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임덕이 이미 시작된 이명박에게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는 여러모로 중요했다.

최근 유로존 위기의 재발과 중국 경제의 정체 상황은 2008년 위기 이후 수출 중심의 성장 우선 정책으로 경제 위기에 대응해 왔던 한국 경제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치솟는 물가와 9백조 원에 이른 가계부채도 뇌관이다.

이런 상황에서 올 한 해 대중의 복지 확대 요구는 커져 왔다. 바로 이 때문에 이런 요구를 거스르려던 서울시장 오세훈(과 나경원 등)이 하루아침에 정치무대에서 퇴출된 것이다. 한진중공업에서 거의 관철시켰던 정리해고를 ‘희망버스’ 운동으로 다시 되돌린 것도 기업주들의 불안감을 자극했을 것이다.

경제 위기와 정치 위기의 이중고에 빠진 지배계급에게는 반격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조직 노동자운동을 전면 공격하는 것은 절박성이 아직은 크지 않고, 지배계급의 자신감도 높지 않아 쉽지 않은옵션이었다. 외부(미국 중심의 자유시장 세계화=강대국의 정치적 압력과 다국적기업들의 공세)의 힘을 빌어 신자유주의 재편을 완수하려는 한미FTA 비준을 무리하게 통과시키려 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였다.

그래서 전경련은 반대 시위와 여론 때문에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가 계속 지연되자, 1117일 회장단 회의를 열어 “세계 경기 침체에 따른 수출부진과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내수위축 등으로 내년도 우리 경제가 3퍼센트 중반의 성장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면서 “우리 경제의 장기적인 이익을 고려해 국회가 조속히 비준안을 통과시켜 줄 것을 촉구”했다.

이미 레임덕 위기에 빠진 이명박은 무리수를 둬서라도 한미FTA를 관철하면 훼손된 지배계급의 신임을 얻어 정치 위기를 완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임기 내내 야당 행세를 하던 박근혜도 계급 기반상 찬성할 수밖에 없을 것이므로 우파는 결집시키고, 한미FTA 원조 추진세력과 섞여 있는 반MB 야권은 분열시키는 효과도 기대했을 것이다. 감히 말이다. 

그래서 날치기 후 거리에서 FTA 비준 무효 투쟁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겁을 잔뜩 먹었으면서도 “옳은 일은 반대가 있어도 해야 한다”고 헛된 큰 소리를 쳤던 것이다.

그러나 이미 신뢰와 정당성을 잃은 레임덕 정부의 도박이 오히려 패가망신을 불렀다는 걸 깨닫는 데는 보름 남짓이면 충분했다. 거리의 저항은 더 확대됐고, 레임덕 위기는 도리어 심화됐다.

단결을 기대했던 집권당은 오히려 해체 위기로 몰렸고, 권력기관은 제멋대로 살 길을 찾기 시작했으며, 민주당은 운동의 구심력 때문에 아직도 등원을 못해 국회마저 마비됐다.

한나라당 홍준표는 “부자 증세”와 “복지 예산 확대” 등의 사탕발림으로 불만을 무마하고 민주당에게 등원 압력을 넣었으나 먹히지 않았고 그나마 박근혜의 어깃장으로 유야무야됐다.

무엇보다 권력기관에 대한 통제력 상실이 두드러졌다. 보수적인 부장판사들마저 한미FTA가 사법주권을 팔아넘긴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항명에 나선 것이다.


정당성 위기


이런 혼란 속에서 수사권 문제로 정권에 불만을 품은 경찰은 10·26 재보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대한 “사이버 테러”의 범인이 한나라당 의원 최구식의 공모 비서라고 발표했다. 한마디로 역 먹으라고 주인을 문 것이다. 몇 가지 의혹은 숨기는 방식으로 말이다. 

Ddos 사건은 한나라당에 “피니시 블로”가 됐다. 집권당이 국가기관을 “테러”했다는 사실 때문에 여당은 “통치의 정당성”을 완전히 상실했다. 후폭풍으로 한나라당 지도부는 공중분해됐다. 집권당이 위에서부터 해체되면서 권력기관들끼리 충돌하는 양상이 되고 있다. 



사태가 너무 커져 통제할 수 없는 지경이 되자 이제 경찰은 청와대 연루설을 감추며 개인의 단독 범행이라고 무마하려 하지만, 유승민조차 단독범행설은 “한나라당 의원인 나로서도 납득하기가 어렵다”고 할 정도로 설득력이 없다.
 

이제 청와대의 수사 상황 인지 여부와 연루설, 사건을 알고도 침묵한 국정원 등 의혹을 해명할 책임은 이제 검찰의 손으로 넘어갔다. 그런데 검찰이 이제까지처럼 정권을 비호해 줄까.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은 정권을 말이다.

무엇보다 디도스 사건이 터져 나온 것은 레임덕의 결정적 징후다. 청와대와 검찰을 견제하려고 디도스와 벤츠 검사 등을 터뜨린 경찰이 거래용으로 남겨 놓은 몇 가지 사실들을 검찰이 역공으로 터뜨리며 정권이 총체적으로 위기에 빠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조금씩 밝혀지고 있거나, 밝혀져야 할 핵심 의혹들은 다음과 같다.

사건 시각 국회의장 박희태의 전 비서와 다섯 차례나 통화했다는 사실
청와대 행정관과 실세 의원 전현직 비서들이 공모씨와 거사 전날 모였다는 점, 그리고 경찰이 이 사실을 숨겼고, 심지어 이들 간에 거액의 돈이 오간 사실도 알면서 감췄다는 점, 동네 건달 출신인 일개 비서가 수백 대의 좀비PC를 동원할 자금을 어디서 마련했느냐 등 이 사건은 의혹투성이다게다가 공모 씨가 고향 진주에서 친구들에게 ‘내가 한 게 아닌데 덮어쓰게 생겼다’고 말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또 당시 선관위 홈페이지 전체가 아니라 투표소 검색 기능만 불통됐는데 공교롭게도 선관위는 바로 두 달 전에 치러진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 투표소를 충분한 예고없이 교체했다. 특히 서대문구금천구 등 한나라당 득표율이 낮은 지역은 강남과 달리 거의 절반 가까이 교체했다이 때문에 선관위 내부 공모 의혹까지 있다. 10·26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경원의 선거 전략이 젊은 층 투표율을 떨어뜨리는 더러운 전략 아니었던가. 무엇보다 사건 주범이라는 공모씨는 당시 나경원 선본의 홍보를 맡고 있던 의원 최구식의 비서였다.

 
아니나다를까
 이명박의 정적을 겨누던 검찰의 칼끝이 이제 이명박의 측근들로 향하고 있다.

검찰은 1210일 “상왕” 이상득의 측근 보좌관 박배수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이 돈의 ‘돈세탁’에 이상득 보좌관 5명이 연루됐다고 발표했다. 이상득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검찰조사를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12일에는 이명박 사촌처남인 KT&G 복지재단 이사장 김재홍에게도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명박은 이제 검찰의 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 수사 결과도 마음 졸이며 지켜봐야 하는 처지가 됐다. 발작적 경련을 일으키던 말기 환자가 이제 전신마비 상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박근혜가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애초 박근혜는 홍준표 체제를 총선까지 끌고 가며 자기 손에 피묻히지 않고 홍준표가 대신 쇄신 명목의 공천 물갈이를 해 주길 바랐다.

그런데 친박계 리더 유승민이 박근혜와 상의도 없이 최고위원을 사퇴하며 결국 지도부가 붕괴해 버렸다. 박근혜의 전면 등장을 촉구한 것이다. 박근혜는 사퇴한 유승민과 통화하며 “어휴, 일단 지켜보죠”라고 했다고 한다. 친박계도 아귀가 안 맞을 만큼 위기가 심각한 것이다.

이왕 조기 등판하게 된 처지이니 박근혜는 총선 때까지 전권을 달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재오나 정두언, 정몽준 등은 박근혜가 비상 국면에서 총알받이 구실을 해 주길 바라고 조기 등판을 촉구한 것이어서 박근혜에게 공천권까지는 줄 생각은 없다. 총선 준비까지만 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친박 윤상현이 “박근혜 전 대표가 일회용 반창고인가” 하고 항변한 것이다.

1212일 의원총회에서 박근혜에게 비대위 전권을 주되, 비대위 운영 시기는 추후 논의하는 식으로 결정한 것은 이런 양측의 이해관계가 일시적으로 봉합된 것에 불과하다.


플랜 B


누가 쇄신, 즉 공천 물갈이 대상이냐를 놓고 아귀다툼이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것은 재창당(쇄신파 등)이냐, 재창당 수준의 리모델링(박근혜)이냐의 문제로도 번질 것이다. 이런 아귀다툼은 상호 폭로전으로 이어질 수 있고 한나라당의 분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부패한 우익 독재자인 박정희를 계승한다는 박근혜가 한나라당 쇄신의 구세주로 등장한다는 것 자체가 한나라당의 본질을 보여 준다. 아무리 씻고 닦고 분칠을 해도 한나라당의 뿌리와 기반은 1퍼센트의 부패한 친미·우파 특권층인 것이다.

박근혜의 실체는 <부산일보> 사태를 봐도 알 수 있다. <부산일보> 사주 정수장학회는 박정희가 5·16 쿠데타 직후 부일장학회를 빼앗아 설립한 것이다. 박근혜는 강탈한 공익재단을 개인 소유처럼 운영해 왔을 뿐아니라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재단이사장으로 있으면서 평균 2억여 원에 이르는 연봉을 받아왔다. 지금 정수장학회는 기자들의 편집권 독립 요구를 짓밟으며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

바로 이런 본질 때문에 박근혜는 부패한 우익 이미지를 없애려고 그 동안 중도층에 구애를 하며 두 마리 토끼 전략을 추구해 왔다. 그러나 반MB 정서 확대와 정치 양극화 추세 속에서 산토끼인 중도 성향 대중은 뜻대로 잡히지 않는 대신 집토끼 우파들의 반발은 커져 왔다.

따라서 한나라당을 접수한 박근혜는 말은 중도적으로 하고, 행동은 우파적으로 하는 모순된 행보를 하게될 것이다. 여당 내 야당 행세를 해왔지만, 박근혜는 한미FTA 날치기에 협조했고, 최근 이명박이 다주택 보유자 양도세를 감면하고서울 강남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한 부자 특혜 조처에 관해서는 한마디도 토를 달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 ‘변검’형 쇄신이 분노한 대중을 되돌릴 순 없다. 기존 박근혜의 두 마리 토끼 전략의 한계는 이미 10·26 재보선에서 드러났다. 그때 이미 한나라당의 대주주는 박근혜였고, 박근혜의 나경원 지지도 한나라당의 몰락을 막지 못한 것이다. 

무엇보다 둘은 기본적으로 계급 기반이 같기 때문에 그 차별화라는 게 이명박의 권력형 비리를 폭로해 쫓아내는 방식의 내부 권력투쟁일 것이다. 이것은 현 집권세력을 중심으로 한 지배계급 전반에 대한 불신을 더 높여 진보적 대중의 사기를 높여 오히려 박근혜식 포장이 더 먹히지 않는 조건을 만들 것이다. 

MB·반한나라당 정서의 본질은 반보수·반특권층 정서기 때문에 그렇다. 고로, 박근혜의 반MB는 오도가도 못 하빠져 나올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김용태는 “지금 민심은 우리가 어떻게 바뀌는지에는 관심이 없고 그냥 없어지라고 한다”고 탄식했는데, 사태를 정확히 본 탄식이다.

이런 한나라당에게조차 버림받는 이명박은 쓸 사람이 없어 또다시 ‘고소영’ 출신으로 청와대를 채웠다. 대신 임태희, 유인촌 등 기존 청와대 MB맨들이 총선에 나가겠다며 청와대를 나왔다. 이런 “구정물이 흘러들 판”을 ‘물갈이’라고 부르는 것도 우습기만 하다.

그래서 이명박과 한나라당은 정치적 무기력 상태에서 발작적인 탄압과 포퓰리즘 언사를 조울증 환자처럼 왔다갔다할 것이다.

한편, 이익공유제를 논의하려 했던 1213일 정부 동반성장위원회 회의에 전경련이 불참했는데, 이는 재벌들이 속된 말로 개무시를 한 것인데, 이제 이명박과 더는 파트너십을 유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자당 최고위원들조차 “한나라당 해체 운동을 벌이겠다”며 떠나는 판국에 기업주들이 뭐가 아쉬워 다 죽어가는 집권당에 매달리겠는가. 지배계급은 이제 자신들의 “플랜
B” 정당인 민주당을 통해 들끓는 대중의 분노를 달래며 상황을 단속하려 할 수 있다.

민주당이 한미FTA 반대 운동과 국회 등원 사이에서 양다리 전략을 펼치는 것은 지배계급의 “플랜 B” 정당으로서 대중의 불만을 달래 체제 안정을 이룰 수 있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지배계급에게 입증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한나라당의 해체 위기를 민주당 의존이 아니라 독자적인 투쟁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한나라당의 위기에서 민주당이 좀처럼 반사이익을 거두지 못하는 것은 아직 진보진영에게 기회가 있다는 뜻이다.

집권당의 분열과 상호 폭로전, 그리고 권력기관 통제력 상실은 사람들에게 저항에 나설 자신감을 줄 수 있다. 진보진영은 한미FTA 저지 등 강력한 정치투쟁을 건설하며 진정성을 입증받아야 한다. 그래야 엉뚱한 인물과 세력이 지금의 기회를 가로채 수혜자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 관련 기사: ☞ 바로 가기 

※ 한나라당 재창당 역사를 돌아본다도 읽어보세요. ☞ 바로가기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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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보수 언론이 또 ‘괴담’ 타령을 하고 있다2008년 촛불항쟁 이후 3년 만에 돌아온 “황당한 괴담과 선동,민주주의 뿌리째 흔든다”(<동아일보>)는 식이다.

그러나 당시에 그들이 괴담 진원지로 꼽아 검찰이 기소까지 했던 MBC <PD수첩>은 대법원까지 가서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다저들이야말로 3년 만에 진실을 괴담으로괴담을 진실로 둔갑시키려는 것이다.

2008년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반대 시위 때도 그리고 한미FTA 비준저지 투쟁을 하는 지금도진정한 괴담의 진원지는 바로 이명박 정부와 조중동이다한미FTA로온 국민이 잘 먹고 잘 사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근거없는 ‘괴담’ 아닌가.

한미FTA가 워낙 방대하고 정부가 협상 과정 등을 비밀로 붙이기 때문에 일부 사람들 사이에선 과장된 내용이 알려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대중을 속이려고 진실을 감춘 정부 탓이지 정당하게 한미FTA에 반대하는 사람들 탓이 아니다.

그리고 ‘괴담’ 탓에 사람들이 한미FTA의 좋은 점을 모르고 반대하게 됐다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정보 판단 능력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다. 반대 주도자들을 음모적으로 비추게 만들고, 반대 여론의 가치를 깎아 내리려는 ‘꼼수’인 것이다. 

☞ 참고 글: FTA 본질은 계급 전쟁  

이미지 출처: http://www.atopy101.com 이 블로그에는 atopy 님의 좋은 작품들이 많습니다.


볼리비아

<조선일보>는‘2000년 볼리비아에서 물 사유화 때문에 수도세가 올라 대신 빗물을 받아 썼다’는 내용이 괴담이라고 소개했다볼리비아는 FTA를 맺은 적도 없는데 FTA 폐해라고 왜곡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볼리비아가 미국과 FTA를 맺은 적도 없다는 게 진짜 문제다FTA를 맺지 않은 상태에서도 그 핵심독소 조항인 공기업 민영화투자자―국가 소송제 등의 문제가 얼마나 민중의 삶을 위협하는지 보여 주기 때문이다.

2000년 볼리비아 코차밤바 주의 상하수도 사업을 사유화한 미국 다국적기업 벡텔은 네 배 가까이 물값을 올렸다가 주민들의 저항(‘물전쟁’)으로 쫓겨났다.

당시 IMF 는구제금융 조건으로 볼리비아 정부에 공기업 민영화등을 요구해 물 사업을 백텔에게 넘긴 것이다그런데 주민들이 비싸진 물값 때문에 빗물을 받아마시자, 벡텔은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이용해 볼리비아 정부를 협박했고 결국 정부는 빗물 받기를 금지하는 빗물 허가제 법을 만들었다.

이것이 민중항쟁의 배경이 된 것이다벡텔은 쫓겨난 뒤에 실제로 볼리비아 정부를 ISD를 이용해 제소했으나 다시 들고 일어난 주민들에게 밀려 소송은 철회됐다.(볼리비아는 네덜란드와 맺은 무역협정에서 ISD 조항을 넣었는데, 벡텔은 네덜란드 지분을 이용해 이 협정의 ISD를 활용한 것이다.)

필수 공익서비스를 사기업의 돈벌이 사업으로 내주는 것, 그들이 정부를 통해 공공 복리를 증진시켜려는 민주적 요구를 가로막을 권리를 주는 것, 이것이 바로 한미FTA의 본질이다.

볼리비아 사례는 또다른 차원에서 중요한 사례인데, 물 사유화와 벡텔의 제소를 물리친 힘이 모두 대중의 단결된 저항에서 나왔다는 것도 새겨둬야 한다. 


