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상왕 이상득이 저축은행 뇌물 건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구속될 가능성도 있다. 


2007년 이명박 대선자금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임석에게 받은 돈이 저축은행 구조조정에서 빼달라는 로비 과정이 아니라 2007년 대선 과정에서 상납한 돈이라는 것이이다. 


몇 주 전만 해도 ‘MB’ 검찰은 내곡동 사저 의혹과 불법 사찰 건에서 이명박에게 면죄부를 주며 진실을 덮었고, 최시중 본인으로 대선자금으로 썼다고 밝힌 파이시티 건설 로비 뇌물 사건도 최시중과 박영준의 개인 비리로 축소해 수사를 끝내 버렸다. 


이런 검찰이 형통령과 이명박의 대선 자금을 건드리는 것은 덮어주기 수사에 대한 대중의 공분이 워낙 컸기 때문이고, 그만큼 이명박의 레임덕 위기가 심각하다는 뜻이다.[각주:1] 


휘청거리는 ‘형님’


물론 그렇다고 검찰에게 기대를 걸면 안 된다. 지금 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대검 중수부장 최재경은 바로 5년 전 이명박의 BBK 의혹을 수사하고 무혐의 처리했던 바로 그 자다.


또 검찰이 2007년 대선자금에 초점을 두면서 박지원까지 수사 대상에 올려놓은 것은 새누리당과 민주당 양 당의 대선자금 수사로 물타기를 하며 정치적 타협을 시도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 


그러므로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기만 하는 태도는 위험할 수 있다. 일부에선 불법 사찰과 내곡동 사저 의혹을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다루기로 합의한 것에 기대를 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선관위 디도스 공격 특검에서 보듯 특검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 박근혜는 불법사찰 국정조사 범위를 노무현 정부까지 확대하자고 정략적으로 나오고 있다.[각주:2]


물론 새로운 의혹들이 조사 과정에서 폭로될 수도 있다. 그러나 여태껏 폭로가 부족해 이명박 정권의 비리를 법적•정치적으로 심판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사실 그동안에도 이명박 정권의 권력형 비리는 양파 껍질 벗기듯 계속해서 터져 나왔다.

 

이는 MB 일당이 측근은 물론이고 처와 아들, 사돈에 팔촌까지 부패에 연루될 정도로 탐욕스런 집단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대중의 반감 때문에 레임덕이 빨리 찾아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곡동 사저 의혹, 청와대 불법 사찰,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이 모두 내부자의 폭로 때문이었다. 디도스 수사 결과 은폐 의혹도 검찰과 경찰의 알력다툼 속에서 폭로됐다. 사실 바로 이런 사실 때문에라도 우리는 검찰 수사에 기대할 순 없는 것이다.  


이처럼 탄핵을 당해도 진작에 당했어야 할 정권이 여태 버틴 것은 우파 정권 재창출을 위해 박근혜와 이명박이 타협하고 검찰과 사법부, 조중동 등이 협력해 왔기 때문이다.[각주:3] 


여기에 결정적 위기 때마다 민주당이 새누리당을 도와준 것도 한몫했다. 


문제는 이명박 정권의 핵심부가 워낙 복마전이고 분노가 커 더는 ‘코끼리, 비스킷 뒤에 숨는 재주’를 부리기 힘들다는 것이다. 


집권 우파는 이석기•김재연 국회 자격심사와 범민련 노수희 부의장 귀국을 계기로 다시금 종북 마녀사냥을 벌이며 끝까지 버티려 할 것이다. 


저들이 또다시 모든 부패ㆍ비리의 핵심 몸통을 가리지 못하도록 투쟁해야 한다. 검찰 수사를 기다리지 말고 싸워야 이명박의 레임덕 위기가 집권당 전반의 위기로 재점화될 수 있다.


※ 이 글은 축약해서 <레프트21> 85호에 실렸습니다. ☞ 바로가기

지난해 말에 만든 측근 부패도 인포그래픽.




