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재판 자인한 “내란 음모” 대법원 판결

사상과 토론의 자유 처벌한 판결을 규탄한다


<노동자 연대> 142호 | online 입력 2015-01-24



“내란 음모 무죄, 내란 선동 유죄”


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 등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이다. 1월 22일 대법원은 내란 선동과 국가보안법 제7조 위반 등에 유죄와 중형을 선고한 2심 결과를 확정했다.


대법원의 판결은 박근혜 정부의 “내란 음모” 소동이 사실은 정치적 마녀사냥일 뿐이었음을 인정한 꼴이다.


검찰은 조직적으로 “내란 음모”를 했다고 기소한 것인데, 내란 음모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치 않음을 대법원이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증거가 불충분하면 당연히 구속자들을 무죄 석방해야 하는데도 그렇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법원의 판결은 논리적으로 모순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재판이 애당초 우익 지배자들이 벌인 마녀사냥식 사상 재판이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기소한 정부와 유죄 판결을 한 사법부 모두 나름대로 일관된 태도를 보여 온 것이다.


대법원이 이석기 전 의원 등 구속자들의 행위를 “내란죄의 성립에 필요한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폭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근거는 “발언의 목적”이다. 대법원은 또, “[회합 주도자들이] 발언의 목표로 한 것은 헌법이 정한 정치적 기본조직을 불법으로 파괴하는 것에 해당하여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음”이라고 했다.


즉, 구체적 조직과 행위를 증명하지 못해도, 발언의 “목적”과 “목표”를 재판관이 단정할 수 있고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내심’을 처벌하는 사상의 자유 탄압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석기 전 의원 등은 구체성도 없고 실현 가능성도 없어 계획이라고 볼 수도 없는 것들을 토론했다는 이유만으로 2년에서 9년의 중형을 선고 받은 것이다.


대법원 판결이 헌법재판소보다는 좀 덜 막무가내였어도, 이 재판 자체가 한국 자유민주주의의 저열함을 보여 줬다는 사실을 감출 순 없다.(국가보안법 유죄 판단에는 만장일치였다.)



제2의 국가보안법, 내란선동죄



대법원은 이번 판결문의 내란선동죄에 관한 법리를 이렇게 설명했다. “내란 선동에 있어 시기와 장소, 대상과 방식, 역할분담 등 내란 실행 행위의 주요 내용이 선동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또 선동에 따라 피선동자가 내란의 실행행위로 나아갈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되어야만 내란 선동의 위험성이 있다고 할 것은 아님.”


즉, 내란 선동 죄를 입증하는 데서 구체성과 개연성이 없어도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내란선동죄가 사실상 행위자의 ‘내심의 목적’을 재판부가 자의로 판단해 처벌하게 해 주는 조항이라는 뜻이다. 제2의 국가보안법인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형법 제90조 내란의 ‘예비ㆍ음모ㆍ선동ㆍ선전’의 죄 항목 자체가 1953년 형법을 만들 때 특별법인 국가보안법(1948년 제정)의 기능을 일반법인 형법에 옮겨 넣으려고 만든 ‘쌍둥이’ 조항이기 때문이다.(이승만과 그 후배 독재자들은 두 악법을 저항을 단속하는 무기로 유지ㆍ애용했다.)


박근혜 정부는 국가보안법만으로는 공포 정치의 효과를 충분히 누리기 힘들다고 보고, 형법 상 내란 조항을 걸어 충격 효과를 극대화해 노동자 운동을 위축시키려 했다.


아울러 국가보안법의 ‘국가변란’보다 더 폭넓은 개념인 ‘국헌문란’을 통해 좌파정치세력들을 체제 내화하고 혁명적 좌파들을 압박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혁명적 좌파들이 노동계급 안에 더 뿌리내리도록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효과적 응답인 이유다.


지배계급의 위기감과 박근혜 정부의 반동



경제 위기와 지정학적 위기가 깊어지는 상황에서 한국 지배자들은 이런 식으로 좌파들의 사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일을 앞으로 더 벌이려 할 수 있다. 재


대중의 불만과 분노가 노동자 운동을 고무하고, 이 운동이 노동자 계급의 자력 해방을 추구하는 사상과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지율 추락의 정치 위기를 겪고 있는 박근혜 정부는 이런 탄압에 의존하고 싶어할 것이다.


1월 21일 신년 업무 보고에서 법무부가 ‘국가보안법 개정’ 등을 ‘국가 혁신’ 방안의 하나로 내놓은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그 내용은 ‘법원이 반국가단체ㆍ이적단체에 해산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하고, 해산명령 후 단체 이름을 건 집회ㆍ시위 등을 금지하며, 잔여 재산을 국고로 귀속시키는 내용의 법 개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의치 않은 박근혜 정부의 반동



우익과 지배자들의 요구대로 대법원이 사상 재판을 정당화했지만, 차마 국정원의 위조가 다수 포함된 녹취록과 국정원 첩자 구실을 한 자의 불충분한 증언뿐인 “RO”(내란 음모 조직)의 실체를 증거로 인정하진 못했다.


이는 대법원이 말로나마 자유민주주의 원리인 삼권 분립과 법정증거주의 등의 형식적 외양마저 완전히 팽개쳐 버리긴 어려웠기 때문인 듯하다.


그런데 이는 “RO”의 실체를 사실상 인정하고서 진보당이 “RO”의 조종을 받는 정당이라는 식의 논리로 진보당을 해산시킨 헌법재판소의 입장과 충돌한다. 이 때문에 대법원 판결 다음 날 진보당 전 의원단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했다.


“헌재가 ...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지 않고 선고를 강행한 이유를 묻고 싶다. ... RO의 실체와 내란음모가 없었다는 판결이 나올 것을 우려한 것 아닌가.”


이런 상황은 박근혜의 유신 스타일 통치가 곧바로 유신 체제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준다. 또한 이는 박근혜 집권 이후 노동자 운동이 각종 민영화와 고통전가 드라이브에 맞서 곳곳에서 싸워 온 덕분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우익과 지배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판결임에도 대법원 판결은 가뜩이나 지지율 추락 사태를 겪는 박근혜 정부의 정당성에 흠집을 추가했다.


1월 23일 총리 교체와 청와대 인사 일부 쇄신 등을 발표한 것은 이런 위기감의 반영일 것이다.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1월 셋째주 박근혜 국정수행평가는 긍정적 30퍼센트, 부정적 60퍼센트로 취임 후 최악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속적인 하강 추세에 있다. 최근에는 서민 증세와 연말 정산 사태에 대한 분노가 지지율 추락의 추가적 요인들이 됐다.


물론 박근혜는 통치 스타일상 아랑곳 않고 좌파 단속을 강화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반동의 동력이 약화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공무원연금 개악, 노동시장 구조 개악, 비정규직법 개악 시도 등에 맞서 조직 노동자 운동이 단결해 투쟁한다면 박근혜의 공세를 저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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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재판

자유민주주의의 낮은 기준도 지키지 않는 마녀사냥 중단하라




11월 12일 내란음모 의혹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국가정보원의 녹취록 왜곡이 2백72곳이나 되는 사실이 드러났다. “선전수행”이 “성전수행”으로, “구체적으로 준비하자”는 “전쟁을 준비하자”로, “전쟁 반대 투쟁을 호소”는 “전쟁에 관한 주제를 호소”로 바뀌었다. 


