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선거 풍경

― 녹색당 서울시장 포스터가 아니라 ‘포스터 논란’에 대한 단상]


녹색당 서울시장 선거 포스터는 명백하게 소수를 타겟팅한 것 아니었나? 기성 진보정당 지지층 중 (그 당들이 충분히 페미니즘적이지 않다고 불만이거나 하는) 일부를 뺏어 오겠다는 선거전략으로 봤고, 그건 그 나름으로 채택할 수 있는 정책으로 본다. 어차피 (선전과 초기 지지층(종자돈) 형성이 목표이지) 당선이 목표인 선거가 아니니.
그렇다면, 그 타겟팅 바깥에 있는 인물들이나, 그 타겟팅에 불안이나 반감을 느낀 기존 진보정당 사람들의 불평도 자연스러운 것.

그런데 반응이 좀 의아하다. 이런 반응들은 포스터 뜯는 것과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알려진 숫자를 봐서는 무슨 서울시 전역에서 공격이 가해지는 그런 건 전혀 아니라고 본다. 구의원 한 선거구에서만도 그보다 많이 벽보 붙을 텐데.
그런데 워마드 같은 데서 홍대 사건 같은 범죄를 저지르고도 페미니즘의 대표를 참칭하는 시절에 ‘페미니스트’ 호칭에 대한 물정모르는 반감 같은 게 일부에서 서툴게 표출될 수 있다는 점도 이해해야 한다.

이런 걸 대중적 백래시 취급하는 건 과하다. 번역서 한 권 나오니 아무거나 백래시 백래시 갖다 붙이는데, 현실을 살펴 보면, 부적절해 보인다.
백래시 론에 깔린 정치에 다 동의하지는 않지만, 미국의 1980년대 백래시 론은 적어도 계급세력균형과 공식정치의 지형이 모두 우경화하는 레이건 시대를 배경으로, ‘68 시대’가 전진시킨 여성해방 담론, 권리 등에 우경적 공격이 가해지고 역진이 일어나는 걸 가리켰다. 적어도 현실 분석에 기초해 있긴 했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이 그런 정치 상황인가??? 우파는 찌그러져 있고, 페미니즘 또는 여성 권리 신장 운동은 고양되고 있다. 이미 1년 전에 문재인이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보조 슬로건을 써서 당선했다.(문제는 그러고 약속을 안 지킨다는 거지만)

아쉬운 건, 노동계급 남녀의 단결된 운동으로는 잘 이어지지 않는 상황이다. 여기엔 상호간 책임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여성 차별에 맞선 투쟁과 단결이 아니라 과장된 피해자성과 생물학적 환원론을 연결시켜서 자기 진지를 방어하려고 하는 정체성 정치의 방어적 급진성이 오늘의 정세에 정말 효과적인 방향인지 모르겠다.
내가 《82년생 김지영》을 읽으며 가장 불만이었던 것도, 현실의 과장 측면보다는 소설 안에서 여성도 남성도 단 한 명도 현실에 저항하는 캐릭터가 없다는 것이었다. 작품은 일부러 다큐처럼 구성했는데 말이다. 공감은 시선의 방향과 첫걸음일 뿐이지, 문제 해결에 관해 무엇도 말해주는 건 없다. 
지금 필요한 게 ‘함성’일지, ‘비명’일지는 각자 판단할 몫이겠지만, 현실의 고통에 대한 공감과 별개로 ‘비명(미러링도 일종의 비명이라고 본다)’의 방식이 여성해방이라는 목적을 향해 가는 길에서 적어도 효과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운동에서 협력을 추구할 줄 알면서도 치열하게 논쟁하는 성숙한 태도가 필요한 이유다.


《82년생 김지영》의 출간년도(2016년)와 1982년생을 맞춰 보면, 이 소설의 주인공은 경력단절 위기에 처한 자녀가 매우 어린 기혼 여성의 분노를 컨셉으로 한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이 시기의 여성의 삶과 주변 환경들을 우리가 경험적으로 두루 살펴 보면, 이 소설의 분노를 이해할 수 있다. 그 시기 여성들에게 가족 안팎에서 가해지는 유무형의 (실재하는) 압력이 어떤 개인들에게는 남성 결탁 음모처럼 여겨질 법하다.

