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평균 노동시간은 [많이 줄었다고 하는데도] 2천1백 시간이 넘어 OECD 평균보다 4백 시간 많다. 사실 이것도 많이 준 것이고, 주당 40시간 일한다고 계산하면,OECD 평균보다 일 년에 석 달을 더 일하는 셈이다.


전일제 비정규직의 임금이 정규직의 절반가량에 불과하다. 각종 수당과 사내 복지에서도 차별을 받는다.  


이런 조건에서 시간제(파트타임) 일자리가 충분한 임금과 복지를 받는 정규직 일자리가 될 수 없다. 예를 들어, 4시간 일자리가 법정 하루 노동시간(8시간)의 절반을 일한다고 해서 정규직 임금의 절반을 줄 사장은 없다는 것이다. 어느 사장이 그러겠는가. 


게다가 공공부문 총액인건비제로 고용비용 한도를 정해놓은 정부가 공무원부터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겠다면, 정규직 일자리를 줄이겠다는 말밖에는 더 되겠는가.


정부와 사장들은 직무급을 도입하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할 수 있고, 임금 차별을 없앨 수 있다고 말한다. 쌩 거짓이다. 경력 단절을 걱정하거나, 육아 등의 이유로 시간제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들을 이용해 자기들 욕심을 채우려는 술책이라는 말이다.


우선, 시간제 일자리에 정규직 직무를 부여할 리 없다. 이미 직무급을 부분 도입한 기업들에서 사장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직무를 분리해서 임금 차별을 정당화하고 있다. 


직무급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위한 불가피한 쓴 약이 아니다. 그냥 정규직의 기존 임금을 낮추려는 개수작이다. 직무급 도입은 그 자체로  임금 안정성을 흔든다. 직무에 따라 임금이 임금을 들쭉날쭉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직무 배정 권한이 ‘인사권’이란 이름으로 사측에게 종속돼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작업장 자율성은 크게 후퇴하고, 사측에 대한 종속성이 더 커진다. 이는 임금 유연화(불안정성 증대)와 더불어 노동의 권리를 위축시킬 무기가 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비정규직의 근속년수를 인정해 정규직 호봉 체계에 포함하면 간단하게 해결된다. 1990년대 초반에도 이렇게 여성 노동자에 대한 제도적 임금 차별을 해소한 바 있다.


상시업무는 비정규직 고용을 금지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이런 식의 해결이 가능하다. 사장들이 이런 방식의 해결책을 거부하는 것이다. 


다만, 일부 정규직 노조들이 부문주의적 시각으로 이런 해결책을 꺼리는데, 이를 약점 삼아 직무급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해법으로 사기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노조가 상시업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정규직 호봉제 임금 체계 편입을 추구한다면, 직무급에 관한 헛소리들을 날려버릴 수가 있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전일제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는다면, 시간제 일자리는 정규직의 절반은커녕 잘해야 3분의 1, 4분의 1을 받는 일자리가 될 수밖에 없다. 


정규직이 하루 열 시간, 열두 시간을 일하는 마당에 4시간 짜리에게 임금 절반을 줄까? 6시간 짜리에게 4분의 3을 줄까? 직무도 임금도 차별적일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불안정 파트타임 노동인데, 임금도 여전히 쥐꼬리라면, 그 모든 환상적 [헛]소리들이 다 무슨 소용이랴. 직무도, 대가도 허접하다면, 총액 뿐아니라 시간당 임금 자체가 낮을 가망이 높다. 


그렇다고 박근혜와 경총 방식으로 임금을 줄이는 노동시간 단축을 하면, 정규직 여부를 떠나 전일제 노동자들의 임금이 대폭 하락하게 된다. 이런 식의 하향 평준화해서 이루는 임금 격차 해소는 사장들 배만 불리는 것 아니겠는가.


정부의 ‘로드맵’은 근로시간 감소가 2000년대 이후 다른 요인보다 “최근 고용증가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세계경제 위기 속에서 엄청난 위기감을 갖고 있는 정부와 사장들은 임금 유연화와 연계해 노동시간을 줄이면 돈을 더 들이지 않고도 외형적 고용률 수치를 크게 올릴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기존 전일제와 시간제 노동자들이 일감을 놓고 다투게 만든다. 전일제 의 임금이 낮아지면 그들도 더한 장시간 노동이 필요하게 되기 때문이다. 정규직은 물론이고, 기존 전일제 비정규직은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이다. 이들도 투잡으로 몰릴 수 있다. 


