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현장에서 싸워야 한다, 

그리고 거리로도 나와야 한다




이윤이 창출되고 분배되는 산업 현장에서 투사들이 팔짱 끼고 있을 수만은 없다.


5월 28일에 일어난 서울 지하철 3호선 도곡역 방화 사건은 시사적이다. 사망자만 1백92명이 발생한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사건과 본질적으로 똑같은 사건이었다.


달랐던 것은 비상 상황에 능숙하게 대처한 노동자들의 존재였다.


마침 현장에 있던 서울메트로 노동자가 신속하게 초기 화재를 진압했다. 상황을 파악한 기관사와 도곡역 역무 노동자들 역시 일사분란하게 상하행 열차 운행을 중지시키고 안내방송을 하며 승객들을 대피시켰다.


반면, 2003년 대구에선 기관사의 미숙한 대처뿐 아니라 서로 보완해 상황에 대처할 인원 자체가 턱없이 부족했다.


이 사례는 평소에 작업장을 잘 파악하고 있고, 효과적인 매뉴얼에 따라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추고 충실히 훈련한 노동자들이 충분히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 준다.


이런 조건에서는 아무리 못해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각종 민영화 중단과 작업장 안전 확보, 인력 충원,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이 필요하다.


이런 요구들을 내놓고 각 작업장에서 싸우는 노동자 투쟁이 소중한 이유다. 물론 이런 투쟁은 거리의 항의와 병행돼야 한다.



노동자 투쟁이라는 대안이 추상적인가



세월호 참사가 던진 자본주의 체제의 우선순위 문제는 그동안 “돈보다 생명”, “이윤보다 안전”을 외쳐 온 노동자운동의 정당성과 보편성을 보여 줬다.


노동운동이 주력해 온 철도와 의료 민영화 반대, 비정규직 철폐, 작업장 안전 등은 보통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과 떨어져 있지 않다. 이런 요구들은 모두 이윤 체제의 우선순위에 도전하는 것들이다.


노동자들의 이런 요구들은 사회의 보편적 이익을 대변한다. 예컨대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의료 민영화를 막아 내고 일자리를 지켰을 때 공공의료를 방어할 수 있고, 화물 노동자들은 적정 운송료를 보장받을 때 과적, 과속의 위험으로부터 공공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


그러려면, 거리 집회에 참가해 항의할 뿐 아니라 작업장에서 노동계급 고유의 투쟁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 이윤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은 정치 위기를 심화시키고 이윤 우선 정책을 후퇴시킬 수 있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여러 진보정당들이 이런저런 안전 규제 강화 정책을 6ㆍ4 지방선거 공약으로 내놓고 있다. 대부분 필요한 것들이다.


문제는 그것을 실현할 진짜 힘을 가진 아래로부터의 계급투쟁에 바탕을 두는 것이다.



추모와 항의가 정치적이면 안 되는가



정부와 우파는 세월호 참사 항의 시위에 정권 퇴진 구호가 나오거나 노동운동이 참여하는 것을 두고 불순한 의도로 추모 분위기를 “악용”하는 것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이번 참사에서 (조직노동자들은 물론이고) 노동계급의 많은 사람들이 깨달았듯이, 안전 문제조차도 계급적이고 정치적인 문제다. 이윤 체제인 자본주의가 낳은 참극이기 때문이다. 


노동계급과 가난한 대중에게는 이런 사고가 일어날 확률도 높고, 사고가 나면 구조를 못 받을 확률도 높다. 자원을 어디에 먼저 더 많이 배분할지는 노동계급에게 민주주의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미 세월호 참사로 이윤 지상주의 시스템이 정당하냐라는 사회적 물음이 제기됐다.


이런 이유로 한국 사회의 지배자들인 대통령과 재벌, 고위 관료, 집권당(부차적으로는 제1야당도)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안 듣거나 듣는 척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바꾸려면 사회 운영 시스템에 도전해야 하고, 진상을 파헤쳐 기업들과 박근혜 정부의 관련자들과 구호 책임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더 나아가 이윤을 우선해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들이 해결돼야 한다. 그러려면 정치 의식과 운동, 조직 등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야말로 박근혜와 우파에겐 재앙이다. 그래서 항의자들을 이간시키려는 것이다. 조삼모사식 행정 조직 개편이나 특정 제도 찬반 같은 문제로 공적인 논쟁을 제약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진정한 주범들이 책임을 지지 않고 오히려 해결의 주체로 나서는 위선과 뻔뻔함을 자칫 용인해 줄 수 있다. 


우파의 협박에 위축돼, 진실을 외면한다면 계속해서 안전 문제가 해결되지 못할 것이다. 수십 년간 반복돼 온 대형 사고들이 그 증거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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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취임 반 년 만에 ‘존재의 이유’를 확실히 과시하고 있다. 박근혜는 917일 반박근혜 진영에게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도 협박했다.