  1. 검찰도 국가기구로서 정당성을 어느 정도는 확보해야 한다. 그래서 축소 수사 와중에도 실세 중의 실세들이던 최시중, 박영준 등을 구속하고 이상득까지 구속 직전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래서 예전에도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던 검찰이 반 년 만에 전두환•노태우를 구속했고,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권 아래서 ‘살아있는 권력’의 측근과 가족을 구속했던 것이다. [본문으로]
  2. 물론 노무현 정부의 진보진영 사찰도 문제다. 그러나 박근혜당이 이명박과 노무현 모두 나쁜놈이라고 할 자격이 있냔 말이다. [본문으로]
  3. 최근 언론들은 통합진보당의 선거 부정과 종북 꼬투리 잡기에는 메인 뉴스와 1면 기사들을 할애하면서 명백한 정권 비리는 축소 보도하거나 모른 척 해왔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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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정부가 불법으로 민간인을 몰래 감시하고, 심지어 이런 짓이 적발되자 조직적으로 증거를 없애고, 아예 검찰과 재판부와 짜고 범죄를 숨기려 했다면 어떨까. 

제대로 된 민주사회라면, 정권은 즉시 물러나고 관련자들은 구속돼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선관위 디도스 테러부터,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 대통령 탄핵과 정권 퇴진 사안들을 버티기로 넘겨 온 이 정부는 이번에도 나몰라라 하고 있다.

지금 터져 나오는 민간인 사찰은 2008년 촛불항쟁에 대한 이명박식 보복이었다. 

들통난 사찰 수첩에는 민주노총 등의 동향 뿐만 아니라, 촛불항쟁에서 두드러진 구실을 한 다함께에 관한 메모도 쓰여 있었다. 촛불항쟁 당시 다함께 마녀사냥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 불법 사찰이 꼬리를 잡히자 저들은 사찰 데이터가 들어 있는 컴퓨터를 폐기하고, 입막음용으로 임태희 등이 구속자들에게 변호사비와 위로금을 주는 등 조직적 은폐를 시도했다. 지금 전 국무총리실 주무관인 장진수가 폭로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것들이다. 


‘양치기 소년’


주요 인물들의 행적과 사건의 시갅순을 대비해 정리하면, 

‘왕의 남자’ 박영준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으로 있던 시절에 국무총리실에 문제의 공직자윤리지원관실이 생겼고, 박영준은 자기 밑의 행정관인 이창화 등을 이곳으로 파견 보내고, 이듬해 자신이 국무차장으로 국무총리실로 옮겨 갔다.

이상득의 ‘정치적 양아들’로 불리는 임태희가 불법 사찰 의혹이 제기된 직후 노동부장관에서 대통령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즉 증거 삭제가 벌어질 때, 청와대 내부의 총감독자였다. 사찰 건으로 구속된 자들의 가족에게 임태희는 금일봉을 줬다. 임태희가 노동부장관일 때, 보좌관이던 [그전부터 임태희와 유착관계였던] 이동걸이 장진수에게 돈을 전달한 시점도 이 때다. 

영포’라인으로 이상득, 박영준과 가깝고, 이명박의 경호·수행 등을 맡으며 측근이 된 친이 행동대장 이영호. 2008년부터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었던 이영호는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보고를 받고, 자료 삭제 과정 등에서 중요한 구실을 했다. 

이들 면면과 직책, 인맥을 연결하면 이상득이나 이명박이 ‘몸통’일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사실 이미 공개된 수첩에는 ‘BH(청와대=Blue House) 지시 사항’ 따위의 언급들이 수차례 나온다. 마침 사찰 보고서가 이명박 직보용으로 별도로 작성됐다는 의혹도 새롭게 제기됐다.

‘꼴통’ 이영호가 자기가 ‘몸통’이라고 ‘호통’치다 혼자 자빠지는 쇼를 했는데, 명진스님 말대로 ‘몸통’ 위에 ‘대갈통’이 따로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이다. 

그래서 불법 사찰의 실무 총책이던 “이영호가 입을 열면 정권이 흔들흔들할 것”이란 걱정도 하고 있다. 사건을 무마하려 뿌린 수억 원의 출처도 의혹의 대상이다. 

여기에 BBK 관련 의혹도 끊이지 않고 폭로되고 있다. 

