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은 친북사상뿐 아니라 북한과 아무 관계 없는 급진적 사상도 공격하는 무기다



국가보안법은 제주 4·3항쟁과 여순항쟁을 진압한 뒤 만든 악법이다.(1948년) 형법보다 먼저 만들어진 악법으로 ‘헌법 위의 법’으로 불려왔다. 내란의 ‘예비ㆍ음모ㆍ선동ㆍ선전’의 죄는 1953년 형법을 만들 때 국가보안법의 기능을 그대로 옮겨놓은 조항이다. 둘 다 ‘행위’뿐 아니라 원천적으로 ‘사상’ 자체를 처벌하는 쌍둥이 악법이다. 


이것들은 냉전과 한국전쟁이라는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남한 지배자들의 정치ㆍ경제 지배질서를 수호하려고 만든 악법들이다. 처음부터 ‘체제 수호법’이었던 것이다. 근래의 심각한 경제ㆍ안보 위기 속에서 이 법들이 요란하게 전면에 나선 맥락이 여기에 있다. 일각의 ‘반통일 악법’이란 분석이 편협한 이유다.


이 악법들의 체제 수호법적 특성은 1991년 5월 국가보안법 개정 때 더 분명해졌다. 당시 “분신정국”으로 불린 대규모 항의운동 속에서, ‘소련 붕괴 등 냉전질서가 해체되고 있으니 냉전 악법인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거나 최소한 개정은 해야 한다’는 여론이 크게 일었다. 


그러나 당시 여당인 민주자유당은 이를 거꾸로 개악에 이용했다. 국가보안법의 단죄 대상에 북한을 가리키는 ‘정부 참칭 단체’ 말고도 ‘국가 변란 선전ㆍ선동 단체’를 추가한 것이다. 북한과 아무 관계 없는 급진적 좌파들까지 쉽게 처벌할 수 있게 한 이 개악법을 민자당은 날치기 통과시켰다.


물론 북한의 핵 ‘위협’을 빌미로 삼는 반공주의 논리는 이후로도 계속됐다. 그러나 종북, 이적, 간첩 등은 빌미일 뿐 본질은 “내부의 적” 단속이다. 최근 탄압에서 법무부가 ‘노동자ㆍ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을 통합진보당 해산과 내란음모죄 기소의 근거로 삼은 것은 결코 레토릭(수사)이 아니다. 


극소수 특권층이 다수 노동 대중을 지배하는 사회에서 노동자 권력 사상을 토론하고 그에 따른 정치조직을 만들 자유는 노동계급에게 절대로 필요한 권리다. 


그것을 국가가 ‘이적’이라고 가로막는다면, 그것은 국가의 적이 노동계급이라는 걸 고백하는 것일 뿐이다. 원세훈이 ‘민주노총, 전교조 등’을 일컬어 “내부의 적”이라고 한 것은 지배계급의 계급의식적 일원으로서 가진 진심이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보안법과 형법 내란죄 조항을 이용한 사상 탄압은 궁극으로는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말한 바, 즉 현실의 노동계급 운동과 과학적 사회주의가 만나는 것에 대한 지배자들의 두려움을 반영한다. 


북한의 사이비 사회주의(=국가자본주의)에 반대하며 노동자 권력을 지지해 온 국제사회주의자들이나 사노련 등이 이 법의 제물이 돼 온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전혀 혁명적이지 않지만 노동운동에 상당한 기반이 있는 진보당이 희생양이 된 것도 노동운동과 사회주의 정치의 만남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우익 정권의 전술인 것이다. 


이런 탄압을 통해 박근혜 정부는 또한 본격적인 내핍 정책을 앞두고 좌파를 단속하며 억압적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한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기죽지 않고 자신들의 요구를 내놓고 저항에 나서는 것이 가장 훌륭한 반격이 될 것이다. 아울러, 급진적 좌파가 노동계급 운동 속에 뿌리내리도록 끈질기게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저들의 음험한 탄압에 대한 가장 좋은 대응책일 것이다.



