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단일후보”의 야권연대 문제에 대해

― 민주노총 전략선거구를 중심으로



<노동자 연대> 169호 | online 입력 2016-03-22


민주노총 전략선거구인 20대 총선 경남 창원성산에 “민중단일후보/민주노총후보”로 출마한 노회찬 후보가 3월 22일 더민주당 허성무 후보와 단일화하기로 했다는 요지의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두 후보는 3월 24~25일 후보 등록 마감 전까지 단일화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 기자회견에는 문재인 더민주당 전 대표와 김재명 민주노총 경남본부장이 함께했다. 언론 보도를 보면, 문재인이 양 후보의 단일화 합의에 중개자 구실을 했다고 한다. 애초 더민주당 허성무 후보는 “[노회찬 후보는] 분열과 패배의 아이콘으로 각인돼 있다”는 비판을 했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와 노회찬 후보가 ‘후보 사퇴 가능성’을 포함하는 야권단일화에 합의한 것은 애초의 선거방침 취지에 어긋나는 것일 뿐 아니라 투표에 참가한 (1만 5천여 명이나 되는) 조합원 대중의 선택과 결정을 무시한 처사다.


그렇지 않아도, 조합원 모바일 투표로 울산 동구의 민중단일후보 선출을 주도한 현대중공업노조는 선출된 무소속 김종훈 후보에게 더민주당과는 단일화를 해서는 안 된다고 공식 통보했다. 현중노조가 옳다.


후보 단일화가 본선에서 당선 가능성을 높일 수는 있어도 애초에 민주노총 전략선거구를 지정하고 단일후보 선출과정에 조합원 대중이 참가한 취지에는 결코 부합하지 않는다. 민주노총의 전략선거구 방침은 노동운동과 진보·좌파 진영이 단결해 정치적 존재감을 과시하고 향후 투쟁에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우려해 지난 2월에 <노동자 연대>는 사설, “이렇게 생각한다―“민중단일후보”의 야권연대 문제에 대해”를 발표했다.)


계급 투표


새누리당이 강세인 지역 특성상, 일부에서는 야권 후보 단일화를 요구했을 것이다. 그리고 노동계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다. 더민주당 허성무 후보가 비교적 개혁적 후보로 보일 법한 점도 고려됐을 것이다. 김두관 경남도지사 시절 정무부지사를 지낸 허성무는 현 경남도지사 홍준표의 무상급식 중단이나 진주의료원 폐쇄에 반대하는 운동을 지지했다


이런 조건에서는 후보 단일화를 해서라도 당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더 낫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실용주의의 유혹을 이겨 내고, 후보 단일화가 총선 이후 노동자 투쟁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물어야 한다. 대중 투쟁의 뒷받침 없이는 공식 정치 영역에서의 활동만 갖고 박근혜 정부의 반노동·반민주 공세를 막기 어렵다는 것이 거듭 확인돼 왔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전략선거구로 선정된 경남 창원 등 네 곳은 공단이자 노동자 밀집지구다. 특히 창원성산은 두 번이나 노동자 국회의원을 배출할 정도로 노동운동과 민주노총의 영향력이 센 곳이다. 이런 곳에서는 더더욱 선거운동이 노동자 투쟁을 고무하는 것과 연결돼야 하지 않겠는가.


더민주당의 우클릭


전국적 야권연대로 치른 19대 국회에서도 더민주당은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노골적인 친자본주의 정당의 한계를 거듭 보여 왔다. 경제·안보 위기로 그런 기성 정당 운신의 폭이 좁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더민주당은 보수적 중도층을 득표 기반으로 확보하려고 우클릭 하고 있다.(☞ 관련 기사)


[※ 이런 상황은 부분적으로 박근혜의 정치 위기에서 비롯한다. 보수적 중도층, 자칭 합리적 보수층에서 이탈과 균열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균열, 공백을 배경으로 유승민의 탈당, 안철수의 창당, 문재인의 우클릭 등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략적 야권연대를 추구하던 정의당마저 서울시당, 인천시당, 강원도당 등이 야권연대를 하지 않고 독자 완주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정의당의 지지율은 확연한 상승세를 탔다. 야권 지지층의 불만은 더민주당이 박근혜 독주에 전혀 제동 구실을 못한 것에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당에서 ‘팽’당한 인물이 더민주당의 주인 노릇을 하는 상황에 환멸을 느끼고 있다.


문재인이 직접 나서 창원성산의 후보 단일화 논의의 물꼬를 트고, 울산에서 더민주당이 먼저 후보 단일화를 공개 제안한 것은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것이다. 우클릭 하면서도 득표 확대를 위해서는 양 날개 책략을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어차피 더민주당의 당선이 불가능한 지역에서 양보하면서, 수도권에서 양보를 얻겠다는 계산에서 나온 책략일 것이다.


요컨대, 더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는 선거적 실리는 있을지언정 노동자 투쟁(과 대의)을 고무·촉진하거나 노동/진보·좌파 정치세력의 차별적인 대안적 전망을 제시하기에는 부적절할 것이다. 민주노총 전략선거구의 노회찬 후보가 더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 합의를 한 것은 아쉽다. 그보다는 주류 정치의 계급적 한계를 폭로하며 계급 투표를 더 관철시키려고 노력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울산 북구와 동구에서 “민중단일후보/민주노총후보”들도 더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를 꾀하다 노동자 지지층을 분열시키거나 실망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노동자 연대〉 신문 편집팀을 대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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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주류 야당들의 우클릭과 새로운 사회민주주의 정당



<노동자 연대> 169호 | 발행 2016-03-16 | 입력 2016-03-16


안철수는 최근 이렇게 말했다. “낡은 보수와 낡은 진보가 대립하면서 공생하는 이 구조를 깨지 않고는 … 국민 편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 정권교체의 희망도 찾을 수 없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사이의 ‘보수적 중도층’을 자신의 대권 도전 기반으로 삼겠다는 뜻이다. 최근 안철수가 더민주당의 야권 통합/연대 제안을 거절한 것은 정당 정치에 대한 철학이라기보다는 이런 ‘보수적 중도층’을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더민주당을 “낡은 진보”라고 지칭한 것이다.


안철수는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를 표방했고, 국회의장 직권상정까지 동원한 박근혜의 테러방지법 통과 시도에 ‘여야 모두 문제다’ 하며 양비론을 펴 사실상 새누리당을 도왔다.


더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의 일부는 안철수의 탈당으로 더민주당이 ‘야성’을 강화할 거라 기대했음직도 하다. 실제로 안철수 탈당 직후 오히려 더민주당의 지지율이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유지되지 못했다. 사실 표를 늘리려고 양 날개 전략을 펴 온 문재인도 무게중심은 오른쪽 날개 강화에 있었기 때문이다.(이른바 “싸가지없는 진보”론의 용도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 관련 글 보기)


문재인은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에서 훌륭한 인재라고 극찬했던 한미FTA 협상 책임자 김현종(최근 미국의 기업을 위해 한국 정부의 규제 도입을 막으려고 노력한 것이 폭로됨)을 비롯해 제주 강정마을 진압 책임자였던 전 인천경찰청장 윤종기, 삼성전자 경영진 출신 양향자 등을 총선 전략 공천 후보로 영입했다. 수권 정당의 면모를 보이겠다는 계산이다.


가장 상징적인 조처는 문재인이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전략적 야권연대 협의체에 합의하고는 바로 김종인을 영입해 전권을 맡긴 일이다. 김종인은 전두환·노태우 정부에서 중용됐고, 2012년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공신의 일원인 보수적 인물이다.


김종인은 테러방지법을 막으려는 필리버스터를 “이념 전쟁”이라며 중단시켰고 다른 날도 아닌 삼일절에 “[위안부 협상은] 일단 국가 간 협상을 했기 때문에 고칠 수 [없다]”고 말했다.


인천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거세게 반대한 윤종기 등을 전략 공천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김종인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의식해 유가족 지지 차원에서 영입한 박주민 변호사에 대해서는 선거구를 뺑뺑이 돌리며 공천을 미루고 있다. 이런 푸대접에 4·16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SNS에 “결국 세월호 유가족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뜻인가 … 왜 이렇게 항상 우리의 가슴에 비수만 꽂는가” 하는 분노의 말을 남겼다. 정청래 낙천도 보수층을 의식한 “정치적 참수”로 볼 수 있다.


(가령, 최근 양 노총이 주최한 각 당 노동 공약 비교 평가 토론회에서 더민주당은 최근 공격받는 노동기본권을 유지·방어·강화하는 것에는 공약이 하나도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토론회에서 국민의당은 더 낮은 점수를 받았다.)


결국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보수적 중도층’을 새누리당에게서 빼앗아오는 경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행보는 2012년 대선 패배 후 민주당 지도부가 내린 결론에서 시작된다. 그들은 진보 정당과의 야권연대 때문에 “중원”, 즉 보수적 중도층을 새누리당에 빼앗겨 패했다고 평가했다.


정의당


한편, 정의당은 더민주당의 우클릭으로 야권연대가 난관에 봉착하자 반발하고 있다. 정의당은 일찌감치 더민주당, 국민의당과 연립정부를 목표로 한 전략적 야권연대를 추구해 왔다. 이제 정의당은 반새누리 야권연대가 사실상 무산된 책임이 더민주당에 있다고 비판하면서 독자 완주를 공언하고, 수도권에서 지역구 독자 출마도 더 늘리겠다고 했다.


정의당이 독자 완주하면서 더민주당을 분명하게 비판하고, 노동계급을 비롯한 피지배계급들의 진보적 유권자층의 표를 결집시키고자 노력하는 것이 그 당의 선거 목표 성취에도 이로울 것이다.


지난주 여론조사에서 정의당의 서울 지역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당을 앞질러 12.8퍼센트로 치솟았다. 그동안 야당에 대한 대중의 불만은 집권 우파의 독주를 막는 데 너무 무능하고 물렁하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민주당의 우클릭은 공식 정치 지형의 우경화를 재촉할 수 있다. 이는 새누리당과 우익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이런 상황은 계속되는 세계경제 위기 속에서 국제적으로 전개되는 주류 정치 우경화 현상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현재 경제·안보 위기 때문에, 한국 자본가 계급에 기반을 둔 친자본주의 정당으로서 더민주당이나 국민의당도 이 흐름에서 벗어날 순 없는 것이다.


국제적으로는 이런 주류 정치의 우경화는 대중의 정치적 무관심이나 우익 포퓰리즘 정당 지지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급진적인 방향, 즉 노동자 운동이나 사회운동의 성장, 사회운동으로 새로운 청년층의 유입, 좌파 개혁주의 정당의 성장 등을 불러 오기도 했다. 영국, 그리스, 스페인 등지에서 최근 좌파 개혁주의 정당들이 부상했다.


물론 정의당은 좌파 개혁주의 정당이 아니라 주류 개혁주의 정당이다. 그래도 국제 운동의 경험을 일반화해 보면, 정의당의 좌파들이 고통 전가와 긴축 정책을 반대하고 노동자 투쟁을 지지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자신들의 선거적 성공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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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공학에 대한 개인적인 단상. 평소 떠오르던 이런저런 단상들을 좀 두서 없이 정리함. 공학에 대한 것이지 공학은 아님. 공학 모름.



2012년 박근혜의 집권 전략

경제·안보 위기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정치 양극화 상황에 대한 대응.

기본 기조: 강력한 우파 결집 + 이를 통한 중간계급/중도보수 견인

보조 기조: 경제민주화 같은 약팔기로 야권 후보들과의 차이 흐리고 물타기

그해 총선 과반 달성과 대선 승리로 성공을 거둠.


이후 박근혜 주도 여권의 선거 기조로 주욱 이어짐. 2014년 선거에서는 서울시장, 다수의 교육감 선거에서 패하면서 낭패를 보기도 했으나, 각종 재/보선에서는 여전히 먹힘.


