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한 방법으로 당선되고도 의원 배지 받아간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는 퇴출돼야 한다.”

새누리당 웹사이트 첫 페이지에 대문짝 만하게 내걸린 문구다. 새누리당으로 당선한 제수 씨 성폭행 미수 당선자와 논문 표절 당선자는 결코 의원직을 내놔라 하지 않는 새누리당이 진보운동에 헌신해 온 통합진보당 당선자들을 비난하는 것은 역겹기만 하다.



숨 쉴 때마다 부패의 악취가 나는 저들이 이런 선동을 할 자격이 있는가.



문제는 새누리당이 막상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를 국회에서 제명하려는 것이 ‘종북 주사파는 국회에 들어오면 안 된다’는 이유라는 것이다. 

조중동은 이미 3월부터 ‘경기동부연합이 장악한 통합진보당은 간첩 소굴’, ‘진보진영의 활동은 북한 지령에 따른 것’ 식의 황당무계한 저질 소설을 써대며 마녀사냥 분위기를 조성해 왔다.

이런 색깔론 공격을 활용해 총선에서 우파 결집의 효과를 본 새누리당은 총선 이후에도 ‘통합진보당을 해체하라’며 공격해 왔다. 

결국 5월 22일 검찰이 나서 통합진보당 당원명부를 통째로 탈취해 갔다. 압수수색의 법적 요건도 채우지 않고 주먹과 방패로 “진보정당의 심장”을 강탈한 것이다. 

‘통합진보당’ 선거 부정 수사에 ‘민주노동당에서 13년 동안 입당ㆍ탈당한 약 20만 명의 명부’가 도대체 왜 필요한가. 공안당국의 당원명부 입수는 진보 대중을 위축시키고, 좌파나 공무원노조·전교조 등을 향한 또다른 공안 탄압을 위한 ‘강도 행각’일 뿐이다. 

무엇보다 선거로 당선한 이들을 사상 검열로 제명하겠다거나, 합법 정당의 당원 명부를 폭력 탈취한 것은 주류 지배자들이 위기에 빠지면 자유민주주의조차 우습게 여긴다는 걸 보여 주는 사레다.

결국 통합진보당 선거 부정은 진보정당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해 진보진영을 분열시키려는 사전 정지 작업인 것이고, 집권 우파의 ‘종북좌파 사냥’ 도발은 실제로는 진보진영과 반우파 투쟁 전체를 겨누고 있는 것이다. 

23일에는 서울경찰청 보안수사대가 북한 체제에 비판적인 급진좌파 단체 노동해방실천연대를 습격해 4명을 체포해 갔다. 또 경찰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투쟁 기금 모금이 불법이라며 수사에 들어갔다. 24일에는 쌍용차 분향소를 덮쳐 추모 물품을 부수고 영정을 쓰레기차에 실어가는 만행을 저질렀다. 

분노스럽게도 이 과정에서 남몰래 웃고 있는 것은 이명박과 그 일당들이다. 정권 실세들의 중대 비리들이 잇따라 폭로됐지만, 통합진보당 사태 뒤에 숨어서 위기를 넘기고 있는 것이다. 

최고 실세들인 최시중과 박영준이 구속된 파이시티 사건은 이명박 본인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 비리와 대선자금 문제로 수사를 확대해야 하는데, 검찰은 은근슬쩍 개인 비리로 덮어버렸다. 

저축은행 비리도 측근들 뿐아니라 이명박과 절친이라는 하나은행 회장 김승유까지 걸려들고 있는데도 화제의 중심에 서질 못 하고 있다. 

무엇보다 불법 사찰 실무진의 핵심에 있던 진경락 문건이 폭로돼 사찰 사건의 몸통이 이명박이라는 게 명명백백히 밝혀졌는데, 이 사건도 가려지고 있다. 

결정적으로 ‘진보정당 죽이기’에 몰두하는 것은 집권 우파가 정치·경제 위기에 대처하려는 몸부림이다.  

2010년 이후 잠시 진정되는 듯하던 세계경제 위기가 최근 다시 격화되고 있다. 특히 수출 강화로 추락을 피해 온 한국 자본주의에게 유럽과 중국의 경기 침체는 커다란 위협이다. 

부동산 대출에 치중해 왔던 저축은행들의 잇따른 퇴출은 복마전 같은 비리를 드러냈을 뿐만아니라 이명박 정부가 의도한 경기부양책이 실패했다는 것도 보여 준다. 

가계대출 부실화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실질적인 가처분소득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물가는 내려올 줄 모른다. 이른바 ‘MB ‘물가 품목’ 중에서 공공요금을 뺀 30개에서 돼지고기와 달걀을 뺀 나머지의 가격이 모두 올랐다. 

이 때문에 대표적인 친기업 우파 신자유주의자인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한구마저 ‘물가를 잡으려면 대기업 독점 이익을 규제해야 한다’고 하는 등 지배계급 내부 갈등 위험은 커지고 있다.

집권당 내부도 심상치 않다. 박근혜가 총선 승리 여세를 몰아 새누리당에 ‘박근혜 유일 체제’를 확립했지만, 이는 오히려 분열 가능성을 높일 뿐이다. 

정권에 공동 책임을 져야 하는 처지가 되면서, 이명박과 대립·갈등할 가능성이 더 커졌고, 대선 내부 경선 규칙을 둘러싼 비박 진영 대선 주자들과의 갈등 가능성도 더 커지게 됐다. 

게다가 정권에 맞선 언론 파업, 쌍용차 해고자 투쟁 등이 사회적 지지를 받고 있다. 민주노총의 8월 총파업 예고 뿐아니라 금속노조와 화물연대의 노동조건 개선 투쟁도 위협적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권의 부패에 대한 대중적 분노가 이런 투쟁들에 대한 지지로 모아진다면, 그것은 기름바다에 불쏘시개를 던지는 격이 될 수 있다. 

지배계급 전반의 위기감 속에서 민주통합당도 혼란을 겪고 있다. 

당대표 경선에서 문재인과 안철수 연대를 주장하는 이해찬은 압도적 1위를 예상했으나, 문재인의 텃밭인 부산에서만 1등을 차지했다. 광주·전남에선 광주가 지역구인 강기정이 1위를 했다. 

후보들이 각자 자기 지역 기반에서 번갈아 1위를 하는 모양새다. 민주당 지지층을 단결시킬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가 없다는 뜻이다. 사실 경선 성적 상위권 후보들 모두 민주당의 중도화를 강조하고 있어 대중에게 별 기대감을 주지도 못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자들은 터져 나오는 이명박 정부의 비리와 우파적 정책들에도 뚜렷한 행동이나 목소리를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의 위기는 이처럼 이명박을 일관되게 반대하며 대안을 제시할 수 없으니 심지어 박근혜와도 차별화를 제대로 못하는 숙명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박근혜의 우파적 본질을 폭로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부패와 우파적 정책, 그리고 공안 탄압에 맞선 단결한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공안탄압에 대한 범진보 공동대응기구가 필요한 까닭이다. 

우리 편이 단결해서 반우파 투쟁을 건설해 현안 투쟁들과 효과적으로 결합시킨다면, 집권우파의 위기와 분열도 커질 것이고 사회 세력관계를 우파 우위로 되돌리려는 저들의 음모도 박살낼 수 있다. 



□ 통합진보당 사태에 묻혀선 안 되는 불법 사찰의 몸통


청와대 불법 사찰의 몸통이 이명박임을 증명하는 관련 문건이 5월 15일 폭로됐다.

불법 사찰 증거물 폐기 혐의를 뒤집어쓰고 구속됐었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 진경락이 숨겨놓은 파일이 발각된 것이다.

