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위기 직전까지 가던 집권당이 총선을 코 앞에 두고 기사회생해 반격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입맛이 쓰다. 최근 정부와 새누리당의 모습은 “이명박근혜”당이라고 불리기에 충분하다.

박근혜는 213일 “한미FTA에 반대하는 세력에 나라를 맡길 수 없다”며 “야당이야말로 심판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17일 새누리당은 노무현의 딸 노정연의 미국 주택 구입자금 출처 수사를 촉구했다. 27일 총선 공천 1차 명단에는 ‘친이 실세’ 이재오를 포함시켰다.

이런 움직임이 좀처럼 탈출구를 못찾던 이명박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명박은 22일 ‘315일 한미FTA 발효’를 발표했다. 25일 취임 4년 기자회견에선 “복지는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해야 한다”며 ‘복지망국론’을 폈다. ‘사과’ 한마디 없이 대중의 복지 확대 요구에 어깃장만 놓은 것이다. KTX 민영화 카드도 꺼내 들었다.

집권당의 우파적 반격을 배경으로 법원은 23일 왕재산 사건에 중형을 선고했다. 검찰은 27일 노정연의 비자금 수사 개시를 선언했다.

이런 이명박과 박근혜의 관계 변화와 공격적 상황 대처가 새누리당의 기사회생을 뜻하는 것일까. 이들의 쇄신사기극이 성공한 것일까.

일단 2월 하순부터 여러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의 하락세가 주춤한 것은 사실이다. <한겨레>의 최신 조사에서는 두 달 만에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민주통합당을 10퍼센트나 앞섰다. 정당 쇄신 신뢰도도 새누리당이 더 높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올해 총선은 ‘이명박 정부와 여당을 심판하는 선거’라는 응답이 49.2퍼센트였고, 56.7퍼센트는 새누리당이 ‘기존 한나라당에서 거의 변한 게 없다’고 답했다.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떨어진 것이 일부 회복된 것이지 그 이상은 아니다.

이런 흐름에서 세 가지를 말할 수 있다.

첫째, 박근혜가 ‘좌클릭’ 시늉으로 노리던 산토끼들은 거의 쇄신사기극에 속지 않았다.

그들의 변할 수 없는 본질.


둘째, 따라서 와해와 추락 직전에 이명박과 박근혜가 숨 쉴 틈을 얻고 지지세를 부분 회복한 것은 새로운 지지층의 유입이 아니라 기존 보수 지지층의 재결집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최근 옛 친박연대와 합당했고, 자유선진당과 박세일 신당에게는 선거 연대를 제안했다.

박근혜는 웬만해서는 두 마리 토끼 잡기가 여의치 않다는 게 드러나자, 일단 이명박 구하기를 통해보수의 분열을 막고 집토끼를 확실히 잡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새누리당은 보수층 결집을 위해 조용환 헌법재판관을 부결시키고, 중국의 탈북자 북송 문제를 쟁점으로 삼아 국회 결의안까지 이끌어 냈다. 박희태 수사를 무마한 검찰이 난데 없이 노무현의 딸 비자금 수사를 시작하는 것도 우파는 결집하고, 안그래도 친노와 구 민주계가 다투기 시작한 민주통합당은 분열시키겠다는 꼼수다.

셋째, 이렇게 새누리당이 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은 바로 민주통합당이다. 민주통합당은 최악의 위기에 빠진 새누리당의 묶인 손을 풀어줬다.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주류 양당 구조를 복원해야 반MB 반사이익을 독점할 수 있다고 본 듯하다.

지난해 말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안철수 바람 등에서 명확히 나타난 것은 노동계급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한 반한나라·비민주당 정서였다. 한미FTA반대 투쟁이 한창일 때도 거리의 여당은 옛 민주노동당, 즉 지금의 통합진보당이었다.

민주통합당은 이 분위기를 어느 정도는 흡수하면서도 진보정당 지지로 발전하는 것은 막아야 했다. 그래서 이들은 NGO와 한국노총 지도자들을 끌어들여 ‘좌클릭’ 시늉을 하면서도, 디도스 사건으로 정권이 최악의 위기에 몰렸을 때 오히려 FTA 반대 장외 투쟁을 접어 버렸다.

한나라당과 석패율제에 합의한 것도 주류 양당 구조 복원 시도로 이해할 수 있다. 27일 선거구 개편으로 피해보는 곳 중 통합진보당 지역구 의원이 두 명(강기갑·김선동)이나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여기서 문제인 것은 통합진보당 등 진보진영이 민주당과의 공조 때문에 시간을 허비하고 스스로 투쟁을 자제한 것은 좋은 기회만 보내버린 것이다. 결국 민주통합당이 한나라당을 떠받쳐주고, 그런 민주통합당을 진보진영이 도와주는 식으로 상황이 전개돼 버린 것이다. 

그러나 집권당의 위기가 근본에서 해소된 것은 아니다. 사상 최대 세계경제 위기 속에서 일어난 유례 없는 정치 위기를 겪으며 한국 지배계급의 내분이 심화됐으므로 이 내분이 쉽게 가라앉을 수 없는 것이다.

당장 이재오 공천을 둘러싸고 공천위원회와 비대위 간에 공개 갈등이 불거졌다. 결과에 불만을 품은 김종인 등은 “박근혜 위원장의 태도가 굉장히 모호하다”며 비대위 해산까지 언급했다또 검찰이 건드리다 만 이명박 정권 실세들의 비리는 여전히 시한폭탄이다.