경제·안보 위기와 정치 양극화가 여전해 이번 총선에서도 기조 큰 변화 없음. 다만, 집권 후로서 복지 공약 파기, 노동개악 등 고통전가 공세로 보조 기조로 이용한 약팔기/물타기가 어려움. 이 때문에 지지층에 균열이 생김.

그래서 우파 결집을 더 강공으로 하려고 함. 다만, 야권이 약화돼 있는 것이 호재.


그럴수록 박근혜의 일방독주 스타일에 대한 반감과 정치 위기는 고착화됨. 심지어 세칭, 온건보수, 합리적 보수, 중도적 보수층, 중도층, 강남우파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집단에서 지지층의 상당한 이탈을 초래함. 


노동운동 투쟁 분위기 회복했으나 정치지형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기에는 역부족. 다만 정의당 득표력이 소폭 상승. 


이런 상황에서 야권의 중구난방 사태와 통합 논쟁

전반적으로 노동자 투쟁 등으로 박근혜 지지 놓고 양극화 현상 발견되나, 재/보선은 턱없이 야권이 져 왔음. 이는 야권이 기대치 충족을 못 시키기 때문.


야권 주도자들은 이를 중원 확보 문제로 여기는 듯함. 그래서 문재인 파와 안철수 파 모두 2012년 박근혜 집권전략에서 벤치마킹을 하는 걸로 보임. 김종인/이상돈 영입 경쟁도 그 사례. 김종인 포지션의 모호함.(우파에겐 덜 우파, 좌파에겐 우파)이나, 노동운동 등과 일정한 선을 긋거나, 안철수가 경제는 진보지만, 안보는 보수다. 하는 식으로 나오는 것. 이는 앞서 지적했듯이 양자 구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새누리당을 찍다가 돌아서는 사람들을 잡겠다는 것.


그럼에도 양측의 구체 전략은 달라 보임.


문재인 파는 중원을 확보하는 2012 구도 어겐 전략인 듯. 즉, ‘보수 vs (약한) 진보’ 양자 구도 전략. 기존 정치양극화 추세에 안전하게 부합하겠다는 것. 기존 민주당 스탠스를 중심에 놓고 좌우로 벌려 하는 방식.(2012년과 비교하면 오른쪽으로 좀 더 강조함, 그때의 패배를 온건 보수 성향의 이른바 중원을 놓쳐서라고 평가하기 때문.) 그런데 이는 모순을 낳게 됨. 진보정당을 동맹으로 포섭하는 데 드는 정치비용이 오론쪽으로의 확장에 방해가 됨. 그러나 양자 구도를 만들려면 진보정당을 포섭해야 함. 그러나 흡수통합해 버리기에는 진보정당의 토대인 노동운동이 호락호락하지 않음. 그래서 늘 동요하고 기회주의처럼 보이는 행동을 하게 됨. 이는 한국 자본주의의 위기 속에서 자본가계급 정당으로서 더 왼쪽으로 갈 수도 없는 조건을 반영. 


안철수 파도 문제의식의 중심에는 정치 양극화에 대한 대응이란 문제가 있음. 안철수는 양극화에 맞서 국민통합을 추구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의 기반으로 온건 보수(중원)를 삼으려는 것.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가 바로 그런 전략에서 나온 구호. 안철수는 양자 구도가 아니라 강성보수-중도-강성진보(좌파)의 3자 구도로 대선을 치르겠다는 생각.(이는 공교롭게도 노무현 세력이 의도했든 아니든 2002년 노무현의 승리시 대선 구도다.) 안철수는 이번 총선을 이 대선 구도를 위한 사전 포석 계기로 삼으려 함. 따라서 야권연대, 특히 야권통합은 총선에는 도움이 돼도 대선에는 도움이 안 되는 것임. 따라서 안철수에게는 강성진보와도 선을 긋는 것이 중요함.

그러나 이것은 위험한데, 정치 양극화 추세에서 사실상의 봉합 전략이라 장기화될 수 없음. 지금의 더민주당도 중도화로 가려 하면서 허덕이는데 이보다 더 오른쪽으로 가면 왼쪽에 공백이 생김. 이를 만회하려면 이 공백보다 오른쪽에서 얻는 표가 더 많아야 됨. 이것은 새누리당의 강력한 우측 구심으로 쉽지 않음. 그래서 왼쪽을 크게 약화시키거나 더 강한 우경적 제스쳐가 필요하게 됨. 안철수가 노동/진보 정치세력만이 아니라 더민주당의 온건진보들에게도 더 신경질적 공격을 할 가능성이 있음.  


이런 야권 대선 구도 전략의 미묘한 변화는 정치 양극화 효과 때문.


-양극화는 양 극에서 또 2차 양극화를 낳음. 특히 왼쪽에서 더 급진적으로 양극화를 추구하는 것과 양극화에 대한 반동으로 양극을 봉합하는 방향으로 가려는 반동(역작용) 역시 발생하게 됨. 양극화 속의 양극화 발생. 이것이 강준만 등의 증오마케팅론, 싸가지진보론이 함축한 바이며, 노동운동 내에서 좌파가 지도부로 부상하는 동시에 야권 내에 강준만/조성주 류도 주목을 끈 이유.

-그런데 박근혜는 본인 자신이 우측 극(축)이므로 자기로 당기는 힘을 극대화할 수 있음. 그러므로 딜레마를 겪지는 않을 수 있음. 그 방향이 승리하냐를 떠나서. 그것은 투쟁의 힘이 강력/강경할 때만, 내부의 양극화를 촉발할 것임.

-반면, 더민주당은 양극화의 왼쪽 축이 아니므로 100% 능동변수가 못 되고 야권 전체 구역 안에서 좌우 압력에 시달리는 딜레마를 겪게 됨.(그래서 동요)

-노동운동이 더 부활해 노동/진보 정치 세력 내 좌파의 세력이 강해지면 더민당의 양자 구도 전략은 위협받게 됨. 

-이상의 요인들 때문에 더민당이든 국민당이든 포퓰리즘만으로 새누리를 고립시킬 수 없음. 그래서 안철수의 3자 구도나 문재인의 변형된 양자 구도 전략이 나오는 것이고, 두 전략 모두 노동운동을 적절 수준에서 관리해 자신들의 야권 내 헤게모니를 위협하지 못하도록 해야 함.

-더민주당의 양자 전략은 현재 중원화를 중심에 두고 있으므로 노동/진보 정치세력과는 앞으로 갈등할 소지가 더 큼. 물론 선거 승리를 위해 야권연대를 진행하기는 할 것임. 그러나 2012년처럼 적극적이거나 개방적이지 않을 것임. 

-안철수의 중원 전략이 단순한 우경화와 몰락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사실은 전체 공식정치 판 자체가 좌경화해야 함. 그래야 안철수가 이전의 진보적 외양을 유지하면서도 중원 전략을 펼 수 있음.

-둘 모두의 상황을 보면, 노동/진보 정치세력의 전략적 야권연대는 선거공학적으로도 매우 위험한 측면이 있음.

-더민주당이 양자 구도 전략을 고집하면, 아마도 내년에 가장 강력하게 부상할 인물은 박원순일 가능성이 높음. <한겨레> 등은 현직 서울시장으로서 이른바 행정능력과 엔지오개혁주의로 좌우 모두 어필 가능하다고 부각시킬 것이고 이것은 상당히 어필할 것임.

-새누리당은 단기적으로 안철수의 총선 다자 구도 전략이 관철되는 게 유리하니 그것을 바랄 것, 그러나 길게 보면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로 상징되는, 물론 안보는 평화, 경제는 보수일 수도 있음) 모순된 처지의 중간계급 기반을 치고 들어오는 안철수가 길게 보면 반가울리도 없음. 둘 다 분열된 (그래서 다투다 서로 약화되는) 상태를 관리하길 바랄 것임.


전략적 야권연대 방침은 대선에서 양자 구도를 전제한 것. 이를 이미 결정한 정의당이나 인민전선을 추구하는 구 통진당 계열들이 더민주당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이면서 안철수를 고립하는 방향으로 태도를 취하는 이유. 단기적으로 야권을 우경화하는 효과를 낳는 안철수는 비판하는 것은 정당하나, 노동/진보 정치의 방향도 지속해서 양자 구도 전략이어서는 곤란함.


문재인이든 안철수든 모두 양극화의 통합, 봉합을 말하는 것이므로 이에 호응하는 전략적 야권연대는 필연적으로 노동운동을 적절 수준에서 관리하려는 전략에 호응하라는 압력에 크게 노출됨.


노동계급 운동은 독자노선을 기본으로 놓고, 공식정치 지형을 흔들고 왼쪽으로 오게 할 힘이 있는 계급투쟁 활성화에 중점을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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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여야 밀실 합의

새정치연합이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의 뒤통수를 쳤다


<노동자 연대> 162호 | online 입력 2015-12-04


12월 2일 새벽,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양당의 원내대표 간 밀실 합의로 노동 개악, 테러방지법 등 각종 악법이 순식간에 통과될 상황이 됐다. 벌써 이 합의로 12월 3일에 ‘학교 앞 호텔허용법’이라던 관광진흥법과 의료영리화(민영화)의 물꼬를 틀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이 전격 통과됐다.


이 기막힌 밀실 합의로 박근혜가 취임 후 숱한 정치 위기 속에서도 위기를 거듭 넘겨 온 비밀 하나가 다시 드러났다. 바로 새정치연합의 구실이다. 12월 1일 민주노총 상급 간부들을 만난 자리에서 새정치연합 당대표 문재인은 노동 개악 5법 반대가 당론이라고 약속했는데, 만 하루가 가기 전에 ‘노동 개악 법안 즉시 논의 시작’을 포함하는 여야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비록 환노위 소속 새정치연합 의원들과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반발하고 있지만, 상황은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면서 더 불투명해졌다. 이 밖에도 국정원의 반민주적 감시·수사 권력을 강화해 줄 테러방지법과 사이버테러방지법, 의료와 공공서비스 민영화로 가는 길을 닦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미국의 제국주의적 대북 압박을 도울 북한인권법 등이 여야 합의로 통과될 위험에 처했다.


새누리당은 각종 법안들과 내년도 정부 예산 편성을 연계해 새정치연합을 압박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신들 지역구 예산을 포함시키려 했던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이 “밀실 합의”를 번복할 수 없었던 이유다.(바뀐 국회법은 정부 예산안이 의결 시한까지 합의되지 않으면 정부 원안이 본회의에 상정된다.)


이미 예산 수정은 양당 간 밀실 거래로 진행돼 왔다. 국회 예결위원이기도 한 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11월 27일에 "예산안조정등소위원회 증액심사는 정부와 거대 양당의 밀실 흥정으로 전락 ... '누이 좋고, 매부 좋은'식 거대 양당과 정부의 '잇속 챙기기' 부당거래로 변질되고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결국 내년 총선에 대비한 지역 개발 예산들을 늘리면서 재해 대비 예산이 2천억 원 깎이는 등 총 3조 5천억 원이 선거용 예산으로 자리바꿈했다.


결국 새정치연합은 내년 총선에 대비하려고 노동 악법들과 테러방지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같은 악법들을 “합의처리”해 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해외에 계신 대통령께서 폴짝 뛰면서 기뻐할 일이다.


박근혜 정권의 악행에 분노하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새정치연합이 거기에 제동을 걸어 주길 바라기도 한다. 흡족하진 않아도, 새정치연합이 박근혜에 반대하는 표를 얻으려면 그리 해야 할 것이라고 여긴다. 게다가 새정치연합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 시절에 독재 정권에 항의해 온 자유주의적 야당의 후신이기도 하다.