이중 2008년 8월 28일 작성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추진 지휘체계’라는 제목의 문건에는 “VIP[이명박]께 一心[일심]으로 충성하는 별도 비선을 통해 총괄 지휘”라고 돼 있다.

또 “ VIP 보고는 공직윤리지원관 → BH[청와대] 비선 → VIP(또는 대통령실장)”, “기획 총괄하는 국과장 인사는 BH에서 직접 챙겨야” 등의 표현이 줄줄이 등장한다.

이번에 두 번째로 구속된 진경락은 최근 교도소 면회에서 “나를 보호해 주지 않으면 현 정권이든 MB든 불살라 버리겠다”고 했다고 한 것도 중요한 정황 증거다.

즉, 이명박의 지시로 ‘영포라인’ 등 충성파 라인들로 비밀 조직을 만들어 이를 국무총리실로 ‘위장 전입’시킨 뒤, 이명박의 “하명”에 따라 정권 차원에서 반대자들을 사찰하고 탄압해 온 불법 사찰의 실체가 확인된 것이다.

분하게도 집권 우파와 조중동 등은 통합진보당 사태로 사람들의 눈과 귀를 돌리면서 이런 중대한 폭로가 낳은 위험에서 빠져 나가려 한다.

2010년 7월 청와대 불법 사찰 관련 압수수색 때는 미리 증거 인멸 시간을 주고는 압수수색 시늉만 했던 자들이 이번에는 기초 수사나 사전 협조 요청도 없이 군사 작전처럼 통합진보당 압수수색을 강행했다.

불법 사찰 증거물 폐기 당시 [사찰 업무에 관여했던] 청와대 민정수석이 바로 지금 검찰 수사를 총지휘하는 법무부장관 권재진이다. BBK 수사 때 이명박에게 면죄부를 줬던 자가 바로 ‘종북좌파와의 전쟁’을 선포한 현 검찰총장 한상대다.

이처럼 내뱉는 숨마다 악취를 풍기는 자들이 공안 탄압의 칼날을 휘두르며 자기들 치부를 덮는 것을 두고 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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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을 확보하자 우파 진영은 이 기회를 이용해 그동안 잃었던 정국 주도권과 정치ㆍ이데올로기적 우위를 되찾으려고 나서고 있다.


북한 로켓 발사를 빌미로 안보 위기론과 색깔론을 조장하고, 제주 해군기지 공사, 영리병원 확대 등을 강행하려 한다. 언론 파업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도 계속되고 있다. 수원 여성 살해 사건을 빌미로 범죄 공포를 부추기며 법 질서 강화 등 우파 의제를 강화하려고도 한다.


그동안 진보진영이 정치ㆍ이데올로기적 우위를 차지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우파는 무상급식을 막으려다 서울시장 자리를 잃었고, 이명박은 공정사회를 위한 ‘재벌의 사회적 책임’에 관해 말해야 했다.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도 복지국가를 내세워야 했고, 새누리당은 어울리지도 않는 ‘경제민주화’를 정강에 넣어야 했다. 이 때문에 박근혜는 보수 논객 전원책에게 “보수의 적”이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이처럼 궁지에 몰렸던 집권당이 오히려 총선에서 과반을 얻은 만큼 우파는 그동안의 수모를 되갚을 절호의 기회로 삼고 싶을 것이다. 총선 개표 방송에서 전국을 뒤덮는 붉은 물결을 보면서 의회에서의 세력관계 뿐아니라 실제 사회 세력 관계도 우파들이 압도하는 상황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우파들은 첫째,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를 하면서 말로나마 ‘좌클릭’했던 민주통합당을 흔들어서 내부 분열과 우경화를 압박하고 있고, 둘째, 통합진보당을 ‘종북’좌파로 마녀사냥하고 있다. 북한 문제가 이 두 공격의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노동운동이 이런 의제들을 내놓고 투쟁을 모아나가는 구실을 해야 한다. 지금도 언론 파업, KTX 민영화 반대 등 가장 선두에서 反우파 투쟁을 벌이고 있는 집단이 민주노총이다.


새누리당은 북한 로켓 발사 직후 통합진보당이 ‘북한 제재에 반대한다’는 논평을 내자 “북한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내용이 전혀 들어 있지 않다. … 통합진보당과 손잡은 민주통합당은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답하기 바란다”고 공격했다.


통합진보당을 ‘종북’ 좌파로 공격하면서 동시에 민주통합당의 우클릭을 압박한 것이다. 이를 통해 이들은 ‘평’화와 복지’ 대신 ‘안보와 성장’이라는 우파적 의제를 다시 사회에 강요하려 한다.


사실 우파 결집과 현행 선거제도의 모순 덕분에 새누리당이 과반을 차지했지만, 전국적 득표수에서 새누리당이 앞선 것은 아니다. 실제 사회적 세력관계가 우경화된 것은 전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우파는 선거 결과를 과장해 계급세력 균형의 반동을 시도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우파의 공세에 뒤로 물러선다면 기성 정당들이 모두 ‘좌클릭’에 나설 정도로 진보진영에게 유리했던 정치 지형이 후퇴할 수도 있다. 이것은 피억압 대중의 사기와 투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시도를 저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에도 어김없이 민주통합당은 ‘엑스맨’ 구실을 하며 우파들의 공세에 굴종하고 있다. 조중동 등 보수언론은 민주통합당이 선거에서 패배한 것이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를 하면서 중도층 유권자에게 안보 문제 등에서 불안감을 준 탓이라며 이를 부추겼다.


이들은 또 ‘통합진보당의 주요 인사들은 과거 민혁당 사건에 연루된 종북좌파’라며 마녀사냥에 몰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이 요구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행위 규탄 결의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하며 친제국주의 정당으로서 본색을 드러냈다.


뿐만 아니다. ‘엑스맨’ 김진표는 16일 “왜 중도층을 끌어안는 데 실패했고,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했는지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고, 문재인은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중도층의 지지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안정감 있는 변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은 선거가 끝나자 청와대 불법 사찰 건에서도 한마디 말을 하지 않고 있고, 제주 해군기지에 관해서는 전혀 관심도 두지 않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떠들더니 KTX 민영화나 영리병원 확대 저지에도 열의가 없다. 


진짜 문제는 통합진보당 등이 우파의 공세에 단호히 맞서면서, 우파에 굴종하는 민주통합당을 비판하며 독자적 투쟁을 강화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점이다.


책임 전가


이런 태도에는 일부 자유주의 언론의 선거 평가가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새누리당에게 밀린 것은 중도층을 박근혜에게 빼앗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우파의 공세에 무장해제를 촉구하는 구실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겨레>는 ‘박근혜는 중도층을 끌어들여 승리한 반면, 야권은 한미FTA, 제주 해군기지 등에서 너무 과격한 입장을 취한 게 문제였다’는 식으로 평가한다. ‘김용민 막말’ 책임론, ‘해적기지 발언’ 책임론 등 온갖 적반하장식 책임전가 논리도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한겨레21>는 “유권자들에게 쇄신하는 이미지를 주면서도, 현 정부와 전면적인 결별을 통해 전쟁으로 가지 않고 조화시킨 것”(경희대 교수 김민전)이 박근혜가 중도층을 끌어들인 “훌륭함”이었다고까지 평가한다.


그러나 박근혜의 이런 기만적이고 어정쩡한 비MB 차별화는 그의 정치 수완을 보여 주기보다는 오히려 곤란한 처지를 보여 준다. 지금 박근혜는 우파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이명박과 차별화도 해야 하지만, 또 우파 결집을 위해 이명박을 쉽게 버릴 수도 없는 모순에 처해 있다.


