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게시판에서 이런 댓글)놀이가 유행한 적이 있었죠.

술은 마셨지만 음주 운전은 아니다
때리긴 했지만 폭행한 것은 아니다
빨간 불일때 건넜지만 신호 위반은 아니다
얼굴이 바뀐 건 맞지만 성형은 아니다
...

오늘 미디어법 날치기 판결을 보면서 헌재도 인터넷 게시판 놀이를 상당히 즐겼다는 인상을 받았네요.

"절차는 위법이지만, 법은 합법이다."


아쉬운 건 유행이 많이 지난 걸 되풀이한 점이랄까요.

심지어 14년 전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유명한 판결도 떠오릅니다. 성공한 날치기는 어찌할 수 없다는 건지...

낡은 기억을 여러 개 되살리는 오늘 헌재의 판결은 '헌' 법재판소라서 일까요, 헌번'개'판소라서 일까요.
 


앞으로도 이 정권 아래선 댓글 놀이가 이어질 것 같습니다.


4대강은 파지만 대운하는 아니다
부자 감세 하지만 친부자는 아니다
집회는 금지하지만 반민주는 아니다
방화 증거는 없지만 무죄는 아니다
전투는 하지만 전투병은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10년 쯤 뒤에 이 시대를 이렇게 기억하지 않을까요.

쥐××라고 했지만 욕한 건 아니다
선거에서 이겼지만 대통령은 아니다
법은 만들었지만 지켜야 하는 건 아니다
...

그리고 하루라도 빨리 해야 할 말이 있습니다.

임기는 있지만 지켜야 하는 건 아니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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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깁니다. 한국 다음 순위 국가들보다도 두 달 (8시간×23일[주5일제 기준]×2) 정도 더 일합니다. 

그러니 아침 출퇴근 전쟁 시간대 버스와 지하철은 조는 사람, 멍한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쉴 시간, 놀 시간이 없으니 여가생활이라곤 대체로 친구들과 술먹기 뿐입니다. (글로 배워서~)

이런데도, 기업주 모임인 경총이나 정부는 한국에 휴일이 너무 많다고 불평해 왔습니다. 제헌절, 식목일 등 매년 국가지정 공휴일이 줄어왔습니다. 심지어 반쪽짜리 주5일제 도입하면서 근로기준법의 유급 생리휴가를 무급으로 바꿔버렸습니다.

기성 언론에선 추석을 앞두고 '민족의 명절'이다 뭐다 하고 떠듭니다만, 정작 평범한 월급쟁이들의 억울한 마음은 다루질 않습니다.

올핸 추석이 주말과 겹쳐 명절이라기보단 금요일 하루 더 쉬는 것 밖에 안 되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ㅠ.ㅠ 올해는 추석 이틀에 개천절 하루, 총 3일이 사라졌네요...

장시간 노동, 휴일 노동은 한국 노동자들에게 아직도 피할 수 없는 굴레입니다. 저도 예전 직장에서 새벽 퇴근, 새벽 출근을 자주 해봤지만, 아주 사람 얼을 빼놓습니다. 그런데 또 이렇게 앉아서 휴일을 도둑맞다니... 


달력의 빨간 날, 즉 법정공휴일은 어느 회사에서나 유급 휴일이기 때문에 공휴일의 축소는 정해진 월급에 일 더 시켜먹겠다는 것 밖엔 되지 않습니다. 법정공휴일을 축소하면 애써 머리띠 매고 투쟁하고 임금 교섭해서 올려 놓는 임금이 뒤로 몰래 깎이는 겁니다.

한마디로 '부지런한 한국인'이란 이미지는 '사람 부려 먹는데 부지런한 사장'과 '권리 찾아 먹는데 게으른 노동자'의 다른 이름이 아닌가 합니다. 원래 두 몸인데, 이걸 한 몸으로 합쳐 놓으니 사람 헷갈리게 하는 그림이 된 거죠. 