실제로 새정치연합은 노동운동 내 온건한 일부나 온건 엔지오들과도 연계를 맺고, 심지어 민주노총과 협력하는 모양새를 띄기도 한다. 그러나 이 당은 기본적으로 기업주들에 기반한 당이다. 물론 새누리당보다는 그 계급 내 지위와 기반이 부차적이긴 하다. 그래서 그 약점 때문에 포퓰리즘적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 당이 주로 대변하는 계급적 이익의 성격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이 당이 특정 쟁점에서 일시적으로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과 충돌할 수는 있지만, 노동계급과 피억압 대중의 이익을 일관되게 편들 수는 없는 이유다. 따라서 그들이 새누리당과 충돌할 때조차도 많은 경우는 지지 여론과 득표에서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것이지 진지한 것은 아니다.


게다가 지금 세계경제 위기에서 비롯한 한국 자본주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노동계급에 대한 고통전가 공세는 지배계급의 거의 일치된 견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중국과의 무역 비중이 커져 왔음에도 미국과의 정치·군사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안보 위기도 겪고 있다.


때문에 새정치연합은 그들의 허장성세와 달리 경제·안보 위기를 돌파하려고 박근혜가 내놓는 의제들에 일관되게 반대할 수 없고 줄곧 타협해 온 것이다.


이런 요인들 탓에 새정치연합은 노동운동은 물론이고 사실상 자신들의 당원인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진보교육감들을 곤란하게 할 예산 등에도 합의해 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운동이 일시적으로 거리를 점거하는 투쟁만으로는 개악 공세를 막아내기 어려울 것이다. 기업의 이윤에 실질적으로 타격을 가하는 파업이 필요한 이유다.


새정치연합에 기대 박근혜의 개악 공세를 막는다는 전략은 위험하다


이런 배경을 살펴보면, 노동운동(특히 민주노총) 지도자들이 새정치연합을 믿고 노동 개악 저지 총파업 투쟁을 미뤄온 것은 큰 실수다. 이는 다른 악법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이종걸은 (노동운동을 달래려고) 노동 개악 법들을 ‘임시국회에서 합의처리한다’고 한 것이 성과라고 포장한다. 임시국회의 시점을 명기하지 않았고, “합의 처리”라 했으므로 자신들이 합의하지 않으면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국회 절차 상 환노위 처리가 지연되면 본회의 처리가 당장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노동개악 법안들이 임시국회로 밀린 것은 성과가 아니다. 의료민영화, 테러방지법 등 그동안 노동운동이 반대해 온 개악 법안들이 다음 주 안에 통과될 위험이 커졌다. 노동 개악 법안들만 남게 되면 이를 빨리 통과시키라는 기업주들과 우파의 (새정치연합에 대한) 압박은 더 커질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새정치연합이 버틸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긴박해진 마당에도 그런 생각을 고수하는 것은 노동계급의 삶을 운에 맡기겠다는 태도에 불과하다. 상층 지도자들의 이런 모호함은 오히려 현장 노동자들이 파업 투쟁을 결심하고 나서는 데 방해가 될 뿐이다. 대안과 확신 대신 불확실함과 의구심, 모호함을 심어 주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지금이라도 계획대로 독자적 파업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좌파는 좌파답게 원칙 있게 지도부의 동요를 비판하고 압박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 현장에서 총파업을 건설하자고만 하는 것은 중요한 운동 내 정치 쟁점을 회피하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의 기만 ― 지배계급의 플랜B 정당의 운명


파리 참사를 계기로 박근혜 정권이 다시 꺼내든 테러방지법과 사이버테러방지법 같은 경우, 새정치연합이 여당이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자신들 주도로 입법 발의한 바 있다.(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은 국정원 기능이 강화되는 것에 반감을 드러내 법안 처리에 소극적이었다. 이런 태도는 이명박 정부가 테러방지법을 다시 발의했을 때 서로 바뀌었다.) 지금도 원내대표 이종걸은 대안적 테러방지법을 내놓겠다는 황당한 언사를 하고 있다.


또 1997년 정리해고, 파견제 등을 도입하는 신한국당(당시 여당, 한나라당 전신)의 노동법 날치기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대중파업으로 좌절됐다. 당시 제1야당이자 새정치연합의 전신인 새정치국민회의는 날치기는 무효라며 국회 농성 등을 벌였다. 그러나 파업과 경제공황 등의 여파로 그해 말에 극적으로 집권한 김대중은 취임식도 하기 전에 (야당 시절에는 구속을 지지했던) 전두환·노태우를 사면했다. 그리고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노조 상층 지도자들을 구슬려 정리해고 등을 도입했다.


테러방지법은 당시 미국 부시 정부의 “테러와의 전쟁”(미국 제국주의의 세계 패권 전략)에 부응하고자 하는 것이었고, 국내의 민주주의적 권리를 더욱 위협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정학적 측면에서 한미동맹에 대한 의존은 한국 지배계급의 생래적 특성이라고 할 만하다.


또한 경제공황 속에서 그 책임과 대가를 노동계급에게 전가하는 것은 이윤을 보호하려는 기업주들의 당연한 대응이었다. 한국의 기업주들은 그 기회를 이용해 오히려 1987년 이후 성장해 온 노동운동에 타격을 주고 싶어 했다. 결국 노동조합의 파업권에 제약을 가하는 법률이 노무현 정부 아래서 ‘노사관계로드맵’이라는 이름으로 통과됐다. 노무현 정부 때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비정규직 확대를 공식화해 주는 비정규직 악법도 발의했다. 두 법은 한나라당 협조 속에 2006년에 통과됐다.


이 과정에서 노동운동과 사회운동 일부는 일관되게 이를 막는 데 힘을 쓰지 못했다. 한나라당의 재등장을 막으려면 ‘민주정부’를 도와야 한다거나, 경제 위기라서 경쟁력 회복에 일조해야 한다는 개혁주의 때문이었다. 민주노총 상층 지도부가 1년 전에 대중파업으로 철회시킨 정리해고, 파견제 도입 등을 1년 만에 스스로 합의한 것이 그 사례다.


당시 새정치연합의 전신은 집권당으로서 자신들이 국내에서의 반발과 저항도 더 잘 관리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려고 했다. 지배계급 주류의 환심을 삼으로써 자신들이 국가기구를 더 잘 통제할 수 있고 재집권도 가능하리라 기대했던 것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기대를 걸어 보기도 했던) 선진노동자들이 투쟁 과정에서 이미 십수 년 전에 깨달았듯이, 새정치연합이 노동계급을 위해 무언가를 일관되게 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망하다. 새정치연합이 국회 농성 등으로 ‘강력하게’ 새누리당과 우파의 폭주에 반대할 때조차도 정작 그것에 맞서거나 가끔 그것을 좌절시키는 진짜 동력은 노동계급의 투쟁에서 나왔다.


물론 이들은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보다는 지배계급 내에서 부차적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노동운동이나 민중운동의 힘도 조금은 빌려야 하는 처지다. 이 때문에 이들이 야당일 때는 우파 정부에 반대 목소리를 내 반사이익을 실제로 얻기도 한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감 때문에 2010년 지방선거와 2012년 총선에서 약진한 것이 이런 과정이었다.(비록 대중의 신뢰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아 진보정당들과 꼭 내키지만은 않았던 ‘야권연대’를 해야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때조차도 그들은 2012년과 2013년에 중재를 명목으로 MBC, 철도노조 파업 중단을 유도하는 등 모순적인 구실을 했다.


결국 정리하면, 새정치연합은 기업주와 부자들에게 자신들이 한국 자본주의를 새누리당보다 더 안정적으로 잘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 받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들이 노동자·민중의 투쟁에 편을 드는 척할 때조차도 일관되지 않고 지배계급 내 우파와 기업주들의 눈치를 보며 좌고우면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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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9대 총선 단상 메모


새누리당의 어부지리

민주통합당의 한계와 실패

통합진보당의 성장과 아쉬움


1. 강력한 위기감과 반한나라 정서를 반MB 정서로 국한시키려는 박근혜의 쇄신·희석 사기극, 우파 결집용 의제 몰입 등으로 보수적 대중이 새누리당으로 결집. 친박연대 흡수통합, 자유선진당 몰락, 국민생각 유명무실 등 다른 우파 정당이 그 과정에서 희생됨. 

한마디로, 새누리당이 살려고 자유선진당 등을 몰락시키면서 우파 결집을 했는데도, 새누리당의 성적은 18대 때보다 한 석이 줄었다. 

그 결과, 18대와 비교하면 우파 정당들의 의석도 줄었고, 투표율이 올라갔는데도 비례 득표수는 18대 수준.(18대 한나라+친박연대+자유선진19대 새누리+자유선진)  

→ 양극화의 오른쪽이 새누리로 집결해 과반 확보했지만, 우파의 질적인 성장과 승리는 아닌 이유. 이는 여전히 이들이 대선을 앞두고 불안과 분열 요인을 안고 있다는 뜻. 축구로 비교하면, 야권은 이명박만 전담 바크하다가(反MB만 하다가), 박근혜를 놓친 것. 


2. 문제는 민주당 중심의 MB 야권연대에 있었다. 정확하게는 경제 위기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정치 양극화의 왼쪽 극을 수렴하기엔 야권연대를 주도한 민주통합당이 부족한 당이라는 것. 

그동안의 선거 실적과 광범한 반한나라당 정서를 고려할 때, 결국 새누리당에게 과반을 허용한 것은 대중이 여전히 도로열우당에 불신이 남아있다는 걸 보여 줌. 민주당은 야권연대의 도움을 얻어 18대보다 의석를 대폭 늘렸지만, 적극적 투표 동기를 줄 만큼의 대안적 매력은 없다는 한계가 드러남. 호남 지역에서 통합진보당의 선전도 이를 방증

박근혜는 이 약점을 이용, 노무현과 이명박 모두와 거리를 둔 이미지 형성에 주력했음. 첨예한 양극화를 배경으로 봤을 때, 이런 과정에서 민주당의 보수적 지지층 일부는 박근혜에게 옮겨갔을 가능성 있음.(광주의 이정현 선전이 그 사례?)

→ 민주당 중심의 야권연대는 정치 양극화의 왼쪽을 담기엔 부족하고 부적절한 구조. 친노를 앞세운 반MB 연대 전략의 명백한 한계. 기대만큼 높지 않은 투표율도 이 문제. 진보정당은 선택적·제한적 야권연대로 대처했어야.


3. 약점의 내용: FTA, 해군기지는 물론이고, 여러 문제에서 실행은 없이 말만 번지르르해 오던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선거전에 돌입하자 말조차 아끼면서 적극적으로 투표해야 할 동기를 제공하지 못했다

특히, 선거 막판 최대 호재일 수 있던 불법 사찰 문제에서 완벽한 무능을 보여 줬다. 사찰 원죄가 있는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이명박의 자해공갈에 무기력하게 꼬리를 내렸고, 야권연대를 신주단지처럼 모시던 통합진보당 지도부는 민주당을 비판할 수 없어, 이 문제에서  이슈 주도력조차도 발목잡혔다. 이 상황에서 박근혜는 ‘나도 피해자’라며 물타기 시도하며 이명박과도 차별화하는 꼼수 발휘. 


4. 진보정치 전체로 보면, 반새누리·비민주당 급진화 속에서 성장 가능성 확인.

통합진보당은 야권연대의 도움을 얻어 수도권과 호남에 지역구 교두보를 마련호남에서 민주당과 맞붙어 지역구 당선과 정당비례 약진을 이뤄낸 것도 성과. 8년 만에 열 석을 돌파해 13석을 얻었다. 정당비례도 18대와 비교하면, 득표수 크게 성장. 