사실 박근혜가 중도층 유권자를 흡수했다는 주장은 사실 관계에서도 맞지 않다.


4년 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정당 득표는 642만여 표였다. 여기에 자유선진당과 친박연대의 정당 득표를 더하면, 우파 3당의 정당 득표는 985만 표였다.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얻은 전국 정당 비례 득표는 912만 표였고, 자유선진당을 더하면 981만 표다. 충청권 지역구 약진도 절반은 충남에서 자유선진당의 의석을 뺏어온 것이다.


그 결과, 18대 총선에선 우파 정당 당선자수가 185명이었는데, 이번엔 157명에 불과하다. 새누리당 과반 확보는 다른 우파 정당들의 지지가 새누리당으로 집중된 결과에 불과한 것이다. 그나마도 크게 줄어들었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박근혜는 선거의 여왕이 아니라 우파의 여왕인 것이다. 


<한겨레21> 기사가 스스로 인정하듯이 “김용민 막말 파문에 영향을 받았다는 사람은 30퍼센트 미만이고, 정권심판론, 민간인 불법사찰 등에 영향을 받았다는 사람은 그 두배”였다.


결국, “부동층의 4분의 3 가량이 야권 성향인데 이런 사람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지 못한 것”(서강대 서복경 교수)은 민주통합당의 약점에서 원인을 찾을 수밖에 없다.


진보적 차별성이 두드러지지 않고 새누리당과 뭐가 다른지 신뢰를 주지 못한 민주통합당의 정권심판론에서 사람들이 진정성을 찾기 힘들었던 것이 진짜 문제다. (그래서 반MB 성향의 30대에서 투표율이 떨어졌다는 조사도 나온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정체도 불분명한 중도층을 확보하려 ‘우클릭’하겠다는 민주통합당을 추수하는 것이 아니다. 민주통합당의 중도화 전략은 오히려 우파적 의제를 강화해 우파의 주도권 회복에 이용될 뿐이다.


박근혜당의 불안정한 승리는 이명박과 박근혜 사이에 잠재적 갈등 가능성을 그대로 유지해 놨다.


진보적 의제로 계속 저들을 압박할 때만 우파들의 분열이 가시화되고 투쟁에서도 선거에서도 지금보다 더 유리한 기회가 조성될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드러난 정치적 좌우 양극화와 그 속에서 통합진보당이 상대적으로 민주통합당보다 더 성장한 것은 우파 정권 아래서 진보정치의 대안과 실천에 대한 기대감이 성장하고 있다는 걸 보여 준다.


진보진영은 불가피한 경우에 선택적 야권공조를 하는 유연성을 배제하지는 않으면서도, 독립적인 대안과 투쟁을 중심으로 우파의 공세에 맞서야 하며, 무엇보다 언론 파업 등 각종 투쟁을 연결시켜 계급투쟁적 방식의 반우파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 이 글은 <레프트21> 온라인판에 약간 축약해서 실렸습니다.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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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사건과 계급 지배의 본질

범죄 정부 퇴진과 처벌, 사찰기구 해체를 위해 싸우자


이명박 정부가 저지른 ‘불법 사찰’의 추악한 진실이 점차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청와대, 국무총리실, 검찰, 여당 의원 등이 모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총체적인 권력형 비리 사건”(4월 3일 비상시국회의 참가자 선언)이 바로 그 진실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촛불항쟁이 안겨준 수모를 되갚고, 경제 위기 고통전가, 노동 탄압, 4대강 사업, 방송사 장악 등을 강행하려고 ‘정권 차원의 사찰과 탄압 기획팀’을 운영한 것이다.

박정희와 전두환ㆍ노태우 군사독재를 잇는 우파 정권답게 이명박 정부는 과거 중앙정보부, 안전기획부, 보안사령부 등 권위주의적 억압 기구가 했던 것과 똑같이 보안 경찰과 행정 부처를 총동원해 도청ㆍ미행 등을 하며 정권 비판 세력을 감시ㆍ통제ㆍ탄압한 것이다.

청와대 행정관인 이창화의 수첩에는 민주노총과 다함께 등 진보 단체들에 관한 내용이 적혀 있었는데, 이창화는 ‘국가정보원’에서 청와대로 파견한 인물이다. 원충연의 수첩에는 아예 “BH[청와대를 가리킴], 공직기강, 국정원, 기무사도 같이 함”, “전파: 외부―청와대, 총리실, 경찰청”, “HP 도청 열람”, “장비(노트북, 망원경, 카메라)” 등의 문구가 나온다.

이처럼 억압적 국가기구를 총동원해 정부 비판적인 개인들부터 진보적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의 단체와 활동가들을 감시하고 탄압한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다. 재벌 총수, 친야권 고위 인사 사찰은 곁가지인 것이다.

우선 사찰 담당부서인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설치 시점이 2008년 촛불항쟁이 한창인 7월초라는 것이 운동 탄압과 정부 내부 단속을 주요 업무로 삼은 증거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도 핵심 업무를 담당하며 이영호의 직접 통제를 받았다는 점검 1팀의 구성이 노동부와 경찰청 보안수사 담당들로 이뤄진 것도 마찬가지다.

“쌍용차 작전 조사 결과 보고”, “국민연금관리공단 노조 파업 동향”, “전국공무원노조 권정환 부위원장 불법행위 조치 계획”, “09년 좌익세력의 동향 및 대응 방안에 대한 보고”, “좌파 환경단체 보조금 중단 관련 공문” 등이 모두 이 팀의 소행이었다[각주:1].

노동조합 동향을 주로 보고한 것으로 보이는 원충연과 최영호가 고용노동부 출신이고, 김충곤과 김기현, 이기영은 대공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청 보안 경찰 출신이다.

그리고 이들의 사회동운동 사찰은 단지 감시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점검1팀 김기현의 USB에서 나온 파일 중 “2008년 하명사건 처리부”를 보면, “촛불집회 검거 수범 사례 보고”, “불법시위 근절 대책 건의” 등이 완료된 것으로 나온다.

아마 이 보고와 대책 건의 사항 중에 광범한 채증을 통한 촛불시위 참가자 검거와 백골단을 연상시킨 경찰기동대 창설 계획 등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


정권 안보


더 직접적인 연관도 찾을 수 있다. “2009년 기타 첩보 보고서(자체)”를 보면, “권정환 전공노 부위원장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징계 및 형사처벌 조치 계획”을 10월 6일 보고한 것으로 나온다.

공교롭게도 권 부위원장이 일하던 마포구청장은 10월 7일에 서울시에 권 부위원장을 파면ㆍ해임해 달라는 “공무원징계의결요구서”를 제출했다. 이 요구서는 징계 사유로 권 부위원장의 다양한 노조 활동과 진보 활동을 망라하고 있다. 사찰의 결과일 것이다.[각주:2]

심지어, 사찰 증거 은폐 과정에서는 검찰이 협조했고, 장진수가 폭로한 통화 녹취록에서는 범죄 은폐 과정에서 법원의 판사도 협력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장진수에게 준 돈에 관봉이 남아있었다면, 시중은행 내부 협조자도 있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이명박의 사찰과 ‘후속 처리’는 이처럼 여당 의원들과 행정부처, 사법부가 전방위적으로 총동원된 것이다.[각주:3]

군사독재의 권위적 통치 방식을 계승한 정권답게 방송 장악을 위해 방송사 노조를 조종하거나 정권에 쓴소리를 했다고 김제동, 김미화 같은 연예인까지 뒷조사하고 방송에서 퇴출시키는 등 온갖 공작도 벌였다.