국정원은 “의도가 있거나 왜곡을 한 것은 절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양심의 자유를 무시하는 자들이 자신들의 양심은 그냥 믿으라니 설득력이 없다. 


게다가 이런 부실한 증거들을 가지고 법무부는 ‘RO’가 통합진보당의 지도그룹이라며 위헌 정당 해산 청구까지 했다.


결국 지금으로선 경찰 첩자 구실을 한 자가 제공한 동영상ㆍ음성 파일, 증언이 검찰이 유죄라고 내놓은 거의 유일한 증거다. 이는 국정원의 핵심 방식이 침투와 파괴 공작이었다는 점을 보여 준다. “내부 사람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전 국정원장 원세훈) 


침투 공작은 직접적으로 운동과 조직을 파괴할 뿐 아니라, 그 내부에 불신과 공포, 회의감을 조장해 간접적 파괴 효과도 낸다. 야비하고 비열하기 짝이 없는 비도덕적 수단인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국정원은 개인의 곤란한 사정을 이용해 교활한 협박과 매수로 첩자 구실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저들이 침투 파괴 공작을 해서라도 단죄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일부 지도자들이 친북 사상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진보당 자체는 의회민주주의의 규칙을 따라 선거를 통한 집권을 추구해 왔다. 이른바 RO 모임이 열린 지난해 5월경 진보당의 실제 강조점도 평화운동 건설에 있었다.  


그러므로 정부가 내란음모 사건을 터뜨리고 진보당을 위헌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활동의 위법성 이전에 특정한 사상(양심)을 문제 삼는 것이다. 이 재판을 사상의 자유 자체를 위축시키려는 사상 재판으로 봐야 하는 이유다. 


이는 또한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구속자들이 즉각 석방되고 무죄 판결을 받아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재판의 진정한 쟁점


아무리 한계와 흠이 많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일지라도, 혁명적 사회주의 사상이든 친북 사상이든 말과 글로 표현할 자유를 허용해야 제대로 된 자유민주주의라 부를 수 있다. 


그래서 이 재판에서 ‘RO’의 실체나 조작 여부는 진정한 쟁점이 아니다. 내란이든 친북이든 내놓고 토론할 자유도 없는 사회를 어찌 민주주의적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심지어 자유주의적일 수도 없다. 


최소한의 형식적 자유를 보장해야 자유주의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라 부를 수 있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는 노동계급의 사상과 표현, 결사의 자유 보장을 그 본질적 내용으로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마녀사냥식 재판에서 유린되고 있는 것은 단지 입증되지 않은 친북 사상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들 그 자체다.


박근혜의 우익 정부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이름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일부 훼손하는 것은 그들이 자본주의 계급지배 질서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는 데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다.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에서 비롯한 경제ㆍ안보 위기 때문에 우익 통치자들이 더 노골적으로 나오는 것이다. 


물론 이런 퇴행이 아래로부터의 저항에 부딪히지 않고 무사 통과되기가 그냥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적어도 그렇기를 바라야 한다. 


결국 이 사건을 비롯한 일련의 탄압이 궁극으로 겨누는 것은 계급지배 질서에 도전하는 사상과 운동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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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나는 정치공작 실체와 우파 균열 
반동의 칼춤 속에 드러난 약점 


□ 박근혜는 대통령 자격 없다


박근혜가 쳐낸 국정원 게이트 특별수사팀장 윤석열은 새로 발견된 트윗 5만 5천여 건을 두고 “사상 유례 없는 중대한 선거 사범”이라고 규정했다. 그런데 이제 단순 댓글 의혹이 국가기관 전반에 걸친 정권 차원의 조직적 공작으로 확인되고 있다. 


통계청은 대선을 앞두고 불리한 통계 결과를 은폐했다. 국가보훈처는 대선을 앞두고 극우반공주의적 대국민 선전·교육 활동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행정안전부도 나섰다. 경찰과 국정원은 긴급 통화를 해 가며 관련 수사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 이제는 국방부의 정치 개입 사실까지 드러났다. 


국정원, 경찰, 국방부, 새누리당까지 행정부와 집권당이 총출동했고, 이들 모두 국정원을 매개로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사이버사령부 요원들과 국정원 심리전단을 이끈 이종명 모두 합동참모본부(합참) 소속 민군심리전부 소속이었다. 국가보훈처의 반공 특강에는 국정원 요원들이 강사로 나섰다. 


또 국정원 직원들의 트윗 5만 5천여 건이 새로 확인됐는데, 수사팀장 윤석열은 네이버, 다음 같은 포털에도 활동 흔적이 발견됐다고 폭로했다. ‘오빤 MB스타일’ 같은 시각적 환경오염물을 국정원과 국방부, 새누리당 십알단 등이 서로 추천하며 수백만 건으로 확산해 왔을 것이다. 


무엇보다 국방부의 선거 개입 자체가 충격적이다. 명백한 군의 정치 개입이기 때문이다. 이것만으로도 정권 탄핵감이다! 


그런데 국군 사이버사령부를 2011년에 국방장관 직할부대로 삼은 장본인이 지금 국방장관인 김관진이고, 이 부대 사령관이던 연제욱은 박근혜의 청와대 국방비서관이 됐다. 이 두 사람 밑에서 이 부대는 대대적으로 인력과 활동을 늘렸다. 


이 사례들은 이명박은 물론이고 박근혜도 총체적 정치공작 의혹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명백히 확인해 주는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박근혜의 검찰에서도 ‘윗선’의 조직적 수사 방해가 사실로 확인됐다. 18일 검찰 특별수사팀에서 배제된 검사 윤석열은 법무장관과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사 초기부터 외압을 넣어왔다고 폭로했다. 


정치공작의 실행 뿐아니라 은폐와 물타기도 정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갈수록 거대한 진실이 폭로되자,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이제는 대통령 사과로 끝낸 때가 지나버렸다’고 지적했다. 


박근혜는 지난 대선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국민들에게 거짓말해 가면서 정권만 잡으면 된다는 낡은 생각은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이 말대로라면, 지금 사라져야 할 것은 바로 박근혜 정부다. 



□ 계속되는 반동 공세와 우파 균열 


사실 ‘국정원 게이트’ 자체가 박근혜를 당선시킨 1퍼센트 부패우파 총단결의 한 단면이다. 


이 보수대연합의 목표는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확실히 밀어붙이고, 동아시아 안보 위기 속에서 국가와 사회를 더욱 단속하려는 것이었다. 최근 복지·경제민주화 공약들을 뒤엎고 공안 마녀사냥을 벌인 것은 박근혜 정부의 이런 존재 이유를 드러낸 것이다.


따라서 정치공작의 실체가 드러나도 박근혜는 적반하장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정권의 정통성이 걸렸을 뿐만 아니라, 섣불리 꼬리자르기 하다가는 우파결집이 붕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가 사이가 좋지도 않았던 이명박의 사람 원세훈과 김용판을 감싸는 이유고, 선거법으로 기소하는 걸 한사코 막으려 했던 이유며, 이를 따르지 않은 채동욱에게 끝내 보복한 이유다. 


그런데 역설이게도 우파 결집을 유지하려는 이런 무리수가 도리어 국가기관 내부에 균열을 냈다. 특히 가장 중앙집권적인 특권우파 집단 검찰에서 균열이 일부 일어난 것은 의미심장하다.


