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은 4월 3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진보정치 대통합 방안을 결정했다. 핵심 쟁점은 범야권연합 문제와 북한에 대한 태도 문제였다.

최종 의결된 문안은 “민주당을 밀어주는 ‘묻지마 야권연대’도 안 되고, 반MB한나라당이라는 국민적 요구를 무시하는 범야권연대 원천 부정도 곤란하다”와 “6.15 남북공동선언 정신에 따라 정세와 사실을 고려하여 북을 비판할 수도, 지지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것은 3월 27일 진보신당 당대회 결정에 대한 응답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진보신당은 당대회에서 “북한의 핵 개발 문제, 3대 세습에 반대”하고 “민주당 및 국참당을 비롯한 신자유주의 정치세력과의 ‘연립정부론’은 … 진보정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니다” 하고 결정한 바 있다.

진보신당 당대회 후 언론들은 “진보대통합이 ‘안갯속으로’ 들어가고 있다”(<경향신문>), “빨간불”(<한겨레>)이라고 보도했다. 진보신당의 독자파가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을 결정해서 사실상 진보대통합을 거부했다고 분석한 것이다.

물론 진보신당 독자파가 사실상 민주노동당과 통합을 거부했다고 볼 수 있지만(그것은 안타까운 일이고 지나치다고 보지만), 북한 문제와 연립정부 관련한 진보신당 당대회 결정 자체는 문제 삼기 어려운 점이 있다.

△3월 27일 진보신당 당대회는 진보대통합의 쟁점을 날카롭게 드러냈다. 진보신당의 분열 위기는 역설적으로 공동전선 방식의 진보대연합이 더 단결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진보정당이라면 마땅히 진정한 민주주의를 추구하고 핵무기와 핵 자체에 반대해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북한의 핵 개발과 3대 세습에 반대하는 입장을 문제라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자주파에 대한 ‘종북’ 마녀사냥에 동조하거나 남한 체제에 대한 지지로 나아가서는 안 되겠지만 말이다.

진보정당의 존재 이유가 노동계급의 독립적인 정치 대안을 제시하려는 것에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자본가 정당과의 연립정부를 거부하는 태도도 올바른 것이다.

진보대통합을 위해서 이런 정치적 입장을 후퇴시키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번 진보신당 당대회의 ‘강경한’ 결정은, (독자파가 정치적으로 이질적인 집단이라는 점에서도) 독자파의 정치적 플랜보다는 진보 양당 지도부의 행보가 더 영향을 미친 듯 보인다.(그들의 책임이 더 크다는 뜻)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지난해 6ㆍ2 지방선거 이후로 모든 선거에서 ‘묻지마 야권연대’를 추진해 왔다. 이정희 대표는 민주당과 ‘연립정부’ 구상을 암시하는 발언을 거듭해 왔다.

그래서 전북 전주에서 넉 달째 버스 노동자들이 민주당 소속의 도지사와 시장의 탄압에 맞서 싸우는데도, 민주노동당 중앙당은 민주당에게 단 한마디도 쓴소리를 하지 않았다.

또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북한의 3대 세습에 관해 “북한의 문제는 북한이 결정할 문제”(9.29 대변인 논평)라고만 언급해 실망을 줬다.


진보의 재구성

진보신당 독자파는 이와 같은 민주노동당 지도부에 대한 정당한 우려에 기반해 당대회에서 다수의 지지를 받은 것이다. 진보대통합이 민주대연합의 사전 단계가 아니냐는 의구심도 크다. 

여기에 심상정 전 대표 등 진보신당의 유력 정치인들이 진보운동의 대의와 당원들의 뜻을 어기고 무원칙한 연합정치를 주장하고 비민주적으로 이를 추진하기도 한 것이 반감을 불러 일으키며 독자파의 입김이 커지는 것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배경을 감안해도 진보신당 독자파가 민주노동당 지도부를 핑계로 진보적 대중의 단결 염원마저 외면하는 것은 문제다.

일부는 민주노동당이 더는 진보정당이 아닌 것처럼 주장해 사실상 진보대연합 자체를 반대하는 듯 보인다. 진보신당 정책위 의장은 최근 한 공개토론회에서 민주노동당과의 연합을 “반동 연합”이라고 부른 바 있다. (이런 점에 비춰, ‘독자파’란 호칭은 사실상 민주노동당에 대한 독자파라는 뜻이라고 본다.)


그러나 진심으로 좌파적 의도에서 민주노동당/진보대연합의 우경화를 우려한다면, 진보대연합을 지지하면서 그 속에서 진보대연합이 민주대연합의 사전 단계로 변질되지 못하도록 막는 게 올바른 길이다.

사실 진보신당 독자파 리더들은 “진보의 재구성은 일단 실패”했다는 조승수 대표의 솔직한 고백을 인정해야 한다. ‘종북주의’ 반대만으로 차별화된 실천을 만들 순 없다.

이들은 명망가 중심 정치와 민주노동당 시절 추진했던 사회연대전략(노동자 양보론)을 이어갔지만, 그런 온건 노선으로는 경제 위기 속에서 뚜렷한 대안도, 진보의 재구성도 이룰 수 없었다. 당내 민주주의도 후퇴했다(그것이 지금의 위기를 불러 왔다).

진보신당 독자파는 당대회에서 “2011년 9월 전후 시기까지 …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합의하는 세력들과 함께 새로운 진보정당을 건설”한다는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수용하기 힘든 기준을 제시해 통합 거부의 책임을 민주노동당에게 떠넘기고 사회당 등과 소통합으로 정치적 생존의 길을 모색하겠다는 의도인 듯하다[각주:1]. 그러나 앞의 내 분석에 따르면 당대회로 모아진 여론이 당을 쪼개는 것까지 지지하는 쪽으로 가진 않을 것이다[각주:2].

이런 상황에서 3월 29일 진보대통합연석회의에 참여한 대표자들의 합의문이 문구 그대로 “아래로부터의 ‘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운동”을 불러일으키긴 힘들어 보인다.

진보 양당이 공통점도 많지만, 쉽게 합의하기 힘든 차이가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3년 가까이 독자 정당으로 존재하면서 그 차이는 더 분명해졌다. 이 때문에 <레프트21>과 다함께는 단일 정당 방식이 아니라 공동전선 방식의 진보대연합을 주장해 온 것이다.

각 정치세력의 독자적 선전ㆍ비판ㆍ조직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임금 인상, 복지 확대 등 구체적인 10~20개의 행동 강령을 중심으로 공동전선 방식의 단결체를 만들어 단결하고 투쟁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선거 대안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대중투쟁 건설을 중심 과제로 해야 선거주의적 양보와 후퇴 압력에도 덜 취약할 것이고, 단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진보신당 내 논쟁도 그렇고, 진보대통합이든 새로운 진보신당이든 모두 이 과제가 빠져 있다. 그래서 선거공학으로만 자꾸 흐르게 되는 것이다.

그럴 때 연립정부에 대한 반대 입장을 후퇴시키며 연합하라는 잘못도, 북한에 대한 입장 차이 때문에 연합하지 말아야 한다는 잘못도 피할 수 있다.