ⓒ사진합성 시사IN 양한모


이런 자들이 ‘모든 정권이 다 하는 짓’이라며 응당 져야 할 정치적ㆍ법적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정부의 진보세력 감시ㆍ탄압으로 함께 득을 봤던 박근혜가 ‘나도 사찰 피해자’라며 위선을 떠는 것은 정말 못 봐줄 지경이다.

이는 서울시장 선거 선관위 디도스 테러 사건 때처럼 시간을 끌며 사람들에게 잊혀지기만 바라는 의도이고, 또 노무현 정권을 물고 늘어져 총선 국면을 이전투구처럼 만들어 [정치 참여에 환멸을 자아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정권심판론을 희석시키려는 것이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와 우파가 범죄 피의자로서 져야 할 책임을 물타기하는 것은 용서 못 할 일이고, 당면 투쟁도 이명박 정부를 향해야 한다.


계급 지배


그러나 이명박의 물타기 속에서 노무현 정부가 현대차 전주공장 노조와 화물연대의 투쟁 동향을 사찰한 기록도 드러났다.

문재인 등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노무현 정부의 노동운동 사찰은 경찰이 합법적으로 사찰한 것이므로 이명박과는 다르다는 방식으로 변명했다. 진보진영의 일부도 대체로 이런 해명을 받아들이면서 노무현 정부의 사찰 건에는 침묵하고 있다.

그러나 두 정권 모두에서 탄압과 감시의 대상이었던 노동운동은 투쟁 표적을 이명박으로 두되, 이명박만이 아니라 민주통합당도 비판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두 정권 사이에서 권위주의적 잔재의 차이는 있지만, 1퍼센트 세력의 계급 지배 기구인 국가의 군대ㆍ경찰ㆍ법원ㆍ관료기구 등을 동원해 99퍼센트 피억압 계급과 저항 세력을 감시하고 통제ㆍ억압했다는 본질에서는 차이가 없는 것이다.

영국의 사회주의자 존 몰리뉴는 “대부분의 시기에 [자본주의] 국가의 강제력은 잘 드러나지 않고 배후에서 집행된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억압적 국가기구의 피억압 계급 사찰이 바로 이런 경우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친자본주의 정당인 민주당도 정권을 잡으면 99퍼센트 대중의 운동이 체제와 국가의 통치력에 도전하지 못하게 하려고 일상으로 감시ㆍ통제ㆍ탄압하는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가 2000년 경찰청 ‘사직동팀’을 명목상 해체시켰어도, 노동운동 사찰은 노무현 정부 아래서도 이어진 까닭이다.

따라서 ‘노무현과 이명박은 다르다’는 식의 논리는 일면적이고 부차적 진실만을 담고 있다. 진보진영의 요구와 투쟁이 “새누리당의 물타기식 특검 vs 민주통합당의 특수본” 논란에만 한정되지도 말아야 한다.

전두환의 안기부와 기무사, 김영삼 시절의 경찰청 ‘사직동팀’을 연상시키는 이번 사찰 과정의 전방위적 규모와 행태로 보아 정권 차원의 범죄라는 것이 분명한데, 새누리당의 특검으로 시간끌기와 민주통합당처럼 검찰 내 특수본 설치와 진상 규명만 요구하는 것은 한계가 뚜렷하다.

박근혜의 새누리당이 사건 폭로 직후 즉각적으로 특검제 도입을 요구하고 민주통합당에 특검법 제정을 위한 국회 협상을 요구한 것은 총선 투표를 앞두고 물타기할 시간을 벌면서 정권심판론을 피해 보려는 술책에 불과하다.

집권 시절 자행한 노동운동 사찰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사과는커녕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는 민주통합당 지도부에게 사찰의 ‘진상’을 밝혀낼 의지와 능력이 있다고 믿기 힘들다.

이미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이미 이명박 정부는 ‘탄핵감’이고, 관련자들은 전원 구속감이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독자적으로 사건 총책임자인 이명박 퇴진, 관련자 전원 구속ㆍ처벌, 사찰기구 해체를 요구하는 것이 옳다.

이명박은 이 사찰 사건의 총책임자다. 이명박을 단죄하지 않는다면, 경찰과 국정원, 기무사, 사법부, 한나라당 등이 총동원된 감시ㆍ통제 행위의 책임을 누구에게 묻겠는가. 이번 사건이 1퍼센트의 99퍼센트 저항 운동의 감시와 통제라면, 억압적 국가기구를 마땅히 해체하라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 투쟁 요구를 재정비하자[각주:4]정권 퇴진·처벌 / 사찰기구 해체


진보진영의 요구와 투쟁이 “새누리당의 물타기식 특검 vs 민주통합당의 특수본” 논란에만 한정되지도 말아야 한다.

새누리당이 특검제 도입을 요구한 것은 총선을 앞두고 물타기할 시간을 벌면서 정권심판론을 피해 보려는 술책에 불과하다.

1999년에 도입된 이후 10여 차례 이뤄진 특검이 사건의 몸통을 밝혀낸 적은 한 번도 없다.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게 돼 있는데다가 기존 국가 기구에 완전히 둘러싸인 채 수사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건 은폐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권재진이 검찰의 총지휘자인 법무부장관인 상황에서 검찰에 특수본을 설치해서 수사를 진행하자는 민주통합당의 요구도 대안이 아니긴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집권 시절 자행한 노동운동 사찰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사과는커녕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는 민주통합당 지도부에게 사찰의 ‘진상’을 밝혀낼 의지와 능력이 있다고 믿기 힘들다.

이미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이미 이명박 정부는 ‘탄핵감’이고, 관련자들은 전원 구속감이다. 전두환의 안기부와 기무사, 김영삼 시절의 경찰청 ‘사직동팀’을 연상시키는 이번 사찰 과정의 전방위적 규모와 행태에서 정권 차원의 범죄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첫째, 진보진영은 독자적으로 사건 총책임자인 이명박 퇴진, 관련자 전원 구속ㆍ처벌, 사찰기구 해체를 요구하는 것이 옳다.

이명박은 이 사찰 사건의 총책임자다. 이명박을 단죄하지 않는다면, 경찰과 국정원, 기무사, 사법부, 한나라당 등이 총동원된 감시ㆍ통제 행위의 책임을 누구에게 묻겠는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퇴진 요구를 피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이명박은 이 사찰 사건의 총책임자다. 만일 이영호가 ‘몸통’이라면, 이명박은 ‘머리통’이다. 이명박을 단죄하지 않는다면, 경찰과 국정원, 기무사, 사법부, 한나라당 등이 총동원된 감시ㆍ통제 행위의 책임을 누구에게 묻겠는가.

더구나 레임덕과 엄청난 반대 여론 속에서도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고, KTX 민영화를 밀어붙이려는 것에서 보듯 이명박은 자신의 임기가 남아있는 한 1퍼센트만을 위한 정책을 한가지라도 더 추진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이명박 범죄 정부의 임기를 하루라도 줄이자는 요구는 정당하고 필요하다.

물론 ‘이러다가 박근혜만 좋은 일 시켜주는 것 아니냐’거나 ‘이명박이 물러나고 민주당이 정권을 잡는다고 다르겠냐’ 하는 물음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우선 이명박을 퇴진시키려면 거대한 대중투쟁이 필요하다. 이런 투쟁은 우파 전체를 난처하게 만들 것이고 정치 지형을 99퍼센트 대중에게 더 유리하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대중 투쟁으로 이명박을 물러나게 한다면, 그 뒤 집권할 정부는 지금처럼 함부로 99퍼센트를 짓밟는 정책을 펴기 쉽지 않을 것이다.