물론 그런 판단이 정확한 건 아니다. 핵심에는 노동계급에게 육아 책임이 전가되는 문제가 있음을 통찰할 수 있어야 한다.

공감은 가지만, 여러 억울함과 차별을 ‘개개인의 피해자화’라는 정서적 방법보다는 좀 더 분석적 계급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게 더 유용하고 해방적이라고 본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
그나저나 ‘응답하라 1988’이 유행하더니, 88년 총선 결과(1여 다야인데도 여소야대가 된)처럼 될 수도 있다는 말이 현실이 돼 버렸다. 박근혜의 기를 모은 주문대로 당적만 봐서는 새로운 국회가 됐는데........ 

아성인 부산과 대구에서 탈당파 포함해 의석 3분의 1이 빠졌으니, 수도권 못지 않은 내상이다. 레임덕으로 아니 갈 수 없다. 이는 좌우 양쪽에서 박근혜 심판 투표를 한 결과로 본다. 왼쪽만이 아니라 보수층에서도 균열이 상당했다는 것. 이는 경제 상황의 악화 때문이라고 본다. 좌든 우든 정권에게 책임을 물을 수밖에.


그럼에도/그러므로 ‘노동개혁’은 기업주들 대다수의 요구이므로 방식은 달라져도 멈추진 않을 것이다. 국민의당, 더민주당 의원들 상당수가 새누리당의 요구에 부분 협조할 것이다.
우리 쪽은 좀더 좋아진 여건 속에서 좀더 오른 사기로 16일 세월호 집회를 잘 치르고, 메이데이 전국 집중으로 찍으며 투쟁 건설로 가기를 바란다. 그 과정에서 진보·좌파 정치 재편도 아마 본격화될 듯하다. 정의당과 울산 쪽이 민주노총과 논의의 주도권을 형성하겠지.


민주노총 전략선거구들 중,
울산 동구 김종훈, 북구 윤종오, 경남 창원성산 노회찬의 당선.
경북 경주에서 당선은 못했지만, 권영국 변호사의 짧은 기간 큰 성과.
이곳들 모두 핵심 기반은 금속노조.(상급단체 없는 현중 포함, 노파심에 말하자면, 경주에서도 금속 경주 없이 15% 상회 득표가 가능했을까?)
경제 위기, 박근혜의 ‘노동개혁’, 일자리와 미래 불안 등이 그 지역들에서 계급투표 결집을 상당히 이뤄낸 듯하다.
노동운동은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지 않다. 허공에 떠다니는 담론들에 휘둘리지 말자.
....

아울러, 애초에 연합적 노동계 정당이 없이 진행된 선거에서 그런 당이 있었으면 있었을 그런 일(비례의 대폭 획득)이 벌어지지 않았다고 슬퍼하는 공상적인 평가도 말자.(울산, 창원 같은 곳에서는 진보·좌파 정당득표에서 손해를 많이 본 셈.)
무엇보다 비례의석이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다. 10만 명 투표하는 선거구에서 3천 명 지지를 얻어야 3%인데, 이걸 모든 선거구에서 해 내야 비례 '1명' 생기는 것이다.
이게 활동과 기반의 누적없이 그냥 이뤄지는 게 아니다. 개혁주의 선거정치조차도 조직 노동자 기반 없이는 더욱 힘들다. 그러니 민주노총 우습게 본 집단들은 후회를 좀 해야 한다.

정의당은 정당투표 중간집계 보면 3월 여론조사 때 기세보다 (더민주당과 선긋기 부족, 물리적으론 지역구 후보가 너무 적은 것, 울산에 후보가 없는 것 등 여러 이유로) 뒷심이 부족했는데, 득표수로는 또 적은 게 아니다.(73% 개표에 1백20만 표를 넘어섰으니, 단순 산술 예측하면 최종 1백50만 표 정도) 많다고 할 수 없어도 노동계의 부분적 지지를 받은 정당으로서는 적진 않다.

