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 전문가들이 정리하는 한미FTA 독소조항들을 잘 읽어 보면 이 조항들은 직접적인 교역조건인 관세 완화 등과는 거리가 멉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한미FTA가 없애자는 무역 장벽은 비관세장벽으로, 그것은 한 사회가 공공의 복리를 위해 기업 활동을 규제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주거 안정을 위해 토지 소유를 규제할 권리(국가의 의무), 건강 증진을 위해 사보험을 규제하며 전국민 의료서비스를 확대할 권리(의무), 주요 공공서비스를 공기업화해 저렴하게 공급할 권리(의무) 등을 약화시키는 것입니다.

저들은 공공복리를 위한 기업 규제를 ‘비관세 무역장벽’이라 부르는 겁니다. 즉, 돈벌이에 방해되는 장애물로 본다는 거죠. 

래칫(역진방지) 조항, 투자자-국가 제소권, 공공서비스 사유화, 서비스산업의 네거티브 방식 개방, 비위반 제소, 간접 수용에 의한 손실 보상 등이 모두 이에 해당합니다. 이것이 한미FTA의 진정한 몸통입니다.

평범한 다수 대중의 삶을 위한 복지와 일자리, 환경 등의 사회·경제 정의를 위한 사회 개혁을 가로막고 오히려 이를 거꾸로 후퇴시키는 것이 FTA의 본질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FTA는 친기업·친부자의 반노동·반복지·반민주 협정입니다. (구체적이고 쉬운 사례 설명은 민주노동당이 작성했다는 아래 박스 글을참조하시면 됩니다.) 

그래서 한국의 대기업주들은 이명박 정부가 자동차 관세 등에서 후퇴했는데도 쌍수를 들어 환영한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에 FTA 체결을 로비한 삼성이 노리는 바도 이것입니다. 외부 충격을 빌어 국내에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완성하려는 것입니다. 공기업 사유화, 각종 기업 규제 완화, 비정규직 일자리 창출, 이것은 한국의 기업들이 사회 지배와 돈벌이를 위해 오래도록 추구해 온 목표입니다. 

예를 들어, 가장 큰 변화가 오는 산업은 서비스산업일 텐데, 삼성 등은 이미 의료(바이오) 산업이나 금융(보험)산업이 차세대 돈벌이 사업이라며 투자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서비스산업 규제 완화와 공기업 민영화, 비위반 제소, 간접 수용에 의한 손실 등은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제도 후퇴, 병원 영리화, 공공서비스의 사기업화와 비용 인상 등에 이용됩니다. 

미국과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나쁘다?)를 맺은 캐나다에선 정부의 우체국서비스가 택배기업의 이익을 침해당한다고, 멕시코에선 환경 규제가 미국 기업 공장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1억 달러가 넘는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습니다.

이런 국제 소송들에서 미국 기업이 패한 사례가 없습니다. 왜냐면, 미국이 가장 강대국이기도 하거니와 기업 대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대 공공서비스의 대결이니 신자유주의국제기구들은 모두 기업의 편을 드는 것이죠. 
 

볼리비아 사례도 있죠. IMF의 구조조정 요구로 볼리비아 코차밤바의 상하수도 사업을 미국 다국적기업 벡텔이 사유화했는데, 물값이 비싸져 사람들이 빗물을 받아 먹으니까 이를 제소해(투자자―국가제소권
) 정부가 빗물통을 금지하는 법률을 만드는 사태가 벌어진 겁니다.(이 사례에는 이밖에도 비위반제소나 역진방지 조항 등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결국 코차밤바는 전설적인 민중봉기로 이 수도물 사유화를 원점으로 돌렸습니다. 놀라운 것은 볼리비아는 미국과 FTA를 맺은 상태도 아니었는데 민중이 그런 피해를 입었던 겁니다. FTA의 본질과 그 저항 전략을 모두 보여 주는 상징적인 사례입니다.