최근 몇 년간 웰빙이니 삶의 질이니 언론 보도가 많았습니다만, 먹는 것, 여가 이용법, 여행지 정보는 넘치는데, 막상 이걸 위해서 월급을 올려야 한다거나 휴일을 늘려야 한다거나 하는 주장을 하는 언론이 없었습니다.

있다면, 주식, 부동산 등등. 하지만, 한 실험에서 월가의 투자 전문가와 원숭이의 랜덤 투자 수익률이 같았다고 하죠. 몇몇 구조적 주가 조작을 하는 기관 투자가들 빼곤 개미들이 벌 수 있는 돈이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게다가 지난해 펀드 폭락 사태는 평범한 이들이 감당하기 힘든 "하이 리턴, 하이 리스크"의 현실을 잘 보여줬습니다.

부동산으로 돈 벌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온 좋게 집 하나 샀다 해도 내 집만 오르는 게 아니므로 내 집값 올라봐야 새 집 구할 땐 제자리입니다.

이 순환을 벗어나는 길은 두 가지 뿐인 듯합니다. 새 아파트 분양을 받거나 강남 아파트를 사는 건데, 2천년 대 내내 분양가가 집값과 똑같이 올랐습니다. 결국 남는 길은 강남 아파트 사기. ㅋ 가능하지 않은 일입니다.

결국, 일자리를 얻고 지키기. 조금이라도 더 월급 받기. 이게 평범한 젊은이들에게 웰빙의 출발점입니다. 우리에게 여유있는 삶, 즐길 수 있는 삶은 난관이 참 많네요.

정말 최소한 설과 추석은 일주일을 모두 쉬어야 합니다. 토요일도 정식으로 법정공휴일로 하고, 주말과 겹치는 법정공휴일은 다음 월요일에 쉬어야 합니다. 주류 엘리트들은 교육과 언론에서 가족과 민족의 가치, 양보와 여유의 가치를 자랑만 하지 말고, 여염집 갑남을녀가 그런 고귀한 가치를 배울 수 있게 휴일을 충분히 보장해줘야 할 것입니다. 

이처럼 휴일을 줄이며 일해야 하는 건 우리 삶이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자기 금고 채우기만 바쁜 사장들 말고 정부가 좀 나서서 우리들을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놀라운 것은 '우리 회사 사장'이 아니라 국가(정부와 국회)가 유급휴일인 법정공휴일을 줄이는 데 열심이라는 겁니다. 세상에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출된 대표들이 선출되지 않은 기업주들을 위해 자신을 선출한 주권자들을 쥐어짜고 사실상 임금 삭감을 강요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노동자 집회 같은 데 가 보면 "시키는대로 일만 한 죄밖엔 없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돌이켜 보면 그건 진짜 죄인 겁니다. 충분한 휴식을 요구하는 건 충분한 임금을 요구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은 미래를 어떻게 꾸려 나갈까 하는 문제입니다.  

누구라도 충분히 쉬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적·경제적 여유는 자신을 돌아보고 세상을 살펴보는 실천적·문화적 역량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는 평범한 이들에겐 충분한 임금과 여가 시간을 요구할 이유가 많습니다.

······

사실 무엇보다 휴일이 줄어드는 게 당장 걱정되는 이유는 이명박과 그 똘마니 국회가 일하는 날이 더 늘어난다는 것이죠. 정말 최소한 이들에겐 휴일을 많이 보장하면 안 될까요.
무급으로~ 쭈욱~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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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레프트21>15호 "법 질서 확립? 너나 잘하세요~"


엊그제 113명의 야당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일방 표결로 정운찬이 국무총리가 됐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한나라당 김정훈 원내수석부대표가 "한나라당이 똘똘 뭉쳐서 임명동의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이명박 정부의 제2의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고 하네요.