2007년 BBK 의혹이 근거없는 이명박 흠집내기라는 한나라당 주장의 근거가 된 신경화의 당시 편지가 그 동생 신명이 쓴 ‘가짜 편지’라는 게 들통났다. 신명은 ‘가짜 편지’ 작성을 요구한 배후에 이상득과 최시중이 있다고 지목했다. 조만간 한국에 와 추가 폭로를 하겠다고 했다. 

게다가 BBK 재판을 하는 미국 법정에 이명박 스스로 BBK는 자기 회사의 계열사라고 증언한 진술서와 이명박의 BBK 명함이 증거로 제출돼 있다는 것도 드러났다. 

입만 열면 거짓말, 했다 하면 사기극, 그러다 들키면 주먹질인 이 정권을 응징하는 데서 선거 심판만으로는 부족하다. 정권 퇴진과 구속으로 심판해야 한다. 

진보진영은 어리버리한 민주당과의 야권연대에만 의존 말고 진정성있게 강력한 투쟁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자기가 ‘몸통’이라고 ‘호통’치다 혼자 자빠진 ‘꼴통’ 이영호


※ <레프트21> 78호에 축약돼 실렸습니다. ☞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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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덕이 한나라당을 최종 정리하는 역할을 할 줄이야.” 정두언의 탄식이다.

2008년 당 대표 경선 당시 박희태 쪽에서 돈봉투를 뿌렸다는 폭로는 풍전등화의 한나라당을 ‘올킬’하는 태풍이 되고 있다. 차떼기당·성나라당에 이어 ‘돈봉투당’이 된 것이다. “깊은 한숨이 전염병처럼 방을 돌았다”는 1월 초 한나라당 의원 오찬 풍경은 이런 위기감의 한 단면이다.

난파선의 침몰이 시작되면서 여기저기서 ‘너 죽고 나 살자’ 식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가히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다.

친이계와 연합해 박근혜를 견제하던 정몽준은, 총부리를 돌려 친이계가 당시 자신을 견제하려고 박희태를 지원했다고 폭로했다. 사실상 돈 살포 배후로 이명박과 이상득을 지목한 것이다.

홍준표는 친이계 핵심 안상수와 겨뤘던 2010년 당대표 선거에서도 돈과 향응 제공이 있었다고 폭로하더니, 10일에는 이명박과 박근혜가 겨룬 2007년 대선 경선에서도 돈봉투가 돌았다고 폭로했다. 대선 경선 돈봉투 의혹 폭로에는 친이계 출신 원희룡도 가세했다.

돈봉투 자금 출처로 이명박의 대선 잔금도 거론된다. MB 측근인 청와대 정무수석 김효재가 돈배달을 했다는 의혹이 일자 검찰은 돈봉투 전달자가 박희태의 비서라고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김효재와 박희태(의 비서들은) 모두 돈봉투와 디도스 의혹에 연루돼 있다. 박희태는 이명박과 이상득의 지원으로 당대표를 하고 국회의장까지 올랐다.

이제 한나라당과 정권 실세 전반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도 있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냈던 인명진도 비례대표 돈 공천 의혹을 제기했다.

이상득을 캐던 검찰은 이명박 정권에서 이상득·강만수 못지 않은 실세인 방송통신위원장 최시중의 뒤를 캐기 시작했다. 수백 억 규모의 비리 의혹이다. 게다가 ‘상왕’ 이상득은 물론이고 내곡동 사저 의혹으로 부인과 아들도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다.

청와대와 이명박 대통령이 개입된 게 분명하다면 대통령 탄핵 사안”이라는 선관위 사이버테러 사건도 여전히 이명박의 뒷목을 잡고 있다.

한편, 검찰은 디도스 사건이 최구식과 박희태의 비서 둘이 공모해 ‘공을 세워 윗선에 더 잘 보이려고 일으킨 사건’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공을 세우려고 범행을 기획·실행했다는 비서관들이 범행 전 또는 범행 성공 뒤 ‘의원님’들께 ‘전과’를 왜 알리지 않았는지 여전히 미스터리다.

이상득과 최시중을 건드린 검찰의 이런 허술함이 오히려 청와대 개입설을 증폭시키고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 관계자는 돈봉투 사건을 두고 “실비를 보전해 주는 관행까지 문제 삼아 의혹을 제기하면, 여야에서 누구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어리석게 돈 살포를 두둔해 제 무덤을 파는 언행을 계속하고 있다.

