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는 정치공작 실체와 우파 균열 

총체적 反박 전선이란 이름에 감춰진 문제점 



□ 반박근혜 계급연합이 필요한가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범국민야권연대”를 제안했다. 통합진보당을 제외한 야당들과 NGO들이 연합하자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제안을 한 바 있는 정의당 천호선 대표도 이를 환영했다.


물론 강성 우파 정부 아래서 제한된 조건부 전술 연대가 불가피하게 필요할 때도 있다. 


그러나  전략적 연대라면 다르다. 그것은 바로 민주당이 친자본주의 정당으로서 이들과 맺는 계급연합은 오히려 우리 편(노동계급과 진보운동)의 요구를 삭감하게 하고 투쟁을 자제하게 만들어 오히려 해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진보진영과 노동운동은 이미 이명박 정부 아래서 연립정부까지 염두에 둔 민주당 중심의 선거연대를 추구하다가 독자적 투쟁과 요구마저 종속되는 실패를 겪었다. 


당시 진보운동 지도자 다수는 민주당과의 연합을 위해 노동운동의 요구 삭감하고 계급투쟁 방식을 회피했다. 결국에는 민주당과의 연합을 위해 진보를 분열시키기까지 했다.


정치 양극화 상황에서 진정으로 왼쪽의 목소리를 대변할 세력이 약해지면서 박근혜의 우파 결집을 뒤흔들 수도, 복지·경제민주화라는 거짓 사탕발림도 폭로할 수 없었다. 투쟁마저 종속시킨 계급연합 ‘전략’은 선거에서마저 실패한 결과를 낳았던 것이다. 


게다가 ‘MB만 아니면 된다’는 논리로 김종인, 이상돈 등 MB 비판적 보수주의자들을 띄워주다가, 이들이 박근혜 캠프로 가면서 박근혜만 포장해주는 미련한 짓도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국정원 대선개입 촛불이 기회를 놓친 것도 민주당에 의존하려 했기 때문이다. 정작 민주당은 장외투쟁 시늉만 하다가 얻은 것도 없이 국회로 들어가버렸고, 지금은 문재인의 박근혜 비판 성명까지 만류할 정도로 못난이 행보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분열과 온건화로 약화된 진보정치 세력은 박근혜의 약점과 민주당의 무능을 전혀 성장의 기회로 삼지 못하고 있다. 


한편, 야권연대에서 배제된 통합진보당도 나름의 “총체적 반박근혜 전선”론을 내놨다. <민중의 소리>는 사설에서 “민중의 대오가 결합하고, 야당과 종교계가 힘을 합치게 된다면 1987년의 국본을 능가하는 한층 위력적인 민주수호 범국민연대가 건설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자·민중운동의 구실을 더 강조하기는 하지만, 이 주장 역시 민주당과의 계급연합 결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거듭 강조하듯이 계급연합, 즉 계급 화해 방식으로는 무지막지한 방식으로 1퍼센트 부패우파의 계급 이익을 지키려고 등장한 박근혜 정부의 공세를 막을 수 없다. 


<민중의 소리>가 예로 든 1987년 당시에도 보수 야당들은 거리 항쟁의 급진성과 애써 거리를 두려 했었다. 개헌 등을 다룬 정치협상에서 당시 민중항쟁의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선 노동운동은 자신의 요구를 내걸고 싸움에 나서야 한다. 이런 투쟁이 박근혜를 압박하는 것으로도 민주주의 유린, 경제 위기 고통 전가의 몸통인 박근혜 정부에 대한 광범한 민중의 불만을 대변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총체적 정치 공작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동력도 만들 수 있다. 


이런 균형있는 관점에 서야 민주주의 투쟁, 복지 확대 등의 염원과 민영화 반대, 비정규직 투쟁, 고용안정 등 노동자 투쟁이 결합될 수 있다. 그래야 박근혜를 내세운 1퍼센트 통치자들을 진정으로 압박할 수 있을 것이다.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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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민주화’를 요구하며 수많은 ‘을’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때로는 행동으로 나서고 있다.

 

이 덕분에 항공사 승무원을 때린 포스코 ‘라면 상무’는 사직했고, 호텔 직원을 때린 ‘빵 회장’도 꼬리를 내렸다. 영세 대리점들에게 ‘갑질’ 하던 남양유업은 불매와 판매 거부의 역풍을 맞고 있다.

 

최근 대한통운을 합병하며 택배 노동자의 배달 단가를 깎으려던 CJ에서도 노동자들의 파업이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슈퍼 갑’들은 지금도 ‘갑질’을 멈추지 않는다. 법을 어겨도 보호받기 때문이다.