한미FTA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가장 말 많은 투자자-국가 제소 조항이 체결돼도 이미 다국적 기업인 한국의 대기업들은 미국에 현지 법인 설립해 한국 정부를 압박할 수 있습니다[각주:1]. 그를 통해 복지를 위한 규제, 노동권을 위한 규제,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라는 압박, 환경을 위한 규제를 피할 수 있습니다. 그도 아니면 미국 기업과 동등한 기업 활동 자유를 보장하라고 요구하겠죠. 

우리가 바로 잡아야 할 것은 결코 국익과 기업 이익의 불균형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기업간 국가간 단순한 산업별 교역 조건의 문제는 전혀 본질이 아닙니다. 그 점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자유화 문제도 그 점에서 한미FTA의 단순한 사전 단계가 아니라 그 본질적 일부인 것입니다. 

주권이 침해받는다는 주장에는 복합적 의미가 배여 있을 텐데, 사법주권 같은 관료의 권한이나 국익이 그 본질이 아닙니다. 국익은 국가를 지배하는 세력의 이익을 포장한 단어일 뿐입니다. 정부를 선출해서, 선출된 정부를 대중적으로 압박해, 공공 복리를 확대할 수 있는 민중의 민주적 권리가 침해당하는 겁니다. 그래서 민주주의의 문제입니다.


1퍼센트와 99퍼센트의 계급전쟁

또다른 배경도 있는데, 한미FTA에는 한미 지배자들의 동맹 강화로 안보(전쟁)동맹도 강화하려는 의도도 배여 있습니다. 한국 자본가들은 이를 통해 미국 중심의 질서 아래서 한국 지배자들의 국제적 지위를 격상시키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할 결정적 거점 하나를 확보하고요.[각주:2] 

미국의 패권전쟁에 적극 협력했던 노무현 정부가 주한미군 평택기지 이전과 제주도 강정기지 건설을 결정하던(추진은 이명박이 하는 그 제주 강정기지) 시점에 한미FTA를 추진하고 협상을 시작한 게 단지 우연일까요?

애초 이 협정을 추진한 부시 행정부는 대테러 동맹에서 한국과 안보동맹 강화가 절실히 필요했고요. 경제영토 확장을 넘어서 군사패권 동맹의 영토 확장인 겁니다. 이번에 오바마가 ‘다원적 전략동맹’이라고 한 것은 이런 다면성을 염두에 둔 것이겠죠. 

한미FTA는 전쟁을 해서라도 세계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 제국주의에 협력해 오히려 동아시아에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정책과도 연관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미국 제국주의 궁극적 목표는 미국식 사회 체제를 수출해 제국 자본가(그리고 부차적이지만 그들과 협력하는 친제국 자본가들)들에게 ‘평평한[각주:3]’ 세계를 만들어 주는 데 있습니다. 

바로 이런 것들이 단순히 ‘국익’ 논리로 FTA 재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이 논리적 한계에 부딪히는 이유입니다. 아래 열두 가지 독소조항은 애초에 한미FTA에 포함돼 있던 것들입니다. 당시 노무현 정부가 이명박 정부보다 더 나은 교역 조건에 합의한 듯 보이는 것은 저런 결정적 독소조항들을 모두 수용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영향력 있던 지위에 있던 분들은 이명박의 FTA 강행에 반대할 뿐만 아니라 정직한 성찰도 함께해야 할 것입니다.[각주:4] 민주당에 비준 저지를 요구하되, 믿지는 말아야 할 까닭이며, 재재협상이 아니라 완전 폐기를 목표로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FTA 몇 조항만 바꾸면 된다는 민주당식 논리는 이명박이 개과천선할 수 있다는 얘기죠.) 

