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우파적 공세로 전환하는 조짐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경제·안보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박근혜는 우파 결집으로 임기 초 정치 위기를 돌파하려는 것이다.


44일에는, 한때 대화 시도를 했던, 쌍용차 해고자 농성 천막을 폭력으로 철거해 버렸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38명이나 연행하고, 김정우 쌍용차지부장에게는 구속영장까지 신청했다. 노동자가 죽든말든 개의치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그 다음날 홍준표는 진주의료원 휴업을 발표했다. 


검찰과 경찰은 공개된 ‘우리민족끼리’ 사이트 가입자에 대한 국가보안법 적용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협박했다. 새누리당은 이를 종북 마녀사냥에 써먹고 있다. 새로 임명된 서울중앙지검장 조영곤도 “종북 엄단”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국가정보원 권한을 강화할 사이버테러방지법도 발의했다.


주요 권력기관 인사에서도 ‘꼴통우파’ 인물들이 약진하고 있다헌법재판소장에 박한철이 임명되면서 법무부장관과 헌재소장이 모두 공안검사 출신으로 채워졌다


최근 박근혜가 추가로 지명한 헌법재판관 조용호도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하는 보수파다. 5일 검찰 인사에선 전교조와 촛불시위 탄압 수사에 앞장섰던 자들이 대거 승진했다.


한편, <레프트21>이 예상한대로 박근혜는 통치력 회복을 위한 사정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국세청은 대기업 세무조사를 지난해보다 대폭 늘릴 계획이다. 이미 한국GM, LG, GS, CJ 등이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삼성생명과 현대·롯데카드 등 재벌 금융사 조사를 3월말에 시작했다. 행정기관 감사도 곧 시작할 것이다.


물론 열심히 뒤진다고 대기업주들이 처벌 받을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4ㆍ1부동산 대책’도 말은 서민을 위한 주택 대책이었지만, 실상은 처치 곤란의 집부자들을 돕는 조처일 뿐이었다. 국민행복기금의 본질도 채권자가 돈을 잘 받게 하려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런 조처들로 지배계급 안에서는 [청와대를 향한 비판을 가로막는] 단속의 효과가 어느 정도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위기를 수습하며 반격의 기회를 노리게 된 데에는, 위기의 요소가 아직 무르익지 않았을 뿐아니라, 커지는 실망감과 반감이 옮겨 갈 대안 정치 세력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민주통합당은 박근혜 견제는커녕 대선 평가를 둘러싼 내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진보정당들도 분열과 혼란이 이어지면서 아직 존재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 틈을 노려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도 정작 새로운 비전을 내놓지 못하면서 예상보다는 고전하고 있다.


(※ 이번 4·24 재보선에는 재벌 특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출마한 김지선 후보나 한반도 평화와 박근혜 심판을 주장하는 민병렬 후보 등 진보정당 독자 후보들에게 투표하는 것이 나은 선택일 것이다.


이처럼 야당들이 무기력한 탓에 얼마 동안은 박근혜의 정치 위기가 봉합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박근혜 국정수행 지지도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 정부의 우파·친재벌 본색에 대한 반감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진주의료원 폐쇄를 놓고 [속내는 별로 다를 것도 없는] 복지부장관 진영, 경기도지사 김문수, 경남도지사 홍준표가 서로 신경전을 벌인 것도 공공의료 후퇴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크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경제·안보 위기 탓에 이런 반감을 달랠 여유가 별로 없다. 게다가 사정 드라이브 과정에서 부패 추문이 폭로될 수도 있다.(최근 대기업 갈구기는 새로운 유착관계를 형성해 정권말에 터질 수 있다.) 


따라서 우파적 일방통행은 오래 못 가 반발과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우파 본색은 박근혜의 강점이자 약점이다.] 박근혜의 위기가 사라지지 않았으므로 단결해 싸워 얻은 작은 승리가 정권을 흔드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그렇게 하려면, 변혁적 좌파들은 노동운동이 그 중심에 서도록 노력해야 한다.



□ 한반도 긴장 고조가 박근혜에게 유리하기만 할까?