불법파견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대법원 판결을 무시한 현대자동차는 농성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두들겨 패고, 농성을 못 하게 본사 앞에 못을 심는 작태를 저질렀다. 삼성 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피해자대다수는 산업재해 인정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올해에만 삼성의 반도체 공장에선 올해만 두 차례나 불산이 누출돼 노동자 한 명이 죽고, 세 명이 부상했다. 510일에는 현대제철 당진 공장에서 가스 누출로 노동자 다섯 명이 숨졌다. 대우조선 거제 조선소에서도 올해초 어린 하청노동자 셋이 사고로 죽었다.


그런데도 집권당이 기업의 산업안전 책임을 강화한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을 회피하고, 노동자들의 ‘기업살인법’ 제정을 거부하고 있다. 이런 비극적 사례는 더 많다.

 

이런 일들은 국가 자체가 슈퍼 갑들의 일원이기 때문에 그렇다. 부당해고로 고통받는 조리사, 영전강 등 학교비정규직들이 대량해고 위협을 받는 따위의 일이다. 갑을에도 못 끼고 병정 놀이하는 불쌍한 대한민국 사병들도 그 피해자 중 하나다.

그래서 박근혜가 ‘경제 민주화’ 공약에서 후퇴하고 있을 때, 이 사회의 99퍼센트인 ‘을’들의 반란이 터져 나온 것은 시사적이다.

 

앞서 간단히 살펴 봤듯이 ‘갑을’ 관계는 바로 자본주의 권력의 문제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슈퍼 갑’들의 정권인 박근혜 정부가 99퍼센트 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리 없다. 기껏해야 기업 간 불공정 개선에만 관심 있을 뿐이다. 성골 갑과 6두품 갑 사이의 관계개선 말이다.


‘갑질’의 본질이 국가와 자본의 횡포라는 점에서 노동자가 ‘을’들의 반란을 이끌어야 한다그나마 일부 대기업에서 ‘을’인 노동자가 “형식적으로나마 회사와 대등한 관계로 표현되는 것은 노동조합이 있기 때문”이라는 민주노총의 지적이 옳다


노동자와 수많은 ‘을’들에게는 국가와 자본에 단호하게 저항하는 정치와 조직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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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경제 성장 지속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규제보다는 경제 활력을 고취해야 한다, 개별 기업 노사 문제 관여는 최소화해야 한다, 증세는 신중해야 한다.”


118일 박근혜를 만난 전경련, 경총 등 경제5단체 회장들이 던진 말들이다. 박근혜에게 5년 전 기조인 ‘줄푸세’(신자유주의적 우파 정책 기조)로 돌아가라는 요구다.


박근혜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경제 민주화’ 구호가 “특정 대기업 때리기, 기업들 편가르기 [등으로] 잘못 알려진 부분도 많다”며 해명했다.[각주:1] 이런 식으로 박근혜는 우파 기득권 세력과 만남을 이어가며, 더 분명한 어조로 “성장”과 “안보”를 강조하고 있다


우파 신문 <세계일보> 주최 안보 심포지움에서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확실한 [대북] 억지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고, 보수 기독교 아성인 여의도순복음교회에 가서 “우리 경제 성장과 함께 민주주의를 이만큼 발전시킨 것도 교회의 힘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아부했다.


레임덕인 이명박의 내곡동 특검 방해도 새누리당의 엄호 없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고, 온갖 낡은 보수세력들이 박근혜 지지로 결집하고 있다. 선거법 등을 이용한 진보진영 재갈 물리기도 벌어지고 있고, NLL 문제로 국정원장을 고발하는 등 꼼수도 자행되고 있다.


여러 내부 갈등이 있었지만 이제 박 캠프에서는 이한구(대우), 김광두(현대차 사외이사), 현명관(삼성), 김성주(대성) 같은 재벌그룹 출신 인사들이 중용되고 있다. 정몽준도 선대위원장으로 기용됐다.


허울 뿐인 ‘국민대통합’ 가면을 벗고서 ‘1퍼센트 보수 대통합’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런 우향우의 배경에는, 반우파 정서의 벽 앞에서 좌절한 박근혜의 선거 책략 뿐아니라, 주류 지배자들의 커져가는 위기감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 경제는 수출의존도가 매우 높아 세계경제 위기 확산 국면에서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대유럽 수출은 16퍼센트나 줄었다.