둘째, 공직윤리지원관실 등 청와대와 총리실 산하의 각종 소속기구들과 국정원, 기무사, 검찰과 경찰의 공안부서 등 사찰기구들을 즉각 완전히 해체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진흙탕 싸움에서 드러나듯이 이런 사찰기구들의 목적은 진보적 사회운동 등 평범한 노동자들의 자주적 활동과 조직을 탄압하는 것이다. 이런 기구들이 유지된다면 지금 같은 일들이 계속 벌어질 것이다.

사찰의 주요 표적이었던 노동운동과 진보적 사회운동 진영이 앞장서서 정권을 규탄하고 물러나게 하는 투쟁을 적극 건설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진보진영을 규합해 이명박 퇴진과 사찰기구 해체,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는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진보진영 단체들이 모인 ‘민간인 불법사찰 은폐의혹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비상행동(약칭 ‘민간인 불법사찰 비상행동’)은 이런 투쟁 건설에 적극 헌신해야 한다.


※ 이 글은 장호종 기자와 공동으로 써 <레프트21> 온라인판에 실린 기사(☞ 바로가기)를 약간 재구성한 것. 


  1. 이밖에도 문제단체 동향 보고, 국립의료원 민영화 관련 동향, 서울대병원노조의 MB 비판 대자보 관련 보고 등이 사찰 목록에 있다. [본문으로]
  2. 당시 뉴라이트 출신인 한나라당 신지호도 국회에서 권 부위원장의 행적을 추궁하고 공격했다. [본문으로]
  3. 합법적인 공직자 감찰이라는 것도 따져 보면 ‘민영화에 반대하는 공기업 경영진 압박하기’나 ‘4대강 공사 등에서 정부 문제점이 폭로됐을 때 정보 유출자를 찾아내기’ 같은 것이었다. [본문으로]
  4. 현재 비상행동 시국회의가 제기한 요구는, 사찰내역 공개, 대통령 사과와 진상고백, 검찰 수사 강화, 권재진 사퇴, 총선 후 국정조사/청문회 실시 등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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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근혜’ 정권이 총선을 앞두고 안보 위기론과 색깔론ㆍ마녀사냥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명박은 “북한이 지금 가장 반대하는 것이 제주 해군기지, 한미FTA”라며 우파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종북’으로 매도했다. 또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 시도를 “국제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도발적 행위”라고 규탄하며 ‘북풍’에 이용했다. 

천안함 사건 2주기를 이용해 “응징”, “보복” 등의 언사를 써 가며 ‘북풍 기원’에 여념 없던 국방부는, 한미회담이 끝나자마자 북한 위성 추진체를 “요격하겠다”고 위협했다[각주:1]

북한 위성 발사를 이용해 먹기에 바쁜 정부와 우파를 보면, 북한의 위성 발사 소식을 듣고 속으로 기뻐했던 것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조중동은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의 여론조사 부정 사건을 이용해 색깔론 ‘소설’을 쓰며 ‘마녀사냥 파티’를 벌이고 있다. 

이 황당한 소설들의 공통된 줄거리는 ‘이정희는 경기동부연합이라는 괴물에게 영혼을 판 마녀인데, 괴물들의 본거지인 통합진보당이 민주통합당을 꾀어내 대한민국을 전복하고 김정은에게 헌납하려 한다’는 것이다.

(☞ 경기동부 소동과 관련해 진보가 진짜 다뤄야 할 문제점들은 여기를 참고하시오.)


역겨운 반동

이 조중동식 소설을 그대로 베껴 쓴 새누리당의 요즘 논평은 1980년대 ‘반공 웅변 대회’를 보는 듯하다. 3월 25일에는 “김일성 초상화를 걸어 놓고 묵념하는 세력[이] … 민주통합당을 이용해 국회를 움켜쥐고, 12월 대선에서 소위 연합정권을 출범”시킬 것이라며 거품을 물었다. 

특히 <조선일보>의 색깔론 보도들은 기사끼리도 사실관계가 안 맞을 정도라서, 소설가 공지영조차 “이런 소설가들을 제가 어찌 따라갈지, 갈 길이 멉니다”라고 비꼴 정도다. 

이명박근혜를 풍자한 합성 사진.

이런 역겨운 반동은 사회 전반에서 사람들을 위축시키며 분위기를 우경화시키려는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교과부가 총선을 앞두고 4월에 ‘일진회가 있는 학교 9천5백79곳의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마찬가지 의도다. 경찰청이 내려보낸 일진회 선정 기준을 보면 “학생들이 무리를 지어 다니는 행위, 장기자랑 및 행사 시 앞에 나서는 행위, 학생들의 선망 대상 학생” 등이 포함돼 있다. 사실상 ‘청소년 계엄령’이다.

이처럼 반동 공세에 필사적으로 매달린 결과, ‘우파 결집’이라는 일차 목적은 부분적으로 달성한 듯하다. 

공천에 불복해 분열할 듯하던 친이계들은 일단 박근혜에게 힘을 실어 주자는 이명박의 설득으로 탈당을 멈추고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박근혜는 “이명박 탈당이 해법은 아니다” 라고 했고 이상득을 경북 선거대책위원회의 명예위원장으로 앉혔다.

이런 행보들이 우파 결집의 메시지를 준 결과, 자유선진당과 국민생각 등이 바닥을 기는 대신 새누리당이 지지율을 회복했다. 박근혜는 “석달 전만 해도 선거도 치를 수 없을 것 같더니 이젠 희망이 보인다”고 안도했다. 

문제는 새누리당의 원기 회복에 민주통합당 지도부가 큰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명박 정권 심판을 말하면서도 심판의 구체적 내용은 빼놓거나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애초에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를 시작한 세력으로서 이 문제들에 일관되게 반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속으론 골치아픈 문제에서 이명박 손에 피를 묻혀, 선거에서 반사이익만 얻으면 된다는 계산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민주통합당의 이런 어정쩡한 자세는 반MB 대중들에게 실망과 환멸을 불러일으켰다. 

주류 지배자들로선 총선 전에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 등을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들고 있는 것에도 안도하고 있을 것이다. 또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민주통합당 길들이기도 어는 정도는 만족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진보당 등 진보진영 주류 지도자들이 총선 야권연대를 위해 이런 민주통합당과 다른 진보적이고 구별되는 태도를 취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정치적 양극화

한미FTA 발효와 제주 해군기지 건설 강행이 단기적으로는 새누리당에게 우파 결집이라는 호재로 작용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이제 우파는 총선 구도를 최대한 ‘더럽게’ 만들면서, 청년세대가 환멸과 냉소로 돌아서길 바랄  것이다. 또 민주통합당의 무능과 한계를 이용해 정권심판론을 희석시키려 한다.

그러나 더 긴 시간을 두고 일어나는 정치 변동의 관점에서 볼 때, 상황이 우파의 뜻대로만 흘러가진 않고 있다. 민간인 사찰 파문과 ‘이명박근혜’ 공천을 보면서 정권 심판 정서가 다시 결집하고 있다. 이를 배경으로 우파 결집을 위한 우파 공세가 반대편의 결집도 불러 왔다.

한국일보 여론조사에서는 54%가 이번 총선을 정권심판 선거라 답했고, 경향신문 조사에서는 적극 투표층의 야권단일후보 지지 의사가 새누리당 지지의 세 배가 넘는다.

