 공기업지부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는 퇴출을 통한 일자리 돌려막기를 일자리 창출이라 부른다’고 성토했다. 모든 대표자들이 결사 반대를 약속했다.


최근 금융노조는 4월부터 기업은행, 산업은행, 자산관리공사 등 공기업지부들을 순회하며 결의대회를 해 왔다. 이 순회 결의대회에 근무 중인데도 수백 명이 참석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2천 명이 넘게 모이기도 했다. 금융노조는 6월 18일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자대회(서울 여의도 예정)에는 역대 최대로 참가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한국노총이 최초로 서울 도심에서 노동절 집회를 열었을 때 금융노조는 2만여 명이 참가해 분노가 차오르고 있음도 보여 줬다.


물론, 5월 안에 금융공기업 성과연봉제 도입을 완료하겠다고 정부와 사측이 협박을 하는 마당에 9월 파업은 늦어 보인다. 아무래도 20대 국회에 대한 기대감이 큰 듯하고, 사측의 불법 무리수가 법원에서 불인정 받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는 듯하다. 한편에서는 불만은 크지만 기층 노동자들의 투쟁 경험이 많지 않고 지도부가 철밥통론에 맞서 파업 같은 수단을 과감히 사용할 자신감이 높지 않은 듯도 보인다. 그래서 선도적으로 공공부문의 투쟁을 이끌기보다 시중은행 지부들까지 포함해 합법파업을 하려는 소극적 생각에서 파업 시점을 9월로 잡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측의 교섭 거부로 낸 쟁의조정신청에 중앙노동위원회가 성실교섭을 권고하는 행정지도 결론을 낸 것(16일)에서 보듯 저들만큼이나 우리도 투쟁 상황이 뜻대로만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자산관리공사, 산업은행 등이 노조 반대에도 이사회에서 성과연봉제 강행을 결정했다.(기업은행도 성과연봉제(안)을 사내망에 공개했다.)


만일 효과적으로 저항하지 못해 성과연봉제가 지난해 임금피크제 때처럼 어이없게 도입되면 나머지 노동 개악의 현장 관철도 더 쉬워질 것이다. 따라서 여의치 않으면 언제든 파업을 앞당긴다는 태세를 갖추려 해야 한다. 그러려면, 기층의 전투성을 드높일 투쟁들을 늘려가야 한다. 시중은행 지부들도 행여라도 방심하지 말고, 6월 18일 집회에 최대로 힘을 집중하는 등 지금부터 투쟁의 시동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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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여야 밀실 합의 이후

박근혜의 ‘노동개혁’ 강공을 막아야 한다



<노동자 연대> 163호 | 발행 2015-12-09 | 입력 2015-12-09



12월 7일 박근혜는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과 원내대표 원유철을 청와대로 불러 개악 법안들을 조속히 통과시키라고 재촉했다.


“경제활성화법, 노동개혁 법안들 ... 손도 못 대고 계속 걱정만 한다. 한숨만 쉬면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느냐”, “내년에 ... 선거를 치러야 되는데 정말 얼굴을 들 수 있겠느냐”, “늦어지면 [경제가] 다 죽[는다] ... 죽기 전에 치료도 하고 빨리빨리 살려 놔야지.”


“노동개혁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법 등 즉시 통과시키려는 법안들이 경제 위기 심화 속에서 ‘기업 살리기’를 위한 것임을 노골적으로 밝힌 것이다. 특히 고통전가를 위한 노동 개악 입법화에 기업주와 정부, 여당이 얼마나 목매고 있는지 보여 준다. 한국 경제 상태가 심상치 않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기업살리기’ 법을 통과시키라는 것이다.


박근혜는 테러방지법도 강조했다. “대한민국이 테러방지법조차 없는 게 전 세계에 알려지면 얼마나 테러를 감행하기 만만한 나라가 되겠는가.” “혼이 비정상”인 것 같은 어처구니없는 사고이지만, 집회에 참가해 마스크를 썼다고 시위대를 ‘테러리스트’에 비유하는 대통령이 테러방지법을 강조하는 것은 이 법이 정치적 반대자들에 대한 단속도 포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요컨대, 박근혜는 경제 위기가 본격적으로 깊어지는 국면에서 이에 대한 저항을 막으려고 친기업·반노동 악법을 제정하고 억압 조처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것이 민중총궐기 살인 진압과 이후 민주노총에 대한 집중 탄압의 배경이다. 


