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 대란의 책임은 

진보 교육감이 아니라 박근혜에 있다



<노동자 연대> 166호 | 발행 2016-01-27 | 입력 2016-01-27


박근혜는 1월 2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강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중앙정부가 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지급을 거부해 일어난 파동에 대해서도 예의 그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


박근혜는 “누리과정 지원금을 포함한 2016년도 교육교부금 41조 원을 시·도교육청에 전액 지원했다. 시·도교육청이 받을 돈은 다 받고 써야 할 돈은 안 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근혜가 말한 지방교육교부금 41조 원은 교육교부금법이 정한 비율(내국세의 20.27퍼센트)에 따라 자동으로 설정된 액수다. 문제는 이 비율이 박근혜가 무상보육을 공약한 2012년 이전에 정해진 비율이라는 것이다.


만 5세까지 무상보육은 대통령 후보 시절 박근혜의 ‘공약’이었다. 보육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것은 출산율을 제고하겠다며 이명박 때 (박근혜의 동의 하에)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따라서 새로운 사업을 추가하면서 그에 따라 더 지급해야 할 예산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바로 중앙정부, 즉 박근혜 정부다. ‘배신의 정치’로 심판 받아야 할 장본인은 정작 박근혜 자신인 것이다.(그래서 박근혜에게는 ‘유체이탈 화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마 최근의 정치적 갈등을 박근혜와 대화로 풀어 보려는 사람이 있다면 장담컨대 반년도 못 가 홧병으로 쓰러질 것이다.)



보육 대란과 임금 체불


사실 (지방재정법 시행령까지 고쳐 가며 무상보육 책임을 지방정부와 교육청에게 떠넘기려는) 박근혜의 요구대로 하려면, 각 시·도교육청이 다른 교육·복지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 ‘형 급식 뺏어서 동생 보육비 주라는 말이냐’라는 항변이 나온 이유다. 대부분의 진보 교육감들이 중앙정부의 책임 이행을 요구하며 무상보육 예산 편성을 거부해 온 이유다.


지난해에도 같은 사달이 났지만 당시 각 교육청들이 지자체의 협조를 얻어 예산을 편성했다. 당장 보육 대란을 두고 보기 힘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올해마저 이런 식이면 중앙정부가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하지 않는 것으로 완전히 굳어질 수 있어 노동계와 진보진영은 지자체(교육청)들이 예산을 배정하지 말고 정부 지원을 받아 낼 것을 요구해 왔다.


이러다 보니 일부 지역에서는 애초 교육청 소관인 유치원 무상보육 예산까지 막히고 있다. 지방의회들이 형평성을 이유로 유치원 예산도 승인을 (새누리당이 다수인 곳에서는 보복성으로, 야당이 다수인 곳에서는 압박용으로)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아무 죄 없는 보육교사들의 1월치 임금이 대량 체불될 상황이 됐다. 박근혜의 몽니 탓에 교사와 학부모(대다수는 노동계급인) 모두 고통을 겪는 것이다.(아마 일부 지역들은 편법으로 1, 2월치 예산을 지급할 듯하다.)



교육 개혁


사실 이날 박근혜의 관련 발언은 앞뒤도 맞지 않았다. “[누리과정을 시·도교육청 예산으로 편성한] 시·도교육청에 대해서는 3천억 원의 예비비를 우선 배정”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쓰라고 준 돈을 썼다고 상을 준다니 황당할 따름이다.


물론 ‘인센티브’를 빙자한 박근혜의 협박에는 “교육 개혁”의 의도가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박근혜의 “교육 개혁”은 수익성 논리와 기업들의 수요에 걸맞도록 교육 재편을 가속하는 것이다.


1월 20일 정부 합동 업무보고에서 교육부는 “지방교육재정 개혁”을 위해 “재정평가 인센티브 비율 상향 조정” 등으로 “지방교육 재정의 효율성과 책무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수익성 논리로 재정평가가 진행되면, 예산을 먼저 더 많이 확보하려는 교육청 간 경쟁은 교육 노동자들의 임금, 학생 정원, 교육 복지 등을 삭감하도록 압박할 것이다.


여기에는 진보 교육감들을 견제하면서 무상급식과 보편적 복지 확대 같은 진보적 의제가 2010~12년 때처럼 선거에서 부각되지 않도록 하려는 책략도 숨어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진보 교육감들은 물러서지 말고 정부 예산 편성을 촉구하며 계속 싸워야 한다.



