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피부왕'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11.05 ‘나꼼수’ 열풍과 청년세대의 급진주의
  2. 2011.10.24 기대와 실망이 교차한 박원순 선거운동
정치풍자 인터넷 라디오 방송인 <나는 꼼수다> 열풍이 거세다. 

인터넷 다운로드 수는 이미 국내 1위를 넘어섰고[각주:1] 진행자인 김어준의 저서 《닥치고 정치》는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이들의 토크콘서트는 20여 분 만에 매진된다고 한다. 

이 방송의 매력은 기성 언론이 외면하는 이명박 정부와 ‘1퍼센트’ 특권층의 기득권 지키기 ‘꼼수’에 대한 깨알같이 ‘꼼꼼한’ 폭로와 신랄한 야유다. 

<나꼼수>는 이명박의 BBK 의혹 총정리로 첫 회를 시작했다. 이명박의 내곡동 사저 의혹과 나경원의 고가 피부 관리도 이 방송에서 폭로됐다. 이 건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 특권층은 머리 속에 ‘자기 먹을 것’밖에 없는 “순결한 동물”이고 그 점에서 이명박은 “뇌가 완전 청순”하다고 야유한다. 

이런 속 시원한 폭로와 입담은 특권층 정부의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과 반민주 행태(와 보수 언론)에 질린 노동계급 청년세대의 불만과 반보수 정서에 부합한다.

“쫄지 마라. 가능하다” 하는 진행자들의 말은 절망을 강요하는 체제의 벽 앞에서 위축되고 지친 청년들에게 위안이 될 만도 하다.[각주:2]

김어준은 이명박이 “국가를 수익모델로 삼는다”고 비판하는데, 이런 비판은 국가가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하고 투표로 나쁜 정치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개혁주의적 각성과 맞아 떨어진다.

이들의 폭로가 풍자적 음모론의 형태를 띠는 것도 흥미롭다. 그것은 젊은 세대가 공식정치와 기성언론을 불신하는 정도가 엄청나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반보수·반특권층 정서와 접속하기 

진행자들의 친노 성향이 듣는 이에게 크게 부담감을 주는 건 아니다. 어차피 1퍼센트 특권층에 대한 반감은 그와 관계 없이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각주:3].

그 점에서 진중권이 폭로 저널리즘의 형식을 문제 삼아 “너절리즘”이라고 비판한 건 지나쳤다. 오히려 문제는 대안이다. 그것이 이 ‘나꼼수’ 자신의 잠재력을 갉아 먹는다. 지지자들의 진정한 기대에 그 대안이 못 미치기 때문이다.

김어준은 《닥치고 정치》[각주:4]에서 민주당이 “욕심만 많고 … 멍청한 큰 형”이라고 하면서도 진보정당이 “민주당을 포함한 보수와 자기들을 분리해 내겠다는 나홀로 전략”을 버려야 한다고 주문한다. “[대중은] 진보 보수도 헷갈리고 … 신자유주의가 뭔지도 아직 모른다”는 것이다. 

이런 엘리트적 관점에서 김어준은 문재인의 “타고난 애티튜드”에게서 희망을 찾는다. ‘개혁적’ 엘리트가 주도하는 범야권통합이 정권교체의 길이라는 것이다.[각주:5]

그런데 “문재인은 노 정권[의 실패]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 중 하나”(강준만)다. 문재인은 임기 동안 거의 청와대 요직에 있었다.

그는 올해 나온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에서 한미FTA 체결 결과와 당시 협상 책임자였던 김현종을 극찬한다. 그 김현종은 기업들에게 유리한 FTA를 하려고 애썼다는 게 위키리크스에서 폭로됐고, 지금은 FTA로 가장 덕을 볼 기업 중 하나인 삼성의 사장으로 가 있다. 

그래서 최근 <나꼼수> 26회에 출연한 도올 김용옥이 민주당과 친노 정치인들을 겨냥해 “엉뚱하게 타협[해] … 진보라는 가치를 망쳐” 버렸다고 직설로 비판했을 때 ‘이빨’과 ‘깔때기’를 자처하는 진행자들은 아무런 토도 달지 못 했다.  

물론 이 모순과 난점을 해결하는 것이 사실  <나꼼수>의 몫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스스로 정치세력화를 표방하지 않는 언론매체로, 스스로 그어 놓은 한계 때문이기도 하고, 그들 자신의 정치적 상상력의 문제이기도 하다.

오히려 그 해결의 단초는 <나꼼수>에 열광하는 청년들에게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이야말로 어떤 방식으로든 문제를 해결할 주체의 중요한 구성 부분이 될 테니 말이다. 문제는 이들을 누가 세력화할 것이냐다.