정당비례를 보면, 통합진보당+진보신당+녹색당=11.91%(254만여 표). 최고치였던 17대 13.2%(277만여 표)보단 못해도 18대 민주노동당+진보신당=8.62%(147만여 표)보다 득표수 크게 증가. (득표율은 크게 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2010년 지방선거 때 민주노동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 지지율 합계 약 17%보다 저조무원칙한 통합이 정체성이 다른 대중의 지지율 단순 합산으로 이어지지 않을 거라는 경고가 옳았음을 보여 줌)

진보정치가 양극화의 왼쪽 중심축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인 것. 


4-1. 통합진보당의 수도권 약진에는 야권연대의 실리적 측면이 도움이 됐다. 그렇지만, 진보정치 스스로 어느 정도 기반을 만들어 온 지역들에서, 오래도록 진보진영을 대표하던 지도자들의 당선이란 점에서 단순히 야권연대 수혜라고만 할 수 없다. 영남 진보벨트의 노동자 밀집지구에서도 득표 수준을 보면, 분열로 낙선은 했지만, 계급투표는 꽤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 호남에선 민주당과 경쟁해 당선했다.


5. 반면에 야권연대 의존 노선은 정치의 내용을 후퇴하게 했다예를 들어, 불법 사찰의 본질이 노동운동 감시·통제라고 봤을 때, 피해 당사자이기도 한 통합진보당이 민주당 눈치를 보느라 정권심판 투쟁 건설로 이어가지 못한 것은 문제다. 특히, 앞으로 박근혜당 과반 국회에는 투쟁 구축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유감스럽다. 

야권연대를 맹신해 통합진보당이 민주당의 보수적 지지층을 의식하다가 막상 전통적인 진보정당 지지층에서는 실망감을 낳기도 했다. 


5-1. 일부 지역에선 후퇴도 함. 영남 노동벨트가 그곳이다. 우경적 통합으로 노동중심성이 후퇴한 영향, 진보정당간 분열과 불신(이건 진보 양당 모두 책임이 있다. 진보 일부의 종파주의도 문제다.)이 이곳에서 전패하는 뼈아픈 결과 낳음. 분열과 함께 전국적으로 출마 후보가 너무 적은 것도 정당 득표의 더 큰 성장에는 제약이 된 듯. 


5-2. 한국 진보정치의 발전 수준이나 제도상의 제약을 고려할 때, 당선을 목표로 하는 선거주의 진보정당의 분화는 시기상조인듯. 진보신당의 몰락과 녹색당의 저조한 성적을 보니 그렇다. 그럼에도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은 불필요한 갈등으로 거제와 창원에서 최소 두 석을 날려 버렸다. 그 점에서 지난해 [서로 다른 이유지만] 통합진보당 당권파와 진보신당의 사실상 진보통합 회피와 태업은 여전히 유감스럽다. 


6. 단상을 급하게 메모한 형식이라 조금 중언부언한 감이 없지 않은데, 종합적으로 볼 때박근혜의 어부지리 부상으로 더는 반MB만으로는 유의미한 진보라 할 수 없다. 그런 순진한 태도가 오히려 욕심에 못 미치는 지금의 총선 결과를 낳은 것이다. 그런 어리버리함을 배경으로 안철수의 조기 등판도 예상해 볼 수 있다

명실상부 ‘이명박근혜’ 정권으로 가는 것은 우파나 반우파 진영 둘 다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총선 득표수를 계산하면, 우파 본색 전략·‘이명박근혜’ 동맹은 박근혜에게도 위험하다.

박근혜를 포함한 反우파 투쟁으로 가야 한다. 反우파 투쟁을 일관되게 수행할 수 있는 진보정당이 성장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선 그 가능성을 분명히 보여 줬다. 이 방향은 민주당과 상당한 긴장을 낳을 것. 


6-1. 득표로만 보면, 야권연대론자들에게는 대선에서 야권연대를 더 강화해야하는 걸로 보이겠지만, 지금 ‘민주당 중심의 묻지마 야권연대’는 이명박근혜 정권 심판의 민심조차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라는 것이 드러났다. 

민주당의 보수적 지지층을 끌어당기려다 급진화하는 청년층을 실망시킨 것이다. 여전히 반새누리(우파)·비민주당 급진화 정서가 유력하고 중요한 축이다. 이는 수도권 중심의 청년세대의 정서이기도 하다. 이들의 세대공감에는 계급적 불만이 깔려 있고, 여기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당의 약점과 불신 요소는 여기에서 나온다. 

애초에 민주당과 진보정당의 야권연대는 이런 정서의 민주당 왼쪽 대중(특히 청년세대)이 민주당만으로는 계급적 불만이 제대로 대변되지 않고, 반우파 승리가 힘들다는 생각에서 요구한 것이다. 그러므로 중도정당으로서 자신의 좌우를 살피는 민주당의 ‘좌클릭’은 불안정과 동요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1:1 구도에서도 민주당이 충청과 강원, 야심차게 도전했던 부산 등에서 재미를 못 본 것은 민주당 오른쪽 지지자들을 박근혜에게 빼앗겼기 때문일 수도 있다. 좌우 양극화인 것이다.

이는 총선 후 민주당의 명목상 ‘좌클릭’조차 내부 도전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진보진영이 야권연대에만 의존하는 것이 갈수록 불편해지는 이유다.

진보정당은 민주당에 발목잡히는 ‘묻지마 야권연대’와 연립정부 전략 맹신을 버리고, 주요 쟁점에서 진보의 정체성과 독자성을 재확립하고, 노동중심성 복원과 진보진영의 단결에 주력해야 한다. (진보적 투쟁 중심의 반박근혜 연대?) 

야권연대의 부정적 측면에서 우리는 투쟁이든 선거든 진보가 잘 하려고라도 정치적 쟁점들에 올바른 입장을 취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중요한 쟁점들에서 일관되고 차별성있는 진보의 대안을 제시하며 인내심있게 투쟁을 건설해 올해 ‘이명박근혜’ 정권과 맞서도록 해야 한다.



■ 18대와 19대 총선 정당비례 득표와 의석수 비교 


□ 18대 


*우파 정당

한나라당 6,421,727(37.48) / 지역구: 131 비례: 22  총 153석

자유선진당 1,173,463(6.84) / 지역구: 14 비례: 4  총 18석

친박연대 2,258,750(13.18) / 지역구: 6 비례: 8  총 14석


18대 비례 의석을 얻은 우파 정당 정당비례 총득표: 9,853,940 / 총 185석


*비우파 정당

통합민주당 4,313,645 (25.17) / 지역구: 66 비례:22  총 88석

창조한국당: 651,993 (3.80) / 지역구: 1 비례: 2  총 3석

민주노동당 973,445 (5.68) / 지역구: 2 비례:3  총 5석

진보신당 504,466 (2.94)


18대 비례 의석을 얻은 비우파 정당 정당비례 총득표: 5,939,083 / 총 96석

18대 비우파 4개 정당 정당비례 총계: 6,443,549

18대 진보 양당 정당비례 득표와 의석: 1,477,911 (8.62%) / 총 5석



□ 19대


*우파 정당

새누리당 9,129,226 (42.80) / 지역구: 127, 비례: 25 총 152석

자유선진당 689,843 (3.23) / 지역구: 3, 비례: 2 총 5석


19대 비례 의석을 얻은 우파 정당 정당비례 총득표: 9,818,569 / 총 157석


*비우파 정당

민주통합당: 7,775,737 (36.45) / 지역구: 106, 비례: 21 총 127석

통합진보당: 2,198,082 (10.30) / 지역구 7, 비례: 6  총 13석

진보신당: 242,995 (1.13)

녹색당: 103,811 (0.48)


19대 비례 의석을 얻은 비우파 정당 정당비례 총득표: 9,973,819 / 총 140석

19대 비우파 4개 정당 정당비례 득표 총계: 10,320,625

19대 진보 3당 정당비례 득표와 의석: 2,544,888 (11.91%) / 총 13석


■ 서울의 득표수 비교 


18대 총선 한나라+친박연대+자유선진 203만여 표 

2010년 서울시장 선거  오세훈(2,086,127)+지상욱(00,032)=2,176,159

19대 총선 한나라+자유선진 203만여 표


18대 총선 통합민주당(1,037,469)+민주노동당(138,751)+창조한국당(169,787)+진보신당(148,363)=148만여 표 

2010 서울시장 선거 한명숙(2,059,715)+노회찬((143,459)=2,203,174

19대 총선 민주통합당(1,751,344)+통합진보당(484,735)+진보신당(67,826)=230만여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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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수분처럼 쏟아내는 이명박 정권 실세와 일가 비리는 이들의 1퍼센트 본색을 잘 보여 준다.

지난해 SLS그룹과 저축은행들의 뇌물 로비 자금을 받아 실세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되더니 결국 ‘상왕’ 이상득의 비자금 일부가 들통났다. ‘방통대군’ 최시중은 정권과 조중동의 방송 장악을 위한 미디어악법 날치기 대가로 ‘쇼핑백’으로 돈을 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카메룬에서 다이아몬드 광산을 발견했다고 외교부 보도자료까지 조작해 고위 관료들이 주식 시세 차익을 챙긴 CNK 사건을 두고 기획재정부 고위관료는 “자원 개발은 99퍼센트가 가짜라고 보면 된다”고 털어놨다.

1퍼센트 특권층과 정권 실세들은 특혜를 주는 대가로 부정한 돈을 주고 받아온 것이다. 오죽 이런 습성이 몸에 뱄으면 자기들끼리 당대표를 뽑으면서도 돈봉투가 돌았겠는가.

더 뻔뻔한 일도 서슴지 않는다. 이명박은 퇴임 후 갈 집을 사는 데 국비를 사용했다. 급기야 자기들에게 유리한 선거 결과를 내려고 선관위 홈페이지를 사이버테러해서 투표를 방해하기까지 한다. 집권당이 국가기구를 ‘테러’한 것이다.

사실 소득세를 원천징수당하면서 이런 특권 정치에서 배제된 노동자들에게는 부자 정치인들이 부자 감세 등 1퍼센트 정치를 펴 온 것 자체가 합법적 부패라 할 만하다.

이명박 본인이 자신의 감세 정책으로 종부세를 9분의 1이나 덜 냈다. 지난해 상위 소득 0.8퍼센트가 총 66백여억 원의 세금을 덜 냈다. 4년 동안 총 부자 감세 규모가 약 90조 원이다.

이명박은 자기 친구들인 건설사와 땅부자들을 위해 막대한 세금을 부어가며 4대강을 파헤치고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을 고수했다. 그 대가로 많은 이들이 농지를 빼앗기거나, 전세 대란 속에서 서러운 경험을 해야 했다.

지난 4년 동안 10대 재벌의 유보이익은 3백조 원이 넘었는데, 이명박 정권은 이런 이익 보장을 위해 가장 공들인 일은 생존권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때려 잡는 일이었다.

정리해고 반대 파업 때 살인 진압에 시달렸던 쌍용차 노동자들은 벌써 20명이 정리해고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고, 용산에선 철거민 5명이 목숨을 잃었다. 현장 통제 강화로 현대차에서만 두 명이 자살했다.

각종 비리 혐의로 궁지에 몰린 이명박이 이제 와서야 골목 상권 운운하며 대기업 때리기를 하는 시늉을 하지만, 그 뒤에서 99퍼센트 민중을 고통에 빠뜨릴 한미FTA 발효를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이명박 정권의 부정부패는 1퍼센트 특권층 정부가 추구해 온 노선의 필연적 귀결이다. 따라서 진보진영의 반MB 대안이 비리 색출을 위한 국정조사 같은 것에만 머물러서는 안 됐다. 이 무도한 정권은 진작 쫓겨나야 했고, 한나라당은 해체돼야 했다.