※ 이 글은 <레프트21>54호에 축약해 실렸습니다. ☞ 기사 보기
※ 이 글을 보충 설명할 이전의 글 ☞ 진보대통합 논쟁 / 진보신당의 실패와 위기   

  1. 그 점에서 진보신당의 분열 위기는 현실적이다. 통합파도 운신의폭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당장 새로운진보정당건설추진위원장 임명 건이 첨예한 쟁점이 될 것이다. 나는 조승수 대표가 노회찬 전 대표를 임명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논란 끝에 전국위원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본다. 부결은 사실상 결별을 뜻하는데, 정치적으로 이질적인 독자파가 지금 이를 결행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노회찬 전 대표 등 지도자들도 당이 최대한 현재 규모로 통합에 임해야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을 아우르는 태도로 인준을 요청할 것이다. 안건 반려 시도가 있을 듯한데, 현 지도부의 지도력 타격과 통합에 대한 거부를 표출한다는 점에서는 결과가 같다. 아마 독자파가 분열할 것이다. [본문으로]
  2. 그 점에서 독자파의 정파 리더들도 부담이 클 것이다. 조승수 대표 등 통합파가 노회찬 전 대표 임명이라는 강수를 둔 것은 이를 고려해 당 대회 패배를 만회하려 한 반격이라고 본다. 만일, 내 예측과 달리 노회찬 인준 건이 반려되거나, 부결된다면 진보신당은 급속히 분당 위기로 치달을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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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끝난 진보신당 서울시당 위원장 선거에서 한 선본의 웹 홍보물엔 이런 내용이 있었다.

당원들을 만나 다시 활동을 하자고 권유를 하면 대부분 ‘당이 사라지는데 지금 활동을 해서 뭐합니까?’라고 반문합니다. 진보신당은 이제 희망도 미래도 사라져 버린 당으로 보이는 것이 현실입니다.”

정경섭 진보신당 서울 마포구 당협위원장도 최근 <레디앙>에 “얼어 죽고 굶어 죽게 생겨 버렸다. … 진보신당은 사람을 모을 돈도, 사람들의 발과 입으로 내세울 의원도 없다.”고 털어놨다.

진보신당 내부는 이 당의 선거적 성공 가망이 점점 없어진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이에 관해 더 자세한 제 견해는 ☞‘진보신당 논쟁과 대표 선거 ― 실패한 전략 반복하기?’를 보세요.)

존재의 위기감’ 때문에 심지어 분열 걱정까지 나온다. 통합파인 유의선 서울시당위원장 당선자가 당원총투표로 진로를 결정하자는 공약을 낸 것도 이런 맥락인 듯하다.

[현재 당원 모두]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으로 함께 갔으면 합니다. … 가장 걱정하는 것은 ‘그냥 따로 가자’ ‘제 갈 길 가자’는 불신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동당과 절대 함께 못하겠다며 독자 노선을 고집하는 일부 독자파의 태도는 당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사실 <조선일보>와 인터뷰해서 민주노동당을 종북주의라고 비판했던 조승수 대표 자신이 ‘종북파’의 핵심이라던 김창현 민주노동당 울산시당 위원장과 후보 단일화로 당선했다. 진보신당 지방의원 25명 가운데 21명이 사실상 민주노동당과 후보 단일화를 거쳐 당선했다.

독자파가 목소리를 높이지만, 냉정한 당의 현실과는 괴리감이 있는 셈이다. 그래서 정경섭 위원장은 독자 노선은 “그냥 고사되자는 거나 같은 소리”라고 비판한다.  

정경섭 위원장은 “[민주노동당의] 자주파는 적이 아니다.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이 더 많다”고 옳게 지적한다. 진보정당이 차이점을 앞세워 분열할 게 아니라 이명박에 맞서서 공통의 요구를 중심으로 단결하고 투쟁해야 하는 것이다. 

진보신당 당원 다수는 이런 단결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당 선거에서 ‘진보통합정당에 단결해서 참여하자’는 유의선 후보가 절반 가까운 득표로 당선한 것과 통합파 두 후보의 득표 합계가 70퍼센트에 육박한 것은 이것을 보여 준다.

통합파 안에서도 국민참여당 같은 친자본가 정당과도 통합할 수 있다는 최선 후보보다 진보정당 통합이 우선이라는 유의선 후보가 갑절 더 많이 득표했는데, 둘 모두 범야권 선거연합 가능성은 열어뒀다.

유 당선자가 특별히 당원 총투표를 주장하는 배경에는 당원 여론과 달리 당 지도부와 대의 기구에는 여전히 독자파가 많아 대의원대회에서 진보대통합 합류 방침이 통과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분열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당원을 통합진보정당으로 조직하려는 계산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일부 통합파 지도자들이 진보 대중의 진보대연합 지지에 부응하는 수준을 넘어서 민주당과 연립정부를 하는 수준의  민주대연합까지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관련 내 글 보기 ☞ 연석회의 출범 ― 어떤 진보대연합인가)

심상전 진보신당 전 대표는 2012년 대선에서 민주당과 연합해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 전략”이라고 주장한다. 진보대연합의 파트너인 민주노동당 지도부도 민주대연합 노선에 기울어 있다. (한편 민주노동당 지도부 주류가 실제로는 진보대통합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자본가 계급에 기반을 두고 그들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명백한 한계가 있는 민주당과 연합해서 이명박에 맞서겠다는 잘못된 길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도 민주당은 비정규직을 늘리는 직업안정법 개악을 한나라당과 합의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묻지마 통합’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독자파의 일부 주장에 일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장석준 상상연구소 연구기획실장처럼 “범민주당 정권을 복원하는 것이 목표고, … [진보정당] 통합은 단지 그 사전 정지 작업”이라고 단정하며 진보대연합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잘못이다.   

우선 진보신당 독자파의 태도는 일관되지도 않다. 말과 달리 독자파의 “진보정치의 독자성” 원칙은 ‘선거적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달랐다.

진보신당의 독자파 대부분은 지난해 지방선거 때 당선 가능성 있는 후보들의 야권연대에 침묵했다. 장석준 실장도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과의 선거연합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고 있다. 최근 제출한 당발전계획[안]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독자파가 지도부 다수인 진보신당은 민주당이 제안한 4·27 재보선 야권 단일화 협상에 참가했다. 조승수 대표는 민주당을 비판했지만, 그가 서명한 공동 합의문은 “4·27 재보선부터 민주진보진영의 연합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였[]”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독자파들은 민주노동당의 자주파를 공격하기 위한 용도로만 민주대연합을 비판하는 듯한 인상도 준다. 

무엇보다 조 대표가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때 야권공조로 공장에 가 농성 해제 종용에 동참한 사실에 대한 비판을 당내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독자파는 민주노동당과 재통합에 반대한다는 점에서만 일관성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재통합이 자신들이 주도한 분당/창당 프로젝트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싸우는 노동자들과 진보 대중이 바라는 진보대연합은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이나 홍익대 미화노동자 파업 같은 투쟁에서 진보세력이 충심으로 단결해 투쟁을 승리로 이끄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진보의 진정한 민생정치 아니겠는가.

그런 연대와 승리, 단결과 신뢰가 누적돼야 연합 조직을 함께 구성하는 것도 가능할 테고, 더 큰 투쟁으로 갈 정치적 자신감을 얻을 수 있으며, 선거에서 단일한 진보 후보를 내고 지지를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장석준 실장의 말과 달리 다함께처럼 민주대연합에 반대하면서도 이런 투쟁적 진보대통합을 지지하고 추진하는 좌파들도 있다.

실제로 홍익대 투쟁처럼 진보정당과 진보 단체 들이 단결해 연대한 곳에서 노동자들의 사기도 높아졌고 투쟁도 전진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도 진보 양당이 단결한 곳에선 양당 지지율 합계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다.

이런 방침은 국민참여당 등처럼 그 지지층은 탐나지만, 그 지도부는 연합할 만한 가치가 없는 세력들에 대한 태도에도 해법을 줄 수 있다. 기준도 전망도 모호한 ‘가치’가 아니라 실질적 ‘요구’와 ‘투쟁’으로 단결했을 때, 무능한 그 지도자들의 손아귀에서 진보적 대중을 왼쪽으로 끌어올 수 있다.

