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기사: <레프트21> 독자 연행의 배경 - 진실을 말한 죄?
연행된 김지태 씨의 글: 진실을 알리기 위해, 탄압에 굴하지 않겠다”
독자들이 보내준 응원글 모음: 연행자를 응원하는 <레프트21> 독자들의 목소리
사건 직후 첫 기사: 정부 비판적인 진보 언론에 대한 마구잡이 탄압


7일 강남역에서 <레프트21>을 판매하다가 연행되신 분들이 어제(10일) 밤 연행 47시간 만에 풀려 나오셨습니다.

서초경찰서는 유치장 안에서도 인권 침해를 수차례 저질렀더군요.
반말에 욕에, 변기가 막혀 직원 화장실 좀 쓰는데 빨리 나오라고 욕하질 않나, CCTV도 있는데, 캠코더를 유치장 방 앞에 세워놓고 찍질 않나. 참.

결국 첨엔 사상검증, 선거법 위반 어쩌고 씨부렁 거리더니 막상 조사에선 옹색하게도 '미신고 집회'를 초점으로 질문했습니다.


연행됐던 분들은 모두 오늘(매주 월/금이 정기 거리 판매일) 강남역에 다시 신문 판매하러 나가셨습니다. 오늘 저녁 강남역과 대학로, 신촌역 등 거리 판매대엔 연행 소식 들으시고 일부러 <레프트21>을 사러 오신 분들도 꽤 계셨답니다.(일부에선 사복경찰들이 여전히 판매대를 위협·방해하는 일이 있었다네요)

강남촛불, 구속노동자후원회가 연행된 분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와주셨습니다, NTM뉴스 김종현 기자 님도 연행 과정을 촬영해서 사건을 알리는 데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유치장 안에서는 하루 먼저 잡혀 온 동희오토 노동자들이 유치장 항의에 동참해 주셨습니다. 민주노동당 이상규 서울시당 위원장 님은 면회도 가셨더군요. 그밖에도 수많은 익명의 네티즌과 트위터리안들이 무한RT와 펌으로 응원해 주셨습니다.

풀려나신 분들께 여러 ‘진보·민주 시민’들의 도움을 잘 전해드렸습니다. 앞으로 검찰이 기소한다면, 연행된 분들에게는 특히 이번 응원이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기업 광고도 안 받는 독종 진보 언론에게 독자의 성원 만큼, 지지자들이 늘어나는 것 만큼 값진 무기는 없습니다.
새삼 결의를 다지고 말 것도 없이 늘 긴장감과 투지에 넘치는 신문사지만, 그래도 새삼 다시 한번 힘을 얻었습니다.


금요일 밤부터 오늘 낮까지 첫 속보 기사는 6천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경찰이 신경질적으로 문제 삼은 “안보 위기는 사기다”는 제목의 표지 기사도 조회수가 수직 상승했습니다. 오프라인 발행을 하기 때문에 평상시 사이트 조회수보다는 꽤 많은 숫자지요. 그밖에 다음 아고라에 올린 글이 조회수가 2만여 건을 넘었습니다. 트위터 RT는 다 세지 못했습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트윗은 5월 7일 밤에 올라온 "아까 강남역에서 신문 한 부 샀는데"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분은 조금만 늦게 그 곳을 지나셨으면 신문을 못 사실 뻔 했습니다. ㅋ

오늘 연행자 중 한 분인 김지태 씨가 아고라에 쓴 글도  순식간에 베스트로 올라갔고, 지금은 조회수가 4천 건을 향하는 군요. 중요한 것은 댓글 가운데,  이번 일로 <레프트21>을 알게 됐다, 한 부 사 보겠다, 볼 때마다 꼭 사겠다, 거리 판매 장소에 찾아가겠다, 1년 정기구독 신청했다 등 물질적 응원까지 해 주시려는 분들이 생겼다는 겁니다[각주:1].

사실, 기업 광고 없는 독립 언론에게는 신문을 구입하고(이왕이면 정기구독) 재정 후원하는 것, 좋은 글을 보내주고 주변 지인들에게 권하는 것, 이게 가장 확실한 지지와 성원 아니겠습니까.


<레프트21>이 좌파 안에서 보이는 영향력에 대면 대중적으론 아직 많이 알려진 신문이 아니라는 점에 비춰보면, 이런 지지와 성원은 이명박 정부의 민주주의 권리 침해에 많은 분들이 분노해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합니다.