한국 지배자들은 북한과의 냉전적 대결 구도를 핑계 삼아 국내 억압을 강화해 왔다그 중에는 1996년 판문점 총격 사건처럼 남북 지배자들이 뒷돈을 주고 받으며 짜고 친 사건도 있었다.


그러므로 탄압의 속죄양이 되곤 했던 진보진영 일각에서 최근의 한반도 상황을 남북 지배자들이 내부 단속을 위해 벌이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이런 주장이 맞든 틀리든 진보진영은 국가적 위기를 빙자해 좌파를 속죄양 삼으려는 시도에 함께 반대해야 한다.


그러나 상황을 종합적으로 바라보면지금의 위기가 우파 지배자들에게 유리하기만 하다는 관찰은 일면적이다이런 생각은 자칫 한반도 긴장 고조의 심각성을 무시하거나박근혜 정부의 약점을 보지 못 할 수 있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 고조는 동아시아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패권 질서가 중국을 견제하면서 벌어지는 것이다박근혜 정부가 선택한 대외환경이 아니라는 뜻이다오히려 미―중 제국주의 간 갈등은 한국 지배자들에게 곤혹스런 상황이기도 하다.


한국 자본주의는 그동안 중국 의존도가 커져 왔다수출의 4분의 1이 중국 대상이다전통적으로 한미동맹을 추구해 온 한국 지배계급 안에서 동북아 균형자론(미―중 간 양다리 외교론)이 한때 부각됐던 배경이다


이런 모순을 반영해 박근혜도 [인수위 시절 발표한] ‘국정과제’에서  미국과 군사 동맹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중국과 “협력 동반자 관계를 내실화”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한 바 있다인수위 시절에는 미국보다 먼저 중국에 친박 실세 김무성을 대표로 하는 특사단을 파견했다.


그러나 지금 박근혜는 위기 고조 속에서 한미동맹으로 기울고 있다. [사실 기울 수밖에 없다. 왜냐면] 한국 주류 지배자들은 미국 제국주의의 보살핌을 받으며 그 하위파트너로 성장해 왔다박근혜는 바로 그들의 대변자다


한편한미일 동맹 강화는 일본의 우경화와 결부돼 있기 때문에대중의 반일 정서를 고려해야 하는 한국 지배자들에게는 이 또한 부담스러운 문제다.


미국과 군사동맹을 강화하는 것은복지를 삭감해 군비를 늘리고제주 해군기지를 강행하는 것을 뜻한다일부 지배자들은 이 틈을 타 핵무장 야심도 드러내고 있다.


결국 박근혜가 이명박과는 다를 것이라며 내세웠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만신창이가 됐다. 한편, 한반도 위기 고조 문제로 양극화로 박근혜의 [시늉 뿐인] ‘대화’ 제스쳐조차도 우파 지지층의 강력 반발을 낳고 있다. 


박근혜의 친제국주의 정책은 위험천만할 뿐만 아니라, 위기와 모순을 더 키우고 있다.




※ 두 글은 http://left21.com/에 각각 축약하고 다듬어져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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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반이라더니취임 한 달 동안 박근혜 정부의 꼴은 마치 한 2년은 지난 정부 같았다장차관급 고위 인사들이 비리 혐의로 임명장도 받기 전에 일곱 명이나 짐을 쌌다일곱 번째 낙마 직후친박계인 새누리당 대변인 이상일마저 “청와대는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한국갤럽 최근 조사에선 국정수행지지도가 40퍼센트 초반으로 취임 초기 지지율로는 역대 최저다장관급 인사 네 명이 낙마하고임기 초 지지율도 당시까지 역대 최저였던 이명박보다도 못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서울 노원 병 보궐선거에 ‘필승을 위한 인사’를 전략 공천하지 못했다물론 안철수가 당선해 야권을 분열시키기 바라는 속셈도 있긴 할 것이다그러나 승산이 없다고 다들 출마를 기피한 탓이 더 크다정권 초 선거에서 집권당의 무기력함은 시사적이다.