복지는 긴축, 기업은 부양


이런 공격은 박근혜 정부의 전반적인 신자유주의적 긴축이라는 경제 위기 대응 기조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그 내용은 기업주와 부자를 위해 노동자를 쥐어짜는 것이다.


박근혜는 긴축을 이유로 기초연금 20만 원 지급 공약을 파기했다. 필사의 전투를 벌여 공무원연금도 삭감했다. 돈이 없다면서 부자 증세는 한사코 거부해 왔다. 기업 지원도 활발했다. 최악의 전월세 대란 속에서도 공공임대주택 공급보다는 부동산 경기 부양에 더 열을 올렸다.


최근 자체 예산으로 감당할 수 있다는데도 ‘퍼주기 포퓰리즘’이라며 성남시의 청년배당 같은 작은 복지마저도 비난·방해하거나, 대상 규모도 액수도 초라한 서울시의 청년 지원을 정부가 소송까지 제기한 일들을 보면, 박근혜 정부는 이런 신자유주의 긴축을 지방정부에게까지 강요하려는 것을 알 수 있다.(그러나 지난해 무상보육 예산 지급 거부로 정작 지방교육청의 빚은 더 늘었다.)


배신을 그토록 싫어하는 박근혜가 자기가 약속한 무상보육을 자기 손으로 흔드는 것이 단지 개인의 ‘혼이 비정상’이라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박근혜의 무상보육 ‘먹튀’에 항의하는 것은 경제 위기 고통전가 공세에 반대하는 일과 연결된다. 노동운동과 좌파는 ‘노동개혁’ 저지 투쟁을 건설하면서 박근혜의 무상보육 예산 책임 외면에도 반대해야 한다.




긴축에 반대하고, 부자 증세를 통한 복지 확대를 요구하자


 

정부는 경제 위기 때문에 기업과 개인들의 소득이 줄어 정부의 세금 수입도 따라 줄기 때문에 국가 지출도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 재정적자를 줄이라는 압력은 그리스에서 보듯, 국제적인 자본들의 요구이기도 하다.)


경제 위기에는 국가지출의 필요가 오히려 더 커지므로 여전히 소득과 자산이 많은 기업과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어 복지 지출을 늘릴 수도 있는데, 박근혜는 일관되게 (부자) 증세를 거부해 왔다.


이는 박근혜가 이윤율이 낮아져서 투자 외 지출(세금, 임금 등)을 줄이려는 기업주들의 요구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노동개혁’의 목적도 기업들이 임금비용을 낮출 수 있게 해 주려는 데에 있다. 1997년 경제 위기 이후 역대 한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법인세를 삭감해 온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따라서 박근혜가 지향하는 긴축 정책은 단순한 재정 아껴쓰기가 아니라 친기업적 이윤 보전 정책이다. 이 말은 국가의 지원과 지출이 모두 삭감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 정부는 전임 정부들과 마찬가지로 기업과 부자를 위한 경기 부양과 구조조정을 위한 지원에는 돈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도리어 노동자에게는 증세하면서 복지를 삭감해 왔다.


그러나 경제 위기일수록 책임 전가와 소득 하락 때문에 빈곤과 불평등은 심해진다. 이야말로 노동계급과 피억압 민중에게는 ‘안전’의 위기다.


이를 해결하려면 오히려 복지를 확대해야 하고, 그 재원은 당연히 위기를 유발한 책임이 있는 기업주들과 부자들이 져야 한다. 위기의 책임 소재를 묻는 것을 어렵게 하는 보편 증세가 아니라 부자 증세를 통해 복지를 늘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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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취임 반 년 만에 ‘존재의 이유’를 확실히 과시하고 있다. 박근혜는 917일 반박근혜 진영에게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도 협박했다.


재벌과 부자들, 국정원과 검·, 조중동 따위들만 “국민”이자 “국정동반자”로 여기는 박근혜의 이 말은 정치적 반대자들에게 주먹을 휘둘러 답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926일 검찰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을 형법상 내란 음모·선동과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심지어 통합진보당의 해산청구까지 밀어붙이려 한다. 이 사건은 무엇보다 국정원이 정치의 전면에 나섰다는 점에서 매우 상징적이기도 하다.


23일에는 고용노동부가 15년간 합법노조였던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들겠다고 압박했다. 저항에 밀려 몇 달 미뤘던 밀양 송전탑도 10월부터 강행하겠다고 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을 다룬 KBS <추적 60>을 징계하려 한다.