이 점을 성찰하지 않는다면 이번 한 번 겨우 막아내더라도 한미FTA는 계속 유령처럼 우리를 배회할 것입니다. 국회 몸싸움만이 아니라 민주노총 등이 중심이 돼 완전 폐기를 목표로 하는 대중적 저항이 결정적으로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래서 일각의 국민투표 요구론도 헛다리 짚기(아니면 꼼수?)입니다. 2007년 한미FTA 반대 투쟁 과정에서 국민투표로 막자는 방안이 나왔지만 다수가 반대했습니다. FTA 반대는 다수 여론을 거슬러 체결한다는 형식적 민주주의 문제가 아니라 다수의 삶이 걸린 실질적 민주주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결론 내리면, FTA는 
미국과 한국 기업들이 돈 벌 자유를 위해 노동대중의 삶을 해치려는 것이고, 자본이 경제 위기를 헤쳐 나가는 수단으로 99퍼센트에 대한 착취와 수탈을 강화하겠다는 선전포고입니다. 고장난 자본주의를 더 끌고 나가 우리 삶을 시궁창에 계속 머물게 하겠다는 도전장입니다.  

1퍼센트 정권, 이미 심판받아 정치적 정당을 잃어버린 정권의 FTA 강행에 맞서는 우리도 이를 계급 전쟁으로 정확히 인식해야 합니다. 지금 한국에서 한미FTA를 막는 행동은 세계적인 99퍼센트 행동의 일부인 것입니다.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둘러싸고 벌이는 오랜 계급전쟁의 한 전투인 것입니다. 

이건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에서 출발해 현실을 재단하는 게 아니라, 현실에 대한 해석과 대응이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쟁점이 되는 것입니다. 평범한 다수의 삶을 위한다면 FTA 반대와 완전 폐기의 입장에 서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진보의 길입니다. 

☞ 추천 기사 읽기 ―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선생의 칼럼  / /
☞ 
조중동의 한미FTA ‘괴담’론을 반박한다
 



한미FTA를 폐기해야 할 12가지 이유(민주노동당 작성으로 알려진 자료. 일부 설명이 부정확하다는 평이 있으나 대체로 무난함. 굳이 따지면, 예시에서 과장된 설명이 있긴 함. 전반적으로 한미FTA 자체를 비준 후 전혀 되돌릴 수 없다고 한 것은 정확하지 않음. 국내법으로 폐기할 수 있음, 다만 국제법적 효력이 남아 있어서 제소 대상 가능성이 큰 것임. 이 경우, 민중항쟁 방식으로 정치적 무효화의 길이 가장 효력 있음. 예를 들어, FTA를 비준한 정권 자체를 항쟁으로 퇴진시켜서 쫓겨난 정부가 맺은 조약을 무효로 한다고 하면 함부로 못 함. 볼리비아의 경우 FTA는 아니었지만 외국과 맺은 계약을 민중항쟁으로 피해 없이 무효로 함)


1. 래칫조항(톱니바퀴의 역진 방지장치)
낚시에 쓰는 미늘 같은 것인데 거꾸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다. 즉 한번 개방된 수준은 어떠한 경우에도 되물릴 수 없게 하는 조항이다. 선진국 및 산업국가 사이의 FTA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소조항 중 하나이다. 
<예>
- 쌀 개방으로 쌀농사가 전폐되고 식량이 무기가 되는 상황이 와도 예전으로 되돌릴 수 없음
- 광우병 쇠고기 수입으로 인간 광우병이 창궐하는 상황이 와도 수입을 막지 못함
- 의료보험이 영리화 되고 병원이 사유화 된 후 아무리 부작용이 나타나도 다시는 예전으로 되돌릴 수 없음
- 전기, 가스, 수도 등이 민영화 된 후 사회적으로 큰 혼란이 일어나도 다시 예전으로 되돌릴 수 없음
- 교육 및 문화가 사유화된 후 다시 예전으로 되돌릴 수 없음