박근혜는 여전히 집권당에서 이명박의 겉포장지라도 뜯어내는 시늉을 해야 한다. 지역구에서 승산 있는 이재오는 살려 줘도 이동관, 나경원 등도 공천할 지는 두고 봐야 한다.(그다지 높지 않다.) 

이명박에겐 이 위기의 원인을 해소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으므로 우파 결집으로 위기를 탈출하는 길밖에 없다. 그는 위기 탈출을 위해 친북 마녀사냥, 학교폭력과의 전쟁, 핵안보정상회의와 키리졸브 훈련 등을 통한 대북 압박 등으로 보수적 분위기를 강화하려 할 것이다. 경제가 더 나빠지면, 조직 노동자들을 대거 공격할 수도 있다.

따라서 진보정당과 진보진영은 더는 선거심판론과 ‘묻지마 야권연대’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 대중투쟁이 민주통합당을 왼쪽으로 동요하게 만들어 새누리당 복원의 한 축을 무너뜨려야 진보적 반MB 실현의 기회가 온다.

당장 MBC 노동자들의 파업이 KBS, YTN 파업으로 발전할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명백한 반MB 정치투쟁이 진보진영 전체의 투쟁으로 발전하도록 투쟁을 연결하고 일반화하는 구실을 해야 한다.

KTX 민영화 반대 투쟁, 여성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투쟁 등 우리 편이 뭉쳐서 싸울 기회가 열리고 있다. 
투쟁으로 국면을 바꾸지 않으면 선거에서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정치는 기회를 놓치는 자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

여기저기 돌아서 원 출처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암튼 절묘한 아이디어였습니다.


□ ‘민누리통합당’의 정체성


정체성’을 공청 기준으로 삼겠다던 민주통합당은 강원도 철원·화천·양구·인제에 “[이명박의] 한마디 한마디[] 동화 … 아버지의 음성”이라던 인물을 추천했다. 지난 총선에서 자유선진당으로 옮겨 국회의원이 됐던 철새 이상민도 복당했다.

사실 공천심사위원회에 노영민, 백원우 등 한미FTA 폐기 강불파(날치기 반대 때 강 건너 불구경했다고 붙여진 이름)들이 포함된 것부터 비판 대상이었다.

경제평론가 선대인이 대표적 토건 정치인으로 공천 반대 캠페인을 했던 박기춘도 공천됐다.

이쯤되면 민주통합당의 정체성이 뭐냐고 물을 만도 하다. 언론마저 비판적이다.

<미디어오늘>은 “민주통합당이 ‘여당놀이’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손석희도 민주당을 공개 비판할 정도다. 27일에는 당내 경선단을 불법 모집하던 사람이 투신자살하는 일도 벌어졌다.

<한겨레21> “민주통합당 ‘재벌의 X맨’ 기사에서는 “김진표를 원내대표로 뽑은 것은 다름 아닌 민주당 의원들”이라며 “당의 전반적인 체질과 인식이 근본 문제”라고 지적한다. “재벌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는 눈치보기”가 만연한 풍토는 민주당의 진짜 정체성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것은 지배계급의 ‘플랜B’ 정당으로서 민주통합당의 숙명이다기성 질서 ‘안에서’ 플랜A, 즉 주류 본당이 제 구실을 못 할 때 그 구실을 대신하는 정당이라는 것이다

이는 플랜B 정당에게는 주류 본당과 비교해 기층의 저항운동을 일부를 흡수해 외양을 포장할 수 있는 폭이 더 크고 그 역량이 실제로 매우 중요하다는 걸 뜻하는데, 문제는 이런 식의 정권 교체가 주류 양당 구조 자체는 유지하면서 이뤄지는, 즉 지배계급 주류가 관리할 수 있는 ‘변화’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본성상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2중대 구실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은 민주당 자체도 핵심 기반은 지배계급 내부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 상대적 소수파, 비주류일 뿐인 것이다.

그래서 민누리통합당이라는 비아냥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그러나 민심 이반의 깊이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살아나면 분열 위기에 빠질 것은 바로 민주통합당이다. 진보정당과 진보진영이 힘을 쏟아야 하는 것은 야권연대 협상이 아니라 기층의 분노를 동력으로 대중 저항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것이다. 

영국 노동당은 창당 초기 보수당에 맞서 자유당의 하위 파트너 구실을 했다. 그러나 제1차세계대전 이후 노동 대중의 급진화 과정에 노동당이 부응하자, 존재감을 잃은 건 [노동계급에게서 표를 얻지만 실제 기반은 자본가계급과 상층 중간계급에 둔] 자유당이었다.

그 이후로 노동당이 집권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훗날 
영국 노동당이 플랜B 정당의 구실을 하게 됐다. 그러나 진보정당의 집권이 늘 부작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진보 지지 대중 다수의 염원을 감안하면 민주통합당의 상대적으로 개혁적인 후보들과 야권연대가 불가피하겠지만명분과 기준 없는 전면적 후보 단일화까지 수용할 순 없다. 
 

☞ 이 기사의 주제와 관련된 <레프트21> 기사: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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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은 부산 저축은행들의 희생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에 반대했다.
 

저축은행 부실을 심화시킨 부동산 부양 정책을 펴고 이를 위해 금융 감독을 소홀하게 한 당사자가 바로 이명박 정부다.

게다가 저축은행 관련 로비 스캔들에 자신의 친인척과 측근이 연루된 이명박이 ‘시장경제의 원칙’ 운운하며 희생자 구제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역겹다.
 