※ <레프트21> 116호에 실렸습니다.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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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재판

자유민주주의의 낮은 기준도 지키지 않는 마녀사냥 중단하라




11월 12일 내란음모 의혹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국가정보원의 녹취록 왜곡이 2백72곳이나 되는 사실이 드러났다. “선전수행”이 “성전수행”으로, “구체적으로 준비하자”는 “전쟁을 준비하자”로, “전쟁 반대 투쟁을 호소”는 “전쟁에 관한 주제를 호소”로 바뀌었다. 


국정원은 “의도가 있거나 왜곡을 한 것은 절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양심의 자유를 무시하는 자들이 자신들의 양심은 그냥 믿으라니 설득력이 없다. 


게다가 이런 부실한 증거들을 가지고 법무부는 ‘RO’가 통합진보당의 지도그룹이라며 위헌 정당 해산 청구까지 했다.


결국 지금으로선 경찰 첩자 구실을 한 자가 제공한 동영상ㆍ음성 파일, 증언이 검찰이 유죄라고 내놓은 거의 유일한 증거다. 이는 국정원의 핵심 방식이 침투와 파괴 공작이었다는 점을 보여 준다. “내부 사람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전 국정원장 원세훈) 


침투 공작은 직접적으로 운동과 조직을 파괴할 뿐 아니라, 그 내부에 불신과 공포, 회의감을 조장해 간접적 파괴 효과도 낸다. 야비하고 비열하기 짝이 없는 비도덕적 수단인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국정원은 개인의 곤란한 사정을 이용해 교활한 협박과 매수로 첩자 구실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저들이 침투 파괴 공작을 해서라도 단죄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일부 지도자들이 친북 사상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진보당 자체는 의회민주주의의 규칙을 따라 선거를 통한 집권을 추구해 왔다. 이른바 RO 모임이 열린 지난해 5월경 진보당의 실제 강조점도 평화운동 건설에 있었다.  


그러므로 정부가 내란음모 사건을 터뜨리고 진보당을 위헌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활동의 위법성 이전에 특정한 사상(양심)을 문제 삼는 것이다. 이 재판을 사상의 자유 자체를 위축시키려는 사상 재판으로 봐야 하는 이유다. 


이는 또한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구속자들이 즉각 석방되고 무죄 판결을 받아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재판의 진정한 쟁점


아무리 한계와 흠이 많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일지라도, 혁명적 사회주의 사상이든 친북 사상이든 말과 글로 표현할 자유를 허용해야 제대로 된 자유민주주의라 부를 수 있다. 


그래서 이 재판에서 ‘RO’의 실체나 조작 여부는 진정한 쟁점이 아니다. 내란이든 친북이든 내놓고 토론할 자유도 없는 사회를 어찌 민주주의적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심지어 자유주의적일 수도 없다. 


최소한의 형식적 자유를 보장해야 자유주의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라 부를 수 있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는 노동계급의 사상과 표현, 결사의 자유 보장을 그 본질적 내용으로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마녀사냥식 재판에서 유린되고 있는 것은 단지 입증되지 않은 친북 사상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들 그 자체다.


박근혜의 우익 정부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이름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일부 훼손하는 것은 그들이 자본주의 계급지배 질서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는 데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다.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에서 비롯한 경제ㆍ안보 위기 때문에 우익 통치자들이 더 노골적으로 나오는 것이다. 


물론 이런 퇴행이 아래로부터의 저항에 부딪히지 않고 무사 통과되기가 그냥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적어도 그렇기를 바라야 한다. 


결국 이 사건을 비롯한 일련의 탄압이 궁극으로 겨누는 것은 계급지배 질서에 도전하는 사상과 운동들이다.



※ <레프트21> 116호에 실렸습닌다.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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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게이트 새누리당 정권의 총체적 정치 공작에 관한이명박근혜 게이트 발전하고 있다.


애초 박근혜는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하 대화록) 공개해서 선거 개입 의혹을 물타기하려 했다. 그러나 오히려 과정에서 대화록 공개 자체가 이명박의 국정원과 짜고 박근혜 일당이 대선 전부터 검토해 비밀 계획’이었음이 드러났다.


결국 몸통은 이명박과 박근혜이고 이들을 중심으로 국정원과 검찰, 경찰, 조중동, 방송이 총동원된 반동적 정치 공작이 지금 사태의 본질인 것이다.