2. 금융 및 자본시장의 완전개방

현재도 그렇지만 앞으로 더욱 더 한국 금융시장이 국제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되게 하는 조항이다.
<예>
- 외국 투기자본이 한국 내에서 아무런 제재없이 은행업을 할 수 있게 됨
- 외국 투기자본이 국내 은행의 주식을 100% 소유할 수 있게 됨.
-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감소로 많은 중소기업이 떼부도를 맞게 됨
- 사채 이자율 제한이 없어지고 사채 천국이 됨

3. 지적재산권 직접 규제 조항(Trips+)

미국의 특허권자가 한국 국민이나 기업에 대한 지적 단속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다.
<예>
- 고가의 오리지널 약보다 값싸고 효과 좋은 카피약 사용 불가능
- 미국의 경우 완벽한 민간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사람이라도 성인 1인당 1달에 70만원(700달러)의 약값을 지출함(4인가족 기준 월 200만원 2000달러 지출)

4. 스냅백 조항(snapback)

한국 정부가 미국과 약속한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미국이 한국에 부여한 자동차 특혜관세 혜택을 언제든지 임의로 일시에 철폐할 수 있게 하는 조항
<예>
-미국의 무역보복이 일상화 되고 한국경제는 막장으로 내몰리게 됨

5. 서비스 시장의 네거티브 방식 개방(Negative List)

개방해야 할 분야를 조목조목 제시하는 것(Positive 방식)이 아니라 개방하지 않을 분야만을 적시하는 조항이다. 따라서 미래에 생겨날 새로운 서비스 시장은 무조건 모두 개방해야 한다.
<예>
- 온갖 도박장, 섹스산업, 피라미드 판매업 등 미국의 서비스산업이 국내에 마구 들어오게 될 때 군말없이 이것들을 수용해야 함

6. 미래의 최혜국 대우 조항(Future MFN Treatment)

미래에 다른 나라와 미국보다 더 많은 개방을 약속할 경우 자동적으로 한미FTA에 소급 적용하는 것이다.
<예>
- 일본과 FTA를 체결할 경우 농산물 분야에서 우리가 일본보다 더 강점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보리나 콩을 개방했을 경우 원래 한미FTA에는 없던 콩이나 보리도 즉각 미국에게 개방해야 함.

7. 투자자-국가 제소권(ISD)

한 국에 투자한 미국자본이나 기업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 민간 기구에 제소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다. 투자자본이나 기업이 피해를 보았다고 판결나면 한국 정부가 현금으로 배상해야 한다.(이 경우 당연히 한국보다 힘센 미국의 투기자본 및 초국적 기업이 승리)
한 마디로 초국적 투기자본이나 기업이 자신의 이윤확대를 위하여 상대국가의 법과 제도를 무력화시키는 독소조항이다.
<예>
- 이 제도로 인해 미국 자본이나 기업은 국내에서 재판받을 필요가 없음
- 오스트리아 등 미국과 FTA를 추진하거나 맺은 국가들 대부분은 이 독소조항을 채택하지 않았음.
- 한국과 유럽의 FTA협상에서는 이 독소조항을 논의조차 하지 않았음
- 대한민국 헌법상의 주권국가의 사법권, 평등권, 사회권이 무너짐
- 한국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포함한 공공정책을 사실상 포기하게 됨

8. 비위반 제소

FTA를 위반하지 않았을 경우라도 세금, 보조금, 불공정거래, 시정조치 등 자본이나 기업이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기대하는 이익을 못얻었다고 판단되면 국제 민간기구에 상대 정부를 제소할 수 있게 하는 제도
<예>
- 자본이나 기업 자신의 경영 실수로 기대이익을 못얻었을 경우라도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음.
- 국제민간기구에 제소해서 무조건 이기기만 하면 천문학적인 보상금을 타낼 수 있음

9. 정부의 입증 책임(necessity test)