적지 않은 분들이 신문사 사무실은 괜찮냐고 물으셨는데, 사실 신문사 사무실은 평온했습니다. 결국, 일선 경찰서가 합법 정기 간행물의 판매까지 자의적으로 방해할 정도로 오버하는 행태가 많은 이들을 공분케 한 듯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아직은 의도적으로 (합법 간행물을 공격하는) 무도한 도박을 할 정도로 기세가 높지 않습니다. 반대로 그 정도로 궁지에 몰린 상태도 아닙니다.

첫 속보 기사 뒤의 후속 기사를 맡으면서 본의 아니게 주말에 기자들 취재 전화를 많이 받았는데요, ,저도 얼른 취재해서 기사를 써야 했는데도!! 알찬 취재원 구실을 충실히 수행했습니다. 노조 홍보부장 시절에 기자 응대 자주 해 봤지만, 간만의 변신이었으니...

중요한 건 적지 않은 기자들이 주말인데도 관심있게 취재해 줬다는 겁니다. 심지어 기대 못한 방송국 기자들도.(당연히 파업이던 MBC 빼고) zzz 글 쓰다 잠들었네요. 분명히 5월 10일 밤에 글을 쓰고 있었는데... 얼른 글 마무리하고 정식으로 자야겠네요. 의자왕은 의자에서 3천 시간도 잔다고는 하던데... 언론 탄압이 워낙 노골적이라 딱히 진보라 하기 힘든 매체의 젊은 기자들도  어느 정도는 적극적으로 다루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각주:2].

사실, 서초서 유치장 인권 침해 문제로 아는 기자분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는데 흔쾌히 도움을 주셨습니다. 인권침해 사실 제보에 대한 확인 취재를 통해 정당하게 서초경찰서를 압박해 준 거죠.(캠코더 철수에 저도 5퍼센트 정도는 기여한 걸까요?[각주:3])

시민들과 기자들의 태도를 볼 때,
 천안함 빌미로 안보 정국 만들기, 선거 앞두고 비판 언론 틀어 막기 등 이명박의 언로(言路) 봉쇄 시도는 (우리 편이 아주 멍청하게 행동하지만 않는다면) 계속 실패 중이고, 앞으로도 실패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불만만으론 저들을 괴롭힐 수 있을 뿐 그로기 상태로 몰고갈 순 없습니다. 저들을 녹다운시키려면 조직된 저항 행동으로 나가야 합니다. 이를 만드는 데 <레프트21>의 존재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싸워야 할 거짓, 써야할 진실이 다시한번 분명해 졌습니다. 대중 저항이라는 들불이 퍼지는 데 진실이라는 불씨가 될 것입니다.

탄압으로 진실을 잠시 가릴 순 있어도, 진실을 없앨 순 없습니다. 우리가 늘 그 증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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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트21> 정기 거리 판매: 매주 월.금 저녁 7~8시

·강남역 6번 출구 1백 미터 파리크라상 앞
·신촌역 3번 출구 버거킹 앞
· 홍대입구역 4번 출구
·혜화역 4번 출구
·명동 예술극장 앞
·건대입구역 5번 출구

  1. 드라마 '히어로'의 용덕일보와 비교하시는 글이 있던데, 어느 정도 칭찬인 건가요? 기득권에 맞서는 삼류 신문 기자의 활약상 정도만 듣고 이 드라마는 보질 못해서요. [본문으로]
  2. ‘민중의 소리’(5.7)와 ‘미디어오늘’(5.10) 말고는 전통적 인터넷 진보언론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게 좀 의아하고 아쉬운 점이겠네요. [본문으로]
  3. 암튼, 취재 당하기와 취재하기를 병행하며 산만한 정신 상태를 유한 결과, 처음 사이트에 올린 기사에 코엑스가 서초구에 있다는 실수를 하기에 이릅니다. 바로 고치긴 했지만, 정신 없던 정신 상태와 강북보이 티만 팍 내고 말았네요.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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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해 진보 언론 <레프트21>을 거리 판매하던 독자들이 어제(7일) 밤, 서초경찰서 경찰들에게 연행됐습니다. 경찰들은 온갖 시비와 협박으로 이들을 두 시간 넘게 갈구다가 연행했다고 합니다.
합법 정기간행물의 판매를 가로막고, 신문의 사상 운운하는 것은 우파 정부 아래서 얼마나 경찰 나부랭이들의 완장의식이 얼마나 커졌는지 보여줍니다.
<레프트21>은 작은 시련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신문사 구성원들도 침착하고 여유있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우파 정부의 탄압은 진보언론에게 영광입니다. <레프트21>이 이명박 정부의 뜻과 달리 진실을 올곧게  말해 온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레프트21>을 응원해 주십시오. 진실은 우리의 모든 것입니다.


