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군기지를해적기지로 불렀다고 해군당국에게 고소당했던 김지윤 씨가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는 14 “[해적기지] 표현은 주관적 평가에 불과하[] … 해군이라는 집단에 대한 모욕이라고 보기 어려워 무혐의로 결론내고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김지윤 씨는많은 분들이 물심양면 도와주신 덕분에 불기소로 끝났다며 연대해준 많은 이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 검찰 결정으로해군당국의 고소가 정당성 없다는 것이 드러났고, 표현의 자유를 위한 싸움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명박은 37일 제주 강정마을 앞바다 구럼비바위 폭파를 시작했다. 김지윤 씨는 트위터 항의 인증샷 캠페인에 참여해제주 해적기지 건설 반대! 강정을 지킵시다하고 메시지를 올렸는데, 이를 두고 해군 당국이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로 김지윤 씨를 고소했던 것이다.


김지윤 씨 말처럼, 법으로 반대파를 침묵시키고 해군기지 강행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던 정부와 해군 당국의 시도 중 하나가 열 달 만에 좌절된 것은 통쾌한 일이다.


박근혜 당선 후 헌법재판소장에 꼴통 보수 인사를 임명하는 현실에서도 검찰 같은 보수적 국가기구를 물러서게 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준 것도 뜻깊다제주 해군기지 반대 운동에 호의적일리 없는 검찰조차 이런 무혐의·불기소 결론을 내린 것은 애시당초 강용석 따위를 앞세운 해군 당국의 고소가 얼마나 무리수였는지 보여 준다


이미해적기지라는 표현은 기지 공사를 강행하는 해군과 경찰, 건설 대기업들의 횡포를 직접 겪은 강정 주민들과 활동가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 통용되던 표현이었다.


그러므로주관적 평가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검찰의 말은 기지 반대 운동에게 허위 사실 같은 재갈을 물릴 수 없다는 것으로 제주 해군기지 반대 운동 자체의 정당성도 더욱 확보된 셈이다. 더 나아가 99퍼센트 저항 운동의표현의 자유에도 진전을 이룬 것이다. 최근 한동안 명예훼손죄·모욕죄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수단으로 사용돼 왔다.


사실 당시 해군 당국이 과잉 대응을 하며 고소를 한 것은 당시 집권당이 총선을 앞두고 우파 결집을 추진하는 맥락에서 일어난 것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하고 연달아 권력형 비리가 터지면서 2011년말부터 집권당은  큰 위기에 빠졌다. 여러 위장 쇼에도 지지 회복이 쉽지 않자 집권당은 안보 공세와 색깔론을 되살리며 우파 결집으로 나갔다


3월초 제주 구럼비 폭파 강행, 한미FTA 발효 등을 강행하며 보수는 결집시키면서 반대편에선 야권과 진보진영을 분열시키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총선에서 이기고, 나아가 대선에서 정권을 연장하면 제주 해군기지도 일사천지로 건설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봤을 것이다.


따라서 결집한 우파의 공세였던해적기지발언 고소에 용기있고 단호하게 김지윤 씨가 대처한 것이 매우 중요했다.


김지윤 씨는 우파들이 언론에서 마녀사냥 공세를 시작하자 도리어 “주민 15백여 명 마을에서 고작 87명이 찬성한 게 주민 동의를 얻은 것이라 우기는 정부, … 폭력 경찰, … 보수언론들, … 삼성물산과 대림산업. 이들이 하는 게해적질이 아니라면 달리 무어라 표현할 수 있을까. … 기어이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밀어붙여 동아시아 불안정을 높이고 평화의 섬을 파괴한다면해적질의 책임을 반드시 묻게 될 것이라고 단단한 투지를 내보였다.


유감스럽게도 통합진보당 유시민이나 <한겨레> 등이정치인으로서 적절한 얘기는 아니라거나 김지윤 씨가비난을 자초했다는 식으로 대처해 우리 편 김을 빼고 우파 공세에 오히려 힘을 실어주는엑스맨노릇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더 많은 진보진영의 지도자들은 망설임 없이 연대와 지지에 나섰다. 무엇보다 이것이 가장 큰 힘이었다.


강동균 강정마을회장, 고권일 강정주민대책위원장, 문정현 신부, 김영훈 민주노총위원장, 이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정현백 참여연대 공동대표 등이 지지 서명에 참여했고, SNS에서는나도 고소하라릴레이 등이 이어졌다.


특히, 노암 촘스키 등 국제 진보 인사들도강제로 강정 주민들을 쫓아내고 해군기지를 건설해세계 평화의 섬에 전함을 배치하는 것은 분명한 해적 행위라며 고소 중단을 촉구하고 나선 것도 큰 힘이 됐다.


그러므로 이번 불기소 결정은 제주 해군기지 반대 운동의 승리이자 진보진영 전체의 성과다. 특히 물러섬 없는 단호한 투쟁도 얼마든지 광범한 연대를 구축해 이길 수 있다는 걸 보여 줬다.


사실 올해 정부 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해를 넘겨 처리된 것이 제주 해군기지 건설 예산 때문이었다는 것은 저들도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물론 이번 승리는 제주 해군기지 싸움 전체의 일부다. 김지윤 씨도해군기지 건설 밀어붙이기를 위한 겁주기 효과는 여전하다고 보고 앞으로도 싸워야 한다고 다짐했다.


앞으로도 진보진영은 더욱 단단하게 뭉쳐서 제주 해군기지에 일관되게 반대해야 한다. 친제국주의 정책과 반민주 탄압 등 우파 결집에 맞서는 우리 편의 ‘단결과 연대, 단호함’은 더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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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 좌우 양극화 

단순하지 않은 강성 우파 정부의 미래

사분오열된 노동자 진보정치 새로 구축해야



5년 전 이명박은 온갖 부패 의혹에도 ‘경제 살리기’를 내세워 당선할 수 있었다노무현 정부의 개혁 배신과 우파에 대한 굴복이 낳은 환멸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


그래서 이명박이 당선하고나서 우파는 ‘역대 최대 표차 당선이고 이제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겠다’고 얼마나 오만을 떨었던가그러다가 취임 석 달 만에 촛불 저항에 부딪혀 이명박 정부는 첫해부터 “얼리 덕”(조기 레임덕정부가 되고 말았다


한미FTA 국회 비준에 무려 4년이나 걸렸고의료 민영화와 주요 공기업 사기업화는 거의 뜻을 이루지 못했다이명박 당선이 사회적 세력관계의 우경화는 아니었던 것이다


결국 ‘성장보다 분배’, ‘무상급식’, ‘복지국가’ 같은 진보의제가 떠올랐고이 여파 속에서 박근혜는 눈치를 보면서 ‘복지와 경제 민주화’ 등 우파 포퓰리즘으로 본색을 감추고 보수적 하층민들을 달래야 했다박근혜의 대선 현수막에 “아이돌봄서비스 확대임플란트도 건강보험으로등록금 부담 절반으로고교 무상의무교육 시대!”처럼 어울리지 않는 복지 공약이 새겨진 이유다.


그러나 박근혜는 온갖 포퓰리즘 쇼와 그 장막 뒤에서 우파 결집을 추구해 올해 총선에서 간신히 승리를 거뒀다. 이 승리에 기초해 사회 분위기를 오른쪽으로 되돌리려고 애를 써 왔다. 그래서 강력한 반우파 정서가 ‘차악’ 문재인에게 쏠리면서 약 15백만 명이 ‘박근혜 반대 투표’를 했는데도 초유의 우파 결집을 유지할 수 있었고 끝내 대선에서 이긴 것이다


그 기초는 경제 위기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긴축(내핍) 정책을 준비하는 지배계급 압도다수가 반동적 우익 박근혜 쪽으로 결집한 것이다. 역대 최대 보수대연합 정부의 등장은 심화하는 세계경제 위기 압박 속에서 지배계급이 더 잔인해지고 참을성 없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런데 반대쪽에서 좌우 양극화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할 노동운동은 2009년 쌍용차 패배 후 충분히 회복하질 못했고, 무엇보다 노동운동 기반 진보정치가 사분오열돼서 회복에 악영향을 주고, 선거에선 대안이라 할 만한 것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래서 썩 내키지 않아도 ‘차악’ 문재인에게 투표하겠다는 정서가 조직 노동자들 전반에서 발견됐던 것이다


역대 최대로 반우파표가 결집했는데도, 지배계급 총단결에 바탕해 이룬 우파 결집을 못 이긴 것은 단순한 선거정치로로 지배계급 주류 우파 정권을 넘어서기가 애초에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줬다.(지배계급의 분열, 위기, 강력한 대중투쟁 등 요소와 결합된 1997년과 2002년은 어쩌면 아직까지 예외사례로 봐야할 듯하다. 2004년 총선이 예외 사례이듯 말이다.)


한편, 문재인도 안철수도 성장과 안보라는 우파 의제에 굴복해 제대로 된 차별성도 보여 주질 못했고 과거 민주당 10년의 불신을 씼을 만한 반성도 보여 주지 못했다. 경제 위기와 빈곤 심화, 가계부채라는 조건에서 둘 다 성장과 안보를 말한다면, 노무현식 그것보다는 박정희식 그것이 경험상 훨 낫게 보이지 않을까. 이것이 우파 결집이 사회적으로 더 강하게 힘을 발휘한 이데올로기적 요소가 아닐까 한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이명박이건희정몽구전두환방일영 같은 야비한 반동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투표를 통한 이명박 정부 심판도 이루지 못했다반우파 투표를 한 노동자와 청년들이 일시적으로 굴욕감과 낭패감을 느낄 법도 하다한동안 우리는 불길하고 불쾌한 경험들을 마주해야 할 듯하다. 



삶의 위기를 겪는 빈곤층에게 박정희 성장 신화가 더 그럴싸해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산이 어떻게 답이 되겠는가. 이렇게 보면 민주당도 미봉책에 불과한 것이고, 뚜렷한 반우파 정서가 아니라면 뚜렷한 투표 요인을 못 줬을 것이다. 투표로 자본주의를 통제할 수는 없다. 항의의 수단이 될 수는 있지만 말이다.



정권 연장에 성공한 우파의 제도 정치에서 주도권을 더 강화하려고 할 것이다이는 정치·경제적 반동으로 한걸음 더 가는 것을 뜻할 것이다우파는 대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사회적 세력관계를 오른쪽으로 돌리려고 시도할 것이다. 


올해 총선 승리 뒤 종북 마녀사냥을 떠올려 보라긴축(내핍정책을 펴야 하는 상황에서 저항의 섟을 미리 죽여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 위기 고통전가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후퇴, 제주 해군기지 강행, NLL 국경선 확정 등을 포함한 냉전주의 대결 정책과 대북 압박 강화 등 친제국주의 정책도 강화할 것이다5·16은 혁명이 되고, 5·18은 폭동이 되는 전도된 언론 보도와 교육이 늘어날 것이다. 


선거가 끝나자 조중동과 재벌도 벌써 박근혜에 긴축과 복지 공약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당선인은 선거 기간 국민에게 '해주겠다'는 말만 했다. 이제부턴 '참아달라'는 말을 함께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미 검찰이 ‘흑색 선거사법 엄단’ 방침을 선언했다. 박근혜가 대선 말미에 “흑색선전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던 걸 떠올리면, 검찰의 이 방침이 무얼 뜻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이 비밀 기구를 만들어 진보진영을 감시·사찰하고창조컨설팅과 컨택터스 등과 보안기관이 공조해 민주노조를 공격하던 방식을 유지할 것이고, 급진좌파에 대한 국가보안법 마녀사냥이 강화할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의 기반이 우파로 치우쳐 있기 때문에 경제 위기 고통전가 과정을 ‘사회적 타협(고통분담론)’ 방식으로 추진할 수 없다. 정치적 완충장치 구실을 할 기반이 박근혜에게는 거의 없다는 뜻이다. 이것이 IMF 직후 집권한 김대중 정부와 다른 점이다.


이명박조차 집권초 한국노총 지도부의 지지를 받았고, 이런 인맥을 이용해 국민노총을 만들면서 노동계 일부를 끌어들이고 민주노조운동을 견제하려 했다. 결과적으로 실패했으나 박근혜는 이런 기반조차 없다.


이런 경직된 정치체제는 당장 계급 대립이 전면화하지 않는다 해도 갈등의 판돈을 키울 것이다. 물론 이 부족한 완충장치를 만회하려고 노태우의 3당합당과 맞먹는 정계 개편 같은 정치적 도박을 시도할 수도 있다.(물론 여기엔 변수가 많다.) 


배반


그러나 경제 위기 때문에 [일부 중간계급을 포함한] 자기 하층민 지지층까지 공격해야 한다는 점이 박근혜 정권에게는 커다란 위기와 모순의 요소다. 초기에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래서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 “국민행복통합” 따위의 포퓰리즘 언사를 강조한 것이다


우리가 냉정하게 진실을 보자고 할 때는, 저들의 강점 뿐아니라 약점도 봐야 한다. 박근혜 정권은 초기부터 만만치 않게 적대적인 환경과 대적해야 할 처지다. 게다가 사회적 압력 속에서 상당한 포퓰리즘 언사를 하면서 가난한 지지층의 기대도 키워왔다. 


우선, 조직 노동자들을 포함한 강력한 반우파 청년층의 존재다. 선거 결과를 살펴 봐도 반우파 결집이 만만치 않았다. (비록 지배계급이 똘똘 뭉쳐 이룬 우파 결집의 강도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말이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과 이회창이 얻은 표를 더하면, 우파 지지 표는 총유권자 대비 39.9퍼센트였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 우파 총결집으로 박근혜가 얻은 표는 총유권자의 약 38.9퍼센트다. 비율은 도리어 줄었고 7백만 명이 더 투표를 했는데, 득표수로는 고작 70만여 표가 늘었을 뿐이다. 반우파 반감 속에서 이쪽도 역대 최대로 결집한 것이다.


소소한 희망거리를 찾아보자면, 서울교육감과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민주노총 위원장과 민주노동당 지도자 출신인 이수호와 권영길이 30퍼센트 넘게 표를 얻었다. 둘다 해당 선거에서 진보가 얻은 역대 최대 득표다. 삼척에선 무소속 반핵 후보가 새누리당을 이기고 시의원에 당선했고, 통합진보당이 참여한 7개 선거구에서 당 지지율보다 훨씬 높은 18.5퍼센트를 득표하며 두 명의 기초의원을 당선시켰다.


아직은 산발적 투쟁 속에서 투지 회복이 더딘 노동자 투쟁이지만 이들이야말로 여전히 가장 잘 조직되고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세력이므로 이들을 주목해야 하고, 이들을 고무하는데 상당한 애를 써야 한다. 


예를 들어 금속노조는 하루 산별 총파업을 1월 중에 벌일 계획이고, 이 총파업 준비의 일환으로 현대차 정규직 조합원들이 바로 박근혜가 당선한 날에 잔업거부를 결행했다. 다음날은 비정규직지회가 하루 파업을 한다. (이런 투쟁들이  더 일반화해야 한다.)