총체적 비밀 정치 공작의 목표는, 2008년 촛불운동과 세계경제 위기 이후 위기와 공포감에서 탈출하려는 우파 지배자들이 노동자·민중 운동을 단속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이어갈 우파 정권을 재창출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이명박은 촛불운동 진압을 총지휘한 행정안전부 장관 원세훈을 이듬해 초 국정원장에 임명했다


이 원세훈이 민주노총과 전교조를내부의 ”으로 규정하고는 이상 우리 땅에 붙이고 없도록 만들어야한다고 한 것이야말로 진짜 목표였던 것이.


그래서 그는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에서 “종북좌파 척결 … 방법으로는 내부사람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비열한 프락치·분열 공작도 암시했다.


이런 본질야말로 반동적 “심리전”이 단지 선거용만이 아니었던 이유다. 사실 심리전 개념 자체가 흑색선전을 통해 적을 고립시키고 은밀하지만 물리적인 공격으로 적의 저항 의지를 꺾는 것을 포함한다.


그래서 저들은 “종북” 마녀사냥을 벌이며 국가의 억압기구와 비밀경찰들을총동원’했. 마치 노태우 정부가 공안정국을 조성하면서 안전기획부(국정원의 옛 이름)와 검찰, 경찰을 모아 ‘공안합동수사본부’를 꾸렸던 것처럼 말이다.


뿐만 아니라 경영진 물갈이, 노동조합과 PD수첩 등의 탄압과 해고, 마녀사냥, 조중동 종편 허가 등으로 반동적 심리전을 위한 매체 수단도 끝내 확보했다.





이런 공작의 결과, 이명박 집권 후 국가보안법 탄압이 꾸준히 늘어서 지난해에는 112건으로 첫해보다 2.4배나 입건이 늘었다.(통계청) 뿐만 아니라 탄압도 입체적으로 벌어졌다.


2009년에 경찰은 쌍용차 파업을 살인 진압하고, 검찰과 법원은 여러 항의 시위 참가자들에게 벌금을 남발하고 있을 , 국정원에선불법집회나 불법노조 정상화 강조되고 있었다


시국선언 교사들과 민주노동당 후원 교사들에 대한 징계와 검찰 기소, 유죄 판결이 전국에서 벌어지던 2011 초에도 원세훈의지시 말씀[전교조의] 확실한 징계를 위해 직원에게 맡기기보다 지부장들이 유관기관장에게 직접 업무를 협조[하라]” 것이었다.


원세훈은 2011 한미FTA 국회 날치기 통과 나흘 전에여론 악화되고 수습하려는 것은 이미 늦은 것이므로 [한미FTA에 관한] 치밀한 사전 홍보대책을 수립, 시행하[]” 지시했다. 또 ‘반값등록금 차단’도 지시했다.


지난해 총선 직후에는 조중동이 ‘통진당 주사파 장악설’ 소설을 쓰며 진격의 북을 울리고 새누리당은 이석기·김재연 의원 자격심사를 운운했고 검찰은 당원 서버를 탈취했다. 이 때도 같은 시기에 “종북좌파 세력들이 국회에 다수 진출 … 이들이 우리 사회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하라]”는 원세훈의 지시가 하달되고 있었다.


절라디언들은 죽여 버려야 한다”, “빨갱이 ×레” 같은 일베충급 막말의 배후에도 국정원의 ‘젊은층 우군화 심리전 강화방안’이 있을 것이다.


정부의 반동적 조처를 할 때마다 국정원과 검찰, 경찰, 조중동 종편과 우익들이 함께 움직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공작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한 달 새에만 ‘MBC 2580’ 불방 사태, YTN 보도 통제와 보도국 회의 사찰, 시국선언 학생회 사찰 등이 밝혀졌다. 지금도 국정원 내부에선 “표창원 제압”이나 “촛불 차단” 대책 문건이 작성돼 시행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현 국정원장 남재준도 대화록 공개 과정에서 이미 원세훈을 능가하는 대담함을 보여 줬다. 남재준은 710일에 대화록의 노무현 발언이 “휴전선 포기”라며 다시 도발했다.