<레프트21> 독자 연행의 배경

‘안보 위기는 사기’라고 진실을 말한 죄?


57일 저녁 본지(<레프트21> 31) 거리 홍보를 하던 시민 독자 6명을 연행한(("<레프트21> 거리 판매자 6명 강제 연행!") 서초경찰서는 신문 거리 판매가 불법 집회라고 주장한다.

연행 독자들을 접견한 변호사와 면회한 지인들에 전하는 바, 담당 수사관들이 집시법 위반 혐의를 집중해서 캐물었다고 한다. 구호를 외치며 팻말을 들고 유인물을 배포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미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야간집회 금지’를 들먹이는 것이다.

그러나 팻말은 신문 기사를 홍보하는 내용의 팻말이며, 경찰이 구호라고 부른 것은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신문을 홍보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레프트21>은 유인물이 아니라 지나가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구입하는 신문이다.

더구나 <레프트21>은 합법 정기간행물로 지난해 3월 창간 때부터 강남역 등에서 매주 정기 거리판매를 해왔다. 이 정기 거리 판매의 장소와 시간을, 신문은 매호 광고까지 했다.

처음 출동한 서초지구대 소속 이종순 경위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고 밝혔으나, 누구의 신고였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현재 담당 수사팀인 서초경찰서 수사과 지능팀은 현재 <레프트21>과 인터뷰와 통화도 거부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명백히 진보 언론을 향한 정치 탄압이다.

현재 이명박 정부는 확실한 물증도 없이 천안함 사고를 북한의 무력 도발로 규정하며 냉전적 공안정국으로 상황을 몰아가고 있다.

이를 통해 보수세력을 결집하고, 정부 비판 세력을 위축시켜 지방 선거 패배를 막고 예고되는 노동자 투쟁을 억누르려는 속셈인 듯하다.

그래서 천안함 관련해 정부를 비판한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박선원 연구원을 고발하는가 하면, 정부 정책에 비판하는 주장들을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하겠다는 협박도 한다.

검찰은 명예훼손으로 고발된 박선원 연구원 건을 공안부에 배치했다. , 일선 경찰서에 천안함 관련 유언비어 유포 세력을 샅샅이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정보도 들린다. 최근 지하철 역사엔 정복 경찰들이 G20 띠를 두르고 21조로 짝지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처럼 공안 몰이를 하는데도, 정부의 주장을 사람들은 잘 믿지 않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천안함 관련한 정부와 군의 발표에 ‘신뢰가 안 간다’는 응답이 높은 수위를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 비춰봤을 때, 이번 <레프트21> 31호의 “ “안보 위기는 사기다””라는 헤드라인과 기사들은 정부와 공안당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을 것이 분명하다. 진실을 정확히 지적했기 때문이다.

G20

따라서 7일 경찰의 <레프트21> 독자 연행 사건이야말로 “이[안보 정국조성]를 통해 정부와 체제에 대한 비판을 위축시켜,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할 지도 모르는 상황을 역전시키고 고통 전가에 맞선 노동자 투쟁이 활성화하는 것을 예방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레프트21> 31호 표지 기사의 주장이 맞다는 방증이다

천안함 사고의 풀리지 않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언론의 당연한 책무다. 경제 위기의 고통을 전가하려는 정책을 폭로하고 비판하는 것도 진보 언론의 할 일이다.

그래서 “유언비어 색출” 운운하는 이명박의 냉전 몰이와 민주적 권리 탄압은 명백히 진보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것이다.

정부와 선관위, 검찰·경찰이 “유언비어 살포”를 막으려면, 증거도 없이 북한 소행을 단정지으며 전쟁을 부추기는 <조선일보> 따위들부터 수사해야 할 것이다.

한편, 서초경찰서의 무리수에는 더 구체적인 배경도 작용한 듯하다

인근 코엑스(강남구)는 G20 회의 개최 예정지다.  연행 독자들을 접견한 담당 변호사는 이 G20 경비 때문에 서초경찰서가 더 강경하게 나오는 듯하다고 전한다.