박근혜의 법외노조화 협박이 전교조 조합원들에게서 역풍을 맞자 정권의 들러리로 전락했다던 국가인권위원회가 갑자기 전교조 편을 들고 나선 것도 시사적이다.  


박근혜의 ‘유신스타일’이 ‘유신체제’를 부활시킬 수는 없다는 점을 보여 준다. 민주화 이후 각 국가기구의 ‘관료적 독립성’도 커져 왔다. 


무엇보다 이런 내부 균열이 암투에 그치지 않고 외부로 드러난 것은 아래로부터의 운동이 국가를 외부에서 압박했기 때문이다. 촛불운동이 그런 구실을 어느 정도 해냈다. 10월 23일 문재인이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지난 대선은 불공정 … 박근혜 대통령은 그 수혜자”라며 ‘대선불복성’ 발언을 한 것도 이런 기층의 압력에 영향 받은 탓이다.


그래서 박근혜는 결코 ‘한국의 대처’가 될 수 없다. 사회적 세력관계가 결코 박근혜와 우파에게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박근혜는 전교조에 한방 먹었다. 전교조 조합원 다수가 법외노조화 협박에 굴하지 않고 싸우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전교조는 약 1만 명이 서울 도심을 행진하며 진보 대중을 고무했다. 


현대중공업 노조 선거에서 13년 만에 민주파가 당선한 것이나, 6년 만에 서울대병원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것도 힘이 나는 소식이다. 


이런 소식들은 박근혜 반동이 일방통행이기보단 역동적 대결이 될 가능성을 보여 준다. 


물론 박근혜는 이를 만회하려 보복의 책략을 꾸미고 있을 것이다. 공안 탄압과 마녀사냥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는 지체없이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했다.


그러나 9월 하순 이후 한달 가까이 박근혜 지지율이 비록 50퍼센트 대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소폭의 하락 추세를 보여 온 것도 눈여결 볼 필요가 있다. 특히 긍정적 평가가 늘어난 측면보다는 부정적 평가 답변이 늘고 있다는 게 시사적이다. 


기초연금 등 복지공약을 파기한 여파다. 이런 조짐을 보고 복지장관 진영이 박근혜와 선을 긋고 내각에서 도망나온 것이다.


전교조처럼 우파 공세에 굴하지 않고 싸우는 노동자·민중이 늘어날수록 우향우 정책이 지배계급 안에서도 무리수로 비춰지고 균열이 더 깊숙한 분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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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검은 9월 25일과 26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을 형법상 내란 음모와 선동,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와 이적표현물 소지 등 혐의로 기소했다.[각주:1] 


그러나 검찰의 중간수사결과발표는 국정원의 구속영장 내용에서 별반 달라진 게 없다. 한 달에 걸친 구속 수사로도 밝혀낸 게 없는 것이다.


검찰은 이른바 ‘RO’ 조직이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하는 비밀 지하혁명 내란 조직이라고 했지만, 정작 ‘RO’를 반국가단체로 기소조차 하지 못 했다. 국정원과 검찰이 구속, 기소, 압수수색을 한 모든 기준이 RO 모임 참석·가입 여부였는데 말이다.


새로 추가된 증거는 친북 표현물들인데, 이는 오히려 국가보안법적 사상 탄압의 성격만 확인해 줄 뿐이다.


이런 것들은 ‘내란음모 사건’의 본질이 왜곡·과장된 반공 국가주의 마녀사냥이고, 이 사건이 정치적 반대자들에 대한 우파 정권의 정치 재판이라는 걸 확인해 주는 것이다. 그래서 법리적으로는 무리로 보이는 이 재판의 희생양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내란 조직의 실체도 제대로 못 밝혀내면서도 이런 억지 기소가 가능한 것은 형법의 내란죄 조항들이 국가보안법 못지 않은 악법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26일 오후 2시에 한 것도 치사한 짓이다. 이날 오전 박근혜의 기초연금 공약 먹튀 뉴스의 비중을 줄여 보려는 꼼수다.


사건을 터뜨린 때부터 수사결과 발표 시점까지 죄다 각종 개악 등의 물타기에 써먹고 있는 것이다. 또, 국정원은 국내 정치 개입과 수사권 보유가 정당하다고 시위했다.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정견의 차이에도 함께 힘을 모아, 반공주의 마녀사냥에 반대하며, 정치사상과 표현·결사의 자유를 위해 일관되게 싸워야 하는 이유다



  1.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 홍순석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부위원장, 한동근 전 수원시위원장 등.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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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석 달여의 과정은 국정원 규탄 촛불운동의 가능성과 더불어 한계와 약점도 보여 줬다.


우선, 강성 우파인 박근혜 정부를 임기 첫 해부터 궁지로 몰기에는 운동의 규모와 폭이 아직은 충분치 않다. 박근혜 지지율도 크게 낮아지진 않고 있다. 이명박은 2008년 촛불항쟁이 1백만 명 규모로 성장하면서 지지율이 7퍼센트 대로 급락한 바 있다.


물론 박근혜의 복지와 경제 민주화 공약 철회, 노동자 지갑에서 돈 꺼내 부자와 재벌을 도우려는 세제개편 사기극, 전월세 대책 사기극에 대한 분노가 물밑에서 자라나고 있다. 


따라서 이런 불만을 더 키우고 거리로 끌어내려면 촛불 운동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총체적 불만의 결집점이 돼야 했다. 실제로 철도 민영화, 쌍용차 해고, 비정규직, 진주의료원, 공무원노조 등 다양한 의제들이 촛불 속에서 환영 받았다.


그런데 이 촛불운동을 이끌어 온 국정원 대선개입 시국회의(이하 시국회의)의 개혁주의 지도자들은 이런 과제 수행을 한사코 꺼려왔다.


운동에 참가하는 대중의 자발성도 아직은 개혁주의 지도자들의 통제력을 넘어설 정도가 아니다. 이런 한계 때문 속에서 시국회의 내 NGO 지도자들은 촛불운동이 민주당이 설정한 한계와 틀을 넘지 못하도록 통제하려 해 왔다.


문제는 이런 방향을 통합진보당이나 한국진보연대 등 시국회의 내 주요 노동·민중운동 단체들도 묵인·동조해 왔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들 역시 최근 수 년간 스탈린주의 인민전선 전략에 기초한 야권연대 노선을 추구해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NGO지도자들을 뒤따르며 민주당과 공동보조를 취하는 데 중점을 둬 왔다.


이런 한계와 약점들 때문에 촛불운동은 국정조사 마무리 이후에 방향을 분명히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란음모 사건’을 국정원이 터트린 것이다.


개혁•해체의 대상으로 지목된 국정원을 전면에 내세워 탄압을 벌이는 것은 이 정권의 뼛 속 깊은 반동 DNA를 보여 주는 것이다. 이는 촛불운동의 약점과 틈을 겨냥한 것이기도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촛불운동이 해야 할 일은 이런 박근혜의 반동적 도발에 반대해 단결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탄압에 대한 대응 문제에서 촛불운동은 분열해 있다.


많은 이들이 ‘범죄집단 국정원의 말을 어떻게 믿느냐’는 올바른 입장이다. 반대로 어떤 이들은 ‘진보당 때문에 우리까지 종북•내란 동조 세력으로 매도당하게 생겼다’며 진보당을 촛불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진짜 문제는 시국회의 지도자들이다. NGO 지도자들은 이 사건과 어떻게든 거리를 두려고 한다. 시국회의가 공안탄압 반대 입장을 채택하는 것마저 부담스러워했다. 