심지어 국정원게이트 진실의 10분의 1이나 캤을까말까 한 수사조차 못마땅해 검찰총장 채동욱을 찍어냈다. 전 국정원장 원세훈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한 ‘괘씸죄’ 탓일 게다.


이런 정치적 반동 속에서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도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는 20만 원 기초연금 공약을 철회한 것도 모자라 도리어 국민연금 가입 노동자들이 손해를 보는 개악안을 내놨다. 반값등록금, 고교의무교육, 무상보육이 모두 같은 운명이 될 처지다.


이런 복지 후퇴를 재정 부족 때문이라며 호시탐탐 노동자 증세를 노리면서도 “법인세는 높이지 않는 것이 나의 소신”이라는 것이 박근혜다.


고용노동부는 삼성전자서비스 위장도급을 합법이라고 판정해 노동자들을 우롱했다. 철도 민영화, 노동자 증세, 공공부문 임금 삭감 등 각종 개악 조처들이 줄줄이 발사대에 올라있다.


이런 움직임을 보면, 국정원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건을 터뜨린 828일에 박근혜가 재벌 총수들과 만나 “국정 동반자”라며 손을 잡은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박근혜는 권위주의 체제의 통치 이념이던 “반공”과 “성장”을 국가적 기치로 다시 자리매김하고 싶어한다


이는 반공 국가주의를 앞세워 ‘보수대연합’을 공고히 하면서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본격화하겠다는 뜻이다. 북핵 위협론 등을 활용하며 쇼비니즘적 애국주의도 조장하려 한다.(간만에 국군의 날 퍼레이드가 대규모로 치러지는 것도 시사적이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집권당 실세 김무성이 “역사전쟁”을 선포하고는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우파정권이 집권해야 한다”며 우파 결집을 호소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사실 역사·경제 교과서의 ‘좌편향’을 10년 전부터 문제 삼아온 선구자는 바로 재벌 총수들 모임인 전경련이다교육부에 시정 요청을 줄기차게 한 것으로도 모자라, 2006년에는 ‘경제교과서’를 자체 발행했다. 교학사 책의 베타 버전 격인 2008년 ‘대안교과서’ 제작을 후원한 것도 전경련이었다. 


이들은 자본주의 위기의 시대에 자본주의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사람들을 ‘세뇌’하고 싶어한다. 따라서 자신들이 한국 자본주의를 만들고 지배해 온 방식, , 친일과 독재, 부패와 초착취를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한국사를 새로 쓰고 싶어하는 것이다.


박근혜는 이런 책을 교과서로 인정해준 것도 모자라 뉴라이트 역사왜곡 대장격인 유영익을 국사편찬위원장에 임명했다. 그는 ‘위안부=해외 취업’이라고 말하는 자다.


요컨대, 경제·안보 위기 속에서 지배계급은 보수화하고 있다. 1987년 이후 노동운동의 성장으로 쟁취한 민주적 권리들을 공격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해산 시도와 전교조 법외노조화 시도가 대표 사례다.


그러나 이런 반동의 진정한 의도와 함께 그 약점과 모순도 봐야 한다.


노동운동의 조직은 여전히 건재하고, 복지 먹튀와 노동자 증세 사기극은 광범한 불만을 낳고 있다. 검찰과 청와대의 갈등에서 보듯 저들 내부에서도 반동의 속도와 강도를 놓고 갈등이 있다. 측근이라던 진영이 제발로 친박 진영을 이탈한 건 박근혜에겐 불길한 징조다.


반공주의의 부활이 반공국가의 부활은 아니라는 것이고, 지나친 낙관과 비관 모두 경계해야 한다는 말이다. 


정치적 차이를 넘어 함께 힘을 모아 민주적 권리를 방어하는 대중투쟁 건설에 나서야 한다. 여기에 복지 후퇴, 노동자 증세, 밀양 공사 강행 등에 밎선 분노들이 한 데 모이도록 정치적 초점을 제공하려 노력해야 한다. 백기투항하듯이 국회로 복귀해 박근혜 돕는 결과만 내고 있는 허약한 민주당에 의존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바로 이 과제들에서 운동이 약점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의 공격에 제대로 맞서려면 우리 편의 분열과 약점을 극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런 과제들은 자본주의 우선순위에 도전할 태세가 돼 있는 좌파들이 가장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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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세론이 ‘박근혜 필패론’으로 바뀔 조짐을 보이면서 집권당이 자중지란에 빠져드는 듯하다. 


