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8월 20일 새누리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국민 통합”을 선언하더니 연일 “박근혜가 바뀌네 쇼”를 벌이고 있다. 


박근혜는 후보 선출 다음 날, 노무현 묘역에 갔다. 26일에는 반값등록금 운동의 학생 대표들과 만났고, 27일에는 청계천 전태일다리에서 헌화를 시도했다. 심지어 박정희가 죽인인혁당 피해자 유족들을 만나려 한다는 소식도 있다. 


이뿐 만이 아니라 김종인을 다시 앞세워 ‘경제 민주화’ 정책을 강조했고, 차떼기 수사로 인기를 얻었던 안대희를 정치쇄신특별위원장으로 영입했다. 


그러나 박근혜의 ‘광폭’ 사기극은 역풍을 일으키고 있다. 


27일 전태일 열사 유족들은 박근혜의 방문을 공개 거절했고,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 씨는 ‘쇼를 그만 두라’고 일갈했다. 박근혜는 발길을 돌려 청계천 전태일 동상에 헌화를 하러 갔다가 김정우 쌍용차 지부장에게 통쾌한 면박을 당했다. 


오히려 쌍용차 문제나 해결하라는 압력만 커졌고, [이왕 국민 통합을 선언한 마당에] 홍사덕 등의 유신 옹호 발언을 박근혜가 비판해야 한다는 반발이 친박 내부에서조차 나올 정도다. 


사실 박근혜는 ‘민주화 세력’의 핵심인 노동운동·진보진영과 ‘화해’할 생각이 눈꼽 만큼도 없다. 


박근혜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면담과 청문회 수용 등을 요구하며 새누리당 당사에 찾아가자 경찰을 시켜 접근을 가로막고 노동자들을 구타·연행했다. 박근혜가 사실상 소유한 정수장학회 산하 영남대의료원과 부산일보의 언론 탄압과 노동자 해고는 악랄하기로 유명하다. 


경제 민주화?


대선캠프 인사도 새로울 게 없다. 김종인과 안대희의 유명세를 앞세웠지만, 막상 새누리당 대선캠프의 돈과 조직을 총괄하는 자리는 최경환과 이주영 같은 친박 핵심들로 채워졌다. 

김종인이나 안대희 등은 “바뀌네 쇼”의 장식물일 뿐인데, 그 장식물들마저도 과장 광고로 덧씌워진 이미지가 전부다. 


김종인은 재벌 개혁하겠다며 나섰지만, 정작 현대차 재벌의 불법 파견에 침묵하면서 도리어 비정규직 해법의 걸림돌이 민주노조라고 말하는 자다. 그는 박정희와 전두환 정권 시절에 국회의원과 장관을 하면서 승승장구한 낡고 부패한 인물이다. 



△박정희 민주주의 하는 소리 박근혜의 국민 힐링은 민중 킬링이고, 박근혜의 변신은 노동자 봉변이다. ⓒ이미진



노태우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막강 권력을 누리던 시절, 동화은행 비자금을  뇌물로 받고,  노태우 비자금 사건에도 연루돼 실형도 살았다. 그래서 김종인이 2004년 17대 총선에 출마했을 때,  총선시민연대가 비례대표 부적격 후보라고 공표한 바 있다.


안대희도 전형적인 기회주의적 보수의 일원일 뿐이다. 


노무현의 사법고시 동기인 안대희는 [자신을 유명하게 해준] 2002년 대선자금 수사 과정에서, 삼성 비자금과 박근혜의 뇌물 수수 부분은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넘겨 버렸다. 


김용철 변호사는 안대희가 삼성 비자금인 걸 알면서도 넘겼다고 폭로한 바 있다. 


대법관이 된 뒤에는 ‘1퍼센트 프렌들리’ 판결로 두드러졌다. <중앙일보>조차 그를 당시 대법원에서 “보수의 핵”이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파업 참가를 이유로 전국공무원노조 조합원의 승진을 취소한 울산시장의 조처가 적법하다고 판결했고, 상지대 비리재단의 복귀를 결정적으로 돕는 판결을 했다. 강제 종교교육 거부해 퇴학당한 강의석 군에게도 퇴학이 정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출퇴근시 사고는 산업재해가 아니라는 판결로 개별 노동자의 권리도 위축시켰다. 


안대희는 벌써부터 박지만과 그의 처 서향희 관련 비리 의혹에 관해서는 “그런 의혹들이야 옛날에 거론된 것 ... 새롭게 거론되는 것 등을 ... 점검하겠다”며 박근혜 치부 가리개로 나서고 있다. 


새누리당은 전태일재단 방문이 무산된 뒤, “갈등을 조장하는 세력을 반드시 물리치고 국민통합의 ‘100퍼센트 대한민국’을 건설하겠다”는 ‘유신 정신’ 충만한 성명을 내놓았다. 쌍용차 해고자를 ‘물리쳐야 할 세력’으로 규정해서 짓밟고 끌어내면서 전태일과 화해(?)하겠다는 것이 박근혜식 ‘국민통합’인 것이다. 


박정희처럼 권력을 휘둘러보고 싶어서 얼마나 안달이 났으면 박근혜가 이런 쇼를 할까 싶다. 


그런데 여전히 박근혜는 보수층·영남 기반을 넘어선 ‘표의 확장성’이 없다. 올해 총선에서 박근혜가 경제 민주화와 복지를 내세워 ‘중원’을 차지해서 승리했다는 일각의 평가는 신화일 뿐이다. 


총선에선 위기감을 느낀 우파들이 ‘이명박근혜’로 똘똘 뭉치고 [민주당이 별 볼 일 없어] 겨우 패배 위기를 넘겼을 뿐이다. 전국적으로 표를 더하면, 새누리당이 얻은 표는 이른바 야권연대로 모인 야당들의 표보다 적다. 


박근혜가 보수진영의 확고한 리더로 자리잡은 것은 2004년부터다. 노무현 정부의 온건 개혁조차 반대하면서 “국가정체성 투쟁”으로 맞서는 과정에서 박근혜는 한나라당을 장악했고, 당내 주류가 됐다. 박근혜의 확고한 보수층·영남 기반은 바로 이 때 다져진 것이다. 