이처럼 예상보다 빨리 정치 위기가 찾아왔지만박근혜를 괴롭히는 위기의 요소들이 충분히 무르익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고위 권력층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던 별장게이트 수사는 주춤하고새누리당 안의 청와대 책임론은 실무진 책임론으로 빗겨가고 있다개별적 반발들은 있지만 새누리당은 여전히 박근혜 국회 거수기 구실에 머물고 있다





이명박이 첫해에 레임덕 위기에 빠진 것을 기억하는 박근혜는 조기 레임덕을 막으려고 친정체제를 더 강화하고 있다이것은 강성우파들이 지금보다 더 전면에 포진할 거라는 뜻이다. 위기 속에서 우파적 공세 전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동흡이 낙마한 헌법재판소장 자리엔 우파 기질로는 뒤지지 않을 박한철을 내정했다. 2008년 촛불운동 때 대검 공안부장으로 강경 대응을 지휘했고김앤장에서 ‘전관예우’를 받았다.


또 방송통신위원장에는 측근 이경재를 내정했다그것도 방송 장악 음모라는 의혹에 스스로 ‘어떠한 사심도 없다’고 했던 대국민 담화를 단번에 뒤집은 것이다비록 낙마했지만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는 평을 들은 공정거래위원장 인사도 그런 사례였다.


강성 우파 육군 대장 출신이 국방장관 뿐아니라 청와대 안보실장(신설), 경호실장, 국가정보원장 등 요직을 꿰찼는데, 시사적인 건 이들 중 가장 선임이 새 국정원장 남재준이란 점이다. 국정원장에 무게중심을 더 얹었다는 것이다. 당장 남재준은 “안보 수사는 … 북한의 의도도 잘 아는 국정원이 하는 것이 능률적”이라고 국정원 수사권을 옹호했다.


아니나 다를까. 3월 26일 박근혜가 ‘사이버테러 위기 대응이 분산돼 있으니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하자마자새누리당은 ‘국가사이버위기관리법’을 발의하겠다고 나섰다핵심 내용은 국정원의 민간 수사 권한을 더 크게 강화하는 것이다. 국세청, 감사원을 동원한 사정 정국도 예고하고 있다. 


박근혜는 이런 과정을 통해 국가기구를 단속하고 사회 분위기를 냉각시켜 손상된 국정장악력을 회복하려고 한다. ‘국가 기강 세우기’를 내세우는 이유다이것은 한편에선 사정 정국을한편에선 ‘반국가·반헌법’ 세력이라고 좌파를 마녀사냥하는 ‘종북 몰이’를 예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위기의 성숙도가 아직 낮아 가까스로 봉합은 할 수 있어도 위기의 요소들은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복지 공약 먹튀에 서민 증세 계획, ‘부패’·‘우파’ 코드 인사 등으로 통치의 정당성즉 신뢰의 위기를 불러 온 당사자는 박근혜다우파 본색 강화는 이 위기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


사실 역대 정권 중 임기 초 사정 드라이브가 효과를 본 것은 김영삼 뿐이다[각주:1]집권 당시 지배계급 내 소수파였던 이들의 국가기구 내부 숙정이 군부와 민정당 기반의 옛 지배세력 솎아내기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특히 김영삼은 하나회와 재벌을 공격해 크게 지지를 받았다김영삼은 임기 초 지지율이 70퍼센트가 넘었는데[각주:2] 이런 내부 숙정으로 지지도가 더 크게 올랐다. 물론 김영삼은 진정한 개혁이라기보다는 자신의 권력 공고화를 위해 이런 일을 벌인 것이지만, 그럼에도 조건 때문에 포퓰리즘적 활용의 여지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는 사정 대상이 돼야 할 보수적 국가관료와 재벌들이 자신의 핵심 기반이다

걸레경연대회” 소리를 들을 정도로 박근혜 인사가 복마전이었던 것도 이 인적 기반이 박정희 시절부터 국가와 사회의 최상층부에서 군림해 온 주류 지배자들이기 때문이다전관예우와 회전문 인사 등은 이들의 부패한 연결망을 얼핏 보여 준 것 뿐이다.


따라서 검찰, 감사원국세청국가정보원 등을 동원한 전방위적 사정 정국은 자칫 자신의 핵심 기반을 건드릴 수 있다그런데 지금 박근혜에겐 우파 결속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다그래서 결국 박근혜의 공직기강 다잡기는 ‘이명박 측근 몰아내기를 통한 전 정권 색깔 지우기’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MBC 사장 김재철 해임처럼 말이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치 위기의 근본 배경에는 경제 위기 심화 조짐이 있다가까스로 임명장을 받은 경제부총리 현오석은 첫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성장률이 사상 처음으로 7분기 연속 전기 대비 0퍼센트 대 저성장 흐름을 계속하고 있다”며 불안감을 토로했다.