한마디로 이명박 정부는 앞으로 반대파에 대해선 밀어붙이기로 일관하겠다는 겁니다. 청문회를 글로 배운 정운찬이나 서양식 아파트를 너무 사랑한 한식 전문가 백희영이나 자기를 처벌해야 하는 이귀남, 이런 자들을 그냥 그 자리에 앉히고 가겠다는 겁니다. (이런 내각이 친서민 내각? 그건 니 생각이고~)

정운찬의 총리 임명 반대는 단순히 정파적 반대 목소리가 아닙니다. 여론의 과반이 총리 임명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정운찬과 나머지 인물들의 비리와 혐의들이 주류 특권층의 부패한 실상을 여지 없이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정당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은 아니죠. 상대적으로 특권층 기반이 적었던 노무현 정부에서도 투기, 탈세 의혹으로 총리 후보가 낙마한 일이 두 번이나 있었습니다.

이 정권은 좀더 노골적입니다. 이들이 특권층의 3~4세대 들이라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커왔으니까요. 마치 "우리집은 가난해요. 아빠도, 엄마도, 집사 아저씨도, 정원사도, 식모도, 유모도......"하는 오래된 우스개소리처럼 말입니다. 

이명박 정부 첫 내각 후보 중엔 "땅을 너무 사랑해서" 땅을 샀다는 환경부 내정자도 있었고, 유방암 진단에서 이상 무 판정을 받은 기념으로 남편에게 받은 선물이 강남 30평 오피스텔인 청와대 비서관 내정자도 있었죠. 오세훈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11평 집에서 어떻게 발 뻗고 자냐?"고 말했습니다. 도심에 30평대 '서민형' 오피스텔을 만들겠다면서 말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머리 속에 떠올릴 수조차 없는 일들을 이들은 당연하게 저지르고 내뱉습니다. 점점 가벼워지는 유리 지갑의 월급쟁이 노동자들은 상상도 못할 탈세와 위법을 저지르고도 처벌은커녕 무사히 장관직에 안착합니다.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이 사회의 정치 체제에 대한 사람들의 냉소와 환멸은 커집니다. "그놈이 그놈" "있는 놈들이 다 그렇지 뭐" "니들끼리 다 해먹어라". 내각 인사가 있을 때마다, 또는 고위층 비리 사건이 날 때마다 듣는 표현들입니다.

그 결과, 한나라당이 당장은 승리한 듯 보일지 모르지만, 더 깊은 곳에서 '통치'의 정당성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의 근시안적 '실용주의'는 주류 특권층이 독점하는 정치체제의 위기를 더 크게 만들 것입니다. (딱히 밀어붙이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것도 없는 정부죠, 사실)

이 문제가 조용히 넘가는 듯 보이는 건 한나라당의 생각처럼 사람들이 망각하거나 그 몹쓸 추진력을 사랑해서가 아닙니다. 현실을 바꿀 가능성에 아직 확신이 부족하고, 또 바꿔야 할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을 알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평상시에 사람들은 사회에서 맡게 되는 지위와 권한이 능력에 따른 것이라고 배웁니다. 처음부터 그런 일에 맡게 교육되고 길러진 사람들이 사회 지도층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막대한 예산을 다루는 일, 공장을 짓고 투자를 결정하는 일, 외국에 나가 협상하는 일 등.

그래서  '민중'이 스스로 운영하는 사회보다 선덕여왕 같은 좋은 정치인이 나타나길 바랍니다. 주류가 가르치는 기성 교육은 4년에 한 번 5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만 국가의 주인이 되는 사회가 민주주의고, 이것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반민주적이라고 가르쳐 왔습니다.

그런데 이 사회를 다스리고 이끌어 가는 사람들이 죄다 "그놈이 그놈"이라면 도대체 누구로 바꿀 수 있습니까. 그렇다고 기름때 묻은 '공돌이공순이', 여염집의 '갑남을녀'가 장관을 하고 기업을 경영할까요? 이러니 "대안이 없잖아"하는 푸념에 빠지는 겁니다.