국가의 정책, 규정 등 상대국가는 그것이 필요불가결한 것이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책임을 지는 조항이다.
<예>
- 현재의 대한민국 국민의 광우병 쇠고기 반대여론 같은 경우 과학적 입증 자체가 터무니 없는 일임.
- 한국은 기초과학 분야에서 국제적 위상이 취약함

10. 간접수용에 의한 손실보상

상대국가의 정책이나 규정에 의한 직접적인 손해가 아니더라도 이를 통해서 간접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되면 이를 보상해야 하는 제도이다.
땅이 좁고 인구가 많은 한국은 토지공개념 등 사유를 제한하는 공동체적 법제를 가지고 있음(미국은 한국과 정반대). 그러나 이 독소조항으로 인해 한국의 모든 정책과 규정의 공동체적 법체제가 완전히 사라지게 됨
<예>
- 한미FTA가 한국정부의 모든 정책과 규정의 상위법인 양 해석되게 됨
- 대한민국의 주권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11. 서비스 비설립권 인정

상 대국가에서 사업장을 설립하지 않고도 영업을 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내에서 설립되지 않은 회사를 국내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 따라서 서비스 비설립권 조항으로 인해 한국 정부는 이들 기업들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거나 불법 사실을 처벌할 수 없게 된다.
<예>
- 미국은 각 나라와 FTA를 맺으면서 ‘FTA이행법’을 만들었음. 이 법에서 “미국의 법률에 저촉되는 모든 FTA 규정은 어떤 상황에서든 모든 미국인에게 무효이다.” 라고 선언했음. (미국에서는 FTA가 단순한 행정협정일 뿐임)
- 한국정부는 한미FTA에 저촉되는 한국의 모든 법(30여개)을 고치려고 함(한미FTA가 조약이며 법률이라고 함)

12. 공기업 완전 민영화와 외국인 소유지분 제한 철폐
한국의 공적이며 독점적인 공기업을 미국의 거대한 투기자본들에게 맛좋고 수월한 사냥감으로 던져주는 조항이다.
<예>
- 의료보험공단, 한전, 석유공사, 농수산물, 유통공사, 주택공사, 수자원공사, 토지공사, 도로공사, KBS, 중소기업은행, 도시가스, 수도공사, 우체국, 지하철공사, 철도공사, 국민연금, 공무원 연금 등 : 미국의 거대한 투기자본에 넘어가 사유화도 가능성이 농후함
- 수도요금, 전기료, 지하철 요금, 가스요금, 의료보험료, 등이 대폭 인상되게 됨으로써 서민경제가 파탄나게 됨


  1. 이 경우 ISD는 한국 자본이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수단이 되겠죠. 또 한국자본이 미국에 문제제기할 수도 있구요. 애국-매국 문제가 결코 아닌 이유입니다. [본문으로]
  2. 미국과 중국은 2000년대 동안 경제적 협력과 군사적 긴장 관계를 형성해 왔죠. 그동안 협력과 견제가 두 나라의 기본 관계였는데, 경제 위기가 해결 안 되는 지금, 경제에서도 경쟁 관계가 더 부각될 수 있습니다. [본문으로]
  3. 신자유주의 세계화 찬성론자들은 세계가 평평하다고 주장하죠. [본문으로]
  4. 올해 문재인 씨는 베스트셀러가 된 자신의 자서전에서 한미FTA를 잘한 것으로 자화자찬하고 김현종을 높이 평가했는데, 김현종의 친미 행위가 드러난 지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죠.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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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최병천 비판을 보충하려 한다. 전형적인 인도주의 개입 찬성 논리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병천 씨[각주:1]가 “미국의 군사 개입을 찬성”한다며 밝힌 핵심 논리는 다음과 같다.

1. “보편적 인권과 반제국주의(및 국민주권) 가치 중에서 전자가 ‘상위 가치’”다.

2. “‘민주주의 없는 ‘반제론’은 실패했음이 북한, 리비아를 통해 역사적/경험적으로 입증되었다.”