의료 민영화

외교통상부는 의료분야는 개방 대상이 아니라며 의료비 상승 걱정이 ‘괴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의약품에 적용되는 ‘허가―특허 연계 제도’ “간단히 말해 의약품 특허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다.”(우석균)[각주:1]

그러면 다국적 제약기업들은 특허를 연장해 값싼 복제약 시판을 막을수 있다. 이는 의약품 가격을 상승시킬 것이다

이 뿐 아니다. “약값 결정 과정은 ‘독립적 검토 기구’라는 관문을 한 번 더 거쳐야 한다이 기구는 한국 정부는 일체 관여할 수 없도록 되어있고 임기 내에는 그 구성원을 파면할 수도 없는 기구다.”(우석균)

전국민의료보험은 보장성 확대를 위해 쓸 수도 있을 재정을 높은 약값을 유지하려는 제약회사들에게 뺏기게 되는 것이다이렇게 되면 보장성을 유지하는 데만도 의료보험료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

또 한미FTA는 송도, 제주 등 경제자유구역에서는 영리병원 설립을 규제하지 못 하게 해 놓았다그런데 이 영리병원들이 전국민의료보험 적용을 회피하면 어떻게 될까.

부자들은 의료보험을 탈퇴하고 이 병원들을 이용할 것이다. 미국계[와 이를 가장한 한국 대기업의]영리병원이나 미국 금융회사들은 영업 방해라며 전국민의료보험을 ISD로 제소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김종훈 자신이 “영리병원에서 환경문제나 건축법 등의 문제가 생기면 취소할 수 있지만, 보건의료 정책과 충돌하는 문제를 이유로 취소할 수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공공서비스

<조선일보>는 공기업 민영화는 정부에게 권한이 있다며 공공요금 인상 등도 괴담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한미FTA에는 ‘투자자에 대한 의무 부과 금지’ 원칙이란 게 있다. ‘투자자의 간접수용 보상’ 원칙도 사실상 같은 원리로 볼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투자자’는 달리 말해 다국적기업이다이 기업들에게 국내 기업에게처럼 고용이나 환경 규제 같은 공공 의무를 부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지하철이나 전기 요금을 정부가 규제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협정대로 서비스산업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개방하면 공공서비스영역에 국내외 기업들이 진출하는 것을 막을 수 없는데이 경우 이 기업들이 의무 부과 금지와 내국인 대우를 요구하면 어떻게 공공서비스의 사유화를 막을 수 있는가. 

간접수용 보상은 정부의 정책으로 투자자인 기업들이 간접적으로 재산권에 피해를 입었다고 하면 정부가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서비스 영역에 진출한 투자자들이 해당 분야의 복지정책이 재산권을 침해했다며 간접수용 보상을 요구하면 필수 공익 서비스는 약화되게 마련 아닐까.

이명박 정부 스스로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해 왔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우려는 괴담이기는커녕 오히려 더 정당성이 있는 것이다. 

이런 본질적인 상황 악화를 법적 형식으로 보장하는 것이 래칫 조항(역진방지)ISD인것이다. 즉 한번 민영화한 공기업은 되돌리기 힘들게 만드는 게 두 조항인 것이다. 

이미 한미 FTA체결을 위해 미국이 내건 4대 선결조건을 들어주면서 자동차 배기량이 많으면 세금을 더 부과하는 제도를 없애고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을풀었다.

‘미친소’는 한미FTA와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한미FTA의 본질적 일부인 것이다. 공공서비스는 한미FTA의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야말로 괴담이다. 

무엇보다 영리병원 도입과 공공서비스의 민영화를 스스로 추진해 온 세력이 그 건 FTA와 상관 없는 일이므로 괴담이라고 하는 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꼴이다. 애초에 그럴 의도 속에서 외부 충격 수단으로 한미FTA를 추진해 왔으니 말이다. 


비관세장벽

한미FTA는
한국과 미국의 다국적기업들의 돈벌이에 방해되는 것을 없애 신자유주의를 한국에서 완성하려는 협정이다. 

그래서 정부가 미국의 선진시스템을 들여 와 한국 경제를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말할 때, 그 선진 시스템은 민주주의와 복지가 아니라 기업 지배 체제를 공고히 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체제인 것이다. 

저들은 이런 시각에서 공공 복리 목적의 기업 규제를 ‘비관세장벽’이라 부른다. 다수의 삶을 위해 실시하는 정당한 규제와 과세가 저들에게는 기업 활동의 장벽=방해물 정도밖에 가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비관세장벽 같은 표현들이 마치 이 협정이 교역 조건 협상인듯 사람들을 현혹한다. 

그러나
 한미FTA는 비관세장벽 제거라는 이름으로 공익적 기업 규제를 제거하는 협정이다[각주:2]. 앞서 지적한 의무 부과 금지를 비롯 간접 수용, 내국인 대우, 역진방지, 허가-특허 연계제, 투자자―정부 소송제 등이 모두 그런 종류의 조항들이다.

국익 논쟁이나 애국 vs 매국이 아니라 계급 문제이고, 1퍼센트 기업 지배 vs 99퍼센트 민중의 삶의 싸움인 것이다.[각주:3] 

저들은 한미FTA가 오히려 경제 영토를 확장하자고 말한다. 그러나 확장되는 건 행복과 복지의 영토가 아니라 법을 무력화하고 제도를 바꿔가며 기업들이 돈벌이 영토다. 한미FTA로 흥하는 것은 대기업이요, 망하는 것은 노동자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다. 

지금도 한국의 법 위에 군림하는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은 미국에 적당한 현지 법인 하나 세워 다국적기업의 자격으로 한미FTA를 등에 업고 얼마든지 한국 사회를 유린할 수 있다. 

또, 한미FTA를 통해 취약해지는 제국의 동맹을 강화하고 중국 견제에 이용하려는 미국과, 미국 중심 질서에 하사관으로 편승해 국제 지위를 높여보겠다는 한국 지배자들의 군사동맹 영토가 확장될 뿐이다. 

그래서 한미FTA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완성이고,복지의 종결자인 반노동·반복지·반민주 협정인 것이다. 이것을 장밋빛 미래로 포장하는 자들이야말로 괴담 유포자다.[각주:4] 이것이 정부와 조중동의 ‘괴담론’에 속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고재재협상이 아니라 완전 폐기를 주장해야 하는 이유다



※ 추천 글: 
우석균·송기호의 쉬운 한미FTA 반대 해설 (제목을 그냥 클릭하시면 됩니다.) 

※ 이 글은 축약해 <레프트21> 68호 2판에 실렸습니다. ☞ 바로 가기

[토론회 안내] 한미FTA가 망칠 우리의 미래


연사: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정책실장,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정책자문위원, 한미FTA 끝장토론 토론자)

 

●일시: 11.8(화) 19:30
 

●장소: 한국기독교회관 2층
 

●참가비: 4천원(청소년·대학생 3천원)
 

●주최: 다함께

 
 

  1. 이 제도는 미국에만 있는 제도라고 한다. 왜냐면, 미국은 전국민의료보험이 없기 때문에 의약품 가격에 공공을 위한 제약을 부과한 의무의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본문으로]
  2. 그래서 스냅백 조항처럼 한국 기업에게 불리한 조항도 한국 재벌들이 수용하고 서둘러 한미FTA를 체결하라고 하는 것이다. [본문으로]
  3. 물론 이명박과 김종훈을 매국노라 부르는 것에 내가 반대하는 건 아니다. 선출된 정부의 대표와 관료로서 민중의 이익을 팔아 먹으며 사익을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때 FTA 협상을 주도했던 또다른 인물 김현종은 지금 삼성의 사장이 돼 있다. 삼성은 참여정부에 한미FTA 추진을 가장 먼저 제안한 기업이다. [본문으로]
  4. 환상의 섬에 보내 준다고 해놓고 장기만 빼고 죽여 버리는 영화 아일랜드의 인간 복제 회사가 연상되지 않는가.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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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풍자 인터넷 라디오 방송인 <나는 꼼수다> 열풍이 거세다. 

인터넷 다운로드 수는 이미 국내 1위를 넘어섰고[각주:1] 진행자인 김어준의 저서 《닥치고 정치》는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이들의 토크콘서트는 20여 분 만에 매진된다고 한다. 

이 방송의 매력은 기성 언론이 외면하는 이명박 정부와 ‘1퍼센트’ 특권층의 기득권 지키기 ‘꼼수’에 대한 깨알같이 ‘꼼꼼한’ 폭로와 신랄한 야유다. 

<나꼼수>는 이명박의 BBK 의혹 총정리로 첫 회를 시작했다. 이명박의 내곡동 사저 의혹과 나경원의 고가 피부 관리도 이 방송에서 폭로됐다. 이 건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 특권층은 머리 속에 ‘자기 먹을 것’밖에 없는 “순결한 동물”이고 그 점에서 이명박은 “뇌가 완전 청순”하다고 야유한다. 

이런 속 시원한 폭로와 입담은 특권층 정부의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과 반민주 행태(와 보수 언론)에 질린 노동계급 청년세대의 불만과 반보수 정서에 부합한다.

“쫄지 마라. 가능하다” 하는 진행자들의 말은 절망을 강요하는 체제의 벽 앞에서 위축되고 지친 청년들에게 위안이 될 만도 하다.[각주:2]

김어준은 이명박이 “국가를 수익모델로 삼는다”고 비판하는데, 이런 비판은 국가가 공정하고 정의로워야 하고 투표로 나쁜 정치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개혁주의적 각성과 맞아 떨어진다.

이들의 폭로가 풍자적 음모론의 형태를 띠는 것도 흥미롭다. 그것은 젊은 세대가 공식정치와 기성언론을 불신하는 정도가 엄청나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반보수·반특권층 정서와 접속하기 

진행자들의 친노 성향이 듣는 이에게 크게 부담감을 주는 건 아니다. 어차피 1퍼센트 특권층에 대한 반감은 그와 관계 없이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각주:3].

그 점에서 진중권이 폭로 저널리즘의 형식을 문제 삼아 “너절리즘”이라고 비판한 건 지나쳤다. 오히려 문제는 대안이다. 그것이 이 ‘나꼼수’ 자신의 잠재력을 갉아 먹는다. 지지자들의 진정한 기대에 그 대안이 못 미치기 때문이다.

김어준은 《닥치고 정치》[각주:4]에서 민주당이 “욕심만 많고 … 멍청한 큰 형”이라고 하면서도 진보정당이 “민주당을 포함한 보수와 자기들을 분리해 내겠다는 나홀로 전략”을 버려야 한다고 주문한다. “[대중은] 진보 보수도 헷갈리고 … 신자유주의가 뭔지도 아직 모른다”는 것이다. 

이런 엘리트적 관점에서 김어준은 문재인의 “타고난 애티튜드”에게서 희망을 찾는다. ‘개혁적’ 엘리트가 주도하는 범야권통합이 정권교체의 길이라는 것이다.[각주:5]

그런데 “문재인은 노 정권[의 실패]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 중 하나”(강준만)다. 문재인은 임기 동안 거의 청와대 요직에 있었다.

그는 올해 나온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에서 한미FTA 체결 결과와 당시 협상 책임자였던 김현종을 극찬한다. 그 김현종은 기업들에게 유리한 FTA를 하려고 애썼다는 게 위키리크스에서 폭로됐고, 지금은 FTA로 가장 덕을 볼 기업 중 하나인 삼성의 사장으로 가 있다. 

그래서 최근 <나꼼수> 26회에 출연한 도올 김용옥이 민주당과 친노 정치인들을 겨냥해 “엉뚱하게 타협[해] … 진보라는 가치를 망쳐” 버렸다고 직설로 비판했을 때 ‘이빨’과 ‘깔때기’를 자처하는 진행자들은 아무런 토도 달지 못 했다.  

물론 이 모순과 난점을 해결하는 것이 사실  <나꼼수>의 몫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스스로 정치세력화를 표방하지 않는 언론매체로, 스스로 그어 놓은 한계 때문이기도 하고, 그들 자신의 정치적 상상력의 문제이기도 하다.

오히려 그 해결의 단초는 <나꼼수>에 열광하는 청년들에게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이야말로 어떤 방식으로든 문제를 해결할 주체의 중요한 구성 부분이 될 테니 말이다. 문제는 이들을 누가 세력화할 것이냐다.

그 점에서 
진보정치세력이 <나꼼수>로 모아지는 불만의 급류를 어떻게 포용해 진보적 대안으로 흐르게 할 수 있냐에 많은 것이 달려 있을 것이다. 진정한 진보는 대중 스스로 세상을 바꾸는 주역이 되는 것이니 말이다. 

진보정치 세력은 <나꼼수>에 호응하는 노동계급 청년세대의 불만이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제안하고, 그 안에서 급진적 대안을 토론해야 한다. 그런데 야권연대에 매달리고 한미FTA 체결 주역들의 일부가 만든 참여당과 통합하는 등의 행보는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그런데 이미 이 청년들은 최근 희망버스와 계급투표, FTA 반대 운동, 99퍼센트 행동 등에 관심과 지지를 보이고 일부는 능동적으로 참가하면서 회고적 대안을 뛰어넘을 급진적 잠재력들을 발전시키고 있다. 

급진적인 것이, 저들에 대한 도발과 저항이, ‘입담’에만 머물 필요는 없다. 쫄지 마라. 가능하다!


※  이 글은 축약해서 <레프트21> 68호에 실렸다. ☞ 바로 가기 

 
  1. 매회 청취자가 수백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본문으로]
  2. 음모론도 이들 논리 전개의 특성인데, 이는 사람들에게 더 흥미진진한 과정이긴하다. BBK 같은 것은 설득력도 무지 높다. 이런 음모론의 배경은 정부와 특권층의 비밀주의와 보수언론의 보도 독점 때문이다. [본문으로]
  3. 노무현이 빈농의 상고 출신이란 점에서 대통령이 되고도 1퍼센트 특권층에게서 처음부터 경멸의 대상이 됐다는 것은 친노가 아닌 내게도 매우 역겨운 현실이었다. [본문으로]
  4. 일부가 이 책 제목을 본따 10·26 재보선에서 닥치고 투표를 SNS 등에서 구호로 내세웠는데, 심정을 공감하는데, 현명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폭력적 구호라고 하는 것도 오버다. 닥치고 ~하라는 건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하는 구호에서 적절할 듯하다. 닥치고 해고 철회, 닥치고 정규직화, 닥치고 FTA 폐기 등으로 말이다. [본문으로]
  5. 김어준은 자신이 친노라서 문재인을 미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반쯤은 그 말의 진정성을 믿는다. 그는 진심으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정권을 끝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물론 문재인에 더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 무의식적 영향이 전혀 없다고 볼 순 없을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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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전문가들이 정리하는 한미FTA 독소조항들을 잘 읽어 보면 이 조항들은 직접적인 교역조건인 관세 완화 등과는 거리가 멉니다. 무슨 얘기냐 하면, 한미FTA가 없애자는 무역 장벽은 비관세장벽으로, 그것은 한 사회가 공공의 복리를 위해 기업 활동을 규제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주거 안정을 위해 토지 소유를 규제할 권리(국가의 의무), 건강 증진을 위해 사보험을 규제하며 전국민 의료서비스를 확대할 권리(의무), 주요 공공서비스를 공기업화해 저렴하게 공급할 권리(의무) 등을 약화시키는 것입니다.

저들은 공공복리를 위한 기업 규제를 ‘비관세 무역장벽’이라 부르는 겁니다. 즉, 돈벌이에 방해되는 장애물로 본다는 거죠. 

래칫(역진방지) 조항, 투자자-국가 제소권, 공공서비스 사유화, 서비스산업의 네거티브 방식 개방, 비위반 제소, 간접 수용에 의한 손실 보상 등이 모두 이에 해당합니다. 이것이 한미FTA의 진정한 몸통입니다.

평범한 다수 대중의 삶을 위한 복지와 일자리, 환경 등의 사회·경제 정의를 위한 사회 개혁을 가로막고 오히려 이를 거꾸로 후퇴시키는 것이 FTA의 본질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FTA는 친기업·친부자의 반노동·반복지·반민주 협정입니다. (구체적이고 쉬운 사례 설명은 민주노동당이 작성했다는 아래 박스 글을참조하시면 됩니다.) 

그래서 한국의 대기업주들은 이명박 정부가 자동차 관세 등에서 후퇴했는데도 쌍수를 들어 환영한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에 FTA 체결을 로비한 삼성이 노리는 바도 이것입니다. 외부 충격을 빌어 국내에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완성하려는 것입니다. 공기업 사유화, 각종 기업 규제 완화, 비정규직 일자리 창출, 이것은 한국의 기업들이 사회 지배와 돈벌이를 위해 오래도록 추구해 온 목표입니다. 

예를 들어, 가장 큰 변화가 오는 산업은 서비스산업일 텐데, 삼성 등은 이미 의료(바이오) 산업이나 금융(보험)산업이 차세대 돈벌이 사업이라며 투자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서비스산업 규제 완화와 공기업 민영화, 비위반 제소, 간접 수용에 의한 손실 등은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제도 후퇴, 병원 영리화, 공공서비스의 사기업화와 비용 인상 등에 이용됩니다. 

미국과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나쁘다?)를 맺은 캐나다에선 정부의 우체국서비스가 택배기업의 이익을 침해당한다고, 멕시코에선 환경 규제가 미국 기업 공장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1억 달러가 넘는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습니다.

이런 국제 소송들에서 미국 기업이 패한 사례가 없습니다. 왜냐면, 미국이 가장 강대국이기도 하거니와 기업 대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대 공공서비스의 대결이니 신자유주의국제기구들은 모두 기업의 편을 드는 것이죠. 
 