사실 지난해 말에 그런 기회가 왔다. 복지 확대 요구에 오세훈이 우파적 반격을 시도하다 역풍을 맞아 한나라당은 오히려 서울시장 자리만 뺏겼다. 그러자 정권은 밀리기 전에 쐐기를 박으려고 한미FTA 날치기를 강행했지만 도리어 거리에서 반대 투쟁을 만났다.

집권당이 거듭 역풍을 맞던 국면에서 선관위 디도스 공격이 한나라당의 소행으로 밝혀졌다.이것은 결정타로 보였고, 한나라당은 실질적인 해체 위기에 직면했다. 정권 내부에서 서로를 겨눈 생존 투쟁이 시작됐고, 그 결과 정권 실세 비리가 연이어 폭로됐다. 탈당 소동도 일어났다.


물타기


집권당 해체 위기를 막으려고 긴급 투입된 것이 박근혜였다. ‘공공의 적’ 이명박을 대신해 박근혜가 해야 할 첫째 임무는 한나라당 당권을 장악해 집권당을 향한 대중적 분노에 물타기를 하며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둘째는 그 과정에서 민주당을 국회로 다시 불러 들이는 것이었다.
 

MBC 자막 실수 뉴스. 새누리당 로고 패러디 버전. 한나라당 로고의 민소희 버전.


민주당이 지배계급의 제2당으로서 박근혜 비대위를 구원해 줬다. 애초부터 한미FTA 반대에 진정한 열의가 없었던 민주당이 투쟁 시늉마저 팽개치고 연말에 조건 없이 등원해 버린 것이다.

야권연대에 집착하며 민주당 꽁무니를 좇던 진보진영은 뒤통수를 맞았다. 그럼에도 박근혜 비대위의 본질을 폭로하며 공세를 늦추지 말아야 했다. 집권당의 자중지란 위기는 새해에도 계속됐기 때문이다. 친이계 고승덕이 친이계의 전당대회 돈봉투 건을 터뜨린 것이다.

사실 이명박 세력의 비리가 계속 터지는 것은 박근혜에게도 괴로운 일이다. 무엇보다 박근혜 세력도 청산돼야 할 낡은 부패 세력의 일부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또 한나라당이 해체 위기를 벗어나려면 공공의 적이 된 이명박과의 차별화에 성공해 대중적 공분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그 차별화 자체가 친이계와의 분열 위험을 안고 있는 목표다.

사실 박근혜도 그런 모순된 처지를 알기 때문에 비대위 내부 강경파들의 ‘정권 실세 용퇴·탈당론’과 거리를 둬 왔던 것이다. 그래서 박근혜 비대위는 디도스 특검법을 도입하겠다면서 막상 본회의는 열지 않는 등 꼼수로 대중적 분노의 열기를 식히는 데만 급급해 온 것이다.

인적 쇄신’ 대신 박근혜가 우회로로 택한 것이 당명 변경과 당 정강·정책의 중도화다. “큰 시장, 작은 정부의 기조”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추구한다는 기존 정강을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강한 정부”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해 경제 민주화를 실현한다”는 것으로 바꾼 것이다.

사실 신자유주의 이명박 정부도 2008년 금융 위기 직후 2백조 원에 육박하는 지급 보증을 하는 등 정부 개입이 결코 적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도 말로는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집권했지만 비정규직 악법을 추진했고 부자 감세와 한미FTA를 추진했다.

따라서 2007년 대선 때만 해도 ‘줄푸세’라며 강경한 신자유주의를 주장했고, 1퍼센트 특권정책의 종합판인 한미FTA 날치기에 적극 동참했던 박근혜의 ‘변신’은 눈속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것을 대단한 변화인양 홍보할 수 있는 것은 거리 투쟁이 가라앉고 저들이 말하는 일상적 의회정치가 복원돼 왔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최근에도 한미FTA 발효, 석패율제 등을 합의한 것에서 보듯, MB 심판보다 자본가당 간의 양당 구도 복원에 더 열심이었다.

한편에서 양당 구도 복원을 하는 과정에서 양당이 ‘좌클릭’을 경쟁적으로 했다는 것은 시사적이다. 이것은 완전하진 않지만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완충지대로서 이들 정당들의 변신·외연확장성을 [물론 과장해서도 안 되지만[각주:1]] 일면적으로 무시해서도 안 된다는 것을 보여 준다.(그 점에서 통합진보당이 양당 구도에 협착된 것은 주체 역량의 문제라기보다는 이런 객관적 상황 변화와 의도적 배제에서 비롯했다고 본다.)


2중대
 
 

결국 이런 과정 속에서 1월 하순부터는 집권당이 끝도 모르던 추락에서 잠시 숨을 둘린 듯하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 박근혜와 문재인의 지지율이 다시 오르면서 안철수와 진보정당들의 지지율이 하락한 것도 두 당과 보수 언론들이 줄기차게 양 당의 좌클릭 효과를 과장하면서 진보정당을 배제하려는 노력을 펴면서 지배계급 양당 [공존] 구도가 복원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진보진영이 이명박 정권은 어차피 끝났다면서 선거 때 심판하자며 지금 아무런 정치적 동원을 하지 않는 것은 정확한 세력관계 평가와 그에 따른 진정한 과제를 외면하는 것이다

오히려 그 사이에 한숨 돌린 이명박은 희망버스 계좌를 뒤지고 참가자들을 소환하는 등 뒤통수를 치려고 하고 있다. 한미FTA 발효도 준비하고 있다. KTX 민영화도 하려 한다. 심지어 한중FTA를 추진하려 하고노동시간 단축을 명분으로 조직 노동자들의 고용과 임금 조건도 공격하려 한다. 

그래서  통합진보당이 민주당에게 먼저 야권후보 단일화를 먼저 제안하며 선거 국면으로 초점을 옮기는 것은 실수다. 저들에게 시간만 벌어주는 격이고, 그리 해서는 애초에 선거가 저들에게 유리한 전투 장소이므로 선거전도 오히려 힘들게 치를 수밖에 없다.

연말 한미FTA 투쟁 같은 거리 투쟁의 재개를 모색해야 한다. 당시 민주노동당은 거리의 여당이었고,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의 지지율은 상승했었다. 여전히 기회는 있다.
 

집권당의 위기 요소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추락이 끝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명박과 한나라당 지지율은 지난해 말 곤두박질친 뒤로 회복 조짐이 아직 없다.

 
이명박의 부패 추문과 집권당의 내분도 쉬이 가라앉진 않을 것이다. 박근혜의 말뿐인 정강·정책 쇄신 ―경제민주화 포함과 흡수통일 배제 ―를 두고도 정몽준은 “정치적 계산으로 개입하면 할수록 꼬이는 것이 경제”라며 반발했고, 박세일은 “무원칙”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대중에게 계속 진정성 있는 개혁으로 비춰질지도 의문이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말대로 “한미 FTA를 이대로 발효되게 둔다면 경제민주화 정강정책을 아무리 넣어봐야 소용이 없다.” 박근혜가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임명한 검사 출신 정홍원은 2007년 대한 변협이 삼성 X파일 특검 때 그를 특별검사 후보 중 하나로 추천했을 때 친삼성 인사라고 항의를 받았던 인물이다.

박근혜의 두 마리 토끼 잡기는 여전히 모순 속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국정조사나 디도스특검법 등 한나라당의 협조가 필요한 국회 차원의 요구만 제기할 것이 아니라 거리로 나와 정권에 대한 대중적 항의를 불러 일으켜야 한다.
민중의 힘 같은 공동 투쟁을 위한 상설연대체는 이럴 때 구실을 하라고 만든 것 아니겠는가. 그래야 박근혜 비대위의 모순을 더 키워 집권당의 분열과 위기를 더 가속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조직 노동자들 일부가 보여 준 투지는 그런 투쟁 건설이 가능하다는 조짐을 보여 줬다. 현대차 노동자들이 연초에 하루 파업으로 요구 조건을 상당히 따냈고, MBC노조도 낙하산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파업을 막 시작했다.

현 집권당이 직면한 위기의 깊이를 볼 때, 진보진영이 이런 투쟁들을 모아 정권 자체와 대결하는 투쟁을 진지하게 건설한다면 집권당의 위기를 진보 대안 건설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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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를 과장하면, 빅텐트론(야권단일정당론)처럼 독자적 진보정치의 존재 의의를 인정하지 않게 될 수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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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당의 참패와 민주당의 승리, 민주노동당의 약진으로 끝난 4·27 재보궐 선거 결과는 모순적 효과를 미칠 것이다.

MB 범야권연대 단일 후보들이 선전했고, 진보정당들과 양대 노총이 모두 이 단일화를 지지했기 때문이다.

일단은 이명박 정부에 분노해 온 노동자들에게 사기 진작 효과가 있을 것이다.

51일 메이데이 집회에서도 이 점이 확인됐다. 한국노총 집회에는 조합원 10만여 명이 참가했다. 민주노총의 서울 집회는 몇 년 만에 경찰 저지를 뚫고 도심 행진을 했다. 서울 명동 등 거리의 시민들도 ‘최저임금 인상’ 등 시위대의 요구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날 만난 한국노총의 한 간부는 “재보선에서 집권당의 약화가 확인되자 싸울 만하다는 쪽으로 조합원들 분위기가 바뀌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둘째, 그러나 막상 목소리를 높이는 쪽은 이런 분위기를 2012년 야권연대에 기초한 선거 심판론으로 끌고 가려는 쪽이 될 것이다.

민주당 최고위원 이인영과 “국민의 명령” 문성근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성과가 일회성으로 끝나선 안 된다’며 “야권 단일 정당”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이번 선거로] 야권연대의 정당성에 대해 어떤 의문도 망설임도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연대 강화론은 선거에서 손쉽게 표를 얻으려는 선거공학적 계산에 바탕한 것이다.

셋째, 진보진영 내 통합 지지 세력도 조급해져서 진보대통합을 서두르려 할 것이다. 이미 내년 선거를 가장 중요한 정치 일정으로 삼는 이들에게 자칫하다간 민주당에 얻는 것 없이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총선·대선 선거연합(일방적인 후보 단일화)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과 연립정부를 고려하는 세력들은 진보대통합으로 덩치를 키워 총선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둬야 지분을 받는 ―따라서 자신들 나름의 ‘명분’을 세울 수 있는― 연립정부 연합을 추진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마음이 급하다.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대표자 연석회의가 논란과 불협화음 속에서도 3차 합의문을 낸 것도 이런 배경에서일 것이다.


복지국가 단일정당

이들 가운데 최근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지식인들이 몇몇 정치인들과 연합해 복지국가 만들기 국민운동본부를 발족했다. 이들은 복지국가 강령을 중심으로 야권 단일정당을 만들자고 주장한다.

이 단체의 산하 조직 격인 복지국가 진보정치연대는 5월 초 이인영의 야권단일정당론을 환영하며 “민주당과 진보정당이 통합을 하는 가장 쉽고, 가장 빠르고, 가장 올바른 방법은 ‘가치중심’으로 정치권이 재편되는 ‘복지국가 단일정당’이라고”고 밝혔다.

사실상 독자적 진보정당의 길을 포기하고 보수정당의 개혁파들과 한살림을 차리자는 것이다.

서유럽 복지국가가 정당 차원의 계급 협력 전략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사진 출처: http://kafkago.tistory.com/414


이들과 한 배를 탄 진보신당 박용진 부대표는 “사회양극화에는 무심했던 진보세력도, 무능했던 개혁세력도 모두 책임이 있다”며 두 세력의 실천적·정책적 차이를 흐리고 물타기한다. 심지어 민주당과 단일정당을 해서 집권하려는 것에 반대하는 진보는 “무책임”하고 “오만”한 것이라고 훈계한다.