여기에 북한 핵을 빌미로 한 동아시아 군사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한국 자본주의는 그동안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커져 왔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한미동맹을 추구해 온 한국 지배자들조차도 미·중 갈등이 커져 가는 지금의 대외 환경이 썩 편한 것만은 아니다


한미일 동맹 강화도 일본의 우경화와 결부돼 있기 때문에 대중의 반감을 고려해야 하는 한국 지배자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런 위기 요소들이 건재하기 때문에 박근혜가 친정체제를 구축하며 일시적으로 위기를 봉합하더라도 위기 재발 가능성은 여전하다


그런데 바로 이 때문에 박근혜는 정치 위기 재발과 통치 기반 약화를 피하려고 더 신경질적이고 더 필사적이다좌파를 희생양 삼아 사회 분위기를 냉각시키고지배계급의 우파적 결속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한 통치 방식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

[4대악 범죄와 무질서 때문에 사회 혼란과 범죄가 만연하고 있다며 공포를 조장하고, ‘법과 질서’를 강화하겠다고 나설 것이다. “○○와의 전쟁” 따위가 유행할 것이다. 부정부패 척결도 명분으로 동원될 것이다.


이처럼 “법과 질서”강조·강화로 통치의 정당성 위기를 만회하려는 맥락에서 노동계 진보세력을 “반헌법”·“종북” 세력으로 몰면서 속죄양 삼으려 할 것이다. 검경 등 권력기관들의 사회통제 권한을 전반적으로 높이려 할 것이다.] 


그러므로 박근혜 위기와 모순을 폭로하는 것도 중요하고 필요한데, 마찬가지로 대중에게 우파 정부의 흉악한 발톱이 드러나는 조짐을 경고하는 것도 필요한 때다.


박근혜의 진보정치 솎아내기는 앞으로 경제 위기가 더 심해지고 고통전가 정책이 펼쳐질 경우그 불만이 진보정치 세력들의 성장으로 수렴하는 것을 선제 예방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새누리당 의원 김태흠은 ‘종북 당은 해산해야 한다’며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의원 자격심사안의 본심을 드러냈다


문제는 박근혜의 위기 시기에 진보진영도 분열과 위기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진보정치 세력과 노동운동은 복지 먹튀를 폭로하며 박근혜의 위기를 활용해 진보의 독자 대안을 제시하는 일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야금야금 먹어 들어오는 공격에 매우 제대로 대처하지 못 하고 있다오히려 무기력·무대안으로 힘겨워하고 있다진보정의당 의원 3명이 정부조직법에 찬성하고 통합진보당 의원 자격심사 문제에 침묵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안철수가 이 틈을 비집고 4·24 재보선에 출마해 “새 정치”라는 모호한 구호로 반새누리·비민주당 층을 가로채 가려는 것이다.


우파 정부의 위기가 자동으로 진보에게 반사이익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이명박 정부 때의 교훈이다임기 첫 해 지지율 10퍼센트로 추락해 내내 허덕였지만결국 새누리당은 연속 집권에 성공했다진보가 분열해 독자 대안을 내놓고 행동을 건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근혜가 우파 본색으로 위기의 돌파구를 열려고 하는 지금결국 중요한 것은 진보적 노동운동의 대응 여부일 것이다. 발톱을 드러내는 박근혜의 경제 위기 고통전가 공세에 맞선 단결된 투쟁 건설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이 당장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이럴 때는 운동의 과제를 내놓는 것 뿐만 아니라. 이런 과제들, 즉 원칙에 기초한 단결, 단호한 대중투쟁 건설을 바라는 사람들을 묶어 세울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급진좌파가 해야 할 임무다. 


진주의료원 폐업 반대 투쟁에 사회적 연대 건설과 함께 보건 노동자들의 연대파업 같은 단호한 전술을 주장하고 건설하려 해야 한다. 진보의 독자 대안을 내놓는 것도 필요하다. 복지 먹튀에 대응하는 부자 증세와 부실 기업 공기업화를 통한 고용 보장 요구 같은 것 말이다. 