볼리비아 사례도 있죠. IMF의 구조조정 요구로 볼리비아 코차밤바의 상하수도 사업을 미국 다국적기업 벡텔이 사유화했는데, 물값이 비싸져 사람들이 빗물을 받아 먹으니까 이를 제소해(투자자―국가제소권
) 정부가 빗물통을 금지하는 법률을 만드는 사태가 벌어진 겁니다.(이 사례에는 이밖에도 비위반제소나 역진방지 조항 등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결국 코차밤바는 전설적인 민중봉기로 이 수도물 사유화를 원점으로 돌렸습니다. 놀라운 것은 볼리비아는 미국과 FTA를 맺은 상태도 아니었는데 민중이 그런 피해를 입었던 겁니다. FTA의 본질과 그 저항 전략을 모두 보여 주는 상징적인 사례입니다.


한미FTA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가장 말 많은 투자자-국가 제소 조항이 체결돼도 이미 다국적 기업인 한국의 대기업들은 미국에 현지 법인 설립해 한국 정부를 압박할 수 있습니다[각주:1]. 그를 통해 복지를 위한 규제, 노동권을 위한 규제,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라는 압박, 환경을 위한 규제를 피할 수 있습니다. 그도 아니면 미국 기업과 동등한 기업 활동 자유를 보장하라고 요구하겠죠. 

우리가 바로 잡아야 할 것은 결코 국익과 기업 이익의 불균형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기업간 국가간 단순한 산업별 교역 조건의 문제는 전혀 본질이 아닙니다. 그 점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자유화 문제도 그 점에서 한미FTA의 단순한 사전 단계가 아니라 그 본질적 일부인 것입니다. 

주권이 침해받는다는 주장에는 복합적 의미가 배여 있을 텐데, 사법주권 같은 관료의 권한이나 국익이 그 본질이 아닙니다. 국익은 국가를 지배하는 세력의 이익을 포장한 단어일 뿐입니다. 정부를 선출해서, 선출된 정부를 대중적으로 압박해, 공공 복리를 확대할 수 있는 민중의 민주적 권리가 침해당하는 겁니다. 그래서 민주주의의 문제입니다.


1퍼센트와 99퍼센트의 계급전쟁

또다른 배경도 있는데, 한미FTA에는 한미 지배자들의 동맹 강화로 안보(전쟁)동맹도 강화하려는 의도도 배여 있습니다. 한국 자본가들은 이를 통해 미국 중심의 질서 아래서 한국 지배자들의 국제적 지위를 격상시키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할 결정적 거점 하나를 확보하고요.[각주:2] 

미국의 패권전쟁에 적극 협력했던 노무현 정부가 주한미군 평택기지 이전과 제주도 강정기지 건설을 결정하던(추진은 이명박이 하는 그 제주 강정기지) 시점에 한미FTA를 추진하고 협상을 시작한 게 단지 우연일까요?

애초 이 협정을 추진한 부시 행정부는 대테러 동맹에서 한국과 안보동맹 강화가 절실히 필요했고요. 경제영토 확장을 넘어서 군사패권 동맹의 영토 확장인 겁니다. 이번에 오바마가 ‘다원적 전략동맹’이라고 한 것은 이런 다면성을 염두에 둔 것이겠죠. 

한미FTA는 전쟁을 해서라도 세계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 제국주의에 협력해 오히려 동아시아에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정책과도 연관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미국 제국주의 궁극적 목표는 미국식 사회 체제를 수출해 제국 자본가(그리고 부차적이지만 그들과 협력하는 친제국 자본가들)들에게 ‘평평한[각주:3]’ 세계를 만들어 주는 데 있습니다. 

바로 이런 것들이 단순히 ‘국익’ 논리로 FTA 재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이 논리적 한계에 부딪히는 이유입니다. 아래 열두 가지 독소조항은 애초에 한미FTA에 포함돼 있던 것들입니다. 당시 노무현 정부가 이명박 정부보다 더 나은 교역 조건에 합의한 듯 보이는 것은 저런 결정적 독소조항들을 모두 수용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영향력 있던 지위에 있던 분들은 이명박의 FTA 강행에 반대할 뿐만 아니라 정직한 성찰도 함께해야 할 것입니다.[각주:4] 민주당에 비준 저지를 요구하되, 믿지는 말아야 할 까닭이며, 재재협상이 아니라 완전 폐기를 목표로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FTA 몇 조항만 바꾸면 된다는 민주당식 논리는 이명박이 개과천선할 수 있다는 얘기죠.) 

이 점을 성찰하지 않는다면 이번 한 번 겨우 막아내더라도 한미FTA는 계속 유령처럼 우리를 배회할 것입니다. 국회 몸싸움만이 아니라 민주노총 등이 중심이 돼 완전 폐기를 목표로 하는 대중적 저항이 결정적으로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래서 일각의 국민투표 요구론도 헛다리 짚기(아니면 꼼수?)입니다. 2007년 한미FTA 반대 투쟁 과정에서 국민투표로 막자는 방안이 나왔지만 다수가 반대했습니다. FTA 반대는 다수 여론을 거슬러 체결한다는 형식적 민주주의 문제가 아니라 다수의 삶이 걸린 실질적 민주주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결론 내리면, FTA는 
미국과 한국 기업들이 돈 벌 자유를 위해 노동대중의 삶을 해치려는 것이고, 자본이 경제 위기를 헤쳐 나가는 수단으로 99퍼센트에 대한 착취와 수탈을 강화하겠다는 선전포고입니다. 고장난 자본주의를 더 끌고 나가 우리 삶을 시궁창에 계속 머물게 하겠다는 도전장입니다.  

1퍼센트 정권, 이미 심판받아 정치적 정당을 잃어버린 정권의 FTA 강행에 맞서는 우리도 이를 계급 전쟁으로 정확히 인식해야 합니다. 지금 한국에서 한미FTA를 막는 행동은 세계적인 99퍼센트 행동의 일부인 것입니다. 경제 위기 고통전가를 둘러싸고 벌이는 오랜 계급전쟁의 한 전투인 것입니다. 

이건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에서 출발해 현실을 재단하는 게 아니라, 현실에 대한 해석과 대응이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쟁점이 되는 것입니다. 평범한 다수의 삶을 위한다면 FTA 반대와 완전 폐기의 입장에 서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진보의 길입니다. 

☞ 추천 기사 읽기 ―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선생의 칼럼  / /
☞ 
조중동의 한미FTA ‘괴담’론을 반박한다
 



한미FTA를 폐기해야 할 12가지 이유(민주노동당 작성으로 알려진 자료. 일부 설명이 부정확하다는 평이 있으나 대체로 무난함. 굳이 따지면, 예시에서 과장된 설명이 있긴 함. 전반적으로 한미FTA 자체를 비준 후 전혀 되돌릴 수 없다고 한 것은 정확하지 않음. 국내법으로 폐기할 수 있음, 다만 국제법적 효력이 남아 있어서 제소 대상 가능성이 큰 것임. 이 경우, 민중항쟁 방식으로 정치적 무효화의 길이 가장 효력 있음. 예를 들어, FTA를 비준한 정권 자체를 항쟁으로 퇴진시켜서 쫓겨난 정부가 맺은 조약을 무효로 한다고 하면 함부로 못 함. 볼리비아의 경우 FTA는 아니었지만 외국과 맺은 계약을 민중항쟁으로 피해 없이 무효로 함)


1. 래칫조항(톱니바퀴의 역진 방지장치)
낚시에 쓰는 미늘 같은 것인데 거꾸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다. 즉 한번 개방된 수준은 어떠한 경우에도 되물릴 수 없게 하는 조항이다. 선진국 및 산업국가 사이의 FTA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소조항 중 하나이다. 
<예>
- 쌀 개방으로 쌀농사가 전폐되고 식량이 무기가 되는 상황이 와도 예전으로 되돌릴 수 없음
- 광우병 쇠고기 수입으로 인간 광우병이 창궐하는 상황이 와도 수입을 막지 못함
- 의료보험이 영리화 되고 병원이 사유화 된 후 아무리 부작용이 나타나도 다시는 예전으로 되돌릴 수 없음
- 전기, 가스, 수도 등이 민영화 된 후 사회적으로 큰 혼란이 일어나도 다시 예전으로 되돌릴 수 없음
- 교육 및 문화가 사유화된 후 다시 예전으로 되돌릴 수 없음


2. 금융 및 자본시장의 완전개방

현재도 그렇지만 앞으로 더욱 더 한국 금융시장이 국제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되게 하는 조항이다.
<예>
- 외국 투기자본이 한국 내에서 아무런 제재없이 은행업을 할 수 있게 됨
- 외국 투기자본이 국내 은행의 주식을 100% 소유할 수 있게 됨.
-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감소로 많은 중소기업이 떼부도를 맞게 됨
- 사채 이자율 제한이 없어지고 사채 천국이 됨

3. 지적재산권 직접 규제 조항(Trips+)

미국의 특허권자가 한국 국민이나 기업에 대한 지적 단속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다.
<예>
- 고가의 오리지널 약보다 값싸고 효과 좋은 카피약 사용 불가능
- 미국의 경우 완벽한 민간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사람이라도 성인 1인당 1달에 70만원(700달러)의 약값을 지출함(4인가족 기준 월 200만원 2000달러 지출)

4. 스냅백 조항(snapback)

한국 정부가 미국과 약속한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미국이 한국에 부여한 자동차 특혜관세 혜택을 언제든지 임의로 일시에 철폐할 수 있게 하는 조항
<예>
-미국의 무역보복이 일상화 되고 한국경제는 막장으로 내몰리게 됨

5. 서비스 시장의 네거티브 방식 개방(Negative List)

개방해야 할 분야를 조목조목 제시하는 것(Positive 방식)이 아니라 개방하지 않을 분야만을 적시하는 조항이다. 따라서 미래에 생겨날 새로운 서비스 시장은 무조건 모두 개방해야 한다.
<예>
- 온갖 도박장, 섹스산업, 피라미드 판매업 등 미국의 서비스산업이 국내에 마구 들어오게 될 때 군말없이 이것들을 수용해야 함

6. 미래의 최혜국 대우 조항(Future MFN Treatment)

미래에 다른 나라와 미국보다 더 많은 개방을 약속할 경우 자동적으로 한미FTA에 소급 적용하는 것이다.
<예>
- 일본과 FTA를 체결할 경우 농산물 분야에서 우리가 일본보다 더 강점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보리나 콩을 개방했을 경우 원래 한미FTA에는 없던 콩이나 보리도 즉각 미국에게 개방해야 함.

7. 투자자-국가 제소권(ISD)

한 국에 투자한 미국자본이나 기업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 민간 기구에 제소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다. 투자자본이나 기업이 피해를 보았다고 판결나면 한국 정부가 현금으로 배상해야 한다.(이 경우 당연히 한국보다 힘센 미국의 투기자본 및 초국적 기업이 승리)
한 마디로 초국적 투기자본이나 기업이 자신의 이윤확대를 위하여 상대국가의 법과 제도를 무력화시키는 독소조항이다.
<예>
- 이 제도로 인해 미국 자본이나 기업은 국내에서 재판받을 필요가 없음
- 오스트리아 등 미국과 FTA를 추진하거나 맺은 국가들 대부분은 이 독소조항을 채택하지 않았음.
- 한국과 유럽의 FTA협상에서는 이 독소조항을 논의조차 하지 않았음
- 대한민국 헌법상의 주권국가의 사법권, 평등권, 사회권이 무너짐
- 한국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포함한 공공정책을 사실상 포기하게 됨

8. 비위반 제소

FTA를 위반하지 않았을 경우라도 세금, 보조금, 불공정거래, 시정조치 등 자본이나 기업이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기대하는 이익을 못얻었다고 판단되면 국제 민간기구에 상대 정부를 제소할 수 있게 하는 제도
<예>
- 자본이나 기업 자신의 경영 실수로 기대이익을 못얻었을 경우라도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음.
- 국제민간기구에 제소해서 무조건 이기기만 하면 천문학적인 보상금을 타낼 수 있음

9. 정부의 입증 책임(necessity test)

국가의 정책, 규정 등 상대국가는 그것이 필요불가결한 것이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책임을 지는 조항이다.
<예>
- 현재의 대한민국 국민의 광우병 쇠고기 반대여론 같은 경우 과학적 입증 자체가 터무니 없는 일임.
- 한국은 기초과학 분야에서 국제적 위상이 취약함

10. 간접수용에 의한 손실보상

상대국가의 정책이나 규정에 의한 직접적인 손해가 아니더라도 이를 통해서 간접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되면 이를 보상해야 하는 제도이다.
땅이 좁고 인구가 많은 한국은 토지공개념 등 사유를 제한하는 공동체적 법제를 가지고 있음(미국은 한국과 정반대). 그러나 이 독소조항으로 인해 한국의 모든 정책과 규정의 공동체적 법체제가 완전히 사라지게 됨
<예>
- 한미FTA가 한국정부의 모든 정책과 규정의 상위법인 양 해석되게 됨
- 대한민국의 주권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11. 서비스 비설립권 인정

상 대국가에서 사업장을 설립하지 않고도 영업을 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국내에서 설립되지 않은 회사를 국내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 따라서 서비스 비설립권 조항으로 인해 한국 정부는 이들 기업들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거나 불법 사실을 처벌할 수 없게 된다.
<예>
- 미국은 각 나라와 FTA를 맺으면서 ‘FTA이행법’을 만들었음. 이 법에서 “미국의 법률에 저촉되는 모든 FTA 규정은 어떤 상황에서든 모든 미국인에게 무효이다.” 라고 선언했음. (미국에서는 FTA가 단순한 행정협정일 뿐임)
- 한국정부는 한미FTA에 저촉되는 한국의 모든 법(30여개)을 고치려고 함(한미FTA가 조약이며 법률이라고 함)

12. 공기업 완전 민영화와 외국인 소유지분 제한 철폐
한국의 공적이며 독점적인 공기업을 미국의 거대한 투기자본들에게 맛좋고 수월한 사냥감으로 던져주는 조항이다.
<예>
- 의료보험공단, 한전, 석유공사, 농수산물, 유통공사, 주택공사, 수자원공사, 토지공사, 도로공사, KBS, 중소기업은행, 도시가스, 수도공사, 우체국, 지하철공사, 철도공사, 국민연금, 공무원 연금 등 : 미국의 거대한 투기자본에 넘어가 사유화도 가능성이 농후함
- 수도요금, 전기료, 지하철 요금, 가스요금, 의료보험료, 등이 대폭 인상되게 됨으로써 서민경제가 파탄나게 됨


  1. 이 경우 ISD는 한국 자본이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수단이 되겠죠. 또 한국자본이 미국에 문제제기할 수도 있구요. 애국-매국 문제가 결코 아닌 이유입니다. [본문으로]
  2. 미국과 중국은 2000년대 동안 경제적 협력과 군사적 긴장 관계를 형성해 왔죠. 그동안 협력과 견제가 두 나라의 기본 관계였는데, 경제 위기가 해결 안 되는 지금, 경제에서도 경쟁 관계가 더 부각될 수 있습니다. [본문으로]
  3. 신자유주의 세계화 찬성론자들은 세계가 평평하다고 주장하죠. [본문으로]
  4. 올해 문재인 씨는 베스트셀러가 된 자신의 자서전에서 한미FTA를 잘한 것으로 자화자찬하고 김현종을 높이 평가했는데, 김현종의 친미 행위가 드러난 지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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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은 원전 수출 협상을 위해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한 3월 12일에 아크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부대원들에게 “한국과 UAE는 형제 관계로 볼 수 있다”며 “여러분이 흘린 땀방울이 국방 협력의 성과로 이어지고 나아가 우리 국익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했다.


이명박이 말한 ‘형제 관계’와 ‘국익’의 실체는 그 이틀 뒤, 아랍에미리트(UAE) 정부가 바레인 민주화 시위대를 진압하려고 5백여 명의 병력을 파병하면서 드러났다. 그날 이명박은  아랍에미리트 연방 총리 겸 두바이 통치자인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과 한-UAE 간 우호 관계를 다지는 회담을 했다.

올해 1월 파병된 아크부대는 아랍에미리트(UAE) 군대에 특수전ㆍ대테러 임무 등을 교육하고 훈련시키는 임무를 맡고 있다[각주:1].

한국 군대가 중동에서 반혁명 군대 구실을 하는 아랍에미리트(UAE) 군대를 교육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이란을 포위하는 전진기지로 아랍에미리트(UAE)를 군사 지원해 왔다. 아랍에미리트(UAE)는 최근 중동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으로 군비 투자에 열을 올리는 나라다.

미국은 이란의 핵발전소 추진 계획을 핵무장의 전초 단계라며 반대하고 압박하고 있는데, 미국의 맹방인 한국의 이명박과 UAE 아부다비 왕가는 아무 제지 없이 핵발전소 건설을 거래하고 있는 것도 수상하다[각주:2].

이명박은 이런 반동적 지배자들과 ‘형제’가 되고 싶어 아크부대를 파병한 것이다[각주:3]. 부대명 ‘아크’(Akh)는 아랍어로 ‘형제’란 뜻이다. 

아크부대는 당장 철군해야 한다.