보편적 복지국가’는 대중이 공감할 만한 목표지만, 이는 ‘자본주의 극복’을 강령으로 채택한 기존 진보정당들보다 후퇴한 강령이다. 복지국가만 주요 목표인 것도 아니다. 지금처럼 경제 위기와 전쟁, 핵공포가 지배하는 시대에는 훨씬 더 포괄적인 반자본주의와 반제국주의 강령이 필요하다.

게다가 이들의 역동적 복지국가 담론은 노동의 유연성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한마디로 반신자유주의 가치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강령인 것이다.

그 결과 논리적으로 복지국가 단일정당론은 급진좌파를 배제하고 민주당[일부?]과 손 잡겠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사실상 진보정당을 없애자는 것이다.

물론, 민주당은 이미 지난해에 “보편적 복지”를 당헌에 삽입하고 무상 교육·보육·의료 실현을 강령에 포함했다. 그러나 보편적 복지 구현과 1백 퍼센트 배치되는 FTA 협약을 찬성하는 이 당에게 당헌 변경은 선거를 위한 립서비스에 불과해 보인다.

그것은 이 당의 핵심 기반이 자본가계급에 있기 때문이다. 사회진보연대가 “복지국가 정치동맹은 노동자 계급정치의 포기”라고 주장하는 것은 옳다.

그래서 사실 야권 단일정당론은 상시적 야권연대론의 필연적 귀결이다.

최규엽 새세상연구소 소장은 “[야권연대의] 정형화 된 후보 단일화 방식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조직―정책 등이 미리미리 정비되고 선거운동이 전국적인 차원에서 통일적으로 수행되어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책과 후보 선출에서 일사분란한 체계를 갖춘다면 단일 정당과 어떤 차이가 있겠는가. 이런 논리가 연립정부 정당화로 발전하는 것은 순식간일 것이다.

선거로 개혁을 쟁취할 수 있다는 생각은 “투표로 심판하자”, “투표로 세상을 바꾸자”는 구호로 표현되는데이는 사람들을 몇 년에 한 번 선거에 투표만 하는 수동적 존재로 만드는 것이다.


야권연대

지금 반MB 정서가 야권연대로 수렴되는 듯한 것은 민주당은 여전히 못 믿겠고, 진보진영은 분열해 있으며, 노동자투쟁도 아직 계급세력관계를 뒤흔들 만큼 활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MB 정서는 민주당 왼쪽과 진보정당 사이 어디쯤에 있는 듯하다.

민주당이 왼쪽 깜빡이를 켠 이유다. 올해는 양대 노총의 메이데이 집회에도 참석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진보정당들과 맺은 약속을 깨고 부자 감세와 한―EU FTA 통과를 한나라당과 합의했다. 전북 버스 파업 때는 반 년 가까이 사장들 편만 들었다. 민주당 원내대표 박지원은 “[4당 정책] 합의문 내용은 굉장히 좋은 것 … 하지만 우리에게는 현실이 있다”고 털어놨다.

민주당은 결코 자본가 계급 기반이라는 “현실”을 벗어날 수 없다. ‘선거 때는 반MB 투사, 평상시엔 한나라당 2중대’를 반복하는 이유다.

야권연대는 이런 민주당과 보조를 맞추려 하므로 진보정당 고유의 정책과 실천이 후퇴해 우경화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그런데 민주당 대표 손학규는 51일 양 노총 본 집회에서 모두 연설한 유일한 정치인이었다. 그는 위선적이게도 “야권 단일화의 성과”와 “노동이 존중되는 세상”을 강조했다.[각주:1]

이는 민주노총 지도부도 야권연대의 우경화 논리에 젖어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새 진보진영 상설연대체 민중의 힘() 상반기 계획에서 임단투 파업 시기를 집중하자는 제안이나 메이데이 집회를 서울로 집중해 위력적 시위를 하자는 제안을 거부했다.

국민참여당과 진보정당들이 통합해야 한다는 진중권도 <한겨레> 53일치 칼럼에서 “‘미 제국주의’ 운운 … 같지도 않은 착각 속에 자신을 자폐시킨 채 개척교회 세우듯 사회주의 목회활동 … 1917년 러시아 혁명의 향수”를 들먹이며 급진좌파를 비난했다. 아마 국민참여당을 진보대통합에서 배제하자는 좌파의 주장이 못마땅했던 듯하다.

이처럼 버전은 다양해도 야권연대 찬성론자들은 모두 진보정치의 우경화를 주장한다. 그래서 야권연대를 진지하게 추진하면 진보진영의 당면 투쟁 건설에 방해가 된다.

재보선 직후 양대 노총과 야3당이 공동 발의하기로 한 노조법 재개정안에는 ‘손배가압류 제한’과 ‘필수유지업무 폐지’ 같은 민주노총의 핵심 요구안들이 빠졌다. 민주당의 반대 때문이다.

이 두 가지는 파업권을 크게 제약해 왔고 정부와 기업주들가 노동자 저항을 억누르는 중요한 무기가 돼 왔다. 당장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에 현대차 사측이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다.

그런 점에서 급진좌파들이 메이데이를 계기로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상층 지도부의 민주대연합 노선 비판 목소리를 높인 것은 적절했다. 문제는 진보대통합을 바라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염원을 반영해 진보대통합 논의에 참가하면서 우경화를 비판해야 한다는 것이다.


  1. 야권단일화의 성과로만 평가할 수 없다는 주장은 선거 직후 작성한 내 글을 보시오. 그리고 그동안 진보진영 안에서 기본적인 합의는 노동이 존중되는 세상이 아니라 노동이 주인되는 세상이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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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재보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약진했다. 국회의원, 구청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모두 한 명씩 당선자를 냈다. 낙선자들도 평균 20퍼센트가 넘는 득표를 했다.

특히, 전남 순천에서 ‘호남 최초 진보 국회의원’이 탄생한 것과 울산 동구청장에서 한나라당을 물리친 것은 큰 성과다.

다만 이것이 오롯이 진보정당 혼자의 힘, 아니면 진보진영의 단결력에서만 나온 성과는 아닌 게 아쉬움이다. 모두 야권연대를 표방한 후보들이기 때문이다. 

선거적 성공이라는 실용적 관점에서 보면 군소정당인 민주노동당이 유력 야당인 민주당과 선거연합을 하면 실리를 얻을 수는 있다고 말해 왔다. 특히 스타 정치인이 없는 대신 지역 조직력이 우수한 조건상 경쟁하는 (개혁적 이미지의) 민주당 후보가 없는 것은 선거에서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동안 야권연대를 비판하면서도 진보 후보가 단일 후보로 선출된 곳은 (비판적일 때도 많지만) 조건 없이 진보 후보를  지지해 왔다. 아울러, 진보 후보가 없는 곳에서는 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개혁적이라 여겨 지지할 만한 민주당 등의 후보가 있을 때는 비판적 투표를 할 수도 있다.

반MB 야권연대는 반MB 정서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민주당도, 진보정당도 반MB 정서를 온전히 수렴하지 못하는 객관적 정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번 재보선에서 민주노동당의 약진이 온전히 야권연대 덕분이고, 이번 결과로 야권연대가 완전한 정당성을 얻었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약진한 선거 결과를 두고 “야권연대의 길을 닦아 온 것은 옳은 일이었음이 명백해졌[]”고 주장했다. 민주노총도 공식 논평에서 이번 선거 결과를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야권이 연대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평가는 투쟁 건설보다는 야권연대를 더 열심히 추진하고, 대선 연합을 통한 연립정부로 나아가려는 노선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그래서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대표 문성근)은 선거 결과가 나오자 “야 5당은 … 야권단일정당 건설을 당론으로 채택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진보정당과 노동운동이 야권연대로 갈수록 선거에서 단기적 성공은 거둘 수 있어도 중장기적으로는 모순에 직면할 것이다.


계급 투표

1. 이번 선거의 진보정당 약진을 야권연대 효과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순천에서 야권단일후보로 ‘호남 최초의 진보 국회의원’이 된 민주노동당 김선동 후보는 실제로는 민주당의 조직과 정치인들을 상대로 경쟁했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민주당 정치인들은 김선동 후보를 “종북주의자”라고 색깔론 공격을 했다.

사실 민주당은 순천에서 “민주당을 겉으로 표명하는 후보를 안냈을 뿐이지 당선되면 결국 민주당으로 입당할 민주당 출신 무소속 후보의 당선을 내심 바라고 있는 것”[각주:1]처럼 보였다.[각주:2]

민주노동당 김선동 후보를 떠받친 것은 노동자들의 적극적인 ‘계급투표’였다.[각주:3] 그리고 이것이 김해을의 국민참여당과 순천의 민주노동당이 비슷한 조건에서 다른 결과를 낳은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김선동 후보 자신은 야권 단일 후보를 강조하느박지원과 포옹하며 ‘내가 진짜 민주당 지지 후보’라고 말하는 등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의 차이를 흐리는 식으로 선거운동을 했지만 말이다.

김선동 후보 자신이 건설플랜트노조 조합원이며, 2005년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투쟁 지원에서 주요한 구실을 한 바 있다. 게다가 순천은 여천공단, 광양공단 등 공단 노동자들이 많다. 이런 기반 위에서 민주노동당은 2008년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에 맞서 1만 표가 넘게 득표한 바 있다.

이번에도 조합원 교육은 기본이고, 건설플랜트노조는 투표일 당일을 조합원총회 날로 잡아 투표 시간을 보장했고, 민주노총 전남본부 등이 ‘2만 표’를 목표로 열정적으로 계급투표를 조직했다. 선거운동의 주력은 지역 노동자들과 전국에서 자원한 민주노동당 학생 당원들이었다.

한나라당의 당선가능성이 거의 없는 호남에서는 보수적인 지역 자본가들과 정치인들이 민주당을 통해 엮인다.

그 점에서 김선동 후보가 추가로 얻은 표의 일부는 민주당 지도부의 지지 덕분이겠지만 상당수는 지역 민주당의 보수성에 실망한 이탈표라고 보는 게 더 합당할 것이다. 죽어도 민주당을 찍겠다는 표는 당선하면 민주당에 복당하겠다는 무소속 후보들에게 갔을 테니 말이다.

사실 민주노동당 후보들이 당선한 곳은 대체로 노동자 밀집 지구로 진보정당이 그동안 강세를 보여 왔던 곳이다.

호남 제1호 진보 국회의원이 탄생한 감격의 순간. 그러나 안타깝게도 야권연대 노선과 계급투표 정책은 앞으로 상호충돌하게 될 것이다.


울산 동구는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 노동자들의 지지로 세 번이나 진보 구청장을 만든 과거가 있다. 최근에는 두 번 연속 한나라당에 패배하긴 했지만 지난해 구청장 선거에서도 김종훈 후보는 이번보다 1만 표나 많이 얻었고 겨우 2.7퍼센트 차이로 낙선했다.

이번에도 현대중공업 소유주로 울산 동구가 지역구인 정몽준은 우파 노조들을 회유해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노조 집행부의 한나라당 지지 선언을 이끌어 냈고 25천여 명이나 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투표를 막으려고 특별 잔업을 시켰으며 진보 후보들의 선거운동을 야비하게 방해했다.

투표 당일날은 누굴 기표했는지 증거를 가져 오라는 사측의 협박 때문에 한 노동자가 투표용지를 핸드폰으로 찍다가 걸린 사례도 생겼다.

바로 이런 오만한 재벌 정치에 대한 반감과 척결 의지가 민주노동당 김종훈 후보에 대한 지지로 쏠린 것이다. 이곳은 사실 야권연대가 득표에 기여했다고 볼 수도 없다. 2002년부터 동구청장에 민주당이 후보를 낸 일도 없다.  