수도권 중도층


그러나 이런 강한 우파적 성격 때문에 수도권과 청년세대 사이에서, 심지어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을 찍었던 사람들(수도권 중도[보수]층)조차 선뜻 박근혜를 지지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지금 박근혜는 ‘공공의 적’이 돼 버린 이명박과 갈라서지도 못하면서 ‘정책적으로만’ 선을 긋는 “바뀌네 쇼”를 해야 하는 모순에 직면해 왔다. 내곡동과 불법 사찰에 관한 특검을 민주당과 합의했다가 번복 논란이 벌어진 것도 이런 얄궂은 처지 때문이다. 새누리당내 일부의 유신 재평가 발언도 마찬가지다.


여기에는 이재오, 정몽준, 정운찬 등이 중도신당 따위로 분리해 나갈까 봐 노심초사하는 불안감도 깔려 있다. 사실 박근혜의 지지율은 2010년 8월 이명박과 회동 후 협력 선언을 하면서 재상승한 바 있다. 


박근혜의 ‘국민통합’에 이명박과의 협력도 핵심으로 포함돼 있는 이유다. 그러나 바로 그 [이명박을 찍었던] 수도권 중도 보수층에서 이반이 일어난 것이 한나라당 위기의 한 뿌리라는 점이 문제다. 


이제 중도 보수 성향에서 박근혜와 지지층이 겹치는 것은 바로 안철수다. 바로 그 때문에 경제 민주화와 복지 뿐만아니라, ‘소통과 통합’ 이미지도 보완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것은 이명박과 차별화 압력을 다시 키울 것이다.)


(그래서 둘 다 포퓰리즘 행보에 열중하고 있는 [2일로 예정된] 이명박―박근혜 회동은 [속마음이 무엇이든] 일단 겉으로는 민생에 힘 모으자는 식의 겉치레식 협력 제스처를 취하는 모양새를 연출할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 결과물을 내놓진 못할 것이다. 물론, 박은 조직적 협력과 정책적 차별화, 이 두 문제에서 양해와 합의를 얻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 위기 조짐이 커지면서 주류 지배자들의 반동적 태도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박근혜의 불안정한 “바뀌네 쇼”가 무한정 계속될 수는 없다. 


새누리 내부의 보수대연합 논쟁도 이런 모순된 처지를 배경으로 하는 것이다. 사실 “바뀌네” 정책들의 우파적 본질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박근혜는 5년 전 자신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자’는 친재벌·우파 정책) 원칙과 “경제민주화, 복지, 일자리 등 3대 원칙이 결코 배치된다고 보지 않는다”고 실토했다. 그래서 “재정 건전성을 무시하면서까지 복지를 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것이 박근혜의 본심이다. 


이런 한계 속에서도 박근혜가 대세론을 유지하는 데에는 민주당의 무능과 한계가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민주당의 찌질한 대선 후보 경선과 거듭되는 비리 의혹은 진보·개혁 대중에게 ‘짜증과 분열’을 주고 있다. 


김종훈, 안대희 등 박근혜가 올해 들어 영입한 인물들 다수가 민주당 정부에서 중용됐던 인사들이라는 것도 민주당의 한계를 보여 준다. 사실 노동자 가슴에 대못을 박고는 뒤로 어루만지는 척했던 쇼는 민주당도 자주 했던 쇼다. 


1997년과 2002년에 우파 진영을 분열시켜 정권을 잃고 대선에서 패배하게 만든 것은 경제 위기 요인과 함께 기층의 저항 압력이었다. 이는 진보진영이 지리멸렬한 민주당과는 결이 다른 진보적 대안을 내놓고 반우파 정치투쟁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 좌파는 노동운동의 급진적 정치리더십을 재구축할 수단을 내놔야 한다. 주장: 줄기찬 정치 폭로와 올바른 분석, 행동: 진보적 반우파 정치투쟁의 구축 등이 필요하다. 이 둘을 아우르는 과제는, 이런 일을 하려는 사람들의 네트워크와 조직을 강화하는 것이다.)


※ 이 글은 축약돼 <레프트21> 88호에 실렸다. ☞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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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국면이 본격 시작하자마자박근혜 대세론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박근혜가 716 “5·16은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한 뒤, 지지율이 순식간에 7퍼센트나 떨어졌다. 지지율 30퍼센트 대는 넉 달 만인데, 반대 급부로 야당 후보들의 지지율은 올랐다.


여기에는 11일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정두언 체포동의안 국회 부결도 한몫 했을 것이다.


사실국회 회기 중 불체포특권 포기등 특권을 버리는 쇄신은 박근혜가 지난해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를 맡아 연 첫 회의에서 결정한 사항이었다. 그만큼 자기 브랜드로 강조해 왔던 것이다. 뿐만 아니다. 6월에는 국회가 열리지 않았다며 소속 의원들의 세비를 반납케 했다.


그런데 비리 의원 감싸기에 새누리당 의원이 적어도 63명이나 연루된 것이다. 정두언의 보복성 폭로가 두려워서 묵계 속에서 벌인 의도적 부결이든, ‘박근혜 유일 체제에 대한 내부 반발이든, 이미지와 지도력에 흠집을 낸 것 만큼은 명백하다.


당황한 원내대표 이한구가 대표직을 사퇴한다고 했다가 일주일도 못 가서 가 이를 번복하는 등 친박 진영 전체가 우왕좌왕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결국 이한구 사퇴 번복과 5·16 발언 등으로 박근혜의원칙이라는 것이 결국부패한 우파 감싸기독재의 과거로 돌아가기에 불과하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ㅂㄱㅎ의 꿈이 박정희 군사 혁명의 꿈? 네 꿈이 이뤄지는 나라는 내 꿈이 미뤄지는 나라.

사실 박근혜가 우파를 대표하는 단단한 지지 기반을 형성한 것은 바로 2004년 국가보안법 폐지와 사립학교법 개혁에 결사 반대하는 보수진영의 선두에 서면서부터다. 박근혜는 그때 이 투쟁을국가정체성 투쟁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영남과 보수층을 토대로 하는 지지 기반의 우파적 성격이 워낙 두드러져 박근혜는 수도권과 중도층, 청년세대로 지지 기반을 확장하지 못해 왔다.


