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치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연석회의)’가 1월 20일에 시작된다.
이 회의에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민주노총, ‘진보정치세력 연대를 위한 교수-연구자모임(진보교연)’과 ‘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시민회의)’, 농민단체와 빈민단체 등 8개 단체 대표가 참여한다.
지난해 12월 7일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가 연석회의 구성에 합의한 지 한 달 반 만이다.
합의가 늦어진 표면적인 이유는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2000년대 초반에 ‘반(反)조선노동당’ 슬로건을 내걸었던 사회당의 참여를 껄끄러워 한 것에 있다. 그러나 ‘과거를 묻지 말고 통 크게 연합하자’면서 사회당의 과거를 문제 삼은 것은 앞뒤 안 맞는 행동이었다.
연석회의는 이제 진정한 진보대연합의 초석을 놓는 기구가 돼야 한다. 노동자들의 염원을 받아 안아서 단결과 투쟁의 구심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런데 진보대연합을 민주대연합의 사전 단계로 간주하는 태도가 이것을 가로막고 있다.
우리 지금 만나. 당장 만나. 만나는 것은 필요한 일인데, 만나서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가 진짜 중요한 쟁점이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상반기 안에 진보정당을 통합[해야] … 민주당까지 포함한 야권 전체를 진보진영 주도 속에 이끌고 진보적 정권교체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진보정당 통합은 민주당과 계급연합(민주대연합)을 하려는 과정의 일부라는 것이다.
이처럼 진보대연합을 민주대연합의 부속물로 취급하면, 사실상 핵심 목적은 민주대연합이므로 일관되게 진보대연합을 추구할 수 없게 된다. 민주대연합을 반대하는 좌파들을 진보대연합에 포함시킬 이유도 없게 된다.
이것이 최근 민주노동당 지도부와 자주계열이 취하고 있는 태도다. 겉으로 하는 말과 다른 이들의 소극성과 폐쇄적 태도는 노동계급의 단결인 진보대연합과 자본가 계급과의 연합인 민주대연합은 동시에 추구할 수 없는 모순 관계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보여 준다.
반면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김대중, 노무현 때도 노동자들의 고통은 심화됐다. MB만 악으로 규정하는 게 바람직한가”라며 민주대연합 노선에 의문을 던졌다. 이것은 타당한 제기다.
그러나 진보신당 지도부는 일관성이 없다. 예컨대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점거파업 중단을 종용한 야4당 중재단에 조승수 대표 자신이 포함돼 있었다. 정책연합을 위한 야 4당 정책연구소 모임에도 진보신당은 함께하고 있다.
따라서 연석회의는 민주대연합의 사전 단계로서가 아니라 노동계급 단결과 투쟁을 위한 진보대연합이라는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취지에 동의하는 급진좌파들도 연석회의에 참가할 수 있도록 개방해서 진정으로 폭넓은 진보의 단결을 추구해야 한다. 반면 민주당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국민참여당을 진보대연합에 포함시키자는 주장은 옳지 않다.
단순히 선거 대응만이 아니라 대중투쟁 건설을 위한 진보대연합이 돼야 하고, 이를 위해 해고 반대, 복지 확대, 반민주적 탄압 반대 등 분명하고 구체적인 공동 투쟁의 과제를 중심으로 연합해야 한다.
조직 구조와 운영 방식은 느슨하고 개방적이어야 한다. 진보진영의 단체들 사이에서는 조승수 대표가 제기한 북한 문제뿐 아니라 다양한 쟁점을 두고 정치적 이견이 존재한다. 더구나 민주노동당ㆍ민주노총 지도부와 자주계열의 패권주의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히 크다.
따라서 의견 통일 압력이 큰 단일 정당 모델보다는, 각 단체의 독자성을 보장하면서 단결을 추구할 수 있는 공동전선 모델로 진보대연합을 하는 게 단결에 효과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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