그렇다고 선거를 앞두고 서둘러 이 문제를 덮으려고 박근혜와 민주통합당이 합의한 현재의 구제법도 문제가 있긴 하다.

예금보험기금에서 피해액을 지급하겠다는 구제법안은 다른 예금자들에게 피해를 떠넘기는 것에 불과하다. 이것도 진정한 책임의 회피이긴 마찬가지다.
 

따라서 통합진보당이 제안한 “저축은행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먼저 배상하고 사후에 불법행위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법”이 가장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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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쇄신’이 사기극이었고, 새누리당의 본색이 “완전 극우”(강금실)라는 게 거듭 드러나고 있다.

새누리당은 29일 야당 추천 몫인 헌법재판소 재판관 조용환 후보 인준을 부결시켰다. 진보적이라고 보기는 힘들고, 천안함도 ‘북한의 공격이 맞다’는 사람인데도 ‘정부 발표를 확신’하지 않는다고 퇴짜를 놓은 것이다. 또 박근혜는 “이번 총선이 [FTA 폐기를 막을] 구국의 결단이 돼야 한다”며 독려하기 시작했다.

‘1퍼센트만을 위한 종합선물세트’를 자신들의 핵심 기둥으로 삼고 나선 것이다.

어리석게도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이제 와서 “새누리당의 쇄신쇼를 너무 믿었다”고 한탄한다.

그러나 ‘경제 민주화’니 ‘보수 삭제’니 하는 박근혜의 쇄신 사기극은 처음부터 집권당 붕괴 위기를 수습하려는 시간 벌기에 불과했다. 정권재창출은 이명박과 박근혜 공동의 목표다. 박근혜는 정권의 측면 지원도 필요하고, 새누리당 분열도 막아야 한다.

그럼에도 표를 얻으려면 이명박과 단절한 모양새를 내야 한다. 쇄신을 하자는 박근혜 비대위가 이명박 정부 실세들에게 ‘스스로 물러나 달라’고 애원해 온 것도 이런 모순 때문이다.

정강·정책과 당명을 바꾸면서 ‘좌클릭’ 시늉도 했다. 우익 변호사 전원책은 이런 박근혜에게 “이제 보수의 적이 됐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잠깐의 사기극이 끝나자마자 박근혜 비대위는 조용환 부결과 한미FTA 공세를 통해 친이계를 포함한 보수층 결집에 나서고 있다.

4년 전 자기들이 보기에도 수구 부패라고 내친 미래희망연대(친박연대)와 합당을 했고, 이제는 이회창의 자유선진당과 총선 연대를 논의하려 한다. 한미FTA 전도사 김종훈은 영입 1순위다. 용산참사 살인주범인 김석기, 농민 시위 살인진압과 철도노조 탄압 주범인 허준영도 버젓이 새누리당 예비 후보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사실 이것은 전통적 방식으로 위기를 벗어나려는 최근 이명박의 반동 시도와도 연결돼 있다.

이명박은 26일 “학교폭력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공개 독려했다. 그 뒤로 경찰은 ‘학교 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국가보안법 등 공안 탄압도 확대되고 있다.

청소년, 이주자, 범죄자, 좌파 활동가 등을 속죄양 삼아 사회불안 심리를 부추기고 경찰력 등 권위적 통제 강화를 정당화해 사회 분위기를 냉각시키려는 전형적 수법이다.

이런 시도는 마치 199010월 노태우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권위주의 공안 통치를 다시 강화하려 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기층의 불만과 분노가 워낙 컸기 때문에 이듬해 강경대 열사 사망 후 ‘5월 투쟁’의 역풍을 맞고 도리어 공안 통치를 주도하던 내각이 붕괴했다.

그러나 지금 타협적이고 모순된 민주통합당이 주도하는 야권공조로는 박근혜와 이명박의 반격에 효과적으로 맞서기 힘들다. 일부 NGO 개혁 인사 영입과 정책(실천은 아직 아니다) 일부 좌클릭으로 지지도는 일시 올랐지만, 당장 “여당일 때는 한미FTA 추진한다고 해놓고 야당이 되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는 박근혜의 논리에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진보진영만이 FTA를 두고 우파에 맞서 분명하고 일관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야권연대는 진보진영의 주도성과 대중투쟁 건설에 종속돼야지 그 반대가 돼서는 안 된다

따라서 진보진영의 주도 속에 부패, 빈부 격차, 노동 탄압에 대한 분노가 이명박 정부에 대항한 총체적 항의로 발전하도록 투쟁을 건설하며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99퍼센트의 요구를 쟁취하는 길이고, 선거에서도 진보진영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길이다.

☞ 이 글의 보충 설명은 여기로

클릭하시면 커집니다. 지난해 말에 만든 인포그래픽인데, 카메룬 다이아몬드 등을 이미 지적하고 있죠. ㅋ


모든 비리와 의혹은 이명박으로 통한다


지난해 말 한나라당 친박계 이혜훈은 “싱가포르를 주목하라”고 기자들에게 강조했다.

BBK 실소유주 기업으로 의심받는 다스가 본사를 싱가포르로 옮겼다는 것이다. 다스는 이명박의 형 이상은이 대주주고, 아들 이시형이 근무한다.