그래서 박근혜는 상대적으로 수도권 중도층에서 표를 얻었고 지지 기반이 일부 살아있는 이명박과 협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난해 7<문화일보> 박민은 당시 여론조사를 토대로친이[명박반박[근혜]’ 층을 흡수할 수 있느냐가 박근혜 집권 성공의 관건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실제로  지난 5년 동안 박근혜 지지율은 이명박과 갈등을 일으킬 때 떨어졌고, 이명박과 협조할 때 상승했다.


이런 충고를 따라서인지 박근혜는 한나라당 비대위를 맡아쇄신사기극을 벌이면서도 인적 쇄신을 거부하고 이명박근혜공천을 하며 협조해 왔다.


한편에서는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 강행, 색깔론, 등으로 우파를 결집하며 4월 총선에서 가까스로 과반을 넘겼다.


그러나 총선 승리 후 박근혜에게 힘이 쏠리면서 역설이게도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은 더 악화됐다. 온갖 권력형 비리들이 계속 터져 나온 것이다. 이제는 이상득마저 구속되면서 레임덕 위기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정권재창출을 위해 손 잡아온이명박근혜'가 동반 추락의 위험을 맞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우파 결집으로 위기를 넘겼지만, 우파 결집만으로는 정국을 장악하거나  새누리당 정권 연장을 자신할 수 없는 박근혜와 우파들의 고질적인 딜레마가 더욱 부각되고 있.


이명박과 협조 체제로 대세론을 안착시키려던 박근혜로선 이명박의 레임덕 위기가 결코 달갑지 않다


안 그래도 대선 후보 당내 경선 규칙 문제로 이재오정몽준 등과 갈등해 온 박근혜로선 동반 추락을 피하려고 이명박과 선을 긋고 단절하는 것이 자칫 우파의 분열을 초래해 공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서울대 장덕진 교수는 “[대선 후보 일대일] 가상 대결에서 오직 상대가 안 교수일 때에만 박[근혜] 위원장 지지자들 중에서 절반 정도가 빠져나와서안철수를 지지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아마도 이런 유동층의 상당수가 2007년에부패해도 경제는 살리겠지하는 허망한 기대감으로 이명박에게 투표했던 수도권 중도층일 것이다박근혜가 우파 본색을 드러내자 바로 이런 일부 무당파층이 떨어져 나가며 대세론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박근혜 대세론의 위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말에도 이명박의 레임덕 위기와 오세훈의 셀프 탄핵을 배경으로 안철수가 부상하고 박원순이 서울시장에 당선하면서 위기를 맞은 바 있다.


이 열혈 어르신들은 영도자의 5.5미터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아! 줏대있으신 영도자님이여~


당시에는 한미FTA 반대 투쟁 국면을 등지고 국회에 등원한 민주당의 헛발질과 은폐된 이명박근혜 체제 구축 속에서 잠시 위기를 벗어나고, 총선에서도 민주당의 취약함 때문에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었지만, 모순과 취약함의 요소들이 근본에서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이제 안철수가 자신의 정국 구상을 담은 책을 출간하면서 이런 대세론 균열 위험은 더욱 커졌다. 물론 안철수는 새누리당 비판 뿐아니라 민주당과도 거리를 둬 오면서 이런 무당파층을 흡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공개된 정책 구상이 민주당과 질적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왼쪽 공백을 그가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무엇보다 최근 과거 회귀 현상에 대한 위기감에서 비롯한 반우파 정서도 만만치 않게 자라나고 있다.(물론 진보진영이 통합진보당 사태로 취약해진 상태에서 민주당이 이를 잘 대변·흡수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즉, 박근혜 대세론의 위기만 놓고서 곧 우파의 집권 연장 저지로 귀결될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가 출마 선언을 하며 경제 민주화와 복지국가를 내세웠지만, 별로 새로운 지지층 유입 효과를 발휘하지 못 하는 것도 이런 방증일 것이다.


하반기 국회에서 추경예산 등을 놓고 복지 예산과 재원 문제가 논쟁이 될 텐데, 박근혜가 일부 포퓰리즘 공약과 언사에도 친기업적이고 우파적인줄푸세본질을 끝까지 감출 순 없다. 최근 달궈지는 노동자투쟁이 부상하면 우파적 본질은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부패 의혹도 여전하다. 육영재단의 과거 뿐아니라 정수장학회 강탈 문제와 부산일보 문제는 명백한 박정희 독재의 현재적 유산이다. 저축은행 퇴출 과정의 로비 의혹 사건에는 친동생 박지만 연루 의혹도 있다. 최근 박지원 소환 시도는 박지원이 박지만 연루설을 흘린 것 때문이라는 의혹도 있다. 박지원의 입을 막으려는 거래용 수사라는 것이다.


바로 이런 위기감과 군색한 처지 때문에 이명박 레임덕과 박근혜 대세론은 함께 위기를 맞으며 한일군사협정이나 KTX 민영화 등 우파 정책들이 연기·유보되고 있는 것이다. 찬성하는 속마음이 다르지 않을 텐데도 정부와 새누리당은 갈등하는 모양새를 연출해야 했다.


따라서 이명박의 레임덕 위기와 반우파 정서의 고양을 앞에 두고 박근혜가 우파의 집권 연장에 성공하려면, 결국 종북 마녀사냥을 통해 사회 분위기를 냉각시켜 우파 주도의 정국을 만드는 방향에 대한 집착을 버릴 수 없다.


이는 박근혜와 우파들이 색깔론 마녀사냥을 지속하며 진보진영과 야당 세력의 분열을 부추기고 민주적 권리를 공격할 것이라는 뜻이다들은 호시탐탐 우파적 공세를 취할 기회를 노릴 것이고 경제 위기를 염두에 둔 고통전가 정책을 야금야금 개시할 것이다.


진보진영이 정권의 레임덕 위기를 이용해 반우파 공세를 개시하는 것이 당면한 투쟁의 승리를 위해서나 우파 집권 연장 저지를 위해서나 필요한 이유다. 이미 금속노조, 금융노조 등이 경제 위기 고통전가 정책에 항으하며장외에서 전투 의욕을 다지고 있다


□ ‘도둑적으로 완벽’했던 정권 ― 형님 먼저 아우 먼저



‘MB는 멘붕의 줄임말’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이명박 정권의 레임덕이 심해지고 있다. ‘레임덕’이 이젠 ‘블러드( Blood)덕’을 지나 ‘데드(Dead)덕’으로 간다는 말도 나올 지경이다.  

