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보수 언론이 또 ‘괴담’ 타령을 하고 있다2008년 촛불항쟁 이후 3년 만에 돌아온 “황당한 괴담과 선동,민주주의 뿌리째 흔든다”(<동아일보>)는 식이다.

그러나 당시에 그들이 괴담 진원지로 꼽아 검찰이 기소까지 했던 MBC <PD수첩>은 대법원까지 가서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다저들이야말로 3년 만에 진실을 괴담으로괴담을 진실로 둔갑시키려는 것이다.

2008년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반대 시위 때도 그리고 한미FTA 비준저지 투쟁을 하는 지금도진정한 괴담의 진원지는 바로 이명박 정부와 조중동이다한미FTA로온 국민이 잘 먹고 잘 사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근거없는 ‘괴담’ 아닌가.

한미FTA가 워낙 방대하고 정부가 협상 과정 등을 비밀로 붙이기 때문에 일부 사람들 사이에선 과장된 내용이 알려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대중을 속이려고 진실을 감춘 정부 탓이지 정당하게 한미FTA에 반대하는 사람들 탓이 아니다.

그리고 ‘괴담’ 탓에 사람들이 한미FTA의 좋은 점을 모르고 반대하게 됐다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정보 판단 능력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다. 반대 주도자들을 음모적으로 비추게 만들고, 반대 여론의 가치를 깎아 내리려는 ‘꼼수’인 것이다. 

☞ 참고 글: FTA 본질은 계급 전쟁  

이미지 출처: http://www.atopy101.com 이 블로그에는 atopy 님의 좋은 작품들이 많습니다.


볼리비아

<조선일보>는‘2000년 볼리비아에서 물 사유화 때문에 수도세가 올라 대신 빗물을 받아 썼다’는 내용이 괴담이라고 소개했다볼리비아는 FTA를 맺은 적도 없는데 FTA 폐해라고 왜곡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볼리비아가 미국과 FTA를 맺은 적도 없다는 게 진짜 문제다FTA를 맺지 않은 상태에서도 그 핵심독소 조항인 공기업 민영화투자자―국가 소송제 등의 문제가 얼마나 민중의 삶을 위협하는지 보여 주기 때문이다.

2000년 볼리비아 코차밤바 주의 상하수도 사업을 사유화한 미국 다국적기업 벡텔은 네 배 가까이 물값을 올렸다가 주민들의 저항(‘물전쟁’)으로 쫓겨났다.

당시 IMF 는구제금융 조건으로 볼리비아 정부에 공기업 민영화등을 요구해 물 사업을 백텔에게 넘긴 것이다그런데 주민들이 비싸진 물값 때문에 빗물을 받아마시자, 벡텔은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이용해 볼리비아 정부를 협박했고 결국 정부는 빗물 받기를 금지하는 빗물 허가제 법을 만들었다.

이것이 민중항쟁의 배경이 된 것이다벡텔은 쫓겨난 뒤에 실제로 볼리비아 정부를 ISD를 이용해 제소했으나 다시 들고 일어난 주민들에게 밀려 소송은 철회됐다.(볼리비아는 네덜란드와 맺은 무역협정에서 ISD 조항을 넣었는데, 벡텔은 네덜란드 지분을 이용해 이 협정의 ISD를 활용한 것이다.)

필수 공익서비스를 사기업의 돈벌이 사업으로 내주는 것, 그들이 정부를 통해 공공 복리를 증진시켜려는 민주적 요구를 가로막을 권리를 주는 것, 이것이 바로 한미FTA의 본질이다.

볼리비아 사례는 또다른 차원에서 중요한 사례인데, 물 사유화와 벡텔의 제소를 물리친 힘이 모두 대중의 단결된 저항에서 나왔다는 것도 새겨둬야 한다. 