이들의 불만은 이미 이명박 정부의 경제 위기 고통전가, 1퍼센트 특권 정부에 대한 분노다. 그래서 <조선일보>는 “경쟁자에게 표를 던진 1500만 국민이 겪는 이런 경제적 어려움, 심리적 박탈감, 기회의 불평등, 지역적 소외감을 직시하고 그들과 소통하고 껴안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걱정했다.  


그런데 박근혜는 앞서 지적했듯, 자기를 찍어준 하층민들을 배반해야 처지다. 반대파가 완고한데, 정치적 완충지대를 못 갖춘 조건에서 배반당한 지지층마저 이반하는 것은 집권당의 안팎 모두에서 상당한 긴장을 낳을 것이다. 


<조선일보>가 반대파와 서민을 달래야 한다면서도 “이제부턴 '참아달라'는 말을 함께 해야 한다”고 해 사실상 모순된 과제를 제시하는 것은 지배계급이 처한 모순을 보여 주는 한 방증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조선일보>도 “지지자들에게 인내와 자제를 호소하고 반대자들을 껴안지 못하면 다른 정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정권의 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며 불안한 미래를 걱정한다. 그런데 자신을 지지한 집단까지 공격하면서 어떻게 “반대파들이 박근혜 당선인을 우리 대통령이라고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바로 이런 조건 때문에 집권당 부패와 분열 문제도 여전히 잠복된 위기 요소다. 정권을 잃을까 봐 가까스로 뭉쳤던 보수대연합은 경제 위기 국면에서 민심 이반과 저항 운동의 압력이 가중되기 시작하면, 통치 방식을 놓고 분열이 일어날 수 있다. 


박근혜는 불만에 찬 대중을 달랠 희생양으로 최악의 경우 이명박 정부의 부패 혐의를 뒤질 수도 있는데, 이 경우 집권당의 분열은 더 커질 것이다. 무엇보다 지배계급의 분열은 억눌리던 사람들이 저항에 나설 자신감을 주기도하고, 이 과정은 흔히 지배계급의 부패 의혹에 관한 상호경쟁적 폭로와 연결된다.


박근혜에게 정수장학회 등 장물 재단들과 그 관리를 둘러싼 의혹과 재산다툼은 계속 약점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여기에 남동생 박지만과 그의 처 서향희가 이미 저축은행 등의 부패 의혹 중심부에 서 있고, 그 친인척들도 죄다 부패 의혹을 받고 있다.


결국 박근혜 집권 후 당장은 보수 반동이 강화되겠지만, 이명박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서 그런 일을 해야 한다. 정치·사회적 완충장치 마련에 실패할 가능성이 더 높다. 결국 결정적 변수는 조직 노동운동과 반우파 청년들이 투쟁 태세를 갖추고 도전할 것이냐 문제다. 


그리 된다면, 박근혜 집권은 더욱 격렬한 계급간 대립과 충돌로 가는 드라마의 서막일 수 있다그러므로 박근혜 집권 때문에 생기는 상심과 불길함에 우리는 서로 힐링을 해야겠지만, 정치적 비관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 그들의 시도와 객관적 결과는 다를 수 있는 것이다.


곧장 이 나라가 1987년 이전의 권위주의 체제로 회귀하지는 못할 것이다한국 민주화의 핵심 동력인 노동운동의 조직과 의식이 전반적으로 건재한 상황이다이런 힘이 유지되면 선거로 우파 정부가 들어서도 함부로 권위주의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러나 이 말이 경제 위기를 배경으로 하는 반동적 공세에 경계를 늦춰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반동적 지배자들은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조직 노동운동을 약화시키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할테니 말이다. 


장기집권한 독재자 이승만·박정희도 3번씩이나 직선제 선거로 독재정권을 유지한 바 있고, 심지어 히틀러도 선거로 집권해 파시스트 독재로 나아갔다. 지금은 지배계급이 반동화하는 경제 위기의 시대이므로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야금야금 먹어오는 공격에 무신경하면 노동운동이 결정적 순간에 무기력해질 수 있다.


그러므로 가장 나쁜 것이 비관주의에 빠져 우경화하고 전선에서 이탈하는 것이라면, 현실 직시를 회피하는 추상적 분석에 빠져 진보진영이 단결해서 제대로 된 전선을 구축하는 과제에 소홀한 종파적 태도도 못지 않게 어리석은 일이다. 


우리는 비관주의와 싸우면서도 경계심을 늦추지 말고, 박근혜 정부의 반동적 공세에 맞설 사기와 투지를 진작할 선전선동과 단결 투쟁의 태세 갖추기에 주력해야 한다.


이 과제는 조직된 좌파가 앞장서야 한다. 2008년 촛불항쟁 전까지 반대파를 결집하고 전선을 형성하기 시작한 것은 3월부터 메이데이까지 조직 좌파들이 주도한 집회와 도심 행진이었다2008년 촛불운동이 국가 탄압 속에서 사그라진 뒤, 분위기를 다시 바꾼 것은 조직 좌파들이 주도한 용산참사 항의 운동과 노동자 투쟁들이었다.


특히, 조직된 투쟁 경험이 일천한 반우파 미조직 청년세대의 충격이 당분간은 더 클 것이기 때문에 조직 좌파의 구실이 더 중요하다. 방어적 공동전선이 중요하게 될 수 있다. 종파주의를 경계하고 단결과 협력을 잘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조직 좌파들은 대안적 정치 구조물을 축조하는 일에도 나서야 한다. 정치 양극화 속에서 반우파층이 역대 최대로 결집했는데도 패한 것에는 민주당이 그런 왼쪽 축이 될 수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애초에 그런 투쟁과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우파 결집에 맞서는 왼쪽의 결집이 역부족이 된 것이다. 이제 제 구실을 할 수 있는 왼쪽 축을 건설해야 한다.


우리의 미래는 이제 투표장이 아니라 거리와 작업장, 대학캠퍼스에서 반동에 맞서는 운동과 진보적 정치 대안을 얼마나 잘 건설하느냐에 달려 있다. 어려워 보이는 현실일수록 현실을 회피하려는 종파주의적 습성을 경계해야 한다. 선전선동을 지속하면서도 대중과 소통하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이 모든 과제를 능동적으로 수행하며 구심점 구실을  할 투사들의 네트워크를 유지·구축·강화하기가 중요하다.




참고

12월 20일 <중앙일보> 사설 中
“박 당선인이 공약한 각종 민생 프로그램을 집행하려면
5년간 132조원이 새로 필요하다. 저성장으로 국가의 부()가 정체되면 무슨 돈으로 할 것인가. 북한 급변사태라도 터지면 막대한 돈이 필요한데 그것은 또 무엇으로 감당하나. 약속의 실천은 중요하다. 그러나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국민을 설득하는 것도 중요한 통치다. 대통령은 진정성으로 국민의 마음을 잡고 현실을 돌파해 내야 한다.”


12월 20일 <조선일보> 사설 中

박근혜 시대가 열리면 과거 권위주의 시절로 회귀할 것처럼 공격하고 박 당선인을 지지한 적지않은 국민도 이런 우려를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했다. 박 당선인이 이런 우려를 잠재우려면 자신을 과거시대의 상속자가 아니라 미래시대의 대표라는 인식 아래서 그에 걸맞은 민주적 리더십과 미래지향적 리더십을 분명히 해야 한다. …  성공 여부는 지지자들만이 아니라 당선인을 찍지 않은 절반의 반대파들 손에도 달려 있다. 반대파들이 박근혜 당선인을 우리 대통령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성공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가슴에 깊이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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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경제 성장 지속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규제보다는 경제 활력을 고취해야 한다, 개별 기업 노사 문제 관여는 최소화해야 한다, 증세는 신중해야 한다.”


118일 박근혜를 만난 전경련, 경총 등 경제5단체 회장들이 던진 말들이다. 박근혜에게 5년 전 기조인 ‘줄푸세’(신자유주의적 우파 정책 기조)로 돌아가라는 요구다.


박근혜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경제 민주화’ 구호가 “특정 대기업 때리기, 기업들 편가르기 [등으로] 잘못 알려진 부분도 많다”며 해명했다.[각주:1] 이런 식으로 박근혜는 우파 기득권 세력과 만남을 이어가며, 더 분명한 어조로 “성장”과 “안보”를 강조하고 있다


우파 신문 <세계일보> 주최 안보 심포지움에서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확실한 [대북] 억지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고, 보수 기독교 아성인 여의도순복음교회에 가서 “우리 경제 성장과 함께 민주주의를 이만큼 발전시킨 것도 교회의 힘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아부했다.


레임덕인 이명박의 내곡동 특검 방해도 새누리당의 엄호 없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고, 온갖 낡은 보수세력들이 박근혜 지지로 결집하고 있다. 선거법 등을 이용한 진보진영 재갈 물리기도 벌어지고 있고, NLL 문제로 국정원장을 고발하는 등 꼼수도 자행되고 있다.


여러 내부 갈등이 있었지만 이제 박 캠프에서는 이한구(대우), 김광두(현대차 사외이사), 현명관(삼성), 김성주(대성) 같은 재벌그룹 출신 인사들이 중용되고 있다. 정몽준도 선대위원장으로 기용됐다.


허울 뿐인 ‘국민대통합’ 가면을 벗고서 ‘1퍼센트 보수 대통합’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런 우향우의 배경에는, 반우파 정서의 벽 앞에서 좌절한 박근혜의 선거 책략 뿐아니라, 주류 지배자들의 커져가는 위기감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 경제는 수출의존도가 매우 높아 세계경제 위기 확산 국면에서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대유럽 수출은 16퍼센트나 줄었다.


따라서 지배자들은 저항의 섟을 죽이며 [고통 전가의 다른 이름인] ‘고통 분담’을 요구해야 하는 마당에, 우파인 박근혜마저 사람들에게 기대감을 심어주는 식으로 말하는 게 위험해 보였을 것이다


주류 지배자들은 지난해말과 올해초 새누리당의 총선 패배와 재집권 실패가 유력해 보였을 때는, 플랜B로서 민주당 집권을 염두에 두고, 조중동 등 보수언론과 보이지 않는 압력들을 동원해 [오른쪽에서] 민주당을 혹독하게 공격하며 길들이려 한 바 있다. (진보정당과 야권연대를 하지 말라는 압력도 이때 본격화됐다.)


무엇보다, 박근혜의 중도층 확보 노력은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여러 조사를 봐도, 박근혜 대세론 붕괴 후 필사적 우파 결집(보수대연합) 노력으로 보합세를 유지하곤 있으나 부동층 흡수는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여전히 박근혜가 다자 대결 1위인] <한겨레> 조사에서도 60퍼센트가 ‘새누리당의 재집권’보다 ‘정권 교체’가 낫다고 답했다





그러므로 집토끼 묶는 것에 치중하는 박근혜의 우향우는 앞으로 보수대연합과 투표율 떨어뜨리기로 나아갈 것이다. 집권 우파가 믿을 것은, 반우파 정서가 표로 결집하지 못하도록 민주당의 실정과 약점을 이용하고, (이런 일이 가능할 정도로 민주당에 대한 불신은 만만치 않다) 진보진영을 탄압하며 폭로와 색깔론의 복마전을 만들 것이다. 당연히 투표시간 연장은 결코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요새 새누리당의 공식 논평은 하루 열 건 가까이 야당 후보 비리 의혹 제기인데, 대변인을 일곱이나 둔 것이 바로 이런 일을 하려고 한 듯하다! 14일 하루에만 네 가지 의혹을 8개의 논평으로 발표했다. 새누리당은 관계자는 화살 1백 발을 쏴서 그중 한 개가 맞으면 맞는 것”이라고 하는 실정이다.


요약하면,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최근 1~2주 사이에 부패 우파 본색에 충실해지고 있는 것은 반우파 정서를 뚫기 힘든 상황에서 집토끼라도 지키자는 선거 책략에 더해 지배계급의 위기감이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야당들의 무기력 때문에 박근혜가 다시 여력을 회복하면, 국민대통합 시늉을 다시 낼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 본질이 바뀌는 건 아니라는 것, 박근혜가 중도 흉내가 결코 확장성의 한계를 깨지 못한다는 점이 바뀌는 건 아니다[각주:2]


2007년만 해도 그는 ’줄푸세’를 내세우며 우파 결집에 여념 없었다“제가 꿈꾸는 사회도 바로 뉴라이트가 꿈꾸는 사회와 같다공권력이 바로 서야 한다.” 불법파업과 집단 이기주의기업은 규제 ... 이것이 우리 경제의 큰 병”이라고 핏대를 세웠다.


이미 박근혜는 당권을 장악한 직후인 2004년 가을에 이른바 4대 개혁 입법(국가보안법·사립학교법·과거사규명법·언론관계법 개정) 반대 투쟁에 ‘올인’했다. 그녀는 이 투쟁을 “국가정체성 수호” 투쟁이라고 불렀다.[각주:3]


이 투쟁을 놓고 당내 논란이 일었는데, 박근혜는 자서전에서 당시 의원총회를 이렇게 회상했다. “가장 민주적 방법으로 투표를 통해서 대표인 나에게 모든 것을 일임해 주었다.” 이것이 지금껏 10년째 ‘정당 개혁’과 ‘정치 쇄신’을 내세우는 박근혜의 ‘민주주의관’이다.


그녀의 국가관은 1퍼센트 기득권 세력을 철저하게 옹호한다는 점에서도 우파적이었다. 박근혜는 노무현의 온건한 사립학교법 개정을 놓고 “나라의 정체성을 뒤흔들어 놓는 법은 절대 통과되어서는 안 되며 법의 뿌리가 허물어지면 대한민국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고 강변했다.


박근혜는 1980년 전두환의 도움을 받아 사실상 소유주로 영남대 재단에 진입했다가 1989년 학원 민주화 투쟁 때 쫓겨난 바 있다. 이명박 정부 아래서 개악된 사학법으로 가장 먼저 구 재단이 복귀한 곳이 바로 영남대다


박근혜는 노무현 정부가 물러서면서 이미 2006년부터 복귀를 준비해 왔는데, 결국 새 이사진의 과반수를 임명했다. 재단 복귀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창조컨설팅과 합작해 영남대의료원노조를 무지막지하게 탄압해 노조는 지금껏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러던 박근혜가 “내 아버지의 꿈이 복지국가”라는 궤변을 내뱉으며 꼴사납게도 ‘복지’와 ‘경제 민주화’ 시늉(복지 코스프레?)이라도 낸 것은 순전히 사회적 세력관계가 우파에게 유리하지 않고, 복지와 분배 같은 진보 의제가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여당 내 야당이라고 했지만 정작 18대 국회에서 이명박의 친기업·반민주·반노동 정책과 대립한 적이 없다. 한미FTA, 제주해군기지, 4대강, 부자 감세에 적극 찬성했고, 쇠고기 협상 결과, 용산 사태에는 침묵했다. 최근에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국정조사 요구를 거부했다.[각주:4]


박근혜의 최근 영입 인사 중 “차떼기 대선자금” 수사로 유명해진 안대희가 있는데, 안대희는 당시 유독 박근혜의 2억 원 수수 의혹만 수사하지 않았다. 안대희와 함께 들어온 남기춘은 7인회 일원인 김기춘(정수장학회 장학생 출신)과 함께 1991년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 조작의 원흉이기도 하다. 