결국 박근혜의 고용률 70% 로드맵은 정규직 임금 하락과 비정규직 일자리 확산을 통해 전반적인 고용불안을 조장하고 노동자들을 분열시켜, 노동 현장에서 세력관계를 자본에게 기울게 하려는 수작에 불과하다. 


노동시간 단축이 삶의 질 개선과 일자리 창출과 연결되려면, 기존 임금과 노동조건 후퇴 없이 일하는 시간만 줄이는 것이 돼야 한다. 공공부문 총액인건비제도 없애야 한다. 박근혜의 고용률 헛소리 로드맵을 전면 거부해야 하는 것이다. 


법정 노동시간을 35시간까지 크게 단축해야 하고, 일정 시간 이상의 노동은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 임금 체계도 지금처럼 고정급이 낮은 구조에서 고정급이 높아서 추가 노동이 필요없는 구조라 바꿔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육아휴직에 대한 임금 보장 기간을 늘리는 등 더 많은 복지가 함께 결합돼야 할 것이다. 


이런 조건들 속에서만 시간제 일자리가 노동자들 서로를 할퀴지 않으면서 개인적으로 만족하는 일자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노동시간 단축이 제대로 시행되면, 시간제 일자리의 수요는 줄어들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일자리를 나누면, 양질의 일자리를 나눌 수 있다. 민주노총도 최근 주당 48시간으로 노동시간을 규제하면, 1백14만 개 일자리가 나온다는 분석을 인용했다. 그 의도가 무엇이든, 정부의 ‘로드맵’조차 근로시간 감소가 취업을 늘리는 데 효과가 크다는 것을 인정한 이상, 이런 요구들은 매우 정당하다.


[이런 요구를 현실에서 쟁취하려면 투쟁이 필요하다.이에 대해선 <레프트21>의 내 기사이 블로그 앞 글에서 간결하게 설명해 놓았다. 

물론 이런 일이 가능하려면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적어도 지금처럼 재벌과 부패 우파가 슈퍼 갑으로 행세하게 내버려 두고서 좋은 일자리와 희망있는 삶이 자동으로 보장되진 않을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의 더 많은 행동이 필요한 것이고,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서는 투쟁은 그 일부인 것이다.

다만, 당장의 삶의 조건을 지키려는 투쟁조차도 그 투쟁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참가자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건설할 희망과 용기, 확신을 줄 수 있다. 


※ 이 글은 <레프트21>106호 관련 기사에 대한 내 개인의 보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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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대법원은 노동자들이 정기적으로 받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사실 이 판결이 대단한 것은 아니다. 너무나 상식적이고 당연한 판결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법원 판결 이후 노동자들이 사실상의 ‘체불임금’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건 것은 당연한 일이다현대자동차삼성중공업, GM대우 등 60곳에서 소송이 제기됐다.

 

근로기준법 시행령은 “‘통상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所定)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금액”이라고 명확히 정의하고 있다. 또 근로기준법은 연장·야간·휴일 등 초과노동수당 연차수당 등의 산정 기준 ‘통상임금’으로 하고 있다.

 

즉, 지금의 통상임금 논란은 여러 수당의 산정 기준인 통상임금에서 정기상여금을 부당하게 빼서 임금 차익을 챙겨온 체불임금 문제가 그 본질인 것이다. 그동안 노동부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엉터리 해석으로 이런 도둑질을 도와 왔다. 

 

그러므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이 판결 때문에 최소 38559억 원을 써야 한다며 ‘기업 망하게 할 판결’이라고 저주하는 것은 완전히 적반하장이다.

 

38조여 원은 당연히 줘야 할 돈을 떼 간 체불임금이고, 그나마 임금채권 소멸 시효 때문에 3년치 적용 밖에 안 된 액수다.(3년 체불 24조 8천억 원) 이것은 기업주들이 적게 주고 더 많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일을 시키면서 도둑질한 노동의 댓가가 이토록 엄청나다는 말이다.