이명박 일당은 터져 나오는 치부를 감추려고 색깔론 마녀사냥 뒤에도 숨어 봤다. ‘원숭이보다도 못 하다’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검찰이 각종 의혹들을 덮어주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뼛속까지 부패한’ 본성을 감출 수 없었다. 결국 7월 10일  이상득 ‘형님 먼저’ 구속됐다. 대선자금, 당선축하금, 저축은행 구명 로비자금, ‘용돈’ 등 돈받은 명목도 다양하다. 신한은행 경영권 다툼 과정에서도 돈이 흘러간 것이 금세 드러났다.

이 와중에 청와대 제1부속실장 김희중이 돌연 사퇴했다. 저축은행 로비 자금 수수 의혹을 받던 중이었다. 최시중은 파이시티 관련해 받은 돈을 이명박 대선자금으로 썼다고 자백했다.

부패 의혹들이 대선자금으로 향하면서 점점 의혹의 초점이 이명박으로 좁혀지고 있다. 

이런 군색한 처지에 몰리다 보니 ‘정권 말기에 밑져야 본전’이라고 밀어붙이던 각종 우파 정책들도 따라서 좌절되고 있다.

KTX 민영화를 밀어붙이려던 국토해양부는 7월 18일 “정치권이 반대하면 행정부가 추진할 방법이 없다. 자체 동력을 상실했다”며 민영화 포기 선언을 했다. (물론 이들의 포기 선언을 완전 포기 선언으로 믿어선 곤란하다.) 

국가인권위원장은 국회 인준이 없어도 되는데도 현병철 연임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 됐다. 신임 대법관 중 김병화도 임명이 불가능할 듯하다. 

그렇지만, 이것이 자동으로 우파 정권의 몰락을 가져올 리는 없다.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은 이전 정권들에서부터 정치자금 금고 구실을 해 온 것이 사실이다. 박지원 뿐아니라 박지만도 저축은행 로비자금 수수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검찰이 이 모든 비리를 까발릴 거라고 믿을 순 없지 않은가. 검찰은 레임덕 때문에 이런저런 수사를 하면서도 우파 정권의 연장에 도움 되는 수준에서만 수사를 끝내고 진실을 덮으려고 혈안이 돼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명박은 뻔뻔하게 “고소득 노조가 파업을 하는 나라는 우리 밖에 없다”고 금속노조와 금융노조를 비난했다가 너나 잘 하라는 욕만 처 먹고 있다. 

권력을 이용해 앞돈 뒷돈 가리지 않고 해 먹은 자들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가. 하루빨리 이 부패한 정권을 날려 버리고, 이 자의 더러운 입을 꿰매 버려야 한다.
진보진영과 노동자 투쟁은 이들을 심판할 자격이 있고, 지금 정권의 레임덕과 대중의 분노는 지금이 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 <레프트21> 관련 기사 ☞ 바로 가기


Posted by 단도직입[單刀直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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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특히 민주당)에선 최근의 MB 측근 수사가 레임덕의 징후라기보다는 박근혜 대권가도에 걸림돌을 미리 제거하는 수준이라는 시각이 있다. 그래서 검찰 수사도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되고 말 것이니 기대할 것도 더 압박할 것도 없다는 것이다.


이런 냉소적 관측은 박근혜가 이명박과의 차별화에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와 연동돼 있는 듯하다. 총선에서 보인 우파 결집을 과장해서 보는 것. 이젠 이명박을 공격해도 크게 소용없다는 결론을 내리는 경향도 엿보인다. 


불법사찰 등을 다루는 최근 여러 연합체에서 ‘이명박 퇴진 요구가 역풍을 부를 수 있다’며 투쟁을 회피하는 발상도 부분적으로 이런 시각에 영향을 받는 듯하다.


이런 시각이 우세한 것을 보면, 우파 지배자들의 민주당 길들이기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검찰의 시도가 박근혜의 대권가도 다지기 성격이 있을 수도 있으나 이것은 상황의 모순을 놓치는 것이다. 이것이 대중의 공분을 산다면 박근혜가 이명박과 차별화(숙청) 과정에서 우파가 분열할 수도 있다. 


저축은행 건은 부정 문제 뿐아니라 피해자 대책, 부동산 정책, 가계대출 정책 등 경제 향방을 놓고도 분열을 낳을 수 있다.


만약에 박근혜의 쇄신 사기극이 일부에게나마 먹혔다면, 그것은 민주당의 반MB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즉 사람들은 더 급진적인 정권 심판을 바라는 데 야권연대를 대표한 민주당은 도리어 거기에 못 미쳤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옳다.  


오히려 강력한 정권심판론, 반우파 투쟁이야말로 박근혜의 말뿐인 쇄신을 더 초라하게 만들 것이고, 제주해적기지와 한미FTA, 이명박근혜 공천 등에서 드러난 우파 동맹의 본질을 더 분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 그리 될수록 박근혜는 더 날카로운 차별화를 해야 한다는 압력 속에서 전전긍긍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자기패배적·음모론적 시각은 오히려 우파를 돕는다. 저들이 한 몸이라면서도, 둘 다를 공격 못 하는 것은 총선 패배감과 민주당의 집권 과거 때문으로 보인다. 


이른바 ‘반MB 진영’의 이런 무기력과 유약함 속에서 우파들은 다시 통합진보당 부정 경선을 소재로 진보진영에 대한 포화 수준을 높이고 있다.(물론 통합진보당 선거 부정 사태는 이런 맥락을 고려하면서도 별개의 자기 정화 과정으로 다뤄야 한다) 


이를 소재로 야권연대 분열 공작을 펼치면 민주당에서도 야권연대는 유지하되, 무게중심은 중도화에 두는 쪽으로 가려는 힘이 강화될 수 있다. 최근 국회선진화법의 합의 통과는 이런 징후를 보여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회선진화법의 본질은 소수파 진보정당을 배제하며 원내 교섭단체들인 기성 양당의 합의 구조를 강화하는 것이다.)