하지만, 지금 경제가 망가지고, 4대강 예산은 복지 예산을 갉아먹으며, 갈수록 살기 더 힘들어지는 현실을 보면, 쟤네들이 썩 그 일을 잘 하는 것 같지도 않네요. 조기 영재 교육 받아서 영어 백날 잘해 봐야 소고기 협상처럼 하고 온다면 특권층의 지위와 능력을 존중한다는 게 우리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게다가 그런 자들이 자기들이 만든 법적 의무조차 안 지키고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의 어려움을 이용해 배를 불려 온 자들이라면 말입니다.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구호로 의회 체제와 타협하고 왕제를 유지한 나라들이 있습니다. 이 표현을 빌어 고위 공직자 시비에서 드러난 이 나라 주류 특권층의 구호를 요약하면, "통치하고 군림하되, 책임지지 않는다"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제대로 '잉여' 존재인 겁니다.

그렇다면, 공장을 실제로 돌리는 노동자가 공장을 경영하고, 여염집의 갑남을녀가 경제와 사회, 정치에 대해 뜻을 모아 결정하는 게 그리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최소한 스스로 결과에 책임지는 결정들을 할테니까요.

또 어차피 사회가 돌아가는 건 노동계급 대중이 하는 일들 덕분입니다. 집과 도로를 만들고 제작과 운송을 기획하고 사회서비스를 관리하는 수많은 갑남을녀가 없다면 소수에 불과한 특권층이 뭘 할 수 있을까요.

냉소는 분노의 다른 표현입니다. 환멸과 냉소가 분노와 행동으로 바뀌는 데에는 불쏘시개가 필요합니다. 알리고 선전하며 대안을 주장하는 일, 즉 장작을 쌓는 일이 지금 중요한 이유입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그대여 분노하라! 분노를 숨기지 마라!!]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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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레프트21>15호 "이명박의 친서민 위장전입"  (축약)
관련 글: '친서민' 위장전입? 이명박의 ‘친서민’ 정책을 살펴보다  (수정·보완)


1. 비즈니스프렌들리의 한 길로 내달려온 이명박 정부라서 '친서민' 정책 표방은 역주행이라 부를만 합니다. 정권의 기조와 성격, 대중적 인식과도 다를 뿐 아니라 오래 가지 못 할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놀라운 것은 '중도·실용'적으로 진보정당 정책을 베껴 쓴 이명박의 국정 지지도는 올라가고 원 저작자 지지율은 답보 상태라는 점입니다. 얼마 전 민주노동당 한 활동가는 "등록금 후불제는 민주노동당이 요구해 된 것"이라는 말 밖에 할 것이 없다며 낭패감을 드러냈습니다. 

이번 '친서민' 표방이 이명박의 선제 공격이 아니라 저항과 비판 여론의 예봉을 피하려는 방어 성격이 크다는 점에서 단지 기만이기만 한 건 아닙니다.  

反MB 진영이 성과를 거두고 더 다그칠 조건이 됐는데도 오히려 난처해 지는 건 첫째, 민주당이 집권시 그 정도 정책도 거부해 왔던 당이기 때문이고, 둘째, 진보 정당들은 그동안 '당장 실현가능해야 한다' '손에 잡히는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단기 실용주의에 빠져있어서 그렇습니다. 단기 실용책에 집착하다 그걸 정부가 덜컥수용하니 방향감을 상실하는 겁니다.

근본적 대책을 요구하는 급진적 목소리를 내야 이명박의 베껴쓰기와 지지율 단기 반등에 상관 없이 제 목소리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단기 해결책만 요구한 것도 아닙니다. 예를 들어, 등록금 후불제는 등록금 상한제와 인하가 쌍을 맞춰 제시될 공약입니다.

정당에게 가장 좋은 정책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정책입니다. 왜 나인지, 왜 나를 지지해야 하는지 보여줘야죠. 한국 상황에선 무상(공공)의료, 무상교육, 부자증세, 기본소득, 공공주택, 대학 평준화 등이 그런 요구 아닐까요.

그 점에서 진보 정당의 노회한 정치인들보다 오히려 전남대 학생들이 붙였다는 대자보가 더 날카롭게 보입니다. "(등록금) 깎아 달랬더니 꿔준다고?"