이명박으로선 레임덕을 넘어 자칫 데드덕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데드덕


일부에서는 박근혜 쪽에서 친이계를 공격하고 물갈이 하기 위해 ‘돈봉투’를 터뜨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음모론은 지금 한나라당이 직면한 위기를 과소평가하는 것이고 박근혜 비대위의 상황통제력을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생각은 ‘주류 엘리트가 지배하는 집권당의 부패와 정치 위기’라는 본질을 놓치는 것이다. 지금 상황은 누구의 음모로 누가 희생되는 문제가 아니다. 한나라당 주류 모두 부패의 주범이고, 바로 그 때문에 폭발 직전인 대중의 불신과 분노가 원심력으로 작용해 분열과 해체 위기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BBK 소방수를 자임해 2008년 공천을 받은 뒤 “이상득의 양아들”이란 소리까지 들었던 고승덕이 공천 갈등 속에서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 자체가 원심력이 더 커진 현 위기의 방증이다.

이런 상황은 비대위로 전면에 나선 박근혜에게도 치명타다. (박근혜의 전력과 본질을 더 알고 싶으신 분은 링크한 기사를 참조하시오. ☞ 바로 가기

우선 강경 친이계 일부(와 비리 혐의자들)이 박근혜 음모론을 믿고 보복 폭로를 하려 한다면 그것은 또다른 부패 폭로 아귀다툼 복마전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박근혜 라인도 한나라당 부패한 우파 정치의 중심에 서 왔던 세력이기 때문이다. 

△명박과 친박 모두 쪽박찰 날이 임박하고 있다. 틈을 주지 말고 투쟁으로 압박해야 한다. ⓒ사진 출처 청와대


박근혜로 치면, 박정희 독재의 정치적 복권을 추구하고, 박정희가 부정축재한 자산으로 떵떵거리며 살아온 것이다. 또 박근혜는 2002년과 2008년 두 번이나 한나라당에서 분열한 전력이 있다.[각주:1] 누가 누굴 몰아세울 처지가 모두 못 되는 것이다

박근혜가 우파적 부패 정치를 청산하려면 자기 살점을 베어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적전 분열은 박근혜의 대선가도에도 치명타다. 
그래서 박근혜는 인적 쇄신론과는 약간 거리를 두고, 정책 쇄신론에 비중을 둬 온 것[각주:2]이다. 대선에 도움을 받으려면 이명박과 완전히 갈라설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박근혜와 이명박 사이에 퇴임 후 안전 보장 등을 놓고 밀약이 있다는 설까지 나온 바 있다박근혜는 한나라당 정강에서 “보수” 용어를 삭제하자는 의견은 ‘논의된 바 없다’고 즉답을 피했지만, ‘현정권 실세 자진 용퇴론’은 개인의 의견이라며 분명하게 거리를 뒀다

그러나 이제 박근혜 비대위도 어쩔 수 없이 검찰에 돈봉투 의혹 등을 수사해 달라고 의뢰해야 하는 처지다. 박근혜의 바람과 달리 ‘헤쳐모여 식 재창당론’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10
일 정두언, 남경필 등 친이계 출신 쇄신파들은 해체 후 재창당이 아니면 탈당하겠다고 박근혜를 압박했다. 사실상 이명박과 결별하자는 것이다. 자칫하면 한나라당이 난파선에서 유령선으로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11일 열린 박세일의 자칭 중도신당 창당발기인대회에는 예전 같으면 한나라당 공천 후보로 줄을 섰을 전직 의원과 고위 관료 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그러나 창당을 주도한 인물들의 면면만 봐도 ‘보수낡은당’인 이 당은 한나라당을 대체하기보다 보수대분열의 한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


만사돈통당


그것은 쓰나미 같은 반한나라당 태풍의 뿌리가 반보수·반특권층 정서에 있기 때문이다. 사실 돈봉투 의혹이 터지기 전 여론조사에서 이미 한나라당의 쇄신을 믿을 수 없다는 답변이 절반을 넘었고, ‘이 당의 가장 큰 문제점이 부자정당’이라는 응답이 40퍼센트나 됐다.