노무현 비자금을 다시 터뜨릴 수도 있는데, 민주당 왼쪽에서 야권연대에 환멸을 느끼게 만들 수도 있다. 이는 민주당을 더 움츠러들게 할 것이다. 


이것은 우파가 바라는 바다. 정치지형을 전반적으로 우경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주적이 이명박이냐 박근혜냐 하는 식으로 판단하는 것은 선거주의적 발상일 수 있다. 우리에게는 이명박과 박근혜 모두 문제이고, 우리 편이 물렁하게 나올수록 우파의 분열 위기가 진보 마녀사냥 속에서 봉합될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 중요한 시기에 진보가 적전 분열하고 있는 것이다. 자체 선거 부정 문제 해법과 별개로 당권파를 비롯한 당내 주요 세력이 연립정부를 목표로 하는 문제가 내가 지적한 정치적 약점들을 진보진영이 극복하지 못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이명박과 박근혜 등을 모두 공격하려면 [민주당을 의식하는] 야권연대의 관점이 아니라 일관된 진보적 관점에 서야 한다. 특정인을 넘어서 반우파 정치투쟁을 벌여야 하고, 그 방식은 거리 시위와 노동자 파업들을 연결하는[각주:1] 투쟁적 방식이어야 한다. 



단결 그 자체가 승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림처럼 효과적인 단결이 돼야 한다. 민주당 중심이 선거심판론으로 단결하는 것은 계급적 이해관계가 달라 효과적인 단결이 될 수 없다. 이번 총선이 맛보기로 보여 준 결과이기도 하다.



  1. 도심 거점 농성을 결합해도 좋을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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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사건과 계급 지배의 본질

범죄 정부 퇴진과 처벌, 사찰기구 해체를 위해 싸우자


이명박 정부가 저지른 ‘불법 사찰’의 추악한 진실이 점차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청와대, 국무총리실, 검찰, 여당 의원 등이 모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총체적인 권력형 비리 사건”(4월 3일 비상시국회의 참가자 선언)이 바로 그 진실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촛불항쟁이 안겨준 수모를 되갚고, 경제 위기 고통전가, 노동 탄압, 4대강 사업, 방송사 장악 등을 강행하려고 ‘정권 차원의 사찰과 탄압 기획팀’을 운영한 것이다.

박정희와 전두환ㆍ노태우 군사독재를 잇는 우파 정권답게 이명박 정부는 과거 중앙정보부, 안전기획부, 보안사령부 등 권위주의적 억압 기구가 했던 것과 똑같이 보안 경찰과 행정 부처를 총동원해 도청ㆍ미행 등을 하며 정권 비판 세력을 감시ㆍ통제ㆍ탄압한 것이다.

청와대 행정관인 이창화의 수첩에는 민주노총과 다함께 등 진보 단체들에 관한 내용이 적혀 있었는데, 이창화는 ‘국가정보원’에서 청와대로 파견한 인물이다. 원충연의 수첩에는 아예 “BH[청와대를 가리킴], 공직기강, 국정원, 기무사도 같이 함”, “전파: 외부―청와대, 총리실, 경찰청”, “HP 도청 열람”, “장비(노트북, 망원경, 카메라)” 등의 문구가 나온다.

이처럼 억압적 국가기구를 총동원해 정부 비판적인 개인들부터 진보적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의 단체와 활동가들을 감시하고 탄압한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다. 재벌 총수, 친야권 고위 인사 사찰은 곁가지인 것이다.

우선 사찰 담당부서인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설치 시점이 2008년 촛불항쟁이 한창인 7월초라는 것이 운동 탄압과 정부 내부 단속을 주요 업무로 삼은 증거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도 핵심 업무를 담당하며 이영호의 직접 통제를 받았다는 점검 1팀의 구성이 노동부와 경찰청 보안수사 담당들로 이뤄진 것도 마찬가지다.

“쌍용차 작전 조사 결과 보고”, “국민연금관리공단 노조 파업 동향”, “전국공무원노조 권정환 부위원장 불법행위 조치 계획”, “09년 좌익세력의 동향 및 대응 방안에 대한 보고”, “좌파 환경단체 보조금 중단 관련 공문” 등이 모두 이 팀의 소행이었다[각주:1].

노동조합 동향을 주로 보고한 것으로 보이는 원충연과 최영호가 고용노동부 출신이고, 김충곤과 김기현, 이기영은 대공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청 보안 경찰 출신이다.

그리고 이들의 사회동운동 사찰은 단지 감시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점검1팀 김기현의 USB에서 나온 파일 중 “2008년 하명사건 처리부”를 보면, “촛불집회 검거 수범 사례 보고”, “불법시위 근절 대책 건의” 등이 완료된 것으로 나온다.

아마 이 보고와 대책 건의 사항 중에 광범한 채증을 통한 촛불시위 참가자 검거와 백골단을 연상시킨 경찰기동대 창설 계획 등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


정권 안보


더 직접적인 연관도 찾을 수 있다. “2009년 기타 첩보 보고서(자체)”를 보면, “권정환 전공노 부위원장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징계 및 형사처벌 조치 계획”을 10월 6일 보고한 것으로 나온다.

공교롭게도 권 부위원장이 일하던 마포구청장은 10월 7일에 서울시에 권 부위원장을 파면ㆍ해임해 달라는 “공무원징계의결요구서”를 제출했다. 이 요구서는 징계 사유로 권 부위원장의 다양한 노조 활동과 진보 활동을 망라하고 있다. 사찰의 결과일 것이다.[각주:2]

심지어, 사찰 증거 은폐 과정에서는 검찰이 협조했고, 장진수가 폭로한 통화 녹취록에서는 범죄 은폐 과정에서 법원의 판사도 협력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장진수에게 준 돈에 관봉이 남아있었다면, 시중은행 내부 협조자도 있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이명박의 사찰과 ‘후속 처리’는 이처럼 여당 의원들과 행정부처, 사법부가 전방위적으로 총동원된 것이다.[각주:3]

군사독재의 권위적 통치 방식을 계승한 정권답게 방송 장악을 위해 방송사 노조를 조종하거나 정권에 쓴소리를 했다고 김제동, 김미화 같은 연예인까지 뒷조사하고 방송에서 퇴출시키는 등 온갖 공작도 벌였다.