‘통합진보당 탄압 건과 촛불운동의 국정원 개혁 요구는 별개’라며 이와 무관하게 촛불을 계속 들자는 주장도 편다. 


이처럼 공안탄압 반대를 회피하는 논리는 의도가 무엇이든 스스로 운동의 정당성을 허물고 자기 발등을 찍게 된다. 


국정원의 공안탄압에 침묵하거나 그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은 국정원의 국내 수사권을 폐지하라고 요구해 온 그동안의 주장과 모순되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 공작이 “정당한 대북심리전”이라는 저들도 억지도 제대로 반박하기 어려워진다.


무엇보다 이런 탄압에 맞서길 회피해버리면 ‘어떤 사상·단체는 안 된다’는 자기 검열이 운동 안에 자리잡게 된다. 그러면 운동은 더 사분오열할 수밖에 없다.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을 밀어불이려는 저들은 진보당과의 연관을 빌미로 철도노조, 전교조 등으로 탄압을 확대하려 할 것이다. 또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다른 진보정당들과 박원순  등으로도 마녀사냥을 확대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시국회의가 진정으로 촛불의 단결을 바란다면, 논쟁을 각오하고 국정원의 공안 탄압에 반대하며 촛불운동을 마녀사냥에 분명하게 반대하도록 이끌려고 해야 한다.

 

국정원이 중심이 된 저들의 총체적 정치 공작은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므로 국정원 게이트를 규탄해 온 촛불이 민주주의의 핵심인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것은 정당할 뿐만 아니라 운동의 애초 취지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나와 다르고 잘못된 사상이더라도 그 자유는 옹호돼야 한다. 


더불어 촛불운동은 쟁점을 확대해 박근혜의 온갖 반동적 정책에 맞서는 더 많은 사회세력과 함께하려고 해서 저들의 고립·분열·약화 시도에 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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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사람이 거리로 나서야 한다






724일 국회 국정조사에서 새누리당 권성동은 “[종북세력이] 국정원 직원 … 공무원이 댓글 단다는 생각을 못하게 교묘하게 댓글을 다는 것을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뻔뻔하고 낯짝 두껍기가 이만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범죄자들의 적반하장은 이뿐 아니다. 새누리당과 국정원장 남재준은 집단 불참으로 아예 26일 국정조사 국가정보원 기관보고를 무산시켜 버렸다. 도대체 누가 죄인인지 모를 지경이다.


경찰청 수사팀끼리 “댓글이 삭제되고 있는데 잠이 오냐?”며 나눈 대화를 두고 경찰청장 이성한은 국정조사에 나와 “농담일 것”이라고 변호했다. 


조직적으로 반동적 정치 공작을 했던 자들이 이제 진실을 은폐하고 쟁점을 물타기하는 데서도 강력한 ‘조직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조직적 역주행 범죄의 꼭대기에 박근혜가 있다. 7월 들어 촛불집회가 커질 듯하자, “귀태” 발언을 뒤늦게 문제 삼으며 우파 결집용 막말 소동을 벌였다.


새누리당 안에서조차 ‘국정원이 너무 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때 “스스로 개혁하면 된다”며 이 범죄집단을 감싼 것도 박근혜다. 급기야는 ‘사이버테러 총괄’이란 명분으로 방송사 전산망까지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대놓고 주려 한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이야말로 ‘도둑질하다 들키니 강도로 돌변’하는 전형적인 범죄집단인 것이다! 지금 이 범죄집단이 심각한 정치·경제 위기 속에서 자신들이 누구 편인지 본색을 분명히 하려 하고 있다.


박근혜는 그동안 뭘 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경제 민주화를 “일단락”한다고 선언하고는 현대차 희망버스 마녀사냥에 몰두하고 있다


정권이 불법 재벌들을 비호하지 않는다면, 대법원 판결도 어긴 현대차 사측이 그토록 당당하고 노골적으로 폭력을 휘두를 수 없을 것이다


돈이 없어 간접세 인상,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등 서민증세를 해야 한다면서, 정작 복지 공약은 먹튀하고, 5년간 70조 원을 들여 미국에서 무기를 사오려 하고 있다. 물타기용으로 뭐 하나 내놓을 수도 있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여하튼 이런 우파 본색 행각은 새누리당도 ‘국정원게이트’의 공범 집단이라는 의심과 1퍼센트 가진 자들의 부패한 정권이라는 분노에 기름을 더 부을 뿐이다.


그래서 박근혜는 본질과 상관없는 말꼬투리 잡기로 막말 소동을 일으켰다. ‘그 놈이 그 놈’이라는 식의 환멸을 자아내 분노의 표적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다.


그러나 위기와 분노가 커져서 이런 추접스런 우파적 책략도 일관되게 유지하기 힘들다


정당성 위기는 박근혜를 매우 모순된 처지로 내몰았다. 결국 고육지책으로 원세훈 구속, 감사원의 4대강 사기극 발표 등의 꼼수를 부렸고, 전두환의 숨겨진 재산을 공개적으로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희생양 만들기는 애써 동맹을 유지하고 있는 우파 결집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 당장 감사원 발표에 이명박 쪽이 조직적으로 반발했다.


박근혜가 기득권세력 일부를 속죄양 삼는 것은 반우파 대중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위험한 도박이다. 박정희 비밀 자금 6억 원을 전두환에게 지원받았던 박근혜다.


결국 자기 편 털기는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고, 이는 박근혜의 위기를 더 심화시킬 것이다. 사실 이것이 노태우, 김영삼 등 새누리당의 이전 정권들이 반복해 왔던 전철이다.


그런데 이처럼 흔들리는 박근혜가 우파 결집을 유지하며 버티는 것은 민주당이 어리석게도 새누리당의 종북 프레임에 갇혀 대중의 분노를 모아내는데 별 구실을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NLL 문제, 국정조사 위원 교체 등 말도 안 되는 수모를 당하다가 이제 와서 “NLL을 사수하는 데 목숨 걸고 앞장설 것”이라고 새누리당에게 무릎 꿇었다.


애초 새누리당의 민주당 길들이기는 민주당에게 가해지는 기층 사회운동의 압력을 차단해 장외 투쟁에 나서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기층의 저항이 커지지 못하도록 막고, 또 정권과 국회 등에서 자신들의 유리한 세력관계를 사회적 세력관계에도 옮겨 놓겠다는 의도다.


그러므로 이런 시도에 질질 끌려다니다가 무릎 꿇고 자중지란에 빠진 민주당을 믿어서는 안 된다친자본주의 정당인(즉 말은 친서민이라고 하지만 본질은 친기득권이라는 뜻) 민주당은 기층에서 저항과 대중행동이 활발해지는 것을 별로 바라지 않는다. 


국정조사에서 개별 의원들의 몇몇 폭로는 도움이 되겠지만, 국정조사 일정에 촛불의 일정과 힘을 종속시켰다간 또 뒤통수를 맞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진정으로 촛불이 박근혜 범죄집단을 위협하는 운동으로 성장하려면, 오히려 총체적 반동과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서는 모든 이들이 결합하는 운동으로 발전해야 한다

의제를 박근혜 정부 전반의 악행에 맞서는 것들로 확대해야 한다. 총체적 반동 공작의 피해자였던 민주노총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조건 투쟁을 촛불로 가져오도록 해야 한다. 