최근 <한국일보> 여론조사에서는 2004년과 비교해 자신이 보수 지향이라는 답변이 8.5퍼센트나 줄었다. 특히 20·30대는 자신의 성향이 보수라는 답변이 11퍼센트 남짓에 그쳤다.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한나라당 지지층에서조차 “보수” 용어 삭제에 절반이 찬성했다.

따라서 박근혜의 딜레마는 계속될 것이다. 아무리 중도층에 구애를 해도 어지간한 변화로는 반한나라당 정서를 달래기 힘들 것이 분명하다. 오히려 강경 우파들이 작은 변화마저도 ‘좌파’ 운운하며 반발해 ‘보수대분열’만 낳을 가능성이 더 크다.

박근혜식 공천 쇄신이 동아줄이 되기도 힘들 것이다. 상황이 워낙 더러워서 이름값 있는 누구라도 이런 시궁창에 오길 꺼릴 것이 분명한 데다, 백번 양보해 설사 1급 청정수를 갖다 붓는다 해도 시궁창에 부은 물이 1급 청정도를 유지할 순 없다.

민중당 출신의 이재오와 ‘따먹문수’, 사법 정의를 지키는 소신 개혁 검사로 이름 날리던 ‘보온상수’와 ‘막말준표’, 이들 모두 1996년 신한국당 창당시에는 성공적인 개혁 공천으로 불렸다. 2000년 총선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영입 인사는 오세훈이었다.

10년이나 야당으로 지낸 뒤에는 그 때처럼 쌈박한 영입이 쉽지 않은 듯하다. 이명박이 주도한 2008년에조차 조전혁과 강용석 따위가 세대교체 영입파들이었다.

그럼에도 저들은 역겨운 쇼를 하며 일부를 달래 불만을 무마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돌려 이 상황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칠 것이다.

이미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비대위는 ‘학교폭력에 대한 대책회의’ 등을 개최하며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을 이용한 좌파 마녀사냥을 다시 확대하려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거짓말과 꼬리 자르기를 통해 디도스와 돈봉투 사건을 적당히 덮어 버리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위기를 무마할 시간을 주지말고 밀어붙여야 한다. 총선까지 기다리지 말고 뿌리부터 썩은 정권에 대한 분노를 지금부터 행동으로 조직해야 한다.

최근 유사 전례로 비교되곤 하는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도 처음엔 사건 주범 모두 진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2년 만에 대통령 닉슨이 사임하는 사태로 발전했다. 베트남전 반대 운동과 흑인 민권운동 등이 정권의 위기를 심화시켰기 때문이다.

1퍼센트 특권층 정치의 위기’를 진보 대안 세력의 성장 기회로 삼으려면 정권을 총체적으로 반대하는 대중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 이 글은 축약해 <레프트21> 73호에 실렸습니다. ☞ 바로 가기 
 

  1. 2002년은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을 만들었다고 복당했고, 2008년엔 자신만 남고 공천탈락한 친박계들을 탈당시켜 친박연대로 선거에 임했다. [본문으로]
  2. 박근혜 비대위는 정책적으로 완고한 신자유주의보다는 국가 개입을 상대적으로 강조하는 경향 정도로 볼 수 있겠다. 물론 이를 두고 완전한 중도화라거나 커다란 차별화라고 볼 순 없다. 그러나 지금처럼 예민한 정국에서는 미묘한 정책적 차이가 훨씬 더 큰 정치적 균열에 이바지할 수도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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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이 '국민과의 대화'를 했습니다. 공중파 방송 3개 채널에서 동시 상영으로. 잠깐 보다 채널을 돌려 버렸습니다. 다음날 인내심 많은 분들의 기사와 글들을 챙겨보는 걸로 때웠습니다.

사실 정식 명칭은 '대통령과의 대화'였습니다. 명칭부터 권위적입니다. 사람들이 정부에게 '소통'하라고 한 것은 '국민과 대화'해 의견을 들으라는 거지, '대통령과 대화'하며 훈계를 듣고 싶어했던 게 아닙니다.