기대감은 만족을 낳지만 더 큰 기대감을 낳기도 합니다. 이명박이 지지율을 유지하려면 기대감을 계속 충족시켜야 난처한 처지입니다. 이명박의 '친서민' '역주행'이 모순으로 가득차 있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2. 한편, 이명박 지지율 반등에는 부동산 경기 회복이 놓여 있다고 봅니다. 주식시장이 경우도 지난해엔 반토막까지 갔던 펀드들이 원금 이상을 회복한 경우가 많습니다.

부동산 경기 회복은 놀라운데, 예를 들어, 잠실 리센츠(옛 주공2단지)는 전세가만 3~4억 원씩 뛰었습니다. 현재 5억 원이 넘는 32평의 올봄 전세가가 2억 아래였습니다. 이런 곳은 웃돈을 얹어주며 이전 전세 계약자들에게 나가달라고 한다죠. 

그런 점에서 보면 임기내 보금자리주택 공급 계획 60만 호 중 28만 호가 임대주택이고 이중 20퍼센트가 생애 첫 주택이 될 거라는 정부의 홍보는 사람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듭니다. 제 기사에선 서초구 평당 1천1백50만 원이 비싸다고 했는데, 시세와 비교하면 사실 싼 거죠. 다만, 분양가가 평당 1천만 원을 넘는 것 자체가 거품이라고 보는지라.

보금자리 주택의 가격은 시프트와 마찬가지로 시세와 연동돼 있습니다. 분양이든 임대든 '주변 시세의 몇 퍼센트' 이런 식이죠. 이미 서초구 우면지구 등 보금자리 주택 예정지구 주변 땅값이 치솟고 있다고 합니다. 이리 되면 분양주택은커녕  임대주택 입주도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운 가격으로 형성됩니다. 파주 신도시처럼 말입니다.

2006년 부동산 거품 정점 언저리에서 대출 받아 집을 산 분들 중에 상당수가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거품 유지 정책에 안도의 한숨과 지지를 보낼 것입니다. 

문제는 이 거품을 언제까지 안고 갈 수 있겠냐 하는 것입니다. 현재 경제 위기를 정부가 막고 있다는 것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국민 세금으로 적자 기업을 억지로 돌아가게 하고 있다는 것 정도가 될 것입니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거품이 이 과정에서 지표상 경기 회복의 착각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부자 감세, 기업 감세는 조만간 지금의 재정 정책과 충돌할 것입니다. 출구 전략을 놓고 정부와 주류 엘리트층 안에서 의견 차가 커질 겁니다. 대한통운 사장 체포영장 발부한 것을 보면 하반기에 부실 기업 정리(구조조정)를 시작할 모양인데, 저금리 거품(건설기업 부양) 정책과 충돌합니다.

결국, 유리지갑인 월급쟁이 노동자들을 희생양  삼는 정책은 꾸준히 유지되거나 더 강화될 것입니다. '천서민' 위장 전입이 오래가지 못하고 들통날 거라고 보는 이유입니다. 

3. 문제는 10.28 재선거 등 선거 국면에서 떠오를 反MB 연합 결성 논란에서 한 축이 될 민주당의 경제·복지 정책이 한나라당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애써 이 점을 외면하고 민주당에게 손 내밀기를 계속할 경우, 오히려 이명박 지지율의 몰락은 늦춰질 것입니다. 

민주당과 별개의 새로운 진보 동맹이 더 현실적인 이유입니다. 낡은 것은 가고 있는데, 새 것의 등장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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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친(親) 부자/기업 정부인 이명박 정부조차 친(親) 서민을 말합니다.이런 거짓말에 눈 뜨고 속을 이는 별로 없겠지만, 이 정부의 새 옷이 아니라 몸통의 지울 수 없는 악취와 속마음을 말하는 사람이 더 적어졌습니다.

오히려 지금 반대파에게 충고하는 듯하면서 이 정부가 하는 거짓말에 힘을 실어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진보적 반대파가 대안 없는 정권 퇴진을 외쳤기 때문에 이명박이 살아났다고 말합니다. 진실은, 기회가 왔을 때 [바로 그들의 방해로] 더 밀어붙이지 못하고 정권 퇴진을 못 시켰기 때문에 이명박은 살아난 것입니다.
 