저 반동의 범죄집단들이 조직적으로 우리를 짓밟으려 하는 지금, 우리 편도 더 폭넓은 참여로 강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동운동은 이런 정치 행동에 앞장서서 국민적 지도력을 발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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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사태를 위기 탈출의 계기로 삼으려는 집권 우파가 필사적인 공안 탄압으로 도발하고 있다.


검찰은 주먹과 방패로 통합진보당 당원명부를 강탈해 갔고, 새누리당은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당선자를 ‘종북 주사파’라며 국회 제명을 추진하고 있다. 


급진좌파 단체 ‘노동해방실천연대’ 활동가 네 명을 이적단체 구성 혐의로 체포했고, 다음날엔 쌍용차 희생자 분향소를 깨부쉈다. 제주 해군기지 반대 운동 계좌도 뒤진다고 한다.


우파들이 이렇게 도발하는 것은 사실 그들이 안고 있는 심각한 정치·경제적 위기감 때문이다. 


2010년 이후 잠시 진정되는 듯하던 세계경제 위기가 최근 다시 격화되고 있다. 특히 수출 강화로 추락을 피해 온 한국 자본주의에게 유럽과 중국의 경기 침체는 커다란 위협이다.


저축은행들의 잇따른 퇴출은 권력 실세들의 복마전 같은 비리를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과 연계된 경기부양책의 실패와 가계대출 부실화 등 심각한 위험을 경고하는 것이었다.


가계대출은 줄지 않는데, 실질적인 가처분소득이 줄고 있고, 물가는 내려올 줄 모른다. 이른바 ‘MB ‘물가 품목’ 중 공공요금을 뺀 30개에서 돼지고기와 달걀을 빼곤 모두 가격이 올랐다. 


경제 위기와 생활고는, 기층의 불만을 고조시킬 우려가 있고, 노동자투쟁을 자극할 수도 있다. 이런 걱정 때문에 대표적인 친기업 우파 신자유주의자인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한구마저 ‘물가를 잡으려면 대기업 독점 이익을 규제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경제 위기 대처 방안을 놓고 지배계급 내부에서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권 실세들의 부패 비리가 계속 밝혀지는 것은 정권 재창출을 노리는 집권 우파들에겐 치명타다. 


정권이 레임덕에 빠져 있고 부패와 실정으로 지독한 원성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에 집권당을 장악한 박근혜조차 정권과의 차별화와 갈등의 길로 이끌릴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게다가 당을 박근혜 일인 체제로 만들었기 때문에 대선 내부 경선 규칙을 둘러싼 비박 대선 주자들의 반발도 갈수록 커질 것이다. 


결국 경제 위기 대처 문제, 이명박과 차별화하는 문제, 차기 대선 후보 선정 문제 등에서 새누리당과 우파 내부, 심지어  친박계 안에서도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 


이런 처지니 우파들에겐 언론 파업, 쌍용차 해고자 투쟁 등에 사회적 지지가 커지는 것이 정권을 향한 비수처럼 느껴질 테고, 두 배로 의석을 늘린 통합진보당도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민주노총의 8월 총파업, 금속노조와 화물연대의 투쟁도 예고되고 있다. 


한마디로 경제 위기의 전조가 드리운 상황에서 집권당은 취약해져 있고, 대중의 불만은 고조되며 투쟁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집권 우파가 우리편을 교란하고, 자신들은 단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길은, 통합진보당의 선거 부정 사태가 낳은 진보진영의 내분과 위기를 한껏 이용하며 공안 탄압으로 가는 것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할 법하다. 





우파들은 우선, 조중동과 MB 방송을 이용해 통합진보당 사태를 더 추악한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는 데 이용하고 있다. 


최고 실세들인 최시중과 박영준이 구속된 파이시티 사건은 이명박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 비리와 대선자금 문제로 수사를 확대해야 하는데, 검찰은 은근슬쩍 개인 비리로 덮어버렸다. “정권 실세들의 닥치고 먹자판”이라는 저축은행 비리도 묻히고 있다. 


무엇보다 불법 사찰 관련해 진경락 문건이 폭로돼 사찰 사건의 몸통이 이명박이라는 게 명명백백히 밝혀졌는데, 이 사건도 가려지고 있다. 


둘째, “종북 좌파 척결”이라는 공동의 목적을 내세워 분열 위기에 놓인 우파의 결집을 유지하려 한다. 반면에 통합진보당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낙인 찍어 진보 대중에게 환멸을 심어주고 진보진영을 분열시키려 한다. 


검찰은 통합진보당 내부 혼란에 대한 “국민적 공분” 때문이라지만, ‘통합진보당’ 선거 부정 수사에 ‘민주노동당에서 13년 동안 입당·탈당한 약 20만 명의 명부’가 도대체 왜 필요한가. 


공안당국의 당원명부 입수는 진보 대중을 위축시키고, 좌파나 공무원노조·전교조 등을 향한 또다른 공안 탄압을 위한 ‘강도 행각’일 뿐이다. 군대 내부 숙청에 이 명부를 활용하겠다는 발상을 보라. 


이 과정에서 우파들은 대한민국 체제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세력은 국가기구에 들어갈 수 없다며, 선거에서 받은 지지도 무시하고 국회에서 제명을 하겠다고 한다 . 


셋째, 이런 분열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새누리당은 민주통합당에게 통합진보당과 대선 연대로 ‘종북 좌파’가 정부 안에 들어오게 할 것이냐며 압박을 하고 있다. 조중동은 ‘종북좌파’ 이석기를 노무현과 문재인이 청와대에 있으면서 사면복권시켰다며 공격하고 있다. 


선거로 당선한 이들은 사상 검증해서 의원직을 박탈하겠다는 우파적 히스테리는 위기에 직면한 자본가들이 자유민주주의 교리를 얼마나 우습게 보는지 드러내는 도발일 뿐아니라, 우파적 지배자들이 친북좌파의 국가기구 진입을 얼마나 혐오하는지도 보여 준다.


검찰이 압수한 당원명부로 이석기 당선자의 금품수수 의혹을 수사하겠다는 것은  국회 제명이 실패할 경우 국회에서 제명할 명분을 찾으려는 의도로도 보인다. 


결국 우파의 전략은 경제 위기를 앞두고 진보정당과 진보적 대중운동을 약화시키고 민주당을 길들여 사회 세력관계를 역전시키고, 우파의 우위를 확립하겠다는 것이다. 이참에 지난 2~3년 동안 진보의 복지 확대 요구에 끌려다녔던 수모도 만회하고 싶을 것이다[각주:1]


‘우리 편의 약점은 감추고 뭉치게 하면서, 적들은 분열시키자’는 노림수인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집권 우파들은 정권 재창출을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도발은 도박에 가깝다. 자칫 하다간 거듭 확인된 청년세대의 반우파 정서와 노동자 투쟁이 만나는 최악의 상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들의 공격도 그토록 신경질적이고 필사적인 것이다. 


그런데 민주통합당의 총선 이후 행보는 이런 집권당의 전략을 오히려 돕는 구실을 하고 있다. 


