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정부가 불법으로 민간인을 몰래 감시하고, 심지어 이런 짓이 적발되자 조직적으로 증거를 없애고, 아예 검찰과 재판부와 짜고 범죄를 숨기려 했다면 어떨까. 

제대로 된 민주사회라면, 정권은 즉시 물러나고 관련자들은 구속돼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선관위 디도스 테러부터,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 대통령 탄핵과 정권 퇴진 사안들을 버티기로 넘겨 온 이 정부는 이번에도 나몰라라 하고 있다.

지금 터져 나오는 민간인 사찰은 2008년 촛불항쟁에 대한 이명박식 보복이었다. 

들통난 사찰 수첩에는 민주노총 등의 동향 뿐만 아니라, 촛불항쟁에서 두드러진 구실을 한 다함께에 관한 메모도 쓰여 있었다. 촛불항쟁 당시 다함께 마녀사냥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 불법 사찰이 꼬리를 잡히자 저들은 사찰 데이터가 들어 있는 컴퓨터를 폐기하고, 입막음용으로 임태희 등이 구속자들에게 변호사비와 위로금을 주는 등 조직적 은폐를 시도했다. 지금 전 국무총리실 주무관인 장진수가 폭로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것들이다. 


‘양치기 소년’


주요 인물들의 행적과 사건의 시갅순을 대비해 정리하면, 

‘왕의 남자’ 박영준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으로 있던 시절에 국무총리실에 문제의 공직자윤리지원관실이 생겼고, 박영준은 자기 밑의 행정관인 이창화 등을 이곳으로 파견 보내고, 이듬해 자신이 국무차장으로 국무총리실로 옮겨 갔다.

이상득의 ‘정치적 양아들’로 불리는 임태희가 불법 사찰 의혹이 제기된 직후 노동부장관에서 대통령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즉 증거 삭제가 벌어질 때, 청와대 내부의 총감독자였다. 사찰 건으로 구속된 자들의 가족에게 임태희는 금일봉을 줬다. 임태희가 노동부장관일 때, 보좌관이던 [그전부터 임태희와 유착관계였던] 이동걸이 장진수에게 돈을 전달한 시점도 이 때다. 

영포’라인으로 이상득, 박영준과 가깝고, 이명박의 경호·수행 등을 맡으며 측근이 된 친이 행동대장 이영호. 2008년부터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었던 이영호는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보고를 받고, 자료 삭제 과정 등에서 중요한 구실을 했다. 

이들 면면과 직책, 인맥을 연결하면 이상득이나 이명박이 ‘몸통’일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사실 이미 공개된 수첩에는 ‘BH(청와대=Blue House) 지시 사항’ 따위의 언급들이 수차례 나온다. 마침 사찰 보고서가 이명박 직보용으로 별도로 작성됐다는 의혹도 새롭게 제기됐다.

‘꼴통’ 이영호가 자기가 ‘몸통’이라고 ‘호통’치다 혼자 자빠지는 쇼를 했는데, 명진스님 말대로 ‘몸통’ 위에 ‘대갈통’이 따로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이다. 

그래서 불법 사찰의 실무 총책이던 “이영호가 입을 열면 정권이 흔들흔들할 것”이란 걱정도 하고 있다. 사건을 무마하려 뿌린 수억 원의 출처도 의혹의 대상이다. 

여기에 BBK 관련 의혹도 끊이지 않고 폭로되고 있다. 

2007년 BBK 의혹이 근거없는 이명박 흠집내기라는 한나라당 주장의 근거가 된 신경화의 당시 편지가 그 동생 신명이 쓴 ‘가짜 편지’라는 게 들통났다. 신명은 ‘가짜 편지’ 작성을 요구한 배후에 이상득과 최시중이 있다고 지목했다. 조만간 한국에 와 추가 폭로를 하겠다고 했다. 

게다가 BBK 재판을 하는 미국 법정에 이명박 스스로 BBK는 자기 회사의 계열사라고 증언한 진술서와 이명박의 BBK 명함이 증거로 제출돼 있다는 것도 드러났다. 

입만 열면 거짓말, 했다 하면 사기극, 그러다 들키면 주먹질인 이 정권을 응징하는 데서 선거 심판만으로는 부족하다. 정권 퇴진과 구속으로 심판해야 한다. 

진보진영은 어리버리한 민주당과의 야권연대에만 의존 말고 진정성있게 강력한 투쟁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자기가 ‘몸통’이라고 ‘호통’치다 혼자 자빠진 ‘꼴통’ 이영호


※ <레프트21> 78호에 축약돼 실렸습니다. ☞ 바로 가기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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