의료 민영화

외교통상부는 의료분야는 개방 대상이 아니라며 의료비 상승 걱정이 ‘괴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의약품에 적용되는 ‘허가―특허 연계 제도’ “간단히 말해 의약품 특허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다.”(우석균)[각주:1]

그러면 다국적 제약기업들은 특허를 연장해 값싼 복제약 시판을 막을수 있다. 이는 의약품 가격을 상승시킬 것이다

이 뿐 아니다. “약값 결정 과정은 ‘독립적 검토 기구’라는 관문을 한 번 더 거쳐야 한다이 기구는 한국 정부는 일체 관여할 수 없도록 되어있고 임기 내에는 그 구성원을 파면할 수도 없는 기구다.”(우석균)

전국민의료보험은 보장성 확대를 위해 쓸 수도 있을 재정을 높은 약값을 유지하려는 제약회사들에게 뺏기게 되는 것이다이렇게 되면 보장성을 유지하는 데만도 의료보험료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

또 한미FTA는 송도, 제주 등 경제자유구역에서는 영리병원 설립을 규제하지 못 하게 해 놓았다그런데 이 영리병원들이 전국민의료보험 적용을 회피하면 어떻게 될까.

부자들은 의료보험을 탈퇴하고 이 병원들을 이용할 것이다. 미국계[와 이를 가장한 한국 대기업의]영리병원이나 미국 금융회사들은 영업 방해라며 전국민의료보험을 ISD로 제소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김종훈 자신이 “영리병원에서 환경문제나 건축법 등의 문제가 생기면 취소할 수 있지만, 보건의료 정책과 충돌하는 문제를 이유로 취소할 수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공공서비스

<조선일보>는 공기업 민영화는 정부에게 권한이 있다며 공공요금 인상 등도 괴담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한미FTA에는 ‘투자자에 대한 의무 부과 금지’ 원칙이란 게 있다. ‘투자자의 간접수용 보상’ 원칙도 사실상 같은 원리로 볼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투자자’는 달리 말해 다국적기업이다이 기업들에게 국내 기업에게처럼 고용이나 환경 규제 같은 공공 의무를 부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지하철이나 전기 요금을 정부가 규제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협정대로 서비스산업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개방하면 공공서비스영역에 국내외 기업들이 진출하는 것을 막을 수 없는데이 경우 이 기업들이 의무 부과 금지와 내국인 대우를 요구하면 어떻게 공공서비스의 사유화를 막을 수 있는가. 

간접수용 보상은 정부의 정책으로 투자자인 기업들이 간접적으로 재산권에 피해를 입었다고 하면 정부가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서비스 영역에 진출한 투자자들이 해당 분야의 복지정책이 재산권을 침해했다며 간접수용 보상을 요구하면 필수 공익 서비스는 약화되게 마련 아닐까.

이명박 정부 스스로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해 왔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우려는 괴담이기는커녕 오히려 더 정당성이 있는 것이다. 

이런 본질적인 상황 악화를 법적 형식으로 보장하는 것이 래칫 조항(역진방지)ISD인것이다. 즉 한번 민영화한 공기업은 되돌리기 힘들게 만드는 게 두 조항인 것이다. 

이미 한미 FTA체결을 위해 미국이 내건 4대 선결조건을 들어주면서 자동차 배기량이 많으면 세금을 더 부과하는 제도를 없애고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을풀었다.

‘미친소’는 한미FTA와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한미FTA의 본질적 일부인 것이다. 공공서비스는 한미FTA의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야말로 괴담이다. 

무엇보다 영리병원 도입과 공공서비스의 민영화를 스스로 추진해 온 세력이 그 건 FTA와 상관 없는 일이므로 괴담이라고 하는 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꼴이다. 애초에 그럴 의도 속에서 외부 충격 수단으로 한미FTA를 추진해 왔으니 말이다. 


비관세장벽

한미FTA는
한국과 미국의 다국적기업들의 돈벌이에 방해되는 것을 없애 신자유주의를 한국에서 완성하려는 협정이다. 