※ 이 글은 축약해 <레프트21> 53호에 실렸습니다. ☞ 바로 가기


  1. 아크부대는 특전사 소속으로 현재 UAE의 주요 도시 중 하나인 알아인의 특수전학교에서 임무를 수행 중이다. [본문으로]
  2. 이란의 핵무장 성공에 대비해 UAE를 핵무장시키려는 미국의 의도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본문으로]
  3. 한나라당은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날치기로 파병동의안을 처리한 바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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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오늘 분신했습니다.(☞ 관련 기사와 사진[각주:1]) 이 노동자는 공장 점거에 참가했다가 어머님이 위독하셔서 잠시 공장에서 나왔는데, 사측 용역깡패들에 막혀 다시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해 분노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현재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고 깨어나 동료 조합원들에게 “끝까지 싸우자” 하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 노동자가 분신까지 가게된 것은 불법 파견으로 구속돼야 할 정몽구는 오히려 정부의 비호를 받고, 죄없는 노동자들은 폭력경찰과 용역깡패들에게 두들겨 맞는 현실에 분노하고 절망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도  오늘 아침 <조선일보>는 부당한 차별과 노동자들의 고통에는 아랑곳 없이 파업으로 생긴 손실액이 5백40억 원을 넘었다고 호들갑입니다. 

현대차 사측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시키는 대로 일이나 하고, 그만 두라면 그만 두는 정말 별 볼 일 없는 존재로 천대해 왔는데, 그 별 볼 일 없는 존재들이 몸을 한 번 일으키니 그 거대한 공장이 멈추고 사장들이 챙겨야 할 수백억 원의 돈이 나오질 않습니다. 그들이 일손을 멈추니 말입니다.

그들이야말로 정규직 노동자와 함께 진정으로 현대차 공장을 움직이는 주인이었던 것입니다. 저들의 피해 운운은 오히려 그동안 노동자들이 얼마나 높은 생산성으로 일해 왔는지 반증하는 말일 뿐입니다.


△ ‘사원증’은 정규직 사원증을 말합니다. 한맺힌 요구인 것이죠. 비정규직지회에서 분신 동지의 이름을 ‘황인화’ 동지로 수정했네요.



2. 올해 7월 25일 대법원은 현대차 울산공장의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최병승 씨가 낸 소송에서 최병승 씨가 ‘불법’으로 비정규직 취급을 받았다고 판결했습니다. 11월 12일에는 아산공장에 있던 노동자들이 낸 소송에서도 고등법원은 비정규직으로 일을 시키는 것은 ‘불법’이므로 이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바꿔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대법원 판결을 쉽게 말하면, 자동차 공장은 컨베이어 벨트라는 생산 라인을 중심으로 노동자들이 배치돼 일하는데, 이 라인 안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일하고 있다면(혼류생산) 이 비정규직은 현대차에 직접 고용된 것으로 봐야 하고, 이 가운데 2년 이상 근무자는 정규직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11월 고법 판결은 좀더 진전됐는데, 한 라인이 아니라도 한 공장 안에서 종합적인 공정 아래 있다면 앞서와 같이 직접고용과 정규직으로 봐야 하다는 겁니다. 

판결의 법적 의미에 관한 보충 해설(글 흐름과 별개이니 건너 뛰고 필요하신 분만 읽으세요)

이 법적 다툼에서 현대차 사측은 합법 도급[각주:2]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측의 말대로 이들이 도급 노동자라면 별도 라인에서 일해야 하고, 원청의 업무 지시를 받으면 안 됩니다. 그러나 파견은 원청의 업무 지시를 받을 수 있는데, 파견법은 현대차 같은 제조업 공장에서 정규직이 일하는 라인에는 파견 노동자르 쓰면 안 된다고 돼 있습니다. 

그런데 현대차는 원청인 현대차 관리자의 지시로 정규직과 동일 업무를 수행했으므로 사측 말대로 합법 도급이 아니라 불법으로 파견 노동자를 사용한 게 되는 거죠. 이것이 바로 2004년 노동부 근로감독관이 당시 현대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1만여 명에게 불법 파견 판정을 내렸던 이유입니다.

따라서 이들은 현대차 직접고용으로 봐야 하고 2년을 넘긴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주장이 법적 정당성을 얻게 된 것입니다.

2006년 개정 전 파견법은 파견 노동자로 2년 이상 계속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간주한다는 고용의제 조항을 두었기 때문에 이번 대법 판결은 이미 2004년에 근무년수 2년을 넘긴 시점부터 이미 정규직 노동자인 것이고, 따라서 부당하게 주지 않은 밀린 임금부터 달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2006년 파견법을 개악하면서 정부와 기업주들은 파견 가능 업종을 늘리고 2년 이상 고용의제를 고용의무로 바꿨는데, 고용의무는 정규직으로 간주한다가 아니라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정규직으로 바뀌는 데 사장에게 한번 더 선택권을 주는 것으로 개악입니다. 그러나 고용의무든 의제든 그 조항의 취지는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므로 이미 2년이 넘어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 그리고 불법으로 간접고용 취급을 받는 노동자들은 직접고용 정규직화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심지어’ (저들이 만든) 법에 비춰 봐도 정당합니다.


우스운 것은 이번 대법원 판결 전까지 전 단계에서 최병승 씨는 모두 졌다는 겁니다. 2004년에 시작된 법적 단계에서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지방법원, 고등법원까지 법원은 이 명백한 불법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2004년 노동부 근로감독관조차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 비정규직 1만여 명이 불법 파견에 해당한다고 판정해 놓고도 정작 판결에서는 이를 적용하지 않았고, 검찰은 이 불법 사실을 수사하거나 처벌하지 않았습니다. 노동부 직권으로 징계할 수 있는 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공정 사회를 집행해야 할 자들이 현대차 정몽구 일가 편에 뭉쳐 섰던 것입니다. 

더 우스운 것은 이 파견법조차 노동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업들이 요구해 만든 법이라는 겁니다. 1998년 정리해고 등과 함께 IMF 경제 위기르 빌미로 도입된 악법으로 비정규직 양산에 지대한 공헌을 한 법입니다. 바로 전 해에 민주노총이 대중파업으로 막아낸 날치기 법안 중 하나였습니다. 

저들은 자기들이 만든 악법조차 자기들이 조금이라도 불리하다 싶으면 지키질 않았던 겁니다. 그래서 올 7월과 11월 법원 판결이 중요한 계기가 된 것입니다.

물론, 대법 판결은 2년 이상자로서 한 라인 안에 있던 사람들에게만 적용한 판결이라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합리적 판단을 해 보면, 2년 미만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고 정규직화하는 게 문제가 될 이유는 없습니다. 악법조차 그걸 금지해 놓은 것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그들도 불법 파견인 건 명백하니까요.

문제는 정부와 기업주들은 자기들이 만든 법조차 지키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래서 지금처럼 어차피 법원 판결도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직접 행동으로 투쟁을 해야 현실화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점이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이 정당한 첫째 이유입니다. 

△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단호한 투쟁이 연대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제 공장 바깥의 연대가 그들에게 힘을 줘야 한다. 무엇보다 공장 밖 연대가 정규직지부의 더 큰 연대투쟁을 만들어 내도록 해야 한다.



3. 이런 불법 행태로 그동안 현대차 사측은 엄청난 이익을 누린 셈입니다. 1만 명에 이르는 노동자들에게 같은 근속년수 노동자들의 60퍼센트 정도밖에 임금을 주지 않았니 그밖에 정규직 직원에게 가는 직원 복지까지 더해 엄청난 임금을 체불한 셈입니다.

그 대가로 현대차 기업은 현금만 7조 원이 넘게 보유하고 있고, 정몽구는 9백억 원이 넘는 전용기를 타고 다닙니다. 정몽구의 아들 정의선은 지금 시가 총액이 2조 원이 넘는 주식 부자가 돼 있고, 세금 덜 내고 그룹 경영권을 통째로 승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답니다. 대기업의 성장은 경영을 잘 해서가 아니라 노동자를 잘 쥐어짠 결과물인 것입니다.

그러니 엄청난 임금 체불도 이들이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이간질하고 차별하면서 쥐어짜 챙겨 가져간 것들에 비하면 크다고 볼 수 없습니다. 현대차 공장의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은 2천 5백억 원으로 추산합니다. 현대차 같은 거대한 공장에서 지금같은 수익 구조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일입니다.

현대차는 정부의 특혜도 받았습니다. 2008년 말 경제 위기가 터진 후 정부는 자동차 구입자들에게 면세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자동차 기업들의 판매 감소를 막으려고 예산을 투입했습니다. 그러니까 현대자동차는 안에서 부당하게 임금을 체불하고 밖으로는 국민 세금으로 경영을 지원받아 온 것입니다. 그 대가를 기업주가 맘대로 할 수 있는 돈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현대차 사측이 이런 불법 행위를 사과하고 시정하지 않는 것은 이런 불법 파견 행태가 현대차 공장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많은 제조업 공장들이 이런 꼼수를 부려 왔고, 2004년처럼 불법 판정을 받고도 현대차 경영진이 처벌받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악행이 지속해 온 것입니다.

이런 불법 파견은 현재 만연해 있고, 현대차 옆 공장인 현대중공업도 1만 명이 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부려 먹고 있습니다. 더 많은 기업들이 불법 파견으로 돈을 벌어 왔고 현대차는 이들을 대표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짓밟으려 하는 것입니다.

이런 계급 불평등이 이들의 파업이 정당한 둘째 이유입니다.

△ 서울시청 덕수궁 앞 플래카드. 서울중부지역 진보단체들 7곳이 종각, 대학로 등 서울 도심 곳곳에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지지 플래카드를 부착했다. 다함께 중북부, 민주노동당 종로위원회·중구위원회, 민주노총 서울본부 중부지구협의회, 서울중부민중연대, 공공노조 의료연대지부, 한국노총 세종호텔노동조합입니다.


4. 사실 현대차 사측은 1998년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들을 대량해고하려다 여의치 않게 되자 정규직 신규채용을 거의 하지 않고 편법(그러나 불법)으로 사내하청 비정규직으로 늘리는 꼼수를 부렸던 것입니다.


힘없는 이들로 제조 공정을 채우면서 노동의 유연화를 달성한 거죠. 언제 잘릴 지 모르는 상황이라 노조 만들기도 쉽지 않고 그러니 기업주로선 쉽게 고용하고 쉽게 자를 수 있으니까요. 

같은 공정에서 정규직과 함께 같은 일을 해 왔는데도 사측은 이들에게 같은 근속년수의 정규직보다 30~40퍼센트 적게 임금을 주고 아무 때나 잘랐습니다. 직원복도 안 주고, 공장 출근 때 정문 출입도 못 하게 하고 직원 통근 버스도 못 타게 했습니다. 회사가 망할 지경만 아니라면 누구나 다 받아 집에 들고 가는 조촐한 명절 선물도 못 받았습니다. 

설움에 복 받쳐 노조를 만들려다 죽지 않을 정도까지만 두들겨 맞고 공장에서 끌려 나오고 해고됐습니다. 당연한 권리인 월차 휴가를 신청했다고 두들겨 맞아 병원에 입원했는데, 관리자가 찾아와 누워있는 이 노동자의 발목을 식칼로 긋는 일도 있었습니다. 너무 절망적이라 분신하며 항거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이번 파업의 시작이 된 15일 아침도 사측의 무지막지한 폭행이 벌어졌습니다. 동성기업이라는 한 하청업체가 폐업한다는 명분으로 사내하청 비정규직들을 해고한 것이 발단이었는데, 이 노동자들 29명이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공장에 들어가자 사측 관리자와 용역깡패 수백 명이 몰여 와 집단 폭행을 한 것입니다[각주:3].

이 업체 폐업은
불법 파견을 판정을 받은 후 혹시라도 2년 이상 정규직화 요구가 더 커질까 봐 미리 선수를 치는 차원에서 해고를 한 꼼수였습니다. 부당해고와 폭력 사태에 항의하면서 이번 파업이 시작된 것입니다. 한마디로 이번 점거 파업은 사측의 선제 공격에 맞서는 파업인 것입니다.

지금도 공장 안에는 현대차 관리자들과 용역 깡패들이 완력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살점이 떨어지고 귀가 찢어지며 갈비뼈가 부러지는 폭력을 당했고 일주일 만에 50여 명이 병원에 실려갔습니다. 그래 놓고 사측은 자기들이 노동자에게 맞았다고 보도 자료를 뿌렸고 친재벌 언론들은 그것을 앵무새처럼 보도합니다.[각주:4]

생각해 보세요. 엄연히 법치국가라는 곳에서 법에 보장된 노조를 만들려 했다고 다 큰 성인이 머리 쥐어 박히고 발길질 당하면서 끌려 다니는 모습을. 그 모욕을 왜 참고 있어야 하는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온갖 폭력과 협박에도 지금처럼 완강하게 파업을 하는 이유는 사용자들이 지금까지 저질러 온 차별과 천대, 탄압에 당해 왔던 복받치는 설움의 역사를, 억울한 현실을 이제는 벗어나고 싶기 때문입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이 정당한 셋째 이유입니다.[각주:5]

△ “우리 노동자는 하나다” 이것은 실질적인 투쟁 구호가 돼야 한다. 저들이 계급투쟁을 시작한 만큼 우리도 노동계급이 총단결하는 투쟁으로 맞서야 한다. 현대차와 기아차 정규직지부는 신속한 승리를 위해 최근 가장 잘 나가는 차종들 생산을 멈추겠다고 경고하고, 연대파업을 준비해야 한다. 노동자 단결의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전투를 넘어 전쟁의 승리로 가는 초석이기 때문이다. 정몽구가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를 죄인 취급하는 노동귀족론을 시원하게 반박해 주길 바란다.



5. 정부와 기업주들, 그리고 그들의 나팔수인 보수 언론들이 이제 힘을 모아 현대차 사측을 응원하고 지원할 것입니다. 요컨대, 저들은 노동자들을 상대로 계급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저들은 단결하고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입니다. 언론도 관리에 들어가서 노동자들이 폭행당하는 소식이나 투쟁의 정당성은 기성 언론―방송과 신문에서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래서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바라고 노동자들의 삶과 미래가 존중받길 바라는 사람이라면 모두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의 편에 서서 연대를 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 편의 계급투쟁입니다.

저들이 만든 법인데, 그 법을을 지키라고 노동자가 분신까지 해야 하는 것이 저들이 말하는 ‘법질서’입니다. 전태일이 분신한 40년의 세월 변화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없었던 것일까요. 불타야 할 것은 죄없는 노동자들의 몸이 아니라 소수의 탐욕을 위해 다수를 짓밟는 이 사회의 시스템이고, 체제의 비인간성입니다.

그래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정규직지부, 즉 같은 기업주 즉 공동의 적을 두고 있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지금처럼, 아니 지금보다 더 큰 연대로 이 싸움을 도와야 합니다. 지부 차원의 전면 파업을 하면 가장 좋겠는데 그 전에라도 아반떼나 K5 같은 
잘 나가는 신차 라인을 세우면 좋겠구요. 그런 라인을 세우겠다는 경고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현대자동차는 한국 경제의 핵심 공장이므로 이 공장 안의 정규직-비정규직 연대가 어느 공장보다 위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공동의 적에 맞선 정규직-비정규직의 단결은 전투를 넘어 전쟁의 승리를 위한 초석이 될 것입니다. 공장 바깥의 연대는 바로 이 연대를 고무할 수 있습니다. 이 연대에서 초점은 누가 뭐래도 민주노총이겠죠. 그리고 양식 있는 시민들이 민주노총의 투쟁과 파업을 응원할 것입니다. 

대표 자본가 격인 현대차 기업주(정몽구 일가와 그 똘마니들)를 우리 연대와 단결된 투쟁으로 물러서게 할 수 있다면 우리는 더 많은 기업들에서 우리의 승리를 반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 힘으로 더 많은 정규직 일자리를 요구하며 더 크고 더 깊은 연대를 실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이 정당하고 승리해야 하는 결정적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은 우리 모두를 위한 투쟁입니다.

■ 관련 기사들: 집중 이슈 ―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다음 아고라 청원: 현대차 비정규직 상황을 알리고 싶습니다

■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쟁점 해설 소책자:


우리 모두를 위한 투쟁을 위해 이렇게 연대합시다


●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사기를 높이고 자신감을 고무하기 위해 자신이 속한 노조ㆍ단체ㆍ동아리ㆍ학생회 등에 제안해 파업 지지 성명을 내도록 합시다.

●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웹사이트에 투쟁 지지글을 올리고, 공장에 부착할 지지 배너(현수막)나 대자보 등을 제작해 보냅시다.

- 노동조합 홈페이지 : http://hjbtw.jinbo.net/

- 노동조합 주소 : 울산 북구 양정동 700번지 현대자동차 내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조합

- E-mail : hjbtw@jinbo.net

● 인터넷 카페,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Daum <아고라>와 각종 사이트에 투쟁의 정당성을 옹호하고 지지와 연대를 호소하는 글을 올립시다.

● 청와대ㆍ고용노동부에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현대차 사측의 탄압에 항의하는 글을 올립시다.

청와대 자유게시판 : http://www.president.go.kr/kr/community/bbs/bbs_list.php

고용노동부 열린게시판 : http://www.moel.go.kr/view.jsp?cate=1&sec=5

● 대법원 판결조차 무시하고 정당한 노동자들의 투쟁을 탄압하는 현대차 사측에 항의 전화를 합시다.

- 현대차 고객센터 080-600-6000

- 현대차 울산공장 052-280-2114

●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 지지 집화에 참가합시다.

●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 기금이 필요합니다. 연대 기금을 모읍시다. 