서초경찰서는 6일에도 촛불집회를 하는 동희오토 노동자들 8명을 연행했다

이명박은 올해 1월 서초경찰서장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실 비서관 출신인 하상구를 내려 보냈다. 아마 자신의 치적으로 삼으려는 G20 경비 강화를 위해서였을 가능성도 있다. 서초구는 법원과 검찰, 대기업의 본부들이 몰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껏 세 차례 열릴 동안 평범한 사람들을 경제 위기의 나락에서 구할 어떤 대책도 내놓지 못한 무능한 지도자들의 국제 ‘파티’를 위해 한국 시민들이 민주적 권리를 제약당할 이유는 전혀 없다.

경찰은 이번에 영장도 없이 귀가를 가로막고 두 시간 가까이 시민들을 협박했다. 심지어 한 경찰은 이 과정에서 <레프트21>을 보고 “사삼 검증해야 판매 가능” 운운했다고 한다.

8일 오전 이들을 면회를 한 지인들은, 서초경찰서가 유치장 안에서도 고압적인 자세로 독자들의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전한다.

심지어 비속어가 섞인 욕설을 해, 연행자들이 인권위 진정서를 신청하자 봉투도 없는 종이를 내밀었다고 한다. 진정서 내용을 자신들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도 안 되는 조처에 항의하자, 이번엔 황당하게도 CSI가 써진 조끼를 입은 자들이 들어와 연행자들을 사진 찍고, 유치장 방 앞에 캠코더를 설치해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하고 있다고 한다.

오늘 오후, 동희오토 노동자들을 면회하러 간 구속노동자후원회 활동가들이 수사과장을 면담하고 항의해 시정 약속을 받았지만, 아직 실질적인 조치의 결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레프트21>은 이명박 정부의 언론 탄압과 안보 위기 사기극에 굴하지 않고 계속 진실만을 보도할 것이다.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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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서민들 중에 복지국가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도 복지국가를 내세우는 정당들이나 사회운동이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얻진 못합니다.

이유는 대체로 둘 가운데 하나일텐데, 하나는 그것이 가능하지 않아서 지지해 봐야 소용 없다는 생각 때문일테고, 다른 하나는 복지국가를 위한 비용 부담에 참여하기 싫어서일 겁니다.

그래서 복지국가, 달리 말해, 보편적 복지제도의 도입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가와 누가 그 비용을 댈 것인가에 답을 내놔야 합니다.

요즘 "역동적 복지국가"를 내세운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세금을 더 늘려 복지를 하자고 합니다. 한국은 경제에서 정부 지출이 매우 낮은 나라인데, 이게 낮은 조세부담률에서 비롯한다는 겁니다.

게다가 아직은 정부 적자 수준이 OECD 평균보다 한참 낮아서, 재정 적자를 단기간에 늘리며 보편적 복지제도를 도입해 혜택을 맛보게 한 뒤, 세금을 늘려도 무방하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이 단체는 최근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이 내놓은 사회복지세 도입 제안에 적극 찬성했습니다. 이 사회복지세는 복지 부문에만 쓸 수 있는 목적세로 하고, 대략 5퍼센트 정도 고소득자에게 추가로 세금을 물리는 방안입니다.

민주노동당 시절 부유세 정책과 비교하면, 세금을 매기는 대상이 자산에서 소득 중심으로 바뀌고, 기업에도 납세 의무를 부과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정책실장이 <레디앙> 기고 글에서 이 사회복지세 정책을 비판했습니다. 납세 대상을 너무 적게 설정했다는 겁니다. 이젠 노동자들도 복지 재정 마련에 참여하는 운동을 펼쳐야 가진 자들에게도 더 많이 내놓으라고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오건호 실장은 "내라"에서 "내자"로 바뀌어야 사회적 설득력을 가진다고 설명합니다. 오 실장은 이를 정당화하는 이론적 근거로 시장임금과 사회임금이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노동시장에 참여해(고용되서) 일한 대가로 받는 노동소득'시장임금', 국가가 복지 등을 통해 제공하는 현금과 사회서비스 '사회임금'입니다.