인혁당 사건 관련 발언 이후 반우파층이 결집하며 지지율 1위를 추월당하고 일대일로는 문재인에게도 뒤지는 상황이 한 달 가까이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감 때문에 추석을 앞두고 5ㆍ16과 유신이 “헌법 가치 훼손”이라고까지 ‘양보’했지만, 별무효과다. 박근혜는 정작 인혁당 문제 사과를 건의한 당 대변인 홍일표를 잘라냈고, ‘사과’ 당일 부산에 내려가 말춤을 추면서 [맘 없는 사과로 생긴] ‘스트레스’를 풀었다. 



참여연대 페북에서 퍼옴.



그래서 10월 4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선 당 전면 쇄신과 친박 측근 총사퇴 등이 거세게 제기됐다. “[박근혜가] 머리 풀고 몸뻬라도 입고 나올 정도로 변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친박들의 반발 때문에 이런 쇄신도 어려울 뿐 아니라, 대선을 코앞에 두고 섣부른 ‘쇄신’ 시도가 오히려 붕괴를 낳을 거라는 위기감도 제기되고 있다.


위기 돌파를 위한 외연 확대 차원에서 끈 떨어진 동교동계 한광옥을 영입했으나, 앞서 영입한 안대희가 “무분별한 비리인사 영입은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같은 날 또 다른 영입인사 김종인은 “경제민주화를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당은 아무런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 이런 식으로는 일을 할 수 없다”며 결별을 암시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친박 측근들의 골프 회동과 선거 돈 살포 추문에 박근혜 사촌들의 부정축재 의혹까지 줄줄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총체적 위기 시점에서 박근혜가 직접 건의까지 한 무상보육 정책에 이명박 정부가 어깃장을 놓고, 내곡동 특검 임명을 거부했던 것도 의미심장하다. 


새누리당은 내곡동 특검에 대해 청와대 편을 들면서도 이명박이 특검을 거부하면 생길 파장에 곤혹스러워했다. 


이런 혼란과 동요는 이명박의 레임덕과 박근혜의 딜레마가 겹쳐진 결과다. 


박근혜의 우파적 본질로 말미암은 [지지율 확장성의 한계 때문에] 중도적 외연 확대가 필요하지만, 성공 가능성이 너무나 작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파 결집에 조금이라도 균열이 생기면 안 되므로 이명박을 내칠 수도 없다. 


이런 모순과 한계 때문에 박근혜는 그동안 우파 결집과 중도적 외연 확대 사이에서 동요해 왔고, 이명박과도 확실한 차별화를 못 하고 줄타기를 해 왔다. 


그런데 수도권과 청년세대 사이에서 반우파 정서가 커지고 결집하는 것을 놔두면 [우파 결집도 흔들리면서] 대세론은 무너지게 된다. 투표 시간 연장 제안을 결사 반대하듯이, 젊은 층이 투표소로 몰려오면 ‘멘붕’하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베드로가 예수를 배반한 것처럼 아버지를 부정”했지만, 그럼에도 베드로가 그랬던 것처럼 박근혜도 박정희의 사도이길 포기한 것은 아니다


결국 박근혜의 모순과 위기는 박근혜가 그 정체성 탓에 우파적 기반과 결코 단절할 수 없다는 데서 비롯하는 것이다. 그만큼 노동계급 청년세대 중심으로 기층의 반우파 정서가 강력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진보진영은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박근혜 필패론’을 더욱 가속화할 공격과 행동에 더 박차를 가하며 독자적 대안을 건설해야 한다. 


※ 이 기사는 약간 축약해 <레프트21> 90호에 실렸습니다.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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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복지국가는 양보가 아니라 투쟁으로 가능


오늘(12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보편적 복지와 6·2 지방선거”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각주:1]

제가 볼 때 이 토론회를 특징짓는 주요 쟁점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지금 '개발'에서 '복지'로 사회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둘째는 재원 마련을 어떻게 할 것이냐 였습니다.
셋째는 보편주의 복지와 선별주의/잔여주의 복지와 관계 문제였습니다.


조원희 국민대 교수는 10년 넘게 급진 신자유주의가 기승을 부린 한국사회에서는 위기를 계기로 진보와 복지 쪽으로 반전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니다. 