[농협 356-0389-6435-43  임보라] (현대차비정규직지회 공식 후원 계좌)





  1. 분신 장면은 너무 가슴이 아파서 제 블로그에 올리지 않습니다. 현장을 보고 싶으신 분은 링크로 들어가서 확인하세요. [본문으로]
  2. 도급과 파견의 차이는 원청 사용자의 업무 지시를 받느냐 하는 차이다. 도급은 하청업체의 지시를 받는 것으로 일하는 장소만 원청일 뿐이다. 그러나 파견은 원청 사용자의 지시를 받는다. 기업주들은 이 제한을 없애고 싶겠지만 파견법은 제조업 라인 공정 안에서는 파견 노동자를 쓰지 못하도록 했다. 파견법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인데, 최소한의 양심만 발휘한 것이다. [본문으로]
  3. 폭행 동영상 주소. http://www.youtube.com/v/iQEg5zkGHhE?fs=1&hl=ko_KR [본문으로]
  4. 대표 레파토리가 임금 뻥치기, 파업 손실, 이런저런 도덕성 매도입니다. 조선일보는 심지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귀족 노동자로 매도하더군요. 이중 파업 손실과 관련해 두 가지 핵심 반박 논리가 있습니다. 하나는 파업이 손실을 목표로 하는 것입니다. 친자본주의 경제학에서도 파업 손실은 당연한 것이고, 기업주는 파업 손실과 노동자 요구 수용에 따른 경제적 부담 사이에서 최적점을 찾는 것입니다. 둘째는 근본적으로 파업 손실액은 파업 노동자의 임금 총액보다 큽니다. 이것은 노동자 착취의 증거이고, 지금까지 공장을 돌리고 실제로 이윤을 만들어 낸 주역은 노동자라는 것을 보여 줍니다. [본문으로]
  5. 더 자세한 투쟁 소식은 http://left21.com/6_issue.php?issue_no=85을 참고하세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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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올핸 ‘공정 사회’가 화두입니다. 오죽하면, 특권층만 대변한다고 욕 먹는 대통령이 ‘공정사회’를 만들겠다고 나섰을까요.

대통령이 공정사회를 말하면서 함께 언급한 《정의란 무엇인가》가 수십만 부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됐답니다.

‘따분한’ 대학 교재가 베스트셀러가 됐으니 실제로 우리 사회의 정의에 관해 많은 이들이 관심과 의문을 갖고 있다는 한 방증이라 할 수 있겠죠. 물론 따분하지 않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이 많은 이들에게 내용 면에서 공감을 얻은 건 공리주의와 자유주의가 내세우는 정의 개념의 허점들을 짚어낸 것이었을 겁니다.

최대다수의 행복이나 능력에 따른 보상이란 게 실제론 공정한 게 아닐 수 있다는 마이클 센델의 지적은 많은 이들의 (머리가 아니라) 가슴을 달래 줬을 겁니다. 한국에서 가장 중요하고 강한 나라로 치는 미국, 거기에서도 최고 엘리트인 하버드 대학 교수의 말이니까요.

아쉬운 것은 그의 공동체론이 우리가 어느 공동체에 본질적인 정체성을 둘 것이냐 하는 점에서 그다지 해 줄 말이 없다는 것일 겁니다. 현대 사회에서 가장 구속력 강한 공동체는 정치 공동체, 즉 국가니까요.

국가가 모든 이들을 포괄해 통치하고 유일한 공적 강제력으로 기능하지만, 그 국가가 지배하는 사회는 계급으로 분단돼 있습니다. 국가의 본질을 논하기 전에도 우리가 직관적으로 통찰할 수 있는데, 현실에서 국가는 자기 사회에 속한 모든 계급에게 공정한 존재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제와 어제, G20 모임이 있었고, 회담장 바깥에선 이 회의를 규탄하고 반대하는 시위와 행진이 있었습니다. 이 시위의 핵심 구호는 “경제 위기 책임을 전가하는 G20을 규탄한다” 였습니다. 부자와 빈자 사이에서 국가들이 공정하지 않게 경제 위기의 책임을 배분한다는 것입니다. 

G20 홍보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린 사람은 연행되지만, 그 G20을 개최하는 국가의 세금을 축낸 이들은 국가의 존중을 받습니다. 국가의 법을 어겨도 국가가 나서서 사면해 줍니다.

이처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직관적 통찰 때문에 ‘공정 사회’와 ‘정의’에 관한 갈구는 더 커져 가는 듯 보입니다.

2. 최근엔 방송 오락 프로그램에서도 공정사회와 관련한 코드들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적지 않은 이들이 <슈퍼스타K>에 관심을 보였고, 쉽지 않은 기회를 잡으려는 청년들, 특히 불리한 조건의 청년들에게 열광했습니다[각주:1]. 드라마 <성균관스캔들>에서는 여성과 중인, 소수 당파 유생 등 비주류 등이 주인공으로 나왔고, 여성에게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을 새로운 조선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두 프로그램 모두 프로그램 안에서는 공정한 기회가 주어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중졸 학력으로 제대로 음악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던 허각이 우승해 그를 응원하지 않았던 사람들까지 감동시켰습니다[각주:2]. 성스에선 김윤희가 결국 남장 여자로 이중 생활을 계속 하는 결론을 제시합니다.

이런 환상적인 결론은 해당 프로그램에 동화된 사람들에게는 만족을 주겠지만,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도 않는 것일 뿐아니라 현실을 감추기도 합니다. 

허각의 성공이 가지는 역설은 두 가지인데, 첫째는 왜 허각처럼 재능 있는 청년이 제대로 된 음악 교육을 받을 수 없었는지 하는가 하는 것과 다수가 정당한 보상이라고 여기는 그의 우승이 바로 이 문제에 관한 관심을 덮어버린다는 겁니다. 대물 김윤식의 생존도 마찬가지인데, 임금의 벗이자 충신이었던 아버지의 존재와 개인의 재능이라는 우연적 요소로 문제가 해결됩니다.

결국 현실의 한 사람과 허구 속의 한 사람이 기회를 잡는 것은 구조적 평등이 아니라 재능과 노력에 바탕한 개인적 ‘행운’의 결과입니다.

한마디로 이 프로그램들은 의도했든 아니든 이 사회에서 ‘어쨌든 기회는 존재한다’는 것과 그 기회를 붙잡는 것은 개인에게 달려 있다는 생각을 심어줍니다. 그것이 행운이든 노력의 결과든 재능의 발휘든 아니면 실패하든 그 모든 것은 개인의 책임입니다. 


3. 자본주의 옹호론자들은 성공할 기회가 똑같이 제공됐다면, 이 사회는 공정사회라고 말하죠. 기회가 주어졌다면 나머진 개인의 노력(과 재능) 문제일 테니 말입니다. “성공은 노력의 보상이다.” 내가 구멍가게를 차려 이건희와 사업 경쟁을 하는 것이 공정하다는 것입니다[각주:3].

그래서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학자들과 언론은 눈물겨운 성공담을 찾아 내려고 늘 노력합니다. 자본주의가 공정하고 열린 체제라는 것을 보여 주려고 말이죠.

심지어 원래 상류층 출신으로 처음부터 우월한 자금력으로 경쟁자들을 인수하면서 성공한 빌 게이츠가 첨단 기술을 선구적으로 개발해 성공한 자수성가의 사례가 되기도 하고(부모가 백만장자였어도 지금 빌 게이츠는 억만장자이므로 크게 성공한 것은 사실이다) 최근엔 페이스북 창업자의 스토리가 영화화되기도 하고, 불우한 시절을 이겨 낸 운동선수와 예술가의 성공담도 이어집니다.

크롬도 파이어폭스도 이루지 못한 MS 사의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보여 주는 예술적 경지. 아마 많은 분들이 경험해 보셨을 듯.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술적 성공이 아니라 하드웨어 제조사들과 독점 체제를 구축해 돈을 번 것이다. 부자들의 기부는 재단 설립을 통해 이뤄지는데, 면세 혜택을 받는 이 표면상 복지재단 운영을 세습하면서 부는 덜 욕 먹고 세습된다. 록펠러, 카네기 재단이 대표적 사례고, 한국에서도 한 번도 돈 버는 일을 해 본 적 없는 박근혜와 그 동생들이 육영재단 덕에 지금도 먹고 산다. 빌 게이츠에 관해서 쉽게 아는 방법으로 팀 로빈스가 주연한 패스워드란 영화를 추천한다.

그러나 고교 평준화가 재력에 따른 학력 서열화와 성공의 계급적 차별을 막을 수 없는 것처럼, 결과적이고 형식적인 기회 제공만 가지고 진정으로 사람들이 바라는 공정 사회라고 말할 순 없습니다.

돈 벌기든 학문이든 예술이든 성공할 기회를 제공하는 게 공정하려면, 그 기회에 임하는 자격을 갖추는 문제에서도 공정해야 합니다. 이것은 돈이 필요한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에, 이 사회가 진정한 공정 경쟁을 보장하려 한다면, 예를 들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가운데 하나가 상속을 금지시키는 일일 겁니다.

그래야 성공이 최소한 자기 재능과 노력의 결과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테니까요. 재벌가의 자녀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스스로 공정한 경쟁으로 그 자리에 올라섰다고 결코 말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성공에 대한 보상이란 것도 이 사회는 금전적 성공으로 획일화돼 있습니다.

문제는 상속 금지 같은 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능하지 않다는 겁니다. 날 때부터 불평등한 현실은 사유재산이란 이름으로 보호되고, 이 불평등한 조건에서 사람들을 경쟁으로 내모는 일은 자유시장경쟁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될 뿐입니다. 이것을 부정하는 국가가 없다는 점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는 단지 불공정한 중재자가 아니라 애초부터 계급지배의 도구인 것입니다.

오래된 농담처럼, 우리가 단무지에 라면 국물 먹고 클 때, 아무개는 인삼 깍두기에 녹용 국물을 먹으며 크는 현실에서 우리가 특정한 목표를 성취하려는 데에 필요한 모든 자원과 자격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우린 경제적 조건과 국가의 보호라는 문제에서 모두 불평등한 현실에 직면합니다.

그래서 모든 국민이 법적인 자유 신분과 공평한 권리와 의무를 진다고 하는 자본주의에서 불평등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진정한 기회의 평등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왜냐면, 이미 특권을 쥐고 출발하는 이들이 규칙도 지배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규칙 뿐아니라, 앞으로도 자신에게 유리하게 게임의 규칙을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그들이 국가를 지배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우리 앞에 직면한 현실은 구조화된 계급 불평등입니다. 지배 받는 계급(노동계급과 억압받는 사람들)에 속한 사람들에게 이 사회는 결코 공정 사회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마르크스의 말을 빌려 다른 각도에서 말한다면, 계급투쟁이야말로 진정한 ‘공정 사회’로 가는 길이라는 겁니다.


4. 그래서 공정 사회가 화두가 되는 현실은 갈수록 계급 불평등이 깊어지는 현실과 대중의 깨달음을 반영합니다. 결국 공정사회와 정의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과 애착이 보여주는 것은 계급 불평등을 가리고 오히려 그게 당연하다고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가 대중적으로 의심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쉽게도 이런 현상이 곧바로 계급 불평등이라는 담론과 계급 정치의 강화로 나타나지 않고 정의 같은 추상적 담론과 가치, 도덕의 문제로 논쟁이 됩니다. 이것은 아직 마르크스주의 좌파가 세력과 이데올로기에서 열세라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이는 (비록 가짜 사회주의였지만, 다수가 진짜라고 믿어버린-참고글) 소련의 붕괴[각주:4]라는 세계사적 요인과 국제적으로 계급투쟁 부활이한동안 지지부진했던 배경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규모 경기부양으로 세계경제의 붕괴를 막은 것도 사회의 이념 지형이 더 급진화하는 걸 막는 부분적 효과를 냈을 겁니다.

요즘 한국에선 진보정당들이 민주대연합 수준의 개혁주의가 득세하는 데에 한몫 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노조 상층 지도부가 주도하는 노동계급의 정치세력화 프로젝트로 출발한 이 당들은 상대적으로 노동운동의 투쟁 압력이 완화된 현 국면을 배경으로 계급보다 국민, 투쟁보다 중재[각주:5], 그리고 언론용 기자회견을 더 중시하는 실천을 하고 있습니다. 명백히 오른쪽으로 후퇴한 거죠[각주:6].

노동자운동이 아직 공세 국면이 아닌 단계에서 계급투쟁 정치가 주변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단견이고 피상적 관찰입니다. 계급투쟁 상황이 영향을 미칠 텐데, 최근 상황은 불균등하지만 반전의 계기들은 마련되고 있는 듯합니다.

그리스, 프랑스 등 유럽 노동자투쟁의 부활도 국제적으로 주목할 만한 사건이구요, 중국도 심상치 않다고 봅니다. 한국에선 노동운동의 주력부대는 건재해 이명박도 본격적으록 공격을 못 한다는 게 드러났고, 최근엔 비정규직 투쟁이 전진하고 있습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특권층 정부와 재벌 기업에 대한 사회적 불만도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 단계에선 계급투쟁을 반전시킬 계기들을 폭넓게 주목하는 한편, 자본주의 옹호론과 (이 사상들과 근본에서 단절하지 않는) 개혁주의와 벌이는 이데올로기 투쟁이 매우 중요할 것입니다.


크게 두드러지진 않지만 당신의 수많은 제자 가운데 하나인 나도 당신이 승리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물론, 당신은 노동계급의 승리라고 말할 테고, 그것이 사실 맞는 말이고, 당신이 기초해 지금까지 생명력을 갖고 발전하는 사상의 정신일 것이다. 그 승리에 내가 기여했다고 말할 수 있는 말년을 맞길 바라면서 오늘도 바쁘게 산다.

5, 끝으로 마르크스주의는 정의를 어떻게 보는가. 저는 마르크스주의의 대가가 아니고 마르크스가 별도로 정의와 윤리학에 관해 저술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다분히 개인적 해석을 매우 단순한 수준에서 말해 보려 합니다. 

우선, 마르크스주의에서 사회적 정의의 기본 가치는 평등이겠죠. 

자본주의가 말하는 개인의 자유가 불평등한 조건에서 얼마나 허구적인 것인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금전적 불평등만 문제가 아니죠. 그에 따른 정치권력의 독점도 존재합니다.

정치와 경제,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평등하다는 것은 사회적 생산과 분배를 결정하는 문제에서 모두 평등하게 권한을 가진다는 뜻이고 이것은 계급 불평등이 해결돼야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룰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근본적으로 개인의 자유는 사회의 경제적·문화적 발전 수준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인간 사회가 더 풍족해 지고 그래서 평등의 가능성이 커지고, 사회 전체가 고양될 때, 거기에 속한 개인들도 더 많은 발전의 가능성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지향이 행복, 자아실현 등을 뜻하는 자유라고 할 때, 그 자유의 전제가 되는 것은 이처럼 진정한 평등입니다. 그런 점에서 자유를 실현하려는 조건으로서 평등은 결과의 평등보다는 (급진적 의미의) 기회의 평등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자본주의 불공정 사회는 이제 인류에게 늙고 병든 짐일 뿐입니다. 이제 인간 사회의 경제적·문화적 생산력은 사회 전체를 민주적으로(평등하게) 계획하고 통제하는 것을 통해 사회와 개인들의 자유를 고양할 때 다시 도약할 수 있습니다.

그때 진정으로 공정한 사회를 이룰 수 있을 겁니다. 개인은 금전적 성공이라는 획일적 기준으로 자신들의 노력을 한정하지도 않을 것이고, 사회적 결정에 민주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는 다양한 가능성의 추구라는 본질적 자유를 전례 없이 확장시킬 것입니다.


  1. 나는 본방으론 결승전 한 번 봤는데, 그뒤에 화제가 된 장면을 검색해서 보니 다들 저렇게 노래를 좋아하고 잘 하는데, 기껏해야 스무살 안팎인 청년들에게 탈락! 불합격! 같은 상처를 주는 게 너무 짠했다. [본문으로]
  2. 다른 참가자들은 대부분 따로 돈을 들여 실용음악학원에서 가수 준비를 하는 청년들이었죠. [본문으로]
  3. 이들은 이론상 단지 외교부 특채 같은 일만 없으면 공정하다고 말합니다. 늘 그렇듯 이들이 우리에게 훈계하는 말과 실제 삶은 다릅니다. 아주 많이요. [본문으로]
  4. 최근의 길지 않은 글에서 추천하자면, 본문에도 링크한 http://www.left21.com/article/7450의 글을 참고하시오. 국가자본주의론의 저작권자인 토니 클리프의 글. [본문으로]
  5. 정책 대안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투쟁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의 노동자 보험료 인상론이나 노동자 증세론, 국익론에 바탕한 한미FTA 재협상론 같은 게 투쟁에 해악이 되는 중재적 정책들이다. [본문으로]
  6. 이것은 민주대연합의 결속력이 완화되는 데에 계급투쟁 수위가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뜻이다. 물론 민주대연합 노선도 거꾸로 계급투쟁 활성화에 해악적 요소로 반작용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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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 지도부는 118G20에 ”평등하고 정의로운 세계를 위한 진보신당의 제언 ― G20 서울정상회의에 보내는 진보신당의 의제 제안서”(이하 제안서)를 보냈다.

제안서는 ‘금융거래세 도입’이나 ‘자본 건전성 규제 강화’, ‘환경 정의의 실현’, ‘더 좋은 일자리’ 등을 G20이 논의하고 합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G20 회의를 규탄하고 반대하지만 말고, G20의 논의에 개입해서 의제를 제안하고 영향을 끼쳐야 한다는 진보신당 지도부의 생각을 보여 준다.

그러나 G20은 개입해서 진보적 의제를 채택하라고 요구할 기구가 아니다. 항의하고 반대해야 할 기구다.