박근혜의 본색, 집권 목표라는 건 이처럼 반동적 쿠데타와 1퍼센트 기득권을 옹호하는 정권을 세우려는 추악한 권력욕일 뿐이다


유감스럽게도, 문재인과 안철수가 ‘안보’와 ‘성장’이라는 우파 프레임을 수용해 박근혜 대세론을 무너뜨린 반우파 청년세대를 결집시키지 못 하고 있다. 선명하게 변별력 있는 대안이 유력하게 부상하지 않으니, 우파에 위기가 왔는데도 지지세가 붕괴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결과가 어떨지 미리 예측하기 힘든 선거다. 그렇다고, 개혁주의적 진보정치에 공백과 균열이 생긴 마당에 선거판 안에서 쉽사리 대안을 찾기도 힘든 현실이다. 


김소연, 김순자 두 후보도 훌륭하고, 통진당 이정희, 진정당 심상정 후보도 비진보 후보들과 대면 훨 낫지만, 후보의 성격과 자질과 득표수는 별개 문제다. 이들 모두 진보진영과 노동운동의 일부들을 각각 대표하고 있어 한 표를 던져야 하는 선거에서는 이들에게 투표하는 것이 진보진영 전체의 과제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그러나 세 후보 진영 모두 선거가 아닌 투쟁의 영역에서는 예상되는 득표수보다도 더 큰 힘과 역량, 재능을 발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영역에서는 단결된 대응이 가능하고, 또 중요하다. 


왜냐하면, 상황이 지날수록 경제 위기 때문에 어느 정권이 들어서도 [방식과 속도, 태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노동계급에게 고통전가 공세가 예상된다는 점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가들의 참을성이 점차 없어진다는 신호들이 보이고 있다. 


이런 요소들에 상황을 비춰 보면, 우파 재집권을 저지하자는 반박근혜 정서에 공감하면서도 투표 그 자체보다는 미래의 공세에 대비해 정치적·조직적 태세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대중투쟁으로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 일 없이 투표로만 주류 우파를 물리치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다. 사실 불가능하다. 그 점에서 최근 벌어진 노동자투쟁들은 좋은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정권교체가 나은 일이긴 하나, 진보적 정권교체라 부를 것은 못 된다.


그래서 투표로만 놓고 보면, [박근혜 저지를 위한 단일화 후보든, 진보 노동 후보든] 좀 더 지켜보고 판단하는 것이 낫겠다. 누구에게 투표하더라도 향후 운동의 과제에 비춰 부차적 비중일 수밖에 없을 듯하므로. 


  1. 전경련 전무 이승철은 “오늘 [박근혜와 안철수] 두 후보 모두 경제민주화 못지않게 경제성장도 필요하다는 뜻을 보여 와 그동안의 경제민주화 논의와 관련된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화답했다. [본문으로]
  2. 올 4월 총선에서 박근헤의 중도화가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한 이들은 민주당 등 야당에게도 빼앗긴 중원, 중도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근혜와 민주당 사이의 중도로 가자는 것은 야당들이 우경화해야 한다는 것이므로, 박근혜를 돕는 멍청한 짓이 되었다. 물론, 재벌과 주류엘리트에게 잘 보이려는 민주당의 본성을 감안하면 그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본문으로]
  3. 당시 법사위원장이던 한나라당 최연희가 ‘[여론 때문에] 버티기 힘들다’고 하소연하자, “도대체 국가관이 있는 겁니까?” 하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전두환 정권에서 위세를 떨치던 공안검사 출신에게 ‘국가관’을 따져 물을 정도니 박근혜의 국가관이 얼마나 우파적인지 알 만하다. [본문으로]
  4. 유일하게 이명박과 대립한 게 행정수도 문제였는데, 사실 박정희가 1970년대 말에 지금의 세종시에 포함된 충남 연기군 장기지구를 유력한 제1후보지로 놓고 행정수도 이전을 기획하고 추진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박근혜의 집착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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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왜 투표시간 연장에 결사반대하는가(11.1)



박근혜 대세론은 잘 먹히지 않는데 경제 위기는 갈수록 심화하는 상황 속에서, 지배계급 전반은 위기감이 커져가는 듯하다.


대세론에 금이 간 뒤 좌충우돌하던 박근혜가 이제 우파 결집으로 방향을 좀 더 분명히 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NLL” 문제로 하루에도 서너 개씩 논평을 내며 야권을 “종북”으로 몰아붙였다. 


민주통합당 김광진이 백선엽을 ‘민족 반역자’라고 한 것도 문제 삼았다. 만주에서 항일투쟁부대를 때려 잡는 일본 군인이었던 자를 옹호하며 자신의 뿌리를 드러낸 것이다. 급기야 낡아 빠진 우익인 선진통일당과 합당하면서 ‘1백 퍼센트 국민대통합’은 ‘1백 퍼센트 보수대통합’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여기에 발맞추려는 건지 ‘레임덕’ 이명박도 5년을 끌어 온 영리병원 도입 조처를 강행 처리했다. 내곡동 특검으로 드러난 사실만이 아니라 지난 5년간 저지른 온갖 범죄적 행태와 악행 때문에 당장 구속수사 받아도 모자란 자가 죄목 하나를 추가한 것이다.




박근혜는 유신 관련 과거사에 형식적인 사과를 하고서는, 바로 부산에 가서는 말춤을 추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그는 아무것도 사과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본질 규정에 계속 과거사 문제가 달라붙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실 그동안 박근혜는 우파 결집을 출발점으로 삼으면서도,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대하려고 무진 애를 써 왔다. 그런데 투표가 두 달 남은 시점에서 “[지지율] 확장성의 한계”를 절감하는 듯하다. 


<내일신문>의 10월 초 설문조사는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되는 후보’ 1위로 박근혜를 지목했다. 지역에서는 수도권, 세대에서는 30~40대, 심지어 중도층에서도 박근혜 거부 응답은 상대 후보들보다 두세 배나 높았다.


그래서 박근혜는 집토끼라도 단단히 단속하는 게 남는 장사라는 계산을 한 듯하다. 박근혜 반대층의 투표율이 낮거나 분열하면 견고한 우파 지지층 결집으로도 승산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총선에서도 이런 책략이 민주당의 무능 속에서 효과를 거둔 바 있다. 


박근혜가 ‘투표 시간 연장’에 그토록 결사 반대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체육관 선거로 정권을 유지한 박정희의 후계자로선 국민투표 자체가 “낭비”로 여겨지기도 할 터다. 


진흙탕


NLL에 이어서 우파는 ‘성장’ 프레임도 꺼내들고 있다. ‘무상복지’를 ‘경제민주화’라는 모호한 구호로 물타기 해 놓은 것도 성에 차지 않던 우파들이 이제 ‘안보’와 ‘성장’ 프레임으로 이데올로기 지형을 더 오른쪽으로 이동시키려는 것이다. 


그래서 인적으로도 김종인이 토사종팽 당하고 재벌 브레인 출신인 이한구와 김광두가 확고한 주도권을 쥔 모양새다. 


박근혜는 31일 한 강연회에서 “무상복지는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옳지 않으며 경제민주화와 성장,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며 달라진 강조점을 선보였다.


그러나 성장을 강조하면서 새누리당이 막상 내놓은 경기부양 방안에는 복지 예산이 절반이나 된다. 혼돈 그 자체인 것이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의 평소 ‘우파 스타일’과 어울리지 않게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내세우는 것도 어색하기 짝이 없다. 선진당과의 통합도 결국 반발과 이탈이 심해 겨우 철새 이인제 하나 건진 것에 지나지 않게 됐다.


이처럼 박근혜와 집권당은 우파 본색으로 돌진하면서도 혼란돼 있다. 이는 이들의 모순된 처지를 보여 준다.


박근혜는 집권당 위기를 벗어나려는 우파 결집에는 적격자였지만, 애초 문제의 뿌리인 우파 정부에 대한 반감을 해소하는 데는 적격이 아니다.


한편, 올해 3분기 성장률이 제로에 가까운 상황에서 10월 들어 포스코가 본격 자산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현대중공업이 인력 감축에 나서는 등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박근혜 대세론은 잘 먹히지 않는데 경제 위기는 갈수록 심화하는 상황 속에서, 지배계급 전반은 위기감이 커져가는 듯하다. 여론의 역풍을 맞으면서도 집권 우파가 ‘안보’(종북)와 ‘성장’(복지 거부) 프레임을 꺼내들고 문재인과 안철수를 단도리하려는 까닭이다.


문재인과 안철수 역시 문제다. 이 둘이 우파 프레임에 타협하고 굴복하면서 박근혜가 모순과 위기 속에서도 살아날 기회를 계속 주고 있다. 


사실 박근혜가 말한 ‘경제민주화와 성장의 투트랙’은 안철수가 먼저 내놓은 ‘두바퀴 경제’와 흡사하다. 문재인은 “NLL에 대한 어떤 도발도 용납하지 않는 확고한 안보능력” 운운하며 우파 공세에 장단을 맞췄다. 


노동자들이 스스로 투쟁에 나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 중요한 까닭이다. 진보진영은 이런 투쟁들을 엮어서 독립적으로 진정한 진보 의제를 부각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 <레프트21>92호(11.5)에 실린 기사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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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와 집권당은 대세론에 금이 쩍 간 뒤 한동안은 우파 본색에 충실해 왔다.

새누리당은 “NLL” 문제로 하루에도 서너 개씩 논평을 내며 야권을 “종북”으로 몰아붙였다.


민주통합당 김광진이 백선엽을 ‘민족 반역자’라고 한 것도 문제 삼았다. 박근혜는 “6·25 전쟁 영웅을 민족 반역자라고 하는 야당에게 나라를 맡길 수 있겠는가” 하고 핏대를 세웠다.


그러나 “NLL이 공인된 국경선”이라는 말이 거짓이듯, ‘백선엽이 애국 영웅’이라는 박근혜의 말은 거짓이다. 박정희처럼 백선엽도 만주에서 항일투쟁부대를 때려 잡는 일본 군인이었다. 친일파 독재 부역자 옹호로 박근혜의 우파 본성은 다시 한 번 드러났다.


9월에 ‘유신은 헌법 가치를 훼손했다’고 맘에도 없는 사과성 발언까지 했던 박근혜는 정수장학회 문제에서는 법원도 인정한 강탈 사실마저 부인하는 뻔뻔함을 보였다급기야 보수 야당인 선진통일당과 합당하면서 ‘1백 퍼센트 국민대통합’은 ‘1백 퍼센트 보수대통합’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여기에 발맞추려는 건지 ‘레임덕’ 이명박도 영리병원 도입 조처를 은근슬쩍 통과시키는 등 다음 정권 전에 우파 정책 대못을 또 하나 박아 놓았다. 내곡동특검 수사 개기기는 덤.


사실 그동안 박근혜는 우파 결집을 출발점으로 삼으면서도, 중도층으로 지지 외연을 확대하려고 무진 애를 써 왔다. 기만적인 양면 전략을 써온 것이다. 그런데 투표가 두 달 남은 시점에서 우파 결집에 치중한 것은 “[지지율] 확장성의 한계”가 그만큼 컸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우파가 강해져서 우파 결집으로 기운 게 아니라는 뜻이다. 오히려 청년세대 중심으로 반우파 정서가 그만큼 견고하다는 걸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내일신문>10월초에 한 조사에서는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되는 후보’ 항목에서 27.9퍼센트가 박근혜를 지목했다. 지역에서는 수도권, 세대에서는 30~40, 심지어 중도층에서도 박근혜 거부 응답은 상대 후보들보다 두세 배 높았다.


이 시점은 과거사 역풍 속에서 박근혜 대세론이 무너지기 시작한 시점이다. 박근혜는 집토끼라도 단단히 단속해 반격의 기회를 노려보자는 계산을 한 듯하다. 반박근혜 층의 투표율이 낮거나 분열하면 탄탄한 우파 지지층 결집으로도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올해 총선에서도 이런 책략이 민주당의 무능 덕을 보며서 효과를 거둔 바 있다. 일부 지역에선 여기에 더해 소선거구제의 도움도 받았다.


박근혜가 ‘투표 시간 연장’에 그토록 결사 반대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체육관 선거로 정권을 유지한 박정희의 후계자로선 국민투표 자체가 “낭비”로 여겨지기도 할 터다.



반우파 벽에 부딪힌 박근헤는 투표율 상승이 두렵다



대선에서도 ‘안보’와 ‘성장’이라는 우파 프레임을 재가동해 민주당과 안철수를 오른쪽에서 압박하며 선거 지형을 우경화하고 야권 분열 공작과 진흙탕 폭로전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그래서 NLL 쟁점은 안보 이슈와 확인도 힘든 폭로전을 결합해서 공세로 삼았고, 이어 ‘성장’ 프레임을 덧붙이는 모양새다.


박근혜도 31일 한 강연회에서 ‘무상복지는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옳지 않으며 경제 민주화와 성장투트랙으로 가야 한다’며 이전과 달라진 강조점을 선보였다. 이젠 말에서조차 ‘분배’보다 ‘성장’이라는 우파 프레임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인적으로도 정몽준, 김성주 같은 재벌2세를 전면에 내세우고, 이한구, 김광두, 현명관 같은 재벌그룹 CEO나 브레인 출신들의 입김이 세졌다. 


이런 방향에 위험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칫 이것이 부패하고 낡은 우파 일변도로 비춰지면 역풍이 불어 반우파층을 결집시킬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10월말 KBS가 한 여론조사에서 45퍼센트가 서해 NLL 논란을 ‘대선을 앞둔 색깔공세’로, 49.8퍼센트가 박근혜의 정수장학회 답변에 ’사과의 진정성이 부족했다’고 답했다. 반우파 정서가 거의 절반인 셈이다. 선진통일당과의 합당이 ‘구태정치’라는 답변도 54.7퍼센트나 됐다.


NLL 공세도 사실 민주당을 단도리하는 데는 효과를 거뒀지만 여론을 우파 프레임으로 장악하는 데는 실패했다그러다보니 요즘 새누리당이 전반적으로 약간 멘붕 증세를 보이기는 한다.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데, 외연 확대 쇼를 완전히 포기할 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파 지지층 결집에 무게중심을 두면서도 [집권을 위한 책략으로서] 양면 전략 자체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흔들리는 우파 지지층이 다시 안정될 경우에도 박은 다시 중도로 눈을 돌릴 것이다. 


예컨대, 실효성 없지만 포퓰리즘적인 경제 민주화 방안을 내놓는 식으로. 그것은 분배와 복지 의제를 직접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공정경쟁’이나 ‘원칙있는 자본주의’ 같은 포퓰리즘적 구호와 배합될 수는 있다.


