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쓴 표현도 아니고 모욕적일 수 있어 공개적으론 말하지 않아 왔지만, 이정희 대표는 본인을 두고 진보진영 안에서 ‘트로이의 목마’라는 말들이 오고가는 것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갈수록 정치적 신뢰가 없어진다.

아니나다를까 이정희 대표는 당 대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통합 진보 정당에 국민참여당이 합류하는 것을 멋대로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27일 중앙당 대변인실이 공지한 질의응답 내용을 인용해 보자.

-이정희 대표 답변 1
통합진보정당과 민주당이 다가올 총선에서 야권연대 테이블에 앉게 됩니다. 민주당과는 야권연대를 더욱더 강력하게 해나갈 것입니다.

-이정희 대표 답변 4
진보신당이 지금까지 국민참여당에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셨지만, 저는 이것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총선 후보 결정 방식에 관해서는, 이렇게 답변한다.

-이정희 대표 답변 10
총선 후보 ... 결정방식은 ... 서로 간의 내정해놓고 당원들에게 무조건 받아들이라고 하는 방식으로 할 수는 없는 것 ... 진보정당의 힘은 당원 민주주의에 있습니다.

이 앞뒤 안맞는 답변을 듣고 있으니 이정희 대표에게 ‘당원 민주주의’는 필요할 때 가져다 쓰는 소품 같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민주노동당 당대회는 진보진영과 진보대통합을 하라고 방침을 결정하고 수임기관을 구성하도록 결정했다. 그런데 이정희 대표와 당 지도부는 진보정당이 아닌 당과 당대당 통합을 어떤 당내 대의기구의 결정도 없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정희 대표와 당 지도부가 진보정치의 원칙과 규율, 단결과 정체성을 파괴하는 당사자라는 비판을 면하려면, 최소한 당원 앞에 공개적으로 왜 국민참여당이 진보정당인지 밝혀야 한다.[각주:1]

그런데 지도부가 현재까지 대는 유일한 근거는 진보진영연석회의 대표자 최종합의문을 그들이 승인했다는 것 뿐이다.

그러나 막상 합의문 작성 당사자들 가운데는 애초부터 참여당의 진보대통합 참가를 반대해 왔고 반대하고 있는 세력이 있다. 이것 만으로도 당 지도부가 진보대통합 대상에서 누구를 더 중시할 것인가를 다시 고민해야 하고, 참여당 통합론이 진보의 분열을 낳을 거라는 경고를 떠올려야 할 이유가 된다.

여러 반대의 근거가 있지만, 핵심은 그들이 진보정치세력이 아니라는 것. 유시민이 자기 당 중앙위에서 이 합의문을 배포조차 안 한 상태에서 통과를 요구하면서 했다는 말, “합의문 통과는 들어가는 형식일 뿐이고 일단 들어간 뒤에 바꾸면 된다”는 말이 빈말인지 아닌지는 지금도 밝혀지고 있고, 앞으로도 밝혀질 것이다. 

이정희 대표가 과거 불문을 외칠 때, 유시민과 그 세력은 적반하장으로 진보정당에게 참여정부에 반대만 해서 실패하게 만든 책임(‘정부 실패에 관한 진보의 몫’)을 인정하라고 요구하며 진보정당의 과거를 문제삼고 있다. 계급, 반정부 투쟁, 민주당과 차별화 등등의 소수파 전략을 버리라며 노골적인 우경화를 요구한다.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가 만든 과오가 ― 정리해고법, 부동산 폭등, 가계부채 증가, 노사관계로드맵, 공무원전교조 옥죄기, 비정규직법, 한미FTA, 파업에 손해배상청구 관행, 경인운하, 강정해군기지(대양해군) 등 ― 지금도 살아서 노동자·민중의 목줄을 죄고 현재의 투쟁 과제로 생생한 상황에서 진보정당 대표가 그들에게 과거를 묻지 않겠다?

2003년 11월 25일 대구 세원정공 앞에서 열린 금속연맹 집회. 연단 아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노동탄압에 항거한 열사들의 사진이다. 노무현 정부의 노동탄압은 장기적 경제위기의 댓가를 노동자에게 전가하려는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인 정부가 가는 필연적인 길이었다. 노무현 정부가 가던 길은 이명박이 가려던 길이고, 차이가 있다면 이명박이 노무현보다 그 길을 더 난폭하고 빠르게 지나가려 한다는 점 뿐이다.