문제는 한국의 사회임금이 OECD 평균에 한참 모자라는 8퍼센트에도 못 미친다는 거죠. 오 실장은 한국에선 사회임금이 시장임금의 매우 부차적인 보조 소득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고용에 목 맬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물론, 이런 현상은 기업과 부자들이 복지 재원을 부담하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각주:1]


그래서 오건호 실장이 사회임금의 재원을 둘러싸고 계급 이해를 부각시킬 수 있다고 말하는 건 정확한 지적입니다. 사회임금을 둘러싸고도 계급투쟁이 벌어지니까요.

그러나 오 실장은 이와 모순된 결론도 내립니다. 조직 노동운동이 시장임금에만 집착해 사회임금 인상을 외면해 문제라고 말합니다. 마치 시장임금 투쟁이 이기적이므로 이제는 사회임금을 올리는 데 집중하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시장임금이야말로 계급 이해가 선명히 드러나는 계급투쟁인데 말이죠.

결국 모순된 두 얘기를 종합하면, 사회임금 재원 형성에 노동계급이 먼저 참여하고 나서야 한다는 겁니다. 첫째는 그게 실제로 필요하다는 것이고, 둘째, 먼저 양보해야 부자들에게 설득력을 가진다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시장임금/사회임금 개념이 유용한지 잘 모르겠지만, 오 실장의 개념을 바탕으로 얘기하자면, 오 실장의 논리 전개에 중요한 다른 개념이 빠져 있다고 봅니다.

사회임금은 국가가 현금과 현물서비스로 지급하는 것이므로 세금을 주요 재원으로 합니다. 많은 노동자들이 소득세 등의 세금과 각종 사회보험료를 냅니다. 실업자나 면세점 이하 저소득 서민들도 세금을 냅니다. 상품 가격에 포함된 부가가치세(담배에 포함된 교육세도!) 등 소비세 성격의 세금을 냅니다. 아, 주민세도 내야죠.

즉, 사회임금은 시장임금과 완전히 구분되는 별도 소득이 아닙니다. 노동자들의 시장임금 일부가 직접세, 사회보험료, 간접세 부담 형태로 이전하는 부분이 포함된 것입니다.

그래서, (사회임금 개념으로 말하자면) 중요한 건 순(純) 사회임금입니다.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 사회임금의 재원에 노동자들이 부담한 액수를 빼고 순수하게 플러스로 지급받는 사회임금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2차대전 후 호황기에 복지 천국이라는 스웨덴 노동계급의 순 사회임금을 계산하면, 거의 '0'=제로에 가깝습니다. 낸 만큼 받은 것에 불과했다는 뜻입니다.

어쩌면, 복지국가의 역설이라 할 수 있는 것인데, 경기가 좋아 실업률도 낮고 소득도 높으면 (건강도 좋겠죠) 실제 복지 비용을 지출할 일이 사실 별로 없습니다. 반면, 조세에 바탕한 보편 복지를 명분으로 스웨덴 노동계급은 꽤 높은 수준의 조세 부담을 했기 때문에 막상 순 사회임금은 거의 없다시피 한 것입니다.

진짜 복지 지출이 늘어나는 것은 세계경제가 침체하면서 실업률이 높아지고 소득이 낮아지는 때입니다. 그러나 대다수 '복지국가'들은 경기 침체기에 늘어나는 비용 지출을 감당 못하고 복지 제도를 약화시킵니다.

예를 들면, 높은 보장 수준으로 유명한 스웨덴의 (국민)연금을 위해 호황기에 높은 비용을 부담했던 노동자들은 막상 자신이 늙었을 때, 더 열악해진 연금제도와 마주하게 됐습니다. 스웨덴에서 복지 지출이 실제로 증가한 것은 1970년대부터입니다. 이때 정부는 우파 정부였죠. 그뒤, 스웨덴은 좌우파 정부 모두 정부 수입에서 누진세를 약화시키고 역진적인 간접세 비중을 늘립니다.[각주:2]

덴마크의 실업수당은 원래 기간 무제한이며, 거의 실업 전 소득의 1백 퍼센트를 보장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실업률이 올라가 실업수당 지출이 늘어나니까 무제한→9년→4년으로 후퇴했고, 이것도 다시 2년으로 줄이려 합니다. 실업수당 지급 요건도 강화됐습니다.