유연하고 개방적 태도도 필요하다. 각자도생 상황 속에서도 특정 사안에 대한 협력은 여전히 가능하다. 이런 최소한의 협력에 걸림돌이 되는 관료적 투쟁회피주의, 패권주의, 종파주의를 경계하는 것도 필요하다. 


과장도 회피도 하지 말고박근혜의 위기와 모순을 폭로하면서노동계급 운동의 정치적 지도력 재건 방향이 더 좌파적이고 급진적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당장 단결과 운동의 지도력 회복이 더디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이런 방향에 동의하는 이들의 네트워크를 자신들의 주변에 건설하려 해야 한다. 


  1. 일당국가 해체기였던 김대중 집권 초기도 내부 숙정이 이런 비슷한 효과를 냈다. 게다가 경제공황 상황이라서 취약해진 기득권 세력의 저항도 적었다. 그러나 소심한 김대중 정부는 김영삼 만큼 과감하게 사정 정국을 활용하지 못 했고, 그래서 더 기대가 컸던 김대중의 사정 정국은 무난하게 활용됐으나, 김영삼 때만큼의 호응을 얻진 못했다. [본문으로]
  2. 임기 첫 1분기 지지율이 70퍼센트를 넘긴 것은 김영삼과 김대중 뿐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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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임기 초 위기가 심상찮다. 예상보다 빨리 시작해 생각보다 오래 가고 있다.


그나마 ‘협박근혜’ 본색으로 몽니를 부린 덕에 취임 후 보름 만이지만 장관들 일부나마 모아놓고 첫 국무회의를 할 수 있었다.


경제와 안보 위기 속에서 ‘성장’과 ‘안보’를 핵심 기조로 내세우는 우파 정권이 아직도 경제부총리와 국방장관을 임명 못 하고 있는 것도 박근혜의 모순과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지지율 하락과 불통 행보 때문에 집권당 내부와 우파 사이에서 불협화음이 드러났다. 우파적 인물들인 국무총리 내정자 김용준과 헌법재판소장 내정자 이동흡을 낙마시키는 데 결정적 공헌을 한 것은 우파 신문 <동아일보>였다. 이재오 등 친이계가 ‘불통’ 정치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사실 많은 경우에 부르주아 정당과 언론들 사이에는 임기 초 행정부에게 협조해 주는 불문율(“허니문”)이 있다. 그들만의 신사협정인 것이다. 임기 초에는 공약 이행에 대한 대중의 기대감도 상승한다. 박근혜는 역대 최강의 보수대연합이 밀어준 정부였다.


그런데도 임기 초가 허니문은커녕 ‘비터문’이 된 것은 무엇보다도 정치 양극화가 강력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의 장관 내정자들이 하나같이 불법 비리의 복마전이고 ‘박정희 유전자’를 품은 우파 일색인 것이 반우파 정서를 자극했다. 여기에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던 박근혜가 복지공약을 뒤집자 박근혜에게 표를 찍은 사람들까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사실 정부조직법 협상에서 줄곧 양보를 해 온 것은 민주통합당이었다. 심지어 박근혜가 대국민담화에서 표독스럽게 협박하자 겁먹은 민주당은 법무장관 황교안 등이 임명되도록 도와줬다.


이런 민주당이 정부조직법 통과에 선뜻 합의를 못 해 주는 것은 바로 기층의 분노와 압력 때문이다. 언론운동단체들은 민주당이 미래창조과학부의 방송산업 관할 영역에 관해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고 지금도 강력하게 성토하고 있다.


NGO 단체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와 ‘노년 유니온’ 등이 박근혜와 복지부장관 진영을 사기죄와 허위사실공표죄로 고소했다. 통치의 정당성에 문제제기를 한 셈이다.


악화하는 경제와 안보 상황도 박근혜의 우파 본색을 재촉했다.


우선 경제 위기 조짐이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용산 개발 사업이 “단군 이래 최대 헛삽질”이 된 것은 위기의 심각성을 보여 줄 뿐 아니라 경기 폭락의 불안감을 더 키우는 요인이다. 게다가 북한 핵 실험 이후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급속히 고조됐다.