따라서 지배자들은 저항의 섟을 죽이며 [고통 전가의 다른 이름인] ‘고통 분담’을 요구해야 하는 마당에, 우파인 박근혜마저 사람들에게 기대감을 심어주는 식으로 말하는 게 위험해 보였을 것이다


주류 지배자들은 지난해말과 올해초 새누리당의 총선 패배와 재집권 실패가 유력해 보였을 때는, 플랜B로서 민주당 집권을 염두에 두고, 조중동 등 보수언론과 보이지 않는 압력들을 동원해 [오른쪽에서] 민주당을 혹독하게 공격하며 길들이려 한 바 있다. (진보정당과 야권연대를 하지 말라는 압력도 이때 본격화됐다.)


무엇보다, 박근혜의 중도층 확보 노력은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여러 조사를 봐도, 박근혜 대세론 붕괴 후 필사적 우파 결집(보수대연합) 노력으로 보합세를 유지하곤 있으나 부동층 흡수는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여전히 박근혜가 다자 대결 1위인] <한겨레> 조사에서도 60퍼센트가 ‘새누리당의 재집권’보다 ‘정권 교체’가 낫다고 답했다





그러므로 집토끼 묶는 것에 치중하는 박근혜의 우향우는 앞으로 보수대연합과 투표율 떨어뜨리기로 나아갈 것이다. 집권 우파가 믿을 것은, 반우파 정서가 표로 결집하지 못하도록 민주당의 실정과 약점을 이용하고, (이런 일이 가능할 정도로 민주당에 대한 불신은 만만치 않다) 진보진영을 탄압하며 폭로와 색깔론의 복마전을 만들 것이다. 당연히 투표시간 연장은 결코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요새 새누리당의 공식 논평은 하루 열 건 가까이 야당 후보 비리 의혹 제기인데, 대변인을 일곱이나 둔 것이 바로 이런 일을 하려고 한 듯하다! 14일 하루에만 네 가지 의혹을 8개의 논평으로 발표했다. 새누리당은 관계자는 화살 1백 발을 쏴서 그중 한 개가 맞으면 맞는 것”이라고 하는 실정이다.


요약하면,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최근 1~2주 사이에 부패 우파 본색에 충실해지고 있는 것은 반우파 정서를 뚫기 힘든 상황에서 집토끼라도 지키자는 선거 책략에 더해 지배계급의 위기감이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야당들의 무기력 때문에 박근혜가 다시 여력을 회복하면, 국민대통합 시늉을 다시 낼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 본질이 바뀌는 건 아니라는 것, 박근혜가 중도 흉내가 결코 확장성의 한계를 깨지 못한다는 점이 바뀌는 건 아니다[각주:2]


2007년만 해도 그는 ’줄푸세’를 내세우며 우파 결집에 여념 없었다“제가 꿈꾸는 사회도 바로 뉴라이트가 꿈꾸는 사회와 같다공권력이 바로 서야 한다.” 불법파업과 집단 이기주의기업은 규제 ... 이것이 우리 경제의 큰 병”이라고 핏대를 세웠다.


이미 박근혜는 당권을 장악한 직후인 2004년 가을에 이른바 4대 개혁 입법(국가보안법·사립학교법·과거사규명법·언론관계법 개정) 반대 투쟁에 ‘올인’했다. 그녀는 이 투쟁을 “국가정체성 수호” 투쟁이라고 불렀다.[각주:3]


이 투쟁을 놓고 당내 논란이 일었는데, 박근혜는 자서전에서 당시 의원총회를 이렇게 회상했다. “가장 민주적 방법으로 투표를 통해서 대표인 나에게 모든 것을 일임해 주었다.” 이것이 지금껏 10년째 ‘정당 개혁’과 ‘정치 쇄신’을 내세우는 박근혜의 ‘민주주의관’이다.


그녀의 국가관은 1퍼센트 기득권 세력을 철저하게 옹호한다는 점에서도 우파적이었다. 박근혜는 노무현의 온건한 사립학교법 개정을 놓고 “나라의 정체성을 뒤흔들어 놓는 법은 절대 통과되어서는 안 되며 법의 뿌리가 허물어지면 대한민국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고 강변했다.