반대로 그들에게 진보적 색을 칠해 주면서 연합하는 방식으로 하면 오히려 대중에게 그들에 대한 환상을 키워줄 뿐이다.

따라서 단언하건대, 다수 개혁주의 지도자들의 의심스런 행보를 핑계로 광범한 진보 대중의 단결 염원을 거부하는 것은 현명한 좌파의 태도가 아니다. 진보대연합을 지지하고 동참하면서, 그 속에서 진보대연합이 민주대연합의 사전 단계가 아니라 진보진영의 단결과 투쟁에 복무하도록 노력하는 게 올바른 태도일 것이다.

그 점에서 현재 진보신당 내 통합 논쟁에서 빠진 것은 진보대통합의 목적에 관한 문제의식, “진보대통합이 어떻게 계급투쟁을 강화할 수 있느냐” 라고 본다. 어느 파도 선거공학적 관점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집트와 중동의 민중 반란이 보여 주듯이 진정한 개혁을 성취할 수 있는 힘은 아래로부터의 대중 행동에 있다. 진보대연합은 노동자의 단결과 투쟁 건설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런 투쟁 속에서 서로 협력하고 신뢰를 쌓으며 선거에서도 진보 단일 후보를 내야 한다.

한편, 단일한 정당 형태로 통합했다가 다시 당내 경쟁이 격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정경섭 위원장은 “섣불리 통합했다가 다시 분열이라도 된다면 진보정치의 미래는 거의 끝”이라고 걱정한다.

신뢰에 바탕한 단결이 되려면 공통점을 앞세워야 하지만, 차이점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억압돼선 안 된다. 단일 정당 모델은 그 점에서 여전히 위험하다. 분당 경험은 차이점을 더 크고 분명하게 해 놓았다.

따라서 각 정치세력의 독자적 선전, 비판, 조직 활동의 자유가 보장되면서 10~20개의 진보적 행동강령을 중심으로 단결하고 투쟁하는 공동전선 모델이 단결을 위해 더 효과적이다.


※ 이 글은 수정·축약해 <레프트21> 51호에 실렸습니다. ☞ 바로 보기   이 글은 그 기사를 보완해 논지를 더 보충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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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연석회의)’가 1월 20일에 시작된다.

이 회의에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민주노총, ‘진보정치세력 연대를 위한 교수-연구자모임(진보교연)’과 ‘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시민회의)’, 농민단체와 빈민단체 등 8개 단체 대표가 참여한다.

지난해 12월 7일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가 연석회의 구성에 합의한 지 한 달 반 만이다.

합의가 늦어진 표면적인 이유는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2000년대 초반에 ‘반(反)조선노동당’ 슬로건을 내걸었던 사회당의 참여를 껄끄러워 한 것에 있다. 그러나 ‘과거를 묻지 말고 통 크게 연합하자’면서 사회당의 과거를 문제 삼은 것은 앞뒤 안 맞는 행동이었다.

연석회의는 이제 진정한 진보대연합의 초석을 놓는 기구가 돼야 한다. 노동자들의 염원을 받아 안아서 단결과 투쟁의 구심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런데 진보대연합을 민주대연합의 사전 단계로 간주하는 태도가 이것을 가로막고 있다.

우리 지금 만나. 당장 만나. 만나는 것은 필요한 일인데, 만나서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가 진짜 중요한 쟁점이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상반기 안에 진보정당을 통합[해야] … 민주당까지 포함한 야권 전체를 진보진영 주도 속에 이끌고 진보적 정권교체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진보정당 통합은 민주당과 계급연합(민주대연합)을 하려는 과정의 일부라는 것이다.

이처럼 진보대연합을 민주대연합의 부속물로 취급하면, 사실상 핵심 목적은 민주대연합이므로 일관되게 진보대연합을 추구할 수 없게 된다. 민주대연합을 반대하는 좌파들을 진보대연합에 포함시킬 이유도 없게 된다.

이것이 최근 민주노동당 지도부와 자주계열이 취하고 있는 태도다. 겉으로 하는 말과 다른 이들의 소극성과 폐쇄적 태도는 노동계급의 단결인 진보대연합과 자본가 계급과의 연합인 민주대연합은 동시에 추구할 수 없는 모순 관계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보여 준다.

반면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김대중, 노무현 때도 노동자들의 고통은 심화됐다. MB만 악으로 규정하는 게 바람직한가”라며 민주대연합 노선에 의문을 던졌다. 이것은 타당한 제기다.

그러나 진보신당 지도부는 일관성이 없다. 예컨대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점거파업 중단을 종용한 야4당 중재단에 조승수 대표 자신이 포함돼 있었다. 정책연합을 위한 야 4당 정책연구소 모임에도 진보신당은 함께하고 있다.

따라서 연석회의는 민주대연합의 사전 단계로서가 아니라 노동계급 단결과 투쟁을 위한 진보대연합이라는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취지에 동의하는 급진좌파들도 연석회의에 참가할 수 있도록 개방해서 진정으로 폭넓은 진보의 단결을 추구해야 한다. 반면 민주당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국민참여당을 진보대연합에 포함시키자는 주장은 옳지 않다.

단순히 선거 대응만이 아니라 대중투쟁 건설을 위한 진보대연합이 돼야 하고, 이를 위해 해고 반대, 복지 확대, 반민주적 탄압 반대 등 분명하고 구체적인 공동 투쟁의 과제를 중심으로 연합해야 한다.

조직 구조와 운영 방식은 느슨하고 개방적이어야 한다. 진보진영의 단체들 사이에서는 조승수 대표가 제기한 북한 문제뿐 아니라 다양한 쟁점을 두고 정치적 이견이 존재한다. 더구나 민주노동당ㆍ민주노총 지도부와 자주계열의 패권주의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히 크다.

따라서 의견 통일 압력이 큰 단일 정당 모델보다는, 각 단체의 독자성을 보장하면서 단결을 추구할 수 있는 공동전선 모델로 진보대연합을 하는 게 단결에 효과적일 것이다.


※ 이 글은 <레프트21>49호에 다듬어 실렸습니다. ☞ 바로 보기
※ 이 글 이후 상황, 특히 진보신당 내부 논쟁과 관련한 글은 다음을 보시오. ☞ 바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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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 대응 천명 결의안 발의와 전쟁 선동으로 국내 위기 모면 기도 ― 미치광이 정당 한나라당

국회 결의안 찬성, 국방예산 증가 요구 ― 호전적 본질 드러낸 민주당

침묵과 기권 ― 무기력한 민주노동당 / 올바른 표결 ― 진보 체면 지킨 진보신당


1125일 국회가 채택한 ‘북한의 무력도발 행위 규탄 결의안’은 매우 호전적이고 반평화적인 결의문이다.(☞ 호전적 대북 강경 대응은 긴장만 더 격화시킬 것이다)[각주:1] 나는 이 표결에서 오직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만 제대로 된 표결을 했다고 생각한다. 

결의문은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바탕으로 북한의 추가 무력도발행위에 대하여 단호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것”을 주장한다. 사실상 추가 사태 발생시 ‘군사 보복’을 국회가 촉구한 것이다.

북한의 민간인 지구 폭격은 규탄 받아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한나라당과 우익들의 호전주의를 지지할 순 없다.[각주:2]  

한반도에 존재하는 군사 긴장의 장기적 배경에는 미국의 군사적·경제적 대북 압박이 있다미국 오바마 정부는 이번 사건을 빌미로 초대형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 호를 서해에 보낸다는데, 이것은 중국과 북한을 모두 겨냥한 것이다.