이런 상황들이 박근혜를 밀어줬던 반동적 지배자들을 조급하게 만들고 있다. 핵심 기반이 이런 상태니 박근혜도 취임 초에 이런저런 민심잡기 쇼를 벌일 시간적 여유가 없어진 것이다.


결국 경제 위기 조짐, 안보 위기를 배경으로 정치 양극화가 깊어지는 정치 환경 속에서 박근혜 본인도 신속하게 측근과 핵심기반에 의존하는 것으로 기운 것이다.


정당성의 위기가 커질수록 인사와 통치 방식의 우경화는 갈수록 선명해질 것이다. 벌써 안보 위기를 이용한 통합진보당 마녀사냥 조짐이 벌어지고 있다. 박근혜는 “4대악 근절”을 내세우며 “법과 질서”를 통한 권위주의 통치 방식을 강화하려 한다.


사실 이런 모순과 위기의 요소들은 박근혜가 선택한 환경이 아니다. 박근혜는 정치적 자본가로서 민심잡기 쇼로 좀더 시간을 벌고 싶었을 것이다. 게다가 취임 1년 만에 전국 지방선거가 있는 것도 부담이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의 앞날은 반동과 동요가 주요한 특징이 될 것이다. 대중의 불만이 조직된다면, 집권당은 서로 부패를 폭로하며 분열할 수 있다.


의도치 않게 박근혜의 위기를 촉발한 구실을 했지만, 민주당은 어정쩡하고 수줍은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양극화 속에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민주당 모두 지지율이 하락했다.


이처럼 행정부와 국회 모두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새 정치”를 앞세운 안철수가 조기 등판했다. 그 때문에 4·24 재보선이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그런데 안철수는 정부조직법 협상에서 “제발 빨리 협상해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정치”를 하라고 주문한다.


공식정치에 대한 거대한 불신 덕분에 안철수가 부상할 수 있겠지만, ‘양극화 봉합’ 노선은 그를 지지했던 일부 반우파 청년들에게 ‘모호하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서울 노원병 선거구에 출마하면서 억울하게 이곳의 의석을 뺏긴 진보정의당에 대한 진지한 배려도 없었다.


이런 행보들은 안철수 발 정계개편이 박근혜 정부의 실패에 대비한 지배계급의 플랜B 구실을 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 준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진영은 각자도생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경제 위기와 정치 양극화는 진보진영 안에서도 원칙적 태도와 타협적 태도의 양극화를 낳기 때문에 백가쟁명 상황은 좀더 오래갈 듯하다


성장과 안보를 빌미로 희생과 침묵 강요에 맞서 반제국주의·반자본주의·반우파·노동자 투쟁이라는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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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는 취임 전부터 위기를 겪고 있다. 많은 경우, 이미 예측·경고했던 바다.(☞ 바로가기그러나 그것이 자동으로 진보진영에게 기회를 주지는 않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도 촛불항쟁으로 취임 첫해부터 약해졌지만, 결국 정권 연장에 성공했다. 바로 노동운동과 진보정치세력이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원칙을 훼손하고] 분열하면서 기회를 못 살렸기 때문이다.


지금 박근혜 세력은 노회찬 대표를 시작으로 김선동, 김미희 등 줄줄이 진보정당 의원들의  의원직을 박탈하려 하고 있다. 이런 솎아내기에 단결과 투쟁으로 맞서야 한다. 그런데 진보정치 세력들의 분열과 반목이 전열 재정비 문제에서 걸림돌인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진보정치를 재건할 진로 논쟁, 즉 노선(정체성)과 세력의 재편에 관한 토론이 중요하다. 최근 이런 토론들이 재개되고 있다.


진보신당에선 1월 당대표 선거에서 진보정치의 연대와 노동중심성 문제가 논쟁됐다. 반갑게도 상대적으로 진보세력의 연대와 노동중심성을 강조한 이용길 후보가 대표로 당선했다.


진보정의당에서는 최근 주요 간부 설문조사에서 절반 넘는 사람이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체성 수립’을 꼽았다.