총선 직후 민주당 지도부의 지시로 만든 ‘4·11 총선 평가와 과제’ 보고서는 “야권연대는 민주당이 주도권을 상실하고 유권자를 야권연대의 ‘정치적 볼모’로 삼아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좌편향으로 중도층 유권자를 우파에게 뺏긴 것이 총선 패인’이라는 뜻이다. 한미FTA 폐기나 제주 해군기지 중단 같은 정책이 안보 불안감을 줬다는 평가와 같은 맥락이다. 


이런 평가를 정당화하려고 이 보고서는 “4·11 총선에서 일관된 진보, 일관된 보수로 … 정의할 수 없는 ‘이념적 혼재층’이 51.7퍼센트로 대폭 증가했다”고 말한다. 


물론 이것이 민주당 왼쪽표를 포기하자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민주당이 이런 식으로 좌우 양쪽을 모두 흡수하려면 통합진보당을 위축시키거나, 민주당에 확실히 종속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바로 이런 판단에서 진보정당을 국회에서 배제·고립시키는 국회선진화법을 새누리당과 합의해 기성 양당 구조를 공고히 하려한 것이다. 또 반이명박 투쟁을 삼가고 안철수와 연립정부를 구성하자는 등 이박연대가 추진된 배경이기도 한 것이다. 


최근 민주당 대표 경선 결과가 지역별로 엎치락뒤치락하며 지역주의적 투표 성향까지 나타나는 것은 주요 후보들이 이런 비전을 공유하면서 서로 별다른 차별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진보진영의 대응이 매우 중요해 졌다. 더는 민주당에게 의존하는 자세를 보여선 곤란하다. 그들은 종북좌파 마녀사냥에서 새누리당의 2중대 노릇을 할 가능성이 크다.


진보진영은 우파들의 공안 탄압에 맞서 광범위하게 단결하는 범진보적 대응기구를 구성해 투쟁을 건설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김동춘 교수의 말처럼 “조봉암 사형때 당시 야당인 민주당은 동조하고 박수쳤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후 박정희에게 죽었다. 진보정치 복원에 수십년 걸렸는데 … 이 일을 우선 막을 일이다.”


물론 그렇다고 운동의 쇄신 과제를 뒤로 미뤄만 놓을 수는 없다. 쇄신은 추진돼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애국가를 부르자’는 등 ‘국가기구를 존중하자’는 식의 우경적 타협으로 가선 안 될 일이다. 그것은 오히려 정치지형을 우경화시키려는 우파의 기를 살려주는 것에 불과하다. 


오히려 통합진보당 선거 부정 뒤에 숨어서 가리려는 이명박과 우파들의 치부를 들춰서 열정적으로 폭로하고, 박근혜의 우파적 본질과 모순을 공격해야 한다. 


그러면서 언론 파업, 쌍용차 투쟁 등과 정권의 부패와 공안 탄압에 맞서는 정치적 행동들을 연결하고, 연대를 건설하면 얼마든지 우파의 더러운 의도를 좌절시킬 수 있다. 



※ 이 글은 <레프트21>82호에 축약해서 실렸습니다. ☞ 바로가기




  1. 그러므로, 이념이 아니라 실사구시적 복지 논쟁으로 전환해 정치의 구실을 복원하자는 논리는 현실과 들어맞지 않는 공상적 발상이라 할 수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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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울산시당이 <경향신문> 사실상의 절독 선언을 했다[각주:1]. 진보정당과 개혁 언론의 충돌은 흔한 일이 아니다.

발단은 <경향신문> 10월 1일자 사설이다. 이 사설은 북한의 3대 세습을 비판하면서, 이를 비판하지 않는 민주노동당도 함께 비판했다. 민주노동당은 그 직전 외부에서 왈가왈부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3대 세습을 비판할 수 없다고 논평한 바 있다.

북한은 자본주의 계급사회

북한 지배계급은 수십 년 만에 조선노동당 대표자회의를 열어[각주:2] 김정일의 3남으로 알려진 김정은을 초고속 승진시켰다. 김정은은 북한군의 대장과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임명됐다. 군 경력도 없고 서른도 안 된 인물이 사실상 최고 권력자의 지위 승계를 시작한 것이다.

이것은 북한 체제가 사회주의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사회주의는 원리상 단지 몇 년에 한 번 대통령을 뽑는 자본주의의 민주주의와는 비교할 수 없이 민주적이다. 정치는 경제적 결정을 다루는 과정이 될 것이고, 무엇을 얼마나 생산하고 소비할지는 자유로운 대중들이 협력적으로 수요를 조사하고 토론하며 투표를 거쳐 결정할 것이다.

이런 권리들이 설사 외부적 요인으로 일시적으로 제약되더라도, 말그대로 그 제약이 일시적이어야 하며, 그것을 보장할 최소한의 기초적 권력은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북한은 사회적 지위에 따라 부와 권력이 애초에 불평등하게 배분돼 고착화된 사회다. 최고 지도자 지위의 세습은 두드러진 한 사례일 뿐이다.

명백한 계급사회인 것이다. 어떤 계급사회일까? 북한 경제는 국경 밖 자본이나 군사력과 벌이는 경쟁이 경제의 우선순위와 형태를 강제한다는 점에서 원리상 자본주의다. 폐쇄적 국가‘자본주의’라고 부를 수 있는 이 체제는 핵과 인공위성, 중공업 같은 경쟁과 자본 축적의 필요가 인민의 배고픔보다 우선시된다.

이들 국가자본주의 경제는 한때 유행하고 성공하기도 했다. 그래서 북한은 1970년대 후반까지 남한보다 더 빨리 성장했고, 1980년대 초반까지는 남한보다 더 잘 산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체제도 서방의 시장자본주의 경제와 마찬가지로[각주:3] 자본주의에 생래적인 주기적 경제위기를 겪어 왔다. 1980년대 후반부터 취약해진 북한 경제의 경쟁력은 옛 소련의 붕괴 후 역내 시장마저 잃어버리면서 더욱 약화됐다. 대홍수로 식량 기근까지 겹친 1990년대 중반부터 북한 경제는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가 볼 때, 김정은 권력 승계는 북한 지배계급의 호언장담과 달리 북한 체제가  지속적인 위기 상태라는 걸 보여주는 사건이다. 북한 지배계급이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권위, 일당 체제를 정당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 그나마 경제와 생활수준이 성장하던 시기에 최고지도자였던 김일성 ‘주석’의 후광 뿐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그것이 김정일이 주석 자리를 공석으로 둔 채 ‘유훈 통치’를 한 배경인데, 그 방식을 유지하려니 검증된 지도력이 아니라 그 혈통과 군부의 지지에 의존해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선군(先軍)정치는 이번에도 강조됐다. 물리적 억압력에 의존하는 것이다.

이번 당 대표자회는 이 때문에 조선노동당 규약도 손 봐야 했는데, 공산주의 등 명목상
용어 대신 김일성-김정일로 이어지는 '혁명전통'을 공식화하고, 그에 대한 '계승성'을 강조”했고 “선군(先軍)혁명이 추가됐다.[각주:4]

주체 혁명은 이제 권력세습과 군부를 앞세운 선군정치를 뜻하는 것이 됐다.



북한 비난하는 남한 지배자들의 위선

이것을 한국의 우파들은 김씨 왕조의 권력 세습이라고 비판했는데, 이것은 매우 위선적인 상징 조작이다. 