박근혜는 1980년 전두환의 도움을 받아 사실상 소유주로 영남대 재단에 진입했다가 1989년 학원 민주화 투쟁 때 쫓겨난 바 있다. 이명박 정부 아래서 개악된 사학법으로 가장 먼저 구 재단이 복귀한 곳이 바로 영남대다


박근혜는 노무현 정부가 물러서면서 이미 2006년부터 복귀를 준비해 왔는데, 결국 새 이사진의 과반수를 임명했다. 재단 복귀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창조컨설팅과 합작해 영남대의료원노조를 무지막지하게 탄압해 노조는 지금껏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러던 박근혜가 “내 아버지의 꿈이 복지국가”라는 궤변을 내뱉으며 꼴사납게도 ‘복지’와 ‘경제 민주화’ 시늉(복지 코스프레?)이라도 낸 것은 순전히 사회적 세력관계가 우파에게 유리하지 않고, 복지와 분배 같은 진보 의제가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여당 내 야당이라고 했지만 정작 18대 국회에서 이명박의 친기업·반민주·반노동 정책과 대립한 적이 없다. 한미FTA, 제주해군기지, 4대강, 부자 감세에 적극 찬성했고, 쇠고기 협상 결과, 용산 사태에는 침묵했다. 최근에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국정조사 요구를 거부했다.[각주:4]


박근혜의 최근 영입 인사 중 “차떼기 대선자금” 수사로 유명해진 안대희가 있는데, 안대희는 당시 유독 박근혜의 2억 원 수수 의혹만 수사하지 않았다. 안대희와 함께 들어온 남기춘은 7인회 일원인 김기춘(정수장학회 장학생 출신)과 함께 1991년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 조작의 원흉이기도 하다. 


박근혜의 본색, 집권 목표라는 건 이처럼 반동적 쿠데타와 1퍼센트 기득권을 옹호하는 정권을 세우려는 추악한 권력욕일 뿐이다


유감스럽게도, 문재인과 안철수가 ‘안보’와 ‘성장’이라는 우파 프레임을 수용해 박근혜 대세론을 무너뜨린 반우파 청년세대를 결집시키지 못 하고 있다. 선명하게 변별력 있는 대안이 유력하게 부상하지 않으니, 우파에 위기가 왔는데도 지지세가 붕괴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결과가 어떨지 미리 예측하기 힘든 선거다. 그렇다고, 개혁주의적 진보정치에 공백과 균열이 생긴 마당에 선거판 안에서 쉽사리 대안을 찾기도 힘든 현실이다. 


김소연, 김순자 두 후보도 훌륭하고, 통진당 이정희, 진정당 심상정 후보도 비진보 후보들과 대면 훨 낫지만, 후보의 성격과 자질과 득표수는 별개 문제다. 이들 모두 진보진영과 노동운동의 일부들을 각각 대표하고 있어 한 표를 던져야 하는 선거에서는 이들에게 투표하는 것이 진보진영 전체의 과제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그러나 세 후보 진영 모두 선거가 아닌 투쟁의 영역에서는 예상되는 득표수보다도 더 큰 힘과 역량, 재능을 발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영역에서는 단결된 대응이 가능하고, 또 중요하다. 


왜냐하면, 상황이 지날수록 경제 위기 때문에 어느 정권이 들어서도 [방식과 속도, 태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노동계급에게 고통전가 공세가 예상된다는 점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가들의 참을성이 점차 없어진다는 신호들이 보이고 있다. 


이런 요소들에 상황을 비춰 보면, 우파 재집권을 저지하자는 반박근혜 정서에 공감하면서도 투표 그 자체보다는 미래의 공세에 대비해 정치적·조직적 태세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대중투쟁으로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 일 없이 투표로만 주류 우파를 물리치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다. 사실 불가능하다. 그 점에서 최근 벌어진 노동자투쟁들은 좋은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정권교체가 나은 일이긴 하나, 진보적 정권교체라 부를 것은 못 된다.


그래서 투표로만 놓고 보면, [박근혜 저지를 위한 단일화 후보든, 진보 노동 후보든] 좀 더 지켜보고 판단하는 것이 낫겠다. 누구에게 투표하더라도 향후 운동의 과제에 비춰 부차적 비중일 수밖에 없을 듯하므로. 


  1. 전경련 전무 이승철은 “오늘 [박근혜와 안철수] 두 후보 모두 경제민주화 못지않게 경제성장도 필요하다는 뜻을 보여 와 그동안의 경제민주화 논의와 관련된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화답했다. [본문으로]
  2. 올 4월 총선에서 박근헤의 중도화가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한 이들은 민주당 등 야당에게도 빼앗긴 중원, 중도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근혜와 민주당 사이의 중도로 가자는 것은 야당들이 우경화해야 한다는 것이므로, 박근혜를 돕는 멍청한 짓이 되었다. 물론, 재벌과 주류엘리트에게 잘 보이려는 민주당의 본성을 감안하면 그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본문으로]
  3. 당시 법사위원장이던 한나라당 최연희가 ‘[여론 때문에] 버티기 힘들다’고 하소연하자, “도대체 국가관이 있는 겁니까?” 하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전두환 정권에서 위세를 떨치던 공안검사 출신에게 ‘국가관’을 따져 물을 정도니 박근혜의 국가관이 얼마나 우파적인지 알 만하다. [본문으로]
  4. 유일하게 이명박과 대립한 게 행정수도 문제였는데, 사실 박정희가 1970년대 말에 지금의 세종시에 포함된 충남 연기군 장기지구를 유력한 제1후보지로 놓고 행정수도 이전을 기획하고 추진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박근혜의 집착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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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을 확보하자 우파 진영은 이 기회를 이용해 그동안 잃었던 정국 주도권과 정치ㆍ이데올로기적 우위를 되찾으려고 나서고 있다.