그 점에서 
진보정치세력이 <나꼼수>로 모아지는 불만의 급류를 어떻게 포용해 진보적 대안으로 흐르게 할 수 있냐에 많은 것이 달려 있을 것이다. 진정한 진보는 대중 스스로 세상을 바꾸는 주역이 되는 것이니 말이다. 

진보정치 세력은 <나꼼수>에 호응하는 노동계급 청년세대의 불만이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제안하고, 그 안에서 급진적 대안을 토론해야 한다. 그런데 야권연대에 매달리고 한미FTA 체결 주역들의 일부가 만든 참여당과 통합하는 등의 행보는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그런데 이미 이 청년들은 최근 희망버스와 계급투표, FTA 반대 운동, 99퍼센트 행동 등에 관심과 지지를 보이고 일부는 능동적으로 참가하면서 회고적 대안을 뛰어넘을 급진적 잠재력들을 발전시키고 있다. 

급진적인 것이, 저들에 대한 도발과 저항이, ‘입담’에만 머물 필요는 없다. 쫄지 마라. 가능하다!


※  이 글은 축약해서 <레프트21> 68호에 실렸다. ☞ 바로 가기 

 
  1. 매회 청취자가 수백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본문으로]
  2. 음모론도 이들 논리 전개의 특성인데, 이는 사람들에게 더 흥미진진한 과정이긴하다. BBK 같은 것은 설득력도 무지 높다. 이런 음모론의 배경은 정부와 특권층의 비밀주의와 보수언론의 보도 독점 때문이다. [본문으로]
  3. 노무현이 빈농의 상고 출신이란 점에서 대통령이 되고도 1퍼센트 특권층에게서 처음부터 경멸의 대상이 됐다는 것은 친노가 아닌 내게도 매우 역겨운 현실이었다. [본문으로]
  4. 일부가 이 책 제목을 본따 10·26 재보선에서 닥치고 투표를 SNS 등에서 구호로 내세웠는데, 심정을 공감하는데, 현명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폭력적 구호라고 하는 것도 오버다. 닥치고 ~하라는 건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하는 구호에서 적절할 듯하다. 닥치고 해고 철회, 닥치고 정규직화, 닥치고 FTA 폐기 등으로 말이다. [본문으로]
  5. 김어준은 자신이 친노라서 문재인을 미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반쯤은 그 말의 진정성을 믿는다. 그는 진심으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정권을 끝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물론 문재인에 더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 무의식적 영향이 전혀 없다고 볼 순 없을 것이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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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여유있는 분은 서울시장 선거 관련 이전 글을 먼저 보시오. ☞
박원순 야권단일후보 선출을 보며 ― 반한나라·비민주당 개혁주의의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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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재보선에서 이명박과 한나라당을 심판하기 위해 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민주노동당의 박승흡 강원 인제군수 후보와 진보신당의 민동원 서울 양천구청장 후보 등 진보 후보들을 지지해야 할 것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박원순 후보가 나경원 후보를 거꾸러뜨리길 진심으로 바란다진보정당 후보가 없는 조건과 1퍼센트 대변 정권 심판 정서를 전제로 했을 때, 박 후보는 진보진영의 지지를 받을 만한 후보다.

19일 발표한 “서울시민권리선언”에서 박원순 후보는 집회ㆍ결사의 자유가 “시민의 권리”[각주:1]라고 밝혔다. “주거권 보장과 강제퇴거 방지”, “고용 안정과 적정 임금 보장”, “친환경 무상급식” 같은 대중의 요구도 “[서울]시의 의무”라고 약속했다.

박원순 후보는 선거 후반부에 “오세훈 전 시장은 이명박 전 시장의 아바타, 나경원 후보는 오세훈 전 시장의 아바타”라고 비판했고, “나경원이 노동자 편입니까? 박원순이 노동자 편입니까?” 라고 노동자의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박원순 후보에 대한 한나라당의 온갖 비방과 인신공격과 색깔론은 역겨워서 듣고 있기 괴로울 정도. 어느 트위터리안의 말마따나, 그들의 인신공격은 시궁창물이 수돗물에게 비위생적이라고 하는 꼴이다. 

그런데 선거운동 전반부에 박원순 후보의 지지도가 다소 정체하는 듯한 것에는 이뿐 아니라 박원순 후보의 초반 선거운동이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점도 작용했다.

첫째, 박원순 후보는 민주당 입당을 거절한 대신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주요 직책을 모두 민주당에게 줬다. ‘야권연대’에 충실해 왔던 민주노동당마저 반발해 철수할 정도였다[각주:2].