ⓒ사진합성 시사IN 양한모


이런 자들이 ‘모든 정권이 다 하는 짓’이라며 응당 져야 할 정치적ㆍ법적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정부의 진보세력 감시ㆍ탄압으로 함께 득을 봤던 박근혜가 ‘나도 사찰 피해자’라며 위선을 떠는 것은 정말 못 봐줄 지경이다.

이는 서울시장 선거 선관위 디도스 테러 사건 때처럼 시간을 끌며 사람들에게 잊혀지기만 바라는 의도이고, 또 노무현 정권을 물고 늘어져 총선 국면을 이전투구처럼 만들어 [정치 참여에 환멸을 자아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정권심판론을 희석시키려는 것이다.

이처럼 이명박 정부와 우파가 범죄 피의자로서 져야 할 책임을 물타기하는 것은 용서 못 할 일이고, 당면 투쟁도 이명박 정부를 향해야 한다.


계급 지배


그러나 이명박의 물타기 속에서 노무현 정부가 현대차 전주공장 노조와 화물연대의 투쟁 동향을 사찰한 기록도 드러났다.

문재인 등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노무현 정부의 노동운동 사찰은 경찰이 합법적으로 사찰한 것이므로 이명박과는 다르다는 방식으로 변명했다. 진보진영의 일부도 대체로 이런 해명을 받아들이면서 노무현 정부의 사찰 건에는 침묵하고 있다.

그러나 두 정권 모두에서 탄압과 감시의 대상이었던 노동운동은 투쟁 표적을 이명박으로 두되, 이명박만이 아니라 민주통합당도 비판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두 정권 사이에서 권위주의적 잔재의 차이는 있지만, 1퍼센트 세력의 계급 지배 기구인 국가의 군대ㆍ경찰ㆍ법원ㆍ관료기구 등을 동원해 99퍼센트 피억압 계급과 저항 세력을 감시하고 통제ㆍ억압했다는 본질에서는 차이가 없는 것이다.

영국의 사회주의자 존 몰리뉴는 “대부분의 시기에 [자본주의] 국가의 강제력은 잘 드러나지 않고 배후에서 집행된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억압적 국가기구의 피억압 계급 사찰이 바로 이런 경우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친자본주의 정당인 민주당도 정권을 잡으면 99퍼센트 대중의 운동이 체제와 국가의 통치력에 도전하지 못하게 하려고 일상으로 감시ㆍ통제ㆍ탄압하는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가 2000년 경찰청 ‘사직동팀’을 명목상 해체시켰어도, 노동운동 사찰은 노무현 정부 아래서도 이어진 까닭이다.

따라서 ‘노무현과 이명박은 다르다’는 식의 논리는 일면적이고 부차적 진실만을 담고 있다. 진보진영의 요구와 투쟁이 “새누리당의 물타기식 특검 vs 민주통합당의 특수본” 논란에만 한정되지도 말아야 한다.

전두환의 안기부와 기무사, 김영삼 시절의 경찰청 ‘사직동팀’을 연상시키는 이번 사찰 과정의 전방위적 규모와 행태로 보아 정권 차원의 범죄라는 것이 분명한데, 새누리당의 특검으로 시간끌기와 민주통합당처럼 검찰 내 특수본 설치와 진상 규명만 요구하는 것은 한계가 뚜렷하다.

박근혜의 새누리당이 사건 폭로 직후 즉각적으로 특검제 도입을 요구하고 민주통합당에 특검법 제정을 위한 국회 협상을 요구한 것은 총선 투표를 앞두고 물타기할 시간을 벌면서 정권심판론을 피해 보려는 술책에 불과하다.

집권 시절 자행한 노동운동 사찰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사과는커녕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는 민주통합당 지도부에게 사찰의 ‘진상’을 밝혀낼 의지와 능력이 있다고 믿기 힘들다.

이미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이미 이명박 정부는 ‘탄핵감’이고, 관련자들은 전원 구속감이다. 따라서 진보진영은 독자적으로 사건 총책임자인 이명박 퇴진, 관련자 전원 구속ㆍ처벌, 사찰기구 해체를 요구하는 것이 옳다.

이명박은 이 사찰 사건의 총책임자다. 이명박을 단죄하지 않는다면, 경찰과 국정원, 기무사, 사법부, 한나라당 등이 총동원된 감시ㆍ통제 행위의 책임을 누구에게 묻겠는가. 이번 사건이 1퍼센트의 99퍼센트 저항 운동의 감시와 통제라면, 억압적 국가기구를 마땅히 해체하라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 투쟁 요구를 재정비하자[각주:4]정권 퇴진·처벌 / 사찰기구 해체


진보진영의 요구와 투쟁이 “새누리당의 물타기식 특검 vs 민주통합당의 특수본” 논란에만 한정되지도 말아야 한다.

새누리당이 특검제 도입을 요구한 것은 총선을 앞두고 물타기할 시간을 벌면서 정권심판론을 피해 보려는 술책에 불과하다.

1999년에 도입된 이후 10여 차례 이뤄진 특검이 사건의 몸통을 밝혀낸 적은 한 번도 없다.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게 돼 있는데다가 기존 국가 기구에 완전히 둘러싸인 채 수사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건 은폐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권재진이 검찰의 총지휘자인 법무부장관인 상황에서 검찰에 특수본을 설치해서 수사를 진행하자는 민주통합당의 요구도 대안이 아니긴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집권 시절 자행한 노동운동 사찰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사과는커녕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는 민주통합당 지도부에게 사찰의 ‘진상’을 밝혀낼 의지와 능력이 있다고 믿기 힘들다.

이미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이미 이명박 정부는 ‘탄핵감’이고, 관련자들은 전원 구속감이다. 전두환의 안기부와 기무사, 김영삼 시절의 경찰청 ‘사직동팀’을 연상시키는 이번 사찰 과정의 전방위적 규모와 행태에서 정권 차원의 범죄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첫째, 진보진영은 독자적으로 사건 총책임자인 이명박 퇴진, 관련자 전원 구속ㆍ처벌, 사찰기구 해체를 요구하는 것이 옳다.