민주노총은 “순천과 울산, 분당에서 막판 2시간동안 투표율이 수직 상승한 것은 청년층과 함께 노동자들의 투표 참여였음은 알려진 바와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민주노동당 이길종 후보가 5천여 표를 얻어 도의원으로 당선한 경남 거제도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 등의 노동자들이 몰려 있으며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진보신당 후보가 13천여 표를 득표해 아쉽게 2등을 했던 곳이다.

비록 낙선했지만 전주에서 황정구 진보신당 후보가 민주노동당 등과 연합해 36퍼센트나 득표한 것은 전북 버스 파업이 대중적으로 지지받고 있고, 투쟁에 바탕한 진보정당의 독자적 성장 전망이 결코 어둡지 않음을 보여 줬다.

그래서 야권연대론자들의 주장은 반만 맞다. 이처럼 자신의 지지 기반이 기여한 바를 경시하는 잘못된 평가는 이번 선거 기간 동안 진보적 정책과 자신이 대변해야 할 목소리를 약화시켜온 것과도 연관이 있다. 

한편, 일부 급진좌파들처럼 진보정당이 단순히 민주당에 구걸해 성과를 거둔 것처럼만 묘사하는 것도 결과적으로 야권연대론자들과 똑같이 현장 노동자들의 정서와 구실을 무시하는 것이므로 잘못이다.


실종된 진보의 목소리

2. 민주당과 선거연합을 하고 당선가능한 선거구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최우선 과제로 삼다 보니 막상 진보적 정책이 후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야권연대 정책 합의에서는 핵발전 폐쇄는 핵발전 정책 재검토로 약화됐고, 한미·-EU FTA 반대에서 재검토로 후퇴했다. 부유세나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의 요구도 포함되지 못했다.민주노총이 요구하는 노동법 재개정 8대 핵심 쟁점도 야4당-양 노총 공조 과정에서 요구가 축소된 상황이다.[각주:4]  

보편적 복지와 이를 위한 부자 증세, 핵발전 반대, 비정규직 정규직화, 임금 인상, 물가 통제 등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진보적 목소리를 스스로 낮춘 것이다.

분당에선 진보 양당 후보가 사실상 자진 사퇴했고, 강원도에선 민주노동당이 진보단체들과 협의도 없이 민주당과 단일화를 해 민주노총 강원본부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전국적 관심이 집중되는 선거구에서 진보 후보가 없다 보니 진보정당들의 존재감도 미약했다.

야권연대 찬양가가 울려 퍼지는 동안 조용히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대의는 희미해져 왔다. 그래서 이번 선거로 오히려 진보정당들에 대한 민주당의 우위가 더 강화됐다. 이것은 불길한 징조다.

3. 선거연합에 발목이 잡혀 노동자 투쟁의 우군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전북 버스 노동자들이 민주당 지방정부의 탄압에 항의해 손학규에게 항의 방문을 하는데도 적극적으로 이들을 응원하거나 민주당을 비판하지 않았다.

이것이야말로 야권연대 노선의 진정한 약점이다. 친자본주의 정당인 민주당과의 연대를 공고히 할수록 진정한 개혁의 힘인 노동자 투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후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집권당이 지방선거와 교육감 선거에서 패배하고 정치 위기에 빠진 틈 사이로 KEC,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 등이 투쟁에 나섰는데, 이 투쟁의 발목을 잡은 것은 민주당이 포함된 야권 의원단의 중재 시도였다.

이들은 온정적 태도로 노사간 이해관계를 중재한다고 했지만, 기업주가 해고와 직장폐쇄, 무차별 폭력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투쟁을 접고 대화로 해결하자는 것은 노동자들의 무기만 빼앗을 뿐이었다. 이것은 민주당이 자본가계급에 기반한 친자본주의 정당이이기 때문이다.

4. 이런 약점들 때문에 야권연대 추진이 오히려 진보진영의 단결을 해쳤다.

이번 울산 동구청장 선거에도 이갑용 민주노총 전 위원장이 야권연대에 반발해 독자 출마했다. 선진 노동자들은 특별한 하자 없는 두 진보 후보의 경쟁 속에서 곤혹스러움을 느꼈다. 일차 원인 제공은 민주노동당의 야권연대였다. (그래서 나는 단일화하길 바랐다.)

민주당 시절 살인적인 탄압을 받았던 투사들에게 민주대연합이 마뜩치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그 기억을 잊으라고 강요할 순 없는 노릇이다.[각주:5] 게다가 민주노동당 울산시당과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선거 기간 동안 이갑용 후보를 배척하는 듯 행동했다.

물론 이갑용 후보가 민주노동당을 더는 진보정당이 아닌 듯이 말하는 것은 적절하진 않다. 민주당과 연대했어도 김종훈 후보 자신은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는 진보정당의 후보였고, 경력이나 공약에 지지 못 할 흠결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진보정당 당선으로 집권당과 정몽준에게 경고하고 싶었던 대중의 열망도 소중히 여길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민주대연합 반대,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상대적으로 더 좌파적인 목소리를 대변해 선진 노동자 일부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노동자 구청장은 노동조합을 지원하고 강화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은 신선했다.[각주:6]


향후 전망

이런 점들을 살펴 봤을 때 “김선동 후보의 당선으로 야권연대의 정당성에 대해 어떤 의문도 망설임도 없어질 것”이라는 이정희 대표의 기대는 헛된 것이다.

그럼에도 야권연대를 주도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성공한 재보선 결과 때문에 내년 야권연대 추진 노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그 반대급부에선 진보대통합 협상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진보대통합을 해야 민주당 중심의 선거연합으로 끌려가지 않는다는 생각도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진보대연합을 민주대연합의 사전단계[각주:7]로 보는 이들이 특히 그렇다. 한편에선 재보선 야권연대에 참여했으나 당세가 약해 거의 모든 곳에서 단일 후보로 선출되지 못해 위기감이 커진 진보신당의 통합파도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이다.

문제는 자신감이 생긴 민주노동당이나 민주노총 지도부가 야권연대의 정당성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면서 패권적으로 진보대통합을 추진하는 경우다. 앞서 인용한 이정희 대표의 발언[각주:8]도 독자파가 주도한 진보신당의 당대회 결정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이런 태도는 진보대연합 자체가 민주대연합의 사전단계에 불과하다는 의심을 부추길 것이다. 야권연대에 비판적인 진보진영의 반발이 더 커지면 진보대통합은 더 험난한 과정이 될 것이다. 진보진영의 분열 문제가 빨리 해소되지 않아 각개약진하면 각개격파 식으로 야권연대 압력에 더 내몰릴 수 있다.

따라서 분열을 피하며 유리한 기회를 노동자운동의 전진으로 연결시키려면, 실용주의적 선거공학이 아니라 계급투쟁과 계급정치의 관점에 서야 한다.

모순적이게도 단기적 선거 성공이 대중의 사기를 올려줄 수 있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지금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과 이명박 정부의 추락을 기회 삼아 투표장만이 아니라 거리와 작업장에서도 정부와 사장들을 물리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당과 독립적인 진보대연합을 건설해 대중투쟁을 건설하며 힘을 모아야 한다.


  1. 최규엽 민주노동당 부설 새세상연구소 소장이 민중의 소리 기고 글에서 한 말. 실제로 민주당 원내대표 박지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한 조순용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만 참석한 바 있다. 박지원과 조순용은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한솥밥 먹던 사이다. [본문으로]
  2. 민주당 원내대표 박지원은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조순용 후보의 선거사무실 개소식에 참석하기까지 했다. 둘은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본문으로]
  3. 민중의소리는 순천에서 “발은 계급투표로 머리는 야권연대로” 선거운동을 펼쳤다고 평가했는데, 사실 “발”과 “머리”가 일관성있게 움직일 순 없었다는 게 문제다. 서로 지시하는 방향이 다른 목표이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4. ○노동자성 및 사용자성 확대 ○노조설립 절차 개선 ○손배가압류 제한 ○타임오프 폐지 ○교섭창구 단일화 폐지 ○산별교섭 법제화 ○단체협약 해지권 제한 ○필수유지업무 폐지 중 ○손배가압류 제한 ○산별교섭 법제화 ○필수유지업무 폐지’를 제외한 5개 항을 공동 발의한다고 한다. [본문으로]
  5. 이 갑용 후보 자신이 공무원노조 징계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구청장 직을 박탈당한 바 있다. 심지어 야권연대를 추진한 민주노동당 울산시당 위원장인 김창현 씨도 1998년 동구청장에 당선되자마자 김대중 정부의 국가보안법 탄압으로 구속된 적이 있다. [본문으로]
  6. 득표에서는 진보적 노동자들의 표가 당선 유력한 민주노동당 김종훈 후보에게 몰려 저조했다. 선거 관점에선 2천2백여 명(3.59퍼센트)이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운동을 조직하는 관점에서 생각하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것은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본문으로]
  7. 진보대연합을 민주대연합의 사전 단계로 보는 것은 마치 전체의 부분(부속물)으로 보는 시각이다. 즉, 계급은 국민의 일부라는 사고인 것이다. 국민이 이해관계로 통일된 집단이 아니므로 이는 계급 화해 사상이고 오래된 개혁주의의 전제로 돌아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정치세력도 한 사회 안이 모든 계급을 동시에 대변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국민’주의는 노동자 정치세력화 노선과 배치되는 면이 있다. [본문으로]
  8. “김선동 후보의 당선으로 야권연대의 정당성에 대해 어떤 의문도 망설임도 없어질 것”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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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갑용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울산 동구청장 선거에 출마했다. 민주노동당 김종훈 후보가 사실상 야권 단일후보로 결정된 직후다.

이갑용 후보는 비정규직을 늘리고 노동 탄압을 일삼은 민주당과 진보 양당이 연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묻지마’ 야권연대에 기울어 있는 민주노동당 지도자들이 새겨 들어야 할 비판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4·27 울산 재보선에서 민주당·국민참여당과 선거연대를 했다. 야4당연대가 한나라당 세력이 강한 울산에서 당선 가능성은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보정당들이 민주당보다 훨씬 크고 강한 곳에서 진보진영의 단일화로 대안적 연합을 하는 것이 진보정치의 발전에는 더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민중의 소리〉는 이 점이 못마땅했는지 이갑용 후보가 ‘고춧가루 뿌리며 한나라당 도와주러 나왔다’는 식으로 비난 기사를 내보냈다가 사실 관계 정정 보도를 하기도 했다. 민주당과의 선거연합만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고 그의 출마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은 진보언론이라는 곳이 할 ‘소리’가 아니다.

민주노총도 실수했다. 민주노총 중앙은 조합원이더라도 진보정당 소속이어야 지지할 수 있다는 정치 방침을 근거로 이갑용 후보를 민주노총 지지 후보로 선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갑용 후보는 현재 민주노총 지도위원이며 노무현 정부의 공무원노조 징계 요구를 거부하다 구청장 직을 박탈당한 바 있다. 그런데 진보정당 소속이 아니라는 형식적인 이유로 지지 후보 선정에서 배제하는 것은 군색해 보인다.[각주:1]


진보진영의 단결

물론 이미 울산 진보진영 다수의 지지를 받는 민주노동당 후보가 있기 때문에 곤란했을 수 있다. 그 점에서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할 일은 두 진보 후보의 단일화를 중재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지금은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단일화 중재에 나서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노동당 김종훈 후보를 유일한 민주노총 지지 후보로 공표했기 때문에 단일화 촉구는 이갑용 후보에게 사퇴하라는 뜻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노동당 울산시당과 김종훈 선본이 나서야 하는데, 이들은 야권연대와는 달리 별 열의가 없어 보인다. 그러면서 경쟁적인 노동계 지지 선언으로 세 과시에만 치중하는 것은 민주노동당 울산시당의 진보대통합 진정성에 의문을 갖게 만든다.