민주노총 본부와 금속노조를 포함한 8개 노조 사무실 동시 압수수색, 위원장 등 조합원에 대한 구속과 체포영장 남발, 독재정권 때나 쓰던 형법상 소요죄를 끄집어내 민주노총을 폭동단체로 몰아 가기 등. 


강공


이런 강경 탄압은 살인 진압 면피용일 뿐 아니라, 무엇보다 사전에 기선을 제압해 ‘노동개혁’에 맞선 민주노총 파업을 약화시키하려는 술책들이다. 노조 상층 지도자들의 조직 보존주의를 자극해 그 일부가 투쟁을 회피하도록 만들고, 이를 이용해 전열을 흐트러뜨릴 속셈일 테다.


박근혜 정권은 흔히 그랬듯이 12월 5일 제2차 민중총궐기 금지, 참가자 전원 검거, 복면 착용시 가중 구형 등 혹독한 탄압을 예고했다. 그러나 이런 강경수가 뜻대로 관철된 것은 아니다.


행정법원은 집회를 허용했고, 총궐기 당일에는 민주노총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청소년들까지 5만 명(주최측 추산)이 참가해 도심을 행진했다. 이들은 노동 개악 중단,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철회,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과 살인 진압 책임자 처벌, 대통령 사과 등을 요구했다. 정부가 강경하게 탄압했음에도 수많은 노동자들이 위축되지 않고 저항한 것이다.


사실 여당의 계산으로는, 박근혜가 새누리당 대표단을 불러 압박한 법안 상당수가 12월 2일 여야 원내대표 합의에 따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어야 했다. 애초에 지역 예산과 연계해 이끌어낸 그 밀실 합의의 목적이 박근혜 귀국 전에 개악 법안들을 처리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합의 목록 중 상대적으로 부차적인 관광진흥법과 국제의료사업지원법만이 통과됐고 나머지는 미처리 상태로 정기국회 종료를 앞두게 됐다.


최고 통치자의 통치스타일이 유신 스타일이라고 해서 유신 체제가 그리 쉽게 돌아오는 건 아니다. 지난 1년만 해도 비록 노동운동이 많은 투쟁에서 차질을 빚었지만, 그 과정에서 박근혜 정권도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물론 심각한 경제 상황 때문에 박근혜가 12월 ‘노동개혁’ 공세를 매우 강도 높게 밀어붙이겠지만, 결과가 예정돼 있지는 않다. 민주노총이 ‘노동개혁’ 법안심사가 재개될 시 즉시 실질적인 효과를 내는 총파업에 돌입해 파업을 지속한다면 박근혜의 강경수에 차질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새누리와 새정치연합의 부당 거래


새누리당은 이 법안들을 통과시키려고, 내년도 정부 예산 편성에서 총선용 지역구 예산을 챙기려는 새정치연합의 요구를 들어 줬다. 이미 예산 “증액 심사는 … 밀실 흥정으로 전락 ... ‘누이 좋고, 매부 좋은’식 거대 양당과 정부의 ‘잇속 챙기기’ 부당 거래로 변질되고 있[었]다.”(국회 예결위원이기도 한 정의당 서기호 의원의 11월 27일 브리핑)


그래서 새누리당이 개악 법안들을 통과시켜 주지 않으면 예산 수정 논의를 모두 폐기하겠다고 협박했을 때, 새정치연합이 12월 2일 원내대표 간 밀실 합의의 유혹을 거부할 수 없었던 것이다. 바뀐 국회법은 정부 예산안이 의결 시한까지 합의되지 않으면 정부 원안이 본회의에 상정된다.


결국 총 3조 5천억 원이 ‘선거용’ 예산으로 자리바꿈했다. 그 대가로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이 통과됐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테러방지법, “노동 개혁” 법안 등도 통과될 위험이 커졌다.



새정치연합의 뻔뻔함은 그 당의 계급적 본질에서 비롯


여야 간 기막힌 밀실 합의로, 박근혜가 취임 후 여러 정치 위기 속에서도 거듭 위기를 넘겨 온 비결 하나가 다시 드러났다. 바로 새정치연합의 구실이다. 


12월 1일 민주노총 간부들을 만난 자리에서 새정치연합 당대표 문재인은 노동 개악 5법 반대가 당론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몇 시간 만에 원내대표가 이를 뒤집어 버렸다.