배타적 지지를 받은 2012년 통합진보당 총선 정당득표가 219만여 표였다. 정의당이 잘 했다는 게 아니라, 그나마 기반과 누적된 활동, 인기있고 이름있는 진보정치인 등 요인으로 그나마 정의당에게 변화 염원 유권자의 정당득표가 나머지 당보다 쏠린 결과라는 말이다. 현재 나머지 세 당(노동당, 녹색당, 민중연합당)의 정당득표는 합쳐서 같은 개표율에서 약 30만 표로 2%가 안 된다. 그래도 산술적 추정치로 약 2백만 표 정도가 나올 것이다.
이는 2012년 진보정당(통합진보당, 진보신당, 녹색당) 총득표인 2백50만, 2014년 (진보당,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총 2백23만 표보다는 줄어든 것이지만, 그동안 분열과 진보당 해산 등으로 존재감 자체가 희미해졌던 얼마 전까지의 현실 등을 감안하면 그렇게 준 것도 아니다.(이번 총선에 줄었다기보다는 이전에 준 걸 회복하는 과정에서 이번 총선 수준의 득표를 했다고 보는 게 정확할 것이다) 그 정도는 울산과 창원의 쾌거가 만회하고도 남음이 있다.


(추가) 그 뒤로 정의당 득표율이 좀 올라서 단순 계산 예상보다는 득표가 쪼금 더 늘었다. 애초에 예전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처럼 노동계급 정당득표를 수렴할 공식화된 대표정당 없이 분열 여진이 남은 상태에서 진행된 선거에서 진보/좌파 네 개 합쳐 2백만 표를 넘긴 것이 나쁘지 않다. 그런데 그 대부분(4/5)이 정의당 몫이다. 득표율은 막판에 뒷심이 딸렸는데 득표수로만 보면 2년 전(지방선거)보다 갑절로 늘었다. 나머지 3당은 합쳐서 2%도 안 된다. 어떤 사람은 정의당이 너무 온건해서 그동안 박근혜에 대한 저항을 노,녹,민 3당이 대변해 왔다고 하는데, 그말대로면 반박근혜 저항이 2% 미만 지지를 받은 건가? 편견으로는 현실을 옳게(균형, 직시) 읽을 수 없다. 실은 정의당으로 상당히 수렴된 것이다.(각자 좌우 방향은 달라도 말이다.) 녹색당은 2년 전 것을 지켰고, 민중연합당은 긴급 프로젝트가 실패한 것인데, 노동당 결과가 좀 안타깝다. 분당 여진으로 2년 전보다도 많이 줄었다. 그럼에도 울산 중구 이향희 후보의 선전은 축하한다.(2위라는 순위도 그렇지만, 2년 전보다 1만 8천 표가 늘었다.) 다음 재편 국면에서는 누가 봐도 민주노총, 정의당, 울산 무소속's가 주도하겠다.
.

(추가)
개표 막바지인데 총선공투본에 참여한 네 당의 정당 득표를 모두 더하니 2백만 표가 조금 넘는다. 2012 총선, 2014 지방선거의 진보정당 합계와 비교해 조금 모자란 수치다.(여러 조건 감안하면 나쁘지 않다) 그중 정의당이 165만 표를 넘겼다. 통합진보당 분열 후 치른 첫 전국선거인 2014년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의 광역별 비례득표를 더하면 전국에서 82만 표를 얻었다.(진보당 97만 표) 정당 지지가 두 배로 성장한 것이다. (관찰자의 마음이 무엇이든) 진보/좌파를 지지하는 변화 염원 대중이 정의당에 지지를 몰아 준 모양새가 됐다. 정의당에 대한 각자의 감정을 떠나서 좌파가 정의당 개혁주의에 균형있는 태도를 취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사실 일부 진보/좌파 정당 지지자들이 비례 1석 획득을 우습게 알아서 좀 한심했다. 3%는 10만 명이 투표하는 선거구에서 3천 명의 지지를 얻는 것이다. 비례 1석 얻으려면 이걸 모든 선거구에서 해야 한다. 정당비례제도가 생긴 이래 지난 총선까지 민주노총이 배타적 지지를 한 정당에만 그런 비례 의원이라는 영광이 주어진 이유고, 분열한 2014년에 비례 지방의원이 팍 줄어든 이유다. 그러니 역으로 정의당의 선전은 설사 소극적이라도 노동운동 지도자들의 지지와 노동 기반 없이는 설명하기 힘들다. 그러니 실사구시, 균형있는 태도가 필요하고, 조직 노동자들의 박근혜 심판이 적지 않게 정의당으로 표현됐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


총선

진보·좌파 후보와 정당들이 지지를 얻다


<노동자 연대> 171호 | 발행 2016-04-13 | 입력 2016-04-09



20대 총선 여론조사 대부분에서 새누리당의 정당지지도가 하락했다. 지난 3년간 박근혜 정부의 반노동·반민주 행태에 대한 대중적 반감이 빚어낸 정치 위기 덕분에 보수 지지층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물론 공천 과정에서 여권 내에 자중지란이 일어나 ‘배신과 복수’의 막장 드라마를 연출한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새누리당 후보들의 ‘진박’ 마케팅은 점차 ‘사죄·읍소 마케팅’으로 바뀌고 있다.