그래서 정부가 미국의 선진시스템을 들여 와 한국 경제를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말할 때, 그 선진 시스템은 민주주의와 복지가 아니라 기업 지배 체제를 공고히 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체제인 것이다. 

저들은 이런 시각에서 공공 복리 목적의 기업 규제를 ‘비관세장벽’이라 부른다. 다수의 삶을 위해 실시하는 정당한 규제와 과세가 저들에게는 기업 활동의 장벽=방해물 정도밖에 가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비관세장벽 같은 표현들이 마치 이 협정이 교역 조건 협상인듯 사람들을 현혹한다. 

그러나
 한미FTA는 비관세장벽 제거라는 이름으로 공익적 기업 규제를 제거하는 협정이다[각주:2]. 앞서 지적한 의무 부과 금지를 비롯 간접 수용, 내국인 대우, 역진방지, 허가-특허 연계제, 투자자―정부 소송제 등이 모두 그런 종류의 조항들이다.

국익 논쟁이나 애국 vs 매국이 아니라 계급 문제이고, 1퍼센트 기업 지배 vs 99퍼센트 민중의 삶의 싸움인 것이다.[각주:3] 

저들은 한미FTA가 오히려 경제 영토를 확장하자고 말한다. 그러나 확장되는 건 행복과 복지의 영토가 아니라 법을 무력화하고 제도를 바꿔가며 기업들이 돈벌이 영토다. 한미FTA로 흥하는 것은 대기업이요, 망하는 것은 노동자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다. 

지금도 한국의 법 위에 군림하는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은 미국에 적당한 현지 법인 하나 세워 다국적기업의 자격으로 한미FTA를 등에 업고 얼마든지 한국 사회를 유린할 수 있다. 

또, 한미FTA를 통해 취약해지는 제국의 동맹을 강화하고 중국 견제에 이용하려는 미국과, 미국 중심 질서에 하사관으로 편승해 국제 지위를 높여보겠다는 한국 지배자들의 군사동맹 영토가 확장될 뿐이다. 

그래서 한미FTA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완성이고,복지의 종결자인 반노동·반복지·반민주 협정인 것이다. 이것을 장밋빛 미래로 포장하는 자들이야말로 괴담 유포자다.[각주:4] 이것이 정부와 조중동의 ‘괴담론’에 속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고재재협상이 아니라 완전 폐기를 주장해야 하는 이유다



※ 추천 글: 
우석균·송기호의 쉬운 한미FTA 반대 해설 (제목을 그냥 클릭하시면 됩니다.) 

※ 이 글은 축약해 <레프트21> 68호 2판에 실렸습니다. ☞ 바로 가기

[토론회 안내] 한미FTA가 망칠 우리의 미래


연사: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정책실장,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정책자문위원, 한미FTA 끝장토론 토론자)

 

●일시: 11.8(화) 19:30
 

●장소: 한국기독교회관 2층
 

●참가비: 4천원(청소년·대학생 3천원)
 

●주최: 다함께

 
 

  1. 이 제도는 미국에만 있는 제도라고 한다. 왜냐면, 미국은 전국민의료보험이 없기 때문에 의약품 가격에 공공을 위한 제약을 부과한 의무의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2. 그래서 스냅백 조항처럼 한국 기업에게 불리한 조항도 한국 재벌들이 수용하고 서둘러 한미FTA를 체결하라고 하는 것이다. [본문으로]
  3. 물론 이명박과 김종훈을 매국노라 부르는 것에 내가 반대하는 건 아니다. 선출된 정부의 대표와 관료로서 민중의 이익을 팔아 먹으며 사익을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때 FTA 협상을 주도했던 또다른 인물 김현종은 지금 삼성의 사장이 돼 있다. 삼성은 참여정부에 한미FTA 추진을 가장 먼저 제안한 기업이다. [본문으로]
  4. 환상의 섬에 보내 준다고 해놓고 장기만 빼고 죽여 버리는 영화 아일랜드의 인간 복제 회사가 연상되지 않는가.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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