문재인은 12월 6일 국회 토론회에서는 ‘비정규직 관련 개악은 반드시 막겠다’고 공언했다. 노동 개악 ‘5법 반대’에서 말이 또 바뀐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테러방지법에 대해서도 국정원이 감청과 금융정보 뒤지기를 손쉽게 하는 문제만 막으면 통과에 협조하겠다고 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관심 없고 자신들의 부패가 정쟁 차원에서 들춰질 것만 두려운 것이다.


이 당이 근본에서 (비주류일지라도) 기업주들에 기반을 둔 당이기 때문이다. 지금 기업주들은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위해 ‘노동개혁’에 찬성하고 있다. 그 때문에 이 당은 “노동개혁을 거부하는 것은 청년들과 나라의 미래에 족쇄를 채우는 것”이라는 박근혜의 기만성 협박을 이겨 낼 수 없다.


물론 새누리당보다는 지배계급 내 지위와 기반이 부차적이긴 하다. 그래서 그 약점을 만회하려고 포퓰리즘적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가끔 노동자·민중 운동의 힘도 조금은 빌려야 한다.


그래서 새정치연합이 특정 쟁점에서 일시적으로 (선거적 반사이익을 위해) 박근혜 정권과 충돌할 수는 있지만, 노동계급과 피억압 대중의 이익을 일관되게 편들 수는 없다.


그나마도 경제·안보 위기, 총선·대선 주도권 다툼, 지배계급과 포퓰리즘적 기반 사이의 모순된 압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내분에 휩싸여 있다.



새정치연합이 ‘노동개혁’을 막길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


이런 배경을 살펴보면, 민주노총 지도자들이 11월 하순에 새정치연합을 믿고 12월초 ‘노동개혁’ 저지 총파업 투쟁을 철회한 것은 실수다. 다른 악법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태도가 박근혜에게 강경수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본 계기 중 하나인 듯하다.


따라서 민주노총 지도자들이 새정치연합이 개악을 막아 주리라고 바라는 것은 요행수를 앞세우는 것이거나 투쟁 회피주의일 뿐이다. 


노조 지도자들의 이런 태도는 현장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는 데 방해가 될 뿐이다. 대안과 확신 대신 불확실함과 의구심, 모호함을 심어 주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더는 새정치연합에 기대를 걸지 말고, 파업 투쟁 건설에 전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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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사회적 합의?



9월 13일 노사정 야합을 비판하는 입장들이 모두 견결한 파업 투쟁으로 저항하자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노사정위원회가 사회적 대표성을 갖지 못한 합의를 했다며 ‘진정한 사회적 합의’를 촉구한다. 정의당이 대표적이다.


심상정 대표는 박근혜의 행정부 독주 스타일을 비판하면서 “노사정위에서 배제돼 온 비정규직과 청년들, 그리고 시민사회계까지 두루 포함한” 국회 내 사회적 합의기구를 제안했다. 이런 식의 국회 내 논의기구에 대한 기대는 민주노총 지도자들에게서도 나온다.


파업으로 박근혜 정부의 공세를 막아 내기 어렵다는 생각에 국회 내 논의기구를 구성해 속도전에 제동을 걸어 시간을 벌자고 생각할 법도 하다. 게다가 민주노총과 청년, 비정규직들이 사회적 논의기구에 포함된다면 정부와 기업주들의 갈라치기에 대응하기가 더 쉽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제안이 박근혜식 일방적 속도전 스타일에 흠집을 내는 것일 수는 있어도, “노동개혁”에 대한 효과적 반격이 되기는 어렵다.


이미 여권은 노사정위 야합 이전 7~8월에 민주노총의 ‘국회 내 논의 기구’ 제안을 거부한 바 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그저 “노동개혁”에 노동계도 동참한다는 외피가 필요했을 뿐임을 보여 줬다.(그것이 꽤 유용한 수단이긴 했지만 말이다.)


공상

사실 경제 위기 때문에 노동계급에게 고통을 떠넘기려는 정부의 공격을 대화로 막아 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공상적 기대다.