북한을 봉건왕조로 묘사하는 것은 남한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가 북한 ‘사회주의’(진실은 가짜 사회주의)보다 근본에서 더 우월한 체제라는 것을 깔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개인 왕조 체제인 것도 아니다. 북한은 관료적 자본가들의 집단 지배체제다[각주:5]

북한 모델이 진보적 대안 사회가 결코 될 수 없지만, 우파의 북한 비판과 선을 그어야 하는 이유다. 이 점을 혼동한 많은 좌파들이 냉전시대에 반공주의로 전향했다[각주:6]

그러나 권력과 부의 세습이란 점에서 남북이 다르지 않다. 대표 사례인 <조선일보>와 삼성재벌의 세습은 그것이 일개 기업이나 돈 더미 정도가 아니라 한국 사회 주류 중의 주류로서 보유한 권력까지 세습된다[각주:7]는 점에서 북한과 다르지 않다.

몇 년에 한 번 투표권이 있으며, 그나마 뽑힌 뒤 별 헛짓거리를 하고 다니는데도 어떻게 할 수 없이 임기 채우기만 기다려야 하는 자유민주주의도 허술하고 비민주적이긴 마찬가지다.

남한도 진정한 권력은 세습되고 있다. 진정한 통일과 남북 닮아가기는 남북 고위층에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두 사회가 자본주의적 계급 사회라는 공통점에 기초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양쪽 지배자들이 서로 상대 존재를 핑계로 내부 불만을 잠재워온 적대적 공생관계의 역사는 바로 지배계급이라는 공통적 속성에서 비롯한다. 

그래서 한국 사회 주류의 비판은 반박꺼리일 뿐 진지한 고려 대상이 아니다[각주:8]그렇다면, 진보진영 안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접근법 문제인데, 이 점에선 일단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논평을 비판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진보의 대안 될 수 없어

진보와 좌파의 보편적 기준에 북한의 권력 승계(외교적으로 좋게 표현하면)는 당연한 비판 대상이다. 무엇보다 그런 행위를 사회주의의 이름으로 한다면 지나칠 수 없다. 좌파의 신용이 걸린 문제기 때문이다.

사회주의자가 아니더라도 다수 대중의 진정한 이익과 의견 참여가 반영되는 체제가 진보진영에서 대강 합의 가능한 대안적 민주주의의 모습이라면, 북한의 권력 체제가 이를 봉쇄하고 억압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논평에서 좀더 세련되게 내재적 접근론과 남복관계 고려론을 펴는데, 여기에 비판받을 대목이 있다. 우선 오직 북한 정권의 문제에 대해서만 내재적 접근론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지 북한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라는 논평은 사실상 북한 체제의 비진보성에 눈 감겠다는 선언이다. 권력과 부의
세습이나 비민주성을 비판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안에서 체제 비판을 할 때 일관성의 문제가 생긴다. 삼성과 <조선일보>의 세습이 좋은 사례다. 한편, 국제적으로 제국주의를 비판할 때도 일관성 문제가 제기된다. 그들에게도 내재적 접근법을 써야 하나.

이정희 대표[각주:9]는 북한 최고 지도자를 비판했을 때 늘 대북 관계가 악화됐다며 이 논평을 정당화한다[각주:10]. 이 대표가 이 나라나 미국의 관료와 우익들이 평소에는 적대시하다가 북한 정권과 우호 관계가 필요할 때는 찬사를 늘어놓는 이율배반을 지적하는 것은 옳다[각주:11].

하지만 한반도에서 각 국의 관계를 결정하는 가장 핵심 요인은 미국의 패권전략과 여기에서 파생되는 한반도 주변국들의 관계지, 남한 정당들의 태도가 아니다. 1994년 정상회담 추진에서 급작스런 전쟁위기로, 1998년 햇볕 정책 아래서 서해교전을, 2000년 냉각 국면에서 정상회담으로 등 이런 변화는 미국의 태도 변화가 주요 변수였고 남한 정권은 종속변수였다. 

또한 미국의 전쟁 협박 같은 게 아니라 진보적 비판을 이유로 북한 정권이 거칠게 나온다면 그것은 북한 정권이 나쁜 거지 우리 잘못이 아니다. 우리가 이명박이나 삼성 이건희 일가를 깐다고 그들이 권력을 동원해 억압하면, 그게 그들이 나쁘기 때문이지 우리 탓인가.

미국 제국주의나 한국의 냉전 우익의 색깔 공세와 진보진영의 북한 비판을 구분하지 않고 싸잡아 매카시즘으로 치부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다. 진보도 북한 체제를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쟁점이 된 <경향신문> 사설도 논점을 바꿔버렸다는 것이다. 사설에서 4분의 3 정도는 북한 비판과 북한 체제를 비판 못하는 민주노동당 논평의 약점을 비판하는 데 할애돼 있다. 여기까진 사실 문제 없다.  

그러나 사설은 글 말미에서 민주노동당이 “북한 체제를 비호하고, 나아가 상부로 간주한다는 비판에 부딪혀 분당이라는 아픔까지 겪은 바 있다”며 ‘종북’ 쟁점을 꺼낸 뒤,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북한 비판을 거부하는 것은 “냉전적 사고의 잔재”라고 말한다. 

냉전적 사고를 보통 남(南) 아니면 북(北)의 편에 서서 상대편을 죽이려는 사고 방식이라고 본다면, 경향의 사설이 민주노동당 지도부에게 냉전적 사고라고 비판하는 것은 이들이 북한을 ‘상부로 간주하며’ 남의 체제와 대결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에둘러 표현했지만 사실상 ‘민노당 종북론’인 것이다[각주:12]

이 때문에 민주노동당 지도부에게 입장을 바꿔달라는 경향의 호소는 마치 민주노동당 지도부에게 스스로 종북이 아님을 증명하라는 것처럼 돼 버렸다[각주:13]. 이정희 대표는 분명하게 이 점을 이유로 내세워 자신은 말하지 않을 권리를 사용하겠다고 답했다. 

이런 반응은 이해가 가는 면도 있지만, (경향 사설에 대한 판단과는 별개로) 모든 비판을 싸잡아 반공주의로 몰아가는 것은 과도한 면(역편향)이 있다고 본다. 국가 탄압으로 촉발된 논쟁은 아니기 때문이다. 

내 생각엔 아마 예상 못한 3대 세습이 자주파 내부에서도 혼란을 일으킨 게 과도한 대응의 주관적 배경이 아닌가 싶다.

유감스런 경향의 종북 공격

사실, 유럽의 스탈린주의 공산당들이 옛 소련의 정치적 국경수비대 구실을 한 역사가 있다. 남한의 자주파도 그런 경향이 없잖아 있고, 앞으로도 그럴 의향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옛 공산당들이 각국 진보운동의 자체 구조와 문화, 맥락을 완전히 무시하고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남한의 자주파도 남한 진보적 대중의 지지를 받아야 정치적으로 생존 가능하므로 친북 성향이라 할지라도 보통은 남한 정치의 맥락을 더 중요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남한의 자주파가 한미fta에 반대하고,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하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해 대중행동 건설에 참여했을 때, 그것은 북한의 지령에 따른 것
(종북주의)이었나. 그렇다면, 비친북 좌파나 엔지오들은 북한의 지령에 따른 행동에 부화뇌동한 것인가.

이런 논리적 귀결 때문에 자주파를 일방적으로 종북주의로 내모는 것은 자기 얼굴에 침뱉기하는 것이다[각주:14]. 종북이란 용어가 뉴라이트에게서 시작한 것은 우연이 아닌 것이다.

