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마녀사냥과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은 새누리당 ‘2중대와 같은 비열한 태도를 보였다심지어 진보정당이라는 정의당도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지난 몇 달을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에 항의하며 심지어 부분적으로 장외투쟁까지 벌이던 당들이 정작 국정원이 대놓고 정치 개입과 국내 수사권을 휘두른 사건에 침묵하거나 동조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대표 김한길은 “사실이라면 충격이라며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자기들끼리 토론을 한 것만으로 수사를 받는 것 자체가 부당하고 정의롭지 못한 일이다사상과 표현의 자유야말로 민주주의에서 가장 기본이고 핵심인 가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박근혜 정권의 국정원 ·검찰이 과연 공정한 수사를 통해서 진실을 밝힐 수 있겠는가국정원이나 검찰은 전혀 중립적이고 공정한 기관이 아니다


이는 국정원이 지난 대선 때 저지른 범죄만 봐도 알 수 있다. ‘떡검’, ‘섹검이라는 비난을 받아 온 검찰도 마찬가지다이들은 철저하게 특권 세력의 편에 서 왔다.


최금 검찰총장 채동욱이 사생활 문제로 공격을 당하는 것은 검찰의 정의로움이 아니라, 박근혜와 국정원이 검찰의 온건한 국정원 수사마저 얼마나 불편해 하는지 보여 줄 뿐이다.


그러므로 국정원의 매카시즘 수사에 협조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배신일 뿐이다.


국정원과 통합진보당둘 다 문제라는 양비론도 많다. ‘국정원과 통합진보당은 적대적 공생 관계라는 주장도 있다그러나 잡아 가두는 자와 끌려가 갇히는 자의 거리가 너무 멀다.


국정원은 직원 1만여 명에예산 1조 원을 쓰는 국가 기관이자, 1만 명 이상을 감청하고 불법 사찰하는 억압 기구다이런 무소불위의 국정원과 핍박받는 기층 민중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진보진영의 일부가 서로를 돕고 있다는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사실 우파에게 굴복하는 게 민주당의 특징이자 전통이긴 했다. ‘귀태’ 발언 때도 민주당은 대변인 홍익표를 스스로 쫓아냈다민주주의와 자유를 포기하는 자유주의자들의 이런 한심한 태도는 친자본주의 정치세력의 한계를 보여 준다.


매우 유감스럽게도 진보정당이라는 정의당 지도부가 마녀사냥 광풍에 기회주의적으로 굴복하고 있다


정의당 지도부는 체포동의안 찬성이 “헌법기관의 일원으로서 정치적 책임을 다하라는” 취지라고 했다무소불위의 국정원에게 끌려가 갇히는 것이 어떻게 “정치적 책임이라는 말인가.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헌법을 부정하는 진보는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노회찬 전 대표는 “혁명론과 같은 극단주의는 넘어서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국가권력이 인정하는 사상만 허용하고 체제를 변혁하려는 사상의 자유를 부인한다면그것은 ‘자유민주주의라 부를 수도 없다. 그것은 실질적 자유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발언들은 정의당 지도부가 지배계급 주류에게 자신들이 현 정치·경제 기득권 질서에 진지하게 도전할 의사가 없다는 걸 고백하는 것에 불과하다그러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권조차 지키지 못하는 것이 과연 진보의 자세일 수 있겠는가


박정희도전두환도이건희도정몽구도 자신들의 권력과 이익을 위해서라면 헌법 따위는 언제나 무시해왔다진보는 헌법이 아니라 이 사회의 근본 분단선인 계급을 가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진정으로 민주주의를 확대하고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막아내려면 노동계급의 대중투쟁이 필요하다그러려면 기성체제의 우선순위에 도전하는 사상과 표현결사의 자유를 옹호해야 한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