기업주들의 경영 능력이 아니고, 체불임금 떼먹고 오리발 내민 게 기업 성장의 최고 비결이었다는 말이다. 이 체불임금을 돌려주면 기업이 망한다는 말은 그동안 기업주들이 경제 성장을 위해 기여했다는 말이 완전 개소리라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판결을 새로 해라, 법을 바꿔라’ 하며 국회와 사법부 등을 압박하고 있다. 기업주들의 뻔뻔함은 국적을 가리지 않는데, 미국에서 박근혜를 만난 GM 회장 댄 애커슨이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협박했다.

 

문제는 정부다. 박근혜는 통상임금 “한국 경제 전체의 문제”라며 재벌들에게 해결을 약속했다. 4대악 척결한다더니 성추행 대변인 도피시킨 의혹을 받는 정부가 체불임금 떼 먹는 걸 기업 살리기로 포장할 기세다.

 

그러나 사실 대법 판결을 바꾸는 것은 삼권 분립을 허무는 것으로 보일 수 있고, 사법권력의 반발을 살 수도 있어 쉽지 않다. 그래서 집권당 차원에선 법 개악이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다. 그래서 새누리당은 슬슬 근로기준법 개악의 군불을 떼고 있다.

 

체불임금 떼먹어 기업 수익을 올리는 게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인가. 헛소리와 추잡한 짓은 윤창중과 전동수 따위로도 충분하다. 박근혜와 기업주들은 역겨운 헛소리들 집어 치우고 당장 훔쳐 간 통상임금을 내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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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경제 성장 지속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규제보다는 경제 활력을 고취해야 한다, 개별 기업 노사 문제 관여는 최소화해야 한다, 증세는 신중해야 한다.”


118일 박근혜를 만난 전경련, 경총 등 경제5단체 회장들이 던진 말들이다. 박근혜에게 5년 전 기조인 ‘줄푸세’(신자유주의적 우파 정책 기조)로 돌아가라는 요구다.


박근혜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경제 민주화’ 구호가 “특정 대기업 때리기, 기업들 편가르기 [등으로] 잘못 알려진 부분도 많다”며 해명했다.[각주:1] 이런 식으로 박근혜는 우파 기득권 세력과 만남을 이어가며, 더 분명한 어조로 “성장”과 “안보”를 강조하고 있다


우파 신문 <세계일보> 주최 안보 심포지움에서 “지속가능한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확실한 [대북] 억지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고, 보수 기독교 아성인 여의도순복음교회에 가서 “우리 경제 성장과 함께 민주주의를 이만큼 발전시킨 것도 교회의 힘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아부했다.


레임덕인 이명박의 내곡동 특검 방해도 새누리당의 엄호 없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고, 온갖 낡은 보수세력들이 박근혜 지지로 결집하고 있다. 선거법 등을 이용한 진보진영 재갈 물리기도 벌어지고 있고, NLL 문제로 국정원장을 고발하는 등 꼼수도 자행되고 있다.


여러 내부 갈등이 있었지만 이제 박 캠프에서는 이한구(대우), 김광두(현대차 사외이사), 현명관(삼성), 김성주(대성) 같은 재벌그룹 출신 인사들이 중용되고 있다. 정몽준도 선대위원장으로 기용됐다.


허울 뿐인 ‘국민대통합’ 가면을 벗고서 ‘1퍼센트 보수 대통합’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런 우향우의 배경에는, 반우파 정서의 벽 앞에서 좌절한 박근혜의 선거 책략 뿐아니라, 주류 지배자들의 커져가는 위기감이 자리잡고 있다.


한국 경제는 수출의존도가 매우 높아 세계경제 위기 확산 국면에서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대유럽 수출은 16퍼센트나 줄었다.


따라서 지배자들은 저항의 섟을 죽이며 [고통 전가의 다른 이름인] ‘고통 분담’을 요구해야 하는 마당에, 우파인 박근혜마저 사람들에게 기대감을 심어주는 식으로 말하는 게 위험해 보였을 것이다


주류 지배자들은 지난해말과 올해초 새누리당의 총선 패배와 재집권 실패가 유력해 보였을 때는, 플랜B로서 민주당 집권을 염두에 두고, 조중동 등 보수언론과 보이지 않는 압력들을 동원해 [오른쪽에서] 민주당을 혹독하게 공격하며 길들이려 한 바 있다. (진보정당과 야권연대를 하지 말라는 압력도 이때 본격화됐다.)