북한 로켓 발사를 빌미로 안보 위기론과 색깔론을 조장하고, 제주 해군기지 공사, 영리병원 확대 등을 강행하려 한다. 언론 파업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도 계속되고 있다. 수원 여성 살해 사건을 빌미로 범죄 공포를 부추기며 법 질서 강화 등 우파 의제를 강화하려고도 한다.


그동안 진보진영이 정치ㆍ이데올로기적 우위를 차지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우파는 무상급식을 막으려다 서울시장 자리를 잃었고, 이명박은 공정사회를 위한 ‘재벌의 사회적 책임’에 관해 말해야 했다.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도 복지국가를 내세워야 했고, 새누리당은 어울리지도 않는 ‘경제민주화’를 정강에 넣어야 했다. 이 때문에 박근혜는 보수 논객 전원책에게 “보수의 적”이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이처럼 궁지에 몰렸던 집권당이 오히려 총선에서 과반을 얻은 만큼 우파는 그동안의 수모를 되갚을 절호의 기회로 삼고 싶을 것이다. 총선 개표 방송에서 전국을 뒤덮는 붉은 물결을 보면서 의회에서의 세력관계 뿐아니라 실제 사회 세력 관계도 우파들이 압도하는 상황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우파들은 첫째,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를 하면서 말로나마 ‘좌클릭’했던 민주통합당을 흔들어서 내부 분열과 우경화를 압박하고 있고, 둘째, 통합진보당을 ‘종북’좌파로 마녀사냥하고 있다. 북한 문제가 이 두 공격의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노동운동이 이런 의제들을 내놓고 투쟁을 모아나가는 구실을 해야 한다. 지금도 언론 파업, KTX 민영화 반대 등 가장 선두에서 反우파 투쟁을 벌이고 있는 집단이 민주노총이다.


새누리당은 북한 로켓 발사 직후 통합진보당이 ‘북한 제재에 반대한다’는 논평을 내자 “북한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내용이 전혀 들어 있지 않다. … 통합진보당과 손잡은 민주통합당은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답하기 바란다”고 공격했다.


통합진보당을 ‘종북’ 좌파로 공격하면서 동시에 민주통합당의 우클릭을 압박한 것이다. 이를 통해 이들은 ‘평’화와 복지’ 대신 ‘안보와 성장’이라는 우파적 의제를 다시 사회에 강요하려 한다.


사실 우파 결집과 현행 선거제도의 모순 덕분에 새누리당이 과반을 차지했지만, 전국적 득표수에서 새누리당이 앞선 것은 아니다. 실제 사회적 세력관계가 우경화된 것은 전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우파는 선거 결과를 과장해 계급세력 균형의 반동을 시도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우파의 공세에 뒤로 물러선다면 기성 정당들이 모두 ‘좌클릭’에 나설 정도로 진보진영에게 유리했던 정치 지형이 후퇴할 수도 있다. 이것은 피억압 대중의 사기와 투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시도를 저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에도 어김없이 민주통합당은 ‘엑스맨’ 구실을 하며 우파들의 공세에 굴종하고 있다. 조중동 등 보수언론은 민주통합당이 선거에서 패배한 것이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를 하면서 중도층 유권자에게 안보 문제 등에서 불안감을 준 탓이라며 이를 부추겼다.


이들은 또 ‘통합진보당의 주요 인사들은 과거 민혁당 사건에 연루된 종북좌파’라며 마녀사냥에 몰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이 요구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행위 규탄 결의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하며 친제국주의 정당으로서 본색을 드러냈다.


뿐만 아니다. ‘엑스맨’ 김진표는 16일 “왜 중도층을 끌어안는 데 실패했고,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했는지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고, 문재인은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중도층의 지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안정감 있는 변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은 선거가 끝나자 청와대 불법 사찰 건에서도 한마디 말을 하지 않고 있고, 제주 해군기지에 관해서는 전혀 관심도 두지 않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떠들더니 KTX 민영화나 영리병원 확대 저지에도 열의가 없다. 