최근 서해는 중국을 포위하려는 미국의 전략과 한미연합훈련, 이에 편승한 남한의 대북 압박이 중국과 북한의 반발을 낳으면서 항구적인 군사적 긴장 지대가 돼 왔다. 이와 관련해 남북간 긴장 원인의 한 축인 북한한계선(NLL)은 엄밀히 말해 국경으로서 국제법적 근거조차 없다.(☞ 관련 기사)

북방한계선 NLL은 미국 아이젠하위 정부가 이승만의 북진을 막으려고 그어놓은 북쪽으로 더는 올라가지 말라고 한 선이다. 이 선은 한미연합사의 묵인 말고는 국경으로서 어떤 국제법적 근거도 없다. 북한은 1956년부터 NLL을 국경으로 인정하지 않고 이를 넘어 왔다. 따라서 NLL을 국경으로 여겨 북한이 자기 영토라고 인정하는 곳에서 군사훈련을 하거나 북한 선박을 공격하는 행위도 무력도발이긴 마찬가지다. 북한의 민간인 폭격과 남한의 도발적 군사훈련 모두 중단돼야 한다.

 그런데 그동안 ‘평화’를 내세우며 이명박의 대북 정책 실패를 비난하던 민주당도 이 결의안에 당론으로 찬성했다.

결의안이 열리기 직전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 박지원은 “오늘 아침 비교적 우리 민주당의 주장[평화적 해결 노력]이 언론에 잘 보도가 됐다. … 국방위 통과안[최종 채택된 결의안]을 그대로 본회의에서 의결했으면 좋겠다” 하고 밝혔다.

‘햇볕정책’이나 ‘평화정당’이라는 민주당의 주장이 본질에서는 ‘언론용 선전’에 불과하다는 걸 실토한 셈이다. 실제로 민주당의 실천은 ‘안보 무능’론에 바탕한 우익적 의제로 완전히 기울어 있다. 햇볕이나 냉풍이나 나그네 옷 벗기려는 목표는 같은 것 아니겠나. 

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당대표 손학규는 “이명박 정부가 얼마나 안보에 무능한 정권인지 똑똑히 봤다”고 했고, 박지원은 “민주당은 4대강 예산을 대폭 삭감해서 국방예산을 증액하고, 서해5도 복구 및 국방 강화를 더욱 튼튼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서울시청에서 열려던 ‘청와대 불법사찰 국정조사 요구 및 4대강 사업 반대 국민 집회’도 ‘국민 여론’을 이유로 취소했다. 이 집회를 시기와 연계해 비난한 것은 한나라당과 보수 언론들이었다. ‘안보’ 국면에서 ‘민생과 민주주의’보다 지배계급의 단결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 셈이다.

게다가 국방예산 증가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서 “이명박 정부 3년 동안 대북강경책과 말로는 강력한 안보를 외쳤지만, 정작 국방예산은 증가율이 참여정부보다 줄어들었고 정부의 안보 무능에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하고 주장했다.

사실 저들이 자랑처럼 내세우는 노무현 정부의 ‘국방개혁 2020’ 계획이야말로 민주당의 햇볕정책이 진정한 평화 노선이 아니라는 방증일 뿐이다. 이른바 자주국방 노선군사력 대폭 증강 노선이었다. 국방예산을 큰 폭으로 늘리며 민생 복지 예산을 갉아 먹었다[각주:3].

민주당 정부는 10년 동안 서해에서 두 번이나 사상자를 내는 교전을 치렀고 미국의 대북 압박에 늘 동참해 왔다. 미국의침략전쟁에도 처음부터 파병했다.

민주당은 호전적 본질을 드러내는 와중에도 햇볕정당이란 걸 부각하려고 연평도 주민들의 이주 대책을 마련하는 특별법도 내놓긴 했다. 그러나 이 법은 군사 긴장을 더 높일 “단호한 대응”과 “국방 예산 증가” 주장과 모순된다. 연평도 주민 다 이사시켜 놓고 맘껏 전투를 하자는 얘기인가.

이런 민주당의 태도는 민주당의 계급적 본질을 잘 보여 준다. 이들이 안보 정책 강화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국익은 포장된 지배자들의 이익일 뿐이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대결로 이득을 얻을 노동계급 대중은 없기 때문이다[각주:4].

그래서 그들이 안보를 이유로 이명박 정부에 초당적 협력을 하려는 것은 경쟁하는 북한 지배계급과 대결 국면에서 남한 지배계급의 단결을 추구한 것이다.

그 단결의 결과는 당연히 추악하다. 다른 예산을 줄여서 국방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자들이 같은 날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는 여야 합의로 국회의원 세비는 5퍼센트(14224백만 원) 인상했다.

매우 유감스럽게도 민주노동당 의원단은 이 호전적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지지 않고 기권했다[각주:5].

호전적 보수 우파들의 선동으로 조성된 ‘여론’의 압력에 굴복한 것이다. 이것은 자신들이 그동안 내세워 온 한반도 평화 정책과 실천을 스스로 부끄럽게 만드는 결정이다[각주:6].

친북(종북)정당이란 비판을 피하고자 하는 의도가 컸을 거라 짐작하지만(이해가는 면도 있지만), 상황은 군사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 더 중요한 문제이므로 결단을 했어야 한다[각주:7]. 이 표결은 두고두고 자신들의 정치적 짐이 될 것이다.

민주당과 보조를 맞춘다는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민주대연합 노선도 이런 잘못된 타협에 영향을 준 듯하다.

다행히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는 우파 미치광이들의 광풍 속에서도 용기있게 결의안 반대 발언을 하고 옳게도 반대표를 던졌다.



※ 이 글을 다듬고 축약해 <레프트21>에 실렸습니다. 주소: http://www.left21.com/article/8958
  1. 이 글은 민주당을 주로 다루는 글이다. 링크한 글은 사태에 더 큰 책임을 가지고 있는 집권당과 우익들의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링크한 글과 쌍으로 읽어야 균형잡힌 시각을 갖출 수 있다. [본문으로]
  2. 아마리 미국의 제국주의적 대북 압박이 문제의 배경에 깔려 있다고 해도 민간인 폭격은 불가피한 선택이 전혀 아니다. 그 점에서 민간인을 희생양으로 국내외적 위기를 탈피해 보려는 북한 정권의 시도는 규탄 받아 마땅하다. 이런 발상 자체가 북한이 국가간 경쟁을 위해 평범한 노동계급을 희생양 삼는 자본주의 국가라는 방증이다. [본문으로]
  3. 이번 희생자들도 장비 노후화로 사망한 게 아니다. 자주포 고장은 사후 대응에서 문제였던 거지 그 역순이 아니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과 희생자 발생은 그게 무엇이든 군사기술과 장비 탓이 아니라 정치적 이유 탓이다. [본문으로]
  4. 그 점에서 연평도 주민들의 공포와 비극을 보면서도 보복 운운하는 애국주의 광풍은 우스운 광대 놀음이다. 남북 대결은 남북 지배자들끼리의 경쟁일 뿐이다. [본문으로]
  5.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이 표결에서 왜 찬성하지 않고 기권했는가만 대변인 논평으로 해명했는데, 진보진영에게 왜 반대하지 않았는지도 해명해야 한다. 할 말도 없겠지만 말이다. [본문으로]
  6. 이날 기권자들 가운데는 ‘규탄 결의안’의 강도가 너무 약하다는 송영선 같은 미치광이들이 있다. 이런 자들과 구분되지 않은 표결을 한 일은 앞으로 민주노동당 지도부에게 두고두고 짐이 될 것이다. [본문으로]
  7. 결국 북한에 대한 정치적 태도 문제가 올바른 정치적 대응을 하는데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드러난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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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 지도부는 118G20에 ”평등하고 정의로운 세계를 위한 진보신당의 제언 ― G20 서울정상회의에 보내는 진보신당의 의제 제안서”(이하 제안서)를 보냈다.