이제 다스에 대한 국세청과 검찰의 압수수색은 불가능하다. 싱가포르와 한국은 범죄인 인도 협정도 맺어져 있지 않다. 즉 도곡동 땅과 BBK를 잇는 다스 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상득의 맏아들 이지형도 싱가포르 국적을 취득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정권이 바뀌면 권력형 부패가 드러날까 봐 두려운 MB 일가가 의혹의 핵심 근거지들을 빼돌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이 나올 만하다.

지금 이지형이 일하는 BRIM이란 회사는 이상득 연루설이 나오는 CNK1천만 달러의 대출을 받는 데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CNK 주가조작 사건 발각 후 <조선일보>조차 이명박·이상득 형제의 자원외교 전반에 의혹을 제기했다.

자원외교 과정에서 오고간 돈들과 이상득의 괴자금의 연관성도 의혹의대상이다.

지금 악취를 풍기고 있는 이상득, 박희태, 최시중은 모두 이 정권의 최고 실세그룹인 옛 ‘6인회’ 멤버들이다. 이들이 특권을 위한 입법과 부당거래를 위해 받아 챙기고 돌린 돈들이 지금 문제가 된 것이다.

따라서 각종 의혹 사건에서 온통 비서와 보좌관들 수준에서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한 것은 분통터지는 일이다.

깃털이 아니라 몸통을 수사해야 한다. 권력형 부패의 정점에는 바로 이명박이 있다


☞ 이 글은 축약해 <레프트21> 75호에 실렸습니다. ☞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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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승부수와 진보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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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두 달 만에 당 밖을 향해 수첩을 펼쳤다
. 한미FTA 반대 세력에게 정권을 맡길 수 없다고 야당들에게 공세를 편 것이다. “한미FTA 반대는 구국의 결단”이라고 소속 의원들을 독려했다.

그동안 두 달 가까이 박근혜는 ‘경제 민주화’니 ‘보수 삭제’니 하면서 쇄신 사기극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지배계급 양당 구도를 복원하려는 조중동과 민주통합당 지도부 등의 도움을 받아 어느 정도 숨돌릴 틈은 얻었지만 지지율은 소폭 상승에 그친 반면 우파들은 길길이 날뛰었다. 전원책은 박근혜에게 “이제 보수의 적이 됐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박근혜는 집권당의 추락 속도가 잠시 늦춰진 상황을 이용해 한미FTA 공세로 보수층 결집을 시도하는 듯하다.

사실 총선에서 자유선진당과도 연대를 해야 한다. 공천 탈락자를 채가려는 박세일 신당 ‘국민생각’이 창당한 것도 대비해야 하는 처지다. 당 안에서조차 친이계는 공천 학살 공포에 ‘혹시나’하며 떨고 있고, 친박계와 쇄신파는 친이계가 충분히 숙청되지 않아서 자기들 선거에도 지장을 줄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들을 보수적 의제를 내세운 대야 투쟁으로 돌파하려는 것이다. 

한편, 민주당 지도부의 한미FTA 입장 번복을 부각해 박근혜의 ‘원칙’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비대위의 행보에는 원칙도 일관성도 없다.

2007년에는 박근혜도 지금과 반대로 ‘줄푸세’를 말하며 노무현 정부보다 더 강도높은 신자유주의를 요구한 바 있다.

사실 ‘경제 민주화’를 정강에 넣자마자 한미FTA만이 살 길이라고 핏대 높이는 것만큼 정신분열적인 행위도 없을 것이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말처럼 “한미 FTA를 이대로 발효되게 둔다면 경제 민주화 정강·정책을 아무리 넣어봐야 소용이 없다.”

박근혜는 ‘복지국가’를 말하면서 2005년과 2009년에 각각 생존권 요구를 살인 진압한 허준영, 김석기 등도 영입하고 있다.

쇄신’도 없다. 박근혜가 당을 장악한 후 막상 부패 혐의로 당에서 쫓아낸 것은 최구식 하나 뿐이다. 그래서 정작 이재오, 이동관, 나경원, 김석기 같은 이명박 정권 실세 출신들이 뻔뻔하게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버젓이 뛰고 있다.

이처럼 박근혜의 쇄신사기극은 모순적이다. 배경을 요약하면, 이명박을 두고 동맹과 분열의 상반된 압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MB로 표현되는 反보수·反특권층·反신자유주의 정서가 워낙 단단해 박근혜는 이명박과 단절해야 한다는 압력에 시달려 왔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박근혜는 정권의 측면 지원도 필요하고, 새누리당이 분열해 정권을 뺏기는 것은 막아야 한다. 어차피 1퍼센트 본색과 뿌리는 서로 같기 때문이다. 정권재창출은 이들의 공동의 목표인 것이다. 

 

그래서 이명박의 몰락은 박근혜도 바라지 않는 바다. 그것은 집권당의 분열 압력을 키우고 기층의 분노가 행동으로 바뀔 수 있도록 자극해 정권재창출을 어렵게 할 것이다

둘의 갈등은 1퍼센트 기반과 본색을 공유하면서 그 안에서 벌이는 주도권 갈등이다. 박근혜는 이명박이 적당히 약화돼 집권당의 프리미엄을 유지하면서도 그 세력의 주도권만 넘어 오기를 바란다

이것이 박근혜의 두 마리 토끼 전략이 가진 딜레마의 실체다.  

그러나 최근에는 해외 일본 언론들마저 이명박이 “완전히 레임덕에 빠진 양상”이라고 보도할 정도다. 이상득, 최시중에 이어 박희태도 결국 물러났다. 김효재 사퇴로 반년새 청와대 실세 수석이 두 명이나 비리로 쫓겨났다. 사퇴가 끝이 아니다. 이들 모두 검찰 소환 대상이다.