박근혜는 난데 없이 ‘우파 스타일’에 걸맞지 않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란 구호를 채택하고, 청바지에 빨간 운동화를 신고 청년 행사에 나갔다. 성추행당 의원들이 “최초의 여성 대통령 만세” 어쩌고 하는 꼴이라니. (‘뇌 구조’ 발언은 또 어떤가.)


이한구 등 당내 성장론자들이 경기부양책을 내놨다가 김종인의 반발을 샀는데, 막상 내놓은 경기부양 방안에는 복지 예산이 절반이나 된다. 혼돈 그 자체인 것이다


이처럼 박근혜와 집권당은 우파 본색으로 돌진하다 돌연 멈추거나, 동시에 두 가지 목소리를 내며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봉합하는 식으로 혼란돼 있다. 그러다가 기대감이 다 빠진 상태에서 중도적 목소리를 내 효과를 못 거두고 다시 우향우하는 식도 반박됐다. 


이는 이들의 모순된 처지를 보여 준다박근혜는 이명박 정부의 우파적 고통전가 정책에 대한 분노가 치솟아 집권 우파가 분열 위기에 몰리면서 집권당 당권을 거머쥐었다. 우파 결집에는 적격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초 문제의 뿌리인 우파 정부에 대한 반감을 해소하는 데는 전혀 적격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우파 결집에 기초한] ‘박근혜 대세론’은 [중도 외연 확장의 한계를 주목한] ‘박근혜 필패론’과 동전의 앞뒷면이었던 것이다. 이는 외연 확대 실패가 우파 결집도 흔들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박근혜는 우향우하면서도 양면 전략 자체를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지배계급 전반에서는 위기감이 커지는 듯하다여론의 역풍을 맞으면서도 집권 우파가 ‘안보[종북]’와 ‘성장[복지 거부]’ 프레임을 꺼내들고 문재인과 안철수를 단도리하려는 까닭이다. [이는 다른 각도에서 집권당의 위기와 모순을 들여다 본 것으로, 박근혜가 득표 논리 때문에 동요하면서도 우파 본색을 강화한 배경으로 볼 수 있다.]


10월 들어 포스코가 본격 자산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현대중공업이 인력 감축에 나서는 등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보수 언론들도 올해 3분기 성장률이 제로에 가깝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반면, 현대차 비정규직 고공 농성이 이슈가 되고, 학교 비정규직과 사회보험노조 하루 파업 등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대선 국면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주들과 우파 내부에선 박근혜가 [비록 본심이 아닐지라도] 복지 프레임을 받아들이는 모양새 자체가 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일조한다고 불만을 가질 법하다. 경총이 사회보험노조 등의 파업에 신경질적 반응을 보인 것을 보라.


바로 이 때문에 문재인과 안철수도 박근혜의 우파 본색 행보에 속시원하게 대적하는 행보를 보이지 못하는 것이다.  이 둘이 [지배계급 전반의 정서를 고려해] 우파 프레임에 타협하고 굴복하면서 박근혜가 모순과 위기 속에서도 살아날 기회를 계속 주고 있다박근혜 대세론 붕괴가 박근혜 필패론으로 가지 않는 까닭이다.


사실 박근혜가 말한 ‘경제 민주화와 성장의 투트랙’은 안철수가 먼저 내놓은 ‘두바퀴 경제’와 흡사하다. 안철수가 먼저 성장 프레임을 갖고 들어온 것이다. 출마 선언 초기 특전사 경력을 내세우는 ‘애국마초’ 마케팅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문재인은 “NLL에 대한 어떤 도발도 용납하지 않는 확고한 안보능력” 운운하며 우파 공세에 장단을 맞췄다.


이처럼 진정한 진보 의제가 빠져 있는 대선 국면에서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그래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반우파 정서는 여전히 탄탄하다. 진보진영이 현재 노동자투쟁들을 엮어서 진정한 진보의 의제를 부각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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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세론이 ‘박근혜 필패론’으로 바뀔 조짐을 보이면서 집권당이 자중지란에 빠져드는 듯하다. 


인혁당 사건 관련 발언 이후 반우파층이 결집하며 지지율 1위를 추월당하고 일대일로는 문재인에게도 뒤지는 상황이 한 달 가까이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감 때문에 추석을 앞두고 5ㆍ16과 유신이 “헌법 가치 훼손”이라고까지 ‘양보’했지만, 별무효과다. 박근혜는 정작 인혁당 문제 사과를 건의한 당 대변인 홍일표를 잘라냈고, ‘사과’ 당일 부산에 내려가 말춤을 추면서 [맘 없는 사과로 생긴] ‘스트레스’를 풀었다. 



참여연대 페북에서 퍼옴.



그래서 10월 4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선 당 전면 쇄신과 친박 측근 총사퇴 등이 거세게 제기됐다. “[박근혜가] 머리 풀고 몸뻬라도 입고 나올 정도로 변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친박들의 반발 때문에 이런 쇄신도 어려울 뿐 아니라, 대선을 코앞에 두고 섣부른 ‘쇄신’ 시도가 오히려 붕괴를 낳을 거라는 위기감도 제기되고 있다.


위기 돌파를 위한 외연 확대 차원에서 끈 떨어진 동교동계 한광옥을 영입했으나, 앞서 영입한 안대희가 “무분별한 비리인사 영입은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같은 날 또 다른 영입인사 김종인은 “경제민주화를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당은 아무런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 이런 식으로는 일을 할 수 없다”며 결별을 암시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친박 측근들의 골프 회동과 선거 돈 살포 추문에 박근혜 사촌들의 부정축재 의혹까지 줄줄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총체적 위기 시점에서 박근혜가 직접 건의까지 한 무상보육 정책에 이명박 정부가 어깃장을 놓고, 내곡동 특검 임명을 거부했던 것도 의미심장하다. 


새누리당은 내곡동 특검에 대해 청와대 편을 들면서도 이명박이 특검을 거부하면 생길 파장에 곤혹스러워했다. 


이런 혼란과 동요는 이명박의 레임덕과 박근혜의 딜레마가 겹쳐진 결과다. 


박근혜의 우파적 본질로 말미암은 [지지율 확장성의 한계 때문에] 중도적 외연 확대가 필요하지만, 성공 가능성이 너무나 작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파 결집에 조금이라도 균열이 생기면 안 되므로 이명박을 내칠 수도 없다. 


이런 모순과 한계 때문에 박근혜는 그동안 우파 결집과 중도적 외연 확대 사이에서 동요해 왔고, 이명박과도 확실한 차별화를 못 하고 줄타기를 해 왔다. 


그런데 수도권과 청년세대 사이에서 반우파 정서가 커지고 결집하는 것을 놔두면 [우파 결집도 흔들리면서] 대세론은 무너지게 된다. 투표 시간 연장 제안을 결사 반대하듯이, 젊은 층이 투표소로 몰려오면 ‘멘붕’하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베드로가 예수를 배반한 것처럼 아버지를 부정”했지만, 그럼에도 베드로가 그랬던 것처럼 박근혜도 박정희의 사도이길 포기한 것은 아니다


결국 박근혜의 모순과 위기는 박근혜가 그 정체성 탓에 우파적 기반과 결코 단절할 수 없다는 데서 비롯하는 것이다. 그만큼 노동계급 청년세대 중심으로 기층의 반우파 정서가 강력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진보진영은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박근혜 필패론’을 더욱 가속화할 공격과 행동에 더 박차를 가하며 독자적 대안을 건설해야 한다. 


※ 이 기사는 약간 축약해 <레프트21> 90호에 실렸습니다.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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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의 금융노조 ‘총파업’ 준비

금융노동자들의 정의로운 요구를 지지하자


금융노조 노동자들이 7월 30일 예정된 파업 찬반투표를 압도적으로 가결시켰다. 투표율이 87퍼센트인데, 파업 찬성률은 91.3퍼센트나 된다. 실질임금 삭감과 장시간 노동으로 쌓인 분노와 투지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금융노조는 7월 26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총파업 진군대회를 열고 30일에는 1차 총파업을 할 계획이다. 12년 만의 금융 산별 총파업으로 금융노조는 노동조건의 개선과 구조조정을 막으려 한다. 

금융노조는 우리은행을 KB국민은행에게 팔려는 정부의 민영화 계획에 반대한다. 농협을 상업은행으로 만들어 투기 영업과 노동조건 악화를 시키는 것에도 반대한다. 또 금융노조는 은행이 대학생 20만 명을 대상으로 학자금 무이자 대출 지원에 나설 것과 야만적인 장시간 노동을 줄여 청년 일자리를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12.5.15. 금융노조 집회.(서울광장)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은 “경제가 어려운데 고소득 노조가 파업을 하는 나라는 우리 밖에 없다”며 비난의 선두에 섰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이렇게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지난해 하반기 금융노조와 한국노동연구원이 실시한 조사를 보면, 은행 노동자들의 연간 평균노동시간은 2천5백72시간에 이른다. 

※ 사실 한국 노동계급 전체가 장시간 노동으로 고통받고 있다. 한국의 노동시간은 2010년 기준으로 2천1백93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 4백44시간이나 많다. 그런데, 은행 노동자들은 이처럼 긴 한국 평균보다도 3백79시간이나 더 일하는 것이다. 

하루 8시간 노동으로 계산하면, 은행 노동자들은 1년에 한국 평균보다 47일을, OECD 평균보다 102일을 더 일하는 셈이다.(여기에 주5일제를 적용하면, 한국 평균보다도 두 달, OECD 평균보다도 약 다섯 달을 더 일한다. 12개월 임금을 받고 말이다.) 

1997년 이후 은행 인수합병 과정에서 5만 명 가까운 노동자들이 쫓겨난 뒤, 그 만큼의 일을 남은 노동자들이 감당해 온 결과다. 이처럼 은행 노동자들은 법정 노동시간보다 무려 3분의 1을 더 일하는데, 이는 법정 노동시간만 지켜도 지금 인력의 3분의 1 즉, 2~3만 명의 정규직 일자리를 새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의 요구대로 노동시간을 단축하면 오히려 정규직 일자리도 늘리고 기존 노동자들은 주말과 평일 저녁 식사를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행복’을 되찾을 수 있다.

2008년 경제 위기와 고임금을 빌미로 은행들에선 지난 4년간 사실상 임금이 동결돼 왔다. 전세 대란과 식류품 가격 폭등 등을 감안하면 실질임금이 크게 삭감돼 온 것이다. 게다가 신입 직원의 초임은 삭감된 채 원상 회복될 기미도 없다. 

결국 은행 산업의 성공은 무엇보다 은행 노동자를 덜 주고 더 일 시키며, 젖은 수건이 마른 걸레가 되도록 쥐어짠 데서 비롯한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와 은행 경영진들을 노동자 파업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진정으로 귀족스럽게 고소득을 올려온 것은 은행 경영진들과 대주주, 정부였다.
 
은행들은 2009년부터 예금 금리는 낮추고 대출 금리를 올려 왔다. 주로 부동산 거품을 키우는 가계대출을 늘려 왔다. 전세 대란에도 은행들의 책임이 있는 것이다.  

이처럼 노동자들의 피땀과 99퍼센트 대중의 한숨을 쥐어짠 대가로 은행들은 매년 10조 원가량 순익을 올려왔다. 이 수조 원의 돈이 아무 한 일도 없는 대주주의 배당과 경영진 연봉과 스톡옵션으로 들어 갔다.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은행도 2천억 원이 넘는 돈을 배당으로 가져갔다. 

※ 한국 은행의 배당성향(40.5%)은 다른 상장사들(16.2%)에 비해 두 배를 훨씬 넘으며, 주요 신흥국과 비교할 때도 가장 높다(한국은행, 2012. 4. <금융안정보고서>).

따라서 학자금 무이자 대출 같은 공익적인 일에 은행이 쓸 돈은 차고도 넘친다. 주주 배당보다 천만 배 정의로운 요구를 하는 것은 바로 금융 노동자들인 것이다. 

한편,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CD(양도성 예금증서) 금리 담합 의혹을 제기하며 은행 아홉 곳 등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대출금리를 CD 금리에 연동한 가계대출은 2백78조 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금리 1퍼센트만 따져도 3조 원 가까운 돈을 폭리로 취한 셈이다.  

대량 해고 

이번 금융 총파업이 현실화된다면 실질적인 동력은 국민•우리 지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민영화가 7월말 1차 입찰 마감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메가뱅크 설립이란 망상을 버리지 못한 이명박 정부는 KB국민은행이 우리은행을 인수하도록 하려 한다. 

국내에서 영업점이 가장 많은 두 은행을 합치면, 전국 영업점의 무려 70퍼센트가 500미터 이내로 중복 대상이다. 두 은행의 합병으로 1만여 명이 잘릴 수 있다는 것은 현실적 위협이다. 그러나 합병이 평범한 99퍼센트 대중에게 이득이 될지는 전혀 검증된 바 없다.

그런데도 금융위원장 김석동은 최근 “우선협상자로 선정된다면 정부 차원에서 … 전폭적으로 지원 … 절대 손해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민영화 의지를 드러냈다. CD 금리 담합 문제는 감독도 못한 자가 구조조정에는 혈안이 돼 있는 것이다. 

최근 박근혜는 우리금융 민영화 등 ‘민감한’ 사안은 차기 정부로 넘기는 게 좋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지만, 노동자를 희생양 삼아 재정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생각은 다르지 않다. 

※ KB금융지주 이사회가 우리은행 민영화 1차 입찰 마감일인 27일 오전에 열리기로 했다가 이틀 먼저 이사진 간담회를 연다는데, 내부 격론의 증거라 하겠다. 
정부(특히, 모피아)와 금융산업 대주주들 사이에 갈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낙하산인 어윤대가 대주주들을 설득하는데 애로가 있는 듯하다. 국민은행 내부적으론 검토를 이미 마치고 정치적 판단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논의 결과가 26일 집회나 30일 총파업에 영향을 미칠 텐데, 최근 KTX 민영화 관련해서 연기 발언을 번복하는 이명박 정부 행태를 볼 때, 이들의 결정에 연연하지 말고 계획된 투쟁 일정을 강행하는 것이 옳다. 물론 KB 이사회가 민영화를 접는다면 그것은 노동자들이 일차전에서 승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그런 사탕발림을 믿기보다 이명박의 레임덕 위기를 이용해 이번 기회에 아예 쐐기를 박는다는 생각으로 투쟁에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이명박은 온갖 권력형 부패가 드러나면서 피투성이가 되고 있다. 이것이 집권당 후보인 박근혜마저 군색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노조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의 새누리당파들이 민주당 지지마저 문제 삼으며 내분을 일으킨 것은 비판 받아 마땅하다. 그들은 노동자들의 자주적 투쟁에 하등 도움이 안 되는 세력들이다. 