지난 네 차례 회의의 결과는 G20이 상호 경쟁하면서도 경제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와 빈민 들에게 떠넘기고 자본가들을 보호하는 기구임을 보여 줬다[각주:1]. G20 정상들이 각 나라에서 바로 이 일들을 하고 있다.[각주:2]

진보신당 지도부도 제안서의 첫 문단을 “신자유주의 광풍으로 세계경제 체제를 위기로 몰아 간 당사자들이 그 해결 대안을 만들어가는 것에 동의할 수도 없다”면서 시작한다. G20 회의에서 “신자유주의 세계금융체제를 극복할 가능성도, 민중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구체적인 방안도 보이지 않는다”고도 지적한다.

진보신당 지도부는 G20이 대표성도 없고, 위기 해결 방안도 없다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G20 회의가 금융규제 등을 합의하는 ‘좋은’ 회의가 돼야 한다고 주문하는 셈이다.

당 대표인 조승수 의원은 G20 정상회의 지지 국회 결의안에 반대 투표하지 않고 기권했다.

이처럼 앞뒤가 맞지 않는 말과 실천은 진보신당 지도부의 개혁주의를 보여 준다. ‘책임 있는 공당’이 정책 대안 없이 ‘거리 정치’만 해선 안 된다는 생각 말이다.

그러G20 회의가 간단히 무시해 버리면 그만인 제안서로 위기의 나락에서 사람들의 삶을 구원할 수는 없다.

만약 G20이 실효성 있는 회의가 될 수 있다면 우리는 규탄이 아니라 응원하며 회의를 단순히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환상"을 조장하는 것이다.[각주:3]

그래서 투쟁보다 ‘명망’을 중시하는 개혁주의 정치는 일관되고 효과적 대안이 못 된다 .

지배계급이 진보적 요구를 마지못해 수용하게 만들려면 많은 사람들이 G20의 반동적 대안에 분노하고 항의하는 투쟁을 벌여야 한다. 저들이 거짓 선전과 무장 경찰의 위협으로도 우리의 저항을 막을 수 없다고 느낄 때, 바로 우리가 개혁을 쟁취할 수 있다.


■ 참고 기사

▶정부 홍보가 보여 주지 않는 G20의 진정한 실체

G20, 한심하지만 동시에 위험한 기구

“G20 합의는 세계 민중의 삶을 개선하지 못한다”

G20 비판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이명박 정부

내가 G20에 반대하는 10가G 이유

▶ 긴축도, 부자를 위한 경기부양도 위기 해결책 아니다

G20 대국민 토론회: G20의 성격과 운동의 방향을 토론하다

G20 ‘맞짱 토론회’: 정부 측 논리의 군색함과 위선이 드러나다


■ 관련 포스트: 진보신당 논쟁과 대표 선거 ― 실패한 전략 반복하기?


  1. G20은 세계자본주의의 최고 정치 리더들이 모이는 자리다. 현재의 세계경제 위기에 책임있는 자들이 민중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회의가 G20이다. 이명박은 G20 회의를 통해 국내적으론 레임덕 탈출 기회로 삼고 한국내 고통전가 정책의 명분을 구하려 한다. 국제적으론 한국 지배계급의 지위(국격)를 상승시키려 한다. 결코 국민 대중의 격을높이려는 게 아니다. 우리가 G20에 반대해야 하는 핵심 이유들이다. [본문으로]
  2. 게다가 G20은 이명박의 4대강 죽이기를 녹색성장투자라고 칭찬해 줬다. [본문으로]
  3. 진보신당은 11월 3일 논평에서 G20이 “우스꽝스런 수준”에 불과한데 이명박이 “환상을 국민들에게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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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르코지[각주:1] 정부가 경제 위기 희생양을 찾으려고 매우 폭력적인 이주자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엄연히 EU 시민권이 있는 로마족(집시)을 거주촌에서 쫓아내는가 하면, 아프리카에서 온 이주자들에게도 경찰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한편에선 하원에서 무슬림들의 히잡 착용을 금지하는 차별법을 통과시키기도 했습니다[각주:2]. 프랑스 좌파들도 잘 대처를 못했는데, 반자본주의신당만 반대했습니다. 그 점에선 사회당에도 문제가 많습니다.

이주자를 희생양으로 삼는 정책은 이명박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G20을 핑계로 이주자들을 폭력 단속하고 있습니다.(아래 관련 기사 참조)

세상에 불법인 인간은 없습니다. 이주자도 자신이 거주하고 일하는 바로 그 사회에서 인격체로 존중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인종주의와 이주자 차별과 탄압은 경제 위기로 희생양을 찾아야 하는 폭력적인 체제의 한 단면입니다.






관련 <레프트21> 기사

[프랑스 하원, 베일 착용 금지법 통과] 이슬람 혐오증을 부추길 것이다

이주노조 단속 항의 농성 “이주노동자는 우리의 노동 형제자매”

마르크스주의로 세상 보기 왜 국제주의 사상이 필요한가

[타리크 알리] 이슬람 혐오증은 왜 나타났는가?

G20 핑계로 이주노동자를 “범죄자”로 만들기



  1. 사르코지 대통령은 프랑스 판 이명박이라 할 수 있는 나쁜 대통령입니다. [본문으로]
  2. 프랑스의 세속적 공화주의는 봉건시대 카톨릭 교회의 영향력과 싸우던 시대에는 진보였으나, 지금은 그 진보적 효력을 상실했습니다. 그들은 기독교 십자가 착용을 금지하자고 하지 않습니다. 히잡 착용은 그 개인들이 판단할 문제입니다. 이들은 세속적 공화주의를 핑계로 사실상 이슬람혐오증을 부추기는 것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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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ㆍ28 재보궐 선거 결과는 ‘민주당 중심의 묻지마 반MB 연합’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 줬다. 

한나라당은 원래보다 네 석이 늘었다. 이명박의 심복들인 이재오와 윤진식이 모두 당선했다. 반면, 민주당은 세 석이나 줄었다. 

투표율과 득표율 등을 고려하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보수적 유권자들은 위기감 속에서 결집한 반면 반MB 정서는 결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반MB 정서가 줄어들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각주:1]

이명박 정부는 지방선거에서 패배하고도 4대강 사업과 친기업 반민주 정책을 조금도 바꾸지 않았다. 정부 여당 인사들의 온갖 추태와 막말까지 쏟아져 나왔다. 한나라당 국회의원 강용석의 성희롱 발언과 차명진의 최저생계비 관련 ‘황제 식사’ 발언은 사람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몇몇 해외 공관은 국가보안법을 들먹이며 교민들에게 북한 식당을 이용하지 말라고 협박했고, 외교부장관 유명환은 ‘야당 찍은 젊은이들은 북한으로 가라’는 막말을 했다. 천안함을 계기로 한 북풍도 계속됐고 한미전쟁동맹도 동해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했다. 

시늉

이처럼 반MB 정서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한나라당이 패배를 면하고 오히려 성과를 낸 것은 개혁과 진보를 열망하는 사람들이 반MB의 대안으로 제시된 민주당 후보를 찍는 것을 내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지방선거 후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이 잘해서 그 당을 찍었다는 사람은 2.4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젊은 층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을 심판하기 위해 민주당을 찍었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오히려 그런 사람들이 계속 투표장에 나올 마음이 싹 달아나게 행동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격전지였던 서울 은평에서 민주당이 ‘왕의 남자’ 이재오의 대항마로 내놓은 후보는 진보적인 것은 고사하고 개혁적이지도 않은 장상이었다. 

장상은 8년 전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국무총리가 되지 못한 바 있다. 당시 민주노동당도 그의 총리 취임에 반대했다. 한나라당의 부패한 특권층 후보들과 차별점을 찾을 수 없는 장상은 반MB 정서를 대변할 수 없었다. 

충주에서도 민주당 후보는 한나라당 출신 무소속 후보와 ‘반MB’ 단일화를 했다.

△민주노동당, 민주당, 국민참여당의 민주연합 사람들에게 전혀 대안적 연합이 되지 못했다.


더구나 민주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나 친기업 반민주 정책들에 단호하고 일관되게 맞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 주지 않았다. 싸우는 시늉만 하면서 이런 쟁점을 선거 득표에 이용하려는 태도만 보였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민주당 소속 고창군수의 성희롱에 눈감은 민주당은 한나라당 강용석의 성희롱 발언을 비난할 자격이 없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4대강에 찬성하는 전남도지사 박준영을 또다시 공천해 연임하도록 한 민주당이 이번 선거를 “4대강 반대 선거”라고 부른 것도 위선이었다. 

심지어 광주 지역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대안도 없이 주한미군의 철수를 주장하는 … 반미”라고 민주노동당에게 색깔론 공격을 하기까지 했다.  

결국 지방선거 때 이명박 심판을 위해 민주당에 투표했던 많은 사람들이 이번 재보선에서는 그런 열의를 가질 수 없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 패배로 불신 받는 ‘구 집권당’임을 증명했다.

존재감

이런 민주당과 묻지마 반MB 연합을 하자는 노선도 실패했다.  

서울 은평에서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진보 후보 단일화는 팽개친 채 민주당의 반MB 범야권 단일화에만 매달렸다[각주:2]

그 결과 ‘수도권 기반을 확장하겠다’는 이정희 신임 대표의 말과는 반대로 서울에서 민주노동당을 포함한 진보정치의 존재감은 더 취약해졌다.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진보 후보 단일화를 외면하는 바람에 진보 후보로 나선 사회당 금민 후보는 5백 표도 얻질 못했다. 

광주 남구에서 44퍼센트나 득표하면서 선전한 오병윤 후보의 ‘민주당 심판론’이 충분히 먹히지 않은 것도 민주노동당이 전국적 차원에서 민주당의 아류로 비춰진 때문일 것이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서울 은평과 광주 남구에서 서로 다른 메시지를 던지면서 진보적 대중을 혼란스럽게 했다. 

그럼에도 오병윤 후보의 선전과 치열한 양당 구도 속에서도 박인숙 후보(인천 계양)와 박승흡 후보(강원 철원ㆍ화천ㆍ양구ㆍ인제)가 각각 7.6퍼센트와 6퍼센트를 얻은 것은 민주당이 아닌 진보 대안을 바라는 대중적 정서를 가늠케 한다. 

결국 ‘반MB 대안’의 내용이 문제인 것이다. 

내분과 위기로 치닫던 이명박 정부는 7ㆍ28 재보선 결과를 한숨 돌리는 기회로 삼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박사모가 이재오 낙선 운동을 벌인 것이 보여 주듯이 이명박 정부의 위기와 분열은 계속될 것이다.

이재오는 2008년 총선 때 이상득 불출마를 권유한 사람들을 이끌었던 장본인이다. 불안정한 경기 회복이라는 정치 위기의 뿌리도 사라지지 않았다[각주:3]

따라서 진보진영은 하반기 이명박 정부의 공세에 맞설 투쟁 태세를 갖춰야 한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교훈을 얻어 ‘묻지마’ 반MB 민주연합이 아니라 진보대연합으로 투쟁과 선거에서 (더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진보 대안을 구축하는 길로 나가야 한다. 기회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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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트21> 37호 | 발행 2010-07-31 | 입력 2010-07-29

  1. 다급해진 청와대는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운운하며 중도실용 친서민 행보를 재개했고, 이재오는 당의 지원 없이 선거운동을 치르며 동정론에 호소했다. 한나라당은 강용석을 즉시 제명했다. [본문으로]
  2. 기반과 득표력이 미약한 사회당이 민주노동당에게 사퇴를 요구한 것은 잘못이지만, 자꾸 민주연합 쪽으로 쏠려가 그런 종파적 제안의 명분을 만들어 준 건 민주노동당 지도부다. 특히, 이정희 신임 대표는 선거 내내 은평 선거에서 진보 후보 단일화를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본문으로]
  3. 정치적 불신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2년이 넘게 격투를 벌이며 형성된 반MB 흐름이 제2차 친서민 행보에 달가와하거나 새삼 속지는 않을 것이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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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7ㆍ28 재보궐선거 투표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에서 진보 후보가 출마한 선거구는 모두 네 곳이다(표 참조). 이 진보 후보들을 지지해 이명박 정부의 우파 정책들에 반대하는 진보적 목소리를 분명히 보여 줄 때다.

 선거구  진보 후보
 서울 은평을  사회당 금민(민주노동당 이상규는 사퇴[각주:1])
 광주 남구  민주노동당 오병윤(진보신당ㆍ국민참여당ㆍ창조한국당과 단일화[각주:2])
 인천 계양  민주노동당 박인숙
 강원 철원ㆍ화천ㆍ양구ㆍ인제  민주노동당 박승흡

네 후보 모두 이명박 정부에 맞서는 진보 대안을 주장하며 완주하고 있다.

사회당 금민 후보는 부자들의 불로소득에 세금을 무겁게 매겨 전국민 기본소득과 무상의료를 이루자고 말한다. 민주노동당 오병윤ㆍ박인숙ㆍ박승흡 후보들도 부자 감세와 4대강 죽이기를 중단해 그 돈으로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자고 강조한다.

네 후보 모두 진보적 정책을 내놓고 있고 기성 주류 정당 후보와는 다른 진보 정치인으로 활동해 온 경력의 소유자들이다.

반MB 진보 대안

7월 24일 외교부장관 유명환은 “[6ㆍ2 지방선거 때] 야당 구호에 친북 성향 젊은이들이 다 넘어갔다”며 “이런 정신 상태로는 나라가 유지되지 못한다. 그렇게 좋으면 김정일 밑에 가서 어버이 수령하고 살아야지” 하며 대놓고 막말을 했다.

이것은 이명박 정부가 6ㆍ2 지방선거 패배 후 찾아 온 레임덕 위기를 여론 무시 전략으로 돌파하기로 작심했다는 증거의 하나일 것이다.

이미 이명박은 6ㆍ2 선거 패배에도 4대강 공사를 독려하고 의료민영화 등 온갖 반서민 정책들을 강행하려는 속셈을 드러낸 바 있다.

게다가 ‘4대강 전도사’ 이재오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윤진식 등 이명박의 심복들이 이번 선거에 출마했다.

그래서 이번 재보선에서도 진보적 유권자들은 강력한 반MB 정서를 표출하고 싶어 한다. 남는 문제는 진보적 유권자들이 어떤 반MB 후보를 지지할 것이냐다.

그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와 반민주주의 정책을 일관되고 철저하게 반대하지 않는 민주당은 진정한 반MB 대안이 될 수 없다[각주:3].

한나라당 강용석의 성희롱 발언을 문제 삼는 민주당은 정작 자기 당 소속 전북 고창군수의 성희롱은 못 본 척하고 재공천해 당선시켰다. 횡령 혐의를 받는 강성종을 보호하려고 한나라당과 협력해 방탄국회를 열어 온 것도 민주당이다.

일제고사와 교원평가제에 속시원히 반대하는 김승환 전북교육감에게 지역 내 가장 큰 방해 세력은 민주당이 다수파인 전북도의회다.

광주 지역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민주노동당에게 “대안도 없이 주한미군의 철수를 주장하는 … 반미”라고 색깔론 공격을 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한나라당과 비교해서 형 못지 않은 아우 같은 행태를 보이는 민주당 후보보다 네 명의 진보 후보들이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그것은 우선 ‘반MB 진보 대안’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지표가 될 것이다.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에 반대해서 더 급진적인 대안을 바란다는 증거일 테니 말이다[각주:4].

둘째, 민주당 후보들과 비교할 수 없이 더 노동계급 친화적인 진보 후보들의 의미 있는 득표는 앞으로 이명박 정부의 친기업ㆍ반민주 정책에 맞선 대중행동 건설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셋째, 진보 후보들이 상당한 지지를 얻을수록 포퓰리스트 후보들이 말로나마 진보적 언사를 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질 것이고 포퓰리스트 후보가 만일 당선되면 그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기가 더 용이해질 것이다.

넷째, 진보 후보들에게 던지는 표는 미래를 위한 투자이고, 이 후보들이 더 많은 표를 얻을수록 그 미래를 앞당길 수 있다. 광주 남구에선 단지 미래를 기대한 투자 이상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은평을

그럼에도 서울 은평을에서 이명박의 오른팔이라는 이재오를 꺾으려면 범야권 단일화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들이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재오를 꺾겠다며 내놓은 후보는 진보적이지도 개혁적이지도 않은 장상이다. 8년 전 대통령 지명을 받고도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국무총리가 되지 못한 장상은 이화여대 총장 시절에도 대표적 친일파의 이름을 딴 김활란상(賞) 제정을 추진하기도 했다.

행여라도 이재오가 당선한다면 이런(반MB 정서를 결집시킬 수 없는] 후보를 낸 민주당의 책임이 가장 클 것이다[각주:5].

그래서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반MB 진보 대안’을 내놓지 않고 반MB 범야권 단일화로 달려간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은평에서 후보를 양보했는데도 정작 광주에서 색깔론 공격을 받은 상황에서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반미 낙인찍기가] 해도해도 너무 하”지만 “민주당 장상 후보 당선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또’ 다짐했다.

이상규 후보는 “장상이면 어떻고 천호선이면 어떻고 이상규면 어떠냐. 모두 다 반이명박 반이재오 전선에서 한몸, 한 몸뚱아리 아니냐”며 스스로 진보정당의 존재 의의를 깎아 내렸다.