아래 표는 오 실장이 계산한 2005년도 사회임금인데, 스웨덴의 사회임금이 48.5퍼센트입니다. 그런데, 최근 스웨덴 개인 소득에서 납세로 가는 비율(개인 세금부담률)이 평균 42~43퍼센트라고 합니다. 얼추 비슷한 수준이면서, 순 사회임금이 소폭의 플러스일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전후 호황기보다 나은 건지 정확히 계산하진 못했지만 '복지국가도 후퇴한다'는 우파의 선전이 과장된 그림이라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한국보다 비교할 수 없이 사회보장이 충실한 나라에서 일어난 이런 역설 때문에 사실 자본주의 아래서 노동자를 위한 복지 '천국'이 실제로 존재했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반대로, 복지국가를 신자유주의가 완전히 해체한 것처럼 (그래서 더는 보편적 복지 확대가 유토피아적인 것처럼) 말하는 것도 잘못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복지국가가 이런저런 약점이 있고 '이상'에 못 미친다 하더라도 그것은 노동계급이 호황의 조건에서 투쟁으로 쟁취해 불황기에 싸우며 지켜 가는 하나의 역사적(=한계를 가진) 성과입니다.

심지어 그것이 위기에 내몰렸을 때조차 복지 후퇴에 대항한 대중 저항, 그리고 안정적으로 건강한 노동력을 수급 받아야 하는 자본의 필요가 더해져 교육이나 의료 부문 등은 크게 약화시키지 못했습니다. 복지 지출 수준 자체를 줄이는 것은 자본가들 입장에서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오늘날 복지 축소와 복지 유지를 위한 재원 확보 문제는 계급투쟁의 중요한 전선 중 하나입니다. 

그 나라들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든 보편적 사회복지가 늘어난다는 것은 필요하고 좋은 일입니다. 문제는 그 모델의 내용과 역사에서 무엇을 배워 지금 실천에 적용할 것이냐 하는 것이겠죠.

이런 역사적 경험에서 볼 때, 오건호 실장이 사회임금 재원 형성, 증세와 사회보험료 인상에 노동계급도 동의하고 참여하자고 말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 관련 <레프트21> 기사)[각주:3]

첫째, 지금껏 소득재분배 방식의 복지 비용 마련이 힘들던 이유는 기업주와 부자들은 가뜩이나 경제 위기인 시대에 자신의 주머니에서 비용을 지출하길 꺼려 했기 때문입니다.

즉, 노동자들이 먼저 양보한다고 해도 자신들의 주머니에서도 돈이 나간다는 것 자체는 바뀌지 않기 때문에 오 실장의 바람대로 그들에게 선양보론이 설득력을 얻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예를 들어, 오 실장은 건강보험료를 먼저 올려서 정부에게 보장성 확대를 압박하자는 캠페인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부터 이명박 정부까지 모두 법으로 정해진 건강보험 재정 지원분을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법정 기여금도 내지 않는 정부를 어찌 믿고 내 돈부터 먼저 낸답니까.

이것이야말로 우파들이 복지를 세금폭탄 식으로 설명하며 반대를 조장하는 논리에 취약할 수 있습니다.

둘째, 시장임금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사회임금 증대가 필요하다 해도 노동자들의 시장임금이 사회임금 재원으로 흘러들어가기 때문에 여전히 노동소득에서 시장임금 비중이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그래서 시장임금을 보전하면서 사회임금을 늘리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게 바로 순 사회임금을 늘리도록 싸우는 겁니다. 그러려면, 시장임금 투쟁에서 잘 싸워야 합니다. 거기서 얻은 자신감과 조직력이 정치의식을 높이고 사회임금 투쟁에서 힘으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셋째, 보편 증세론은 결과적으로 노동계급 안에서 소득 재분배를 하자는 것에 불과합니다. "내라"에서 "내자"로 운동의 요구와 실천을 바꾸자는 오 실장의 전략은 고소득 노동자들의 시장임금이 더 많이 사회임금 재원으로 가도록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논리대로면, 실업률이 높아지고 평균 노동소득이 낮아질수록, 면세점 이하 저소득층이 늘어날수록 대기업 정규직=상대적 고소득 노동자의 사회임금 부담은 늘어나야 합니다. 오 실장의 '사회연대전략은 노동소득의 하향 평준화를 불러 올 위험마저 있습니다.

현실은 '정의'롭지도 않을 뿐더러 '평등'하지도 않않습니다. 세계적으로나 한국에서나 2008년 이후 부자들의 재산은 늘었습니다. 한국은 서유럽 복지국가들과 비교하면, 조세 수입에서 소득세 비중도 작고, 누진율도 낮으며, 자산 과세나 기업 법인세도 비중과 세율이 모두 낮습니다. 간접세 비중은 훨씬 높습니다.