3. “승리를 ‘목전에 둔’ 상황이라면 굳이 국제적인 군사적 개입을 할 필요가 없겠죠.”


그런데 지금 리비아에서 대결 구도는 ‘민중 vs 독재자’다. 리비아 혁명에 관한 태도를 결정하려면, 리비아의 혁명적 민중을 지지할 것이냐, 카다피 독재 체제를 지지할 것이냐 가운데에서 선택하면 된다.

이것이 ‘보편적 인권 vs 주권(반제국주의)’으로 바뀌는 것은 실제로는 대결 구도를 ‘민주적 제국주의 vs 카다피 체제’로 설정하는 것이다.

여기서 더 생기는 의문은 이것이 왜 ‘보편적 인권 vs 독재’가 아니라 ‘보편적 인권 vs 주권’인가 하는 것이다.

국가의 주권이란 사실상 국경 안에서 무력을 합법으로 독점하는 권리를 뜻하는데, 그 점에서 최병천의 구도는 오히려 카다피의 학살을 주권이라는 이름으로 인정해 주는 것과 같을 수 있다.[각주:2]

그러나 리비아 혁명 민중의 편에 서면 카다피의 주권 논리는 가증스런 것이다. 어떤 합법 절차도 없이 무력을 독점하고 학살을 자행하는 국가에게 ‘주권’이 있다고 인정할 민중은 없다.

결국 최병천은 이 혁명과 군사 개입 논쟁을 계급 분단선의 문제가 아니라 국경선의 문제, 즉 강대국 정부와 후진국 독재정부의 문제로 보는 셈이다.

그래서 ‘보편적 인권’을 대변할 행위 주체는 리비아 민중이 아니라 ‘민주적’ 제국주의 국가의 군대다. 

리비아 민중은 독자적 행위 주체가 되지 못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역설적으로 승리할 가망이 있다면 군사 개입을 찬성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최병천에게 그들은 민주적 제국주의가 대신 해방시켜줘야 하는 약하고 수동적인 존재다.[각주:3]

최병천은 ‘민주적’제국주의와 카다피 독재 정부 둘 가운데서 ‘민주적’ 제국주의를 지지하자고 말하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이 ‘보편적 인권 vs 반제국주의 주권’ 구도에는 좀더 이데올로기적인 의도가 숨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최병천은 그동안 북한 같은 아류 스탈린주의 독재정권들의 실패에서 온건 개혁주의 노선의 정당성을 찾으려 해 왔다. 그에게 리비아나 북한은 유엔 등을 통해 절차만 거치면 인권을 앞세운 제국주의 국가가 ‘처리’해도 되는 국가다.

이 정권들이 위선적이게도 급진적이거나 반제국주의 수사들을 즐겨 써왔기 때문에 이 나라들의 독재와 가난은 오히려 급진적 반제국주의 정치의 신용도를 추락시킬 좋은 소재였다.그럭저럭 남는 장사였던 것이[각주:4].

그러나 세계경제에 깊숙하게 엮여 있는 한국경제에서 세계자본주의[제국주의] 질서에 도전하는 전략이 아니고선 불가역적인 사회 변혁을 이룰 수 없다.

초기의 환호가 잦아든 지금, 리비아 혁명은 목적의식적인 연속혁명을 추구해야만 카다피의 반동을 이겨낼 수 있다는 사실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


그 점에서 이런 개혁주의 사고는 처음부터 제국주의의 군사 개입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수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제국주의자들이 설정한 문제틀에서 사태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결국, 민중혁명도 신뢰하지 않고 제3세계 독재정부가 신뢰하지 않는 진보가 리비아 같은 사태에 직면했을 때, 취할 수 있는 것은 서방의 가치를 미화하며 민주적 제국주의의 구실에 기대는 것 뿐이다.