이런 정서가 청년세대 사이에서 “투표율 70퍼센트 운동”을 유행시키고 있는 것이다. 1퍼센트의 탐욕를 지속하려고 풍과 색깔론과 마녀사냥에나 매달리는 자들이 정권을 연장하는 걸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정서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자유주의 정권에서 청소년기와 20대 초반을 보냈고, 취약해진 북한 체제를 보고 자란 이 세대에게 북풍 유도와 색깔론은 대체로 구태의연한 꼰대짓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따라서 4월 총선에서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이 패배를 모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새누리당의 패배 정도에 따라 이명박의 레임덕 위기, ‘지연된 분열’은 재개될 것이다. 청와대 민간인 사찰과 BBK 의혹도 ‘이명박근혜’당에게는 지뢰밭이 될 것이다.(관련한 최근 상황 정리는 여기로)

최근 일시적 봉합 국면을 보면, 친이계는 우파 분열의 책임만 뒤집어쓰고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큰 위험한 [분당과 독자 생존의 모색이라는] 길보다는 총선 이후를 도모하는 전술적 후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무난한 결과를 얻으면 이명박 정권이 면죄부를 받은 것으로 보이게 되니 살아날 구멍이 생기고, 패배하면 박근혜 책임론을 들고 나올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일단 ‘분열은 필패’라는 생각으로 이명박과 손을 잡았을 박근혜로서도 정권 심판론 탓에 새누리당이 참패하면 ‘이명박 죽이기’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BBK는 여전히 박근혜와 이명박 사이에 놓인 지뢰밭이고 민간인 사찰 의혹은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권력을 향한 탐욕스런 다툼도 끝날 수가 없는 것이다.

청와대가 개입한 민간 사찰은 그 자체로 탄핵·구속 감이다.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 강행, 각종 반민중 정책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민간 사찰과 조직적 은폐 사실의 폭로는 반동 공세가 레임덕 위기를 완벽히 틀어막지 못하고 있다는 걸 보여 주는 명백한 증거다.

진보진영은 어설픈 총선심판론에 안주하지 말고, 투쟁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저들이 분노의 대상이 되고 그 때문에 분열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 바로 기회인 것이다.

게다가 민주통합당 주류의 최근 행태를 봐선 이들이 19대 국회를 주도한다고 해도 제대로 단죄할 것이라고 확신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과감한 행동으로 광범한 대중의 불만을 결집하려 할 때만 집권당의 총선 참패 가능성도 커진다. 

새누리당의 총선 선전과 재집권을 두고 볼 수 없다면, 그래서 총선 심판만으로는 부족하다. 거리와 대학, 작업장에서 불붙는 정권퇴진 투쟁은 ‘이명박근혜’를 다시 분열시킬 것이고, 레임덕을 데드덕으로 만들 것이다. 이들의 이전투구는 우리의 투지를 더 고무할 것이다.


※ 이 글은 축약돼 <레프트21> 78호에 실렸습니다. ☞ 바로 가기  


  1. 사실 한국군 자체로는 요격할 능력이 없다는 것은 조선일보가 다른기사에서도 인정하는 내용이다. 따라서 국방부의 발언은 정말 북한 자극용이거나, 아니면 MD 체제를 정당화하고, 추진체 요격 시스템을 갖춘 미군 구축함의 서해 진입을 정당화하려는 계산된 발언일 수도 잇다. 둘 중 어느 경우라도 평화보다 대결을 추구하는 호전적 발언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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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찰과 검찰 출입 기자들은 정치부 기자들에게 이명박 가계도 챙겨주느라 바쁘다고 한다. 친인척 중에 비리 연루 의혹이 없는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  

이명박 일가의 탐욕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명박에게 위협인 것은, 권력형 비리가 청와대와 한나라당 내부에서 폭로되고 있고, 이를 파헤치는 주체가 그동안 이 정권을 떠받쳐 온 검찰과 경찰이라는 데 있다. 권력기관에 대한 이명박의 통제력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10월에 폭로된 내곡동 사저 의혹은 청와대 인사가 소스를 제공했다는 것이 《신동아》 취재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상득 보좌관들이 차명계좌로 거액을 돈세탁한 사실을 들춰냈다. 

일가 비리가 터져 나온 시점도 역대 정권과 견줘 훨씬 빠르다. 김영삼과 김대중의 아들들의 비리는 집권 5년차에 가서야 드러났다.  

권력기관들 사이의 암투 때문에 이 과정이 가속화하고 있다. 디도스 사건이 밝혀지는 과정이 바로 그랬다. 이 사건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갈등 과정에서 폭로된 것이다.

경찰은 충성의 대가로 바랐던 수사권을 얻지 못하자 디도스 사건을 터뜨렸지만[각주:1], 이명박을 위해 [그리고 협상용으로] 몇가지[각주:2]를 감추려한 듯 하다. 하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그 부분까지 밝히며 [경찰과 결과적으로] 이명박을 물먹였다. 

권력기관끼리 기습과 역공을 하는 과정에서 이제 청와대 몸통설이 불거지기 시작했고, 탈당을 강요당한 한나라당 최구식이 “혼자 죽지 않겠다”고 했다는 것도 심상치 않다. 이 사건은 갈수록 워터게이트를 닮아가는데, 워터게이트에서 결정타는 닉슨의 거짓말이었다. 이명박의 거짓말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도저히 형광등 1백 개의 아우라를 느낄 수 없는 면면들.

 

물론 이명박은 김정일 사망 정국으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장례식이 끝나고도 마냥 이 정국이 유지될 수는 없다. 12월 26일 서울대 학생회 대표자들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디도스 사건의 청와대 몸통 의혹을 정면으로 제기한 것은 의미가 크다. 이런 움직임과 목소리가 갈수록 커질 수 있고 이것은 권력기관의 마비와 암투를 더욱 부추길 것이다. 

김영삼 정부도 1997년 1월 한보철강이 부도나면서 5조 원이나 되는 불법 정치자금 조성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이미 민주노총 총파업으로 기력을 잃은 김영삼은 상황을 무마하려고 5월에 아들 김현철을 구속해야 했다. 당시 대학생들은 5월 내내 서울 도심에서 강력한 거리 시위를 벌였다.

결국 당시 대권 후보였던 이회창은 김영삼을 신한국당에서 쫓아내고 당명도 한나라당으로 바꿨지만 대선 패배와 정권 상실을 막을 수는 없었다. 

돌아보면, 정권 말기에 다음 정권을 놓고 지배자들끼리 벌이는 암투가 극에 달해 권력형 비리가 폭로되고 레임덕이 심화되면서 대중투쟁을 자극하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 노태우ㆍ김영삼ㆍ김대중ㆍ노무현이 모두 권력형 비리 폭로와 집권당 분열, 대중 불만의 고조 속에서 집권 4~5년차에 자신이 만든 집권당에서 쫓겨났다.
 

정권 재창출
 
박근혜의 처지도 1997년 이회창의 처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권 재창출을 하려면 이명박과 선을 긋고 중도층 대중을 흡수해야 하는데, 이는 보수층의 분열을 낳을 수 있다. 

1997년 대선에서 이회창이 이인제와 갈라서 꼬마민주당과 합당하자, 이인제가 박정희 흉내를 내고 다니며 보수층 표를 노린 것도 이런 효과였다.  

그렇다고 보수층 결집에 치중하느라 이명박 정부를 감싸면 박근혜도 함께 가라앉을 것이다.

이 때문에 박근혜 비대위의 특징은 ‘좌충우돌’과 ‘동요’가 될 것이다. 

박근혜는 보수층부터 잡자고 부자 증세에 반대하며 이명박과 타협하고, 국회 차원의 김정일 조문단 구성에 반대하며 우익들을 기쁘게 했지만, 막상 한나라당 비대위 구성은 ‘비MB’ 보수 인사들로 구성했다. 한미FTA에 반대표를 던졌던 황영철을 대변인으로, 4년 동안 이명박의 정책을 줄곧 비판해 왔던 김종인과 이상돈을 끌어들인 것이다. 