이정희 대표는 어이없게도 참여당의 적반하장에는 ‘일리가 있다’ 하고 진보세력이 참여당에게 과거 성찰을 요구하는 것은 ‘앙금’이라고 표현했던데, 그것은 지난 시기 노동자·민중의 투쟁을 모욕하는 표현이다.

참여정부의 과거에서 진보가 문제삼는 본질―신자유주의와 경제위기 고통전가, 제국주의 추종―은 이명박의 현재이고, 다음 정권에서도 투쟁의 핵심 쟁점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참여정부의 과거를 묻지 않겠다는 것은 진보정치의 현재 과제를 흐리는 것이고, 진보정치의 미래를 묻지 않겠다는 뜻일 뿐이다.

 이정희 대표는 개인적으로 당시 진보정당의 당원으로 노동자민중의 편에서 참여정부와 맞서 싸운 과거가 없기 때문에 과거 불문을 쉽게 말할 수 있을지 몰라도, 당시 그렇게 해 왔고 지금도 그것이 옳았다고 생각하는 [오히려 그런 싸움이 너무 약해서 문제였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과거 불문’을 할 수 없고, 그럴 자격도 없다.

오늘도 고통받는 노동자·민중이 그들의 과오를 용서하지 않은 상황에서 진보정당이 과거 불문 운운하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이명박이 그토록 인기가 없는데도 민주당 지지가 그를 뛰어넘지 못하는지, 야권단일 후보가 돼도 참여당 후보가 단 한 번도 당선되지 못 하는지 당 지도부는 그 이유를 모르겠는가.

국민참여당은 개혁적일지라도 그 당의 기반과 실천, 이념을 봤을 때, 신자유주의 추진했던 고위관료와 공기업 경영진 출신들에게 의존하는 자유주의적 친자본가당일 뿐. 그 당 지도부들이 진보라고 내놓는 정책들이 안쓰러울 정도로 허접한 이유도 그 때문인 것이다.

자유주의적이라 한나라당보다는 낫겠지만 친자본가당이라서 노동자·민중이 바라는 진보 개혁 정당이나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 그들의 이런 점이 정부 운영 과정에서 어느 정도는 역사적으로 검증됐기 때문에 온갖 미사여구와 몸부림에도 지지를 온전히 회복하지 못하는 것이다.

최근 부분적으로 세력을 회복해 다시금 차악(차선) 논리를 되살리고 있지만, 문제는 거듭 지적했듯이 여기에 진보정치 지도자들의 불필요하게 관대한 태도가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과거 불문 논리가 말도 안 된다는 것은 이정희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왜 참여당과는 통합이 되고, 민주당과는 안 되는지를 설명하는 논리를 봐도 알 수 있다. 이정희 대표는 민주당의 근본(과거)와 현재를 연결시켜 민주당은 통합 대상이 아니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과거 불문 논리는 자가당착이다.

그 점에서 금속노조 여론조사 결과가 시사적이다. 88.7퍼센트가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필요하고 85.3퍼센트가 이명박 정부 심판을 위해 민주노총의 정치총파업 등 총력투쟁이 필요하다고 답했는데, 국민참여당을 비롯 다양한 세력과 진보정당이 합쳐야 한다는 여론도 57.2퍼센트였다.

완전히 모순되는 의식인데, 당 지도부는 이것을 참여당 통합론의 근거로 삼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아진인수다. 그동안 진보 양당 지도부가 얼마나 참여당 지도부와 진보정당의 차이를 흐리고 감춰왔으면 즉, 얼마나 우경화했으면 전투적인 노동자들에게서 이런 결과가 나왔겠는가 하고 봐야 한다. 한마디로 진보정당이 우경화해 놓으니 조합원 의식조사에서도 이런 모순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 아래서 이들에게 표찍는 것으로는 권리 보호도, 생존권 수호도 진보 개혁도 전혀 안 되니 노동자·민중이 독자적으로 정치세력화하자고 해서 만들고 성장해 온 당이다. [발전 수준이 비록 의회개혁주의 정도에 머물러 있지만 말이다.]

그런 당이 노동자정치세력화를 지지하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전혀 변한 게 없는 노무현 정부의 후신들과 당을 함께해도 될 세력으로 보였다는 것이니, [참여당 통합파처럼 얼씨구나 할 소재가 아니라] 그야말로 창피하고 진보정당 지도부라면 부끄러워 해야 할 결과인 것이다.

이런 모순된 의식은 진보정당과 민주노총 지도부가 계급동맹을 고려하면서 현장의 잠재력을 억누르는 방식으로 투쟁을 이끌어 온 탓이 가장 크다고 본다.

