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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0.10 민노당 당기위에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묻는다


현재 중앙당 웹사이트 메인페이지 공지사항에 올라와 있는 중앙당 당기위의 결정사항(중앙당기 제11-02-0902 호 (경북도당당기위 제11-01호)) 중 일부입니다.


우선 제소 사유를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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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소인은 민주노동당 경북도당 경주시위원회 운영위원회(이0춘 위원장 외 운영위원 7명)이고, ... 2011년 6월 27일 피제소인 제명을 요구하며 경북도당 당기위원회에 제소하였다.

이 사건의 배경은 민주노총 금속노조 경주지부 소속인 일진베어링지회가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탈퇴, 상급단체를 변경한데 있다. 제소인은 피제소인이 민주노동당 중앙대의원이라는 당직을 맡고 있으며 금속노조 일진베어링지회에서는 부지회장을 맡고 있는 등 핵심간부로서 민주노조를 사수하고 지켜내는 것이 민주노동당의 강령에 부합되는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노동조합의 조직형태변경(금속노조 탈퇴)을 앞장서서 주도하는 등 민주노동당 간부로써 지켜야 할 당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실추시켰다며, 아래의 징계사유를 들어 제명을 요청하였다.

당규 제7호 제2조의 징계사유 중,

1호 ‘강령의 정신에 현저하게 반대되는 입장의 정당이나 조직의 활동에 지속적으로 공공연히 참가하거나 지원한 경우’

2호 ‘강령과 당헌, 당규 및 당의 결정을 현저하게 위배하는 경우’

3호 ‘당의 명예를 현저하게 실추시킨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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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는데 경북도당의 판결은 당원 자격 정지 2년으로 나왔죠. 그런데 피제소인이 이의신청을 중앙당 당기위에 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제소인들도 수용 의사를 접고 징계 양정이 적다며 이의신청을 했습니다. 


판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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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과 민주노총은 서로 별개의 조직체이며 그 조직체 내부 문제에 대한 징계는 해당 조직 내부에서 해결함이 원칙이라는 점에서, 노동조합이 상급단체를 변경하여 민주노총을 탈퇴하는 경우 그로 인해 다른 민주노총 산하 노동조합에 미칠 영향이 아무리 크고 부정적이라고 할지라도, 당이 당 밖 대중조직의 자체 진로와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까지 정치적 조언과 조력의 범위를 넘어 징계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적절치 못하다고 판단한다. 


이에, 조직변경과 관련된 제소사유는 징계사유 1호 ‘강령의 정신에 현저하게 반대되는 입장의 정당이나 조직의 활동에 지속적으로 공공연히 참가하거나 지원한 경우’나 2호 ‘강령과 당헌․당규, 당의 결정을 현저하게 위배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 

피제소인이 조직변경의 과정에서 보인 상식선을 심히 벗어난 태도에 대해서는 징계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다.


...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당의 명예를 현저하게 실추시킨 경우(당규 제7호 징계규정 제3조 제3호)를 적용하되, 경북도당 당기위가 결정한 자격정지 2년은 너무 무겁다고 보여지므로 이를 감안하여, 주문(직위 해제)과 같이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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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오히려 제소인들에게 다음과 같이 주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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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위원회에 대한 권고사항

... 특히 경주시위원회에서 ‘쪽팔리니 탈당하라’는 등의 발언을 비롯하여 다소 감정적으로 대응한 부분은 피제소인과 일진베어링 소속 당원들에게는 큰 상처로 남을 수밖에 없으리라고 보여진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을 거치면서 일진베어링에는 상당수가 탈당하였지만 기존 82명의 당원 중 아직 50여명이 당원으로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되는바, 이에 중앙당기위원회는 경주시위원회에게 감정적으로 과도하게 대응한 부분을 겸허하게 돌아보고, 이 사태를 신속히 수습하며 피제소인 및 일진베어링 소속 당원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치유와 단합의 노력을 다할 것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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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중앙당 당기위의 결정은 민주노동당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판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민주노동당은 정치적으로 후퇴하며 바뀐 새 강령에서조차 “7~9월 노동자 대투쟁”을 “계승하는 정치세력”이라고 못박고 있다. 민주노조운동의 역사를 아는 이라면, 1987년 7~9월 노동자 대투쟁을 계승하는 노동조합 조직이 바로 민주노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은 이런 민주노총의 정치적·조직적 결의가 바탕이 돼 만든 정당이다. 한마디로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같은 투쟁을 계승하며 노동자운동 조직으로서 역사와 대상이 겹쳐 있는 조직들이다.