무엇보다, 박근혜의 중도층 확보 노력은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여러 조사를 봐도, 박근혜 대세론 붕괴 후 필사적 우파 결집(보수대연합) 노력으로 보합세를 유지하곤 있으나 부동층 흡수는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여전히 박근혜가 다자 대결 1위인] <한겨레> 조사에서도 60퍼센트가 ‘새누리당의 재집권’보다 ‘정권 교체’가 낫다고 답했다





그러므로 집토끼 묶는 것에 치중하는 박근혜의 우향우는 앞으로 보수대연합과 투표율 떨어뜨리기로 나아갈 것이다. 집권 우파가 믿을 것은, 반우파 정서가 표로 결집하지 못하도록 민주당의 실정과 약점을 이용하고, (이런 일이 가능할 정도로 민주당에 대한 불신은 만만치 않다) 진보진영을 탄압하며 폭로와 색깔론의 복마전을 만들 것이다. 당연히 투표시간 연장은 결코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요새 새누리당의 공식 논평은 하루 열 건 가까이 야당 후보 비리 의혹 제기인데, 대변인을 일곱이나 둔 것이 바로 이런 일을 하려고 한 듯하다! 14일 하루에만 네 가지 의혹을 8개의 논평으로 발표했다. 새누리당은 관계자는 화살 1백 발을 쏴서 그중 한 개가 맞으면 맞는 것”이라고 하는 실정이다.


요약하면,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최근 1~2주 사이에 부패 우파 본색에 충실해지고 있는 것은 반우파 정서를 뚫기 힘든 상황에서 집토끼라도 지키자는 선거 책략에 더해 지배계급의 위기감이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야당들의 무기력 때문에 박근혜가 다시 여력을 회복하면, 국민대통합 시늉을 다시 낼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 본질이 바뀌는 건 아니라는 것, 박근혜가 중도 흉내가 결코 확장성의 한계를 깨지 못한다는 점이 바뀌는 건 아니다[각주:2]


2007년만 해도 그는 ’줄푸세’를 내세우며 우파 결집에 여념 없었다“제가 꿈꾸는 사회도 바로 뉴라이트가 꿈꾸는 사회와 같다공권력이 바로 서야 한다.” 불법파업과 집단 이기주의기업은 규제 ... 이것이 우리 경제의 큰 병”이라고 핏대를 세웠다.


이미 박근혜는 당권을 장악한 직후인 2004년 가을에 이른바 4대 개혁 입법(국가보안법·사립학교법·과거사규명법·언론관계법 개정) 반대 투쟁에 ‘올인’했다. 그녀는 이 투쟁을 “국가정체성 수호” 투쟁이라고 불렀다.[각주:3]


이 투쟁을 놓고 당내 논란이 일었는데, 박근혜는 자서전에서 당시 의원총회를 이렇게 회상했다. “가장 민주적 방법으로 투표를 통해서 대표인 나에게 모든 것을 일임해 주었다.” 이것이 지금껏 10년째 ‘정당 개혁’과 ‘정치 쇄신’을 내세우는 박근혜의 ‘민주주의관’이다.


그녀의 국가관은 1퍼센트 기득권 세력을 철저하게 옹호한다는 점에서도 우파적이었다. 박근혜는 노무현의 온건한 사립학교법 개정을 놓고 “나라의 정체성을 뒤흔들어 놓는 법은 절대 통과되어서는 안 되며 법의 뿌리가 허물어지면 대한민국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고 강변했다.


박근혜는 1980년 전두환의 도움을 받아 사실상 소유주로 영남대 재단에 진입했다가 1989년 학원 민주화 투쟁 때 쫓겨난 바 있다. 이명박 정부 아래서 개악된 사학법으로 가장 먼저 구 재단이 복귀한 곳이 바로 영남대다