쌍용차, 금호, KEC, 한진, 유성, 현대차 비정규직 등을 떠올려 보자. 당시 진보정당의 구실은 민주당 정치인을 데려가 중재하는 것에 불과했다. 이런 자기 제약적인 투쟁 조직과 투쟁 리더십 때문에, 싸우고 싶고 그래서 단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선거에서는 친자본가당과도 동맹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모순된 의식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진정이 있다는 것은 전북 버스 노동자들이 보여 준다. 이들 중 투쟁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으로 집단 가입한 노동자들이 민주노동당 지도부에게 호소문을 냈다. (☞ 바로가기) 사실 이런 노동자들의 각성된 호소에 응답해야 하는 것이 진보정당 지도부의 첫째 의무일 것이다. 현실은 그 반대로 가고 있다.

사실, 국민참여당 지도부에게 과거 성찰을 요구하며 조건부 참여를 내거는 것 자체가 우습다고 생각한다.[각주:2] 진정성있게 진보로 전향하려 한다면 요구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통렬하게 자기 비판하며 자신의 과거 이념과 실천, 그리고 계급기반과 단절하고 와야 하는 것이다. 그게 실천적 과거 성찰이다.

이런 일이 가능하려면 진보가 뭉쳐서 기득권 세력의 질서를 뒤흔들며 싸워야 한다. 그런 싸움 속에서 대중의 의식과 사기가 올랐을 때, 저쪽에서 전향자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런 상황을 만들 정도의 제대로 된 싸움하자고 진보가 뭉치자는 것 아닌가. 그런데 참여당이나 민주당이 그런 싸움에 동의할까.

결국 참여당과 통합, 이에 바탕한 연립정부 노선이 모두 문제가 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참여당과 통합한다거나 야권연대로 연립정부 구성하겠다는 것은 진보정치의 정체성, 진보세력의 단결을 해치고, 진보적 대중운동의 목표와 예각을 가로막고 교란하는 잘못된 노선이다. 특히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경기동부 당권파의 참여당 통합론은 진보정당의 규율도 해치는 것이다. 당장 우경화 행보를 중단해야 한다.

 

  1. 그나마 정성희 최고가 맑시즘2011에 연사로 참석해 정치적 이견자들과 토론하며 공개적 주장을 편 것은 입 꼭 다문 다른 지도부보다 진일보한 행동이라고 봅니다. 비록 이 문제에서 만족스런 답을 주진 못했지만요. [본문으로]
  2. 그것은 마치 “안 돼요, 돼요, 돼요”하는 우스갯소리처럼 오히려 저들이 조건을 수용해 와 줬으면 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런 순진한 발상의 대가가 유시민이 진보대통합 합의문을 승인하면서 덫에 걸린 것이구요.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



1. 이정희 대표와 당권파는 이정희―유시민의 정치적 밀월 관계 의혹 보도, 정확히는 당권파가 진보신당 대신 국민참여당과 통합하려 하는 거 아니냐는 의혹 제기를 사실 무근이고, 근거 없는 풍문으로 당을 흔드는 것이라 답하고 있다.

과연 그런가. 그런데 왜 누가 봐도 같은 진보정당이며 진보대통합의 대상인 조승수 대표에게는 날선 항의 편지를 보내며, 집권 시절 과오를 무엇 하나 속시원하게 반성조차 하지 않는 유시민과는 함께 책을 내며 사이좋게 지내는가. 그것도 야권 연합에 관한 책을 말이다. 굳이 예를 들자 노회찬, 조승수, 심상정과 책을 내야 진보대통합에 복무하는 행동 아니겠는가.

이정희 대표의 한 보좌관이 (국회 연설에서 말한) 과거를 묻지 않겠다는 말의 대상은 진보신당의 선도탈당파를 향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황당하고 웃기는 궤변이다. 당원을 바보로 아는 듯하다. 이미 진보신당과 (지난 몇 년 간 선거연대도 해 왔을 뿐아니라) 몇 달 간 지루한 협상 끝에 통합 합의문을 만들어 놓고는 그 뒤에 국회에 가서 신당의 과거를 묻지 않고 합칠 수 있다고 하는 게 시간 순서상으로 말이 되는가.

무엇보다 과거를 묻지 않겠다는 그 언급이 진보신당을 향한 것이라면, 왜 유시민과 국민참여당이 좋다고 그 발언에 화답하는 반면, 왜 진보신당 독자파는 “저 쪽도 통합을 바라지 않는다”며 날을 세우고 있는가.