금융노조는 이들을 단호하게 비판하며 투쟁 태세를 갖춰야 한다. 그러려면 민주당에 의존하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과 정책협약식을 가졌는데, 협력할 건 협력하되, 독립적 태세를 취하는 게 옳다.   

다행히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앞으로 사용자 측과의 협상에 진척이 있더라도 7월 30일 총파업은 반드시 성사 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부는 버스 대절 등 실무 준비가 한창이다. 이처럼 ‘투쟁 먼저, 그리고 투쟁의 힘으로 협상을 한다’는 기조를 세우고 유지해야 한다. 

7월 30일 파업은 월말이라 파업 효과를 더 크게 낼 수 있다. 관건은 26일 총진군대회의 성공에 달려 있다. 단결된 노동자들의 힘으로 ‘메가뱅크 MB’를 ‘멘붕 MB’로 만들어 버리자.  


※ 이 글은 이영일 동지와 함께 쓴 글이다. 그러나 최종 교열을 내가 봤기 때문에 내용 상 오류나 오타/맞춤법 오기 등은 모두 내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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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사태를 위기 탈출의 계기로 삼으려는 집권 우파가 필사적인 공안 탄압으로 도발하고 있다.


검찰은 주먹과 방패로 통합진보당 당원명부를 강탈해 갔고, 새누리당은 통합진보당 이석기·김재연 당선자를 ‘종북 주사파’라며 국회 제명을 추진하고 있다. 


급진좌파 단체 ‘노동해방실천연대’ 활동가 네 명을 이적단체 구성 혐의로 체포했고, 다음날엔 쌍용차 희생자 분향소를 깨부쉈다. 제주 해군기지 반대 운동 계좌도 뒤진다고 한다.


우파들이 이렇게 도발하는 것은 사실 그들이 안고 있는 심각한 정치·경제적 위기감 때문이다. 


2010년 이후 잠시 진정되는 듯하던 세계경제 위기가 최근 다시 격화되고 있다. 특히 수출 강화로 추락을 피해 온 한국 자본주의에게 유럽과 중국의 경기 침체는 커다란 위협이다.


저축은행들의 잇따른 퇴출은 권력 실세들의 복마전 같은 비리를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과 연계된 경기부양책의 실패와 가계대출 부실화 등 심각한 위험을 경고하는 것이었다.


가계대출은 줄지 않는데, 실질적인 가처분소득이 줄고 있고, 물가는 내려올 줄 모른다. 이른바 ‘MB ‘물가 품목’ 중 공공요금을 뺀 30개에서 돼지고기와 달걀을 빼곤 모두 가격이 올랐다. 


경제 위기와 생활고는, 기층의 불만을 고조시킬 우려가 있고, 노동자투쟁을 자극할 수도 있다. 이런 걱정 때문에 대표적인 친기업 우파 신자유주의자인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한구마저 ‘물가를 잡으려면 대기업 독점 이익을 규제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경제 위기 대처 방안을 놓고 지배계급 내부에서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권 실세들의 부패 비리가 계속 밝혀지는 것은 정권 재창출을 노리는 집권 우파들에겐 치명타다. 


정권이 레임덕에 빠져 있고 부패와 실정으로 지독한 원성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에 집권당을 장악한 박근혜조차 정권과의 차별화와 갈등의 길로 이끌릴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게다가 당을 박근혜 일인 체제로 만들었기 때문에 대선 내부 경선 규칙을 둘러싼 비박 대선 주자들의 반발도 갈수록 커질 것이다. 


결국 경제 위기 대처 문제, 이명박과 차별화하는 문제, 차기 대선 후보 선정 문제 등에서 새누리당과 우파 내부, 심지어  친박계 안에서도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 


이런 처지니 우파들에겐 언론 파업, 쌍용차 해고자 투쟁 등에 사회적 지지가 커지는 것이 정권을 향한 비수처럼 느껴질 테고, 두 배로 의석을 늘린 통합진보당도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민주노총의 8월 총파업, 금속노조와 화물연대의 투쟁도 예고되고 있다. 


한마디로 경제 위기의 전조가 드리운 상황에서 집권당은 취약해져 있고, 대중의 불만은 고조되며 투쟁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집권 우파가 우리편을 교란하고, 자신들은 단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길은, 통합진보당의 선거 부정 사태가 낳은 진보진영의 내분과 위기를 한껏 이용하며 공안 탄압으로 가는 것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할 법하다. 





우파들은 우선, 조중동과 MB 방송을 이용해 통합진보당 사태를 더 추악한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는 데 이용하고 있다. 


최고 실세들인 최시중과 박영준이 구속된 파이시티 사건은 이명박의 서울시장 재임 시절 비리와 대선자금 문제로 수사를 확대해야 하는데, 검찰은 은근슬쩍 개인 비리로 덮어버렸다. “정권 실세들의 닥치고 먹자판”이라는 저축은행 비리도 묻히고 있다. 


무엇보다 불법 사찰 관련해 진경락 문건이 폭로돼 사찰 사건의 몸통이 이명박이라는 게 명명백백히 밝혀졌는데, 이 사건도 가려지고 있다. 


둘째, “종북 좌파 척결”이라는 공동의 목적을 내세워 분열 위기에 놓인 우파의 결집을 유지하려 한다. 반면에 통합진보당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낙인 찍어 진보 대중에게 환멸을 심어주고 진보진영을 분열시키려 한다. 


검찰은 통합진보당 내부 혼란에 대한 “국민적 공분” 때문이라지만, ‘통합진보당’ 선거 부정 수사에 ‘민주노동당에서 13년 동안 입당·탈당한 약 20만 명의 명부’가 도대체 왜 필요한가. 


공안당국의 당원명부 입수는 진보 대중을 위축시키고, 좌파나 공무원노조·전교조 등을 향한 또다른 공안 탄압을 위한 ‘강도 행각’일 뿐이다. 군대 내부 숙청에 이 명부를 활용하겠다는 발상을 보라. 


이 과정에서 우파들은 대한민국 체제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세력은 국가기구에 들어갈 수 없다며, 선거에서 받은 지지도 무시하고 국회에서 제명을 하겠다고 한다 . 


셋째, 이런 분열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새누리당은 민주통합당에게 통합진보당과 대선 연대로 ‘종북 좌파’가 정부 안에 들어오게 할 것이냐며 압박을 하고 있다. 조중동은 ‘종북좌파’ 이석기를 노무현과 문재인이 청와대에 있으면서 사면복권시켰다며 공격하고 있다. 


선거로 당선한 이들은 사상 검증해서 의원직을 박탈하겠다는 우파적 히스테리는 위기에 직면한 자본가들이 자유민주주의 교리를 얼마나 우습게 보는지 드러내는 도발일 뿐아니라, 우파적 지배자들이 친북좌파의 국가기구 진입을 얼마나 혐오하는지도 보여 준다.


검찰이 압수한 당원명부로 이석기 당선자의 금품수수 의혹을 수사하겠다는 것은  국회 제명이 실패할 경우 국회에서 제명할 명분을 찾으려는 의도로도 보인다. 


결국 우파의 전략은 경제 위기를 앞두고 진보정당과 진보적 대중운동을 약화시키고 민주당을 길들여 사회 세력관계를 역전시키고, 우파의 우위를 확립하겠다는 것이다. 이참에 지난 2~3년 동안 진보의 복지 확대 요구에 끌려다녔던 수모도 만회하고 싶을 것이다[각주:1]


‘우리 편의 약점은 감추고 뭉치게 하면서, 적들은 분열시키자’는 노림수인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집권 우파들은 정권 재창출을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도발은 도박에 가깝다. 자칫 하다간 거듭 확인된 청년세대의 반우파 정서와 노동자 투쟁이 만나는 최악의 상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들의 공격도 그토록 신경질적이고 필사적인 것이다. 


그런데 민주통합당의 총선 이후 행보는 이런 집권당의 전략을 오히려 돕는 구실을 하고 있다. 


총선 직후 민주당 지도부의 지시로 만든 ‘4·11 총선 평가와 과제’ 보고서는 “야권연대는 민주당이 주도권을 상실하고 유권자를 야권연대의 ‘정치적 볼모’로 삼아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좌편향으로 중도층 유권자를 우파에게 뺏긴 것이 총선 패인’이라는 뜻이다. 한미FTA 폐기나 제주 해군기지 중단 같은 정책이 안보 불안감을 줬다는 평가와 같은 맥락이다. 


이런 평가를 정당화하려고 이 보고서는 “4·11 총선에서 일관된 진보, 일관된 보수로 … 정의할 수 없는 ‘이념적 혼재층’이 51.7퍼센트로 대폭 증가했다”고 말한다. 


물론 이것이 민주당 왼쪽표를 포기하자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민주당이 이런 식으로 좌우 양쪽을 모두 흡수하려면 통합진보당을 위축시키거나, 민주당에 확실히 종속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바로 이런 판단에서 진보정당을 국회에서 배제·고립시키는 국회선진화법을 새누리당과 합의해 기성 양당 구조를 공고히 하려한 것이다. 또 반이명박 투쟁을 삼가고 안철수와 연립정부를 구성하자는 등 이박연대가 추진된 배경이기도 한 것이다. 


최근 민주당 대표 경선 결과가 지역별로 엎치락뒤치락하며 지역주의적 투표 성향까지 나타나는 것은 주요 후보들이 이런 비전을 공유하면서 서로 별다른 차별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진보진영의 대응이 매우 중요해 졌다. 더는 민주당에게 의존하는 자세를 보여선 곤란하다. 그들은 종북좌파 마녀사냥에서 새누리당의 2중대 노릇을 할 가능성이 크다.


진보진영은 우파들의 공안 탄압에 맞서 광범위하게 단결하는 범진보적 대응기구를 구성해 투쟁을 건설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김동춘 교수의 말처럼 “조봉암 사형때 당시 야당인 민주당은 동조하고 박수쳤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후 박정희에게 죽었다. 진보정치 복원에 수십년 걸렸는데 … 이 일을 우선 막을 일이다.”


물론 그렇다고 운동의 쇄신 과제를 뒤로 미뤄만 놓을 수는 없다. 쇄신은 추진돼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애국가를 부르자’는 등 ‘국가기구를 존중하자’는 식의 우경적 타협으로 가선 안 될 일이다. 그것은 오히려 정치지형을 우경화시키려는 우파의 기를 살려주는 것에 불과하다. 


오히려 통합진보당 선거 부정 뒤에 숨어서 가리려는 이명박과 우파들의 치부를 들춰서 열정적으로 폭로하고, 박근혜의 우파적 본질과 모순을 공격해야 한다. 


그러면서 언론 파업, 쌍용차 투쟁 등과 정권의 부패와 공안 탄압에 맞서는 정치적 행동들을 연결하고, 연대를 건설하면 얼마든지 우파의 더러운 의도를 좌절시킬 수 있다. 



※ 이 글은 <레프트21>82호에 축약해서 실렸습니다. ☞ 바로가기




  1. 그러므로, 이념이 아니라 실사구시적 복지 논쟁으로 전환해 정치의 구실을 복원하자는 논리는 현실과 들어맞지 않는 공상적 발상이라 할 수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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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정부가 불법으로 민간인을 몰래 감시하고, 심지어 이런 짓이 적발되자 조직적으로 증거를 없애고, 아예 검찰과 재판부와 짜고 범죄를 숨기려 했다면 어떨까. 

제대로 된 민주사회라면, 정권은 즉시 물러나고 관련자들은 구속돼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선관위 디도스 테러부터,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 대통령 탄핵과 정권 퇴진 사안들을 버티기로 넘겨 온 이 정부는 이번에도 나몰라라 하고 있다.

지금 터져 나오는 민간인 사찰은 2008년 촛불항쟁에 대한 이명박식 보복이었다. 

들통난 사찰 수첩에는 민주노총 등의 동향 뿐만 아니라, 촛불항쟁에서 두드러진 구실을 한 다함께에 관한 메모도 쓰여 있었다. 촛불항쟁 당시 다함께 마녀사냥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 불법 사찰이 꼬리를 잡히자 저들은 사찰 데이터가 들어 있는 컴퓨터를 폐기하고, 입막음용으로 임태희 등이 구속자들에게 변호사비와 위로금을 주는 등 조직적 은폐를 시도했다. 지금 전 국무총리실 주무관인 장진수가 폭로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것들이다. 


‘양치기 소년’


주요 인물들의 행적과 사건의 시갅순을 대비해 정리하면, 

‘왕의 남자’ 박영준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으로 있던 시절에 국무총리실에 문제의 공직자윤리지원관실이 생겼고, 박영준은 자기 밑의 행정관인 이창화 등을 이곳으로 파견 보내고, 이듬해 자신이 국무차장으로 국무총리실로 옮겨 갔다.

이상득의 ‘정치적 양아들’로 불리는 임태희가 불법 사찰 의혹이 제기된 직후 노동부장관에서 대통령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즉 증거 삭제가 벌어질 때, 청와대 내부의 총감독자였다. 사찰 건으로 구속된 자들의 가족에게 임태희는 금일봉을 줬다. 임태희가 노동부장관일 때, 보좌관이던 [그전부터 임태희와 유착관계였던] 이동걸이 장진수에게 돈을 전달한 시점도 이 때다. 

영포’라인으로 이상득, 박영준과 가깝고, 이명박의 경호·수행 등을 맡으며 측근이 된 친이 행동대장 이영호. 2008년부터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었던 이영호는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보고를 받고, 자료 삭제 과정 등에서 중요한 구실을 했다. 

이들 면면과 직책, 인맥을 연결하면 이상득이나 이명박이 ‘몸통’일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사실 이미 공개된 수첩에는 ‘BH(청와대=Blue House) 지시 사항’ 따위의 언급들이 수차례 나온다. 마침 사찰 보고서가 이명박 직보용으로 별도로 작성됐다는 의혹도 새롭게 제기됐다.

‘꼴통’ 이영호가 자기가 ‘몸통’이라고 ‘호통’치다 혼자 자빠지는 쇼를 했는데, 명진스님 말대로 ‘몸통’ 위에 ‘대갈통’이 따로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이다. 

그래서 불법 사찰의 실무 총책이던 “이영호가 입을 열면 정권이 흔들흔들할 것”이란 걱정도 하고 있다. 사건을 무마하려 뿌린 수억 원의 출처도 의혹의 대상이다. 

여기에 BBK 관련 의혹도 끊이지 않고 폭로되고 있다. 

2007년 BBK 의혹이 근거없는 이명박 흠집내기라는 한나라당 주장의 근거가 된 신경화의 당시 편지가 그 동생 신명이 쓴 ‘가짜 편지’라는 게 들통났다. 신명은 ‘가짜 편지’ 작성을 요구한 배후에 이상득과 최시중이 있다고 지목했다. 조만간 한국에 와 추가 폭로를 하겠다고 했다. 

게다가 BBK 재판을 하는 미국 법정에 이명박 스스로 BBK는 자기 회사의 계열사라고 증언한 진술서와 이명박의 BBK 명함이 증거로 제출돼 있다는 것도 드러났다. 