이 조사에서 ‘현존하는 나라 가운데 가장 바람직한 나라 모델’로 91.6퍼센트가 스웨덴을 꼽았다. 사회민주주의 모델을 지향점으로 꼽은 것이다.


사실 민주노동당도 민주노총 상층 지도부에 기반한 사회민주주의 정당이었다. 한국 노동운동의 정치적 발전 수준에서 부르주아 정당과 구분되는 좌파 사민주의 정당의 존재는 여전히 의미있다.


그러나 진보정의당 일부 지도자들은 이런 좌파 사민주의보다 더 오른쪽을 지향하는 것처럼 보인다. 진보정치가 주변화된 상황의 돌파구를 주류 제도정치에 더 적응하는 것에서 찾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아래로부터의 대중운동과 거리를 두려는 태도도 나타난다.


진보정의당 이정미 대변인이 “광화문이나 대한문 앞에서 집회나 농성을 하는데, 국민들 입장에서 … 이해가 잘 안 될 것 같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각주:1]에서다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는 “똑같은 임금을 준다면 비정규직, 파트타임(노동자)을 써도 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비정규직 철폐 요구에 매달리는 건 “근본주의”라는 말도 한다.[각주:2] 


여기서 두드러지는 것은 ‘엘리트들이 주도하는 위로부터의 개혁’이란 관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니, 복지를 가져오는 주체로서 사회적 투쟁보다는 박근혜의 복지 공약이 더 두드러져 보이고, 또 그러다 보니 “박근혜 정부와 전략적 동맹을 맺을 준비가 돼 있다”며 중재기구를 제안하게 되는 것이다


즉, [대중운동의 대변자이자 조직자로서가 아니라] 국가기구의 최상층부와 협력해야 개혁을 이룰 수 있다는 발상에서 박근혜와 동맹 같은 제안이 나오게 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것이 후퇴인 까닭은 과거 민주노동당은 초기에 ‘거대한 소수 전략’(“대중운동이 중심이고, 의원은 그 스피커 구실을 해야 한다”)을 내세웠었기 때문이다. 비록 실천에서 이 방향이 일관되게 구현되진 못했지만 말이다.


진보정의당 일부 지도자들은 ‘사민주의에 대한 낡은 금기’를 벗어나야 한다며 이런 방향을 제시한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창당 강령에 “사회민주주의 한계 극복”이 들어간 맥락을 봐야 한다. 그것은 20세기 후반 유럽 주류 사민주의 정당들이 신자유주의 정책에 투항하면서 실패한 전철을 밟지 말자는 생각에서 나왔던 것이다[각주:3].


20세기 후반의 복지국가는 2차대전 후 상대적으로 장기간 지속한 서구 자본주의의 호황을 배경으로 한다. 여력이 생긴 자본가들은 노동 대중의 개혁 열망과 투쟁이 더 급진화하는 것을 막으려면 양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낡은 금기?


그래서 1951년 영국에서 보수당이 정권을 잡았지만, 이전 노동당 정부 6년 동안 기틀이 잡힌 보편적 복지제도와 일부 기간 산업 국유화 노선이 후퇴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세계적 경기 후퇴 속에서 자본가들이 태도를 바꾸자, 주류 사민주의 정당들은 연이어 신자유주의에 굴복했다. 자본주의의 성공에 기대서 개혁을 제공하는 전략 때문에 일어난 비극이다.


이런 실패 때문에 근래에는 주류 사민주의를 비판하며 좌파 사민주의 정치세력들이 성장했다[각주:4]. 그리스 시리자, 독일 좌파당, 프랑스 좌파전선 등이 최근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한국의 진보정당이 주목해야 할 것은 주류 사민주의(사회 자유주의)가 간 실패한 길이 아니라 이러한 급진좌파 세력의 성장이다. (물론 이들도 좌파 사민주의이므로 근본에선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진 출처: 민족일보 웹사이트. 프랑스 좌파전선의 대선 후보였던 장 뤽 멜랑숑의 지난해 선거 유세 장면.



진보정당들이 민주통합당 같은 부르주아 정당들과 구별되는 것은 그 기반 때문이다. 조직 노동운동 기반이 중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 쌍용차와 한진중공업 투쟁들을 보자. 새누리당이 이를 골칫거리로 보고 민주당이 여야 협상의 거래가능한 쟁점으로 이를 다루는 것과 달리, 진보정당은 그 투쟁의 일부여야 한다.


