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특히 민주당)에선 최근의 MB 측근 수사가 레임덕의 징후라기보다는 박근혜 대권가도에 걸림돌을 미리 제거하는 수준이라는 시각이 있다. 그래서 검찰 수사도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되고 말 것이니 기대할 것도 더 압박할 것도 없다는 것이다.


이런 냉소적 관측은 박근혜가 이명박과의 차별화에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와 연동돼 있는 듯하다. 총선에서 보인 우파 결집을 과장해서 보는 것. 이젠 이명박을 공격해도 크게 소용없다는 결론을 내리는 경향도 엿보인다. 


불법사찰 등을 다루는 최근 여러 연합체에서 ‘이명박 퇴진 요구가 역풍을 부를 수 있다’며 투쟁을 회피하는 발상도 부분적으로 이런 시각에 영향을 받는 듯하다.


이런 시각이 우세한 것을 보면, 우파 지배자들의 민주당 길들이기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검찰의 시도가 박근혜의 대권가도 다지기 성격이 있을 수도 있으나 이것은 상황의 모순을 놓치는 것이다. 이것이 대중의 공분을 산다면 박근혜가 이명박과 차별화(숙청) 과정에서 우파가 분열할 수도 있다. 


저축은행 건은 부정 문제 뿐아니라 피해자 대책, 부동산 정책, 가계대출 정책 등 경제 향방을 놓고도 분열을 낳을 수 있다.


만약에 박근혜의 쇄신 사기극이 일부에게나마 먹혔다면, 그것은 민주당의 반MB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즉 사람들은 더 급진적인 정권 심판을 바라는 데 야권연대를 대표한 민주당은 도리어 거기에 못 미쳤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옳다.  


오히려 강력한 정권심판론, 반우파 투쟁이야말로 박근혜의 말뿐인 쇄신을 더 초라하게 만들 것이고, 제주해적기지와 한미FTA, 이명박근혜 공천 등에서 드러난 우파 동맹의 본질을 더 분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 그리 될수록 박근혜는 더 날카로운 차별화를 해야 한다는 압력 속에서 전전긍긍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자기패배적·음모론적 시각은 오히려 우파를 돕는다. 저들이 한 몸이라면서도, 둘 다를 공격 못 하는 것은 총선 패배감과 민주당의 집권 과거 때문으로 보인다. 


이른바 ‘반MB 진영’의 이런 무기력과 유약함 속에서 우파들은 다시 통합진보당 부정 경선을 소재로 진보진영에 대한 포화 수준을 높이고 있다.(물론 통합진보당 선거 부정 사태는 이런 맥락을 고려하면서도 별개의 자기 정화 과정으로 다뤄야 한다) 


이를 소재로 야권연대 분열 공작을 펼치면 민주당에서도 야권연대는 유지하되, 무게중심은 중도화에 두는 쪽으로 가려는 힘이 강화될 수 있다. 최근 국회선진화법의 합의 통과는 이런 징후를 보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회선진화법의 본질은 소수파 진보정당을 배제하며 원내 교섭단체들인 기성 양당의 합의 구조를 강화하는 것이다.)


노무현 비자금을 다시 터뜨릴 수도 있는데, 민주당 왼쪽에서 야권연대에 환멸을 느끼게 만들 수도 있다. 이는 민주당을 더 움츠러들게 할 것이다. 


이것은 우파가 바라는 바다. 정치지형을 전반적으로 우경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주적이 이명박이냐 박근혜냐 하는 식으로 판단하는 것은 선거주의적 발상일 수 있다. 우리에게는 이명박과 박근혜 모두 문제이고, 우리 편이 물렁하게 나올수록 우파의 분열 위기가 진보 마녀사냥 속에서 봉합될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 중요한 시기에 진보가 적전 분열하고 있는 것이다. 자체 선거 부정 문제 해법과 별개로 당권파를 비롯한 당내 주요 세력이 연립정부를 목표로 하는 문제가 내가 지적한 정치적 약점들을 진보진영이 극복하지 못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이명박과 박근혜 등을 모두 공격하려면 [민주당을 의식하는] 야권연대의 관점이 아니라 일관된 진보적 관점에 서야 한다. 특정인을 넘어서 반우파 정치투쟁을 벌여야 하고, 그 방식은 거리 시위와 노동자 파업들을 연결하는[각주:1] 투쟁적 방식이어야 한다. 



단결 그 자체가 승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림처럼 효과적인 단결이 돼야 한다. 민주당 중심이 선거심판론으로 단결하는 것은 계급적 이해관계가 달라 효과적인 단결이 될 수 없다. 이번 총선이 맛보기로 보여 준 결과이기도 하다.



  1. 도심 거점 농성을 결합해도 좋을 것이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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