‘중도 보수층’에 경쟁적 구애를 하면서 전통적 야당 지지층에게서 볼멘소리를 듣던 더민주당과 국민의당도 부분적 반사이익을 얻는 듯 보인다.


물론 접전인 곳이 많아 최종 선거 결과를 미리 점치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몇 달 전 새누리당이 1백80석 운운하던 일을 떠올리면 지금은 그런 언사들이 허세처럼 느껴진다. 반박근혜 야권 지지층이 조금이나마 안도감을 느끼는 이유다.


이런 배경 속에서 진보·좌파 정치세력이 제한된 범위이지만 전진을 하는 듯하다. 지난 2년간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이 떨어진 것과, 노동운동과 세월호 참사 항의 운동이 부분적으로 도전한 것이 진보·좌파 정치세력에 큰 도움이 됐다. 물론 주류 정치권에 대한 환멸도 영향을 끼친 듯하다. 박근혜 정부 심판 투표가 진보·좌파 지지로 표현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만약에 새누리당의 당선자수가 19대보다 줄고, 울산, 창원 등 민주노총 전략 선거구에서 당선자가 여럿 생기고 진보·좌파의 득표가 늘어나면, 이후에 투쟁이 일어나기도 한결 쉬워질 것이다.


이 점이 중요한 것은 경제 위기 때문에 총선 이후에도 ‘노동개혁’ 저지 투쟁 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도 총선을 발판으로 향후 투쟁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진보·좌파 정당과 후보들의 선전을 바란다. 투표 그 자체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지지한, 박근혜 심판과 “노동개혁” 반대를 내건 후보들의 선전은 대중 투쟁 건설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투쟁의 대의가 전국적 지지를 받는다는 느낌(자신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전략 후보들의 지지율이 높아지다


울산의 북구와 동구, 경남 창원성산에서 노동정치 1번지 선거구다운 저력이 나타나고 있다.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아 선전하는 경남 창원성산 노회찬 후보의 당선을 바란다. ⓒ사진 출처 노회찬 후보 페이스북.



울산 북구의 무소속 윤종오 후보는 울산 지역 언론이 마지막으로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47.7퍼센트(새누리당 후보는 33.7퍼센트)로 월등한 우위를 보여 줬다. 동구의 김종훈 후보도 터줏대감인 새누리당 후보와 오차 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과거와 비교하면 이 자체가 선전이다.) 창원성산의 노회찬 후보도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현역 의원을 앞서고 있다.




△울산 북구·동구에서 민주노총 전략 후보들의 당선을 바란다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에 함께할 것을 다짐한 울산 민주노총 전략 후보들.(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울산 동구 김종훈 후보, 네 번째가 북구 윤종오 후보, 가운데는 민주노총 지지 후보인 울산 중구 노동당 이향희 후보) ⓒ사진 출처 김종훈 후보 페이스북.


곤경에 처한 새누리당은 특히 울산에서 색깔론을 총동원하고 있다. 윤종오, 김종훈 두 후보가 과거 진보당 소속으로 구청장에 출마했던 사실을 문제 삼는 것이다. TV토론에서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애국가를 불렀냐’는 식의 유치찬란한 공격을 퍼붓고 있다.


탄압도 벌어졌다. 4월 7일 선거와 무관한 북구 지역 시민단체 사무실 2곳을 검찰이 압수수색했다. 윤종오 후보의 ‘유사’ 선거사무소로 쓰여 선거법 위반이라는 혐의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금속노조 울산지부 등이 즉각 항의 성명을 내어 “표적 수사”, “정치 공작”이라고 규탄했다.


이는 누가 봐도 새누리당 후보 윤두환의 지지율이 추락하는 상황을 만회하려는 정치 탄압이다. 윤두환이 국회의원일 때, 보좌관 월급을 가로챘다는 의혹이 터져 곤경에 처했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으로, 노동운동의 선거 도전과 선전이 노동자들의 사기를 높여 총선 이후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에 걸림돌이 될까 봐 두려운 것이다.