사실은 바로 이런 사고 방식 때문에 서방의 많은 자유주의 좌파들이 1990년대 이후(달리 말하면 냉전 이후) 서방 강대국들의 ‘인도주의 개입’ 논리에 휩쓸려 갔다

이와 관련해 토니 블레어는 1999년 나토의 세르비아 공격을 정당화하면서, 강대국들이 세계의 경찰 구실을 할 수 있다는 ‘제3의 길’식 세계화 담론을 주장한바 있다. 

1990년대 이후 국제 구호 단체들 안에서도 균열이 일어나 중립주의에서 개입주의로 전향이 많이 일어났는데, 옥스팜의 각국 지부들이나 국경없는 의사회 같은 단체가 그렇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정치단체가 독일 녹색당인데, 평화주의를 내세우며 등장한 이 당이 사회민주당과 연합하면서 아프가니스탄 전쟁까지 지지한 것은 참으로 몹쓸 장면이었다.

한때 혁명가였던 이 당의 리저 요슈카 피셔는 한때 슈뢰정 정부에서 장관직을 맡기도 했고, 녹색당 자체도 사민당의 단골 연정파트너 정당이 됐으나 좌파적 신용은 상당히 잃어 버렸다.

서방 군사 개입에 찬성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은 이렇듯 분명하다.

문제는 최근 잠시 소강 상태인 듯하던 리비아 국내 상황이 바뀌어 카다피가 우세해 보인다는 데에 있다.

서방의 지원을 바라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들은 여전히 같다.

첫째, 서방 강대국들이 결코 인도적이나 민주적이지 않다는 것이다.(관련 글 보기 ☞ 제국주의와 인도주의) 그들은 세계 곳곳에서 인도주의 개입의 이름으로 학살과 약탈을 자행해 왔다. 바레인을 침공한 사우디 군대를 후원하는 것은 미국이다.

서방 강대국 정부들은 또 2000년대이후 카다피 정부와 유착해 왔다. 이명박 정부의 리비아 간첩 사건도 리비아 정부에 좀더 좋은 [로비] 선(線)을 대려는 시도에서 나온 해프닝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내가 쓴 다른 글을 보시오. ☞ 관련 기사 / 관련 포스트)

둘째, 서방의 군사 개입은 카다피의 가증스런 ‘학살 주권’이 아니라 리비아 혁명의 ‘주권’과 충돌할 것이라는 점이다. 혁명 세력이 장악했다는 석유 관련 시설 80퍼센트를 서방 군대는 가만히 둘 것인가.

서방 강대국들 입장에선 국유화된 석유 통제권을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혁명 정부에게 맡길 수 없을 것이다. 벌써 EU 지배자들은 반군측에 카다피와 맺은 자신들의 석유개발권을 그대로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 혁명을 이끄는 세력은 과도정부와 전국위원회로 나뉘어 있다. 과도정부에는 구체제의 법무장관 등 기득권 세력이 주도하고 있다. 전국위원회는 이 과도정부와 명확하게 선을 긋지 못하고 있다. 교착 상태 때문에 비행금지구역을 찬성하는 부류가 있을 만통일성이 부족하다. 

셋째, 리비아에서는 이집트나 튀니지와 달리 노동계급의 주도성이 적다. 그래서 기득권층의 과도 정부와 혁명위원회의 내부 분화가 충분하지 못한 것이고, 반카다피 대중을 혁명으로 동원하는 문제에서 사회적 내용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카다피가 오일머니로 주택 제공 등 복지 혜택을 약속한 바가 있는데, 혁명위원회의 전국위원회는 이를 뛰어넘는 변혁 강령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다시 말해 리비아 혁명이 직면한 어려움은 서방의 지원이 없기 때문은 아니다. 혁명 과정에서 폭력의 힘은 절대적으로 정치적 설득력(지지세력의 결집과 동원 능력)에 달려 있다.