박근혜는 노무현 정부가 물러서면서 이미 2006년부터 복귀를 준비해 왔는데, 결국 새 이사진의 과반수를 임명했다. 재단 복귀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창조컨설팅과 합작해 영남대의료원노조를 무지막지하게 탄압해 노조는 지금껏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러던 박근혜가 “내 아버지의 꿈이 복지국가”라는 궤변을 내뱉으며 꼴사납게도 ‘복지’와 ‘경제 민주화’ 시늉(복지 코스프레?)이라도 낸 것은 순전히 사회적 세력관계가 우파에게 유리하지 않고, 복지와 분배 같은 진보 의제가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여당 내 야당이라고 했지만 정작 18대 국회에서 이명박의 친기업·반민주·반노동 정책과 대립한 적이 없다. 한미FTA, 제주해군기지, 4대강, 부자 감세에 적극 찬성했고, 쇠고기 협상 결과, 용산 사태에는 침묵했다. 최근에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국정조사 요구를 거부했다.[각주:4]


박근혜의 최근 영입 인사 중 “차떼기 대선자금” 수사로 유명해진 안대희가 있는데, 안대희는 당시 유독 박근혜의 2억 원 수수 의혹만 수사하지 않았다. 안대희와 함께 들어온 남기춘은 7인회 일원인 김기춘(정수장학회 장학생 출신)과 함께 1991년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 조작의 원흉이기도 하다. 


박근혜의 본색, 집권 목표라는 건 이처럼 반동적 쿠데타와 1퍼센트 기득권을 옹호하는 정권을 세우려는 추악한 권력욕일 뿐이다


유감스럽게도, 문재인과 안철수가 ‘안보’와 ‘성장’이라는 우파 프레임을 수용해 박근혜 대세론을 무너뜨린 반우파 청년세대를 결집시키지 못 하고 있다. 선명하게 변별력 있는 대안이 유력하게 부상하지 않으니, 우파에 위기가 왔는데도 지지세가 붕괴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결과가 어떨지 미리 예측하기 힘든 선거다. 그렇다고, 개혁주의적 진보정치에 공백과 균열이 생긴 마당에 선거판 안에서 쉽사리 대안을 찾기도 힘든 현실이다. 


김소연, 김순자 두 후보도 훌륭하고, 통진당 이정희, 진정당 심상정 후보도 비진보 후보들과 대면 훨 낫지만, 후보의 성격과 자질과 득표수는 별개 문제다. 이들 모두 진보진영과 노동운동의 일부들을 각각 대표하고 있어 한 표를 던져야 하는 선거에서는 이들에게 투표하는 것이 진보진영 전체의 과제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그러나 세 후보 진영 모두 선거가 아닌 투쟁의 영역에서는 예상되는 득표수보다도 더 큰 힘과 역량, 재능을 발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영역에서는 단결된 대응이 가능하고, 또 중요하다. 


왜냐하면, 상황이 지날수록 경제 위기 때문에 어느 정권이 들어서도 [방식과 속도, 태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노동계급에게 고통전가 공세가 예상된다는 점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가들의 참을성이 점차 없어진다는 신호들이 보이고 있다. 


이런 요소들에 상황을 비춰 보면, 우파 재집권을 저지하자는 반박근혜 정서에 공감하면서도 투표 그 자체보다는 미래의 공세에 대비해 정치적·조직적 태세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대중투쟁으로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 일 없이 투표로만 주류 우파를 물리치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다. 사실 불가능하다. 그 점에서 최근 벌어진 노동자투쟁들은 좋은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정권교체가 나은 일이긴 하나, 진보적 정권교체라 부를 것은 못 된다.


그래서 투표로만 놓고 보면, [박근혜 저지를 위한 단일화 후보든, 진보 노동 후보든] 좀 더 지켜보고 판단하는 것이 낫겠다. 누구에게 투표하더라도 향후 운동의 과제에 비춰 부차적 비중일 수밖에 없을 듯하므로. 