이상규 후보는 야 3당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대표 경력을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의 선대위원장’으로 선택하기까지 했다. 진보정당이 선거에 출마해 하고자 하는 정치적 목적이 무엇인지조차 묻게 만든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이상규 후보는 묻지마 범야권 단일화에 쓰는 에너지의 1백 분의 1도 진보 후보 단일화에 쓰지 않았다. 야3당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진보의 가치와 정책 반영이 논의된 것도 아니다.

물론 사회당 금민 후보도 이상규 후보가 사퇴해야 단일화할 수 있다는 식의 태도로 진보 후보 단일화를 어렵게 한 것이 사실이다[각주:6].

그럼에도 진보 후보 단일화는 팽개치고 민주연합 한 방향으로만 달려간 민주노동당 지도부에게 훨씬 더 큰 책임이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했을 때, 은평을에서는 진보신당과 진보적 지식인 ㆍ활동가들의 지지[각주:7]를 받는 사회당 금민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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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트21> 36호 | online 입력 2010-07-27


  1. 민주당 장상과 국민참여당 천호선과 단일화 논의 끝에 사퇴. 장상 선거운동을 하고 다닌다. [본문으로]
  2. 여기에 국민참여당이 낀 단일화라고 문제 삼는 부류도 있는데, 실제로는 처음부터 민주노동당 중심의 단일화였다. 국민참여당은 은평을 고려해 깎두기 후보를 냈다고 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무엇보다 민주당과 선을 그으며 진보 양당이 손을 잡은 게 이 단일화의 핵심이며, 나머지 당의 참여가 진보 정책의 후퇴를 가져온 것도 아니다. [본문으로]
  3. 자격 뿐 아니라, 능력도 안 된다. 더는 민주당 중심의 반MB 단일화가 바람을 불러오기 힘들 것이다. [본문으로]
  4. 가능하면, 한나라당-민주당의 표차보다 진보 후보들의 득표가 많은 게 미래를 위해 더 좋다. [본문으로]
  5. 이 때문에 은평 지역 단체들도 민주당의 후보 선정에 격하게 반발하며 민주당을 포함한 단일화 테이블을 만들어, 비민주당 단일 후보를 추진했다. [본문으로]
  6. 그 경계심을 표현하는 건 옳았지만, 사실상 기반도 취약한 사회당이 민주노동당에게 무조건 후보 양보를 요구한 건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진보 후보 단일화를 거부할 명분을 준 건 사실이다. 그 자체는 분명히 실수다. 사회당과 금민 지지파는 민주노동당의 발목을 잡는 제안을 했어야 한다. [본문으로]
  7. 명실상부한 진보 단일 후보라 하기엔 그 지지세가 약하고 부분적인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장상을 찍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가치와 명분이 있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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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68일) 이스라엘 대통령 시몬 페레스가  한국에 온다

페레스는 깡패국가의 대통령답게 이번 팔레스타인 구호 선박 학살 사건[각주:1](☞ 관련 기사  /  /  / )이 “한국에 대한 북한의 도발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은 호전적인 주변 국가의 도발에 대해선 엄중히 대응하는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천안함 사태를 두고는 "명백한 군사도발에 대해서는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매일경제> 63일치)

이래서 이명박은 페레스를 좋아한다. 이명박은 이미 올해 초 다보스포럼에서도 페레스와 회담을 한 바 있다. 이명박은 올 2월 따분하기 짝이 없는 국정홍보 라디오 연설에서 페레스가 해 줬다는 말을 자랑스레 소개하기도 했다.

이 뿐인가.
이명박 정부는 이번 구호 선박 사건이 나자, 6월 1일 책임 소재 언급 없이 “깊은 유감”과 “심심한 애도”를 표하는 애매한 외교부 논평을 낸 뒤, 6월 2일 이스라엘 정부를 규탄하는 유엔인권이사회 결의안 투표에서 기권했다[각주:2]

한국 정부는 지난해 연초에도 비슷한 사건을 두고 유엔인권이사회 결의안 표결에서 기권했다

그때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를 무차별 폭격해 민간인 수천 명을 죽였다.(☞ 관련 기사) 유엔인권이사회는 이를 규탄하고 이스라엘 군 철수와 폭격 중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은 두 번 다 결의안에 반대했다)

한국 정부는 이스라엘의 對 팔레스타인 정책(깡패국가의 짓)을 사실상 지지하는 몇 안 되는 국가 가운데 하나다.

이스라엘과 군사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 정부는 이번 방한을 무기 수출을 늘리는 기회로 삼으려 한다. 군수업체 기업주들을 위해서다. 전경련은 이를 위해 6월 10일 삼성 소유의 신라호텔에서 페레스 일행과 비즈니스포럼을 열 계획이다.

<
예루살렘 포스트>(528일치)를 보면, 페레스와 함께 오는 이스라엘 기업인들은, 주로 벤처 기업인들로 구성됐다는 한국 쪽 보도와 달리, 주로 엘빗시스템스, 이스라엘 에어크래프트, 엘타 등 이스라엘의 주요 군수업체 경영자들이다.[각주:3]

페레스는 방한 전 한국의 훈련용 초음속 제트기인 “T-50”에 관심 있다고 밝혔다. 아니나다를까, 페레스의 방한 보도가 나간 뒤, T-50에 부품을 납품하는 방산기업 삼성테크윈과 퍼스텍의 주가가 급상승세를 탄다는 주식 보도가 나왔다

양국의 전쟁광들이 무기와 이권, 외교적 지지를 놓고 거래하려는 게 이번 페레스 방한의 진짜 모습이다. 한국 정부는 혹시나 페레스 방한 반대 시위가 벌어질까봐 벌써부터 경찰 경호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반면에
애초 페레스가 방한 뒤 가려던 베트남에선 정부가 이스라엘을 비난하며 방문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 정도만 봐도 우리가 페레스의 방한에 반대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Left21.com

 

 

ⓒ<레프트21> 33호 | 발행 2010-06-05 | 입력 2010-06-04

 이 글은 기사 원문을(http://www.left21.com/article/8213) 보충·변형한 것이다.

 

  1. 6월 5일에도 이스라엘은 아일랜드 국적의 구호 선박을 나포했다. 이번엔 천만다행이게도 인명 살상이 없었다. [본문으로]
  2. 한국은 부끄럽게도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이다. 이번 표결 관련 정보는 유엔인권이사회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www.ohchr.org/en/NewsEvents/Pages/DisplayNews.aspx?NewsID=10095&LangID=E) [본문으로]
  3. “The business delegation includes CEOs from companies such as Elbit Systems, ECI Telecom, Israel Aircraft Industries, Elta, RAD Data Communication, and Naan, among others.”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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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전두환 독재에 맞선 위대한 민중 무장 항쟁
관련 글:
광주민중항쟁 30년 ①: 역사를 제대로 이어가기
광주민중항쟁 30년 ②: 학살이냐, 항쟁이냐
광주민중항쟁 30년 ③: 유신 적자 전두환과 미국
광주민중항쟁 30년 ④: MBC와 투사회보, 그리고 저항 언론
광주민중항쟁 30년 ⑤: MB 시대와 민주주의, 저항의 길


광주항쟁과 민주화운동의 정통성을 이었다는 정부가 두 차례 집권했지만,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습니다. 대단한 민주개혁도 없고, 사는 건 더 힘들어지고, 오히려 정부 정책은 부자와 기업주만 이로운 정책이었습니다. 

민주주의 운동의 성과물로 집권했지만, 단순한 집권세력 교체는 일당국가를 해체했지만, 사람들이 바랐던 희망으로서 '진정한' 민주주의를 가져다 주지 못했습니다. 운동의 리더들이 민주당 등을 통해 기성 정치권에 진입했지만 그들은 기껏해야 기득권 질서의 얼굴마담이 됐을 뿐입니다. 

진정한 권력자들은 ― 대기업주들, 토지/금융 자산가들, 군부, 고위관료들 ― 선출되지 않습니다. 오늘날 이것이 더 분명해 졌습니다. ‘삼성공화국’이란 말은 요새 상식처럼 돼 있습니다. 그러나 대기업주들이 일방적으로 통치하는 건 아닙니다. 이들의 파워는 고위 관료와 언론, 법조계 등과 엮여 있습니다.

삼성을 지배하는 이건희 일가와 그 일당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지만, 한편에서 권력 유지를 위해 막대한 돈을 ‘뇌물’로 바쳐야 합니다. 최근 천안함 조사 등의 청문회에서 보듯, 고위 군인들이나 관료들이 청문회 등에서 국회의원들 다루는 태도에는 여전히 권위주의가 남아있습니다. 삼성 일방 지배가 아니라 대기업주와 대자산가들, 고위 정치관료(군인 포함) 들의 동맹 지배입니다.

민주당 정권이 실질적 민주주의를 진전시키는데 실패한 이유입니다. 이들은 늘 이 진정한 권력자들의 충실한 동료이거나 조력자였습니다. 그런 점에선 의회중심 진보정당 노선도 한계가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자본가계급을 대변하는 이명박이 제도적 민주주의의 절차를 우습게 만드는 걸 보면 ‘부르주아민주주의’가 불가역의 성과가 아니라 매우 허약한 것일 수 있다는 데에 생각이 미칩니다. 기업주들은 경제위기로 흔들리고 저항을 억누르는 게 일차 과제라고 느낄 때 (부르주아)민주주의를 거추장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들의 의도가 늘 관철되는 건 아닙니다. 이명박 집권 후 가장 약했을 때는 가장 정부가 강해야 할 선출 직후였습니다. 바로 2008년 촛불운동이 이들의 집권 플랜을 흔들어 놨습니다. 요새 보이는 이명박의 무리수는 모두 이때 중요한 우파 개혁을 시도를 놓쳤기 때문입니다.


2008년 촛불운동은 정권이 힘있는 상태일 때, 전격 실행해야 할 인기없는 개혁들 - 공공서비스와 의료 민영화 등- 의 추진력에 결정적 타격을 입혔습니다. 

그런데 거대한 세계경제 위기가 터지면서 정책 수단의 폭이 매우 좁아 졌습니다. 그뒤 지난 2년간 경기부양에 중심을 두고 왔는데, 이젠 이 정부의 발목을 잡습니다. 감세 정책이 경제 위기로 지출을 늘린 재정 정책의 발목을 잡습니다. 재정을 늘려야 하는데 세수가 줄어드는 겁니다.

진퇴양난에 빠진 이명박 정부가 숨길을 트는 길은 정권 반대파들의 민주적 권리를 억누르는 쪽으로 달려가는 것밖에 없는 듯 보입니다. 당근으로 노동계급과 서민 대중을 달래기 힘들다고 보기 때문에 민주적 권리를 빼앗아 저항을 억누를 수밖에 없는 겁니다.

문제는 혐오스런 이 정권을 촛불항쟁으로 맞이했던 사람들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촛불 트라우마를 용산과 쌍용차에서 만회하려 했으나, 지배자들 자신도 그 과정에서 상당한 트라우마를 입었다는 게 용산참사 총리 사과와 올해초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철회 등에서 드러났죠. 

막대한 북풍 여론 몰이와 엉터리 여론조사를 뚫고, MB 심판 의지가 드러난 지방선거 결과도 저들의 트라우마를 다시 키울 듯합니다.[각주:1] 

이처럼 아무리 부르주아민주주의라도 그 안에 피지배계급의 저항과 자치의 요소를 반영합니다. 국가에게서 자유를 획득한 영역, 자신의 생각을 말과 글과 집회로 표현하고, 그것을 조직으로 구현해 제도화시키는 것이 그것입니다. 그래서 이 민주주의는 피지배계급에게도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가 사법부 마녀사냥으로 3권 분립을 해쳐 부르주아민주주의마저 무시하는 듯이 보였을 때도 그 본질은 노동계급의 조직을 약화시키는 것이었던 거죠.

주목할 것은 부르주아민주주의 안에 포함한 피억압자들의 자치 요소 가운데 중요한 하나인 노동계급의 권리들 - 노동조합 결성과 행동권, 노동계급 기반의 진보정당, 언론 등 - 은 쉽게 건드리지 힘들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이미 한국에서 탄탄하게 형성돼서 저들도 쉽게 승산을 따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이명박 시대 민주적 권리가 축소된 게 사실이지만 그 공포와 후퇴 효과를 과장하는 게 잘못인 이유입니다. 일각에선 이명박 정부를 파쇼라 부르며 반한나라 대동단결을 외치는데, 이는 단견입니다. 왜냐면, 정권 뜻대로 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30년 전 광주항쟁의 투사들이 그랬듯, 민주주의란 피억압 대중의 운동이 억압적 권력과 맞서는 형국에 따라 앞으로도 뒤로도 갑니다. 그래서 1970년대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싸우고, 1980년대 후반부터는 노동악법을 없애라 하면서 싸운 겁니다. 제도가 아니라 계급 세력관계가 핵심입니다.

운동은 조직과 사상이라는 성과물을 통해 경험과 이론, 인적 연결망을 현재의 것으로 남겨 둡니다. 운동이 탄력을 잃고 재구성됐어도 쉽게 성과를 건드리지 못하는 건 이 성과들이 조직으로 구현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탄탄하고 지속적이며 힘을 갖는 건 노동계급의 조직과 운동입니다. 노동조합 뿐아니라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 진보정당들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민주주의를 거꾸로 돌리는 반동을 한다는 것은 이 사회 지배자들이 피억압 대중에게 허용하던 정치적 시민권을 제약하고 억압한다는 말로, 이는 가장 강력한 피억압 대중의 조직과 운동인 노동계급의 조직과 운동, 권리를 공격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게 사실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남다른 조직력과 투쟁력을 보유한데다, 이들이 실제로는 사회를 운영하는 노동을 하기 때문에 무작정 학살할 수도 없구요. 이 조직들이 반동에 맞선 저항의 보루 구실을 하게 되는 이유죠. 그 점에서 촛불항쟁이 노동계급 중심의 변혁 사상과 결합하는 수준으로 발전할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입니다[각주:2].

광주항쟁의 한계는 바로 이런 운동과 조직이 아직 한국 사회에 등장하기 전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한계였다고 봅니다. 전국의 지지 파업은커녕 광주에서도 파업 같은 노동계급 고유의 힘을 동원한 항쟁 참여는 없었습니다. 그것은 어찌할 수 없는 한계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광주항쟁의 존재는 1980년대 운동이 도약하는 계기가 됩니다. 전두환 정권은 유신 독재의 연장이었지만, 이 정권은 경제 발전과 더불어 더 유연한 정책을 펴야 했습니다. 

△ 1987년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투쟁 모습.


첫째, 광주항쟁이 운동의 발전에 도약대가 된 것은 평범한 노동 대중이 저항과 사회운영 능력에서 잠재력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독재에 반대한다 해도 지역 유지·명망가와 정치인·기업주들이 포함된 수습위원회가 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광주항쟁 당시에도 호남전기 여성 노동자들이 조직적으로 시위에 참여했다는 최근 증언이 있고, 아시아자동차처럼 현장 노동자들이 항쟁에 협조한 사례도 있습니다. 시민군 사망자와 부상자의 절반 이상이 하층 노동자들이며 항쟁[시민군] 지휘부의 다수도 노동자 출신이란 점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이런 운동의 성격에서 배우고, 잘못되긴 했지만 혁명적 스탈린주의를 채택한 다수 운동가들이 대중의 잠재력에 바탕한 권력을 봉기로 타도하는 급진적 정치 전략을 채택했습니다.

노동운동의 발전 수준은 어느 정도는 경제 발전 수준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자본주의가 자신의 무덤을 파는 세력을 만들어 낸다는 마르크스의 분석적 예언의 위력을 살인마 전두환도 피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합니다. 전두환 시절, 정권에겐 운 좋은 3저 호황이 대중적 노동계급 운동이 탄생하는 토양이 됩니다.

민주화운동의 성장과 1980년대 중반 3저 호황에 따른 노동계급의 전반적 자신감과 노동운동의 성장은 1987년 항쟁의 수준과 조건을 1980년과는 완전히 다르게 만들어 놨습니다. 1987년 6월 민중 항쟁은 뒤이은 7~9월 노동 항쟁으로 민주주의의 진정은 어느 정도 불가역적인 힘을 획득합니다.

그래서 전두환 체제는 또다른 쿠데타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제대한 군바리로 정권을 넘기고(노태우), 일당 체제 안의 민간인에게 넘기고(김영삼), 그 다음엔 아예 정권을 넘깁니다(김대중). 그리곤 1987년 항쟁의 투쟁적인 명망가 출신들이 정권을 잡습니다(노무현).

이런 진보가 이명박으로 뒤집힌 건 순전히 점차 왼쪽으로 바뀐 정권들이 대중을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명박 시대의 민주주의 훼손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는 민주주의 성장의 역사에서 민주당의 실패도 봐야 하고, 노동자운동의 구실도 봐야 합니다.

둘째, 경제위기에는 저항을 하는 쪽이나, 억압하는 쪽이나 격렬하게 나설 개연성이 큽니다. 사소한 요구에서 시작한 저항이 격렬한 항쟁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1980년 서울의 봄과 광주항쟁 뒤에는 심각한 경기침체라는 배경이 있었습니다. 

1979년부터 시작된 경제위기 때문에 박정희는 노동계급 궁핍화 정책을 폈습니다. 한마디로 공공요금과 생필품 가격을 올리고(물가가 20퍼센트나 오름), 임금과 일자리 등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몫을 줄여 기업주들을 보호하고 위기에 빠져 나가려 했습니다. YH무역 투쟁의 요구도 일자리 보호였습니다.