동화 하나가 떠오르더군요. 세상 사람들 다 벌거벗은 걸 아는데 임금과 그의 측근들은 자신들의 옷이 화려하게 비춰지길 '고대'하고 '소망'합니다. 오죽하면 "4대강이 완성되고 나면 아 이렇게 하자고 정부가 그랬구나 하고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허풍을 치겠습니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명박은 벌거벗은 임금이 당한 것처럼 또다시 큰 사기를 당한 게 아닐까요. BBK 때처럼 이명박은 피해자입니다. '만사형통'이어야 하는데 아마 이번 옷 구매는 형을 통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아마 '대통령과의 대화'라고 이름 붙은 이 투명 옷을 판 자는 이 옷이 떼법 안 쓰고 부자 감세를 너그러이 이해하며,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않고 4대강을 방재대책으로 생각하는 착하고 똑똑한 (그래서 '국격'에 어울리는) 국민에게는 매우 아름답게 보일 거라고 감언이설을 했을 겁니다. 

그러나 님을 위해 미국에서 '이제 오'신 그 분께서 앞장서 보필하시는데 동화책에 이미 나온 수법의 낡은 사기 행각에 속았을 리 없습니다. 사실 옷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 투명 옷을 화려한 옷으로 봐 줄 '국격 있는 국민'들만 있다면요.

문제는 이 옷을 아름답게 바라봐 줄 '떼법 안 쓰고 부자 감세를 너그러이 이해하며,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않고 4대강을 방재대책으로 생각하는 착하고 똑똑한 국민'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는 겁니다.

이건 '이제 오'신 분의 직무유기입니다. 그가 맡은 게 국민권익위원회 아닙니까. '국격'에 어울리는 국민이 별로 안 남아있는 건 이분이 품격 있는 국민들의 권익을 제대로 챙겨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껏 값이 오른 대한민국 땅이 하나님께 봉헌될까 봐 품격 있는 국민들이 숨었다는 소문이 있긴 합니다) 

나머지는 국격에 어울리지 않아 정부와 국회, 검찰·경찰, 법원에게 국민의 자격을 박탈당한 아랫것들입니다. 이들은 명박 씨를 두고 "4대강 사업이 법을 어겼는데도 떼법을 써 강행하려 하고, 서민 감세를 이해하지 못하며 국민들의 요구에는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한다"고 서툰 비난들을 해댑니다.

이 무리 안에는 "아마 지금은 사람들이 무리라고 하겠지만 'MB OUT'이 되면 나중에는 다 '아 이런 걸 하려고 했구나'하고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로지 국격에 어울리는 국민이 없어서 아름답고 찬란한 '벌거벗은 옷'을 자랑하지 못한 명박 씨는 외로워서 이날 깊은 속마음을 털어 놨다고 합니다. 

세종시에 반대하는 이유가 "대통령 혼자 서울에 있으면 어떻게 일을 하겠느냐"는 것 때문이라는 겁니다. 정부 부처가 세종시로 옮겨가면 청와대엔 '2명 밖'에 안 남을지도 모릅니다. 철밥통 공무원들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려고 다 옮겨갈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아마, 그래서, 그게 불안해서, 가지 말라고 자기를 버리지 말라고, 남아서 벌거벗은 내 옷 좀 봐 달라고, 세종이 뭐 별거냐고, 청와대 가까운 광화문광장에 세종대왕 동상을 새로 만들었나 봅니다. 죽은지 5백년이 넘었는데도 할 일이 참 많은 세종대왕입니다.


기타 어록 

피해망상
"내가 20조를 쓰는 게 문제가 아니라 오래전에 43조, 87조 들여 하겠다고 했을 때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과대망상
"경부고속도로도 반대가 많았고 청계천도 그랬다. 완공하고 난 다음에는 다 찬성하고 있다"

동문서답
"토목공학을 배우는 사람들은 나쁜 일을 배우는 것이냐"

횡설수설
"눈높이를 낮추라는 말이 아니라 눈높이를 맞추라는 것"

천기누설
"대운하를 하려면 다음 정권이 하는 것이고…"

자가진단
"대기업 욕하는 사람들이 대기업 취업하려고 하고 미국 욕하면서 미국 가겠다고 한다"

뭥미?
"내복 입는 것이 녹색성장"



※ 그럼 이날 사기극의 범인은 누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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