  1. 전경련 전무 이승철은 “오늘 [박근혜와 안철수] 두 후보 모두 경제민주화 못지않게 경제성장도 필요하다는 뜻을 보여 와 그동안의 경제민주화 논의와 관련된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화답했다. [본문으로]
  2. 올 4월 총선에서 박근헤의 중도화가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한 이들은 민주당 등 야당에게도 빼앗긴 중원, 중도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근혜와 민주당 사이의 중도로 가자는 것은 야당들이 우경화해야 한다는 것이므로, 박근혜를 돕는 멍청한 짓이 되었다. 물론, 재벌과 주류엘리트에게 잘 보이려는 민주당의 본성을 감안하면 그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본문으로]
  3. 당시 법사위원장이던 한나라당 최연희가 ‘[여론 때문에] 버티기 힘들다’고 하소연하자, “도대체 국가관이 있는 겁니까?” 하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전두환 정권에서 위세를 떨치던 공안검사 출신에게 ‘국가관’을 따져 물을 정도니 박근혜의 국가관이 얼마나 우파적인지 알 만하다. [본문으로]
  4. 유일하게 이명박과 대립한 게 행정수도 문제였는데, 사실 박정희가 1970년대 말에 지금의 세종시에 포함된 충남 연기군 장기지구를 유력한 제1후보지로 놓고 행정수도 이전을 기획하고 추진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박근혜의 집착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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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노사정 야합] 이명박의 흉물스런 노동법 개악을 막아야 한다
관련 포스트: 한국노총의 대국민선언, 무엇이 문제인가

■ 복수노조 창구 단일화 반대! 노조 전임자 임금 노사 자율 쟁취! 한국노총 본부 정면에 걸려 있던 현수막 문구입니다.

■ 복수노조 2년 반 유예와 창구 단일화, 노조 전임자 지급 금지 6개월 유예와 타임오프제 법제화. 한국노총이 노동부, 경총과 4일 합의한 내용입니다.

이 두 문구의 차이가 너무 커 4일 저녁 기자회견 직전 한국노총 조합원 수십 명이 한국노총 본부 건물에 모였습니다. 야합이 뻔한 노사정 합의안이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채택되는 걸 막고 장석춘 위원장이 기자회견에 장석춘 위원장이 참여하는 걸 막자는 거였죠.

지도부가 수용한 노사정 합의안이 단지 민주노총만 배신한 게 아니라 노동자들과 노조의 권리를 전반적으로 제약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합원들도 불만이 컸습니다. 

이들에게는 11월 30일 대국민선언문의 작성자가 누군지도 의혹의 대상입니다. 보통 위원장의 기자회견문이나 성명서, 연설문은 홍보 담당 실무자들이 쓰기 마련인데, 해당 실무라인에서는 누구도 이 문서를 작성한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일부는 선언문에 포함된 논리와 표현이 사용자 쪽의 것이라고도 지적합니다. 한나라당에서 써줬다는 말도 있습니다. 장석춘 위원장은 의혹과 논란을 의식했는지 자기가 썼다고 합니다. 노조 생리상 말도 안 되는 일이죠. 이 문제에 민감한 이유는 작성자 문제가 야합의 실체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기 때문이죠.

한편, 전임자 임금 노사자율 쟁취와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반대라는 요구와 이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자는 것은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하고 15만 노동자대회와 총파업 찬반투표로 다수의 의사를 확인한 것입니다. 이를 뒤집은 것 역시 노조 민주주의에 어긋나는 거죠. 그래서 항의파들은 임시대의원대회 소집을 요구했습니다.



논란과 항의 속에서 "재협상하겠다. 배신 이런 말 쓰지 마라"며 어렵사리 빠져나갔습니다. 그  뒤, 중집 회의가 열렸던 한국노총 본부 대회의실에서는 여전히 남아 항의하는 조합원들에게 백헌기 사무총장이 합의안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타임오프제를 하되, 현재 우리 전임자 총량은 유지하기로 암묵적 합의를 했다."

"노조 활동 범위가 공개 합의문에는 교섭과 고충처리 등만 나왔지만 현재 노조 활동을 다 포함하는 걸로 합의가 됐고 대통령령 제정 과정에서 추가 협상으로 범위를 더 넓힐 거다."


"전임자 산출 근거를 2백 명당 한 명으로 할 수도 있다. 협상의 여지가 아직도 있다."

"전반적으로 한국노총은 잃은 게 없다. 우리가 민주노총과 비교하면 전임자가 훨씬 적다. 양쪽을 포함해 실태조사를 한 후 평균을 기준으로 해 적용하면 우리는 더 유리해지는 거다.

"민주노총도 대기업노조 일부는 복수노조에 반대한다. 우리가 야합하고 했다는 건 다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복수노조 허용 방안에 대해선 창구단일화가 아니라 열어 놓고 2년 반 동안 협상하는 것이다."