1980년은 1998년 전까지 유일하게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한 해입니다. 1980년 봄에만 유신 체제 아래서 벌어진 파업 수보다 많은 9백여 건의 파업이 벌어졌습니다. 강원도 사북에서도 광부들이 읍 전체를 장악하는 ‘사북항쟁’이 벌어졌습니다.

지금 세계경제 위기와 한국경제의 장기 침체가 겹친 상황에서 우리의 민주주의 요구는 정치적 시민권과 경제적 시민권 요구를 결합시키고 있습니다. 저들은 우리를 배고프게 하는 정책을 비민주적으로 추진합니다.

셋째, "국가의 주인은 누구인가", "민주주의는 무엇인가" 하고 광주항쟁의 투사들은 물었습니다. 오로지 노동자와 민중의 힘이 국가의 물리력을 정치·도덕·경제적으로 압도할 때만(그래야 우리 편의 진정한 군사력이 발휘될 수 있습니다) 국가의 무장력은 우리 앞에 무릎 꿇을 것입니다.

△ 이 강력한 힘이 사회 변혁을 위한 다수의 저항을 이끌어야 한다.

이런 투쟁이야말로 민주적 대안 권력의 씨앗일 겁니다. 그래서 가장 잘 조직돼 있고, 이 사회의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구실을 하는 노동계급 대중을 설득하고 동원해 조직하는 것, 이들의 힘이 나머지 피억압 대중을 끌어들이는 것, 이것들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교훈을 종합하면, 정치·경제 위기에 처한 국가권력의 도발에 단호하고 단결한 저항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런 저항 행동의 사사을 알리고 주도하며 조직할 투사들의 전국적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특히, 노동자운동 안에서. 그래서 운동이 정치·도덕적으로 무장하도록 고무해야 합니다. 

광주항쟁을 돌아보며, 민주당이 말해 온 역사적 화해가 아니라 기층의 노동계급 대중의 저항이 진정한 오월 정신이라는 걸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김대중 정부가 집권하자마자 전두환을 사면한 것은 이 정부들의 불철저함을 증명한 것이고, 이후 10년의 배신을 예고한 사건이었습니다. 김대중 정권은 정치·경제 모두에서 민주적이지 않았습니다.

지금 그렇게 살아난 전두환을 계승한다는 당이 정권을 잡고 온갖 악행을 저지르려 합니다. 항쟁을 폭도로 왜곡하고 매도했던 언론이 여전히 진실을 쓰레기통으로 보내려고 발버둥치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광주항쟁이 부활해야 합니다. 투사들의 유언대로 그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위대한 전통의 이름을 팔아 겨우 꾀죄죄한 민주당 밀어주기나 하자는 세력이 있습니다. 그건 항쟁 정신을 모독하는 비겁한 짓이고, 무엇보다 항쟁의 교훈을 망각하는 어리석은 전략입니다.

우리가 바라는 민주주의는 단순히 절차적 민주주의, 의회정치의 정상화 요구에 머물 순 없니다. 표현의 자유와 먹고 살 권리가 모두 보장되는 게 진짜 민주주의입니다. 진짜 민주주의는 그래서 민중의 권력입니다.

사람들의 분노와 저항 열망이 단호하고 더 결의에 찬 항쟁, 즉 노동운동이 주도하는 민중항쟁으로, 민중권력으로 발전하도록 기대하고 노력하는 것이 진정한 “해방 광주”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입니다. 

[끝]

※ 조금 수정해 올리려고 바로 공개하지 않았는데, 엄청 밀렸네요. 안 그래도 늦었던 건데 ㅠ.ㅠ
5월 초에 기획해서 쓰기 시작했는데, 거의 한 달이 밀려서 끝났네요.

  1. 저들이 이 반발을 친노 세력의 것 정도로 파악하고 대책을 내놓는 한, 헤어날 길은 없습니다. 노무현 정권은 사후정당화된 것이죠. 지나고보니(이명박 정권을 보니) 그때가 나았다. 한마디로 구관이 명관이다는 정서입니다. 그래서 민주당 친노도 이번 선거로 부활은 했지만, 반사이익의 성격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들이 잘해서 부활한 것이 아닌 만큼 심상정처럼 친노세력과 통째로 진보연합 하자는 건 도리에 맞지 않는 연합 방안이라 봅니다. 진보좌파는 노무현 정부를 그리는 대중 정서의 합리적 측면과 소통하되, 이제와서 진보연하는 친노 정치인들에겐 평가를 냉정히 하고, 과오 반성을 요구해야 합니다. 그 과정 없이 하는 연합은 진보연합이 아닙니다. [본문으로]
  2. 그것은 촛불항쟁에 조직 노동자운동이 경제적 힘을 동원해 해결자의 모습을 보여줘야 가능한 일이었죠. 그러나 촛불항쟁 기간 동안 화물연대 파업 말고 별다른 노동자투쟁의 기여가 없었습니다. 이 역설은 반MB 전선이 노동계급운동이 주도하는 진보연합이 돼야 진짜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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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트21>은 격주 신문입니다. 그래서 신문이 나오는 주는 정신이 없죠.

월요일과 화요일은 기자들이 기사 마감하고, 기자들이 쓴 기사와 각 칼럼 기고문, 독자편지, 외부 기고 글들을 교정·교열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수요일엔 마지막 교정·교열과 디자인 제작, 사진 찾기 등을 합니다. 거의 새벽까지 가는 작업이죠. 그러고 나면 목요일 오후에 인쇄된 신문이 나오고 우편 발송과 배포가 시작됩니다.

오늘 나온 <레프트21>20호는 비운의 호가 아닌가 합니다. 이번 호 <레프트21>은 애초에 철도 파업 지지 기사를 1면 헤드라인 기사로 정했습니다. 보충 기사가 3면에 실렸구요. (이 녀석은 세상 구경도 못해보고 폐지가 되는...)

관행대로 목요일 오후에 모든 기자들이 우편 발송 작업을 하고 있을 때 전화 한 통이 걸려 옵니다. '철도 파업이 중단될 지도 모른다'는 소식입니다. '충격과 공포' 속에 일손을 멈추고 이리저리 아는 채널들을 동원해 확인한 결과, 최종 결정을 위한 회의 중이며 6시쯤 결과가 나온다는 겁니다.

결국 철도 파업을 중단하기로 했다는 결정이 전해지고 기자들은 허탈감 속에서 새 판 작업을 시작합니다. 한상률게이트와 두바이 몰락을 1면을 대체할 기사를 정하고 논설 포함 철도노조 파업을 언급한 관련 기사들 모두 내용을 손 봐야 했습니다. 1면과 3면을 대체하는 기사들의 사진을 새로 찾습니다. 인쇄소가 정해준 시한에 겨우 맞춰 일을 끝냈습니다. 배송이 하루 늦었기 때문에 금요일(오늘) 오전까지 신문이 나와야 했으니까요.

결과는 수천 부의 신문이 그냥 쓰레기통으로 직행, 결과적으로 에너지 낭비, 돈 낭비 한 셈이 됐습니다.

그렇게 안도의 한숨을 돌리고 난 오늘 오전, '새 20호'의 우편 발송을 모두 마치고 신문에 큰 실수가 생긴 걸 발견합니다.

1면을 대체한 두바이 기사의 3면 나머지 기사에서 무려 여덟 단락이 반복된 것입니다. 한 기사 안에서 기사의 3분의 1가량이 중복된 것이죠.(좋은 글은 반복해 읽어도 좋긴 합니다) '새 20호' 너마저... 또다시 찾아온 충격과 공포. 모든 기자들이 큰 실수에 대해 낭패감과 독자들에 대한 죄송한 마음으로 오늘 남은 하루를 보내야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러게 철도노조 파업은 왜 중단해서리... 하는 원망이 계속 든 게 사실입니다. 모든 게 철도 탓이다 하고 싶지만, 저희들의 실수를 누구에게 떠넘길 순 없잖아요. 

신문이 아깝기도 했지만 대통령이 탄압을 진두지휘하는 상황에서 8일간 버텨온 철도노조였기에 아쉬움이 큽니다. 얻은 것 없이 후퇴한 건 잘못입니다. 저들이 우리를 죽이려 해서 파업한 건데, 저들이 양보 안 하니 파업을 중단한다는 것은 그냥 스스로 죽겠다는 것 아닙니까.


※ 이 글을 쓴 후 한 달 간의 사태 추이와 토론을 거쳐 스스로 생각을 바꿨습니다. 바뀐 내용은 엮인 글을 따라 가서 읽으시면 됩니다. 아래 내용은 개인 증거 차원에서 수정하진 않습니다. 더는 글쓴이 스스로 보증하지 않는 내용이므로 굳이 읽으실 필요 없기도 합니다. 위 내용만 해도 충분한 이야기 꺼리가 됐다고 봅니다. 참고하십시오.

험난한 운명을 겪은 20호 신문에 새로 실린 철도 파업 평가 기사는 신속한 평가 노력은 좋았으나 내용에선 문제가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그 기사는 철도노조가 처한 상황을 공정하게 바라보고 평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철도노조는 사측의 일방적인 단협 해지로 방어적 차원에서 파업을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파업 사흘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실상 파업 파괴를 진두지휘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합법 파업이 대통령 말 한마디로 불법으로 바뀌고 지도부 체포영장, 노조 사무실 압수수색, 손배 청구 협박, 무려 8백여 명의 직위 해제, 보수언론의 총공세 등이 숨가쁘게 이어집니다.

그러나 기사는 이런 사실들을 언급하면서도 철도노조 지도부에게 왜 유리한 정세에서 후퇴를 했냐고 다그칩니다. 객관적인 정치 상황이 노동운동에 유리한 건 사실이었지만, 철도노조 자체로는 지배계급 전체의 총공세를 받고 있었고, 한국노총 지도부의 배신으로 민주노총도 잠시 주춤한 상황이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철도노조 자체로나 상급단체 차원에서도 연대 파업 등 철도노조를 엄호할 준비도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는데 불법을 감수하며 속전속결 전술을 사용하라는 것은 한 지인의 표현처럼 "철도노조 혼자서 이명박을 뛰어넘으라"는 주문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광폭한 탄압에도 처음으로 8일간이나 파업을 벌인 철도노조 조합원들의 용기를 고무하고 지도부가 3차 파업을 선언한 마당에 다음 파업을 잘 준비하도록 독려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요. 전 이 점을 강조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판한다면, '(예상치 못했을) 강경한 탄압에 어떻게 맞서는 게 더 효과적이었을까' 하는 관점에서 비판해야 한다고 봅니다. 단협 해지라는 부문적 요구로 시작한 파업이 의도치 않게 정치 파업으로 '내몰린'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철도공사 사장 허준영의 탄압이 '공기업 선진화' 정책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비롯한 것이므로 애초에 정치적 성격이 부분적으로 있었습니다. 철도노조 지도부가 그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상황을 회피하지 않는 게 중요했습니다.

공기업 선진화 철회, 노조탄압정책 중단 등을 요구하면서 저들의 '정치파업' 협박에 진정한 정치파업으로 맞불을 놓는게 진짜 필요한 게 아니었을까 합니다. 투쟁의 요구가 진짜 '우리 모두'의 것이 될 때 연대투쟁을 호소하고 건설하기가 더 쉬웠겠죠.

하지만 노조 지도부는 단협해지 철회와 대화 재개에만 머물렀습니다. 이 점이 저는 지도부의 실책이라고 봅니다. 시야가 협소하니 탄압의 효과가 더 커보인 듯합니다. 합법 파업도 불법이라고 난도질 탄압을 하면서 마치 파업을 유도한 걸로 보일 정도로 몰아부치는데 불법 파업 전술을 사용하는 게 관건이라 보지 않습니다.

파업 중단 문제는 아쉽지만, 지방 지역 복귀율에 대한 엇갈린 의견들도 있고 하니 좀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듯합니다. 개인적으론 파업을 더 지속하면서 앞서 말한 전술을 구사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합니다. 어차피 상황은 재파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결정적 실책이라고 보긴 힘들다고 생각하는데, 조합원들이 대체로 집행부 결정을 수용하고 있는 듯 보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전국 집결 집회(사실상 총회)에서 진퇴 여부를 민주적으로 결정하는 게 좋았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음 번엔 제대로 준비해 연대 파업으로 시작했으면 합니다.

연대 건설에서도 양 노총 공공부문이 함께 한 집회는 매우 훌륭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명박의 공세가 더 다급하게 이뤄진 것 같기도 합니다. 연대파업 일정을 왜 당길 수 없었는지는 더 알아봐야 겠습니다.

좀더 상황과 정서를 파악해 보고 <레프트21>에 기자가 아니라 애독자의 자세로 독자편지를 보내볼 생각입니다. 부족하고 단편적이지만 제 생각에 의견 있으신 분들은 주저없이 댓글 달아 주세요.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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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이 '국민과의 대화'를 했습니다. 공중파 방송 3개 채널에서 동시 상영으로. 잠깐 보다 채널을 돌려 버렸습니다. 다음날 인내심 많은 분들의 기사와 글들을 챙겨보는 걸로 때웠습니다.

사실 정식 명칭은 '대통령과의 대화'였습니다. 명칭부터 권위적입니다. 사람들이 정부에게 '소통'하라고 한 것은 '국민과 대화'해 의견을 들으라는 거지, '대통령과 대화'하며 훈계를 듣고 싶어했던 게 아닙니다.

동화 하나가 떠오르더군요. 세상 사람들 다 벌거벗은 걸 아는데 임금과 그의 측근들은 자신들의 옷이 화려하게 비춰지길 '고대'하고 '소망'합니다. 오죽하면 "4대강이 완성되고 나면 아 이렇게 하자고 정부가 그랬구나 하고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허풍을 치겠습니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명박은 벌거벗은 임금이 당한 것처럼 또다시 큰 사기를 당한 게 아닐까요. BBK 때처럼 이명박은 피해자입니다. '만사형통'이어야 하는데 아마 이번 옷 구매는 형을 통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아마 '대통령과의 대화'라고 이름 붙은 이 투명 옷을 판 자는 이 옷이 떼법 안 쓰고 부자 감세를 너그러이 이해하며,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않고 4대강을 방재대책으로 생각하는 착하고 똑똑한 (그래서 '국격'에 어울리는) 국민에게는 매우 아름답게 보일 거라고 감언이설을 했을 겁니다. 

그러나 님을 위해 미국에서 '이제 오'신 그 분께서 앞장서 보필하시는데 동화책에 이미 나온 수법의 낡은 사기 행각에 속았을 리 없습니다. 사실 옷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 투명 옷을 화려한 옷으로 봐 줄 '국격 있는 국민'들만 있다면요.

문제는 이 옷을 아름답게 바라봐 줄 '떼법 안 쓰고 부자 감세를 너그러이 이해하며,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않고 4대강을 방재대책으로 생각하는 착하고 똑똑한 국민'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는 겁니다.

이건 '이제 오'신 분의 직무유기입니다. 그가 맡은 게 국민권익위원회 아닙니까. '국격'에 어울리는 국민이 별로 안 남아있는 건 이분이 품격 있는 국민들의 권익을 제대로 챙겨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껏 값이 오른 대한민국 땅이 하나님께 봉헌될까 봐 품격 있는 국민들이 숨었다는 소문이 있긴 합니다) 

나머지는 국격에 어울리지 않아 정부와 국회, 검찰·경찰, 법원에게 국민의 자격을 박탈당한 아랫것들입니다. 이들은 명박 씨를 두고 "4대강 사업이 법을 어겼는데도 떼법을 써 강행하려 하고, 서민 감세를 이해하지 못하며 국민들의 요구에는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한다"고 서툰 비난들을 해댑니다.

이 무리 안에는 "아마 지금은 사람들이 무리라고 하겠지만 'MB OUT'이 되면 나중에는 다 '아 이런 걸 하려고 했구나'하고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로지 국격에 어울리는 국민이 없어서 아름답고 찬란한 '벌거벗은 옷'을 자랑하지 못한 명박 씨는 외로워서 이날 깊은 속마음을 털어 놨다고 합니다. 

세종시에 반대하는 이유가 "대통령 혼자 서울에 있으면 어떻게 일을 하겠느냐"는 것 때문이라는 겁니다. 정부 부처가 세종시로 옮겨가면 청와대엔 '2명 밖'에 안 남을지도 모릅니다. 철밥통 공무원들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려고 다 옮겨갈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아마, 그래서, 그게 불안해서, 가지 말라고 자기를 버리지 말라고, 남아서 벌거벗은 내 옷 좀 봐 달라고, 세종이 뭐 별거냐고, 청와대 가까운 광화문광장에 세종대왕 동상을 새로 만들었나 봅니다. 죽은지 5백년이 넘었는데도 할 일이 참 많은 세종대왕입니다.


기타 어록 

피해망상
"내가 20조를 쓰는 게 문제가 아니라 오래전에 43조, 87조 들여 하겠다고 했을 때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과대망상
"경부고속도로도 반대가 많았고 청계천도 그랬다. 완공하고 난 다음에는 다 찬성하고 있다"

동문서답
"토목공학을 배우는 사람들은 나쁜 일을 배우는 것이냐"

횡설수설
"눈높이를 낮추라는 말이 아니라 눈높이를 맞추라는 것"

천기누설
"대운하를 하려면 다음 정권이 하는 것이고…"

자가진단
"대기업 욕하는 사람들이 대기업 취업하려고 하고 미국 욕하면서 미국 가겠다고 한다"

뭥미?
"내복 입는 것이 녹색성장"



※ 그럼 이날 사기극의 범인은 누굴까요?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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