그러나 한미FTA 날치기에 동조하는 등 본질에서 이명박과 다를 바 없는 박근혜호에 들러리로 승선한 이들이 눈속임 이상의 ‘쇄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게다가 비대위의 면면을 들춰 보면 박정희와 연관 있는 인물이거나 그런 가문 출신들이 꽤 있다.(김종인, 이양희, 김세연 등) 

그래서 박근혜가 최근 당정청회의에 불참하며 날을 세웠지만 이명박과의 관계를 놓고 지금처럼 동요를 거듭할 것이다. 사실 “한나라당의 쇄신은 정책쇄신이 먼저”라는 말도 인적 쇄신, 이명박과의 결별이 가져올 위험을 우회해서 차별화하려는 술책에 불과하다. 

따라서 BBK 의혹 폭로 장본인인 박근혜로서도 BBK 의혹이 다시 불거지는 것이 부담스런 일이다. 이미 인터넷에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가 ‘BBK 실소유주는 이명박’이라고 말한 동영상이 돌고 있다.  
결국 박근혜 비대위는 이명박 비리의 뒷수습을 하는 ‘비리’대책위가 될 듯하다. 오죽하면 친박 윤상현은 “박근혜 대표가 철거 전문 업체냐?”고 한탄했겠는가.

상황이 그렇게 흘러갈수록 박근혜 비대위는 점점 이명박과 척을 지는 방향으로 내몰릴 것이다. 이것은 다시금 정권의 마비 상태와 집권당의 분열, 해체 위기를 한층 가속할 것이다. 정치 위기와 경제 위기 모두 너무 심각해 이명박과 박근혜 모두 미래가 밝지 않다.

이 상황에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이명박과 박근혜 비대위에게 구원의 동아줄을 던져 준 것은 민주통합당이다. 진보진영은 이런 민주통합당의 행보를 비판해야 한다. 

지배자들의 암투가 치열하고, 권력기관들이 이완되는 틈을 이용해 이명박 정부의 고통전가 정책과 각종 부패 추문에 맞서는 대중투쟁을 조직하며 독립적 대안을 건설해야 한다. 한미FTA 반대 투쟁의 분출이 이명박의 위기와 분열을 더 앞당겼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이글은 약간 줄여 <레프트21>72호에 실렸습니다. ☞ 바로 보기    


  1. [공교롭게도 최구식의 친형이 대검 부장검사이고, 이 사건과 동시에 터뜨린 사건이 벤츠 여검사 건이다.] [본문으로]
  2. 사건 전날, 공 씨 등 사건 주도 보좌관들 모임에 홍준표 비서 출신 청와대 행정관이 참석한 사실, 이 보좌관들과 사건 결행한 팀들 사이에 거액의 돈이 오간 사실 등이 그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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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6일 서울대 학생회 대표자들은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디도스 사건의 청와대 몸통 의혹을 정면으로 제기했다. 

“선거권마저 권력의 마수 앞에 농단됐다. … 이명박 대통령은 … 사건의 실체를 전 국민 앞에 직접 밝혀라! … 경찰의 중간 수사 발표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정부는 지난 1960년 3월 15일의 선거 부정이 정권의 퇴진으로 이어졌음을 기억하라! … 흐지부지 덮인다면 … 국민적 분노는 다시금 거리를 뒤덮을 것 … 서울대학교 학생들 또한 분연히 일어나 민주 수호의 길로 달려 나갈 것이다.”

방학 중인데도 온라인에서만 하루 만에 2천6백 명 넘게 이 시국선언문에 서명했다. 서명자는 계속 늘고 있고, 신문 광고를 위한 모금도 28일 오후 4시 반 현재 1천만 원이 넘었다. 

△시국선언을 거리 투쟁으로 ― 대학생들이 불의와 부패에 맞서 투쟁에 나선다면 이명박의 위기는 더 심화할 것이다. (사진은 2007년 대선 때 BBK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위)



서울대 학생들의 반정부 시국선언은 정권에 또 다른 흉터를 남길 것이다. 옳게도 이런 움직임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고려대, 숙명여대 등의 학생회들도 디도스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에 동참하려 한다. 이화여대 학생들도 최근 자발적으로 모금을 해 민주주의 수호를 호소하는 광고를 낸 바 있다. 

박종찬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디도스 사건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강행처리 등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요한 사건들”이라며 다른 대학 총학생회들과 공동 선언도 고민한다고 밝혔다.  

시국선언에 나서는 학생들이 김정일 사망으로 권력층 비리가 묻히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도 옳다. 정권과 1퍼센트 특권층의 불의와 비리에 대학생들의 불만이 이토록 높은 것은 비싼 등록금과 높은 청년실업 등 청년세대의 열악한 현실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권력기관도 제대로 통제 안 되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거리로 나서 1997년처럼 ‘정권 퇴진’을 외친다면 이것은 다른 피억압 민중의 투쟁을 자극하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은 이명박에게 악몽일 것이다. 청년세대의 불만과 분노가 행동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 이글은 약간 줄여 <레프트21>72호에 실렸습니다. ☞ 바로 보기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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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나꼼수와 함께하는 한미FTA 무효화 국제행동

11월 23일(수) 저녁 7시 서울 시청광장

24일 한미FTA 무효화 범국민 행동의 날

11월 24일(목) 오후 3시 서울 시청광장

26일 한미FTA 무효화 범국민 행동의 날

11월 26일(토) 오후 6시 서울 시청광장


25일 이집트 군부의 살인 진압 중단과 퇴진을 위한 연대 집회

11월 25일(금) 오후 3시 서울 이집트 대사관 앞



이명박의 한미FTA 날치기 통과. 레임덕 정권이 마지막 폭탄 하나를 던졌다. 더 망가지기 전에 FTA를 통과시키자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즉각적인 거리 시위에서 보듯 그것은 역풍을 불러올 것이다. 

우선 
FTA의 본질이 다시 확인됐다. 정부와 한나라당, 전경련과 경찰, 온갖 기득권세력이 계급이익이란 면에서 한통속이라는 게 확인됐다. FTA는 1퍼센트를 위한 대기업과 부자의 특권체제 확립이고, 99퍼센트를 짓밟고 미래를 희생시키는 것이다. 사람들은 점차 이를 알아가고 있었다.

그것을 1퍼센트 특권세력인 집권여당이 저렴하게 날치기한 것이다. 다른 갈등과 달리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의 대립은 너의 이익이 나의 손해인 관계다. 그래서 FTA 싸움이 ‘계급전쟁’(☞ 관련 내 글 보기)이라는 것이 분명해진 것이다. 그 점에서 계급전쟁을 노골화한 날치기는 싸움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인 셈이다.   


저들은 민심이 너무 흉흉해 FTA 통과시킨다고 선거에서 더 손해볼 것 없다고 생각한 듯도 하다. 차라리더 우리 편이 기세등등해지기 전에 해치우자고 작심한 듯하다. 노무현이 시작한 것이니 위험 부담도 적을 것이라고도 여겼을 것이다.

예상대로 민주당은 오락가락 우왕좌왕했고, 머저리같이 날치기 시도를 일 분도 지연시키지 못했다. 물론 그것은 친노의 기억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이해관계 때문이다. 민주당도 2006년에도 지금도 1퍼센트 정당인 것이다. 
 