북한 정권의 3대 세습을 비판하는 문제라면 누구나 한마디 거들 수 있고, 비판하기 뭣 하면 입을 다물면 된다[각주:15]. 진보진영 안에서 외교적 고려가 우선이냐, 가치가 우선이냐 등을 가지고 논쟁할 수 있다. 더 근본적으로 북한 사회가 사회주의인지, 정말 대안 사회의 자격이 있는지 토론해야 한다. 

그리고 종북론을 들먹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진보적 관점에서 북한 체제를 비판하고 자주파의 오류를 지적할 수 있다. <레프트21>은 종북론에 의존하지 않고도 북한 3대 세습과 자주파의 무비판적 태도를 비판했다.(☞ 관련기사 ①이것이 사회주의인가 / ②당대표자회의 정치적 배경 / 다음 호에도 추가 기사가 실릴 예정이다[각주:16])

사실, 민주노동당 안의 자주파 지도부가 3대 세습을 찬양하는지, 혼란스러워 하는지, 비판하는지 개개인들의 정확한 속내는 아무도 모른다. 민주노동당 당원 전체는커녕 범엔엘 경향의 내부 의견 분포도 정확히는 모른다.[각주:17]

그런데 <경향신문>처럼 당 전체를 싸잡아 “종북이냐, 아니냐” 묻고 증명의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기는 방식은
레드컴플렉스를 자극할 수도 있어 위험할 수 있다.[각주:18] 

내가
마르크스주의 시각에서 북한 체제와 그 옹호론을 강하게 비판하고, 북한 체제 비판을 무조건 매카시즘으로 몰아가는 자주파 일부의 대응 방식을 싫어하면서도, 경향발 종북 소동이 찜찜한 이유다.

남한에서 북한 비판은 차고 넘친다. 문제는 어떤 비판이냐다. 진짜 쟁점은 북한이 사회주의냐, 아니라면 무엇이냐, 진보의 대안 사회는 무엇이냐가 돼야 한다.




 

  1. 민주노동당 울산시당은 경향신문에 항의문을 보내고 보도를 시정하지 않으면 절독 운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이 논조를 바꿀리 없으니 울산시당은 이미 절독을 선언함 셈이다. 결과는 우려스럽다. [본문으로]
  2. 이번 3차 당대표자회는 1966녀 제2차 회의 이후 44년 만에 처음 열리는 회의다. [본문으로]
  3. 2차대전 시기부터 1960년대 말까지는 서방까지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국가자본주의 형태가 큰 흐름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국가자본주의는 1930년대 대공황이 자유시장이나 미약한 국가개입에 맡겨서는 해결될 수 없다는 게 드러났고, 세계대전으로 주요 국가들이 국가통제 전시경제로 가면서 실업과 과잉생산이 해서된 것 때문에 유행하게 됐다. 이 체제의 선구자는 1930년대 옛 소련과, 나찌 독일, 일본이었다. [본문으로]
  4. 통일뉴스 9월 29일치 기사 인용. ☞ 개정된 北노동당 규약 서문, '공산주의' 문구 빠져 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91961 [본문으로]
  5. 이 말은 김정일이 그랬듯이, 김정은도 북한 지배계급 핵심 집단에게서 최고지도자로서 검증과 인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뜻이다. [본문으로]
  6. 심지어 일부 트로츠키주의자들마저 그랬다. 이들 일부는 네오콘이 되기도 했다. 반면교사로 삼아야할 교훈이다. [본문으로]
  7. 김정은은 아마 세습 선배인 <조선일보> 사주 일가를 보면 “방가방가” 하고 인사할지도 모른다. 조선일보 사주 방씨 일가는 가계도 상으론 무려 4대째 세습이다. 2대 방우영/일영 형제는 사실 방응모의 양손자다. 김1성 가문이 3대 세습에 성공하려면 ‘남조선’의 ‘3성’ 가문을 보고 배워야 한다. [본문으로]
  8. 그들이 친미 독재 국가인 이집트나 싱가포르의 정권 세습이나 사우디아라비아 왕정, 후세인 시절 이라크, 중국 등을 이런 문제로 비난하는 걸 거의 보지 못했다. 심지어 2000년 미국 대선에서 부시가 대권을 강탈하는 걸 전 세계인이 지켜봤는데, 뭐라 한마디 했던가. 한국 주류 우익들의 북한 비난은 남한에서 좌파의 신용을 떨어뜨리려는 매우 의도적인 위선이다. [본문으로]
  9. 이정희 대표가 다음 블로그에 쓴 “진보임을 인정받기 위해 한 마디만 해 보라고?- 경향신문 9월31일자 사설에 대해” 라는 글이 논쟁이 되는데, 찬반을 떠나 아무도 말하지 않는 진실이 있다. 9월은 31일이 없다. 해당 사설은 10월 1일치다. (☞ http://blog.daum.net/jhleeco/7701325) [본문으로]
  10. 물론 이런 외교적 이유로 미국이나 한국 정부는 정부 차원에서는 가치 판단을 담은 논평을 내지 않았다. 그 점에서 이정희 대표의 견해는 자주파적이라기보다는 햇볕정책의 자장 안에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본문으로]
  11. 예를 들어,동아일보는 주석궁에 김일성의 보천보전투를 보도한 기사를 황금본으로 만들어 가져갔다. [본문으로]
  12. 암튼, 친북과 종북 두 용어는 쓰는 쪽에서나 받아들이는 쪽에서나 그 맥락이 다르다. [본문으로]
  13. 민주노동당의 자주파 지도부도 이 점을 민감하게 느껴 강하게 반발하는 듯하다. 경향신문의 후속 기사 제목도 자극적이다. [본문으로]
  14. 이 자기얼굴 침뱉기를 피하려면 자주파를 진보가 아닌 것으로 취급하면 된다. 종북론이나 반공주의를 수용하는 진보진영 일부가 자주파를 적대시하는 종파주의에 빠지는 것은 이런 논리의 귀결이라고 본다. [본문으로]
  15. 대한민국에서 북한 욕하기는 쉽다. 내가 진중권을 다룬 글에서 지적했듯 지배적 ‘상식’에 부합하는 것이니까. 그러나 국가보안법이 북한 체제를 명백히 비판하고 반대하는 좌파까지 처벌하는 것을 보면,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체제를 어떻게 비판하는가다. 북한을 비판할 때도 남한보다 못한 체제로 비판하는 것과 남한처럼 권력과 부가 독점 세습되는 똑같은 자본주의 계급사회라고 비판하는 것은 다르다. [본문으로]
  16. 박노자 교수도 10월 1일자 레디앙 칼럼을 통해 북한‘만’ 악마화하는 경향을 비판했다.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 후보도 맨처음 북한만 비판하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세습 문제에서 남북 모두 비정상국가라는 논리로 바뀌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본다. 물론, 그럼 정상국가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은 남지만 말이다. [본문으로]
  17. 내부에 있을지도 모를 혼란과 외부적 부담을 모두 고려해 북한 체제를 비판하지 않겠다는 견해를 낸 것으로 보인다. [본문으로]
  18. 아니나다를까 후속 보도에서 경향은 북한 세습 비판을 이유로 민노당이 반발한다고 제목을 달았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종북 낙인찍기에 반발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절독 선언 같은 건 완전 에러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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