희생양 찾기


최근에는 카메룬 다이아몬드 사건 때문에 <조선일보>조차 이명박 형제의 자원외교 전반에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이명박은 UAE를 다시 찾아가 유전개발 참여권을 또 구걸해야 했다.

그래서 박근혜의 한미FTA를 쟁점으로 한 본색 드러내기와 보수층 결집 시도는 이명박 구하기가 그 본질이다. 이와 박이 아무리 갈등이 커도 박근혜 비대위의 목적이 집권당 레임덕 위기를 해결하려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 
정신없이 사면초가에 몰린 이명박은 전통적 우파 방식으로 위기를 벗어나려 한다. 이명박은 26일 “학교폭력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공개 독려했다.

그 뒤로 경찰은 ‘학교 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중고교 졸업식을 경찰로 둘러싸는가 하면 일선 학교에 ‘일진’ 명단을 요구했다. 조현오는 ‘경찰청장 직을 걸겠다’고 사뭇 비장하게 나온다.

최근 왕재산 등을 핑계로 국가보안법을 활용한 마구잡이 압수수색과 구속을 남발하고 있다. 좌파에게 종북 이미지를 덧씌워 정권에 대한 불만이 진보적 방향으로 결집되는 걸 조금이라도 막아보려는 것이다.

이처럼 청소년이나 좌파 활동가, 범죄자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속죄양 삼아 사회불안 심리를 부추기고 경찰력 강화를 정당화하며, 이를 이용해 사회 분위기를 냉각시키고 우파적 의제들을 선거 국면에서 부각시키려는 전형적 수법이다.

이런 시도는 마치 1990년 1월 3당 합당으로도 기층의 운동을 잠재우지도, 민심의 지지를 회복하지도 못하자 그해 10월 노태우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권위주의 공안 통치를 다시 강화하려 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공안통치의 필연적 귀결로 이듬해 4월 시위하던 명지대 강경대 학생이 백골단(무술 유단자로 이뤄진 진압 전문 경찰)에 맞아 죽는 일이 벌어진다. 이로써 이른바 91년 5월 투쟁이 벌어진다.

이 투쟁의 역풍을 맞고 당시 공안 통치를 주도하던 노재봉 내각이 도리어 붕괴했다
. 범죄와의 전쟁은 소기의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군복만 벗은 군부 정권에 대한 분노와 전세값 폭등 등 생존권에 대한 불만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각주:1]   

이런 선례와 비교하면, 이명박과 박근혜의 우파 공세는 지금 국면에서 기층의 반발만 더 키울 가능성이 높다.

지금 이명박은 당시 보수대연합 정부였던 노태우보다 정치적 기반도 더 협소하고, 검찰, 경찰 등 국가기구 통제력도 더 취약하다.

대중의 분노도 못지 않다. 그때처럼 방송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고 있다. 쌍용차 희망텐트엔 금속노동자 2천여 명이 모여 상반기 투쟁을 결의했다.

문제는 이른바 반MB 진영의 무능과 안이함이다. 이런 기회를 얻고서도 민주통합당의 새 지도부는 새누리당 몰락에서 반사이익을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주류 양당 구조 복원에만 충실해 왔다. 대중의 진보화를 의식해 이 과정은 일부 좌클릭을 동반했다. 이렇게 보면 최근 민주통합당의 모순되고 타협적 태도를 이해할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통합진보당 지도자들은 이런 민주통합당 지도부와의 공조를 최우선순위에 놓는 바람에 집권당에게 시간만 벌어준 셈이 됐다. 진보진영 주류가 민주당 비판을 삼가고 있을 때 박근혜와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석패율제, 한미FTA 발효 등을 거래하며 진보적 의제들을 배제해 버렸고 그 덕분에 집권당이 한숨 돌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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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일 때는 한미FTA 추진한다고 해놓고 야당이 되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는 박근혜의 공세를 민주통합당 주류가 일관되게 이겨낼 순 없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부패에 대한 분노와 학생과 노동자들의 저항이 이명박 정부에 대항한 총체적인 항의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정국 주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진보적 의제와 정책 대안, 행동계획을 독자적으로 제출하고 조직해야 한다. 야권공조는 이런 투쟁 건설에 복무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선거에서도 진보진영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길이다.  

  1. 1991년 9월 17일 서울대 진군식 후 투쟁하던 서울대생이 연행되자 동료학생들이 연행학우 석방을 요구하며 밤 10시 20분쯤 서울 관악구 신림9동 가나다제과 앞길에서 시위를 벌이다 신림2동 파출소에 화염병을 던졌고 5초 후 총소리와 함께 건너편에서 시위를 구경하던 한국원씨가 신림2동 파출소 소장 조동부 경위(42)가 쏜 38구경 권총 1발을 왼쪽가슴에 맞고 관악성심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사망한 사건이다. ☞출처: http://archives.kdemo.or.kr/PhotoView?pPhotoId=0075627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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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수분처럼 쏟아내는 이명박 정권 실세와 일가 비리는 이들의 1퍼센트 본색을 잘 보여 준다.