세 후보는 이런 치졸한 공격에 맞서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선 노동자 투쟁의 정당성을 옹호하고 있다. 계급 투표로 이 후보들이 당선하기를 바란다.


진보·좌파 정치세력들의 공약


민주노총은 이번 총선에 노동운동과 진보·좌파가 공동으로 대응하자고 제안해 총선공투본을 꾸렸다.


총선공투본은 ‘노동개혁’ 반대, 재벌의 사회·경제적 책임 전면화, 노동중심 진보정치 재건을 위한 발판 마련 등을 목표로 구성됐다.


이런 목표들에 동의해 여러 정치·사회단체들은 물론이고,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민중연합당 등의 진보·좌파 정당들도 참여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노총이 지지하는 전략 후보는 6명이다. 앞서 다룬 세 후보 외에도 경북 경주 무소속 권영국 후보, 부산진을 무소속 김재하 후보(민주노총 부산본부장), 대구 달성군 무소속 조정훈 후보(민주노총 대구본부 수석부본부장) 등이 그들이다.(애초 전략 후보 중 하나로 대전 동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이대식 민주노총 대전본부장은 유감스럽게도 4월 8일 더민주당 후보와 단일화하고 사퇴했다.)


당선이 현실적 목표는 아니지만, 새누리당 강세 지역에서 박근혜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노동운동의 대의를 대변하는 세 전략후보들의 헌신도 훌륭하다. 이 후보들이 모두 선전해 새누리당에 향후 노동자 투쟁의 경고장을 제대로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이들을 포함해 민주노총 후보 23명과 민주노총 지지 후보 28명, 그리고 전국 곳곳에서 진보·좌파 정당 네 곳과 무소속 진보·좌파 후보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선전


이런 후보들에게 박근혜 정부에 대한 대중적 반감과 주류 야당들에 대한 실망은 기회가 되고 있다. 특히, 정의당이 많은 수혜를 얻고 있다. 지난 2년간 세월호 운동과 노동운동의 도전과 일부 좌파와의 통합 이후 당원도 늘고 지지율이 올랐다.


특히 “노동개혁”과 테러방지법 등 민주적 권리 침해에 반대하는 등 운동의 요구를 대변해 지지율이 확연히 상승세를 탔다. 정의당은 평균 3백만 원 월급 시대를 만들겠다며 임금과 복지 향상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지역구에선 심상정 대표(경기 일산 고양갑)와 노회찬 전 대표(경남 창원성산)가 당선이 유력하다. 비례에선 당초 2~3명이 목표였는데, 지금은 4~5명으로 기대치가 올랐다.


비례 2명을 포함해 총 11명이 출마한 노동당은 기본소득 30만 원 지급,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같은 핵심 정책을 부각시키고 있다. 노동당은 이를 위해 재벌 증세를 하자고 주장한다. 세월호 참사 직후 “가만히 있으라” 행진을 주도해 운동 건설에 일조한 용혜인 씨와 알바노조 초대위원장이기도 한 구교현 당 대표가 비례 후보로 나섰다.


진보당을 주도한 자민통계 일부는 총선을 앞두고 민중연합당을 건설했다. 민중연합당의 창당과 총선 출마는 박근혜의 종북몰이 마녀사냥이 제대로 안 먹혔음을 보여 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지역 활동 경험이 많은 민중연합당은 서울, 경기, 광주, 전남에 지역 후보가 많이 출마했다.


녹색당도 정당지지율 면에서 비교적 선전하는 듯하다. 김진숙 씨 같은 좌파적 노동운동가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녹색당은 기본소득과 탈핵화 등을 부각시키고 있다. 기후정의운동에 앞장섰던 이유진 후보(서울 동작갑),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투쟁의 이계삼(비례) 후보 등이 주요 후보다.


이 정당들은 모두 민주노총의 총선 요구안을 지지했다. 민주노총 후보, 지지 후보를 포함해 네 정당 모두의 선전을 바란다.


아쉬움


물론 이 정당들이 노동계급의 진보·좌파적 가치를 대변하는 데서 아쉬움도 있다.