요즘 반(反)MB 맹주를 자처하는 민주당 역시 집권당 시절, 법인세/소득세를 감면하고, 부동산 거품 조장을 허용하는 등 친(親) 부자/기업 정책을 펴왔습니다.

실로 이명박 정부로 오는 길은 전임 정부가 닦아 놓은 길입니다. 이 점을 각성해야 한다던 사람들중 적지 않은 수가 지금 침묵합니다. 전임 대통령 둘의 사망 이후, 이 문제에 관한 온갖 에두르고 감추는 말들이 넘칩니다. 

이처럼 말과 글이 겉도는 것은 진실을 가리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진실을 냉혹하게 직시하길 두려워 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또 어떤 이들은 사실과 소망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의 민주주의 탄압에 맞서 진실을 소리 높여 외치는 사람들의 말과 글조차 사물의 본래 성격을 보여주지 못하고 단지 겉꾸밈의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이미 정권을 잡고 실패한 사람들이 (변한 것도 없는데) 뭘 해 줄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시사人>이란 주간지의 최신호를 보면 정부 비판에 앞장서던 한겨레/경향/오마이/프레시안 등 '진보' 매체들이 광고 수익 때문에 정권과 관계를 재조정해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합니다.

돈의 힘을 빌어 돈이 지배하는 세계를 비판한다는 것은 공상입니다. 생각과 행동이 제약되는데, 말과 글이 제대로 나올 수 없습니다. 


지금의 세계적 경제 위기가 자본주의의 실패가 명백한데도, 말과 글을 다루는 사람들은 이를 직시하길 두려워합니다. 어는 순간 “자본주의가 문제”라는 주장,  “계급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진보진영 안에서도 기피 대상이 됐습니다. “사회주의”나 “혁명”, “레닌” 같은 단어는 말할 것도 없고요. 

우리가 사는 세상은 자본주의 계급사회이고, 우리는 착취와 억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이윤을 위해 낭비적 경쟁을 강요하고 인간의 필요를 짓밟습니다. 경제 위기와 빈곤, 전쟁은 물론이고, 기후와 자원 문제로 지속불가능한 체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회주의로 체제를 전환하는 게 필요합니다. 세계적인 생산 협업은 직접 생산자인 노동계급이 주도하는 권력과 실천을 통해 인간의 필요를 우선시하는 협력적 생산과 분배의 체계를 세울 수 있습니다. 우애와 협력, 지식과 자원 공유가 훨씬 더 효율적인 생활 향상을 이룰 수 있습니다.

말과 글이 사물과 현상의 핵심을 치르지 않고 겉도는 것은 앞선 예에서 보듯 말과 글의 원천인 생각과 행동이 진실을 향해 곧바로 나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선덕여왕> 미실의 대사처럼,
"세상을 가로로 나누면 딱 두 부류, 지배하는 자와 지배받는 자 둘 밖에 없습니다"
미실은 덧붙입니다.
"(지배하는 자가 말하는) ‘백성들의 희망’이야말로 가장 큰 환상"이라고 말입니다.
미실은 지배하는 자의 편에서 세상의 본질을 말하고 있습니다. 덕만이 아니라 미실이 리얼리스트입니다. 실재가 아니라 캐릭터로서 미실이 덕만보다 더 우월해 보이는 이유입니다.

온갖 환상, 사실과 소망을 뒤섞어 놓은 잡다한 말과 글들이 이 엄연한 진실을 가립니다.

단도직입으로 본질을 향해 찌르고 들어가는 글을 쓴다는 것은 대담하고 거리낌 없는 생각과 행동을 하라는 자기 주문 [呪文] 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대담하게! 단도직입으로! 는 <레프트21> 기자로서 제 기사 쓰기의 구호입니다.

이 블로그는 이런 정신으로 <레프트21>에 실릴 기사들을 보충하고 지면 바깥에서 마찬가지로 단도직입의 방법으로 제 생각을 보태는 블로그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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