입만 열면 거짓말, 했다 하면 사기극, 그러다 들키면 주먹질인 이 정권을 응징하는 데서 선거 심판만으로는 부족하다. 정권 퇴진과 구속으로 심판해야 한다. 

진보진영은 어리버리한 민주당과의 야권연대에만 의존 말고 진정성있게 강력한 투쟁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자기가 ‘몸통’이라고 ‘호통’치다 혼자 자빠진 ‘꼴통’ 이영호


※ <레프트21> 78호에 축약돼 실렸습니다. ☞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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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앞두고 이명박 정부의 우파적 정면 돌파 공세가 계속되고 있다.

이명박은 37일 제주도 구럼비바위 폭파를 시작했고, 그 다음날 KTX 민영화를 위한 투자자 설명회를 개최했다. 315일엔 한미FTA가 발효된다.

이명박이 36일 긴급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주재한 직후에는 국방부장관, 통일부장관, 합참의장 등이 ‘응징’, ‘복수’ 등의 호전적 용어를 쓰며 ‘북풍’을 자극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이런 호전적·냉전적 발언들이 “정권 차원의 공통된 인식과 계획 속에서” 나오고 있다고 지적한다.

돌아보면, 집권당이 치명적 위기에 빠진 지난 몇 달 동안 박근혜의 쇄신 사기극도 이명박 정부의 친부자·반민주 정책과 부정부패에 분노한 대중을 달랠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민주당을 흉내내며 ‘좌클릭’을 해봤자 어차피 불리한 게임이라는 점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자 이 정권은 한미FTA 발효, 제주 해군기지와 KTX 민영화 등을 강행하며 오히려 보수층을 결집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방송사 파업에도 초강경으로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 안보 위기 선전과 색깔론을 되살리고 있다.

이들은 제주 해군기지, 탈북민, 이어도 문제를 ‘북풍 3종 세트’로 이용하고 있다.

탈북민 북송 문제로 중국과의 외교 마찰을 부각한 데 이어, ‘이어도는 중국의 경제수역과도 겹친다’는 중국 외교부의 발언도 부각하며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제주 해적기지’ 발언 마녀사냥도 하고 있다.

중국을 포위하려는 미국과 ‘전략적 동맹’을 맺으며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를 추진해 온 이명박 정부가 ‘중풍’으로 반대 여론을 잠재우려는 것이다. 

산토끼 잡기에 한계를 느낀 박근혜도 정부의 우경화에 발맞춰 우파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박근혜는 2005년 농민 시위를 살인 진압한 책임자이자 KTX 민영화를 추진했던 허준영 등 부패한 우파들을 ‘전략’ 공천하고, 한미FTA와 제주 문제 등으로 민주당 때리기에 여념이 없다.

5·184·3 항쟁을 ‘폭동’이라고 부른 이영조를 서울 강남을에 공천했다가 취소했는데, 이 해프닝은 박근혜의 반동적 역사관을 보여 준 사례라 할 수 있다.

박근혜는 공천 과정에서 ‘일부’ 친이계 솎아내기를 했지만, 빈 자리를 메운 친박계들은 더 부패하고, 더 우파적이며, 더 철두철미하게 1퍼센트를 대변하는 자들일 뿐이다.

이명박은 이런 박근혜를 “우리나라에서 그만한 정치인이 몇 사람 없다”고 추켜세웠다. 낙천한 친박계 이탈파 김무성, 친이계 이동관 등도 ‘종북좌파 저지와 우파 정권 재창출’을 위해 잔류를 선언했고, 박근혜는 청와대 전 정무수석 출신인 정진석 등을 공천하며 화답했다.

‘이명박근혜’당이 본색을 강화하면서 안보 위기론의 ‘샴쌍둥이’인 ‘종북 색깔론’도 등장했다. 이명박은 “북한이 지금 가장 반대하는 것이 제주 해군기지, 한미FTA”라며 반대 여론을 매도했다. 통합진보당 김지윤 후보의 ‘해적기지’ 발언 마녀사냥 소동도 이런 맥락에서 일어난 것이다.

이들은 이런 반동을 통해서 화수분처럼 터져 나오는 저축은행 로비 의혹, 이상득 차명계좌,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다시 불거진 BBK 등 각종 권력형 부패들을 감추고 입막음하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한미FTA, 제주 해군기지 등이 바로 민주당 정부 때 추진돼 왔다는 것을 강조하며 반MB 야권을 분열시키려고도 한다.


보수층 결집


근본에서 이 프로젝트들은 한국 지배자들이 오래 전부터 합심해 추진해 왔던 것들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한나라당의 지지를 받으며 이 사안들이 추진됐던 것이 그 방증이다.

그런데 주류 지배자들은 혹시라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하고, 자신감을 얻은 대중의 압력 때문에 민주통합당이 이런 핵심 의제들에서 후퇴할까 봐 우려할 것이다.

우선 이명박과 박근혜의 흉물스런 우파 동맹은 불안정한 동맹이다.

이명박은 퇴임 후를 대비하려고, 박근혜는 대선 지원을 받으려고 하는, 각자 사리사욕을 위해 맺은 동맹이므로 총선에서 참패하는 등의 상황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서로 등을 돌릴 수 있다. 박근혜가 2007년에 김경준을 기획 입국시켰다는 최근의 폭로도 잠재적 갈등 소재다.

(이와 관련한 박근혜의 모순된 처지에 관해서는 여러 차례 반복했으므로 이 블로그의 관련 포스트를 참고하시기 바람)

최근 한미FTA 폐기와 제주 해군 기지 반대를 요구하는 집회 모습. 투쟁하는 진보정치를 추구해야만 이런 열망을 받아 안을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런 식의 낡은 냉전 우파적 공세가 오히려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반MB(정권 심판) 정서를 더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천안함’을 이용한 안보 색깔론을 밀어붙이다가 역풍을 맞은 것, 무상급식에 우파적 돌격을 시도하다가 서울시장 자리만 야당에 헌납한 것이 바로 그런 사례다.

그래서 최근의 우파 공세는 최대한 총선 전에 우파적 정책들을 해치우고 ‘대못’을 박아 두려고 ‘돌진’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주류 지배자들은 만일을 대비해 진보정당을 배제하고 민주통합당 길들이려고 하는 것이다.

바로 이런 배경 때문에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이런 문제들에 일관되게 반대할 수가 없다. 민주통합당의 이런 한계는 그 계급 기반과 친자본주의 성격에서 비롯한 것이다.

결국 주류 지배자들은 민주통합당이 허둥대는 걸 보며 반MB 대중이 정치적 냉소에 빠지기 바랄 것이다.

벌써 길들이기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야권연대 협상에서 민주통합당은 한미FTA ‘폐기’로 합의하길 끝내 거부했고, 민주통합당 대표 한명숙은 “안보적 측면에서 [제주 해군기지의] 필요성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고 한발 뺐다. 최고위원 김부겸은 ‘해적기지’ 발언을 두고 “해군에게 모욕감을 주고 … 색깔론의 빌미를 줄 뿐”이라며 한나라당 출신다운 본색을 드러냈다.

공천심사위원장인 강철규는 “[정체성의] 내용에 대해 오해”가 있었다며 “한미FTA 찬반과 같은 것으로 정체성을 판단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선대인 같은 친민주당 인사들조차 실망할 정도로 민주통합당 공천에 대한 진보 대중의 실망도 크다. 이 때문에 이해찬 탈당설이 나올 정도로 파열음도 컸다.

이렇게 난리법석을 떠는데도 민주통합당을 왼쪽으로 견인하겠다며 들어갔던 NGO 출신 인사들이 침묵하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 김기식, 이학영, 박용진 등은 당 지도부의 기회주의적 처신에 공개적 비판조차 하지 않고 있다.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난처한 우파적 의제들을 이명박이 강행하고 자신들은 그로 말미암은 선거적 반사이익만 얻으면 된다는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새누리당도 아니고 민주통합당도 아닌 진정한 진보의 대안이 절실해지고 있다.

이명박이 부패와 분열 위기를 덮고 총선 전에 각종 개악들을 완료하려고 돌진하고 있는데, 총선심판론에만 안주하다가 분노한 진보 대중의 섟만 죽이고 말 수 있다. 진보진영은 제주와 방송사 파업, 한미FTA 폐기 투쟁 등을 한데 엮으며 앞장서 이명박의 우파적 정면돌파에 투쟁으로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


※ 이 글은 일부 축약해 <레프트21> 77호에 실렸습니다. ☞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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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 위기 직전까지 가던 집권당이 총선을 코 앞에 두고 기사회생해 반격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입맛이 쓰다. 최근 정부와 새누리당의 모습은 “이명박근혜”당이라고 불리기에 충분하다.

박근혜는 213일 “한미FTA에 반대하는 세력에 나라를 맡길 수 없다”며 “야당이야말로 심판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17일 새누리당은 노무현의 딸 노정연의 미국 주택 구입자금 출처 수사를 촉구했다. 27일 총선 공천 1차 명단에는 ‘친이 실세’ 이재오를 포함시켰다.

이런 움직임이 좀처럼 탈출구를 못찾던 이명박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명박은 22일 ‘315일 한미FTA 발효’를 발표했다. 25일 취임 4년 기자회견에선 “복지는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해야 한다”며 ‘복지망국론’을 폈다. ‘사과’ 한마디 없이 대중의 복지 확대 요구에 어깃장만 놓은 것이다. KTX 민영화 카드도 꺼내 들었다.

집권당의 우파적 반격을 배경으로 법원은 23일 왕재산 사건에 중형을 선고했다. 검찰은 27일 노정연의 비자금 수사 개시를 선언했다.

이런 이명박과 박근혜의 관계 변화와 공격적 상황 대처가 새누리당의 기사회생을 뜻하는 것일까. 이들의 쇄신사기극이 성공한 것일까.

일단 2월 하순부터 여러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의 하락세가 주춤한 것은 사실이다. <한겨레>의 최신 조사에서는 두 달 만에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민주통합당을 10퍼센트나 앞섰다. 정당 쇄신 신뢰도도 새누리당이 더 높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올해 총선은 ‘이명박 정부와 여당을 심판하는 선거’라는 응답이 49.2퍼센트였고, 56.7퍼센트는 새누리당이 ‘기존 한나라당에서 거의 변한 게 없다’고 답했다.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떨어진 것이 일부 회복된 것이지 그 이상은 아니다.

이런 흐름에서 세 가지를 말할 수 있다.

첫째, 박근혜가 ‘좌클릭’ 시늉으로 노리던 산토끼들은 거의 쇄신사기극에 속지 않았다.

그들의 변할 수 없는 본질.


둘째, 따라서 와해와 추락 직전에 이명박과 박근혜가 숨 쉴 틈을 얻고 지지세를 부분 회복한 것은 새로운 지지층의 유입이 아니라 기존 보수 지지층의 재결집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최근 옛 친박연대와 합당했고, 자유선진당과 박세일 신당에게는 선거 연대를 제안했다.

박근혜는 웬만해서는 두 마리 토끼 잡기가 여의치 않다는 게 드러나자, 일단 이명박 구하기를 통해보수의 분열을 막고 집토끼를 확실히 잡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새누리당은 보수층 결집을 위해 조용환 헌법재판관을 부결시키고, 중국의 탈북자 북송 문제를 쟁점으로 삼아 국회 결의안까지 이끌어 냈다. 박희태 수사를 무마한 검찰이 난데 없이 노무현의 딸 비자금 수사를 시작하는 것도 우파는 결집하고, 안그래도 친노와 구 민주계가 다투기 시작한 민주통합당은 분열시키겠다는 꼼수다.

셋째, 이렇게 새누리당이 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은 바로 민주통합당이다. 민주통합당은 최악의 위기에 빠진 새누리당의 묶인 손을 풀어줬다.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주류 양당 구조를 복원해야 반MB 반사이익을 독점할 수 있다고 본 듯하다.

지난해 말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안철수 바람 등에서 명확히 나타난 것은 노동계급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한 반한나라·비민주당 정서였다. 한미FTA반대 투쟁이 한창일 때도 거리의 여당은 옛 민주노동당, 즉 지금의 통합진보당이었다.

민주통합당은 이 분위기를 어느 정도는 흡수하면서도 진보정당 지지로 발전하는 것은 막아야 했다. 그래서 이들은 NGO와 한국노총 지도자들을 끌어들여 ‘좌클릭’ 시늉을 하면서도, 디도스 사건으로 정권이 최악의 위기에 몰렸을 때 오히려 FTA 반대 장외 투쟁을 접어 버렸다.

한나라당과 석패율제에 합의한 것도 주류 양당 구조 복원 시도로 이해할 수 있다. 27일 선거구 개편으로 피해보는 곳 중 통합진보당 지역구 의원이 두 명(강기갑·김선동)이나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여기서 문제인 것은 통합진보당 등 진보진영이 민주당과의 공조 때문에 시간을 허비하고 스스로 투쟁을 자제한 것은 좋은 기회만 보내버린 것이다. 결국 민주통합당이 한나라당을 떠받쳐주고, 그런 민주통합당을 진보진영이 도와주는 식으로 상황이 전개돼 버린 것이다. 

그러나 집권당의 위기가 근본에서 해소된 것은 아니다. 사상 최대 세계경제 위기 속에서 일어난 유례 없는 정치 위기를 겪으며 한국 지배계급의 내분이 심화됐으므로 이 내분이 쉽게 가라앉을 수 없는 것이다.

당장 이재오 공천을 둘러싸고 공천위원회와 비대위 간에 공개 갈등이 불거졌다. 결과에 불만을 품은 김종인 등은 “박근혜 위원장의 태도가 굉장히 모호하다”며 비대위 해산까지 언급했다또 검찰이 건드리다 만 이명박 정권 실세들의 비리는 여전히 시한폭탄이다.

박근혜는 여전히 집권당에서 이명박의 겉포장지라도 뜯어내는 시늉을 해야 한다. 지역구에서 승산 있는 이재오는 살려 줘도 이동관, 나경원 등도 공천할 지는 두고 봐야 한다.(그다지 높지 않다.) 

이명박에겐 이 위기의 원인을 해소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으므로 우파 결집으로 위기를 탈출하는 길밖에 없다. 그는 위기 탈출을 위해 친북 마녀사냥, 학교폭력과의 전쟁, 핵안보정상회의와 키리졸브 훈련 등을 통한 대북 압박 등으로 보수적 분위기를 강화하려 할 것이다. 경제가 더 나빠지면, 조직 노동자들을 대거 공격할 수도 있다.

따라서 진보정당과 진보진영은 더는 선거심판론과 ‘묻지마 야권연대’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 대중투쟁이 민주통합당을 왼쪽으로 동요하게 만들어 새누리당 복원의 한 축을 무너뜨려야 진보적 반MB 실현의 기회가 온다.

당장 MBC 노동자들의 파업이 KBS, YTN 파업으로 발전할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명백한 반MB 정치투쟁이 진보진영 전체의 투쟁으로 발전하도록 투쟁을 연결하고 일반화하는 구실을 해야 한다.