이명박은 이 사찰 사건의 총책임자다. 이명박을 단죄하지 않는다면, 경찰과 국정원, 기무사, 사법부, 한나라당 등이 총동원된 감시ㆍ통제 행위의 책임을 누구에게 묻겠는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퇴진 요구를 피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이명박은 이 사찰 사건의 총책임자다. 만일 이영호가 ‘몸통’이라면, 이명박은 ‘머리통’이다. 이명박을 단죄하지 않는다면, 경찰과 국정원, 기무사, 사법부, 한나라당 등이 총동원된 감시ㆍ통제 행위의 책임을 누구에게 묻겠는가.

더구나 레임덕과 엄청난 반대 여론 속에서도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고, KTX 민영화를 밀어붙이려는 것에서 보듯 이명박은 자신의 임기가 남아있는 한 1퍼센트만을 위한 정책을 한가지라도 더 추진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이명박 범죄 정부의 임기를 하루라도 줄이자는 요구는 정당하고 필요하다.

물론 ‘이러다가 박근혜만 좋은 일 시켜주는 것 아니냐’거나 ‘이명박이 물러나고 민주당이 정권을 잡는다고 다르겠냐’ 하는 물음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우선 이명박을 퇴진시키려면 거대한 대중투쟁이 필요하다. 이런 투쟁은 우파 전체를 난처하게 만들 것이고 정치 지형을 99퍼센트 대중에게 더 유리하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대중 투쟁으로 이명박을 물러나게 한다면, 그 뒤 집권할 정부는 지금처럼 함부로 99퍼센트를 짓밟는 정책을 펴기 쉽지 않을 것이다.

둘째, 공직윤리지원관실 등 청와대와 총리실 산하의 각종 소속기구들과 국정원, 기무사, 검찰과 경찰의 공안부서 등 사찰기구들을 즉각 완전히 해체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진흙탕 싸움에서 드러나듯이 이런 사찰기구들의 목적은 진보적 사회운동 등 평범한 노동자들의 자주적 활동과 조직을 탄압하는 것이다. 이런 기구들이 유지된다면 지금 같은 일들이 계속 벌어질 것이다.

사찰의 주요 표적이었던 노동운동과 진보적 사회운동 진영이 앞장서서 정권을 규탄하고 물러나게 하는 투쟁을 적극 건설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진보진영을 규합해 이명박 퇴진과 사찰기구 해체,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는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진보진영 단체들이 모인 ‘민간인 불법사찰 은폐의혹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비상행동(약칭 ‘민간인 불법사찰 비상행동’)은 이런 투쟁 건설에 적극 헌신해야 한다.


※ 이 글은 장호종 기자와 공동으로 써 <레프트21> 온라인판에 실린 기사(☞ 바로가기)를 약간 재구성한 것. 


  1. 이밖에도 문제단체 동향 보고, 국립의료원 민영화 관련 동향, 서울대병원노조의 MB 비판 대자보 관련 보고 등이 사찰 목록에 있다. [본문으로]
  2. 당시 뉴라이트 출신인 한나라당 신지호도 국회에서 권 부위원장의 행적을 추궁하고 공격했다. [본문으로]
  3. 합법적인 공직자 감찰이라는 것도 따져 보면 ‘민영화에 반대하는 공기업 경영진 압박하기’나 ‘4대강 공사 등에서 정부 문제점이 폭로됐을 때 정보 유출자를 찾아내기’ 같은 것이었다. [본문으로]
  4. 현재 비상행동 시국회의가 제기한 요구는, 사찰내역 공개, 대통령 사과와 진상고백, 검찰 수사 강화, 권재진 사퇴, 총선 후 국정조사/청문회 실시 등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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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근혜’ 정권이 총선을 앞두고 안보 위기론과 색깔론ㆍ마녀사냥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명박은 “북한이 지금 가장 반대하는 것이 제주 해군기지, 한미FTA”라며 우파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종북’으로 매도했다. 또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 시도를 “국제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도발적 행위”라고 규탄하며 ‘북풍’에 이용했다. 

천안함 사건 2주기를 이용해 “응징”, “보복” 등의 언사를 써 가며 ‘북풍 기원’에 여념 없던 국방부는, 한미회담이 끝나자마자 북한 위성 추진체를 “요격하겠다”고 위협했다[각주:1]

북한 위성 발사를 이용해 먹기에 바쁜 정부와 우파를 보면, 북한의 위성 발사 소식을 듣고 속으로 기뻐했던 것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조중동은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의 여론조사 부정 사건을 이용해 색깔론 ‘소설’을 쓰며 ‘마녀사냥 파티’를 벌이고 있다. 

이 황당한 소설들의 공통된 줄거리는 ‘이정희는 경기동부연합이라는 괴물에게 영혼을 판 마녀인데, 괴물들의 본거지인 통합진보당이 민주통합당을 꾀어내 대한민국을 전복하고 김정은에게 헌납하려 한다’는 것이다.

(☞ 경기동부 소동과 관련해 진보가 진짜 다뤄야 할 문제점들은 여기를 참고하시오.)


역겨운 반동

이 조중동식 소설을 그대로 베껴 쓴 새누리당의 요즘 논평은 1980년대 ‘반공 웅변 대회’를 보는 듯하다. 3월 25일에는 “김일성 초상화를 걸어 놓고 묵념하는 세력[이] … 민주통합당을 이용해 국회를 움켜쥐고, 12월 대선에서 소위 연합정권을 출범”시킬 것이라며 거품을 물었다. 

특히 <조선일보>의 색깔론 보도들은 기사끼리도 사실관계가 안 맞을 정도라서, 소설가 공지영조차 “이런 소설가들을 제가 어찌 따라갈지, 갈 길이 멉니다”라고 비꼴 정도다. 

이명박근혜를 풍자한 합성 사진.

이런 역겨운 반동은 사회 전반에서 사람들을 위축시키며 분위기를 우경화시키려는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교과부가 총선을 앞두고 4월에 ‘일진회가 있는 학교 9천5백79곳의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마찬가지 의도다. 경찰청이 내려보낸 일진회 선정 기준을 보면 “학생들이 무리를 지어 다니는 행위, 장기자랑 및 행사 시 앞에 나서는 행위, 학생들의 선망 대상 학생” 등이 포함돼 있다. 사실상 ‘청소년 계엄령’이다.