지난해 SLS그룹과 저축은행들의 뇌물 로비 자금을 받아 실세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되더니 결국 ‘상왕’ 이상득의 비자금 일부가 들통났다. ‘방통대군’ 최시중은 정권과 조중동의 방송 장악을 위한 미디어악법 날치기 대가로 ‘쇼핑백’으로 돈을 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카메룬에서 다이아몬드 광산을 발견했다고 외교부 보도자료까지 조작해 고위 관료들이 주식 시세 차익을 챙긴 CNK 사건을 두고 기획재정부 고위관료는 “자원 개발은 99퍼센트가 가짜라고 보면 된다”고 털어놨다.

1퍼센트 특권층과 정권 실세들은 특혜를 주는 대가로 부정한 돈을 주고 받아온 것이다. 오죽 이런 습성이 몸에 뱄으면 자기들끼리 당대표를 뽑으면서도 돈봉투가 돌았겠는가.

더 뻔뻔한 일도 서슴지 않는다. 이명박은 퇴임 후 갈 집을 사는 데 국비를 사용했다. 급기야 자기들에게 유리한 선거 결과를 내려고 선관위 홈페이지를 사이버테러해서 투표를 방해하기까지 한다. 집권당이 국가기구를 ‘테러’한 것이다.

사실 소득세를 원천징수당하면서 이런 특권 정치에서 배제된 노동자들에게는 부자 정치인들이 부자 감세 등 1퍼센트 정치를 펴 온 것 자체가 합법적 부패라 할 만하다.

이명박 본인이 자신의 감세 정책으로 종부세를 9분의 1이나 덜 냈다. 지난해 상위 소득 0.8퍼센트가 총 66백여억 원의 세금을 덜 냈다. 4년 동안 총 부자 감세 규모가 약 90조 원이다.

이명박은 자기 친구들인 건설사와 땅부자들을 위해 막대한 세금을 부어가며 4대강을 파헤치고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을 고수했다. 그 대가로 많은 이들이 농지를 빼앗기거나, 전세 대란 속에서 서러운 경험을 해야 했다.

지난 4년 동안 10대 재벌의 유보이익은 3백조 원이 넘었는데, 이명박 정권은 이런 이익 보장을 위해 가장 공들인 일은 생존권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때려 잡는 일이었다.

정리해고 반대 파업 때 살인 진압에 시달렸던 쌍용차 노동자들은 벌써 20명이 정리해고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고, 용산에선 철거민 5명이 목숨을 잃었다. 현장 통제 강화로 현대차에서만 두 명이 자살했다.

각종 비리 혐의로 궁지에 몰린 이명박이 이제 와서야 골목 상권 운운하며 대기업 때리기를 하는 시늉을 하지만, 그 뒤에서 99퍼센트 민중을 고통에 빠뜨릴 한미FTA 발효를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이명박 정권의 부정부패는 1퍼센트 특권층 정부가 추구해 온 노선의 필연적 귀결이다. 따라서 진보진영의 반MB 대안이 비리 색출을 위한 국정조사 같은 것에만 머물러서는 안 됐다. 이 무도한 정권은 진작 쫓겨나야 했고, 한나라당은 해체돼야 했다.

사실 지난해 말에 그런 기회가 왔다. 복지 확대 요구에 오세훈이 우파적 반격을 시도하다 역풍을 맞아 한나라당은 오히려 서울시장 자리만 뺏겼다. 그러자 정권은 밀리기 전에 쐐기를 박으려고 한미FTA 날치기를 강행했지만 도리어 거리에서 반대 투쟁을 만났다.

집권당이 거듭 역풍을 맞던 국면에서 선관위 디도스 공격이 한나라당의 소행으로 밝혀졌다.이것은 결정타로 보였고, 한나라당은 실질적인 해체 위기에 직면했다. 정권 내부에서 서로를 겨눈 생존 투쟁이 시작됐고, 그 결과 정권 실세 비리가 연이어 폭로됐다. 탈당 소동도 일어났다.


물타기


집권당 해체 위기를 막으려고 긴급 투입된 것이 박근혜였다. ‘공공의 적’ 이명박을 대신해 박근혜가 해야 할 첫째 임무는 한나라당 당권을 장악해 집권당을 향한 대중적 분노에 물타기를 하며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둘째는 그 과정에서 민주당을 국회로 다시 불러 들이는 것이었다.
 

MBC 자막 실수 뉴스. 새누리당 로고 패러디 버전. 한나라당 로고의 민소희 버전.


민주당이 지배계급의 제2당으로서 박근혜 비대위를 구원해 줬다. 애초부터 한미FTA 반대에 진정한 열의가 없었던 민주당이 투쟁 시늉마저 팽개치고 연말에 조건 없이 등원해 버린 것이다.

야권연대에 집착하며 민주당 꽁무니를 좇던 진보진영은 뒤통수를 맞았다. 그럼에도 박근혜 비대위의 본질을 폭로하며 공세를 늦추지 말아야 했다. 집권당의 자중지란 위기는 새해에도 계속됐기 때문이다. 친이계 고승덕이 친이계의 전당대회 돈봉투 건을 터뜨린 것이다.

사실 이명박 세력의 비리가 계속 터지는 것은 박근혜에게도 괴로운 일이다. 무엇보다 박근혜 세력도 청산돼야 할 낡은 부패 세력의 일부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또 한나라당이 해체 위기를 벗어나려면 공공의 적이 된 이명박과의 차별화에 성공해 대중적 공분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그 차별화 자체가 친이계와의 분열 위험을 안고 있는 목표다.