진짜 문제는 통합진보당 등이 우파의 공세에 단호히 맞서면서, 우파에 굴종하는 민주통합당을 비판하며 독자적 투쟁을 강화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점이다.


책임 전가


이런 태도에는 일부 자유주의 언론의 선거 평가가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새누리당에게 밀린 것은 중도층을 박근혜에게 빼앗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우파의 공세에 무장해제를 촉구하는 구실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겨레>는 ‘박근혜는 중도층을 끌어들여 승리한 반면, 야권은 한미FTA, 제주 해군기지 등에서 너무 과격한 입장을 취한 게 문제였다’는 식으로 평가한다. ‘김용민 막말’ 책임론, ‘해적기지 발언’ 책임론 등 온갖 적반하장식 책임전가 논리도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한겨레21>는 “유권자들에게 쇄신하는 이미지를 주면서도, 현 정부와 전면적인 결별을 통해 전쟁으로 가지 않고 조화시킨 것”(경희대 교수 김민전)이 박근혜가 중도층을 끌어들인 “훌륭함”이었다고까지 평가한다.


그러나 박근혜의 이런 기만적이고 어정쩡한 비MB 차별화는 그의 정치 수완을 보여 주기보다는 오히려 곤란한 처지를 보여 준다. 지금 박근혜는 우파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이명박과 차별화도 해야 하지만, 또 우파 결집을 위해 이명박을 쉽게 버릴 수도 없는 모순에 처해 있다.


사실 박근혜가 중도층 유권자를 흡수했다는 주장은 사실 관계에서도 맞지 않다.


4년 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정당 득표는 642만여 표였다. 여기에 자유선진당과 친박연대의 정당 득표를 더하면, 우파 3당의 정당 득표는 985만 표였다.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얻은 전국 정당 비례 득표는 912만 표였고, 자유선진당을 더하면 981만 표다. 충청권 지역구 약진도 절반은 충남에서 자유선진당의 의석을 뺏어온 것이다.


그 결과, 18대 총선에선 우파 정당 당선자수가 185명이었는데, 이번엔 157명에 불과하다. 새누리당 과반 확보는 다른 우파 정당들의 지지가 새누리당으로 집중된 결과에 불과한 것이다. 그나마도 크게 줄어들었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박근혜는 선거의 여왕이 아니라 우파의 여왕인 것이다. 


<한겨레21> 기사가 스스로 인정하듯이 “김용민 막말 파문에 영향을 받았다는 사람은 30퍼센트 미만이고, 정권심판론, 민간인 불법사찰 등에 영향을 받았다는 사람은 그 두배”였다.


결국, “부동층의 4분의 3 가량이 야권 성향인데 이런 사람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지 못한 것”(서강대 서복경 교수)은 민주통합당의 약점에서 원인을 찾을 수밖에 없다.


진보적 차별성이 두드러지지 않고 새누리당과 뭐가 다른지 신뢰를 주지 못한 민주통합당의 정권심판론에서 사람들이 진정성을 찾기 힘들었던 것이 진짜 문제다. (그래서 반MB 성향의 30대에서 투표율이 떨어졌다는 조사도 나온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정체도 불분명한 중도층을 확보하려 ‘우클릭’하겠다는 민주통합당을 추수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통합당의 중도화 전략은 오히려 우파적 의제를 강화해 우파의 주도권 회복에 이용될 뿐이다.


박근혜당의 불안정한 승리는 이명박과 박근혜 사이에 잠재적 갈등 가능성을 그대로 유지해 놨다.


진보적 의제로 계속 저들을 압박할 때만 우파들의 분열이 가시화되고 투쟁에서도 선거에서도 지금보다 더 유리한 기회가 조성될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정치적 좌우 양극화와 그 속에서 통합진보당이 상대적으로 민주통합당보다 더 성장한 것은 우파 정권 아래서 진보정치의 대안과 실천에 대한 기대감이 성장하고 있다는 걸 보여 준다.


진보진영은 불가피한 경우에 선택적 야권공조를 하는 유연성을 배제하지는 않으면서도, 독립적인 대안과 투쟁을 중심으로 우파의 공세에 맞서야 하며, 무엇보다 언론 파업 등 각종 투쟁을 연결시켜 계급투쟁적 방식의 반우파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 이 글은 <레프트21> 온라인판에 약간 축약해서 실렸습니다. ☞ 바로가기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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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승부수와 진보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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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두 달 만에 당 밖을 향해 수첩을 펼쳤다
. 한미FTA 반대 세력에게 정권을 맡길 수 없다고 야당들에게 공세를 편 것이다. “한미FTA 반대는 구국의 결단”이라고 소속 의원들을 독려했다.