이처럼 반동 공세에 필사적으로 매달린 결과, ‘우파 결집’이라는 일차 목적은 부분적으로 달성한 듯하다. 

공천에 불복해 분열할 듯하던 친이계들은 일단 박근혜에게 힘을 실어 주자는 이명박의 설득으로 탈당을 멈추고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박근혜는 “이명박 탈당이 해법은 아니다” 라고 했고 이상득을 경북 선거대책위원회의 명예위원장으로 앉혔다.

이런 행보들이 우파 결집의 메시지를 준 결과, 자유선진당과 국민생각 등이 바닥을 기는 대신 새누리당이 지지율을 회복했다. 박근혜는 “석달 전만 해도 선거도 치를 수 없을 것 같더니 이젠 희망이 보인다”고 안도했다. 

문제는 새누리당의 원기 회복에 민주통합당 지도부가 큰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명박 정권 심판을 말하면서도 심판의 구체적 내용은 빼놓거나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애초에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를 시작한 세력으로서 이 문제들에 일관되게 반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속으론 골치아픈 문제에서 이명박 손에 피를 묻혀, 선거에서 반사이익만 얻으면 된다는 계산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민주통합당의 이런 어정쩡한 자세는 반MB 대중들에게 실망과 환멸을 불러일으켰다. 

주류 지배자들로선 총선 전에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 등을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만들고 있는 것에도 안도하고 있을 것이다. 또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민주통합당 길들이기도 어는 정도는 만족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진보당 등 진보진영 주류 지도자들이 총선 야권연대를 위해 이런 민주통합당과 다른 진보적이고 구별되는 태도를 취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정치적 양극화

한미FTA 발효와 제주 해군기지 건설 강행이 단기적으로는 새누리당에게 우파 결집이라는 호재로 작용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이제 우파는 총선 구도를 최대한 ‘더럽게’ 만들면서, 청년세대가 환멸과 냉소로 돌아서길 바랄  것이다. 또 민주통합당의 무능과 한계를 이용해 정권심판론을 희석시키려 한다.

그러나 더 긴 시간을 두고 일어나는 정치 변동의 관점에서 볼 때, 상황이 우파의 뜻대로만 흘러가진 않고 있다. 민간인 사찰 파문과 ‘이명박근혜’ 공천을 보면서 정권 심판 정서가 다시 결집하고 있다. 이를 배경으로 우파 결집을 위한 우파 공세가 반대편의 결집도 불러 왔다.

한국일보 여론조사에서는 54%가 이번 총선을 정권심판 선거라 답했고, 경향신문 조사에서는 적극 투표층의 야권단일후보 지지 의사가 새누리당 지지의 세 배가 넘는다.

이런 정서가 청년세대 사이에서 “투표율 70퍼센트 운동”을 유행시키고 있는 것이다. 1퍼센트의 탐욕를 지속하려고 풍과 색깔론과 마녀사냥에나 매달리는 자들이 정권을 연장하는 걸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정서가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자유주의 정권에서 청소년기와 20대 초반을 보냈고, 취약해진 북한 체제를 보고 자란 이 세대에게 북풍 유도와 색깔론은 대체로 구태의연한 꼰대짓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따라서 4월 총선에서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이 패배를 모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새누리당의 패배 정도에 따라 이명박의 레임덕 위기, ‘지연된 분열’은 재개될 것이다. 청와대 민간인 사찰과 BBK 의혹도 ‘이명박근혜’당에게는 지뢰밭이 될 것이다.(관련한 최근 상황 정리는 여기로)

최근 일시적 봉합 국면을 보면, 친이계는 우파 분열의 책임만 뒤집어쓰고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큰 위험한 [분당과 독자 생존의 모색이라는] 길보다는 총선 이후를 도모하는 전술적 후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무난한 결과를 얻으면 이명박 정권이 면죄부를 받은 것으로 보이게 되니 살아날 구멍이 생기고, 패배하면 박근혜 책임론을 들고 나올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일단 ‘분열은 필패’라는 생각으로 이명박과 손을 잡았을 박근혜로서도 정권 심판론 탓에 새누리당이 참패하면 ‘이명박 죽이기’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BBK는 여전히 박근혜와 이명박 사이에 놓인 지뢰밭이고 민간인 사찰 의혹은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권력을 향한 탐욕스런 다툼도 끝날 수가 없는 것이다.

청와대가 개입한 민간 사찰은 그 자체로 탄핵·구속 감이다.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 강행, 각종 반민중 정책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민간 사찰과 조직적 은폐 사실의 폭로는 반동 공세가 레임덕 위기를 완벽히 틀어막지 못하고 있다는 걸 보여 주는 명백한 증거다.

진보진영은 어설픈 총선심판론에 안주하지 말고, 투쟁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저들이 분노의 대상이 되고 그 때문에 분열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 바로 기회인 것이다.

게다가 민주통합당 주류의 최근 행태를 봐선 이들이 19대 국회를 주도한다고 해도 제대로 단죄할 것이라고 확신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과감한 행동으로 광범한 대중의 불만을 결집하려 할 때만 집권당의 총선 참패 가능성도 커진다. 

새누리당의 총선 선전과 재집권을 두고 볼 수 없다면, 그래서 총선 심판만으로는 부족하다. 거리와 대학, 작업장에서 불붙는 정권퇴진 투쟁은 ‘이명박근혜’를 다시 분열시킬 것이고, 레임덕을 데드덕으로 만들 것이다. 이들의 이전투구는 우리의 투지를 더 고무할 것이다.


※ 이 글은 축약돼 <레프트21> 78호에 실렸습니다. ☞ 바로 가기  


  1. 사실 한국군 자체로는 요격할 능력이 없다는 것은 조선일보가 다른기사에서도 인정하는 내용이다. 따라서 국방부의 발언은 정말 북한 자극용이거나, 아니면 MD 체제를 정당화하고, 추진체 요격 시스템을 갖춘 미군 구축함의 서해 진입을 정당화하려는 계산된 발언일 수도 잇다. 둘 중 어느 경우라도 평화보다 대결을 추구하는 호전적 발언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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