제안서는 ‘금융거래세 도입’이나 ‘자본 건전성 규제 강화’, ‘환경 정의의 실현’, ‘더 좋은 일자리’ 등을 G20이 논의하고 합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G20 회의를 규탄하고 반대하지만 말고, G20의 논의에 개입해서 의제를 제안하고 영향을 끼쳐야 한다는 진보신당 지도부의 생각을 보여 준다.

그러나 G20은 개입해서 진보적 의제를 채택하라고 요구할 기구가 아니다. 항의하고 반대해야 할 기구다.

지난 네 차례 회의의 결과는 G20이 상호 경쟁하면서도 경제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와 빈민 들에게 떠넘기고 자본가들을 보호하는 기구임을 보여 줬다[각주:1]. G20 정상들이 각 나라에서 바로 이 일들을 하고 있다.[각주:2]

진보신당 지도부도 제안서의 첫 문단을 “신자유주의 광풍으로 세계경제 체제를 위기로 몰아 간 당사자들이 그 해결 대안을 만들어가는 것에 동의할 수도 없다”면서 시작한다. G20 회의에서 “신자유주의 세계금융체제를 극복할 가능성도, 민중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구체적인 방안도 보이지 않는다”고도 지적한다.

진보신당 지도부는 G20이 대표성도 없고, 위기 해결 방안도 없다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G20 회의가 금융규제 등을 합의하는 ‘좋은’ 회의가 돼야 한다고 주문하는 셈이다.

당 대표인 조승수 의원은 G20 정상회의 지지 국회 결의안에 반대 투표하지 않고 기권했다.

이처럼 앞뒤가 맞지 않는 말과 실천은 진보신당 지도부의 개혁주의를 보여 준다. ‘책임 있는 공당’이 정책 대안 없이 ‘거리 정치’만 해선 안 된다는 생각 말이다.

그러G20 회의가 간단히 무시해 버리면 그만인 제안서로 위기의 나락에서 사람들의 삶을 구원할 수는 없다.

만약 G20이 실효성 있는 회의가 될 수 있다면 우리는 규탄이 아니라 응원하며 회의를 단순히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환상"을 조장하는 것이다.[각주:3]

그래서 투쟁보다 ‘명망’을 중시하는 개혁주의 정치는 일관되고 효과적 대안이 못 된다 .

지배계급이 진보적 요구를 마지못해 수용하게 만들려면 많은 사람들이 G20의 반동적 대안에 분노하고 항의하는 투쟁을 벌여야 한다. 저들이 거짓 선전과 무장 경찰의 위협으로도 우리의 저항을 막을 수 없다고 느낄 때, 바로 우리가 개혁을 쟁취할 수 있다.


■ 참고 기사

▶정부 홍보가 보여 주지 않는 G20의 진정한 실체

G20, 한심하지만 동시에 위험한 기구

“G20 합의는 세계 민중의 삶을 개선하지 못한다”

G20 비판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이명박 정부

내가 G20에 반대하는 10가G 이유

▶ 긴축도, 부자를 위한 경기부양도 위기 해결책 아니다

G20 대국민 토론회: G20의 성격과 운동의 방향을 토론하다

G20 ‘맞짱 토론회’: 정부 측 논리의 군색함과 위선이 드러나다


■ 관련 포스트: 진보신당 논쟁과 대표 선거 ― 실패한 전략 반복하기?


  1. G20은 세계자본주의의 최고 정치 리더들이 모이는 자리다. 현재의 세계경제 위기에 책임있는 자들이 민중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회의가 G20이다. 이명박은 G20 회의를 통해 국내적으론 레임덕 탈출 기회로 삼고 한국내 고통전가 정책의 명분을 구하려 한다. 국제적으론 한국 지배계급의 지위(국격)를 상승시키려 한다. 결코 국민 대중의 격을높이려는 게 아니다. 우리가 G20에 반대해야 하는 핵심 이유들이다. [본문으로]
  2. 게다가 G20은 이명박의 4대강 죽이기를 녹색성장투자라고 칭찬해 줬다. [본문으로]
  3. 진보신당은 11월 3일 논평에서 G20이 “우스꽝스런 수준”에 불과한데 이명박이 “환상을 국민들에게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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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보신당은 9월 5일 당대회에서 ‘선거평가 및 당 발전전략 수립을 위한 특별위원회’(당발특위)가 마련한 당 발전 전략()에서 새 진보정당 추진기구 조항을 삭제했습니다. 

당발특위 발전안(관련 기사 :  진보신당의 당 발전전략안 ― 진보신당의 모순을 보여주다)은 진보신당의 진로 ― 연합정치와 당 정체성 ― 를 두고 벌인 논쟁을 봉합하는 절충안이라고 평가절하돼 왔는데, 진보통합 추진기구 설치는 이런 발전안에서 몇 안 되는 구체적 실천 계획이었습니다. 

겉보기엔 문구상 질적인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도 수정안 가결의 상징성이 큰 까닭입니다. 그래서 당 발전안 통과 후 연합정치 행보를 가속하려던 이른바 ‘통합파’의 입지가 당분간 축소될 것으로 보입니다[각주:1].
연합 지지파 안에서도 진보신당 상층부의 무원칙한 ‘연합정치’ 행보에 반감이 상당하다는 걸 보여줬기 때문이죠[각주:2].

그 결과, 심상정 전 대표는 대표 출마를 그뒤 고사하고, ‘독자파’ 출신 조승수 의원이 대표 선거에 단독 출마했습니다. 


2. 독자파와 통합파는 쟁점을 선명히 드러내는 명칭은 아닌데, 그 본질을 살피다 보면, 또 손쉽게 둘을 구분할 수 있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제 관점에서 보면, 통합파는 말그대로 통합정당을 추구하므로 진보신당 자체는 통합진보정당으로 용해되는 것이고, 독자파는 선거연합은 반대하지 않지만[각주:3], 진보신당을 유지하면서 연합을 하자는 것입니다. 결국, 진보신당의 유지 여부가 쟁점인 것이죠.

물론 통합파도 통합의 지분을 확보하려면 진보신당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 독자파도 세력의 재구성을 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있으므로 우선 당을 강화하자는 데에서는 사실 공통의 이해관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두 입장의 차이가 불구대천의 차이인지 사실 좀 의심스럽습니다. 다른 측면에서 바로 그런 당 강화에 걸린 양쪽의 필요 때문에, 논쟁 주제가 연합의 범위에서 진보신당의 존재 이유 즉 당의 정체성 문제로 바뀐 것이라 봅니다. 연합이 제기된 것은 이대로는 진보신당이 존폐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공유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정체성 논쟁은 2년의 성공/실패 여부라는 평가 문제와 향후 진로 전망 문제를 모두 포함하는 쟁점이라는 겁니다. 

이렇게 보면, 논쟁 구도가 연합의 범위 문제로 시작해 당 정체성 문제로 간 것을 이해할 수 있고, 독자파의 핵심들이 민주노동당 선도탈당파인 점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 연합의 범위 쟁점이 국민참여당·민주당에 머물지 않고 민주노동당 문제도 쟁점이 되는 것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선도탈당파에게 재통합은 창당 실패를 인정하는 거니까요.