사실 박근혜도 그런 모순된 처지를 알기 때문에 비대위 내부 강경파들의 ‘정권 실세 용퇴·탈당론’과 거리를 둬 왔던 것이다. 그래서 박근혜 비대위는 디도스 특검법을 도입하겠다면서 막상 본회의는 열지 않는 등 꼼수로 대중적 분노의 열기를 식히는 데만 급급해 온 것이다.

인적 쇄신’ 대신 박근혜가 우회로로 택한 것이 당명 변경과 당 정강·정책의 중도화다. “큰 시장, 작은 정부의 기조”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추구한다는 기존 정강을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강한 정부”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해 경제 민주화를 실현한다”는 것으로 바꾼 것이다.

사실 신자유주의 이명박 정부도 2008년 금융 위기 직후 2백조 원에 육박하는 지급 보증을 하는 등 정부 개입이 결코 적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도 말로는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집권했지만 비정규직 악법을 추진했고 부자 감세와 한미FTA를 추진했다.

따라서 2007년 대선 때만 해도 ‘줄푸세’라며 강경한 신자유주의를 주장했고, 1퍼센트 특권정책의 종합판인 한미FTA 날치기에 적극 동참했던 박근혜의 ‘변신’은 눈속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것을 대단한 변화인양 홍보할 수 있는 것은 거리 투쟁이 가라앉고 저들이 말하는 일상적 의회정치가 복원돼 왔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최근에도 한미FTA 발효, 석패율제 등을 합의한 것에서 보듯, MB 심판보다 자본가당 간의 양당 구도 복원에 더 열심이었다.

한편에서 양당 구도 복원을 하는 과정에서 양당이 ‘좌클릭’을 경쟁적으로 했다는 것은 시사적이다. 이것은 완전하진 않지만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완충지대로서 이들 정당들의 변신·외연확장성을 [물론 과장해서도 안 되지만[각주:1]] 일면적으로 무시해서도 안 된다는 것을 보여 준다.(그 점에서 통합진보당이 양당 구도에 협착된 것은 주체 역량의 문제라기보다는 이런 객관적 상황 변화와 의도적 배제에서 비롯했다고 본다.)


2중대
 
 

결국 이런 과정 속에서 1월 하순부터는 집권당이 끝도 모르던 추락에서 잠시 숨을 둘린 듯하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 박근혜와 문재인의 지지율이 다시 오르면서 안철수와 진보정당들의 지지율이 하락한 것도 두 당과 보수 언론들이 줄기차게 양 당의 좌클릭 효과를 과장하면서 진보정당을 배제하려는 노력을 펴면서 지배계급 양당 [공존] 구도가 복원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진보진영이 이명박 정권은 어차피 끝났다면서 선거 때 심판하자며 지금 아무런 정치적 동원을 하지 않는 것은 정확한 세력관계 평가와 그에 따른 진정한 과제를 외면하는 것이다

오히려 그 사이에 한숨 돌린 이명박은 희망버스 계좌를 뒤지고 참가자들을 소환하는 등 뒤통수를 치려고 하고 있다. 한미FTA 발효도 준비하고 있다. KTX 민영화도 하려 한다. 심지어 한중FTA를 추진하려 하고노동시간 단축을 명분으로 조직 노동자들의 고용과 임금 조건도 공격하려 한다. 

그래서  통합진보당이 민주당에게 먼저 야권후보 단일화를 먼저 제안하며 선거 국면으로 초점을 옮기는 것은 실수다. 저들에게 시간만 벌어주는 격이고, 그리 해서는 애초에 선거가 저들에게 유리한 전투 장소이므로 선거전도 오히려 힘들게 치를 수밖에 없다.

연말 한미FTA 투쟁 같은 거리 투쟁의 재개를 모색해야 한다. 당시 민주노동당은 거리의 여당이었고,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의 지지율은 상승했었다. 여전히 기회는 있다.
 

집권당의 위기 요소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추락이 끝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명박과 한나라당 지지율은 지난해 말 곤두박질친 뒤로 회복 조짐이 아직 없다.

 
이명박의 부패 추문과 집권당의 내분도 쉬이 가라앉진 않을 것이다. 박근혜의 말뿐인 정강·정책 쇄신 ―경제민주화 포함과 흡수통일 배제 ―를 두고도 정몽준은 “정치적 계산으로 개입하면 할수록 꼬이는 것이 경제”라며 반발했고, 박세일은 “무원칙”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대중에게 계속 진정성 있는 개혁으로 비춰질지도 의문이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말대로 “한미 FTA를 이대로 발효되게 둔다면 경제민주화 정강정책을 아무리 넣어봐야 소용이 없다.” 박근혜가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임명한 검사 출신 정홍원은 2007년 대한 변협이 삼성 X파일 특검 때 그를 특별검사 후보 중 하나로 추천했을 때 친삼성 인사라고 항의를 받았던 인물이다.

박근혜의 두 마리 토끼 잡기는 여전히 모순 속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국정조사나 디도스특검법 등 한나라당의 협조가 필요한 국회 차원의 요구만 제기할 것이 아니라 거리로 나와 정권에 대한 대중적 항의를 불러 일으켜야 한다.
민중의 힘 같은 공동 투쟁을 위한 상설연대체는 이럴 때 구실을 하라고 만든 것 아니겠는가. 그래야 박근혜 비대위의 모순을 더 키워 집권당의 분열과 위기를 더 가속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조직 노동자들 일부가 보여 준 투지는 그런 투쟁 건설이 가능하다는 조짐을 보여 줬다. 현대차 노동자들이 연초에 하루 파업으로 요구 조건을 상당히 따냈고, MBC노조도 낙하산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파업을 막 시작했다.