아쉬움


이는 박원순 후보의 정책과 메시지가 민주당의 포지션에 구속되는 결과를 낳았고 진보정당과 노동조합의 목소리가 선본에서 잘 들리지 않는 효과를 냈다. 서울 양천구청장 선거에선 진보신당 후보를 빼고 민주당 후보와만 정책 협약식을 해 진보신당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親부자 反노동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자! 그런데 민주당은 과거의 뿌리와 현재의 행태를 볼 때, 심판할 주체가 못 된다. 새롭고 진보적인 세력이 나와서 이명박을 심판해 달라. 이것이 안철수 현상에 깔린 민심이다. 물론 여기서 안철수 교수가 이 과제에 적합한 세력이냐는 별개 문제다.

 

박원순 선본은 교육시민단체들이 모인 ‘교육연대’가 제안한 교육개혁 정책 협약을 곧바로 수용하지 않았고, 노동 부문의 정책 협약 체결도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한미FTA를 둘러싸고 진보와 보수가 대립하는 지금,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각주:3].

박원순 후보는 진보 진영에서는 금기시되는 <조선일보>와 인터뷰해서 국가보안법은 “남용될 수 있다면 그 조항은 개폐되는 게 맞다”며 전면 폐지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나는] 유럽 기준으로 치면 중도 우파”라고 자처하거나 “저는 천안함 북한 소행이라 믿는 사람”이라고 말한 것도 [우파의 색깔론 공세 앞에서] 수세적으로 비춰졌다.

오죽하면, 한나라당 관계자가 “민심은 기성정당을 외면하면서 박 후보를 지지했는데 박 후보가 자꾸 엉뚱하게 민주당에 의존하려는 모습을 보인 것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라고 평했겠는가.[각주:4] 

박원순 후보가 부상한 것이 반한나라·비민주당 개혁주의 정서라는 점에서 이런 행보는 그 자체로서뿐만아니라 지지자들에게도 열정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이 문제에 관한 기초 논의는 ☞ 
안철수·박원순 현상과 진보정당의 가능성)

둘째, 박원순 후보는 이 선거를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대한 분명한 심판의 장으로 삼지 못했다. “잘한 것도 분명히 있다”거나 “시정의 연속성을 중시하겠다”는 논법도 부적절했다.

여기에는 민주당뿐 아니라 박원순 후보가 추구해 온 대안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박 후보의 온정적 개혁주의는 재벌 기부와 사회적 기업 등 정부ㆍ기업과 협력ㆍ보완 관계로 일하는 “협치(거버넌스)”이기 때문이다. 벤처기업 지원 같은 청년 실업 대안은 나경원과 별 차별성도 없었다.

그래서 지지자들 사이에선 박 후보가 “착한 시장 뽑기”에 나왔냐는 불만도 나왔다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박원순 후보 선거운동 출정식에서 덕담으로 “원순씨가 참 온순하십니다. 좋죠?”라고 했던 말이 사람들에게는 덕담으로 들리지 않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진보정당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한나라당 심판을 위해 박 후보에게 표를 던지려는 이들에게도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지지층에서 비판이 일고 지지율도 답보하자, 박원순 후보는 다행히 16일부터 “더이상 온순 원순 아닙니다” 하며 이명박 정부 심판론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앞서 지적한 아바타 발언이나, 시민권리선언도 이때부터 공약으로 발표되기 시작했다. 진보 교육단체들의 요구도 공약으로 수용하기 시작했다. 


지지자를 실망시킨 선거운동과 지지율 정체 기간과 선거운동 변화와 지지율 반등이 얼추 비슷하게 연동되고 있다. 여론조사를 1백 퍼센트 신뢰할 순 없지만, 그 추이는 내 주장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걸로 보인다.

 

박원순 후보는 이제라도 지지자들의 기대에 부응해 더 선명하고 과감하게 이명박 정권과 나경원 후보를 비판하고, 급진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네거티브(무엇에 반대한다) 없는 포지티브(무엇을 추구한다)는 오히려 정체성을 모호하게 만든다. 지지자들이 바란 건 1퍼센트 정부와 후보를 무자비하게 비판하고 민주당보다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진보 활동가들은 박원순 투표로 1퍼센트 정치세력 거부 흐름과 함께하며, 재보선 이후에도 한미FTA 반대 투쟁과 ‘99퍼센트 행동’ 등 아래로부터 운동을 지속하며 독립적인 반MB 진보 대안 건설을 계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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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애초 10월 18일에 쓴 글이다.  

  1. 집회를 위한 광장 개방이 “시의 의무”라는 것이다. [본문으로]
  2. 선거 막판이 되자 다시 선대위로 복귀했다. [본문으로]
  3. 한국에서 2007년 이후 FTA 자체에 대한 입장이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것이 돼 왔다는 점, 그 이유가 FTA는 복지 확대를 위한 정부 개입을 가로막는 협정이라는 점에서 박 후보의 신중론은 큰 유감이다. [본문으로]
  4. 이 인터뷰는 오늘 오후에 추가한 것이다. 출처는 내일신문.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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