고양에서 온 엔지오 활동가는 지방선거 공약 공모를 했는데, 예년과 달리 개발 공약은 없고 삶의 질과 관련된 공약이 다수였다고 증언했습니다. 이를 두고 사회자인 이상이 교수는 고양은 중산층 도시이므로 고양의 변화는 중산층의 변화를 보여준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겨레> 이창곤 기자는 최근 <한겨레>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지지 정당과 관계 없이 보편 복지를 바라는 여론이 다수였다고 밝혔습니다.(곧 기사로 나온답니다)

올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이 주요 선거 이슈가 되고, 전면 급식을 지지하는 여론이 압도적인 점과 그래서 민주당까지 나서는 걸 감안하면, 확실히 변화가 있는 듯합니다.

그동안 10년 가까이 위기의 깊이와 폭이 더 커졌다는 방증이라 봅니다. 보편적 복지국가를 지지하는 사람으로서 어쨌든 반갑고 힘이 되는 토론이었습니다.

둘째, 재원 문제는 누구나 중요하다고 인정했지만, 이번 선거 공약과 관련해서는 속시원한 해답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민주당 발표자(추경민)는 아동수당을 예로 들며, 만1세까지 주는 걸로 공약을 짰다고 밝혔습니다. 재원 때문이죠. 아울러,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가 내세운 무상급식·무상보육을 하려면 중앙정부가 떠안아야 할 몫이 있는데, 이를 거부할 경우 지방정부로선 난처해 진다고 말했습니다.

진보신당 발표자(장석준)는 역시 재원 문제 때문에 아동수당을 만 3세까지 주는 걸로 공약을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건강보험도 보장성을 올리되, 재원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이를 위해 보험료를 함께 올리는 계획을 내놨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노동당 발표자(고영국)는 아동수당 지급 연령을 만12세까지로 하겠다고 했지만, 대신 액수는 적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습니다. 기존 예산에서 조정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겁니다. 다만, 제도 도입에 상징적 의미를 더 두자는 차원에서 연령만 과감하게 올렸다는 겁니다.

저는 민주당 쪽의 설명을 들으며, "결국 제대로 하겠다는 의지보다 당선도 되기 전에 한나라당 때문에 하기 힘들다는 알리바이부터 대는구나" 하고 있었는데!! 뒤이어 발제한 진보정당 정책 담당자들도 별로 다르지 않았습니다.

더 아쉬운 것은 민주당의 책임회피식 자세를 비판적으로 언급하지도 않았다는 겁니다. 심지어, 조원희 교수 등이 복지를 주장할 진보정치세력이 그동안 제로베이스에 있었다는 듯이 주장했는데도 반론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두 진보정당은 모두 부자 감세를 철회하고, 누진적인 증세를 해야 한다는 정책을 갖고 있습니다. 4대강 같은 토건 예산 가운데 상당액을 복지 예산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아동수당이란 것도 애초에 없던 것이므로 뭐 두 살이든 열 살이든 크게 문제될 것은 아닙니다.

제가 우려한 건 복지제도 요구에 접근하는 이들의 관점입니다. 복지 요구에 재원 계획을 함께 내놓는 건 당연히 중요합니다. 이유는 그것이 복지에 드는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느냐를 제시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진보진영의 재원 계획에는 부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논거와 요구가 포함돼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재분배일테니까요. 그래서 저들이 돈을 댈 여력이 있다는 것, 그 여분의 돈이 엉뚱한 데 쓰이거나 부자들 호주머니로 들어간다는 점을 선명하게 밝혀야[각주:2] 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주류 집단(관료/언론/기업주 등)에게 책임(수권능력) 정당으로 인정 받으려는 목적이라면 오히려 진보정당의 발목을 잡을 겁니다.

이리 되면, 요구를 실현할 수단으로 재원 마련을 궁리하는 게 아니라, 있는 재원 안에서 요구를 조정하는 식으로 본말이 전도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장석준 씨가 건강보험료 인상과 보장성 강화를 연결하는 설명이 딱 이랬습니다[각주:3].