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양산하고 양극화를 부추기는 신자유주의를 털어낸다면, 누구든 새로운 진보정치 실현의 길을 함께 갈 수 있습니다.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를 묻지 않겠습니다.” 중간에 어느 하나 삭제하지 않은 이어지는 문장이다. 이 문장에서 떠오르는 정당이 누구인가.

더구나 조승수 대표에게 보낸 항의 편지는 북한 관련 합의문 해석 문제만이 아니었다. 서둘러 국민참여당의 통합 진보정당 참여 문제를 논의하자는 내용도 중요하게 포함된 것이었다. 이정희 대표는 이미 연석회의의 안건으로 올라온 것이라고 그 근거를 댔다. 의혹을 갖지 말라는 뜻일 게다.

그렇다면, 이정희 대표는 왜 연석회의에 국민참여당 참가 건이 한 달 넘게 뒤로 밀어둔 채 진보 양당 중심의 합의문이 나왔는지 정녕 모른다는 것인가. 진보대통합을 위해 모인 구성원 내부에 국민참여당이 진보정당이냐 라는 중대한 인식의 차이가 있다. 사실 국민참여당은 진보정당도 아니고, 집권 시절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반성한 적도 없다. 그래서 국민참여당 참가 여부가 뒤로 밀린 것 아닌가.

즉, 누구든 진보정당에서 ‘진보정당이 아닌 국민참여당’과 통합을 시도하면 그것은 진보진영의 분열, 진보정당의 우경화(의회주의, 계급정당 노선 탈피, 명망 추구 등)와 진보 대중의 계급의식 후퇴(계급적 단결과 투쟁이 아니라 민주당 등에 실용주의적으로 의존하기 등)를 조장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좌파는 패권적으로 배제될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유시민은 ‘정부에 반대하고 민주당과 차별화하려는 활동’을 중단해야 대중적 진보정당이 될 수 있다는 건방진 충고까지 하고 있다. 당 대표는 바로 이런 발언에 항의 편지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

정황이 이토록 분명하므로 이정희 대표와 당권파가 오해를 풀려면 의혹을 제기하는 당원들을 나무라지 말고, 지금이라도 국민참여당은 진보정당이 아니므로 통합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


2. 진보대통합에 찬성한다고 모든 사람들이 연석회의 합의문에 1백 퍼센트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나도 북한 관련 합의문에 불만이 많다. 물론 당권파와 전혀 다른 이유다. 그렇다고 우파적 이유로 합의문에 반발하는 쪽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미제국주의의 대북 압박에 반대하고 한반도 군사 위기의 뿌리가 거기에 있다고 보지만, 북한 체제가 사회주의라고 보지도 않고 우리의 대안 체제가 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둘은 별개 문제다.

중요한 것은 단지 이견을 존중만 할 것이 아니라 이런 생각의 차이가 있는 현실을 ‘인정’하 는 것이다. 나는 모든 자주파 동지들이 (동지들의 표현대로 하면) ‘3대 권력 승계’ 그 자체나 진보대통합 합의문 문구에 모두 같은 생각일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다른 좌파들이 자신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는 남한에서 사회 변혁을 추구하는 세력이므로 그 차이 때문에 단결 못 할 이유는 없다. 다른 의견을 싸잡아 반북주의로 모는 것은 유감스럽다.

구동존이를 정말 하려 한다면, 이 문제에 관한 서로의 이념과 정견이 달라서 봉합된 문구밖에는 나오기 힘들고 그러다보니 해석의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통합 진보정당 건설이 특정 정파의 이념으로 뭉친 정당을 만들려는 것이 아니고, 단결된 진보의 연합 정당을 만들려는 것이라면, 해석의 차이에서도 구동존이의 원리를 적용해야 한다. 나머지는 정치적 토론과 설득, 협의의 문제다. 억누른다고 해소된 성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점에서 이정희 대표가 항의 편지로 조승수 대표에게 북한 문구 관련 해석을 타박한 것이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 편지야말로 당기구의 판단에 어긋나는 것일 수도 있다.

이정희 대표의 연석회의 합의문 해석과 태도는 6월 4일 중앙위원회에서 압도 다수의 중앙위원이 내용이 부적절하다고 해서 압도적으로 안건 반려시킨 당권파의 특별 결의문의 그것과 같기 때문이다. 즉, 그런 결의문을 채택하면 진보신당을 자극해 통합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다수 중앙위원들이 기각한 내용을 당 대표가 공개 편지로 ‘공개’한(부활시킨) 것이다.