남재준은 노무현의 국방장관 제의도 뿌리치고 나와 2007년부터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서 왔던 자다. 육군참모총장 출신들로 채워진 안보 라인(남재준―김장수―김관진)에서도 최고참이다. 무엇보다 국정원은 애초에 국민도 국회도 아닌 대통령에게 책임지도록 돼 있는 기관이다.


이런 자의 도발이 박근혜와 무관하다는 것을 누가 믿을 수 있나 박근혜는, 법무장관을 통해 원세훈의 선거법 기소를 막으려 했고, 대화록 공개 때는 “NLL은 피로 지킨 곳”이라며 편을 들었고, 지금은 “자체 개혁을 하면 된다”며 국정원을 감싸고 있다.


박근혜는 도리어 사이버안보를 총괄하는 기능을 국정원에 맡기려 한다. 새누리당도 생떼를 부리며 국정조사를 방해하고 있다.


결국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겠다는 것이고 강도질로 강도질을 덮겠다는 것이다. 색깔론 공세로 우파를 결집해 정당성 위기를 덮어 버리며, 철도 민영화 등 각종 개악 조처에 대한 저항을 무력화하려는 것이다.


지금 박근혜는 사건을 축소·왜곡하고 그나마 희생양을 찾아 책임을 전가하는 식으로 쏟아지는 화살을 피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주류 우파 집권세력의 심리전 매체가 된 방송과 종편들이 보도 외면색깔론으로 박근혜를 엄호하고 있다.


국정원 공작을 인터넷 댓글 문제로 축소해 수사 결과를 발표했던 검찰은 710일 원세훈을 개인 비리로 구속했다. 같은 날 감사원은 이명박의 4대강이 ‘국민사기극’이었다고 발표했다. 박근혜는 “사실이라면 국민을 속인 것”이라며 슬쩍 올라탔다.


그러나 이미 ‘이명박근혜’ 게이트로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명박 일당만 희생양 삼으려다가는 우파 분열과 추가 폭로 등 더 큰 역풍을 만날 수도 있다. 이미 원세훈이 ‘내가 다치면 친박 X파일을 까겠다’고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그러므로 박근혜의 이번 뻔뻔한 도발과 꼬리 자르기는 일관될 수 없다. 박근혜의 향후 행보는 우파를 결집하며 직진하는 듯하다가 멈추고 물타기로 우회하다가 다시 우파색으로 돌변하는 식의 동요가 특징이 될 것이다. 어쨌거나 기본 축은 우파 결집에 있다.


지금 난 데 없는 ‘귀태’ 소동도 감사원 결과에 이명박 쪽이 반발하면서 나온 것이다. 또 귀태 소동은 우파 결집용일 뿐아니라 ‘그 놈이 그 놈’ 식의 더러운 판 만들기 책략이다. 조중동과 방송들은 또 정치권 막말 공방 등 물타기 식 양비론을 쏟아낼 것이다.


대중의 분노 때문에 일관된 행보에 어려움이 있으므로 이런 책략들이 성공하려면 국회에서 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민주당을 압박, 회유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대화록 열람에 새누리당과 합의하며 자신들이 ‘NLL 영토선’을 지킨 애국 세력이라는 것을 밝히는 데 더 치중하고 실효도 없을 국정조사에 안주하는 것이 한심한 까닭이다.


(직후에 귀태 발언을 한 홍익표 대변인이 사퇴했다. 귀태를 귀태라 못 부르는 민주당! 민주당의 이런 불철저함은 민주주의 문제에서도 노동계급이 진정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으며 그들의 운동이 그것의 방어와 확장에서 핵심 구실을 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럼에도 박근혜의 기본축은 정치적 반동이므로 이런 대응들은 정치 불안정을 더 심화시킬 것이다. 검찰 수사가 별 볼 일 없고 국정조사가 무력해질수록 국회가 아니라 거리에서 싸우자는 분노는 더 커질 것이다.


이미 촛불은 서울에서만 1만 명 규모를 넘어섰고, 진주의료원, 철도 민영화 등에 맞선 노동자 저항과 만나고 있다. 대학생들이 시작한 시국선언은 이제 교수와 종교계, 법조계, 언론계, 노동계 등으로 번지고 있다.