정의당 지도자들 일부는 태극기와 애국심 마케팅을 펴는 등 보수층을 지나치게 염두에 둔 선거운동을 펼쳤다. 이런 태도는 자칫 우파에게 자신을 심어줄 수 있다. 또한 인천에서 제주 강정마을 진압을 지휘한 윤종기와 단일화 경선을 하는 등 진보의 가치 기준에 어긋나는 후보 단일화를 추구한 것도 문제적이다.


민중연합당은 이주민,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 차별 극복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사회운동이 줄곧 요구해 온 차별금지법, 고용허가제 폐지 등이 빠져 있다. 역사적으로 스탈린주의 정당들은 이 쟁점들에서 약점을 보여 왔는데(가령 프랑스 공산당이 “위대한 프랑스” 운운하며 식민 정책과 이주자 차별을 정당화한 사례나 성소수자를 천대한 전통), 그런 전통과 연관이 없기를 바란다.


좌파적 개혁정당인 노동당의 경우, 이주민 공약에서(나쁘진 않지만) 고용허가제 폐지 문제 등을 누락시켜, 이 쟁점에서 주류 사민주의를 추구하는 정의당(고용허가제 폐지를 공약함)보다 취약한 것은 놀랍고 아쉽다.


녹색당의 기본소득 공약은 노동자들, 특히 청년 노동계급이 좋아할 만하지만, 이를 위한 재원 확보를 위해 보편 증세를 해야 한다는 공약은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


※ 온라인 기사 ‘좌파는 정의당에 투표하지 말아야 하는가?’도 함께 읽어 보십시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2월말 조합원 여론조사를 근거로 4·11 총선 정당투표에서 통합진보당에게 집중 투표하자고 결정했다. 
 
정당 비례 투표는 지지율만큼 의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지지도가 더 높은 정당에게 집중 투표하는 것이 더 효과적으로 비춰질 법도 하다. 특히 진보신당은 3퍼센트 득표 여부가 불확실해서 사표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상대적으로 유력한 정당을 지지해 키우지 않으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에 대한 배타성(지지 배제)마저 무너져 정치적 실용주의가 만연할까 하는 일부의 두려움도 이해는 한다. 이석행, 이상범 같은 사례가 있기도 하다.  
 
이런 현실적 고려를 이해한다 해도, 진보정당이 둘로 나뉘고 재통합에 실패한 상황을 반영해 배타적 지지 정당을 결정하지 않았던 민주노총이 집중 투표 정당으로 특정 정당을 선택하는 것은 무리하고 위험한 결정이다. 
 
대부분의 지역구에서 통합진보당이 지지하는 야권연대 ‘단일’ 후보를 민주노총이 지지하기로 한 마당에 정당투표마저 진보신당을 배제한다면, 그것은 사실상 통합진보당을 배타적 지지 정당으로 결정한 것으로 비춰질 것이다. 
 
물론 20만 명이 넘는 조합원에게 여론조사를 해서 결정하려한 것은 나름 이런 정황을 반영하려 한 것으로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선거적 실용주의보다는 노동자가 단결해서 투쟁하는 것, 그 속에서 노동자 진보정치를 구현하자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정신이다.(아래 박스 참조) 
 
상대적으로 지지가 적지만 진보신당도 민주노조운동에 기반한 진보정당이고 조합원 여론조사에서도 20퍼센트(약 4만 명)나 지지를 받았다. 게다가 진보신당의 비례후보 1번은 민주노총 조합원이다. 

이런 조건에서 진보신당 당원이거나 호의를 가진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다른 정당에 투표하라는 것은 사실 비현실적이다.
 
이런 이유로 진보신당을 민주노총 지지 대상에서 사실상 배제하는 것은 불필요한 불신과 반목을 불러올 뿐이다. 이미 반대파에서 “ARS조사에서 ‘조사에 응하고 싶은 조직과 조합원’만을 대상으로 표본을 취합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런 반목은 언론 파업 등에서 단결해 연대 투쟁을 건설하는 데서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보수 우파와 신자유주의 지지 정당을 지지 대상에서 배제하는 ‘배타성’은 유지하면서, 진보정당들(통합진보당·진보신당·녹색당) 가운데서 단위노조나 조합원들이 자율적으로 지지 정당과 후보를 결정하도록 맡기는, ‘진보 다원주의’ 방침을 정당 집중 투표에서도 유지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민주노총은 중집의 통합진보당 집중 투표 방침보다는 ’배타적 진보 다원주의’로 단결을 유지해 당면한 투쟁, 예고된 하반기 투쟁을 강화하는 것이 옳다. 단결한 정치투쟁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에 부차적인 선거 지지로 분열을 재생산하지는 말자. 