백헌기 총장이 설득력 없는 논리로 변명하고 있는 동안, 노사정 기자회견이 YTN 9시뉴스에서 생중계됐습니다. 협상 여지가 있다던 복수노조 창구 단일화가 합의됐고 전 사업장에서 노조 전임자가 금지된다는 것도 분명해 졌습니다. 열받은 조합원들이 "더 들어봐야 의미 없다"며 하나둘 자리를 떴습니다.

위 말들에서 굵은 표시를 한 두 문장은 진상 규명이 필요한 문장입니다. 항의하는 임원들과 조합원 대상으로 한 말이므로 약간 '오버'한 면이 있다고 쳐도 '합의'란 표현을 썼으므로 해명이 필요한 건 사실입니다. 이 역시 한국노총 지도부가 벌인 야합의 실체를 구성하는 문제중 하나입니다.

이면 합의인지 암묵적 합의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시행령에서 합의대로 될 거라는 '순진한' 말에서 썩소가 나왔습니다. 본인이 그렇게 믿는 것도 순진하지만 아니라도 그 얘길 듣는 사람들이 그대로 믿을 거라 생각하는 것도 순진한 겁니다. 계급투쟁에서 '순진하면 지는거다.'

사실 기업별 복수노조를 허용하면 민주파든 어용파든 기존 노조 집행부에겐 부담이 생깁니다. 그걸 피하려 기본권에 해당하는 단결권을 법으로 금지하는데 찬성하는 것은 노조관료적 이해관계라 부를 수 있습니다. '자신들이 통제하는 안정된 조직 기반' 즉 관료적 기득권에 안주해 노동운동의 대의-전체 노동자의 이익을 저버리는 거니까요.

이런 관료주의는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조 운영과 노동자 이익 증진에 큰 걸림돌입니다. 그 증거는 전임자 임금에서도 한국노총 지도부가 후퇴한 데서 잘 드러납니다.

경제 위기에 노심초사하는 기업주들이 완강하게 니오니 이명박 정부도 대결 국면으로 몰고 갔고, 한국노총 지도부는 정부와 충돌이 진짜 불가피하게 되자 속절없이 후퇴하다가 '관료적 기득권'이라는 덫에 걸려들었습니다.

이게 정부와 기업주가 노동법 개악을 주도하고, 장석춘 지도부가 조연으로 마름 구실을 한 사태의 본질적 진상이 아닐까 합니다. 정부는 조합원 백수십만 명을 대표하는 노조 지도자들보다 한줌의 기업주들 편을 들었습니다. 한국노총 지도부는 공식 절차를 거쳐 결정한 조합원 다수의 뜻을 저버렸습니다. 그것이 이번 소동에서 드러난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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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깁니다. 한국 다음 순위 국가들보다도 두 달 (8시간×23일[주5일제 기준]×2) 정도 더 일합니다. 

그러니 아침 출퇴근 전쟁 시간대 버스와 지하철은 조는 사람, 멍한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쉴 시간, 놀 시간이 없으니 여가생활이라곤 대체로 친구들과 술먹기 뿐입니다. (글로 배워서~)

이런데도, 기업주 모임인 경총이나 정부는 한국에 휴일이 너무 많다고 불평해 왔습니다. 제헌절, 식목일 등 매년 국가지정 공휴일이 줄어왔습니다. 심지어 반쪽짜리 주5일제 도입하면서 근로기준법의 유급 생리휴가를 무급으로 바꿔버렸습니다.

기성 언론에선 추석을 앞두고 '민족의 명절'이다 뭐다 하고 떠듭니다만, 정작 평범한 월급쟁이들의 억울한 마음은 다루질 않습니다.

올핸 추석이 주말과 겹쳐 명절이라기보단 금요일 하루 더 쉬는 것 밖에 안 되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ㅠ.ㅠ 올해는 추석 이틀에 개천절 하루, 총 3일이 사라졌네요...

장시간 노동, 휴일 노동은 한국 노동자들에게 아직도 피할 수 없는 굴레입니다. 저도 예전 직장에서 새벽 퇴근, 새벽 출근을 자주 해봤지만, 아주 사람 얼을 빼놓습니다. 그런데 또 이렇게 앉아서 휴일을 도둑맞다니... 