사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진정한 차이는 진보신당 창당 기획을 포기할 것이냐 아니냐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점에서 편의상 독자파와 통합파 용어를 그대로 쓰는 것도 그렇게 틀린 용어법은 아니겠다고 생각합니다.

3. 국민참여당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진 중심의 실세 그룹들, 즉 유시민이나 천호선처럼 신자유주의 정책을 앞장서서 추진한 인물들이 주도하고 있고, 민주노동당은 최근 민주대연합 노선과 헌정회 지원과 인천 동구청장 사태 등으로 우경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통합파는 확실히 무원칙합니다. 그들은 진보신당의 위기를 선거공학에 바탕해 민주대연합에 가까운 통합 정당 노선으로 돌파하려 합니다.

국민참여당이나 민주당과 하는 통합에 반대하는 점에서 독자파가 더 올바른 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독자파가 사실 노동계급의 정치적 독립성 같은 애초 진보진영의 독자 정당 건설의 목표를 좌파적으로 되살리며 통합파를 비판하는 건 아닙니다[각주:4]. 그들도 마찬가지로 선거 논리에 기대고 있습니다.

첫째, 그들도 대부분 민주당을 포함하는 선거연합은 찬성합니다. 둘째, 진보 양 당의 재통합을 바라는 민주노총 조합원 등 진보 대중의 바람을 외면합니다. 셋째, 선거 기반이 거의 없는 사회당과 통합은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사실 별 관심이 없습니다.(더 좌파적인 그룹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

그것은 독자파도 당 존립에 관한 위기감을 공유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통합파의 방식이 진보신당 주축 세력의 정치적 소멸을 낳을 수도 있다는 게 이들의 솔직한 심정일 것입니다.

‘도로 민주노동당’에 그토록 반감이 큰 것도 그것이 자신들의 분당/창당 기획의 실패를 인정하는 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 2년간 자주파와 세력차가 더 벌어졌습니다. 제도 선거판에선 집권당 출신인 국민참여당의 세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통합이든 연합이든 자기 기반이 확실해야 지분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점이 통합파의 아킬레스 건입니다. 통합파 리더들의 정치적(선거적) 상품성은 ‘진보정치’에 있기 때문에 진보신당이라는 기반을 버리고 개인적으로 통합 논의로 갈 순 없죠. 이 때문에 통합파가 당대회의 일시적 패배를 감수하고 독자파와 다시 동거에 들어간 것입니다.


4. 그렇다고 독자파에게 당장 실현가능한 뚜렷한 비전이나 기반이 있는 건 아닙니다. 조승수, 김정진, 한석호, 장석준 등 선도탈당파를 이뤘던 독자파들이 “주체의 재구성”을 이루자고 강하게 주장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통합파의 “세력의 재구성”에 맞서 독자파가 내놓은 “주체의 재구성”은 실패한 창당 기획의 반복에 불과합니다.

조승수 의원은 당 대표에 출마하면서 “재벌(=대자본)과 싸우는 당”이 되겠다고 했는데, 자본가 싸우는 당이 왜 노동자(계급 전체)당이 아니라 비정규직(계급 일부)당이어야 할까요.

장석준은 정규직(조직 노동운동의 주요 구성 집단)은 신자유주의에 포섭됐고, “20대, 여성 등의 비정규직”은 신자유주의에서 배제됐다고 말합니다. 배제된 사람들의 당이 되자는 거죠.

즉,
비정규직당” 노선은 노동계급 정당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점에서 “비정규직당” 노선은 조직 노동운동과 거리두기라는 정치적 함의를 지닌 용어로 봐야 합니다.

독자파의 주요 인물들이 민주노동당 분당 전 정규직 노동운동의 정치·경제적 양보로 노동계급 복지를 늘리자는 사회연대전략 지지자들인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장석준은 최근 이른바 ‘비정규직당 노선’을 1960년대 유럽에서 유행했던 신좌파와 연관시키는 데, 당시 신좌파는 반스탈린주의나 환경 등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고 대변했으나 엘리트주의, 총체적 사회 분석의 결여, 종파주의 등으로 빠지기도 했습니다.


구 좌파와 비교해 가장 중요한 특징은 노동계급 기반과 유리되면서 총체적 사회변혁 전략을 포기한 것입니다.
그래서 막상 1968년 이후 세계적 반란 사태(흔히 68혁명이라 부르는)에서 주요한 구실을 할 수 없었습니다. 체제를 뒤흔든 건 그들이 일차원적 인간이 됐다고 무시한 노동계급의 집단적 저항이었습니다.

결국, 친노동 이미지는 유지하되 조직 노동자 운동과는 거리를 두겠다는 것이 “비정규직당” 노선의 실체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창당 기획의 반복에 불과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미 실패한 그 기획 말입니다[각주:5].



5. 장석준은 비정규직당 노선의 성공가능성을 386 유권자들의 가치 투표에서 찾습니다. 독자파도 마찬가지로 선거공학에 의존한다는 한 방증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저는 20대와 여성으로 상징하는 미조직 청년 집단이 매우 불균등하고 유동적인 집단인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진술이라 봅니다. 즉 수백만 명이나 되는 이 집단이 왜 자신들의 집단 투표가 아니라 386의 가치 투표에 의존해야 하는 걸까요.

이들이 신자유주의에서 배제됐다는 이유만으로 진보에 친화적일 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신자유주의 경쟁 논리에 20대 청년층이 포섭돼 희망이 없다는 비관주의가 근거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구 좌파가 마르크스의 말을 좇아 노동계급에 기초해 계급 정치를 주장할 때, 그것은 단지 교조적으로 그런 것은 아닙니다.

‘계급’이라는 관계가 불가피하게 강요하는 것들, 즉 지배적 자본과 대립관계를 형성하고  스스로 작업장을 기초로 조직하게 되며 진보적 사회변화에 친화적일 수밖에 없는
객관적 조건들을 성찰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조건 때문에 계급 정치를 고수하는 것은 이들 말로 어느 정도 이념의 경직성을 지닐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경직성을 피하려 계급 의제를 버린다면  그것은 첫째 주관적 소망 때문에 객관적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며, 둘째, 안정적 진지가 없는 전략은 불안정하고 득표에 의존하는 선거정치로 후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정적으로 기업과 사회를 운영하는 데 필수적인 그들의 노동은 이들에게 사회를 멈출 수 있고 사회를 스스로 운영할 수 있는 잠재력을 부여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문제에서 문제 해결 세력은 조직 노동운동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이야말로 사화 변혁의 핵심 주체 세력입니다.
 
예를 들어, 비정규직 문제 해결조차 열쇠는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연대에 있습니다. 장석준 등이 동희오토 투쟁을 강조하는데, 그 투쟁의 열쇠는 기아차(+현대차) 정규직 노조의 적극적인 연대 투쟁에 있습니다.

오늘날 세계 많은 나라에서 노동조합은 자본에 맞서는 매우 중요한 항구적 진지입니다[각주:6].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를 포기하는 반동을 선택하지 않는 한 노동조합을 와해시킬 순 없습니다. 그런 극단적인 선택은 혁명이냐 반동이냐 하는 선택의 상황이겠죠. 이때야말로 조직 노동계급의 저항이 결정적일 겁니다.

노동계급을 분할해 한쪽을 배타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이들을 분열시키고 내부 불신을 조장하는 것으로 우리 편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입니다. 20대 불안정 노동층 또는 진보·개혁 성향의 청년 대중을 조직하는 것이 꼭 조직 노동자운동과 거리두기에 바탕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노동자들의 힘을 고무해 이 힘을 발휘하는 투쟁을 통해 청년들의 급진화를 이끌어내려는 전략이 (단기적으로는 힘들어 보여도)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입니다. 이런 세력의 동원을 거부하는 건 자본주의의 근본적 대안을 만들겠다는 창당 목표와도 모순됩니다.