이것을 무슨 아파트주민회 다루듯이 별개 조직이라고 말하는 것은 강령과 당의 역사,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 명백하다. 

물론 이는 한국노총이나 상급단체 없는 노조를 배격하는 것은 아니다. 당의 강령과 정체성은 여전히 지역본부 등을 통해 한나라당 등과 유착하는 등 한국노총의 보수성을 비판하고 견제할 때 ‘기준’에 관한 문제다. 


둘째, 최근의 금속노조 작업장에서 벌어진 민주노총 탈퇴는 모두 구조조정을 위한 민주노조 파괴 공작에 따른 것이다. 발레오만도, 유성기업, KEC, 대림자동차가 대표 사례며, 일진베어링도 그 연장선에 있다. 비정규직 없는 공장들이 해고와 징계가 난무한 공장들로 바뀐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노동당은 당론으로 이런 노조 탄압과 구조조정 시도에 반대해 왔다. 당대회 같은 곳에서 별도로 당론을 정하는 과정이 없었던 것은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근친 관계 때문만이 아니라 기업주를 위해 자주적 단결권을 부정하는 일에 반대하는 것은 진보정당으로선 너무나 당연한 입장이라 따로 여론을 수렴하거나 찬반 토론을 붙일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의 결정을 위배한 경우가 아니라고 본 판단 자체가 당론을 심각하게 위배하고 왜곡한 것이다. 

▲ KEC지회가 폭로한 회사 측 상황일지. 아래 쪽에 회사가 국정원으로부터 정보를 얻은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 있다. 출처: 금속노조



셋째, 중앙당 당기위는 오히려 제소인들에게 피제소인에게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관계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는데, 민주노조운동의 흐름에 역행한 사람들에게 분노한 것을 단순히 감정적 대응으로 치부하는 것이야말로 당원들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이다.  

금속노조 경주지부와 노조 자체에서 민주노조 탈퇴 투표를 하면 안 된다고 호소하고 항의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도 이를 뿌리치고 민주노총 탈퇴를 강행한 것이다. 그 어떤 이유도 변명이 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중앙당 당기위를 이런 이들을 엄호했으니 당기위원들이야말로 징계감 아닌가. 



중앙당 당기위의 별개 조직 논리는 어쩌면 사회민주주의적 분업 논리, 즉 정치투쟁은 당이, 경제투쟁은 노동조합이 담당하면서 양 조직의 지도자들이 노동운동 관료로서 서로 비판 않고 암묵적으로 동맹을 맺는 습성에서 비롯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와 사장들의 민주노총 탈퇴 공작은 궁극적으로 노동조건 후퇴와 인력 감축을 위한 걸림돌 제거의 성격으로 노동조합 자체 와해가 포함되므로 서로 침묵할 것이 아니라 서로 도와서 막아야 하는 성질의 것이다.

따라서 중앙당 당기위의 결정은 통상적 당·노조 분업 논리를 넘어서서 노동계급 대중정당으로서 맺는 노동조합과의 관계를 축소하려는 최근의 경향, 선거 공학에 따라 인기없는 노동운동과 거리를 두려는 경향의 발로로 본다.

이번 중앙당 당기위의 결정은 당권파 지도부가 추구하는 인민전선 전략이 당분간 걸어갈 우경화의 경로를 생생하게 보여 줬다. 진보정당의 원칙과 정체성, 현장 투사들의 바람을 저버린 민주노동당 중앙당 당기위원회의 결정을 규탄한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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