달력의 빨간 날, 즉 법정공휴일은 어느 회사에서나 유급 휴일이기 때문에 공휴일의 축소는 정해진 월급에 일 더 시켜먹겠다는 것 밖엔 되지 않습니다. 법정공휴일을 축소하면 애써 머리띠 매고 투쟁하고 임금 교섭해서 올려 놓는 임금이 뒤로 몰래 깎이는 겁니다.

한마디로 '부지런한 한국인'이란 이미지는 '사람 부려 먹는데 부지런한 사장'과 '권리 찾아 먹는데 게으른 노동자'의 다른 이름이 아닌가 합니다. 원래 두 몸인데, 이걸 한 몸으로 합쳐 놓으니 사람 헷갈리게 하는 그림이 된 거죠. 

최근 몇 년간 웰빙이니 삶의 질이니 언론 보도가 많았습니다만, 먹는 것, 여가 이용법, 여행지 정보는 넘치는데, 막상 이걸 위해서 월급을 올려야 한다거나 휴일을 늘려야 한다거나 하는 주장을 하는 언론이 없었습니다.

있다면, 주식, 부동산 등등. 하지만, 한 실험에서 월가의 투자 전문가와 원숭이의 랜덤 투자 수익률이 같았다고 하죠. 몇몇 구조적 주가 조작을 하는 기관 투자가들 빼곤 개미들이 벌 수 있는 돈이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게다가 지난해 펀드 폭락 사태는 평범한 이들이 감당하기 힘든 "하이 리턴, 하이 리스크"의 현실을 잘 보여줬습니다.

부동산으로 돈 벌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온 좋게 집 하나 샀다 해도 내 집만 오르는 게 아니므로 내 집값 올라봐야 새 집 구할 땐 제자리입니다.

이 순환을 벗어나는 길은 두 가지 뿐인 듯합니다. 새 아파트 분양을 받거나 강남 아파트를 사는 건데, 2천년 대 내내 분양가가 집값과 똑같이 올랐습니다. 결국 남는 길은 강남 아파트 사기. ㅋ 가능하지 않은 일입니다.

결국, 일자리를 얻고 지키기. 조금이라도 더 월급 받기. 이게 평범한 젊은이들에게 웰빙의 출발점입니다. 우리에게 여유있는 삶, 즐길 수 있는 삶은 난관이 참 많네요.

정말 최소한 설과 추석은 일주일을 모두 쉬어야 합니다. 토요일도 정식으로 법정공휴일로 하고, 주말과 겹치는 법정공휴일은 다음 월요일에 쉬어야 합니다. 주류 엘리트들은 교육과 언론에서 가족과 민족의 가치, 양보와 여유의 가치를 자랑만 하지 말고, 여염집 갑남을녀가 그런 고귀한 가치를 배울 수 있게 휴일을 충분히 보장해줘야 할 것입니다. 

이처럼 휴일을 줄이며 일해야 하는 건 우리 삶이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자기 금고 채우기만 바쁜 사장들 말고 정부가 좀 나서서 우리들을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놀라운 것은 '우리 회사 사장'이 아니라 국가(정부와 국회)가 유급휴일인 법정공휴일을 줄이는 데 열심이라는 겁니다. 세상에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출된 대표들이 선출되지 않은 기업주들을 위해 자신을 선출한 주권자들을 쥐어짜고 사실상 임금 삭감을 강요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노동자 집회 같은 데 가 보면 "시키는대로 일만 한 죄밖엔 없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돌이켜 보면 그건 진짜 죄인 겁니다. 충분한 휴식을 요구하는 건 충분한 임금을 요구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은 미래를 어떻게 꾸려 나갈까 하는 문제입니다.  

누구라도 충분히 쉬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적·경제적 여유는 자신을 돌아보고 세상을 살펴보는 실천적·문화적 역량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는 평범한 이들에겐 충분한 임금과 여가 시간을 요구할 이유가 많습니다.

······

사실 무엇보다 휴일이 줄어드는 게 당장 걱정되는 이유는 이명박과 그 똘마니 국회가 일하는 날이 더 늘어난다는 것이죠. 정말 최소한 이들에겐 휴일을 많이 보장하면 안 될까요.
무급으로~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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