복지국가 요구는 이런 불평등한 현실을 바꾸자는 겁니다.
노동계급의 순 사회임금이 늘어야 합니다. 노동자들의 시장임금 대비 사회임금을 늘리자가 아니라, 부자들의 시장소득과 노동자들의 임금을 비교해야 합니다. 책임은 저들이 져야 합니다.

저들이
노동계급의 노동력에 의존해 부유해졌기 때문에 이는 역사적으로 경제적으로 정당한 요구입니다. 반대로, 우리끼리 소득 재분배하자는 건 '연대'가 아니라 진실을 말해야 할 책임을 회피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한편, 보편적 복지국가의 사회안전망을 요구하는 일부 논자들 가운데, 사회임금을 높여 안전망을 만들면 해고를 둘러싼 갈등이 줄지 않겠냐(쉽게 해고할 수 있지 않겠냐) 하는 주장을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사회임금이 보장되면 시장임금의 중요성이 덜해질 거라는 논리는, 복지국가가 겪어온 역사 과정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스웨덴 모델의 근간이던 노사정 중앙교섭을 통한 연대임금제와 임금인상 자제는 노동자들도 스스로 거부한 정책입니다.

지금, 결과적으로 복지 지출 총액이 줄지 않았는데도, 자본은 줄기차게 복지국가를 공격합니다. 복지국가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완성된 모델 같은 게 아니라, 시장임금과 사회임금을 둘러싼 자본의 공세와 노동계급의 저항 속에서 끊임 없이 요동치는 '역동적'인 세력 관계의 산물입니다.

의회에서 주류 정치인들이 수용할 만한 정책을 설계하는 데 치중해서는 복지국가를 실제로 쟁취할 대중적 힘을 만들 수 없습니다. 차라리 부자 증세로 보편적 기본소득을 지급하라는 요구가 더 나은 면이 많습니다.[각주:4] 


중요한 것은 요구 자체보다 요구를 실제로 쟁취할 수 있는 대중의 운동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그리고선제 양보론은 이 운동을 만들어 내는 데 무력합니다. 노동자가 양보하면 기업주들도 양보할 거라는 발상이야말로 비현실적 관찰이고, 주관적 소망이며, 가망 없는 공상입니다[각주:5]

'공상에서 현실로'. 그게 제 결론입니다. 



  1. 인용한 사진은 2007년 국정감사에서 폭로된 이명박의 건강보험료 납부 자료입니다. 이명박 소유 빌딩 관리인은 월급이 1백20만 원인데도, 이명박보다 더 건강보험료를 많이 냅니다. 복지 재원 마련을 하려면 이런 불평등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본문으로]
  2. 소비세 등 간접세는 누구에게나 동일한 세율을 적용하므로, 소득 격차가 반영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역진세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1백만 원짜리 가재도구를 사는데, 10만 원 부가세가 붙는다면, 월 소득 1천만 원인 사람은 소득의 1퍼센트를 부담하는 것이지만, 월 소득 1백만 원인 사람은 소득의 10퍼센트를 부담하는 겁니다. [본문으로]
  3. 실제로 오건호 실장이 정책위원으로 있는 복지국가소사이어티와 진보신당 등은 건강보험료를 1인당 1만1천 원씩 올려서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자는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법으로 정해진 국가보조금도 3조 원씩이나 지급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장성 확대가 법으로 선행되지 않고 보험료부터 올려서 보장성 확대를 요구하자는 것은 위험한 계획입니다. [본문으로]
  4. 어떤 분은 기본소득 등의 지속적인 복지를 위해 성장 정책도 제시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되려 성장과 분배의 딜레마에서 영원히 빠져 나올 수 없습니다. 경제 위기도 저들의 탓이고, 저들의 부도 우리의 노동 때문이므로 복지 재원을 못 대겠다면 권력을 달라고 요구하는 방향으로 운동이 전진하는 길밖에는 우리 삶을 지킬 길은 없습니다. 기본소득 관련 글은 링크된 포스트를 확인하세요. [본문으로]
  5. 이들은 계급투쟁의 정치학을 포기하기 때문에 가장 비관적인 전제에서 가장 황당한 낙관주의로 치닫는다. [본문으로]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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