그러나 더는 집권여당에게 기울 민심이 아니기 때문에, 더는 참아서는 안 되는 상황이 됐으므로 오히려 지금 사태는 선거 심판이 아니라 정권이 물러나라는 투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못박아 둘 게 있다. 저들은 강해서 한미FTA 날치기를 강행한 것이 아니다. 돌 맞을 각오를 하고 덤빈 건데, 이를 나중에 보자고 싸움을 물리면 오히려 저들에게 더 도발할 기회를 주는 격이다. 
 
따라서 지금 동력을 확고히 하고 늘리는 것은 분노를 일반화하고 새로운 국면에 맞는 요구를 제시하는 것이다. 아무리 따져봐도 ‘정권  퇴진’이 아니면 거리로 뛰쳐 나올 사람들의 분노를 반영하고 집약시킬 구호가 없다. 지금은 ‘비준 무효’와 ‘정권 퇴진’을 걸고, 전면적 거리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물론 이것은 정해진 것은 아니다. 그런 투쟁을 주도하고 조직해야 할 진보세력이 선거심판론에 그동안 경도돼 왔기 때문에 그것은 아직 미지수다.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의 최루탄 의거는 훌륭했지만,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등 진보진영 현 지도부의 전략에 약점이 있었다.

믿지 못할 민주당과 [그래봤자 숫적으로 절대 열세인] 국회 안에서 야권연대로 FTA를 막자고 하며 선거심판론에 기댄 것이 패착이었다. 재협상 요구도 부족했다. 그것은 진정한 힘인 대중의 행동 참여를 소홀하게 만들었다. 
한미FTA 폐기를 요구하며 대중투쟁을 불러일으키는 방향으로 갔어야 한다. 독립적인 대중
투쟁의 힘으로 민주당의 발목을 잡고, 한나라당의 손을 묶었어야 했다. 

약점이 있었지만 극복 가능하다. 
선거 심판은 당연하지만, 선거는 어차피 시간 가면 오는 것, 그때 가서 심판하면 된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진 말자. 지금은 주먹 쥐고 싸을 때다. 오늘의 민심은 민중항쟁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조금은 보여 줬다. 의원직 총사퇴도 정부와 국회를 전면 거부한다는 상징적 효과가 있으니 향후 고려해 볼 만하다. 

그동안 많은 울분이 싸여왔다. 진보세력은 역사적 책임을 진다는 마음으로 전면적인 항쟁을 조직해야 한다. 가장 필요한 것은 가장 중요한 세력인 민주노총이 공언한 바대로 진심으로 총력을 기울여 정권퇴진 투쟁에 앞장서는 것이다. 거리 항쟁이 발전하면 그 열기가 장차 파업 투쟁으로 이어져야 실질적인 정권 퇴진 투쟁이 될 수 있다. 일희일비하지 말고, 목적의식적으로 이를 추진해야 한다.

정부가 맺은 조약, 정부가 날치기한 악법은 그 정부를 민중이 타도함으로써 얼마든지 무효화시킬 수 있다. 1997년 1월 한국처럼! 2011 1월 이집트처럼! 지금 여기서 우리도 하자! 


※ 아래는 오늘(11/22) 발표한 ‘다함께’의 성명 전문이다. 이 글의 제목처럼 돼야 한다.



한미FTA 날치기는 이명박의 무덤이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기어이 한미FTA 국회 비준안을 날치기 처리했다. 집권 내내 1퍼센트만을 위해 99퍼센트를 희생시키던 자들이 이제 그 완결판에 도장을 찍은 것이다.


한나라당은 24일로 예정된 본회의 일정도 무시하고 국회의장 직권으로 비준안을 날치기 처리했다. 한나라당 국회의장 박희태는 본회의가 열리기 한 시간 전에 문자메시지로 본회의 개최를 알렸다. 후폭풍을 염려해 영상은 물론 회의록도 안 남겼고 언론 취재도 원천 봉쇄했다. 경찰은 본회의 직후 국회 앞에 차벽을 둘렀다.


내년 선거를 우려해 합의 처리하자던 ‘협상파’들도 찍소리 없이 지도부의 결정에 따랐고 재보선 참패 이후 고개를 내밀던 ‘쇄신론’도 사기극이었음이 드러났다.


한나라당은 1퍼센트만을 위한 한미FTA를 날치기 함으로써 친기업ㆍ반노동ㆍ반민주주의적 본질을 다시 드러냈다. 이 점에 대해서라면 당내 ‘이견’ 따위는 애초에 없었다. 99퍼센트의 삶을 파탄낼 협정을 저들은 단 4분 만에 날치기해 버렸다. 따라서 이런 반역사적ㆍ반동적 날치기를 막아내려 한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의 행동은 전혀 비난받을 수 없고 완전히 정당하다.


이토록 막무가내로 비준안을 처리한 것은 이명박을 더 깊은 정치적 위기에 빠뜨릴 것이다.


물론 한나라당은 시간을 미룰수록 더욱 불리한 상황이 된다는 엄청난 위기감에 시달리다 행동에 나선 듯하다. 겁에 질린 폭력배가 마구잡이로 흉기를 휘두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날치기라는 무리수는 부메랑처럼 돌아와 이명박을 무덤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이미 곳곳에서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정말이지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의 말대로 많은 사람들이 “폭탄이 있으면 한나라당 국회를 폭파시키고 싶”은 심정이다.


트위터 등 SNS에서도 “야당 의원 모두 국회의원 사퇴하고 정권 퇴진을 위한 거리투쟁에 돌입해야 한다” 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리수
 

민주당은 현재 날치기를 강력 규탄하고 있지만 사실 그동안 동요했던 게 사실이다. 특히 민주당 원내대표 김진표가 날치기 일정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김진표와 민주당 ‘협상파’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큰 것이다. 그 점에서 민주노동당 등은 더 강력하게 민주당의 동요를 비판하며 경계심을 높일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한미FTA 비준안이 통과됐다고 반대 운동이 좌절할 때는 아니다. 


볼리비아의 노동자ㆍ민중은 강력한 투쟁을 벌여 IMF의 강요로 민영화된 상수도 시설을 재국유화시킨 바 있다. 


국내에서도 공공부문 민영화, 의료민영화 등 1퍼센트를 위해 99퍼센트를 희생시키려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저항에 부딪혀 거듭 좌절돼 왔다. IMF가 엄청난 구조조정을 요구했던 1998년에도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은 강력한 투쟁으로 대규모 정리해고를 막아낸 바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 추진되던 철도ㆍ전기ㆍ가스 민영화 시도도 노동자들의 투쟁에 부딪혀 좌절됐다.


따라서 ‘내년 선거에서 심판’할 뿐 아니라, 지금 당장 규탄하고 항의하는 투쟁을 더 강력하게 전개해야 한다. 당장 날치기 무효화를 요구하며 예산안 처리를 비롯해 이 정부가 하려는 모든 일들을 막아야 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비준무효 명박퇴진'을 외치며 거리로 나서고 있다. 


정권 퇴진 투쟁을 예고하며 “1996년 신한국당의 ‘노동법 안기부법 날치기’가 그들의 무덤이 되었듯, 2011년 날치기가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의 무덤이 되게 할 것”이라는 민주노총의 선언을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


이집트의 타흐리르 광장에서, 미국의 주요 도시 곳곳에서 1퍼센트에 맞선 99퍼센트의 투쟁이 전진하고 있는 상황은 한미FTA 반대 투쟁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사기를 높이고 있다. 한미FTA 저지 운동은 이미 한미FTA 비준안 처리를 세 차례나 막아내고 결국 이명박이 날치기라는 무리수를 두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며 강력한 잠재력을 보여 줬다.


한미FTA가 날치기 통과된 오늘은 바로 한미FTA 폐기 투쟁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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