재벌과 부자들, 국정원과 검·, 조중동 따위들만 “국민”이자 “국정동반자”로 여기는 박근혜의 이 말은 정치적 반대자들에게 주먹을 휘둘러 답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926일 검찰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을 형법상 내란 음모·선동과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심지어 통합진보당의 해산청구까지 밀어붙이려 한다. 이 사건은 무엇보다 국정원이 정치의 전면에 나섰다는 점에서 매우 상징적이기도 하다.


23일에는 고용노동부가 15년간 합법노조였던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들겠다고 압박했다. 저항에 밀려 몇 달 미뤘던 밀양 송전탑도 10월부터 강행하겠다고 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을 다룬 KBS <추적 60>을 징계하려 한다.


심지어 국정원게이트 진실의 10분의 1이나 캤을까말까 한 수사조차 못마땅해 검찰총장 채동욱을 찍어냈다. 전 국정원장 원세훈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한 ‘괘씸죄’ 탓일 게다.


이런 정치적 반동 속에서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도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는 20만 원 기초연금 공약을 철회한 것도 모자라 도리어 국민연금 가입 노동자들이 손해를 보는 개악안을 내놨다. 반값등록금, 고교의무교육, 무상보육이 모두 같은 운명이 될 처지다.


이런 복지 후퇴를 재정 부족 때문이라며 호시탐탐 노동자 증세를 노리면서도 “법인세는 높이지 않는 것이 나의 소신”이라는 것이 박근혜다.


고용노동부는 삼성전자서비스 위장도급을 합법이라고 판정해 노동자들을 우롱했다. 철도 민영화, 노동자 증세, 공공부문 임금 삭감 등 각종 개악 조처들이 줄줄이 발사대에 올라있다.


이런 움직임을 보면, 국정원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건을 터뜨린 828일에 박근혜가 재벌 총수들과 만나 “국정 동반자”라며 손을 잡은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박근혜는 권위주의 체제의 통치 이념이던 “반공”과 “성장”을 국가적 기치로 다시 자리매김하고 싶어한다


이는 반공 국가주의를 앞세워 ‘보수대연합’을 공고히 하면서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본격화하겠다는 뜻이다. 북핵 위협론 등을 활용하며 쇼비니즘적 애국주의도 조장하려 한다.(간만에 국군의 날 퍼레이드가 대규모로 치러지는 것도 시사적이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집권당 실세 김무성이 “역사전쟁”을 선포하고는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우파정권이 집권해야 한다”며 우파 결집을 호소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사실 역사·경제 교과서의 ‘좌편향’을 10년 전부터 문제 삼아온 선구자는 바로 재벌 총수들 모임인 전경련이다교육부에 시정 요청을 줄기차게 한 것으로도 모자라, 2006년에는 ‘경제교과서’를 자체 발행했다. 교학사 책의 베타 버전 격인 2008년 ‘대안교과서’ 제작을 후원한 것도 전경련이었다. 


이들은 자본주의 위기의 시대에 자본주의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사람들을 ‘세뇌’하고 싶어한다. 따라서 자신들이 한국 자본주의를 만들고 지배해 온 방식, , 친일과 독재, 부패와 초착취를 정당화하는 방향으로 한국사를 새로 쓰고 싶어하는 것이다.


박근혜는 이런 책을 교과서로 인정해준 것도 모자라 뉴라이트 역사왜곡 대장격인 유영익을 국사편찬위원장에 임명했다. 그는 ‘위안부=해외 취업’이라고 말하는 자다.


요컨대, 경제·안보 위기 속에서 지배계급은 보수화하고 있다. 1987년 이후 노동운동의 성장으로 쟁취한 민주적 권리들을 공격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해산 시도와 전교조 법외노조화 시도가 대표 사례다.


그러나 이런 반동의 진정한 의도와 함께 그 약점과 모순도 봐야 한다.


노동운동의 조직은 여전히 건재하고, 복지 먹튀와 노동자 증세 사기극은 광범한 불만을 낳고 있다. 검찰과 청와대의 갈등에서 보듯 저들 내부에서도 반동의 속도와 강도를 놓고 갈등이 있다. 측근이라던 진영이 제발로 친박 진영을 이탈한 건 박근혜에겐 불길한 징조다.


반공주의의 부활이 반공국가의 부활은 아니라는 것이고, 지나친 낙관과 비관 모두 경계해야 한다는 말이다. 


정치적 차이를 넘어 함께 힘을 모아 민주적 권리를 방어하는 대중투쟁 건설에 나서야 한다. 여기에 복지 후퇴, 노동자 증세, 밀양 공사 강행 등에 밎선 분노들이 한 데 모이도록 정치적 초점을 제공하려 노력해야 한다. 백기투항하듯이 국회로 복귀해 박근혜 돕는 결과만 내고 있는 허약한 민주당에 의존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바로 이 과제들에서 운동이 약점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의 공격에 제대로 맞서려면 우리 편의 분열과 약점을 극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런 과제들은 자본주의 우선순위에 도전할 태세가 돼 있는 좌파들이 가장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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