사실 6·15선언에 상호 체제 인정이라는 문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있다면, 독재 정권인 노태우 정부가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에 상호 체제 인정 문구가 있다. 우리는 남북 대결보다 평화를 선호하므로 이 점을 인정하지만, 학살자의 정부도 인정한 이 상호 체제 인정 문구가 진보의 거의 유일한 최우선 가치인 듯 말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당권파(경기동부연합) 진보대통합을 자본가 정당과의 계급연합으로 끌고 가려는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6월 7일 국회 본회의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나선 이정희 대표.

6월 7일 국회 연설에서 이정희 대표는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를 묻지 않겠습니다”라며  국민참여당을 진보대통합에 포함시키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5월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 합의문에서 이정희 대표가 “자본주의 극복” 구절 삭제에 흔쾌히 동의한 것도 국민참여당을 염두에 뒀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정희 대표의 국회 연설과 같은 날 유시민은 진보 양당이 “[진보정당들이] ‘집권전략’으로 나아갈 의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참여당이 함께 하는 문제를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정당들에게는 “민주당과의 차별화에 중점을 두고 정부의 정책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활동”을 그만하라는 ‘충고’까지 했다.

개혁적이긴 해도 친자본주의적 성격과 참여정부 집권 전력 때문에 결코 진보정당이라고 할 수 없는 국민참여당이 적반하장 격으로 진보정당이 오른쪽으로 오면 통합할 수 있다고 거드름을 피우는 것이다.

그들은 한미 FTA 추진, 이라크 파병, 비정규직 양산 등 집권 시절 과오를 제대로 반성조차 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이정희 대표는 이런 당과 비밀 회동을 하고 “과거를 묻지 않겠다”며 공동으로 야권연합에 관한 책을 출판하겠다고 한다. 이것은 명백한 ‘묻지마 계급연합’ 추진이다.

묻지마 계급연합

그래서 유력 대선주자가 있는 참여당과 합당해서 몸집을 키운 다음, 민주당과 장관 자리들을 거래하며 연립정부로 나아가는 것이 이정희 대표와 당권파의 계획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진보신당과 통합은 오히려 거추장 스럽게 생각하고 일부 명망가만 데려 오겠다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강령에서 “사회주의의 이상과 원칙 계승” 구절을 삭제하려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민주노동당 웹사이트 당원토론방에는 “이럴려고 상반기부터 기를 쓰고 유시민 콘서트를 추진하고 그랬는지”, “강령 삭제가 참여당과의 밀월을 위한 액션 아닐까”, “대표의 국회연설을 보노라면 … 밀실에서 야합비슷하게 … 모종의 중대한 협약이 이미 이루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들이 올라오고 있다.

민주노동당 당권파와 이정희 대표의 행보가 혹시라도 진보대통합 합의문이 진보신당 당대회에서 부결되길 노리는 것이라면, 진보대통합 불발의 책임을 진보신당 독자파에게 떠넘기고 명망 있는 지도자들을 포함해 진보신당 통합파 일부만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어떤 경우라도 민주노동당 당권파와 이정희 대표가 진보의 원칙과 단결을 파괴하며 벌이는 ‘연합정치’가 민주노동당 당원은 물론이고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진보정당 지지 대중의 반발과 불신을 낳을 것이라는 점이다.

민주대연합 노선이 진보의 정책과 가치를 후퇴시키고, 진보의 단결을 해칠 것이라는 경고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이정희 대표는 민주노동당 입당 전인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열린우리당 후보 강금실을 지지한 적이 있다. 이정희 대표는 2008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전략후보로 영입된 후 이를 이렇게 설명한 바 있다.

“당원으로서 강금실 후보 지지선언을 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겠죠? … 제가 사회적 변호인이다라고 생각했던 일들에서는 민노당 강령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민노당이 추구하고 있는 바를 위해서 일을 해왔다.”

현재 이정희대표의 행보는 이런 약속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에 대한 배신이며 진보정당 정치인으로서 원칙과 기준에 어긋난다.

민주노동당 당권파와 이정희 대표는 민주노동당을 자본주의 국가 운영에 더 적합한 당(이른바 ‘수권정당화’)으로 만들면서 자본가 정당과의 권력 공유를 추진하는 것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이런 계급연합과 연립정부 노선은 선거에서 득표나 권력 나눠먹기에는 유리할지 모르지만 노동자들의 계급의식을 갉아 먹고, 노동자 단결과 투쟁을 가로막아 결국 진정한 진보와 개혁을 방해할 뿐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