그동안 두 달 가까이 박근혜는 ‘경제 민주화’니 ‘보수 삭제’니 하면서 쇄신 사기극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지배계급 양당 구도를 복원하려는 조중동과 민주통합당 지도부 등의 도움을 받아 어느 정도 숨돌릴 틈은 얻었지만 지지율은 소폭 상승에 그친 반면 우파들은 길길이 날뛰었다. 전원책은 박근혜에게 “이제 보수의 적이 됐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박근혜는 집권당의 추락 속도가 잠시 늦춰진 상황을 이용해 한미FTA 공세로 보수층 결집을 시도하는 듯하다.

사실 총선에서 자유선진당과도 연대를 해야 한다. 공천 탈락자를 채가려는 박세일 신당 ‘국민생각’이 창당한 것도 대비해야 하는 처지다. 당 안에서조차 친이계는 공천 학살 공포에 ‘혹시나’하며 떨고 있고, 친박계와 쇄신파는 친이계가 충분히 숙청되지 않아서 자기들 선거에도 지장을 줄까 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들을 보수적 의제를 내세운 대야 투쟁으로 돌파하려는 것이다. 

한편, 민주당 지도부의 한미FTA 입장 번복을 부각해 박근혜의 ‘원칙’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비대위의 행보에는 원칙도 일관성도 없다.

2007년에는 박근혜도 지금과 반대로 ‘줄푸세’를 말하며 노무현 정부보다 더 강도높은 신자유주의를 요구한 바 있다.

사실 ‘경제 민주화’를 정강에 넣자마자 한미FTA만이 살 길이라고 핏대 높이는 것만큼 정신분열적인 행위도 없을 것이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말처럼 “한미 FTA를 이대로 발효되게 둔다면 경제 민주화 정강·정책을 아무리 넣어봐야 소용이 없다.”

박근혜는 ‘복지국가’를 말하면서 2005년과 2009년에 각각 생존권 요구를 살인 진압한 허준영, 김석기 등도 영입하고 있다.

쇄신’도 없다. 박근혜가 당을 장악한 후 막상 부패 혐의로 당에서 쫓아낸 것은 최구식 하나 뿐이다. 그래서 정작 이재오, 이동관, 나경원, 김석기 같은 이명박 정권 실세 출신들이 뻔뻔하게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버젓이 뛰고 있다.

이처럼 박근혜의 쇄신사기극은 모순적이다. 배경을 요약하면, 이명박을 두고 동맹과 분열의 상반된 압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MB로 표현되는 反보수·反특권층·反신자유주의 정서가 워낙 단단해 박근혜는 이명박과 단절해야 한다는 압력에 시달려 왔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박근혜는 정권의 측면 지원도 필요하고, 새누리당이 분열해 정권을 뺏기는 것은 막아야 한다. 어차피 1퍼센트 본색과 뿌리는 서로 같기 때문이다. 정권재창출은 이들의 공동의 목표인 것이다. 

 

그래서 이명박의 몰락은 박근혜도 바라지 않는 바다. 그것은 집권당의 분열 압력을 키우고 기층의 분노가 행동으로 바뀔 수 있도록 자극해 정권재창출을 어렵게 할 것이다

둘의 갈등은 1퍼센트 기반과 본색을 공유하면서 그 안에서 벌이는 주도권 갈등이다. 박근혜는 이명박이 적당히 약화돼 집권당의 프리미엄을 유지하면서도 그 세력의 주도권만 넘어 오기를 바란다

이것이 박근혜의 두 마리 토끼 전략이 가진 딜레마의 실체다.  

그러나 최근에는 해외 일본 언론들마저 이명박이 “완전히 레임덕에 빠진 양상”이라고 보도할 정도다. 이상득, 최시중에 이어 박희태도 결국 물러났다. 김효재 사퇴로 반년새 청와대 실세 수석이 두 명이나 비리로 쫓겨났다. 사퇴가 끝이 아니다. 이들 모두 검찰 소환 대상이다.


희생양 찾기


최근에는 카메룬 다이아몬드 사건 때문에 <조선일보>조차 이명박 형제의 자원외교 전반에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이명박은 UAE를 다시 찾아가 유전개발 참여권을 또 구걸해야 했다.