국회 내 과반 다수당인 여권이 만일 국회 내 논의기구 구성에 동의한다면, 그것은 “노동개혁”을 밀어붙이는 데 더 그럴듯한 외피가 필요해서지 진정한 사회적 합의를 위해서가 아닐 것이다. 그런 필요를 느낄 때는 지금의 “노동개혁” 공세가 강력한 노동자 저항에 부딪힐 때일 것이다. 결국 박근혜 정부와 여권의 태도를 바꾸게 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대중 투쟁이다.


문제는 국회 논의 기구에 기대하는 것이 노동자들의 견결한 투쟁을 구축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국회 내 논의기구 제안에 기대를 걸게 되면, 여권 내 동향과 새정치민주연합의 협상에 수동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그런데 새정치연합 소속인 은수미 의원조차 자기당 지도부의 여야 합의 가능성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또 지도자들이 아무리 말로 투쟁에 무게중심을 둔다고 해도, 둘을 병행하려고 하면, 정부와 기업주들이 협상에 임할 진정성을 증명하라고 압박하는 것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도 어렵다.


노조 지도자들이 이런 압력 속에서 좌고우면하며 주춤하는 것은 현장 조합원들에게 진지하게 파업을 건설하는 것인지 의구심을 줄 것이다. 그래서 이른바 ‘투쟁과 협상 병행론’은 조합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기보다는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양보론이 돌파구를 열 수 있을까


9월 24일 민주노총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한겨레> 전종휘 기자는 ‘정규직의 일정한 희생 통한 감동을 줘야 일정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보전분을 청년고용 지원에 쓰는 식으로 말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나 일부 노조 지도자들도 비슷한 제안을 한 바 있다.


흔히 이런 주장은 투쟁으로는 어차피 막아 낼 수 없다는 생각의 반영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양보론이 투쟁의 힘을 극대화하고 민주노총이 하반기 파업을 단호하게 건설하는 데 방해가 된다. 공공부문 정규직 노동자들이 양보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투쟁 전선을 흐리게 만드는 데 주요한 구실을 했던 것을 떠올려 보라.


게다가 양보론을 노동운동이 수용하면, 조직된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그동안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 덕을 봤다는 우파의 분열 담론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청년 실업이 조직 노동계급의 고임금과 고용안정 탓이라며 노동계급 내 이간질에 열중하는 박근혜 정부에 맞서 단결하는 게 중요한 데 말이다.


한국은 OECD 내에서 국민총소득 중 기업소득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다. 노동자들이 양보할 이유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민주노총이 조합원들뿐 아니라 더 큰 위험에 처한 미조직 노동자들을 대변해 싸움에 나서는 것이 진정한 노동자 연대다. 그럴 때, 더 큰 지지를 받아 낼 수 있을 것이고 노동자들의 사기도 오를 것이다.



좌파 포퓰리즘의 약점


노동운동 안에서 양보론과 비관론이 유포되는 것에 반대해 좌파들은 투쟁의 힘을 강조해야 할 것이다.


노동당은 “국회 내 사회적 기구 구성과 같은 출구전략을 짤 때가 결코 아니다”라고 옳게 강조했다.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변혁정치> 10호(10.1.)에서 11·14 민중총궐기 투쟁을 특집으로 다뤘다. “투쟁 속에 답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저항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서 ‘노동자 파업’에 대한 강조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노동당은 피해 대중이 거리에서 연대해서 싸우는 방식을 더 선호한다. 추진위도 재벌 이윤 환수 운동을 부각하면서 민중총궐기 투쟁에 기대를 거는 듯하다. 거리에서 민중적 저항을 구축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파업 같은 계급투쟁 방식에 토대를 두고 거리 항의가 결합될 때 진정으로 지배자들을 위협할 수 있다. 10~11월 총파업 투쟁이 현실적일 때 11·14 민중총궐기 같은 거리 투쟁도 더 힘을 받을 것이다.