이런 압력 때문에 진보신당 대표 선거에서도 조직 노동운동과 연대를 강조한 쪽이 다수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진보정의당 일각에선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에 기반’하는 것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진보정당이 더는 민주노조운동의 정치적 대변자로서 자신의 임무를 ‘한정’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개념과 정의상, 진보정당의 길보다는 민주당 왼쪽방으로 가자는 것으로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민주노조운동은 나머지 노동계급과 완전히 분리된 운동이 아니다. 설사 지금 당장 정치의식이 이에 미치지 못한다해도 1천만 명이 넘는 노동자들의 삶은 민주노조운동의 계급적 요구, 투쟁과 연관돼 있다. 


그러므로 [단편적 상식과는 달리] 목표(지향)와 실천, 기반에서 ‘계급성’, 즉 노동중심성을 확고히 유지해야 진보정치세력으로서 부활할 길이 열린다. 


사실 지금 진보정당의 존재감 약화와 주변화에는 조직 노동운동의 자신감과 투쟁 수준이 아직 충분히 회복되지 못한 상황이라는 배경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운동의 약화에 노동계 진보정당의 잘못된 방향 추구와 분열이 한몫했다.


따라서 ‘조직 노동과 거리두기’를 하면서 주변화를 극복하겠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이는 진보정치 지도자들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진보정의당 일각의 ‘현대화된 생활정당’으로의 우클릭 시도는 옳은 방향이 아니다.


민주당은 물론이고 박근혜마저 대선에서 표를 얻으려고 좌클릭해야 했다. 이럴 때 진보정당이 제도정치권에서 받아들일 만한 온건한 정책과 노선을 추수해봐야  진보정당의 존재감을 더 약화시킬 뿐이다.


진보정의당 지도자들의 이런 시도는 우리가 2011년부터 지적한 바, 유시민계와 연합해서는 진정한 진보의 원칙과 단결을 유지할 수 없다는 주장이 옳았다는 것을 부정적으로 드러낸다.[각주:5]


그 점에서 진보정의당 이정미 대변인이 <레디앙> 대담에서 유시민계와 민주노동당계ㆍ진보신당계는 “혈연관계”가 됐다고 말한 것은 시사적이다.


같은 대담에서 진보신당 김종철 전 부대표가 “민주당과 정책으로 구분되고, 장기적으로 독자적 대중 진보정당을 추구하는 세력이 되려면 자본주의 극복의 원칙과 비전이 있어야 [한다]”고 한 말이 옳다.


물론 진보신당이 이에 바탕해 연대와 단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면 좋을 것이다.


앞으로 갈수록 박근혜의 모순과 정치 위기는 커져 갈 것이다. 진보진영은 원칙을 유지하며 투쟁태세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서 박근혜의 위기를 이용해 단결된 반격을 해야 한다


[진정한 좌파야말로 이 과정에서 원칙과 단결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세력이다. 그러나 그것을 잘 하려면 유연하면서도 단호하게, 즉 효과적으로 개입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축약해서 <레프트21> 98호에 실렸습니다. ☞ 바로가기


  1. “자족적인 투쟁 구호를 외치고 노래(투쟁가요)를 부르는 것” [본문으로]
  2. 물론 근본적 요구만 되뇌이며 부분적 요구 쟁취 투쟁에 기권하면 오류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근본주의라기보다 종파주의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근본적 목표에 비춰 부분적 요구와 투쟁의 위상을 설정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아니다. [본문으로]
  3. 그래서 이른바 국가사회주의와 현대사민주의 모두 지양하자는 표현이 들어갔던 것이다. [본문으로]
  4. 물론 이 좌파 사민주의, 또는 급진좌파들의 ‘반자본주의’에는 모호함이 있다. 지금 운동의 발전 수준에선 급진성과 모호함이 성장의 한 요인이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본문으로]
  5. (원칙을 훼손하는 단결은 오히려 분열과 반목을 낳는다. 지금은 어려워도 원칙 있게 단결하고 싸워야 진정한 단결을 이룰 수 있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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