그래서 박근혜의 한미FTA를 쟁점으로 한 본색 드러내기와 보수층 결집 시도는 이명박 구하기가 그 본질이다. 이와 박이 아무리 갈등이 커도 박근혜 비대위의 목적이 집권당 레임덕 위기를 해결하려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 
정신없이 사면초가에 몰린 이명박은 전통적 우파 방식으로 위기를 벗어나려 한다. 이명박은 26일 “학교폭력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공개 독려했다.

그 뒤로 경찰은 ‘학교 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중고교 졸업식을 경찰로 둘러싸는가 하면 일선 학교에 ‘일진’ 명단을 요구했다. 조현오는 ‘경찰청장 직을 걸겠다’고 사뭇 비장하게 나온다.

최근 왕재산 등을 핑계로 국가보안법을 활용한 마구잡이 압수수색과 구속을 남발하고 있다. 좌파에게 종북 이미지를 덧씌워 정권에 대한 불만이 진보적 방향으로 결집되는 걸 조금이라도 막아보려는 것이다.

이처럼 청소년이나 좌파 활동가, 범죄자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속죄양 삼아 사회불안 심리를 부추기고 경찰력 강화를 정당화하며, 이를 이용해 사회 분위기를 냉각시키고 우파적 의제들을 선거 국면에서 부각시키려는 전형적 수법이다.

이런 시도는 마치 1990년 1월 3당 합당으로도 기층의 운동을 잠재우지도, 민심의 지지를 회복하지도 못하자 그해 10월 노태우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권위주의 공안 통치를 다시 강화하려 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공안통치의 필연적 귀결로 이듬해 4월 시위하던 명지대 강경대 학생이 백골단(무술 유단자로 이뤄진 진압 전문 경찰)에 맞아 죽는 일이 벌어진다. 이로써 이른바 91년 5월 투쟁이 벌어진다.

이 투쟁의 역풍을 맞고 당시 공안 통치를 주도하던 노재봉 내각이 도리어 붕괴했다
. 범죄와의 전쟁은 소기의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군복만 벗은 군부 정권에 대한 분노와 전세값 폭등 등 생존권에 대한 불만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각주:1]   

이런 선례와 비교하면, 이명박과 박근혜의 우파 공세는 지금 국면에서 기층의 반발만 더 키울 가능성이 높다.

지금 이명박은 당시 보수대연합 정부였던 노태우보다 정치적 기반도 더 협소하고, 검찰, 경찰 등 국가기구 통제력도 더 취약하다.

대중의 분노도 못지 않다. 그때처럼 방송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고 있다. 쌍용차 희망텐트엔 금속노동자 2천여 명이 모여 상반기 투쟁을 결의했다.

문제는 이른바 반MB 진영의 무능과 안이함이다. 이런 기회를 얻고서도 민주통합당의 새 지도부는 새누리당 몰락에서 반사이익을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주류 양당 구조 복원에만 충실해 왔다. 대중의 진보화를 의식해 이 과정은 일부 좌클릭을 동반했다. 이렇게 보면 최근 민주통합당의 모순되고 타협적 태도를 이해할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통합진보당 지도자들은 이런 민주통합당 지도부와의 공조를 최우선순위에 놓는 바람에 집권당에게 시간만 벌어준 셈이 됐다. 진보진영 주류가 민주당 비판을 삼가고 있을 때 박근혜와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석패율제, 한미FTA 발효 등을 거래하며 진보적 의제들을 배제해 버렸고 그 덕분에 집권당이 한숨 돌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
여당일 때는 한미FTA 추진한다고 해놓고 야당이 되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는 박근혜의 공세를 민주통합당 주류가 일관되게 이겨낼 순 없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부패에 대한 분노와 학생과 노동자들의 저항이 이명박 정부에 대항한 총체적인 항의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정국 주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진보적 의제와 정책 대안, 행동계획을 독자적으로 제출하고 조직해야 한다. 야권공조는 이런 투쟁 건설에 복무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선거에서도 진보진영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길이다.  

  1. 1991년 9월 17일 서울대 진군식 후 투쟁하던 서울대생이 연행되자 동료학생들이 연행학우 석방을 요구하며 밤 10시 20분쯤 서울 관악구 신림9동 가나다제과 앞길에서 시위를 벌이다 신림2동 파출소에 화염병을 던졌고 5초 후 총소리와 함께 건너편에서 시위를 구경하던 한국원씨가 신림2동 파출소 소장 조동부 경위(42)가 쏜 38구경 권총 1발을 왼쪽가슴에 맞고 관악성심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사망한 사건이다. ☞출처: http://archives.kdemo.or.kr/PhotoView?pPhotoId=00756270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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