KTX 민영화 반대 투쟁, 여성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투쟁 등 우리 편이 뭉쳐서 싸울 기회가 열리고 있다. 
투쟁으로 국면을 바꾸지 않으면 선거에서도 불리할 수밖에 없다정치는 기회를 놓치는 자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

여기저기 돌아서 원 출처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암튼 절묘한 아이디어였습니다.


□ ‘민누리통합당’의 정체성


정체성’을 공청 기준으로 삼겠다던 민주통합당은 강원도 철원·화천·양구·인제에 “[이명박의] 한마디 한마디[] 동화 … 아버지의 음성”이라던 인물을 추천했다. 지난 총선에서 자유선진당으로 옮겨 국회의원이 됐던 철새 이상민도 복당했다.

사실 공천심사위원회에 노영민, 백원우 등 한미FTA 폐기 강불파(날치기 반대 때 강 건너 불구경했다고 붙여진 이름)들이 포함된 것부터 비판 대상이었다.

경제평론가 선대인이 대표적 토건 정치인으로 공천 반대 캠페인을 했던 박기춘도 공천됐다.

이쯤되면 민주통합당의 정체성이 뭐냐고 물을 만도 하다. 언론마저 비판적이다.

<미디어오늘>은 “민주통합당이 ‘여당놀이’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손석희도 민주당을 공개 비판할 정도다. 27일에는 당내 경선단을 불법 모집하던 사람이 투신자살하는 일도 벌어졌다.

<한겨레21> “민주통합당 ‘재벌의 X맨’ 기사에서는 “김진표를 원내대표로 뽑은 것은 다름 아닌 민주당 의원들”이라며 “당의 전반적인 체질과 인식이 근본 문제”라고 지적한다. “재벌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는 눈치보기”가 만연한 풍토는 민주당의 진짜 정체성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것은 지배계급의 ‘플랜B’ 정당으로서 민주통합당의 숙명이다기성 질서 ‘안에서’ 플랜A, 즉 주류 본당이 제 구실을 못 할 때 그 구실을 대신하는 정당이라는 것이다

이는 플랜B 정당에게는 주류 본당과 비교해 기층의 저항운동을 일부를 흡수해 외양을 포장할 수 있는 폭이 더 크고 그 역량이 실제로 매우 중요하다는 걸 뜻하는데, 문제는 이런 식의 정권 교체가 주류 양당 구조 자체는 유지하면서 이뤄지는, 즉 지배계급 주류가 관리할 수 있는 ‘변화’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본성상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2중대 구실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은 민주당 자체도 핵심 기반은 지배계급 내부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 상대적 소수파, 비주류일 뿐인 것이다.

그래서 민누리통합당이라는 비아냥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그러나 민심 이반의 깊이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살아나면 분열 위기에 빠질 것은 바로 민주통합당이다. 진보정당과 진보진영이 힘을 쏟아야 하는 것은 야권연대 협상이 아니라 기층의 분노를 동력으로 대중 저항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것이다. 

영국 노동당은 창당 초기 보수당에 맞서 자유당의 하위 파트너 구실을 했다. 그러나 제1차세계대전 이후 노동 대중의 급진화 과정에 노동당이 부응하자, 존재감을 잃은 건 [노동계급에게서 표를 얻지만 실제 기반은 자본가계급과 상층 중간계급에 둔] 자유당이었다.

그 이후로 노동당이 집권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훗날 
영국 노동당이 플랜B 정당의 구실을 하게 됐다. 그러나 진보정당의 집권이 늘 부작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진보 지지 대중 다수의 염원을 감안하면 민주통합당의 상대적으로 개혁적인 후보들과 야권연대가 불가피하겠지만명분과 기준 없는 전면적 후보 단일화까지 수용할 순 없다. 
 

☞ 이 기사의 주제와 관련된 <레프트21> 기사: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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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이름과 사진도 함부로 쓸 수 없다?
FTA 반대 집회에서 신종 검열 자행한 선관위
 

2월 25일 오후 열린 “MB 4년 이제 그만! 한미 FTA 폐기! 범국민대회”에서는 정부의 신종 검열이 집회 참가자들을 괴롭혔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집회 시작 전부터 집회장 전역에 40~50명이나 배치돼 참가자들과 집회 주최측을 검열한 것이다.

이들은 집회를 주최한 한미FTA 반대 범국민운동본부에게도 집회 명칭 앞에 붙은 “MB, 박근혜, 새누리당 vs 99퍼센트 싸움이 시작된다” 문구에서 ‘박근혜’와 ‘새누리당’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면 안 된다”는 논리였다.

심지어 집회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집회에 참가하려는 사람들의 팻말 등을 뒤지려고 하며 시비를 걸었다.

선관위 직원들은 결국 10여 명이 몰려와서 ‘다함께’의 사진 팻말에서 박근혜 사진을 지우라고 요구했다. 이 팻말은 “돈 봉투와 디도스, 쌍용차 죽음의 행진, 한미FTA와 KTX 민영화, 등록금 쥐꼬리 인하 ― 몸통은 이들이다”라는 문구로 이명박과 박근혜 사진을 나란히 올리고 있었다.

강병준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과 김재학 계장은 항의하는 참가자들에게 공직선거법 254조를 들이밀며 “간행물 표현은 자유롭게 해도 되는데, 무상으로 배포하는 리플릿이나 표현물은 안 된다”고 답했다.

참가자들은 “박근혜는 총선에도 안 나가서 법적 후보도 아닌데, 무슨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냐?”고 따졌지만, 선관위 직원들은 “유력한 대통령 예비 후보 아니냐”고 재차 삭제를 강요했다.

참가자들은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선거에, 아직 등록하지도 않은 후보를 위해 왜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돼야 하느냐”고 따졌지만 선관위 직원들은 막무가내였다.  

결국 주최측도 하는 수 없이 ‘박근혜’와 ‘새누리당’ 용어를 삭제하며 집회를 시작했고, 문제의 팻말도 선관위가 가져 온 하얀 스프레이로 박근혜의 얼굴을 지웠다. 선관위 직원은 박근혜 얼굴을 지우면서 이명박 얼굴은 써도 된다고 선심 쓰듯이 말했다.

이날 집회에서 보인 선관위의 행태는 집권당의 쇄신이 얼마나 사기극인지 보여 줬다.

정치적 비판은커녕 이름과 사진조차도 허용하지 않는 집단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말하는가. 평범한 시민들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게 금지된다면, 1퍼센트 특권층과 박근혜만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새누리당은, 정말 사람들의 말대로, 간판만 바꿔서 또 5년을 ‘새로 누리려는’ 독재의 후예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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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은 부산 저축은행들의 희생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에 반대했다.
 

저축은행 부실을 심화시킨 부동산 부양 정책을 펴고 이를 위해 금융 감독을 소홀하게 한 당사자가 바로 이명박 정부다.

게다가 저축은행 관련 로비 스캔들에 자신의 친인척과 측근이 연루된 이명박이 ‘시장경제의 원칙’ 운운하며 희생자 구제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역겹다.
 

그렇다고 선거를 앞두고 서둘러 이 문제를 덮으려고 박근혜와 민주통합당이 합의한 현재의 구제법도 문제가 있긴 하다.

예금보험기금에서 피해액을 지급하겠다는 구제법안은 다른 예금자들에게 피해를 떠넘기는 것에 불과하다. 이것도 진정한 책임의 회피이긴 마찬가지다.
 

따라서 통합진보당이 제안한 “저축은행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먼저 배상하고 사후에 불법행위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법”이 가장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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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검색을 하다 이런 기사를 발견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242537 

신기해서 기사에서 인용된 내 글을 찾아 봤는데, 내 예전 블로그에서 발견했다. 민주노동당 당게시판에 올린 글을 긁어서 옮겨 놓은 것이 검색에 걸린 것이다. 여전히 시의성이 있는 듯해 옮겨 놓는다. 

비록 7년 전 사례지만, 최근 학교 폭력 문제를 이명박이 과장해서 부각시키고 통제 조처를 강화하는 것에 의심을 갖고 있던 분들께는 도움이 되리라 본다. 졸업식 경찰 배치나 학교를 상대로 일진 명단 제출 요구는 정말 황당한 짓이다.



노무현 정부가 학교 폭력 대책을 강조한 것도 이명박 만큼은 아니지만 위기 속에 속죄양 찾기라는 비슷한 맥락이 있다. 2004년 말 개혁입법에 실패하고 정권의 정당성 위기에 빠져들고 노무현은 한나라당과 대연정 발언을 하는 등 혼란스러울 때였다. 그때 속죄양 찾기에 나선 것이다.

더구나 당시는 개혁입법 저지에 승리해 자신감을 일부 회복한 재벌과 우익도 노무현 정부 등장을 계기로 활발해진 사회운동을 억누르려는 의도에서 공격 꺼리를 찾고 있었다. 글에서 언급한 교과서 개정 문제도 그런 쟁점 중 하나였다. 

이명박은 몰락 위기를 겪고 있다. 이명박의 학교 폭력 전쟁은 위기의 속죄양을 찾아 사회 전체적으로 경찰력 등 권위적 통제 강화 분위기를 만들어 내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각주:1]
 사회 불안 심리를 강화하면, 사람들 사이에 상호 불신의 심리가 커진다. 이것은 서로를 신뢰하는 저항과 연대의 정서보다는 불안과 의존 등 보수적 심리를 자극한다. 이를 이용해 경찰력을 강화하고 이런저런 권위적 통제 수단을 늘리는 데 동의를 늘리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사회 분위기가 냉각되면 우파적 의제로 정치 무대를 재장악하겠다는 것이다. 흔히 우파들이 위기에서, 특히 선거를 앞두고 써 먹는 수법이다.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오세훈이 치안 불안을 제시했다[각주:2].

영국 대처는 실업자와 범죄를, 프랑스 시라크는 이주자를 이런 식의 속죄양으로 삼아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렇다면, 조현오가 4월까지 학교 폭력을 근절하겠다고 한 것이 우연일까[각주:3].

한편에선 단기적으로 최근 확산되는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반격이기도 할 것이다. 이 정권과 우파들은 2008년 경험 때문에 청소년들의 급진화에 불안감을 갖고 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이명박의 학교 폭력 전쟁은 그 하나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왕재산 사건 등을 빌미로 한 국가보안법 탄압, 즉 공안 탄압과도 연결된 맥락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아직 고민의 깊이가 얕아 학교 폭력에 대한 교육적 해결 방법은 근본적으로 옳지만, 구체성은 좀 부족할 수도 있겠다. 이것은 앞으로 우리 쪽 과제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권위적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될 순 결코 없다. 

그리고 본문에 노태우의 “범죄와의 전쟁”을 1991년에 개시했다고 쓴 것은 실수다. 1990년 10월에 시작했고, 이를 통해 조성한 공안 정국은 1991년 5월 투쟁으로 결정타를 맞았다. 5월 투쟁은 바로 공안정국이 지시한 폭력 시위 진압이 명지대생 강경대 씨를 죽게 했기 때문에 일어났다. 





학교 폭력 논란 관련 민주노동당 청소년위원회 비판  진보정당활동 

2005/03/12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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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에 대한 우려


학교 폭력의 심각성은 누구나 인정합니다. 하지만 학교 폭력이 최근에 발생한 문제는 아닙니다. 제가 중고교 시절이던 십몇 년 전에도 학교 폭력은 있었고 탈선이 있었고, 연합 조직도 있었습니다.

 

이계덕 당원의 글은(청소년위원회의 글은 이계덕 '군'이라고 계속 호칭하고 있는데, 같은 당원을 계속 아랫 사람 부르듯 '군'으로 호칭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시정하십시오) 틀린 점도 있고 적절한 지적도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1천2백명이 모였다는 행사의 실체를 어느 언론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수십년 된 고질적인 학교 폭력을 새삼 문제삼는 의도가 무엇일까요.

 

저는 청소년을 1차 대상으로, 그리고 청소년을 희생양 삼아 사회 전체에 대한 권위적 통제를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봅니다.

폭력 행위자를 옹호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폭력이 발생하는 현재 한국 교육의 현실에 대해 문제제기 하는 것입니다.

진짜 이런 상황을 만든 자들은 몇몇 폭력적 행위자들을 흥분한 얼굴로 비난하고 나서 아무 일 없었던 듯 숨막히는 입시 교육을 계속해서 유지합니다.

 

따라서 이런 제도적, 사회적 요인에서 발생한 다양한 일탈 중 하나가 비도덕적이라 해서 그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합니다. 일탈은 계속될 것이고 폭력적 일탈도 계속될 것입니다. 그동안 청소년들을 통제하지 못했기 때문에 학교 폭력이 발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그 통제가 너무 숨막혔기 때문에 그 활로를 자신보다 더 약한 자에게 푸는 방식에서 찾아온 것입니다. 따라서 진정으로 청소년 문제를 걱정한다면, 이 권위적 통제와 입시 교육의 멍에를 벗겨 내고 이들에게 숨쉴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 진짜 필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청소년위원회가 지금 말하는 학교 폭력에 대한 근본적 대처 방안이란 것이 '폭력행위의 근절 방안'에 초점이 맞춰진 듯 읽힙니다. 이 점 분명히 해 주시구요,

단언컨대, 결코 지금의 입시교육, 계급차별 교육 아래에서는 학교 폭력 사라지지 않습니다. 괜히 우익들이 청소년을 희생양 삼아 권위적 통제를 강화하려는 시도에 협조해 주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일부 집단의 범죄를 악마화하면서 사회전체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 온 권위주의 통치 방식에 대한 경계도 해야 합니다.

국가는 자신들의 통치가 위기에 빠지고 사람들 사이에서 통치 행위의 정당성에 의심이 만연할 때 일부 집단의 해악성을 부각시켜 사회 통제, 경찰 기구의 강화를 정당화해 왔습니다.

 

최근 부쩍 전경련 등이 학교 교육이 반시장적이라며 교과서 내용 수정, 시장 친화적인 내용 삽입/교과서 새로 발간, 중/고교/대학에서 시장주의 직접 교육 강화 등을 강조해 온 것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교육에서 기존의 지배 이데올로기가 위기를 겪고 있는 현실을 저들은 못마땅해 하고 두려워 하고 있는 것이죠. 최근, 여중생 사망 시위 이후 탄핵반대, 반전 등 시위에서 부쩍 청소년들이 눈에 많이 띄는 현실도 눈엣 가시겠죠.