한편, 정규직 노동운동이 신자유주의자들에 포섭됐다고 하는 건 정확하지도 정직하지도 효과적이지도 않습니다.

신자유주의 거품(부채) 호황에 정규직 노동자 개인들 일부가 관심을 보이고 하는 건 포섭의 결과가 아니라 노동소득이 자산 거품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벌어진 불가피한 선택으로 봐야 합니다.

한국에서도 주요 기간산업과 공공부문에 조직 노동운동이야말로 한국 지배자들에게 가장 위협적 존재입니다. 한국 자본가들이 노동운동에 한편에서 양보하면서도 한편에서 공격을 지속하는 것은 이들을 매우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국가운영과 경제(기업의 이윤활동)를 뒤흔들고 멈출 수 있는 유일한 세력입니다.

조돈문 교수는 2년 전 한국에서 가장 진보적인 집단이 민주노총 조합원 즉, 조직 노동자층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상시적으로 이명박의 신자유주의와 대결하는 조직된 집단이 바로 이들입니다[각주:7].

덧붙여, 신자유주의 노선이 2008년 위기 이후 그 신용을 잃고 각국 지배자들이 혼합 정책을 사용하는 상황에서 신자유주의 반대만으로는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기 힘들 거라는 점도 지적 대상입니다.

결국 조직 노동운동과 거리를 두며 유동적인 청년층에 기댄다는 것은 촛불항쟁 때와 같은 성장을 다시 한번 꿈꿔 보겠다는 것인데, 짧았던 황금시절의 추억은 다시 반복되지 않습니다.


6. 정치 지형 자체가 바뀌었습니다. 2007년 당시 이명박 당선 후 정치지형이 매우 우경화된 듯 보였고, 이런 보수화 흐름에 호응하지 않으면 2007 대선 72만 표에서 보듯 진보정당이 고사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컸습니다.

진보신당의 창당 기획은 기존 진보정당보다 우경화한 진보정당을 만들어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사이에 있는 미조직 청년층을 선거적 관점에서 조직하려는 플랜이었습니다. 이 선거주의적 우경화가 진보신당을 스타 정치인에 의존하는 당으로 만든 것이죠. 

이 기성정당 닮아가기가 진보신당 주도세력이 민주노동당을 탈당하면서 민주노동당에 새겨진 이미지, 즉 친북(대한민국 국가기구의 정통성)[각주:8]과 계급(자본주의와 적대)을 새 진보정당에서 지워버리려 한 까닭입니다. 중요한 쟁점이었지만, 이들의 비판 방식과 내용은 좌파적이지 않고 우파적이었습니다. 

그 점에서 진보신당이 촛불항쟁에서 성장한 것은 당시 정치 상황의 모순[각주:9](행동 수준과 이데올로기준의 격차)을 반영한 것이었는데, 진보신당 창당 프로젝트는 행동의 급진화가 아니라 사회의 보수화(우경화)를 예측하고 시작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뒤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촛불항쟁이 사그라들고, 대신 이명박의 거듭된 실정 때문에 온건개혁주의가 성장하면서 민주당의 주요 주자들마저 진보와 복지국가를 읊조리며, 친노 세력이 부활해 국민참여당을 창당해 진보세력 행세를 하고 있습니다.

민주노동당마저 최근 우경화했습니다. 큰 바다 같던 오른쪽 공백은 더 큰 세력들이 채우고, 왼쪽 특히 조직 노동자 기반은 스스로 거리두기를 해 온 탓에 진보신당의 입지는 매우 협소해 졌습니다.

그럼에도 조직 노동운동이 그 위력을 한껏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가 이어지면서 이들의 이른바 신좌파적 상상력은 성마른 미조직 청년층과 지친 노동운동 출신 활동가들에게 기대감을 일시적으로 줄 순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것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7. 이런 의미에서 진보신당의 창당기획이던 비정규직당 노선은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입니다. 그런 무정형의 청년세대 조직화에 성공도 해 봤고, 그들을 정치적으로 융화시키지 못해 곤란도 겪었잖습니까.

종북주의 비판도 대중적으로는 먹히질 않아 분당의 이유 즉, 존재의 이유를 대중적으로 설득하는 데에도 실패했습니다. 그 결과, 민주노동당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있는 국회의원을 둘이나 데리고 나왔는데도 의석 확보에 실패하고, 울산에서 민주노동당의 양보를 얻고서야 의원 한 명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민주노총의 영향력이 요즘 약해지면서 노동계급정당이라는 사상이 당장은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선거공학이나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엄밀한 현실 분석과 전망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2008년 세계자본주의의 심장부 미국에서 시작한 경제 위기는 근본적 시야와 근본적 대안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발전한 자본주의 국가입니다. 즉 이 사회의 다수는 노동계급[각주:10]입니다.이명박 정부는 약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진보적 정치 대안의 부재로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변혁의 전망, 진보정치의 핵심 과제는 노동계급 정치를 강화
(단결과 투쟁력, 정치의식 발전)하는 것입니다. 이들의 단결된 투쟁만이 대자본가들의 권력을 위협하고 양보를 얻어낼 수 있고 새로운 세상의 가능성을 열 수 있습니다.

비정규직 투쟁에 헌신하겠다는 것 자체는 매우 좋은 일이고, 사실상 차기 대표인 조승수 의원이 말한대로 재벌과 싸우려는 것도 고무적입니다. 진작 이랬어야죠. 사실 재벌과 싸우는 당이라는 기치는 창당 기획보다 진일보한 유일한 것으로 그나마 고무적인 변화라고 봅니다.

그러나 이것이 제대로 결과를 내려면 계급 정치가 가장 효과적인 전략입니다. 문제는 이것은 또 피하려 한다는 거죠.
진보신당 스스로 강령에서 자본주의의 극복을 말하고 있다면 당내 좌파는 이 문제에서 더 진지해져야 합니다.

고통분담론에 분칠을 한 건강보험하나로 같은 양보론이 아니라 강력한 시장 통제와 소득 재분배(강력한 누진세와 기본소득 등 도입), 부실기업 공기업화를 통한 고용보장 등을 내놔야 합니다.

덧붙이면, 좌파의 대안 강령과 정책은 이런 운동을 고무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최근의 위기는 신자유주의 반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진보대연합도 노동계급을 진보적으로 단결시키는 맥락에서 추진돼야 합니다. 이런 과제를 수행할 정치단체가 필수적이겠죠.

이것이 되려면 좌파는 ‘계급’과 ‘사회주의’라는 의제를 복원해야 합니다. 민주노총 지도부의 불충분한 태도를 비판하는 데서 멈추는 것은 의회 활동과 노동자 부문의 투쟁을 분리하고 노동운동과 거리 두기 하는 것을 정당화할 뿐입니다.