현 집권당이 직면한 위기의 깊이를 볼 때, 진보진영이 이런 투쟁들을 모아 정권 자체와 대결하는 투쟁을 진지하게 건설한다면 집권당의 위기를 진보 대안 건설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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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를 과장하면, 빅텐트론(야권단일정당론)처럼 독자적 진보정치의 존재 의의를 인정하지 않게 될 수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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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엄청난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조직에 NGO 출신 인사들이 대거 결합한 민주통합당은 통합 특수를 어느 정도 누린 듯 보인다.

이 당은 지난해 말부터 2년 반 만에 정당지지율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1226일부터 열흘간 모집한 최고위원 본선 시민경선인단 모집에는 무려 80만 명이나 몰렸다.

경선인단 모집 기간에 SNS에서는 한미FTA에 반대하는 더 개혁적인 후보를 뽑는 데 개입해서 민주통합당을 변화시키자며 경선인단 신청을 독려하는 캠페인이 벌어지기도 했다.

개혁적인 대안 정당을 성장시켜 한나라당과 그 아류세력의 집권이나 의회 지배를 끝내고 싶은 열망이 민주통합당 개입론과 개혁적 후보 지지로 표출된 것이다. 김진표 같은 X맨들을 제거하고 민주통합당을 개조해서라도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고 싶어하는 대중의 열망은 충분히 이해할만 하다.

진보정당의 잘못이긴 했으나 진보정당의 협조로 재보선에서 승승장구해 온 민주당은 계급적 본성 때문에 FTA 같은 핵심적인 친기업 정책에서는 늘 배신과 뒤통수를 날려 왔다.


그러나 그런 바람은 초장부터 벽에 부딪혔다. 민주통합당도 한나라당과 마찬가지로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파문에 휩싸인 것이다. 한나라당의 돈봉투 의혹 이후 ‘혹시나’ 하는 의혹의 눈빛이 민주통합당으로 옮겨가자마자, 당대표 후보가 영남권에서 돈봉투를 살포한 사실이 드러나버린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한나라당 돈봉투 사건을 두고 “당대표도 돈으로 사는 ‘만사돈통당’”이라고 비난했는데, 민주당 관계자가 언론에 한 말을 보면 민주당도 전혀 다르지 않다.

이 관계자는 “돈을 넣으면 표가 나온다 해서 일명 ‘자판기’라고 부른다. 이것은 새천년민주당 전당대회 시절부터 면면히 이어져 온 민주당의 오랜 선거 방법”이라고 털어놨다.

민주당 출신 전직 의원들도 이런 폭로가 사실이라고 뒷받침하고 있다. 유시민은 “금품 살포를 목격한 바도, 경험한 바도 있다”고 털어놨고, 유인태도 “김대중 정부 시절 공천의 3분의 1은 돈을 받고 팔지 않았느냐”고 증언했다.

이 때문에 NGO 등 시민통합당 출신과 구 민주당 출신들 사이에 갈등이 커지고 있다. 문성근, 이학영 등은 진상 조사를 요구하며 새로운 혁신 지도부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갈등이 오래갈까? 못 미더운 이유가 있다. 우선 현재 민주통합당은 기존 민주당 구조에 NGO 출신 명망가들이 얹힌 모양새다. 실질 세력관계로 보면, 통합보다는 영입에 가까운 조직 구성인 것이다. 그래선지 무엇보다 문제는 개혁적 NGO 출신 세력들이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민주당의 한나라당 2중대 행위를 전혀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한미FTA 반대 운동을 팽개치고 국회에 등원해 한나라당의 숨통을 열어주더니, FTA 발효에 사실상 협조하고 레바논 동명부대 파병안 같은 악법들을 소리소문 없이 통과시켜 줬다. 론스타에 대한 감사원 감사 약속도,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 자유 관련 법 개정 약속도 뒤집었다
조중동 종편을 위한 미디어렙도 야합했다. 

완두콩 

심지어 김진표는 이런 야합에 항의해 원내대표실을 점거한 전교조와 금융노조 노동자들을 국회 경위를 동원해 끌어내기까지 했다. 끌려나온 이들 중엔 한국노총 몫의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인 금융노조 김문호 위원장도 있었다. 자당 최고위원까지 끌어내는 당에서 노동이 존중받을 수 있을까.

이런 한계는 민주당의 기업주 기반에서 비롯한다. 민주당은 두 번이나 집권하면서 신자유주의와 친제국주의 정책에 충실해 왔다.

그래서 진보신당에서 민주통합당으로 옮겨간 박용진조차 자신의 최고위원 컷오프 통과를 “자장면 새까만 것 위에 완두콩 두세 개 얹자”는 구색 맞추기 차원이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의 변신을 실제로 개혁을 제공하려는 정치적 책임감 때문이라고 변명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살펴 봤듯, 민주통합당의 간판과 얼굴, 말이 바뀌는 동안에도 그 당의 실천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라서 기껏해야 맛도 없는 장식용 완두콩이 되려고 민주당의 새까만 본색에 눈을 감기보다 민주당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말하며 진정한 진보 대안을 추구하는 것이 진실로 노동 대중에게 책임지는 정치다.

정권과 거대여당이 권력형 부패 추문으로 휘청거리고 민주통합당도 돈봉투 의혹으로 자중지란이 된 상황을 진보정치세력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 이 글은 조금 줄여 <레프트21> 73호에 실렸습니다. ☞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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