따라서 좌파는 민주노총의 노동 개악 저지 파업 건설에 기여하는 것을 당면 과제로 삼아야 한다. 좌파들이 대체로 박근혜의 노동 공세를 ‘경제 위기 시대에 이윤 보호를 위한 자본의 총공세’로 분석하는 만큼 이윤에 타격을 주는 파업을 강조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일관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장 조합원들 사이에서 선동해야 할 뿐만 아니라, 상층 지도자들의 소심함과 투쟁 회피 문제에도 정치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그런데 일부 좌파는 오랜만에 들어선 좌파 집행부를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비판을 삼가는 듯하다. 그러나 좌파가 침묵하고 기층의 압력이 약할수록 좌파 집행부가 현장 노동자들의 투쟁 열망에 부응하도록 하는 일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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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의 금융노조 ‘총파업’ 준비

금융노동자들의 정의로운 요구를 지지하자


금융노조 노동자들이 7월 30일 예정된 파업 찬반투표를 압도적으로 가결시켰다. 투표율이 87퍼센트인데, 파업 찬성률은 91.3퍼센트나 된다. 실질임금 삭감과 장시간 노동으로 쌓인 분노와 투지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금융노조는 7월 26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총파업 진군대회를 열고 30일에는 1차 총파업을 할 계획이다. 12년 만의 금융 산별 총파업으로 금융노조는 노동조건의 개선과 구조조정을 막으려 한다. 

금융노조는 우리은행을 KB국민은행에게 팔려는 정부의 민영화 계획에 반대한다. 농협을 상업은행으로 만들어 투기 영업과 노동조건 악화를 시키는 것에도 반대한다. 또 금융노조는 은행이 대학생 20만 명을 대상으로 학자금 무이자 대출 지원에 나설 것과 야만적인 장시간 노동을 줄여 청년 일자리를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12.5.15. 금융노조 집회.(서울광장)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은 “경제가 어려운데 고소득 노조가 파업을 하는 나라는 우리 밖에 없다”며 비난의 선두에 섰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이렇게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지난해 하반기 금융노조와 한국노동연구원이 실시한 조사를 보면, 은행 노동자들의 연간 평균노동시간은 2천5백72시간에 이른다. 

※ 사실 한국 노동계급 전체가 장시간 노동으로 고통받고 있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2010년 기준으로 2천1백93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 4백44시간이나 많다. 그런데, 은행 노동자들은 이처럼 긴 한국 평균보다도 3백79시간이나 더 일하는 것이다. 

하루 8시간 노동으로 계산하면, 은행 노동자들은 1년에 한국 평균보다 47일을, OECD 평균보다 102일을 더 일하는 셈이다.(여기에 주5일제를 적용하면, 한국 평균보다도 두 달, OECD 평균보다도 약 다섯 달을 더 일한다. 12개월 임금을 받고 말이다.) 

1997년 이후 은행 인수합병 과정에서 5만 명 가까운 노동자들이 쫓겨난 뒤, 그 만큼의 일을 남은 노동자들이 감당해 온 결과다. 이처럼 은행 노동자들은 법정 노동시간보다 무려 3분의 1을 더 일하는데, 이는 법정 노동시간만 지켜도 지금 인력의 3분의 1 즉, 2~3만 명의 정규직 일자리를 새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의 요구대로 노동시간을 단축하면 오히려 정규직 일자리도 늘리고 기존 노동자들은 주말과 평일 저녁 식사를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행복’을 되찾을 수 있다.

2008년 경제 위기와 고임금을 빌미로 은행들에선 지난 4년간 사실상 임금이 동결돼 왔다. 전세 대란과 식류품 가격 폭등 등을 감안하면 실질임금이 크게 삭감돼 온 것이다. 게다가 신입 직원의 초임은 삭감된 채 원상 회복될 기미도 없다. 

결국 은행 산업의 성공은 무엇보다 은행 노동자를 덜 주고 더 일 시키며, 젖은 수건이 마른 걸레가 되도록 쥐어짠 데서 비롯한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와 은행 경영진들을 노동자 파업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진정으로 귀족스럽게 고소득을 올려온 것은 은행 경영진들과 대주주, 정부였다.
 
은행들은 2009년부터 예금 금리는 낮추고 대출 금리를 올려 왔다. 주로 부동산 거품을 키우는 가계대출을 늘려 왔다. 전세 대란에도 은행들의 책임이 있는 것이다.  

이처럼 노동자들의 피땀과 99퍼센트 대중의 한숨을 쥐어짠 대가로 은행들은 매년 10조 원가량 순익을 올려왔다. 이 수조 원의 돈이 아무 한 일도 없는 대주주의 배당과 경영진 연봉과 스톡옵션으로 들어 갔다.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은행도 2천억 원이 넘는 돈을 배당으로 가져갔다. 