안철수가 얼마 전까지 이 문제를 여야간 ‘정쟁’이라며 거리를 두다가 화들짝 놀라 남재준 해임 요구에 뒤늦게 편승한 것도 이런 압력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박근혜 반동을 파탄낼 열쇠는 진보세력과 노동운동이 국회 절차에 의존하지 않는 대중투쟁을 얼마나 강력하게 건설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려면, 민주주의와 민영화 등 노동자 투쟁과 사회·경제적 쟁점들을 결합해 ‘이명박근혜’를 겨냥하는 총체적 반우파 투쟁을 건설하려 해야 한다. 2008년 촛불이 그렇게해서 성장했듯이 말이다


아울러 종북 마녀사냥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종북을 골라내 차별하는 말이 아니다. 반우파 세력을 총칭하는 저들의 코드네임이다



※ 이 글을 축약해 <레프트21> 108호에 실었습니다.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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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7. http://www.left21.com/article/13261

박근혜가 몸통이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하 대화록) 공개가 총체적 정치 공작의 일부였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우리가 집권하게 되면 [대화록을] 까겠다”고 한 권영세의 지난해 12월 10일 발언이 폭로된 것이다. 권영세는 당시 박근혜의 대선 캠프 종합상황실장이었다.

대선 당시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김무성이 비공개 당내 회의에서 “원문을 보고 내부에서 회의도 해 봤[다] … 공개하려고 했[다]”고 말한 사실도 유출됐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14일 박근혜와 함께한 부산 유세에서 김무성은 “노무현 김정일 간 대화록을 최초로 공개하겠다”며 이번에 공개된 대화록에 있는 내용을 주욱 언급하고는 ‘친북 좌파세력이 정권 잡는 것을 목숨 걸고 막자’고 호소했다.

대화록은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관리하는 국가기밀이다. 이것을 새누리당 정치인들이 알고 폭로를 검토했다는 것 자체가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커넥션을 입증한다.

이 당시 국정원장은 이명박과 꾸준히 독대했던 원세훈이었다. 측근들의 계획이나 남재준의 대화록 공개를 박근혜가 몰랐을 리도 없다. 자기 허락 없이는 측근들이 말 한마디도 함부로 못 하게 하는 게 박근혜 스타일이니 말이다.

결국 연이은 폭로로 첫째, 국정원의 불법적인 정치ㆍ선거 개입의 몸통이 박근혜(와 이명박)라는 것이 밝혀진 셈이다. 둘째,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이에 대한 검ㆍ경의 비호, 대화록 공개와 NLL 색깔론이 처음부터 한 몸통이었다는 것도 드러났다.

새누리당과 주류 지배자들은 국정원 같은 보안 사찰 기구를 틀어쥐고, 국내 진보진영과 노동운동을 사찰하며 정치 공작을 주도해 왔던 것이다.

원세훈 시절 국정원의 진보진영 사찰과 정치 공작은 이미 폭로된 바 있다. ‘반값등록금 운동 차단’ 문건이 대표적이다.

현 국정원장 남재준도 이런 공작정치를 ‘대북 심리전’이라고 정당화한다. 국민의 절반을 종북으로 몰면서 전쟁을 벌여 온 자들이 이 더러운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지금도 국정원의 범죄는 이어지고 있다. YTN의 기사 검열과 보도국 회의 사찰 사실이 최근 폭로됐고, 인하대에서는 시국선언을 사찰한 것이 새로 폭로됐다.

이제 ‘국정원게이트’는 전현직 대통령을 포함해 새누리당, 국정원, 검ㆍ경, 조중동 등 주류 우파가 총단결해 벌인 초법적 정치 공작에 관한 의혹이 됐다.

비상 계획

이번에 폭로된 대화에서 권영세는 “[대화록 공개는] 역풍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컨틴전시플랜(재난 따위의 비상 사태에 대비하는 장기 계획)”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 비상계획은 박근혜가 어려울 때마다 가동돼, 동요하는 우파를 결집하고 반대파를 분열ㆍ약화시키는 구실을 해냈다.

첫째, 정문헌이 NLL 대화록 문제를 처음 꺼냈을 때는, 지난해 10월 8일이었다.

당시 박근혜는 ‘인혁당 사법 살인이 옳았다’는 발언의 역풍에 몰려 사과 아닌 사과를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박근혜 필패론’이 부상하면서 곤경에 몰리고 있었다.