지금 같은 기업주와 부자들이 금고를 꽁꽁 숨겨놓으려 하고 정부도 재정적자에 민감해지는 경제 위기의 시대에 재원 먼저 걱정하게 되면 제대로 요구를 내걸 수 있을지, 요구를 내걸더라도 제대로 싸울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앞서 살폈듯이 사회 분위기가 바뀌고 있습니다. 이 조건에서 민주당이 무상급식을 지지하는 쪽으로 옮겨온 것인 만큼 진보진영은 여기서 상황을 더 급진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한데[각주:4], 진보 정치세력은 더 온건해지는 쪽으로 상황에 적응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인용했듯이, 한명숙, 유시민 모두 집권 시절 무상급식에 반대했던 양반들입니다. 민주당의 정책 실행 의지를 아직 완전히 믿기 힘들기 때문에 무상급식 하나만 봐도 진보정당의 독자적 구실이 필수적입니다.

그런데 진보 양당은 오히려 반mb 단일화란 명분으로 민주당과 보조를 맞추는 문제에 다들 걸려 넘어져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이 길로 미친듯이 달려가면서 진보의 단결을 내팽개치고, 진보신당은 우왕좌왕 좌충우돌하면서 혼란과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이 두 당의 따로 놀기와 민주대연합 문제로 진보의 동력이 약화된 거죠.

이런 문제들이 복지가 화두인 선거에서 보편 복지 정책의 선두주자인 진보 양당이 거의 두각을 못 나타내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론, 2000년 이후 이번처럼 진보정당의 존재감이 없는 선거는 처음입니다.

한편, 발제자 중 한 분인 인하대 윤홍식 교수는 보편주의/선별주의/잔여주의를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일리 있는 지적이라고 봅니다.예를 들어,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은 보편주의 제도지만, '65'라는 선별 조건을 부과하므로 선별적 보편주의 제도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윤 교수는 보편/선별주의는 조합이 가능하며, 보편주의의 대립물은 선별주의가 아니라 자산조사에 기초해 특정 계층에만 복지를 지급하는 잔여주의 복지라는 겁니다.

잔여주의 복지는 권리로서 복지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굶어죽지는 마라 하고 주는 시혜성 복지 (철학이자 제도)로 오히려 복지의존성(우익들이 말하는 복지병)을 더 강화합니다. 경제적 자활 능력이 생기면 복지 혜택이 사라지니까요.

여기에 '잔여주의'란 용어가 어려워 대중이 쉽게 알아듣지 못하는 불편함이 있다는 이상이 교수 등의 반론 비슷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이에 윤 교수는 선별주의 대응이 효과적일 때도 있는데, 보편주의와 선별주의 관계를 잘못 이해하면 대응을 잘못할 수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장애인에게 (일반인에겐 그닥 필요 없는) 편의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문제가 있습니다.(윤 교수가 말하려고 한 바는 신사회 위험으로 보이는데, 구체적 사례를 들지 않아 그냥 제가 이해하기 쉬운 사례로 들어봤습니다)

고무와 걱정과 유익한 정보를 함께 준 토론회였습니다.

※ 그밖에도 토론해 볼 만한 다양한 쟁점들이 있었는데, 이 한 편의 글에서 다 다루기는 힘들 듯합니다. 늘 그랬듯이 또 한번 미뤄야죠. 출구전략과 보편 복지를 연관짓는 시각도 흥미로웠구요, 복지국가를 사회정책+경제정책으로도 보는 시각도 사회투자론과 연결해 토론해 볼 만한 주제라고 봅니다.

  1. 주최 단체는 참여연대와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지역복지운동단체네트워크, 한국여성단체연합. [본문으로]
  2.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이란 구호는 이런 정신을 반영한 구호였습니다. 이상이 교수가 이 구호를 진보적 잔여주의 구호라 비판하는 것은 왜곡입니다. 민주노동당이 이 슬로건을 내걸었을 때 요구한 것은 부유세를 만들어, 보편주의 복지제도인 무상교육과 무상의료를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본문으로]
  3. 이 계획은 국민들이 선 보험료 인상을 결의하자는 겁니다. 그러나 보험료를 올리는데 다수가 동의해도, 보장성을 높이려면 '보험료 인상 결의'를 무기로 결국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보장성 확대를 위한 '투쟁'을 '보험료 인상'으로 대체하려는 게 이 계획의 핵심으로 보이는데, 결국 투쟁이 필요하다면, 이 계획은 사람들을 설득하는데 모순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본문으로]
  4. 대중적 지지를 받는 무상급식을 민주노총 등의 투쟁 의제로 삼아 대중 캠페인을 건설할지, 아니면 무상급식보다 더 포괄적이고 급진적 요구를 제출할지 하는 논점이 있습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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