 

사회 통제를 강화하려고 할 때 언제나 전체 대중을 문제삼지 않습니다. 국가보안법이 좋은 사례이구요, 91년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정치적으로 공안정국을 형성했습니다. 이때 서울대 앞 시위에서 권총 진압을 하다 지나가던 한 대학원생이 총탄에 맞아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최근 조폭과의 전쟁은 정치수배자에 대한 권총 검거 등을 유발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런 학교 폭력의 강조가 얼마전 학교들에 전직 경찰들을 배치하겠다는 경찰청의 발상과도 연관이 있을 거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학교 폭력을 가장해 학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죠. 
전직 경찰들이 학교에 배치된다면 이들은 청소년들이 점차 자유분방해지는 것에 대한 통제, 심지어 전교조 활동에 대한 감시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와 언론이 설정한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다음 두 가지를 우리 당은 지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학교 폭력은 공교육이 입시 교육으로 전락해 다수 학생들을 소외와 차별로 빠뜨린 결과다.(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들은 많지요. 서울대 폐지, 수능의 자격고사화, 무상교육 등)

둘째, 청소년들을 희생양 삼아 사회 통제를 강화하려는 시도를 중단하라.

 

청소년위원회가 당장의 표피적인 여론에 굴복하여 아직 설익은 의견이라고 스스로 밝힌 의견을 두고 공식 입장과는 다르다 하는 식의 옹색한 대응이나 하고 있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에서는 해명 외에는 학교 폭력에 대한 어떤 구체적인 입장이나 대안도 없습니다.

청소년위원회의 분발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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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청소년위원회 원글] 

민주노동당 청소년위원회입니다.

최근 이계덕군의 발언에 대한 많은 분들이 우려와 분노를 표현하고 계신 점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계덕군의 발언은 전혀 당의 의사나 청소년당원들의 의사와는 상관이 없음을 밝힙니다.

민주노동당은 최근 발표된 학교폭력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 진심으로 우려합니다. 어린 마음에 큰 육체적 정신적 상처를 입은 피해 학생들과 불안에 떨며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많은 학생들을 생각할 때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며 또 근원적으로 학교폭력과 왕따 등을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 방안을 다각도로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노동당은 정당으로서 이에 대한 책임 있는 대안제시를 위해 각계의 자문과 자체의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계덕군이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면서 이것이 마치 당의 공식적 의견인 것처럼 알려져서 민주노동당에 대해 많은 분들이 우려와 분노를 표현하고 계십니다.

이계덕군의 의견은 개인의 의견이며 당과 사전에 어떤 논의도 없었음을 밝힙니다.

이후에 이계덕군에게 청소년들 전체가 그런 것인양 확대하고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이계덕군이 말하는 일진회가 없다는 것은 사실관계 문제로 의견과 달리 확인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이계덕군에게 이야기 한 바 있습니다.

또한 일진회와 학교폭력의 문제는 그 가해자와 피해자가 소수이냐 다수이냐의 문제보다 가해학생들의 점점 심해지는 폭력성과 일탈의 문제, 성장과정의 피해자에게 미치는 신체적 정신적 충격이 너무나 크다는 데에서 그 사안의 심각성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일로 민주노동당에 실망하고 우려를 표현하시는 많은 분들께 죄송하며 이계덕군이 당의 중앙 대의원임을 감안할 때 깊은 책임을 느낍니다.

앞으로 민주노동당 청소년위원회는 학교폭력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겠습니다.


- 민주노동당 청소년위원회 - 


  1. 뭐, 2008년엔 ‘노무현은 조중동과 싸우고 이명박은 초중딩과 싸운다’는 말이 돌긴 했지만 말이다. 물론 노무현이 일관되게 조중동과 싸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본문으로]
  2. 당시 논쟁과 관련해 썼던 글도 다시 올려 볼 계획이다. [본문으로]
  3. 10대 청소년들에게 전쟁이니 배수진이니 하는 말을 천하의 경찰청장이 하고 있으니 좀 우스꽝스럽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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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수분처럼 쏟아내는 이명박 정권 실세와 일가 비리는 이들의 1퍼센트 본색을 잘 보여 준다.

지난해 SLS그룹과 저축은행들의 뇌물 로비 자금을 받아 실세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되더니 결국 ‘상왕’ 이상득의 비자금 일부가 들통났다. ‘방통대군’ 최시중은 정권과 조중동의 방송 장악을 위한 미디어악법 날치기 대가로 ‘쇼핑백’으로 돈을 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카메룬에서 다이아몬드 광산을 발견했다고 외교부 보도자료까지 조작해 고위 관료들이 주식 시세 차익을 챙긴 CNK 사건을 두고 기획재정부 고위관료는 “자원 개발은 99퍼센트가 가짜라고 보면 된다”고 털어놨다.

1퍼센트 특권층과 정권 실세들은 특혜를 주는 대가로 부정한 돈을 주고 받아온 것이다. 오죽 이런 습성이 몸에 뱄으면 자기들끼리 당대표를 뽑으면서도 돈봉투가 돌았겠는가.

더 뻔뻔한 일도 서슴지 않는다. 이명박은 퇴임 후 갈 집을 사는 데 국비를 사용했다. 급기야 자기들에게 유리한 선거 결과를 내려고 선관위 홈페이지를 사이버테러해서 투표를 방해하기까지 한다. 집권당이 국가기구를 ‘테러’한 것이다.

사실 소득세를 원천징수당하면서 이런 특권 정치에서 배제된 노동자들에게는 부자 정치인들이 부자 감세 등 1퍼센트 정치를 펴 온 것 자체가 합법적 부패라 할 만하다.

이명박 본인이 자신의 감세 정책으로 종부세를 9분의 1이나 덜 냈다. 지난해 상위 소득 0.8퍼센트가 총 66백여억 원의 세금을 덜 냈다. 4년 동안 총 부자 감세 규모가 약 90조 원이다.

이명박은 자기 친구들인 건설사와 땅부자들을 위해 막대한 세금을 부어가며 4대강을 파헤치고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을 고수했다. 그 대가로 많은 이들이 농지를 빼앗기거나, 전세 대란 속에서 서러운 경험을 해야 했다.

지난 4년 동안 10대 재벌의 유보이익은 3백조 원이 넘었는데, 이명박 정권은 이런 이익 보장을 위해 가장 공들인 일은 생존권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때려 잡는 일이었다.

정리해고 반대 파업 때 살인 진압에 시달렸던 쌍용차 노동자들은 벌써 20명이 정리해고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고, 용산에선 철거민 5명이 목숨을 잃었다. 현장 통제 강화로 현대차에서만 두 명이 자살했다.

각종 비리 혐의로 궁지에 몰린 이명박이 이제 와서야 골목 상권 운운하며 대기업 때리기를 하는 시늉을 하지만, 그 뒤에서 99퍼센트 민중을 고통에 빠뜨릴 한미FTA 발효를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이명박 정권의 부정부패는 1퍼센트 특권층 정부가 추구해 온 노선의 필연적 귀결이다. 따라서 진보진영의 반MB 대안이 비리 색출을 위한 국정조사 같은 것에만 머물러서는 안 됐다. 이 무도한 정권은 진작 쫓겨나야 했고, 한나라당은 해체돼야 했다.

사실 지난해 말에 그런 기회가 왔다. 복지 확대 요구에 오세훈이 우파적 반격을 시도하다 역풍을 맞아 한나라당은 오히려 서울시장 자리만 뺏겼다. 그러자 정권은 밀리기 전에 쐐기를 박으려고 한미FTA 날치기를 강행했지만 도리어 거리에서 반대 투쟁을 만났다.

집권당이 거듭 역풍을 맞던 국면에서 선관위 디도스 공격이 한나라당의 소행으로 밝혀졌다.이것은 결정타로 보였고, 한나라당은 실질적인 해체 위기에 직면했다. 정권 내부에서 서로를 겨눈 생존 투쟁이 시작됐고, 그 결과 정권 실세 비리가 연이어 폭로됐다. 탈당 소동도 일어났다.


물타기


집권당 해체 위기를 막으려고 긴급 투입된 것이 박근혜였다. ‘공공의 적’ 이명박을 대신해 박근혜가 해야 할 첫째 임무는 한나라당 당권을 장악해 집권당을 향한 대중적 분노에 물타기를 하며 시간을 버는 것이었다. 둘째는 그 과정에서 민주당을 국회로 다시 불러 들이는 것이었다.
 

MBC 자막 실수 뉴스. 새누리당 로고 패러디 버전. 한나라당 로고의 민소희 버전.


민주당이 지배계급의 제2당으로서 박근혜 비대위를 구원해 줬다. 애초부터 한미FTA 반대에 진정한 열의가 없었던 민주당이 투쟁 시늉마저 팽개치고 연말에 조건 없이 등원해 버린 것이다.

야권연대에 집착하며 민주당 꽁무니를 좇던 진보진영은 뒤통수를 맞았다. 그럼에도 박근혜 비대위의 본질을 폭로하며 공세를 늦추지 말아야 했다. 집권당의 자중지란 위기는 새해에도 계속됐기 때문이다. 친이계 고승덕이 친이계의 전당대회 돈봉투 건을 터뜨린 것이다.

사실 이명박 세력의 비리가 계속 터지는 것은 박근혜에게도 괴로운 일이다. 무엇보다 박근혜 세력도 청산돼야 할 낡은 부패 세력의 일부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또 한나라당이 해체 위기를 벗어나려면 공공의 적이 된 이명박과의 차별화에 성공해 대중적 공분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그 차별화 자체가 친이계와의 분열 위험을 안고 있는 목표다.

사실 박근혜도 그런 모순된 처지를 알기 때문에 비대위 내부 강경파들의 ‘정권 실세 용퇴·탈당론’과 거리를 둬 왔던 것이다. 그래서 박근혜 비대위는 디도스 특검법을 도입하겠다면서 막상 본회의는 열지 않는 등 꼼수로 대중적 분노의 열기를 식히는 데만 급급해 온 것이다.

인적 쇄신’ 대신 박근혜가 우회로로 택한 것이 당명 변경과 당 정강·정책의 중도화다. “큰 시장, 작은 정부의 기조”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추구한다는 기존 정강을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강한 정부”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해 경제 민주화를 실현한다”는 것으로 바꾼 것이다.

사실 신자유주의 이명박 정부도 2008년 금융 위기 직후 2백조 원에 육박하는 지급 보증을 하는 등 정부 개입이 결코 적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도 말로는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집권했지만 비정규직 악법을 추진했고 부자 감세와 한미FTA를 추진했다.

따라서 2007년 대선 때만 해도 ‘줄푸세’라며 강경한 신자유주의를 주장했고, 1퍼센트 특권정책의 종합판인 한미FTA 날치기에 적극 동참했던 박근혜의 ‘변신’은 눈속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것을 대단한 변화인양 홍보할 수 있는 것은 거리 투쟁이 가라앉고 저들이 말하는 일상적 의회정치가 복원돼 왔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최근에도 한미FTA 발효, 석패율제 등을 합의한 것에서 보듯, MB 심판보다 자본가당 간의 양당 구도 복원에 더 열심이었다.

한편에서 양당 구도 복원을 하는 과정에서 양당이 ‘좌클릭’을 경쟁적으로 했다는 것은 시사적이다. 이것은 완전하진 않지만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완충지대로서 이들 정당들의 변신·외연확장성을 [물론 과장해서도 안 되지만[각주:1]] 일면적으로 무시해서도 안 된다는 것을 보여 준다.(그 점에서 통합진보당이 양당 구도에 협착된 것은 주체 역량의 문제라기보다는 이런 객관적 상황 변화와 의도적 배제에서 비롯했다고 본다.)


2중대
 
 

결국 이런 과정 속에서 1월 하순부터는 집권당이 끝도 모르던 추락에서 잠시 숨을 둘린 듯하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 박근혜와 문재인의 지지율이 다시 오르면서 안철수와 진보정당들의 지지율이 하락한 것도 두 당과 보수 언론들이 줄기차게 양 당의 좌클릭 효과를 과장하면서 진보정당을 배제하려는 노력을 펴면서 지배계급 양당 [공존] 구도가 복원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진보진영이 이명박 정권은 어차피 끝났다면서 선거 때 심판하자며 지금 아무런 정치적 동원을 하지 않는 것은 정확한 세력관계 평가와 그에 따른 진정한 과제를 외면하는 것이다

오히려 그 사이에 한숨 돌린 이명박은 희망버스 계좌를 뒤지고 참가자들을 소환하는 등 뒤통수를 치려고 하고 있다. 한미FTA 발효도 준비하고 있다. KTX 민영화도 하려 한다. 심지어 한중FTA를 추진하려 하고노동시간 단축을 명분으로 조직 노동자들의 고용과 임금 조건도 공격하려 한다. 

그래서  통합진보당이 민주당에게 먼저 야권후보 단일화를 먼저 제안하며 선거 국면으로 초점을 옮기는 것은 실수다. 저들에게 시간만 벌어주는 격이고, 그리 해서는 애초에 선거가 저들에게 유리한 전투 장소이므로 선거전도 오히려 힘들게 치를 수밖에 없다.

연말 한미FTA 투쟁 같은 거리 투쟁의 재개를 모색해야 한다. 당시 민주노동당은 거리의 여당이었고,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의 지지율은 상승했었다. 여전히 기회는 있다.
 

집권당의 위기 요소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추락이 끝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명박과 한나라당 지지율은 지난해 말 곤두박질친 뒤로 회복 조짐이 아직 없다.

 
이명박의 부패 추문과 집권당의 내분도 쉬이 가라앉진 않을 것이다. 박근혜의 말뿐인 정강·정책 쇄신 ―경제민주화 포함과 흡수통일 배제 ―를 두고도 정몽준은 “정치적 계산으로 개입하면 할수록 꼬이는 것이 경제”라며 반발했고, 박세일은 “무원칙”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대중에게 계속 진정성 있는 개혁으로 비춰질지도 의문이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말대로 “한미 FTA를 이대로 발효되게 둔다면 경제민주화 정강정책을 아무리 넣어봐야 소용이 없다.” 박근혜가 공천심사위원장으로 임명한 검사 출신 정홍원은 2007년 대한 변협이 삼성 X파일 특검 때 그를 특별검사 후보 중 하나로 추천했을 때 친삼성 인사라고 항의를 받았던 인물이다.

박근혜의 두 마리 토끼 잡기는 여전히 모순 속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국정조사나 디도스특검법 등 한나라당의 협조가 필요한 국회 차원의 요구만 제기할 것이 아니라 거리로 나와 정권에 대한 대중적 항의를 불러 일으켜야 한다.
민중의 힘 같은 공동 투쟁을 위한 상설연대체는 이럴 때 구실을 하라고 만든 것 아니겠는가. 그래야 박근혜 비대위의 모순을 더 키워 집권당의 분열과 위기를 더 가속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조직 노동자들 일부가 보여 준 투지는 그런 투쟁 건설이 가능하다는 조짐을 보여 줬다. 현대차 노동자들이 연초에 하루 파업으로 요구 조건을 상당히 따냈고, MBC노조도 낙하산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파업을 막 시작했다.

현 집권당이 직면한 위기의 깊이를 볼 때, 진보진영이 이런 투쟁들을 모아 정권 자체와 대결하는 투쟁을 진지하게 건설한다면 집권당의 위기를 진보 대안 건설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관련 기사 보기 
 

  1. 이를 과장하면, 빅텐트론(야권단일정당론)처럼 독자적 진보정치의 존재 의의를 인정하지 않게 될 수 있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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