군부가 감히 혁명에 총부리를 못 겨누고 후퇴한 튀니지와 이집트 혁명에서도 이 점은 증명됐다. 2006년 레바논 헤즈볼라가 최정예 이스라엘 군대를 이긴 것도 이런 사례다. 지금까지 혁명 세력이 승승장구한 것도 그 때문이고, 그 점에서 카다피가 일방적으로 혁명세력을  ‘학살’하는 듯한 일부 보도는 과장에 가깝고, 가끔은 의도가 의심스럽다.

어려움이 있다면 앞서 말한 혁명 주도 세력의 내부 약점에서 비롯한 것과 더불어 혁명의 선제공격에 대항한 구체제의 반동이 본격화했기 때문이다. 사우디 군대가 바레인 민주화 저항세력을 진압하려고 출동한 것을 보라. 사우디 군대를 후원하는 나라가 어디인가. 서방 강대국 가운데 사우디 군대를 막을 군사 개입을 말하는 나라가 있나?

오히려 서방의 군사 개입이 거론된 이후 서방의 음모에 맞서 아랍의 주권을 지킨다는 카다피의 거짓말이 먹힐 수 있다. 이 상황에서 과도정부나 전국위원회가 서방 개입에 찬성하면 혁명 진영은 크게 분열할 수 있다. 실제로 서방의 군사개입 얘기가 나온 뒤로 혁명이 주춤하고 카다피의 반혁명 공세가 거세졌다. 

그렇다고 혁명이 후퇴하거나 끝장난 것은 결코 아니다. 여전히 카다피는 리비아의 더 적은 지역을 톶제하고 있고, 공식 군대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용병에 의존하고 있다. 벵가지가 쉽게 함락될 것 같지도 않다. 

무엇보다 혁명은 단선적인 과정이 아니다. 초기의 환호와 역습, 후퇴와 전진 등 온갖 우여곡절 속에서 각 정치세력의 실체와 실력이 드러나는 치열한 대결의 장이다. 그리고 현재 중동 혁명은 단순히 독재자가 아니라 서방의 후원을 받는 독재자에 맞선 혁명이다. 

따라서 열쇠는 서방의 군사 개입에 있는 것이 아니다. 리비아 혁명의 운명은 이집트가 조금씩 그러고 있는 것처럼 노동자혁명으로, 다른 중동혁명과 연대하는 혁명으로 발전할 수 있느냐에 달린 듯하다.

카다피의 이권이 다른 기득권 집단의 이권으로 넘어가는 식의 과도 정부 대안이 아니라 노동자권력 대안만이 카다피가 해결 못한 빈곤과 자유, 진정한 민중주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어떤 성마른 이들에게 이런 결론이 매우 무기력하거 냉소적으로 보일 수 있다. 그렇다고 실패가 명백한 길로 갈 수는 없다. 서방 군사 개입이 아니라 서방의 개입에 반대하는 것이 혁명을 돕는 길이다.



  1. 진보신당 서울시당 부위원장/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본문으로]
  2. 그래서 그는 주권도 중요하긴 하므로 유엔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한다. [본문으로]
  3. 여기서 주권 국가가 사라져도 국가가 통치하던 그 사회는 남는다. 주권을 가진 억압적 국가기구는 외국군대가 파괴할 수 있어도 그 사회에 사는 민중은 제국주의 군대를 어떻게 볼 것이냐 하는 문제가 남는다. 최병천에게 이 문제는 고려사항이 없다. 다른 좀더 덜 현학적인 표현과 방식으로 이 문제를 다룰 것이다. [본문으로]
  4. 그래서 온건 진보파들은 북한 정권과 일체감을 느끼는 민족해방파 식의 반제국주의 노선 뿐 아니라 다함께 같은 반자본주의적 반제국주의 노선도 혐오하는 것이다. 후자는 현재 국내외에서 현존하는 자본주의 질서(국제적으로는 제국주의 질서)에 혁명적으로 도전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현존 질서에서 안주하려는 온건 진보파에겐 매우 거북스런 존재인 것이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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