결국 대화록 공개 협박과 색깔론 공세로 우파 내부 동요를 단속하고 민주당과 안철수를 안보 프레임에 가둬 놓을 수 있었다.

둘째, 김무성이 부산 유세에서 대화록 내용을 공개한 12월 14일은, 인터넷 여론 조작에 동원된 국정원의 실체가 폭로된 직후였다. 또 TV 토론에서 이정희 후보의 맹공으로 박근혜가 ‘멘붕’을 겪던 시점이었다.

이제 와서, 박근혜는 이런 과정들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는데, 이 말을 믿을 사람은 없다. ‘비상계획’이 작동될 때마다 박근혜는 직접 나서 그 효과를 극대화해 왔다.

10월 정문헌의 발언 이후 박근혜는 “도대체 2007년 정상회담에서 무슨 얘기가 오갔다는 것인가” 하며 불을 지폈다. 12월에는 종북 좌파에 정권을 맡길 수 없다고 NLL 발언을 이용했다.

이번 대화록 공개 직후에도 박근혜는 “NLL은 젊은이들의 피와 죽음으로 지킨 곳”이라며 국정원을 비호했다.

기껏해야 원세훈과 이명박의 커넥션 정도가 밝혀질 것으로 기대했던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에 박근혜 몸통론이 등장한 것도 박근혜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법무장관 황교안은 검찰 내부 갈등을 일으키면서도 원세훈을 대놓고 비호했다.

지금 국정원을 국정조사해 몸통을 밝히라는 여론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대학가에서 학생들의 시국선언은 이제 교수들의 시국선언으로 확대되고 있고 종교계 등으로도 번지고 있다.

이런 위기를 “도 아니면 모”라고 본 저들은 세 번째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을 가동해 대화록을 공개한 것이다.

“도 아니면 모”

따라서 이것은 저들의 자신감이 아니라 위기감을 보여 주는 것이다. 대화록을 불법적으로 공개하면서 스스로 통치의 정당성까지 훼손했기 때문이다.

저들의 무리수는 지금의 정치 위기를 한층 더 불안정한 상태로 내몰고 있다.

게다가 지금 경제 위기 조짐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박근혜는 이미 초유의 임기 초 위기를 겪었고, 이 속에서 조직 노동자들의 투쟁 자신감이 조금씩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고 있다. 을의 분노가 터져 나온 것도 슈퍼 갑들의 대변자인 박근혜를 곤혹스럽게 한다.

대기업 비리를 수사하는 쇼를 하는 것도 바로 이런 분위기를 달래 보려는 것이다.

여기에 국정원의 불법 정치 개입 몸통 의혹이 커지면서 박근혜는 또다시 우파를 결집하며 종북 몰이 색깔론에 기대고 있다.

동시에 박근혜는 지리멸렬한 민주당에게 기대를 걸고 있을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대화록 공개 협박에 움찔하며, 그럴 리가 없다고 수세적으로 대응했다. 지금도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가 안정을 위해 자제”하고 있는 게 민주당이다.

이런 탓에 새누리당의 의도대로 우파는 결집한 반면, 왼쪽에선 그와 맞먹는 결집이 이뤄질 수 없었던 것이다. 민주당이 휘둘리고 안철수가 침묵하는 가운데, 존재감이 약해진 진보정당의 목소리도 영향력이 미약한 실정이다.

지금도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색깔론 총공세로 우파 결집과 진보 분열을 노리고 있다. 경찰이 26일 범민련 사무실과 활동가 아홉 명의 집을 압수수색하며 두 명을 체포한 것도 이런 공세의 일부다. 

그러나 철도 노동자들이 박근혜에 맞서 민영화 반대 투쟁에 시동을 걸고 있고, 박근혜 규탄 시국선언이 번지면서 촛불집회도 당분간 이어질 기세다.

따라서 우리는 아래로부터 대중행동들이 더 확대되며 성과 속에서 고양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민주주의 유린과 각종 반동적 공격의 몸통인 박근혜를 정확히 겨냥해서 공세 수위를 높여 가야 한다.

ⓒ<레프트21> 107호 | online 입력 2013-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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