※ 한국 은행의 배당성향(40.5%)은 다른 상장사들(16.2%)에 비해 두 배를 훨씬 넘으며, 주요 신흥국과 비교할 때도 가장 높다(한국은행, 2012. 4. <금융안정보고서>).

따라서 학자금 무이자 대출 같은 공익적인 일에 은행이 쓸 돈은 차고도 넘친다. 주주 배당보다 천만 배 정의로운 요구를 하는 것은 바로 금융 노동자들인 것이다. 

한편,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CD(양도성 예금증서) 금리 담합 의혹을 제기하며 은행 아홉 곳 등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대출금리를 CD 금리에 연동한 가계대출은 2백78조 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금리 1퍼센트만 따져도 3조 원 가까운 돈을 폭리로 취한 셈이다.  

대량 해고 

이번 금융 총파업이 현실화된다면 실질적인 동력은 국민•우리 지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민영화가 7월말 1차 입찰 마감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메가뱅크 설립이란 망상을 버리지 못한 이명박 정부는 KB국민은행이 우리은행을 인수하도록 하려 한다. 

국내에서 영업점이 가장 많은 두 은행을 합치면, 전국 영업점의 무려 70퍼센트가 500미터 이내로 중복 대상이다. 두 은행의 합병으로 1만여 명이 잘릴 수 있다는 것은 현실적 위협이다. 그러나 합병이 평범한 99퍼센트 대중에게 이득이 될지는 전혀 검증된 바 없다.

그런데도 금융위원장 김석동은 최근 “우선협상자로 선정된다면 정부 차원에서 … 전폭적으로 지원 … 절대 손해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민영화 의지를 드러냈다. CD 금리 담합 문제는 감독도 못한 자가 구조조정에는 혈안이 돼 있는 것이다. 

최근 박근혜는 우리금융 민영화 등 ‘민감한’ 사안은 차기 정부로 넘기는 게 좋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지만, 노동자를 희생양 삼아 재정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생각은 다르지 않다. 

※ KB금융지주 이사회가 우리은행 민영화 1차 입찰 마감일인 27일 오전에 열리기로 했다가 이틀 먼저 이사진 간담회를 연다는데, 내부 격론의 증거라 하겠다. 
정부(특히, 모피아)와 금융산업 대주주들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낙하산인 어윤대가 대주주들을 설득하는데 애로가 있는 듯하다. 국민은행 내부적으론 검토를 이미 마치고 정치적 판단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논의 결과가 26일 집회나 30일 총파업에 영향을 미칠 텐데, 최근 KTX 민영화 관련해서 연기 발언을 번복하는 이명박 정부 행태를 볼 때, 이들의 결정에 연연하지 말고 계획된 투쟁 일정을 강행하는 것이 옳다. 물론 KB 이사회가 민영화를 접는다면 그것은 노동자들이 일차전에서 승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그런 사탕발림을 믿기보다 이명박의 레임덕 위기를 이용해 이번 기회에 아예 쐐기를 박는다는 생각으로 투쟁에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이명박은 온갖 권력형 부패가 드러나면서 피투성이가 되고 있다. 이것이 집권당 후보인 박근혜마저 군색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노조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의 새누리당파들이 민주당 지지마저 문제 삼으며 내분을 일으킨 것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그들은 노동자들의 자주적 투쟁에 하등 도움이 안 되는 세력들이다. 

금융노조는 이들을 단호하게 비판하며 투쟁 태세를 갖춰야 한다. 그러려면 민주당에 의존하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과 정책협약식을 가졌는데, 협력할 건 협력하되, 독립적 태세를 취하는 게 옳다.   

다행히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앞으로 사용자 측과의 협상에 진척이 있더라도 7월 30일 총파업은 반드시 성사 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부는 버스 대절 등 실무 준비가 한창이다. 이처럼 ‘투쟁 먼저, 그리고 투쟁의 힘으로 협상을 한다’는 기조를 세우고 유지해야 한다. 

7월 30일 파업은 월말이라 파업 효과를 더 크게 낼 수 있다. 관건은 26일 총진군대회의 성공에 달려 있다. 단결된 노동자들의 힘으로 ‘메가뱅크 MB’를 ‘멘붕 MB’로 만들어 버리자.  


※ 이 글은 이영일 동지와 함께 쓴 글이다. 그러나 최종 교열을 내가 봤기 때문에 내용 상 오류나 오타/맞춤법 오기 등은 모두 내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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