한편, 이갑용 후보가 출마 이후 한나라당 비판보다 민주대연합을 이유로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비판에 더 비중을 두는 것은 아쉽다. 누가 진정한 적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듯한 태도는 분별 있어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이 못 믿을 자본가 정당인 것은 맞지만, 지금 울산 동구에서 야권 단일 후보는 민주노동당 후보이고, 이 선본이 민주당 때문에 불필요한 타협을 하거나 실책을 한 것은 아직까지 없어 보인다[각주:2].

울산 동구는 정몽준의 정치적 근거지이므로 정몽준의 노동탄압과 재벌 정치를 폭로하면서 민주대연합보다 노동자진보정치가 더 효과적으로 이에 맞설 수 있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울산처럼 진보정당들의 세력이 강한 곳에서 진보진영이 단결해 한나라당에 맞서며 민주당과 다른 진보적 반MB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사실 두 후보의 기본적인 강령과 공약, 선거운동 방식이 단일화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른 것도 아니다.

더 유력한 후보인 민주노동당 후보가 먼저 이갑용 후보의 민주대연합 비판에 귀를 열어야 이런 과정이 가능할 것이다. 양측 모두 
이번 선거에서 진보 후보에게 투표하고, 이후 이명박에 맞선 투쟁에 단결해 나서려던 노동자들이 두 후보의 경쟁을 보면서 느끼는 곤혹스러움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결론: 단일화하면 좋겠지만, 안 되고 두 후보가 각자 나오면 둘 중 누구라도 선진노동자의 투표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투쟁에서의 단결을 기약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총 울산본부 등이 방침으로 특정 후보 지지를 결정하는 것은 단결에 이롭지 않을 것이다. 





※ 이 글은 <레프트21> 54호에 축약돼 실렸습니다. ☞ 기사 보기

... 한편, 울산 동구청장 선거에는 진보 후보가 두 명 출마했다(민주당과 후보단일화를 통해 출마한 민주노동당의 김종훈 후보와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갑용 후보). 

여기서 이갑용 후보가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을 비판하는 것은 정당하다. 하지만 민주당 후보가 아니라 민주노동당 후보로 단일화된 상황에서도 김종훈 후보를 진보 후보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갑용 후보의 주장은 공감하기 어렵다. 

사실, 김종훈 후보를 당선시켜 한나라당을 내쫓고 싶은 노동자들의 심정도, 민주대연합에 대한 반감 때문에 이갑용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노동자들의 심정도 모두 공감할 만한 것이다. 

두 후보가 단일화를 했다면 진보가 단결해 한나라당을 패퇴시키길 바라는 노동자들의 곤혹스러움을 덜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단일화가 안 된 상황에서는 두 후보 중 어느 한쪽에도 투표할 수 있다고 본다. 두 후보 모두 경력과 공약에서 진보 후보로서 큰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한쪽을 선택하라고 강요함으로써 선거라는 부차적 문제에서 진보가 굳이 분열할 이유는 없다. 중요한 것은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맞선 투쟁 속에서 단결하는 것이다.

― <레프트21> 55호 ‘4·27 재보궐선거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참패를!’ 중에서.




  1. 이 조항은 민주노총 조합원의 보수 정당 후보 출마를 막으려는 조항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이 방침은 민주노동당이 진보진영의 대표 정당이던 2005년에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2. 기준에 따라서 충분히 좌파적이지 않을 수는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국회의원도 아닌 구청장 선거 공약이 대단한 내용을 담긴 힘들다. 그 점에서 이 선거의 정치적 의미를 노동자정치의 관점에서 부각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정권과 재벌의 양극화 확대 정책, 울산 동구의 노동탄압에 맞서 싸우는 후보이자, 그런 투쟁을 지지·지원하는 선거운동과 구정 운영을 강조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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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반MB”가 아니라 진보의 단결이 필요하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7·28 재보선의 쓰디쓴 교훈을 직시해야

7ㆍ28 재보선에서 ‘묻지마’ 반MB 야권연대 노선의 한계가 드러났는데도 그것을 못 보는 사람들이 있다.

예컨대, 민주노동당 이정희 신임 대표는 7월 30일 당 대표 취임식에서 “유연한 진보”와 “[반MB] 야권연대”를 강조했다.

“민주노동당은 유연한 진보의 모습을 보여 드릴 것입니다. 거친 구호나 작은 차이에서 진보의 정체성을 찾지 않겠습니다. 시대와 국민이 요구하는 과제[더 폭넓은 야권연대]를 위해서는 우리 안의 작은 고집이라도 내려놓고 가장 먼저 희생하고 헌신하겠습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도 개표 다음 날 민주노동당이 이번 재보선에서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고 논평했다. 7ㆍ28 재보선에서 그 한계가 드러나며 실패한 반MB 민주연합 노선을 반성적으로 평가하기는커녕, 그것을 새 지도부가 계속 이어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민주노동당 이상규 후보는 두 달 새 두 번이나 후보를 사퇴하며 민주당에 표를 몰아줬지만[각주:1] 단 한 번도 자신이 지지한 후보를 당선시키지 못했다[각주:2].

이것은 첫째,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진보 성향의 표가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호소를 따라 민주당 지지로 고스란히 옮겨가지는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각주:3].

둘째, 진보정당의 분열과 “묻지마 반MB연대”에서 느낀 실망감 때문에 진보적 유권자들은 결집하지 않고 투표를 포기해 버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 준다[각주:4]. 사회당의 왜소함을 감안하더라도 유일한 진보 후보였던 금민 후보가 0.55퍼센트 득표에 그친 것도 이런 상황의 방증이 아닐까[각주:5].

한마디로 진보정치의 ‘제1당’인 민주노동당이 최근 두 차례 선거에서 추구한 노선이 진보정치의 존재감을 갉아먹으며 반MB 진보 대안 건설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반MB 진보 대안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 준 것은 광주와 인천, 강원 등 민주노동당이 민주당과 독자적으로 완주하며 진보적 목소리를 낸 곳이었다.

따라서 7ㆍ28 재보선에서 민주노동당이 배워야 할 진정한 교훈은 선거에서 [정책과 세력 모두] 반MB 대안으로 제시할 만한 진보 선거연합을 구성하는 것이어야 한다.

찬물

그런 점에서 민주노동당 새 지도부가 취임사에서 민주당을 향한 비판 한마디도 없이 또다시 “더 폭 넓고 수준 높은 야권연대”를 강조한 것은 이런 과제에 역행하는 것이다.

▲ 사진 위 케익에 써진 “2012년 진보적 정권교체”가 민주당 중심의 정권교체를 뜻하는 게 아니라면, 새 지도부는 지금의 전략 노선을 확실히 변경해야 한다.


재보선에서 후보를 내지 못한 진보신당은 최근 “당 우선 강화와 외연 확대 병행 추진”이라는 방향을 잠정적으로 내놓았다. 노회찬 대표는 “그동안 민노당의 통합 제안에 수세적이었는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각주:6].

이것은 진보의 재단결과 외연 확대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커진 것을 보여 준다. 금민 후보의 득표 결과도 더 폭넓은 진보대통합의 필요성을 보여 준 면이 있다.

그럼에도 민주노동당 신임 지도부의 행보는 이런 분위기에 찬물만 끼얹고 있다.

말로만 진보대연합을 내세우면서 실천으로는 반MB 민주연합에만 매달리며, 진보대연합을 말할 때조차 민주연합을 더 효과적으로 하려는 ‘옵션’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도 “민주노동당이 진보진영의 우선적인 연대나 연합보다 계속해서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을 우선대상자로 한나라당만 아니면 된다는 식으로 거래하듯이 단일화를 추진하는 것이 … 진보진영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레디앙>)고 지적했다.

그래서 이정희 새 대표가 “유연한 진보”를 명목 삼아 “작은 차이”와 “거친 구호”로 “정체성을 찾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도 우려스럽다.

민주당 의원들이 민주노동당에게 “대안없는 … 반미정당”, “한나라당 2중대”라고 막말[각주:7]하는 게 “작은 차이”일까. ‘집권 민주당’이 추진한 한미FTA, 파병, 비정규직 악법, 의료 민영화, 국민연금 개악 등을 비판하고, 아직도 이런 정책과 단절 못한 민주당과 하는 ‘묻지마 야권연대’에 반대하는 게 “거친 구호”일까.

민주당이 이번에 반MB 대안의 일부가 될 만한 변화를 보여 주지 못한 것은 우연이나 실수가 아니다. 기업주에 기반해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당이라는 민주당의 근본적 성격 때문이다. 그래서 이 당은 이명박의 신자유주의는 반대하지만, 자신들의 신자유주의는 반성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불신 때문에 은평에선 이미 지역 단체들이 단일화를 촉구하면서도 민주당 중심 단일화에는 비판적인 분위기를 보여준 바 있다.

따라서  (제한된 쟁점의 전술적 단기 연대는 물라도) 진보ㆍ개혁 염원 대중의 사기 저하와 냉소를 낳는 민주당 중심의 야권연대 전략 노선은 재고돼야 한다. 그 노선이 “친기업ㆍ반노동ㆍ반민주 정책 반대”라는 반MB의 ‘알맹이’를 빼먹는, 본말이 전도되고 불충분한 가짜 반MB이기 때문이다[각주:8].

이번 재보선으로 이명박이 싫지만 민주당은 대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진보적 대안을 제시하려는 노력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1. 그 결과 수도권에선 진보정치의 존재감이 약화되고 있다. [본문으로]
  2. 한명숙과 장상. 그래서 온갖 곳에서 '사퇴 전문 후보', 이젠 '사퇴 및 낙선 전문 후보'라고 불리게 됐다. 개인적으론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행위 자체는 엄한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본문으로]
  3. 6·2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한명숙 바람이 불었지만, 오세훈-한명숙 표차보다 노회찬의 표가 더 많았다. 여기에 나를 포함한 민주노동당 지지 표가 섞여 있는 것이다. 정당의 지도력이 지지자와 엇갈리는 일이 계속 반복되면 쉽게 극복하기 힘든 위기에 빠질 것이다. [본문으로]
  4. 은평과 충주에서 투표율이 높았는데도, 압도적으로 한나라당 실세 후보들이 승리한 것은 이게 보수적 유권자들의 결집이었다는 걸 보여준다. 한마디로 한 번(지방선거)은 통했지만, 두 번은 안 통한 것이다. [본문으로]
  5. 사회당의 2007년 대선 득표율은 0.1퍼센트도 안 됐다. 세력으로선 의미가 없는 게 사실이다. 6·2 지방선거 서울 은평구에서 광역비례대표 득표는 민주노동당=6,352표, 진보신당=7,484표, 사회당=163표. 이번 금민 후보의 표 458표도 순전히 독자 힘만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본문으로]
  6. 진보신당 발전특위의 결론과 노 대표의 언급은 약간 강조점 차이가 있는데, 이런 차이가 생기는 데에는 진보신당 안의 의견차가 있다. 이 의견차에는 민주노동당에 대한 의심의 강도차가 포함돼 있다. [본문으로]
  7. 한나라당이나 할 법한 색깔론을 다른 곳도 아닌 광주 출신 국회의원들이 했다는 것은 민주당이야말로 "한나라당 2중대"라는 비난을 들을 만하다는 걸 보여 준다. [본문으로]
  8. 사실 반MB 정서의 뿌리는 이명박의 신자유주의+권위주의 정책에 있다. 그 점에서 민주당 중심의 반MB 연합이란 게 어불성설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이명박의 신자유주의는 반대하지만, 별 차이 없는 민주당 판 신자유주의는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이번 민주노동당=반미 사건에서 보듯, 구 집권당 답게 충분히 권위주의적인 면도 갖추고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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