잠시 이 시대에 필요한 진보정치의 재구성에 관해 살펴 본다. 

내가 보기에 진정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출발은 노동자들의 투쟁을 정치화하는 것이어야 한다. 독자적 선거정당은 그런 정치투쟁의 논리적 결과물인 것이다. 

이런 해석이 다소 이상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오늘날 [세계적으로도 그렇지만] 한국 진보운동의 문제가, 이상이 넘쳐서인지, 이상을 더는 추구하려 하지 않기 때문인지는, 최근 통합진보당의 난맥상이나 민주노총의 어려운 처지를 보면서 어렵지 않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 글을 보시오. ☞ 바로 가기)

일부는 최근 통합진보당의 혼란상을 당권파인 경기동부연합의 패권주의 문제로 덮어버리려는 듯하다.

그러나 
 패권주의가 문제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패권주의가 무엇을 밀어붙이고 있는가를 봐야 한다. ‘묻지마 야권연대’로 드러나는 인민전선 전략을 밀어붙이면서 진보정치의 정책과 가치, 원칙, 투쟁을 우경화시키는 것이 진짜 문제다. 

그런 면에서 나도 이정희 대표가 잘못했고, 후보 사퇴를 해야 한다고 보지만, 득표에 해가 되기 때문인 것은 부차적인 이유라고 본다.

야권연대를 위태롭게 하기 때문에 사퇴해야 한다는 것은 완전히 헛소리다. 민주당의 과거를 뒤지지 않더라도 지금의 공천과 정책, 단일화 경선 불복 사태를 보면, 이런 당과의 ‘묻지마 단일화’ 자체가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지금 민주당은 진보정당 죽이기라는 우파의 공격(민주당 길들이기)에 부화뇌동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궁극으로 의회주의(선거와 의회 입법 협상을 정치의 전부로 보는 경향) 경향, 의회주의를 강화한 야권연대 우선 노선이 결합하면서 강화된 당선제일주의가 진보의 가치(와 기준)를 민주당이나 새누리당 수준으로 타락시키는 악순환을 낳을 것이라고 본다.

문제는 거기에 있는 것이다. 이정희 대표 선본의 잘못은 잘못된 야권연대의 덫에 걸려 꼼수를 쓰려 한 것, 그것을 피장파장론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긴 무뎌진 진보의 도덕성에 대한 감수성에 있었던 것이다. 후보 사퇴는 이를 바로 잡는 수순의 출발점일 뿐이다. 

그런 원칙에 찬 결기가 있어야, 진정으로 우파의 진보정치 죽이기에 계속해서 강단있게 맞설 수 있고, 설사 당장 뒤로 밀리더라도 버티고 회복할 수 있는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보통 온건 개혁주의자들은 명분이냐, 실리냐 하면서 잘못된 선택지를 제시하는데, 가진 걸 지키려고 하는 보수정치는 그런 구분이 있을 수 있어도, 맨손으로 출발하는 진보정치에게는 명분이 곧 실리다, 즉 명분을 잃으면 실리도 없다. 자기 존재를 정당화하는 명분을 잃고 지키는 실리의 실체가 뭐겠는가. 그것은 굴복이고 배교다.

경제 위기가 지속하고 제국주의간 갈등이 표출되는 이 시대에 진짜 필요한 것은 국제적·전국적 시야에서 포괄적으로 사회 변혁을 이상과 목표로 추구하는 계급투쟁의 정치학이 아닐까. 

원인의 결과적 현상인 빈곤과 실업에 관해 대증적 요법인 복지 확대에 머물지 않고, 자본주의 계급사회라는 근본 원인을 정직하게 알리고, 그에 맞는 전략과 전술, 정책을 시기에 맞게 적절하게 내놓는 그런 정치 말이다. 

국가의 군사화(제주 해군기지)에 맞서 단지 군인과 경찰 폭력으로 뒤덮인 ‘절차’만이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군사주의와 제국주의에 반대할 줄 아는 그런 정치 말이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투쟁하는 진보정치, 즉 계급투쟁의 정치학을 추구해야 한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