(10.2 최종 수정)
  1. 당분간은 이번 선거 출마에서 보듯 통합파가 양보해 분열을 막으려 할텐데, 대통합을 주장하는 이들이 자기 당의 분열을 선택하는 것도 모양새가 우스울 수 있는데다가, 각 정당의 통합시 통합파의 리더가 발휘할 영향력과 챙길 수 있는 지분은 진보신당의 크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본문으로]
  2. 물론 표결 자체는 과반수에 3표를 넘겼습니다만, 원안을 지지한 사람들이 노회찬, 심상정 등 진보신당의 대주주라는 점을 고려해야죠. [본문으로]
  3. 사회당과는 통합을 하자는 독자파도 있죠. 또, 독자파들도 방법론은 분분하지만,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당을 포함하는 선거연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습니다. [본문으로]
  4. 그들이 비록 대부분 PD좌파 출신이긴 하지만 말이다. [본문으로]
  5. 종파주의도 반영된 개념으로 볼 수도 있다. 즉, 진보신당을 지지하는 노동운동가들이 민주노총에서 소수파인 까닭에 정규직=민주노총=민주노동당 식의 개념짓기로 비정규직에 집착하는 면도 있다. [본문으로]
  6. 최근 유럽에서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에 맞서는 투쟁의 선두에는 노동계급이 있다. 엊그제 스페인의 1천만 명 총파업이나 프랑스, 그리스의 투쟁은 좋은 사례다. 물론, 이 투쟁들의 미래는 정해져 있지 않다. 다만 한국의 노동자 투쟁의 활성화가 이들에게 힘을 줄 수 있을 것이다. G20 항의시위에 민주노총 조합원이 대규모로 참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본문으로]
  7. 어쩌니 저쩌니 해도 비정규직 문제로 집회도 하고 파업도 하는 유일한 사회세력은 다름아닌 민주노총 조합원들입니다. [본문으로]
  8. 자주파는 원래 북한 정부를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로 인정하므로 남한 정부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았었다. 지금은 이 문제에서 많이 변한 듯하다. 원인은 따로 살펴보겠다. 문제는 이 점이 자주파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1980년대 민중운동은 북한에 대한 태도와 관계 없이 일본 제국주의의 억압 기구를 물려받고 미국 제국주의와 결탁해 건설돼 군사독재로 유지돼 온 대한민국 국가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남한에서 친북노선 비판이 자칫하면 남한 시장경제 체제의 우월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귀결될 확률이 높은 게 이 때문이다. 우리는 남북 양 체제에 모두 급진적 비판을 가해야 한다. [본문으로]
  9. 촛불항쟁은 정권 퇴진을 외치고 수도 한복판에서 1백만 명이 참가하는 등 매우 급진적인 대규모 투쟁이었으나 이 운동의 이데올로기는 온건개혁주의 수준에 머물렀다. 거기에는 이명박의 반동 때문에 사람들이 급진화한 데서 오는 효과도 있었다. [본문으로]
  10. 경제 활동 인구의 3분의 2가 임금노동자입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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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과 종로통 일대는 주황색 풍선과 붉은 손팻말을 든 사람들로 북적댔다. 풍선과 팻말에는 “흘러라! 강물, 들어라! 청와대” “생명 파괴 민생 파괴 4대강 공사 중단”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날 시민사회·노동·종교·정당 등 단체들은 ‘4대강 공사 중단을 위한 국민행동’을 개최했다.

경찰청장 ‘조혐오[각주:1]’ 취임 후 첫 대중 시위였다. 경찰은 집회를 불허하고, 광화문 동아일보사 앞, 동화면세점 앞 등에 모인 시민들을 에워싸고 이동을 가로막았다. 광화문 우체국 근처에선 인간띠잇기를 하는 시민들을 방해했다.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항의는 넘쳐났다.

많은 시민들이 “집회의 자유도 없는, 이런 게 공정 사회냐”고 항의했다. 인터넷 공지를 보고 참가했다는 한 시민도 “이명박 정부는 수백억 원을 들여 홍보하고, 그것도 부족하다고 방송 장악한다고, PD수첩 막고, 낙하산 사장 보내고 하면서 우리는 모여서 목소리도 못 내게 한다”고 말했다.


산발 시위가 끝나고 시민들은 이날 유일하게 허가가 난 보신각 앞 문화제 장소로 모였다. 집회가 시작하자마자 비가 쏟아졌지만, 장소를 꽉 메운 시민 2천여 명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이날 야 5당 정치인들도 참가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 민주당 사무총장 이미경, 국민참여당 대표 이재정 등이 연단에 섰다.

이들은 모두 국회 차원의 ‘4대강 사업 검증 특별위원회’(검증특위) 구성을 강조했다. 이것은 매우 정당한 요구다. 4대강 사업의 효과와 진행 절차가 모두 의혹투성이기 때문이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최근 4대강 사업 적자가 투자 예산의 4분의 3이나 될 것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각주:2]. 정부가 발표한 일자리 30만 개 창출도 실패했다. 현재 공사 시작 후 늘어난 일자리는 24백 개에서 13백 개(이 중 정규직 130) 사이로 추정된다[각주:3].

그러나 검증특위가 국회 내 기구라 해서, 야당의 협상에 맡겨 놓고 국회만 쳐다 보고 있으면 위험할 수 있다.

첫째, 검증특위 자체는 4대강 공사 중단 여부를 결정할 기구가 아니다. 오히려 한나라당 의원도 참여해야 하는 기구다. 따라서 검증특위 구성을 두고 한나라당과 벌이는 전투는 정부의 시간끌기에 이용되는 소모적인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각주:4].

둘째, 검증특위가 공사 중단을 결정하지 못한다면 검증특위가 구성돼 폭로를 효과적으로 하더라도 대중행동이 아니면 막을 수 없다. 이미 4대강 공사가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것이 갈수록 분명해지는 데도 이명박 정부가 강행을 하는 것은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 말처럼 “4대강 사업마저 못하면 완전히 레임덕이 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4대강 공사 반대 운동은 어떤 요구든 국회에 압력 넣기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진보진영은 4대강 문제를 다른 운동과 연결시키며 운동의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

이날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은 “[4대강 예산] 22조 원이면 최저임금으로 고통받는 노동자, 임금이 체불된 노동자, 불법 파견 판정을 받은 노동자들의 고통을 해결할 수 있다”면서 4대강 예산을 비정규직 노동자 850만 명에게 사용하라고 촉구했다. 이런 방식으로 노동자운동 등과 4대강 반대가 결합되는 것도 필요하다.

민주노동당의 한 서울지역 당원은 “4대강 공사 반대 여론이 높지만 이명박을 막는 힘이 부족한 것은 반대 여론이 표출될 공간이 없어서인 듯하다”고 대중 시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저녁 문화제 연단에서 4대강 모두에서 공사가 중단돼야 한다고 했다. 영산강과 금강을 관할하는 민주당의 전남도지사(박준영)와 충남도지사(안희정) 등이 4대강 공사를 찬성하거나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민주당에게 분명한 태도를 취할 것을 좀더 공개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민주당의 모호함을 볼 때 진보진영은 4대강 사업 반대 운동에서도 정치적 독립성을 유지할 필요성이 크다.



  1. 나는 이게 그 자의 본명인 듯 느껴진다. [본문으로]
  2. 정부와 우익들은 정부 재정 적자가 커지는 것을 우려해 공공요금 인상, 공공부문 구조조정, 공기업 민간 매각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말을 흘린다. 그러나 진정한 예산 낭비는 이명박 정부가 하고 있는 셈이다. 예를 들어, 안그래도 부채덩어리가 된 수자원공사에 8조 원이나 되는 부채를 새로 안기는 것도 4대강 죽이기의 ‘성과’(?)다. [본문으로]
  3. 어제 집회에서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은 2천4백 개를 인용했고,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1만 3백 개를 언급했다.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은 새로 생긴 일자리가 3천여 개라고 밝혔다. [본문으로]
  4. 한나라당과 조중동 등은 검증특위를 받아들이지 않다가 상황 봐서 불리하다 싶으면 못 이기는 척 협상을 하는 척 하면서 지역 토호들의 압력에 야당 시도지사들의 입장이 후퇴하길 기다리는 방식으로 나올 공산이 크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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